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7.6.

숨은책 1045


《胃腸病의 新療法》

 김사달 글

 한일출판사

 1962.2.10.



  어릴적에 둘레에서 ‘의사 김사달(金思達)’ 책을 많이 보시더니 어느 무렵부터 이분 책을 안 읽으시던데, 글쓴이가 그만 이른나이에 숨을 거둔 탓이지 싶어요. 혼배움으로 돌봄길(의학)을 깨우치고서 뭇사람 몸을 고쳐 주었어도, 막상 너무 바쁘게 일하느라 이녁 몸은 못 돌보거나 못 고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분이 편 돌봄손길이 틀렸다고 할 수 없어요. 쉬잖고 일하면 누구나 몸이 무너지게 마련일 뿐입니다. 1962년에 나온 《胃腸病의 新療法》인데, 안쪽에 “삼가 드리나이다. 朝鮮日報 調査部”라는 글씨가 남습니다. ‘근정(謹呈)’ 같은 한자말을 안 쓴 대목이 돋보이되, 막상 ‘조선일보 조사부’는 한자로 적는군요. 줄거리를 보면 거의 일본책을 옮긴 듯싶은데, 이 얼거리는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경리 님은 일본을 그토록 미워하셨지만 막상 일본말씨하고 일본한자말은 서슴없이 널리 썼어요. 마음과 목소리와 말과 삶이 하나로 잇닿지 못 하던 지난날입니다. 이 책을 헌책집에서 장만하던 날 남긴 글을 문득 돌아본다.


1999.12.5.해. 창영동 아벨서점. 함께살기 최종규. 거짓말도 때론 동무에게 이로운 일로 자리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좋은 뜻(?)으로 하는 일? 그 좋다는 뜻이 무어던가? 나중에 그이가 바라던 대로 ‘좋게’ 끝맺을 수 있지만 쓴 아픔으로 남을 수도 있음은 생각하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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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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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7.6.

숨은책 1068


《전설의 시대》

 토머스 발핀취 글

 이하윤·홍봉룡 옮김

 문교부

 1959.3.20.



  1946년에 연희전문을 마치고서 1952년부터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1997년 10월 10일에 몸을 내려놓은 조우현 님 책은 1998년 2월 28일에 ‘조우현 교수 기증도서’라는 이름을 달고서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깃든 듯합니다. 그러나 썩 오래 깃들 지는 못한 듯싶습니다. ‘消. 延大’라는 붉은글씨를 받고서 버림받습니다. 조우현 님은 “Oct.17.'59. Seoul”처럼 기스락에 자국을 남겼으니, 얼추 마흔 해를 건사하던 책입니다. 우리나라는 ‘불핀치’를 처음으로 언제 옮겼을까요? ‘발핀취’라고 적은 1959년판이라면 아무래도 일본책을 옮긴 듯싶어요. 그래도 ‘문교부’에서 나라돈을 들여서 이웃책을 애써 펴냈습니다. 성글거나 서툴거나 어설프더라도 배움빛을 밝히려는 뜻이 모이던 지난날입니다. 우리는 우리 옛이야기를 제대로 못 건사하기 일쑤요, 우리가 살아온 자취도 그냥저냥 쉽게 내버리기 일쑤입니다. 요사이는 새책이 끝없이 나오는데 1959년 해묵은 책 하나쯤이야 버려도 되지 않느냐고 여기기 쉽고, 참말로 숱한 책은 종이쓰레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모든 책을 건사할 수 없다지만, 거꾸로 나라 곳곳에 “모든 책을 건사하는 책터”를 하나씩 둘 노릇이지 않을까요? “모든 책을 고이 두는 책살림터”를 마련하지 못 하는 나라라면, 아무래도 몹시 후줄근할 뿐입니다.


#TheAgeofFable (1855년) #ThomasBulf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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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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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6.19.

숨은책 1064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

 정운현 글

 한울

 1995.10.2.첫/1996.1.10.재판



  처음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를 만나던 1995년 가을을 떠올립니다. 갈수록 싸움터(군대)가 나아진다고 하지만, 지난 2024년 5월 23일에 ‘여중대장 가혹행위 훈련병 살인(제12보병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이 나라가 차츰 어깨동무에 가깝게 가더라도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처럼, ‘묻지 마’ 주먹질에다가 ‘일부러’ 주먹질이 판칩니다. 저는 1995년 11월 6일에 싸움터에 들어가는 날을 앞두고서 하루하루 ‘끝말(유언)’을 적었습니다. 1995년은 길에서도 주먹떼(깡패·조폭)가 버젓이 날뛰었고, 배움터에서는 ‘사랑매’ 아닌 그냥 주먹질이 흔했습니다. 저는 싸움터에서 ‘상병 5호봉’까지 날마다 얻어맞아야 했고, 이 바보짓을 동생들이 안 물려받기를 바랐기에 ‘상병 6호봉’부터 혼자만 주먹질을 안 했습니다. 또래(입영동기)는 저더러 “야, 너 혼자 신선이야? 너 혼자 하느님이야? 네가 얘들을 안 때리니까 우리만 나쁜놈 같잖아? 여태까지 맞은 게 얼마인데, 넌 분통도 안 터져? 제발 너도 좀 같이 때려!” 하고 외쳤지만, 귓등으로 흘렸습니다. 중대장만 순이가 맡는대서 싸움터가 안 바뀝니다. 아예 싸움터를 없애야 하는데, 정 못 없애겠다면, 아이를 낳아서 돌본 아주머니가 중대장·연대장·사단장·국방부장관을 맡을 노릇입니다. ‘아이 아줌마’는 슬기로나 힘으로나 마음으로나 으뜸인걸요.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는 줄거리가 훌륭합니다. ‘일제유산’이라는 이름을 이 책이 비로소 이 나라에 퍼뜨렸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글님은 ‘큰것’만 보려고 했습니다. ‘작은것’, 이른바 수수한 사람이 살아간 곳에 깃든 ‘작은 일제유산’은 아예 안 쳐다보았다고 할 만합니다. 일본말씨하고 일본한자말도 ‘일제유산’일까요? ‘국민학교’는 이름을 바꿔도 모든 벼슬꾼(정치인)은 늘 ‘국민’을 섬기겠다고 외칩니다. ‘국민’이란 뭔가요? “일본우두머리를 섬기는 나라를 이루는 사람”이 ‘국민’이요, “일본우두머리를 안 섬기는 몹쓸 부스러기”를 ‘비국민’이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쪽이든 저쪽이든 ‘벼슬을 쥔 무리’를 섬겨야만 ‘국민’인 셈이고, 벼슬무리를 안 섬기면서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수수한 사람은 몽땅 ‘비국민’으로 여기는 끔찍한 일제유산이 아직도 온나라에 서슬퍼렇게 흐르는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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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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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1055


《꽃길》

 윤석중 글

 배영사

 1968.12.23.



  “문학을 문학만으로 본다” 같은 말을 누가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문학을 문학만으로 보자”고 외치는 분 가운데 ‘이원수 글’을 그저 ‘문학’만으로 보는 분은 드물고, ‘윤석중·방정환 글’은 그저 ‘문학’만으로 보려고 하더군요. 이원수는 ‘친일시’를 썼되, 1945년부터 온삶을 바쳐서 어린이 곁에 서며 어린이를 지키는 글을 쓰고, 가난한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일을 했습니다. 방정환은 《어린이》라는 달책을 냈되, 일본 달책을 늘 그대로 따왔고 ‘일제강점기에 얼음(빙수)을 날마다 그렇게 잔뜩 사먹은’ 삶입니다. 윤석중한테서 친일시를 못 찾는다지만, 이승만·박정희·전두환에 이르는 동안 언제나 ‘권력해바라기’로 온삶을 누리면서 외려 어린이하고 동떨어진 높은벼슬을 거느렸습니다. 아직도 ‘김동인·서정주·고은’을 그저 ‘문학’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 많은데, 그러면 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그저 ‘언론’만이라고 여기지 않을까요?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잘못이 잘못일 수 없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뒤에 걸어가는 삶을 보아야 하지 않나요?


“지금 하는 일 : 새싹회 회장, 조선일보사 편집고문, 중앙 아동 복리위원, 방송용어 심의위원, 청소년보호 대책위원, 서울특별시 문화위원, 대학적십자사 청소년 자문위원장, 대한교련 청소년 복지분과 위원장, 문인협회 이사, CISV 한국협회 부회장, 난파 기념 사업회 이사장,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보육학과·성신여자 사범대학 초등교육과·국민대학 보육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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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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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1056


《시사만평 2호》

 이명숙 엮음

 사시평론사

 1990.2.1.



  낱말책을 뒤적이는 한자말 ‘시사’가 열여섯 가지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세 가지는 쓰지만 열세 가지는 아예 쓸 일이 없습니다. 《시사만평 2호》라는 작은책에 붙은 ‘시사(時事)’입니다. 요즈음에도 ‘시사만평’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데, 거의 ‘정치·사회’를 그림감으로 삼습니다. “크게 벌어진 일”은 으레 나라지기나 벼슬아치하고 얽힙니다. 가만히 본다면 ‘정치·사회를 비꼬면서 속눈을 틔우’려는 붓끝일 테지만, 곰곰이 다시 본다면 ‘정치·사회에 파묻히고 비꼼붓에 사로잡혀서 그만 우리 보금자리·마을·터전·들숲메바다는 모조리 잊거나 등지’려는 붓끝과 같습니다. 모든 ‘시사만평’은 으레 날마다 나오는데, 날마다 이 붓끝을 펴려고 ‘새뜸(신문)’을 뒤적입니다. 몸소(직접경험) 부대끼거나 찾아보는 붓끝이 아닌, 거쳐서(간접경험) 얻은 몇 가지 조각을 잇는 얼거리예요. 또한 모든 붓끝이 서울에 쏠립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나라일(정치·사회)을 꾸린다고 여기느라 온통 서울 목소리인데, 이러다 보니 시골에서 터지는 말썽거리는 아예 눈감거나 놓치거나 흘리기 일쑤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새롭게 살림을 가꾸고 사랑으로 삶을 짓는 길을 붓끝으로 안 담거나 못 담습니다. ‘싸워서 없앨 놈’만 다루려고 한다면 오히려 얕지 않을까요? ‘살면서 풀 이야기’를 다뤄야 비로소 참다이 ‘살림붓(시사만평)’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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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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