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이육사와 정호승 (2025.7.12.)
― 대구 〈물레책방〉
대구에는 엉성하고 어설프며 좁쌀만 하게 꾸리는 〈이육사 기념관〉이 있고, 큰돈을 들여 큼지막하게 꾸리는 〈정호승 문학관〉이 있습니다. 대구라는 고장에 노래님(시인)이 많다면, 해마다 대구시에서 골목집을 두 채씩 사들여서 ‘대구 젊은글님’ 한 사람과 ‘대구 어른글님’ 한 사람한테 ‘골목글채(문학창작공간)’로 베풀 만합니다. 잿집(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야 있지만, 아침저녁과 밤낮을 느끼면서 이웃하고 어울리는 골목집에 깃들어야 비로소 “이웃하고 나누는 글살림”을 꾸린다고 봅니다. 글님 스스로 건사해서 마을빛을 가꾸는 길목으로 삼는 ‘골목글채’를 해마다 두 채씩 늘려간다면, 이 작은 씨앗힘으로 어느덧 글숲마을을 이룰 만합니다.
이름나려고 쓰는 글은 덧없습니다. 돈벌이나 힘을 노리면서 쓰는 글은 부질없습니다. 이육사 님은 총칼을 거머쥔 일본하고 맞서면서 글빛을 밝혔으나, 대구시는 참으로 후줄그레하게 팽개칩니다. 정호승 님은 전두환 사슬나라가 서슬퍼럴 적에 〈월간조선〉에서 조갑제 씨랑 일했고 요새도 이곳에 글을 싣는데, 대구기차나루 한켠에 ‘홍준표를 닮은 박정희 쇳덩이’를 세운 고장길은 참으로 초라합니다.
이른저녁에 대구 마을책집 〈물레책방〉에 깃듭니다. 실을 잣는 물레마냥, 대구라는 고장에 푸른빛이 남실거리기를 바라는 책터입니다. 언뜻 보면 꽤 커다란 대구입니다만, 곰곰이 보면 멧숲이 포근히 감싼 얼개인 대구입니다. 좁게 보면 서울은 와글와글 북새통이되, 넓게 보면 한숲(한반도 자연)이 아늑히 품은 모습인 서울입니다. 제아무리 북새판이어도 둘레에 들숲메가 있기에 사람터를 이룹니다.
풀과 꽃과 나무가 늘 ‘풀꽃잔치’를 이루기에 대구도 서울도 있습니다. ‘푸른마당’이 있기에 부산도 인천도 있습니다. ‘숲두레’가 너울거리기에 크고작은 모든 고을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일굴 만합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바라볼 곳이라면 ‘풀밭’이지 싶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스스로 헤아릴 터전이라면 ‘들숲누리’이지 싶어요.
영어 ‘green party’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 적에 아이어른이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면서 새길로 뻗는 하루를 즐겁게 지을까요? 이웃나라 일본은 ‘green party’를 일본한자말인 ‘綠色黨’으로 옮겼고, 우리나라 일꾼과 살림꾼은 우리말로 푸른사랑을 여미면서 꽃빛과 풀빛을 품어서 풀어내는 보금자리를 열 만합니다.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기에 길잡이입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거나 나라가 길들이는 대로 뒤따르기에 종살이나 놉살이입니다.
《물레걸음 no.1》(장우석 엮음, 물레책방, 2022.12.25.)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이택광, 시대의창, 2014.7.20.)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길잡이 늑대 옮김, 조화로운삶, 2007.1.2.)
#PierreRabhi #LeChantdelaTerre (2002년)
#JeanPierreCartier (1938∼2021) #RachelCartie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