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7.


《히틀러가 분홍토끼를 훔치던 날》

 주디스 커 글·그림/김선희 옮김, 북극곰, 2023.4.19./2024.5.10.



여름볕이 대단하다. 그렇다고 불볕이라고는 안 느낀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에 이르도록 우리집을 작은숲으로 바꾸었다. 풀과 나무와 나비와 풀벌레와 개구리와 뱀과 새가 나란히 이곳을 푸른터로 돌보았다고 느낀다. 한낮에 집안이 33℃까지 오르기는 하더라도 밤에는 29℃나 28℃로 내려간다. 아이들이 낮잠이나 밤잠을 누릴 적에는 즐겁게 부채질을 한다. 부채 하나가 있기에 여름더위를 푼다. 낮에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왔다. 노래꾸러미(시창작수첩)를 집에 놓고 나온 줄 느꼈지만, 빈종이에 새로 한 자락을 적는다. 어디에라도 쓰면 될 뿐이니까. 《히틀러가 분홍토끼를 훔치던 날》을 즐겁게 읽었다. 읽은 지 한 해가 넘으나 아직 느낌글을 미룬다. 느낌글을 얼른 매듭지으면 이 책을 떠나보낼 테니 조금 더 곁에 두면서 돌아보고 되새기고 쓰다듬는다. 나고자란 나라를 떠나야 하는 아이랑 어버이는 낯선 나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새길을 찾아야 했고, 스위스와 프랑스가 얼핏 ‘열린마음’이 있는 듯하면서도 ‘닫힌마음’이 컸다고 한다. 주디스 커 님은 여러 나라를 거쳐서 영국에 뿌리를 내렸다. 굳이 처음 태어난 나라에서 일하거나 살아야 하지 않는다. 어느 곳이건 온사랑을 기울여서 살림씨앗을 심을 수 있으면 보금자리를 이룬다.


#JudithKerr #WhenHitlerStolePinkRabbit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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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8.


《편지 쓰는 법》

 문주희 글, 유유, 2022.10.4.



나라일을 맡겠다는 벼슬꾼(장관·국무총리) 가운데 흉허물이 없는 놈이 안 보인다. 저쪽 벼슬꾼한테 이런 흉허물이 있을 적에 득달같이 손가락질하던 분들이 하나같이 얌전하다. ‘이쪽 놈’ 흉허물은 귀엽다는 뜻일까? 이렇게 이쪽저쪽으로 갈라치기를 하면서 흉허물을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기에 나라가 휘청거린다. 흉허물은 어느 쪽이든 어떤 크기이든 똑같이 흉허물이다. 지난날에는 이승만·박정희를 꽃(아이돌)으로 추켜세웠고, 오늘날에는 이쪽저쪽 모두 벼슬꾼을 꽃으로 섬긴다. 왜 ‘나(우리 스스로)’를 안 보고 ‘남’을 쳐다보는가? 누구나 저마다 꽃이요, 모든 사람이 이녁 보금자리에서 꽃씨이다. 《편지 쓰는 법》을 곰곰이 읽었다. 문득 돌아보니 지난날에도 ‘글월쓰기’를 이끄는 책이 꽤 나온 적 있는데 하나같이 일본책을 고스란히 베꼈다. 이른바 “편지투백과”라는 일본말을 그대로 쓴 꾸러미인데, “글쓰기 길잡이책”도 쏟아지니까 “글월쓰기 길잡이책”도 있을 만하겠지만, 어쩐지 우리 스스로 그냥 창피하다. 글이건 글월이건 “잘 쓰는 길”이란 아예 없다. 그저 저마다 마음을 담으면 된다. 이런 틀이나 저런 얼개를 짜야 하지 않다. 이쁜 글종이를 골라야 하지도 않는다. 부디‘틈을 틔우는 글’을 다루는 책이 태어나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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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9.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글/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2025.1.10.



큰아이가 사흘째 2000조각 맞추기를 한다. 훌륭하다. 나는 1조각조차 거들지 못 하는데, 아침에 끝이 보인다. 낮에 마침내 마치시는구나. 엊그제부터 꺾이는 여름더위를 돌아본다. “뭐? 벌써?”라 여기는 분이 많을 테지만, 긴낮(하지)이 여름꼭대기요, 잔볕(소서)하고 큰볕(대서) 사이에 여름이 조금씩 내려선다. 겨울에도 이 얼개는 같다. 어제그제는 밤에 29℃여도 땀이 안 흘렀고, 낮에 31℃여도 땀방울이 안 맺히더라. 낮밥을 차리고서 살짝 쉰 다음 뒤꼍과 고샅에 돋은 풀을 조금 벤다. 낫으로 풀을 베면 풀내음이 그윽하다. 저녁에 두바퀴로 논두렁을 가르며 하늘을 보자니, 이제 빨래는 17:30이면 걷어야겠네.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를 읽으며 아쉽고 아리송했다. 흰고래를 말하고 싶다면 흰고래한테 물어볼 노릇인데, ‘흰고래 아닌 사람살이’를 꿰어맞췄다고 느꼈다. 바다를 들려주고 싶다면 바다한테서 이야기를 들을 일인데, ‘바다 아닌 서울살이’를 짜맞췄다고 느꼈다. 바다도 바람도 고래도 헤엄이도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해서 죽이려는 불길이 타오르지 않는다. 총칼을 끝없이 벼리는 얼뜬 우두머리하고 허수아비만 불길이 타오를 뿐이다. 얼뜬 사람을 나무라려면 누가 어떻게 얼뜨기인지 짚으면 된다. 애먼 흰고래를 괴롭히지 말자.


#LuisSepulveda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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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0.


《K-공대생 열다, 책방》

 김은철 글, 오리너구리, 2024.4.24.



아이들과 곁님도 여름이 꺾인 줄 뚜렷이 느낀다. 큰아이는 “이제는 햇볕을 그대로 쬐고 걸어도 안 더워요.” 하고 말한다. 집에 바람이(에어컨·선풍기)를 안 두면서 푸른바람을 맞아들이면 철갈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온마음으로 읽는다. 예부터 누구나 ‘철사람(철을 읽고 아는 사람)’이었다. 들사람이든 숲사람이건 멧사람이건 바닷사람이건 저마다 철빛을 헤아리며 손수 살림을 짓고 사투리를 폈다. 이튿날부터 바깥일을 하러 가기 앞서 저잣마실을 간다. 큰아이가 따라간다. 등짐을 메고서 쉴 곳을 찾다가 기스락숲에 깃든다. 그야말로 거의 아무도 없고 안 오는 시골 읍내 작은숲에서 멧바람을 마시자니 뭇새와 뭇나비에다가 지네까지 우리한테 다가와서 소곤거린다. 《K-공대생 열다, 책방》을 읽는다. 조금씩 즐겁게 읽는다. 한달음에 다 읽기보다는 느긋이 헤아리고 싶다. 나는 인천 연수동이라는 잿마을(아파트단지)을 더 쳐다보기 싫어서 1994년부터 떠났다. 우리 아버지는 골목마을 작은집을 몹시 싫어하셨지만, 나로서는 모든 이웃과 동무가 골목마을에 살았다. 더 안 쳐다보려던 인천 연수동이지만, 〈열다책방〉이 이곳에 열었기에 올해 2025년에 서른한 해 만에 찾아가 보았다. 아무리 잿마을이어도 책집이 있으면 마을빛이 바뀌더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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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3.


《산기슭에서, 나 홀로》

 우에노 지즈코 글·야마구치 하루미 그림/박제이 옮김, 청미, 2025.2.20.



볕바른 하루이다. 천천히 이웃마을로 걸어간다. 07:40 시골버스를 타고서 포두면으로 건너간다. 이윽고 이웃님과 함께 영남초등학교로 간다. 오늘은 ‘바다’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이곳 고흥이 어떤 숨빛을 푸르면서 파랗게 품는지 풀어내어 이야기한다. 어린씨마다 바다를 어떻게 겪고 보고 만나고 헤아리는지 쪽종이로 적어 본다. 바탕을 이루는 바닥이면서 바람과 나란히 어울리면서 뭇숨결한테 밥을 베푸는 물방울인 바다이다. 《산기슭에서, 나 홀로》를 읽으며 자꾸 아쉽고 갸웃갸웃했다. 멧집에서 지내는 하루를 이만 한 글로 겨우 적바림하는구나. 더 낫거나 나쁜 멧골살이나 시골살이란 없다. 그저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터전이 있다. 서울살이가 나쁘거나 낫지 않다. 스스로 깃들려는 마음에 따라서 스스로 지으려는 사랑이 어울리면 어디에서나 ‘보금자리’요 ‘둥지’이다. 새는 집을 짓고서 알을 낳아 새끼를 돌본다. 새는 시골이나 서울을 안 가린다. 먼먼 옛날부터 깃든 터전만 헤아린다. 사람은 터에 따라 무엇을 보거나 느끼는가? 우리는 먼먼 옛날부터 마음과 마음으로 이으면서 슬기롭고 어질게 가꾼 살림을 보거나 느끼는가? 겉모습이나 허울이나 이름값에 얽매이는 탓에 정작 나다운 길을 스스로 잊고 잃는가?


#上野千鶴子 #八ヶ岳南麓から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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