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6.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어슐러 K.르 귄 글/진서희 옮김, 황금가지, 2019.1.29.
아침에 해가 나는가 싶더니 가랑비가 잇는 하루이다. 낮에 두바퀴를 달린다. 가볍게 흩뿌리는 비를 맞는다. 들녘 논두렁 풀을 베는 일꾼이 여럿 보인다. 풀이 조금만 돋으면 모조리 쳐내야 한다고 여기는 가난한 마음을 털어내지 않을 적에는 시골뿐 아니라 이 나라가 못 살아난다. 서울에서는 나무가 조금만 자랄까 싶으면 어느새 줄기와 가지를 뭉텅뭉텅 친다. 이 끔찍짓이 어떤 죽임짓인지 알아보고서 막아내어야 비로소 이 나라 아이어른이 함께 숨통을 틔우리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구름이 걷히려 한다. 천등산 줄기를 따라서 햇발이 좍좍 퍼진다. 바야흐로 긴긴 쉼날도 이제 끝난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는 내내 아쉬웠다. 큰아이도 이 책을 읽었는데, 너무 못 쓴 글이라고 투덜투덜한다. 모든 글바치가 모든 글을 잘 쓸 수는 없을는지 모르나, 아무래도 어슐러 르 귄 님은 ‘누구’한테 어떤 ‘씨앗글’을 남기고 싶었는가 하는 대목이 좀 얕은 듯싶다. ‘목소리’만 내기에 글일 수 없다. 아무리 목소리가 아름답거나 고와 보이더라도, 막상 ‘스스로 짓고 일구고 가꾸는 삶’에서 손수 길어올린 씨앗을 스스럼없이 담아내지 않는다면 허울스러울 뿐이다. 우리나라도 목소리만 넘친다. 삶과 살림과 사랑이 너무 얕거나 없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