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길·깃 더하기 질·짓 (2024.6.29.)
― 부산 〈책과 아이들〉
온누리에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따로 없다고 느낍니다. 겉보기로 가르자면, 이이는 잘하는구나 싶고 저이는 못하는구나 싶을 만해요. 속보기로 짚으면, 이이도 저이도 스스로 배우는 걸음마이지 싶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기에 늘 새롭고 곱게 바꿉니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을 안 기울이기에 으레 틀에 박히면서 뻣뻣합니다. 이른아침에 첫여름해를 듬뿍 쬐면서 땀을 쪽 뺍니다. 저녁을 앞두고서 씻고 빨래하고 쉽니다. 마룻바닥에 누워서 바람을 쐬다가 다시 씻고서 기지개를 켭니다. 그림꽃 《150cm 라이프》를 어제부터 천천히 읽는데, 다 다른 우리 몸은 저마다 다르게 이야기를 누리고 얻고 심으려는 뜻으로 입는구나 싶어요. 몸이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즐기고, 몸이 마르면 마른 대로 즐기고, 키가 크면 큰 대로 즐기고,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즐기는 삶이에요.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아침에는 ‘동심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하이디》(요한나 쉬피리) 몇 대목을 함께 읽고서 생각을 나눕니다. 해바람비를 머금으니 튼튼한 하이디요, 해바람비를 모두 물리치니 아픈 클라라예요. 낮에는 ‘말이 태어난 뿌리 : ㅁ’ 자리를 꾸립니다. ㅁ으로 여는 낱말은 ‘마음·말’이 밑동으로 서면서 숱한 다른 낱말을 일으킵니다. ㅂ이라면 ‘바람·바다’가 밑동으로 찰랑찰랑 춤추고, ㅁ은 말이 물처럼 찰랑이면서 마음이 맑게 출렁여요.
살랑살랑 가벼이 쓰다듬는 바람을 누린 걸음입니다. 너는 네 걸음걸이로 오늘을 누립니다. 나는 내 걸음새로 오늘을 누벼요. 너랑 나는 다르게 누리고 누빈 발걸음을 따라서 새삼스레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신나게 들려주고, 실컷 듣습니다. 신바람으로 속삭이고, 신명나게 속살입니다.
“‘길·깃’ 더하기 ‘질·짓’”이라는 얼거리를 혀에 얹어서 마음에 띄워 봅니다. 우리가 나아가는 길은 스스로 깃들 곳을 찾아서 날갯깃을 펄럭이는 하루입니다. 서로서로 짓고 짊어지니 집(보금자리)에서 포근히 지내는 살림길을 열어요.
늘 하늘빛과 함께 이곳에서 아침을 엽니다. 늘 바람결과 같이 여기에서 밤을 닫습니다. 늘 너랑 도란도란 이곳에서 수다를 폅니다. 늘 나 스스로 여기에서 갈피를 잡으면서 마음을 다독입니다.
읽으려 하기에 잇습니다. 기르려고 생각하니 씨앗을 심습니다. 이야기할 마음이기에 말을 마음껏 맑게 펼칩니다. 빚고 짓고 가꾸는 땀방울이 반가우니 온힘을 다하여 활짝 웃습니다. 낱말 하나에 흐르는 숨빛이 우리 눈과 입과 귀와 손에 깃드는 사이에 차분히 기지개를 켭니다. 말길을 틔우면서 활개를 폅니다.
ㅍㄹㄴ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이케다 마사요시/황진희·심수정 옮김, ㅁ, 2022.12.24.)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권정생, 햇빛출판사, 1985.7.1.첫/2000.10.20.중판)
《동쪽 빙하의 부엉이》(조너선 C. 슬래트/김아림 옮김, 책읽는수요일, 2022.3.31.첫/2022.4.22.2벌)
#OwlsoftheEaster Ice #TheQuesttoFindandSavetheWorldsLargestOwl #JonathanCSlaght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김영사, 2021.3.1.)
《시마네의 변호사 12》(카가와 마사히토/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6.2.28.)
#島根の弁護士 #香川まさひと
《그래도 아유무는 다가온다 1》(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5.31.)
《나의 신님 2》(유메노 츠쿠시/신혜선 옮김, YNK MEDIA, 2023.1.10.)
#夢野つくし #私の神?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