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금세 다치거나 바스러져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거나, 찾아내기 아주 어려운 책이 헌책입니다. 깨끗이 다루지 못해 망가졌어도 반품을 하면 그만이거나, 돈 주고 다시 사서 갖추면 되는 책이 새책이고요. (4340.4.17.불.ㅎㄲㅅㄱ)

서울 홍익대 앞 <온고당>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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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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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좋다고 느껴지지 않는 책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다달이 <북새통> 잡지에 보내는 글입지요. 썩 좋지 않은 까닭을 함께 적었는데, 이럭저럭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 크기가 커서, 스캐너로는 잡히지 않아 사진은 함께 못 올립니다..

 
― 할아버지와 함께 크는 아이


- 책이름 : 십장생을 찾아서
- 글ㆍ그림 : 최향랑
- 펴낸곳 : 창비(2007.2.20.)
- 책값 : 1만 원


 우리한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는 저 멀리 물 건너, 또는 산 너머, 바다 너머에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우리 둘레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느껴요. 파랑새는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집 마당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빌지 않더라도, 저마다 가장 소중한 보물은 우리 둘레(우리 집, 우리 마을)에 있고, 소중하고 살가운 동무도 우리 가까이에 있어요. 또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마음속 깊이 애틋하며 빛나는 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중한 보물을 볼 수 있느냐, 우리 스스로 간직하고 있는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느냐, 우리 식구와 우리 마을 사람들 삶과 삶터를 아름답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 눈길과 눈높이와 마음밭과 몸가짐이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그림책 《십장생을 찾아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이 곁에서 늘 마주하고 있는 나이든 분들(할머니와 할아버지)을 동무로 여기며 오순도순 알콩달콩 동무처럼 지내는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조기교육’과 ‘영어 배우기 유학’이나 ‘갖은 학원-학교 교육’에다가, 중학교를 앞두고 밀어닥치는 ‘대학교 입시교육’에 짓눌리면서, ‘인터넷 놀이-인터넷게임 빠지기’로 자기 울타리를 쌓아가는 아이들이 되었습니다만, 이 아이들이 자기와는 또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길잡이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이 세상을 부대끼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여러 가지 이야기는 아이들한테 놀라움과 새로움을 느끼게 하면서, 자기가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며 부딪힐 세상을 차근차근 헤아리며 내다보도록 해 줍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며 ‘자라나는 나와 달리 늙어 죽음과 가까워지는 남’을 느끼고, 이렇게 몸에 힘이 빠지고 걸음이 느려지는 이들을 느끼다가, 맨 처음으로 ‘죽음’을 지켜봅니다. 아직 ‘태어남’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죽음’을 부대끼며 마음이 어수선해지기도 하고요. 그림책 《오른발, 왼발》(토미 드 파울라)은 이런 마음앓이와 마음만남, 또는 마음자라남을 가슴찡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들이 다 알고 있다고 할 만하고, 우리들 누구나가 겪었거나 겪었음직하지만 정작 이야기책이나 그림책에는 담아내지 못했던 삶을 보여주면서, 다른 곳이 아닌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이제 죽음과 가까워지지만 이 세상에 한 번 와서 살다 간 자기 삶을 즐겁게 마무리하면서 새로 자라날 아이들한테 사람과 세상과 삶과 죽음을 지긋이 바라보는 눈길을 다독인다고 할까요.

 그림책 《십장생을 찾아서》 이야기 흐름을 좇으면, 아이가 둘도 없이 살가운 동무로 여기는 할아버지가 병을 앓고 드러누워 병원에 들어가는 날, 할아버지 방에서 잠들어 꿈속에서 두루미와 함께 ‘오래오래 튼튼하게 살아가는 십장생 상징’을 만납니다. 할아버지는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아이는 산속에 쓴 무덤자리에서 할아버지를 또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됩니다.

 참 좋은 이야기감을 잡았구나 싶어서 반갑습니다. 다만, 요즘 아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숫자가 할아버지를 동무로 삼으며 지낼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거의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보내지거나 학원에 매여 지낼 텐데요. 아파트로 이루어진 시멘트 마을에서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할아버지이든 할머니이든 ‘거의 돌아보지도 않고’ 지내지 싶은데요. 그렇지만, 차츰차츰 살가움을 잃어가는 우리들 모습을 뒤돌아보고 되새기도록 하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솜과 깃털과 자수 들을 써서 ‘우리 문화’를 남달리 즐길 수 있도록 해서 반갑습니다. 다만, 군데군데 성의 없이 그린 그림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무덤을 쓴 자리 둘레에 자라는 나무가 ‘미술학원이나 제도권학교 미술교육에서 틀에 박히게 아이들한테 그리도록 시키는 엉성한 그림’이었다는 대목이 대표라 할 만합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걸맞지 않은 낱말이나 말투, 바로잡거나 다듬으면 좋을 만한 얄궂은 낱말이나 말투를 걸러내지 못한 대목도 좀 아쉽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 곁에서 늘 부대끼는 수수한 삶에서 가장 웃음이 묻어나고 눈물이 나는 삶’을 깨닫고 ‘우리 나름대로 우리 문화와 생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그림책을 찬찬히 그려 나가 준다면 좋겠습니다.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가능성을 믿고 별 다섯 만점에서 별 둘 반을 주겠습니다. (4340.3.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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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집을

충주에서 인천으로 옮겼습니다.

아직 모든 짐을 옮기지는 못했고

2/3만 겨우 옮겼고,

이번주 일요일에 나머지 1/3을 옮겨요.

 

 

1/3이라 하면,

3.5톤 짐차에 싣는 만한 부피입니다 ^^;;;;

거의 모두 책이고, 나머지는 책꽂이입니다.

 

 

저는 사다리차에 올라타 저렇게 짐을 실어

3층으로 옮겼습니다.

 

인천으로 살림집을 옮기며,

인천 배다리에 있는 헌책방골목에

<사진책(과 여러 가지 다른 책이 있는) 도서관>을 열어요.

 

 
 
올려놓고 보니,
2/3쯤 되는 책이 요로코롬 쌓이더군요 ^^;;;
 
오늘부터 새벽 일찍 일어나
차근차근 갈무리 해 놓고 있습니다.
 
4월 끝무렵까지는 마무리를 짓고
5월 1일에 정식으로 여는 게 목표입니다.
 
 
3층은 도서관,
4층은 살림집입니다.
 
 
 
사다리차에 타고
높직한 데에서 골목길을 내려다보는 것도
퍽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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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4-18 08:45   좋아요 0 | URL
인천에 관련된 글을 보고 처음 찾은 서재라 그런지 인천에 거주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네요. 인천 배다리에 조만간 다녀올 예정인데 <사진책 도서관> 한번 방문해봐야겠네요.

비로그인 2007-04-18 10:03   좋아요 0 | URL
에구 왜 사진이 안보일까... ㅜㅜ

파란놀 2007-04-18 12:23   좋아요 0 | URL
앗! 사진이 안 보이면...
http://hbooks.cyworld.com 이나,
http://cafe.naver.com/inbusu/118 으로
들어가 보셔요 ^^;;;

아직, 도서관 마무리는 안 되었지만,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러서 "알라딘 서재 보고 잠깐 구경하고 싶어서요" 하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배다리 헌책방골목 '지학사' 건물 3층이옵지요~
 

 
 2014년 아시아 경기 대회를 인천에서 하기로 했답니다. 이리하여 인천시가 거두어들이는 ‘돈 이익’이 십 몇 조라는 기사가 뜹니다. 이 돈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며, 또 누구 주머니로 들어갈는지 모를 일입니다. 인천에는 세계대회를 치를 만한 운동장이 몇 군데 없기 때문에, 앞으로 2014년까지 곳곳에 갖은 경기장을 지어야 합니다. 경기장 하나를 지을 때마다 수천 억 원이 들 텐데, 수천 억을 들여 수조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 테지요. 더구나 이런 공사감을 자꾸자꾸 만들어야 ‘사람들 일자리’도 늘어날 테고, ‘실업률이 떨어진다’고 내세우겠지요. 여러 나라 운동선수가 머물 선수촌(아파트)을 짓는다며 인천 건설업계는 눈이 반짝반짝 빛날 테고, 선수촌 아파트가 지어지기 무섭게 부동산업자들 손발은 부지런히 움직일 겝니다. 나라밖 사람들(기자와 선수)이 많이 몰려올 테니, 나라밖 사람이 보기에 껄끄러운 ‘가난한 사람 동네’는 죄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모조리 아파트로 다시 세우리라 봅니다.

 2014년까지는 앞으로 일곱 해. 늦어도 2012년까지는 ‘인천다운 인천’은 싹 걷어치우고 ‘젖과 꿀이 흐르는 시멘트 물결’로 뒤덮이리라 봅니다. 인천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겪는 일입니다. 하지만 인천이 아닌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란 없습니다. 전국 어느 산골짜기로 간다 한들, 어느 섬마을로 숨어든다 한들, 공사업자 발길과 공무원과 정치꾼 손길이 안 뻗치는 곳이 없습니다.

 쉴새없이 벌어지는 운동경기에 마음을 쏟고, 끊임없이 ‘돈되는 일’에 몸을 옮기는 우리들 손에 책이 들릴 짬이 얼마쯤 있을까요. 제 식구가 어찌 지내는지 모르고, 제 이웃이 어찌 사는가 모르는 터에, 손에 책을 쥘 일은 아예 없으리라 봅니다만. (4340.4.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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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개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웃마을에서 큰개 한 마리를 제가 사는 곳 바로 옆에다가 묶어 놓았습니다. 딴에는, 웃마을로 잡상인이 못 들어오게 막는 셈이었겠지만, 저로서는 밤낮 짖어대는 개소리 때문에 정신사납습니다. 하지만 저 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가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렇게 정신사납기보다는 개하고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요.

 요즘 세상은 인터넷판이 되어서, 어디에서든 셈틀만 켜고 자리에 앉으면 무엇이든 다 알아볼 수 있고 글쓰기나 글읽기가 아주 수월해졌습니다. 한편, 글쓰기와 글읽기가 수월해진 만큼, 남이 쓴 글을 읽고 그때그때 곧바로 댓글이나 덧글을 달며 자기 생각을 나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자기 이름이나 모습을 숨긴 채 댓글과 덧글로 남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글 하나를 죽 읽은 뒤 ‘참 좋구나’, ‘쯔쯔쯔 이런 일이’ 하고 느끼며 마지막까지 내리다 보면, 꼭 짓궂거나 얄궂게 토를 달거나 꼬투리 잡는 사람이 보입니다.

 사람이 쓴 글이니 사람 이야기라 할 테지만, 이런 댓글이나 덧글, 흔히 ‘악플’이라 하는 글은 ‘개짖는 소리’와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자칫, 개를 깎아내리는 셈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데, 멍멍 컹컹 짖는 소리하고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는 댓글과 덧글이 넘쳐나는구나 싶어요. 뜻없이 짖는 소리, 자기 혼자만 알며 지껄이는 소리, 남이야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소리, 남을 괴롭히는 소리,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도 고달플밖에 없는 소리, 누워서 침뱉기가 되는 소리입니다.

 침은 삼킬수록 몸에 좋고, 말소리는 속으로 몇 번 곰삭인 뒤 꺼내야 듣기에 좋습니다. 자동차는 자전거나 사람다리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어 좋지만, 빨리 달리는 목적을 올곧고 아름답게 펼치는 사람이 보기 드문 요즘 세상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쓰기에 좋은 인터넷이지만, 이 좋은 인터넷으로 우리 세상을 아름답고 알뜰히 가꾸는 데에 힘을 쏟고 마음을 모두는 사람을 보기 드문 우리 세상은, 사람 탓이라 해야 할까요, 사회 탓이라 해야 할까요.

 개들은 좁은 우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지내지 않는다면 함부로 짖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좁은 우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짖어대는 개처럼, 제도권 사회라는 쇠사슬에 묶인 채 조그마한 골방에 갇혀서 셈틀만 켜고 앉았는 사람들이 짓궂은 댓글과 끔찍한 덧글을 써대고 있지는 않을는지. (4340.4.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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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0 12:00   좋아요 0 | URL
악플 = 개짖는 소리

맞는 말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