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같이



네가 태어난 곳하고

내가 자라난 자리는

참으로 멀고 다른데


우리는 여태 같이 놀았고

서로 나란히 뛰고 달렸고

이 말 저 말 주고받았어


너는 나랑 같이 놀며 즐겁니?

나는 너하고 얘기하며 오붓해

너는 늘 별이랑 같이 사네

나는 언제나 바람하고 어울려


2025.11.23.해.


ㅍㄹㄴ



문득 돌아보니

'같이'라는 낱말이 들어간 책이

뜻밖에 그리 많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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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정의롭지 않은



왜 맨발고무신이냐고

왜 사내가 치마 두르냐고

왜 양복 안 입고 자가용 안 모느냐고

왜 아이들을 학교 안 보내느냐고

왜 아직 대학교 안 마치느냐고

왜 긴머리를 나풀거리느냐고

묻는

바르고 반듯하고 옳은 목소리를

웃으면서 듣는다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조용히 살며,

 책벌레로 가끔 서울마실 합니다.”


2025.11.23.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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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쓸 수 있는



오늘 손쓸 수 있는 일은

오늘 차근차근 마무리하지만

도무지 손댈 수 없으면

기다리고 지켜보며 놓아둔다


문득 써낼 수 있는 글은

이제까지 걷고 서고 넘어진

앞으로도 부딪히고 앓고 다칠

찾아보고 돌아보며 지내온 삶


너도 신나게 쓸 수 있어

나도 즐겁게 쓸 수 있지


2025.11.23.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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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자살예방 2025.11.7.쇠.



앞으로 없기를 바란다면서 미리 무엇을 할 적에 ‘예방’이라 하더구나. ‘예방주사’를 놓아서 안 아프기를 바라고, ‘자살예방’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안 죽기를 바라네. 그렇지만 예방주사로는 더 아플 뿐이고, 자살예방으로는 더 죽음으로 내몬단다. 이 까닭을 읽을 수 있겠니? “망가진 나라·서울·마을·숲”은 안 돌보면서 예방주사만 만들어서 맞으라 한들, 돌림앓이는 걷어낼 수 없어. 모든 총칼(전쟁무기)을 치우고, 모든 찻길을 확 줄이고, 모든 공장을 확 줄이려 하지 않으면, 앞으로 100가지뿐 아니라 1000가지 예방주사가 나온들 몸을 더 망가뜨리거나 죽이고 말아. 어린이가 왜 스스로 숨을 끊을까? 푸름이(중·고등학생)도 괴로운 불늪(입시지옥)인데, 이제는 어린이(초등학교)한테도 모질고 무겁게 짐을 얹고서 억누르는걸. 이런 불늪을 손놓은 채 자살예방만 시끄럽게 벌인들, 외려 죽음길을 부채질한단다. ‘예방’하려고 하지 마. 네 몸을 오늘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서 가꾸렴. 네 길과 일과 집을 오늘 있는 그대로 품고 돌보고 노래하렴. 모두 오늘 이곳에서 하면 넉넉해. 억지로 없애려 하면 거꾸로 더 일어나지. 스스로 할 일을 하려는 마음이면 어느새 스스로 밝게 눈뜨면서 다 풀게 마련이야. 스스로 할 일을 잊으면서 “저걸 없애야지!” 하면서 힘쓰면, “없애려는 저것”은 도무지 안 없어지거나 더 뻗게 마련이야. 이동안 너는 “스스로 하려던 일과 길”을 더 빠르게 잊고 뒤로 미루다가 까맣게 사라진단다. ‘자살예방’은 ‘자살’을 부추기지. ‘백신’이 ‘병’을 키워. 삶을 그리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펼 일이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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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싸더라도 2025.11.8.흙.



즐겁게 짓고 다루며 쓰는 살림이라면, 돈으로 얼마짜리인지 안 따지게 마련이야. 안 즐겁게 사거나 빌리거나 얻은 살림이기에, 자꾸 돈으로 얼마짜리인지 따진단다. 너는 1만 원짜리나 100만 원짜리나 1억 원짜리를 짓거나 마련하거나 쓰지 않아. 너는 오롯이 ‘살림’을 짓거나 마련하거나 쓸 노릇이란다. 돈이나 금이나 값을 따질 적에는 ‘돈·금·값’에 마음을 기울이느라 ‘살림’을 쉽게 잊어. 네가 늘 살림을 건사하거나 다루거나 쓸 적에는, 그야말로 ‘살림’이라는 말씨를 온마음에 담는단다. 왜 비싸다고 여기겠니? 살림을 안 보거든. 왜 싸다고 여길까? 살림을 짓겠다는 마음을 잊거든. 비싸더라도 사거나 써야 하지 않아. 써야 하니까 기쁘게 맞이해서 즐겁게 쓰기에 살림살이로 자리를 잡아. 집에 들일 적부터 비싸다고 여기는 마음인 채, 내내 “비쌌어!” 하고 여기느라, 살림이 아닌 ‘비싼것’으로 뿌리내리면서 그만 못 쓰거나 잘못 쓰거나 쉽게 버리고 만단다. 늘 ‘제것’을 제대로 쓰면 될 일이야. 값은 안 대수롭지. 돈이야 벌어서 대면 어느새 다 갚고 메우고 아물지. 곁에 무엇을 어떻게 둘는지 헤아려 보렴. 너는 네 손끝에 무엇을 담거나 놓고서 하루를 어찌 누릴는지 살피렴. 즐겁기를 바라면, 어떤 돈·금·값이건 즐겁게 장만해서 기쁘게 편단다. 더 싸기를 바라니까, 돈·금·값은 이대로 잔뜩 들이면서도 삶이 헛돌다가 그만 무너지지. 햇볕에, 비에, 바람에, 별에, 꽃에, 숲에, 바다에 누가 돈을 매기니? 해바람비에 값을 매기면, 이 별이 사라진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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