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꽃 . 내가 좋아하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늘 하거나 자주 먹는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가 하고
돌아보곤 한다
그런데
늘 하기에 좋아하는 일일까?
늘 먹기에 좋아하는 밥일까?
아직 모르기에
앞으로 하려는 일과 길을
하나씩 되돌아보고
오늘 날아가는 새를 지켜본다
2025.6.26.
ㅍㄹㄴ
노래꽃 . 여름꽃
첫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이면
슬그머니 잎을 내고는
한여름으로 넘어설 무렵이면
조그마니 꽃을 피우는
낯가림을 하는 듯이
짙푸르게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옅푸르게 얌전한 대추나무를
부산 사직동 안골목
작은집 담벼락 곁에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2025.6.27.
노래꽃 . 빌고 싶은
쇠날·흙날·해날을 부산에서 보내고서
달날·불날을 부천과 서울에서 보낸다
전남 고흥 시골집은 어떤 하루일까?
이제 후박나무 열매를 딸 철인데
시골집 아닌 밖에서 돌아다니는구나
아름다운 이웃과 만나서 주고받는 마음과
하루하루 새롭게 배운 이야기를 돌아본다
오늘밤에 우리집으로 돌아가면
한동안 고요히 잠들면서
푸른살림을 짓는 수다를 펴려고 한다
별은 못 보더라도
해와 비와 구름을 바라보며 빈다
2025.7.1.
숲노래 노래꽃 . 오늘 날씨
왼팔뚝이 이따금 찌릿찌릿하다
열 살 무렵일 텐데
올라가지 말라면서 가시그물을 친
긴 울타리에 올라가서 걷다가
그만 미끄러져 손등부터 어깨까지
길고 굵게 파이며 찢어졌다
꿰맬 수 없고 흉터가 진다고 했다
아프기도 했지만
꾸지람이 더 무서웠는데
어머니는 울기만 하셨다
여름 어귀에 이르면
어린날이 문득 떠오르고
해가 가득한 날 더욱 해를 먹인다
2025.5.30.쇠
숲노래 노래꽃 . 꿈으로 그리는
오늘 만나는 너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 하루를 누린다
빗물아 반가워
멧새야 고마워
풀벌레야 멋져
나무는 하늘을 보면서 뻗고
나는 천천히 거닐면서 놀고
너는 하나씩 들려주며 웃고
더운 첫여름이 빗물에 식는다
2025.6.24.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