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부르는 노래
손세실리아 지음 / 강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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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11.

다듬읽기 276


《섬에서 부르는 노래》

 손세실리아

 강

 2021.11.30.



  놀이를 하면서 저절로 피어나는 즐거운 가락이기에 노래입니다. 아이라면 소꿉놀이에 들놀이에 갖가지 놀이를 하는 동안 스스럼없이 노래합니다. ‘놀다’는 몸을 쓰는 모든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놀이노래라면 어른은 일노래입니다. 살림을 짓는 모든 길에 살림노래를 부를 텐데, 살림노래란 일노래이면서 삶노래이고 하루노래입니다. 《섬에서 부르는 노래》는 책이름에 ‘노래’가 깃들지만, 막상 속에는 ‘시’하고 얽힌 줄거리만 흐릅니다. 우리는 아직 스스로 너울처럼 놀지 못하는 터라, 노을처럼 노랗게 빛나지 못하는 탓에, 놀이로 높다랗게 피어나지 않는 바람에, ‘노래’가 무엇인지 까맣게 잊습니다. 놀이와 노래와 놀(노을·너울)과 높을 잊은 마음에는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담은 사투리인 말”이 스미지 못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시’는 ‘노래하고 동떨어진 채 꾸미는 글’이기 일쑤입니다. 꾸밈글에 갇히기에 시만 쓴다고 여길 만합니다. 꾸미는 굴레가 아닌 가꾸는 살림이자 일구는 오늘이라면 누구나 기쁘게 노래한다고 느껴요. 노래하는 마음일 적에 말결을 풉니다. 노래하는 오늘이기에 말꽃을 피웁니다. 노래하는 나랑 너이니 말씨를 심습니다.


ㅍㄹㄴ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입도(入島) 열망을 포기하는 게 다반사지만

→ 값이 마구 치솟아 섬살이를 내려놓기 일쑤이지만

→ 값이 부쩍 치솟아 섬살림을 뒤로하게 마련이지만

7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선 심히 유감이란 게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 이 일은 몹시 서운하다

→ 이런 일은 참 섭섭하다

→ 이러면 무척 떨떠름하다

7


가장 값진 재산을 익명의 방문객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 가장 값진 살림을 손님한테 내놓은 셈이다

→ 가장 값진 세간을 나그네한테 내놓았다

9


한 점 수묵화로 변하는 백 년 누옥

→ 한 자락 먹빛그림 되는 온해 오막

→ 한 자락 먹그림 되는 온살 작은집

9


활자중독증처럼 닥치는 대로 탐닉했다

→ 글벌레처럼 닥치는 대로 기웃댔다

→ 글깨비처럼 닥치는 대로 먹었다

17


불혹 즈음에 시인이 되었고, 지천명 즈음에 책방&카페를 시작했다

→ 마흔 즈음 노래꾼이 되고, 쉰 즈음에 책집·잎물집을 열었다

19


노경(老境)의 아름다움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 늙어 아름답다고 여기기도 하고

→ 아름다운 늘그막으로 풀기도 하고

27


타인의 심금까지 울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으니 애창곡(愛唱曲)이 곧 애창곡(哀唱曲)인 셈이다

→ 이웃 가슴까지 울릴 수도 있는 줄 처음 알았으니 사랑노래가 곧 눈물노래인 셈이다

→ 네 마음까지 울릴 수도 있는 줄 처음 알았으니 사랑가락이 곧 눈물가락인 셈이다

32


내 노래 중 기억에 남는 열창의 순간을 되돌아본다

→ 내가 뜨겁게 노래한 일을 되돌아본다

→ 내가 불타듯 노래한 때를 되돌아본다

36


개인차가 있겠으나 내게 시작(詩作)은 어떤 의식과도 같아서 절대적 몰입을 요하는 고도의 내밀한 작업이다

→ 다 다를 텐데 나는 노래를 비나리처럼 쓰기에 오롯이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 사람마다 다른데 나는 비나리마냥 노래를 쓰기에 온마음을 쏟아야 한다

46


나의 소확행은 문우들이 우편으로 보낸 신간을 받아 들 때다

→ 나는 글동무가 띄우는 새책을 받아 들며 즐겁다

→ 나는 글벗이 보내는 새책을 받아 들며 들뜬다

53


항목마다엔 각각 대여섯 편의 시를 배치해 자기 점검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 꼭지마다 노래를 대여섯씩 놓아 곰곰이 깊이 들여다본다

→ 자리마다 노래를 대여섯씩 두고 꼼꼼히 널리 짚는다

56


각설하고, 책이 가진 순기능의 신봉자인 연유로

→ 그러니까 책이 맞다고 여기는 터라

→ 그래서 책이 바르다고 믿는 터라

66


그것이 주는 만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 이동안 어마어마하게 즐겁다

→ 이러며 어마어마하게 흐뭇하다

67


G를 통해 그녀와 첫 만남을 가진 게 지금으로부터 대략 15년 전의 일이다

→ ㄱ을 거쳐 그이와 처음 만난 때는 얼추 열다섯 해이다

→ ㄱ을 사이로 그사람과 만난 첫날은 이제 열다섯 해이다

71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라는 걸 알게 된 이후 아이가 겪을 고통과 분노에 대해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어버이한테서 버림받은 몸인 줄 알고서 아이가 얼마나 괴롭고 불탈는지 어림조차 할 수 없다

→ 어버이가 버린 줄 알고서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불타오를는지 어림조차 못 한다

76


뭍에서의 며칠을 유유자적 보내고 섬으로 내려가기 전날

→ 뭍에서 며칠을 느긋이 보내고 섬으로 가기 앞서

→ 뭍에서 며칠을 널널히 보내고 섬으로 돌아가기 앞서

88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사전 준비가 착실한 이들에게 섬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 어떤 일을 차근차근 미리짓는 이라면 섬은 그야말로 디딤땅이다

→ 어떤 일을 벌이며 찬찬히 다지는 이라면 섬은 그야말로 새땅이다

105


누군가는 담소를 나누고, 누군가는 토막 잠에 취해 있다

→ 누구는 얘기를 하고, 누구는 토막잠을 누린다

→ 누구는 말을 나누고, 누구는 토막잠을 즐긴다

118


그동안 등한히 하거나 무시했던 나무와 풀에게, 달과 강에게 사과한다

→ 그동안 등돌리거나 얕본 나무와 풀한테, 달과 내한테 고개숙인다

→ 그동안 팽개치거나 깔본 나무와 풀한테, 달과 냇물한테 뉘우친다

150


대부분의 독서가 그렇지만 특히 이 책은 차분하게 읽고 싶고

→ 읽을 때는 으레 그렇지만 이 책은 더 차분하게 읽고 싶고

→ 책읽기는 무릇 그렇지만 이 책은 더욱 차분하게 읽고 싶고

179


거창한 말 같지만 남의 말을 빌려온 게 아니라 평소 나의 독서 지론이다

→ 대단한 말 같지만 남말을 빌리지 않고 여태 읽은 바를 밝힌다

→ 잘난 말 같지만 남말을 빌리지 않고 늘 늙어온 바를 적었다

18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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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강금순 - 강제동원과 군함도 그리고 일제 강점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 도토리숲 평화책 3
강이경 지음, 김금숙 그림, 이재갑 사진 / 도토리숲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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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6.

다듬읽기 234


《우리 엄마 강금순》

 강이경 글

 김금숙 그림

 도토리숲

 2017.8.15.



  ‘강제동원·군함도·일제강점기’를 한동아리로 다룬다고 하는 《우리 엄마 강금순》인데, 막상 책을 펴면 일본말씨가 너무 잦습니다. 옆에 있는 나라가 ‘이웃나라’가 아닌 ‘사납나라’로 으르렁거리면서 숱한 사람을 짓밟고 괴롭히고 죽일 적에 그들 우두머리가 ‘어떤 말글’을 휘둘렀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멍에와 굴레를 털어내면서 새길로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지으려 할 적에는, 가장 조그맣고 나즈막한 ‘말글’부터 되찾을 노릇입니다. 그래서 차가운 사슬나라(식민지)이던 무렵에 숱한 사람이 온힘을 다해서 우리말·우리글부터 가르치려 했고, 말글부터 제대로 배우는 바탕으로 뭇갈래 뭇살림을 스스로 익힐 수 있습니다. 지난자취를 되새기면서 오늘길을 바로세울 뿐 아니라 앞길을 차근차근 열어가려면, 가장 더뎌 보이더라도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부터 다독일 노릇입니다. 불씨(불타는 미움씨)로는 못 살릴 뿐 아니라 못 가꿉니다. 말씨(마음을 담은 생각씨)를 하나씩 사랑으로 가꾸려고 할 적에 시나브로 응어리와 생채기를 씻어내는 길을 스스로 찾게 마련입니다. 줄거리도 알뜰히 짜야겠습니다만, 줄거리를 어떤 말글로 짜는지 들여다볼 때라야 비로소, 우리 엄마와 할매와 아빠와 할배가 흘린 눈물을 닦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우리 엄마 강금순》(강이경·김금숙, 도토리숲, 2017)


마을에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 마을은 온통 목메는 소리야

→ 마을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 마을은 온통 우짖는 소리야

13쪽


왜 그렇게 가난해졌는지

→ 왜 그렇게 가난했는지

15쪽


선녀가 따로 없었지

→ 곰네가 따로 없었지

→ 꽃님이 따로 없었지

19쪽


부산항에는 큰 너울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어

→ 부산나루에는 너울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

→ 부산나루에는 큰물결이 일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

28쪽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어

→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했어

→ 밤이 이슥하도록 마음을 나눴어

35쪽


영양실조에 걸려 죽고, 강에 묻혀 죽고

→ 못 먹어 죽고, 냇물에 묻혀 죽고

→ 배곯다 죽고, 냇물에 묻혀 죽고

40쪽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렀어

→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렀어

43쪽


그곳의 아침은 일찍도 시작되었어

→ 그곳은 아침도 일찍 열어

→ 그곳은 아침도 일찍부터야

→ 그곳은 아침도 이르지

44쪽


엄마의 손발은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었어

→ 엄마는 손발이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어

49쪽


훌륭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 훌륭한 나라인 줄 알았거든

→ 훌륭한 나라라고 배웠거든

64쪽


우리는 열 명, 일본 애들은 백 명이어도 우리가 먼저 공격해라

→ 우리는 열 사람, 일본 아이는 온 사람이어도 우리가 먼저 쳐라

→ 우리는 열, 일본은 온이어도 우리가 먼저 달려들어라

66쪽


이것이 우리 선배들로부터 내려오는 지침이었어

→ 우리 언니한테서 내려오는 길그림이야

→ 우리 언니부터 내려오는 밑그림이야

66쪽


마음속에는 엄청난 분노가 끓고 있었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들끓었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불탔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불타올랐으니까

→ 마음은 엄청나게 치밀었으니까

66쪽


민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

→ 겨레배움터 길잡이를 해도 될 듯했어

→ 겨레배움터에서 가르쳐도 될 듯싶었어

6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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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홍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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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6.

다듬읽기 14


《신령님이 보고 계셔》

 홍칼리

 위즈덤하우스

 2021.8.28.



  우리말에 ‘무당’이 있습니다. 한자로 ‘무(巫)’가 있고, 일본은 ‘무속(巫俗)’처럼 ‘속(俗)’을 붙여서 우리 무당을 얕보았습니다. 하늬녘에는 ‘witch’가 있고, 일본은 ‘위치(witch)’를 ‘마녀(魔女)’로 옮겼습니다. 삶터마다 다르게 붙이는 이름인 ‘무당·witch·魔女’일 텐데, 이름은 달라도 살림길은 나란합니다. 숲을 알고 품을 줄 알면서, 넋과 마음과 빛을 풀 수 있는 가시내를 나타냅니다. 숲빛을 잊은 사람한테 숲빛을 푸르게 베푸는 길이라고 할 만합니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는 어느 날 내림빛을 받았구나 하고 느껴서 무당길을 가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홍칼리 님은 ‘늘일(연중무휴)’을 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온누리 누구나 ‘늘일’을 합니다. ‘돈벌기’를 하는 숱한 사람은 날마다 어느 만큼 토막을 쳐서 이레 가운데 몇 날만 일터를 오가는 얼거리일 테지만, 온누리 들숲바다는 늘 움직이고 피어나고 시들고 숨쉽니다. 우리 몸과 마음도 늘일입니다. 우리 몸이나 마음이 살짝(1초)이라도 일을 안 하면, 우리는 누구나 곧바로 죽습니다. 다만, 몸마음을 ‘숨돌릴 틈’이 없도록 몰아댄다면 몸마음은 지치게 마련입니다. ‘숨쉴 짬’을 내어야 ‘일을 알맞게 하면서 포근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하루를 살아요. 그래서 우리는 ‘몸이 들려주는 소리’와 ‘마음이 보는 나’를 늘 귀담아듣고 눈여겨볼 노릇입니다. 내림빛을 받는다고 할 적에는, 바로 내가 나부터 제대로 들여다보고 귀기울이라는 뜻입니다. 바깥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 안팎을 스스로 고르게 가다듬고 추스르면서 ‘사랑’을 찾아나서라고 넋이 귀띔하는 일이 내림빛입니다. 빛(영·영혼·신령)은 밖에 없습니다. 밖에는 떠돌이인 톳제비가 있습니다. 스스로(속·안) 품은 빛을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서 풀어내려고 할 적에는 앙금이나 응어리가 아닌 오롯이 ‘삶’인 줄 알 수 있습니다.


ㅍㄹㄴ


《신령님이 보고 계셔》(홍칼리, 위즈덤하우스, 2021)


모태 신앙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 말로 기도를 마무리하곤 했다

→ 배냇믿음인 나는 어릴 때부터 이 말로 비손을 마무리하곤 했다

23쪽


아침에 일어나면 일기예보 대신

→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알림 말고

→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새뜸 아닌

23쪽


계속 신의를 가지고 기도하라는 뜻으로 준 것이었다

→ 늘 곧이듣고 빌라는 뜻으로 주었다

→ 언제나 믿고 바라라며 주었다

40쪽


내 몸은 내 신당이다

→ 내 몸은 내 넋집이다

→ 내 몸은 거룩하다

41쪽


가까운 곳에 있어 언니와 동행했다

→ 가까운 곳에 있어 언니와 갔다

51쪽


삐까번쩍한 신당에서 점사를 본다

→ 번쩍거리는 절집에서 앞길을 본다

→ 번쩍번쩍한 절칸에서 길눈을 본다

51쪽


신병을 앓고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 님앓이를 한다고 느끼긴 했지만

→ 하늘내림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53쪽


각종 무속신앙에 관심이 있던 터라 거부감만 있진 않았다

→ 여러 비나리를 눈여겨보던 터라 싫지만은 않았다

→ 여러 텃믿음을 지켜보던 터라 꺼리지만은 않았다

54쪽


그 온도차가 낯설게 느껴졌다

→ 이 숨이 낯설었다

→ 이 터울이 낯설었다

56쪽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산마을

→ 티베트 기슭나라가 있는 인도 멧마을

→ 티베트 바깥살림이 있는 인도 멧마을

59쪽


모두와 합일이 되는 엑스터시, 황홀경이었다

→ 모두와 하나되는 기쁨길, 꽃길이었다

→ 모두와 한꽃으로 즐겁다. 눈부셨다

→ 모두와 어울리며 아름답다. 푹 빠졌다

→ 모두 아우르며 넋나갔다. 곱다

→ 모두 품으며 빛나는, 빛길이다

65쪽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 햇볕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65쪽


명상을 깊이 한 나머지 유체이탈을 했던 것일까

→ 마음을 깊이 닦은 나머지 몸을 벗었을까

→ 고요빛이 깊은 나머지 몸에서 나갔을까

77쪽


빙의를 체험한 후

→ 씌여 본 다음

→ 깃들어 본 뒤

81쪽


한과 흥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 멍과 신을 그리는 일이라서 그렇다

→ 눈물과 기쁨을 담는 일이기에 그렇다

90쪽


억압받는 존재들의 한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억눌린 멍울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짓눌린 고름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날개꺾인 응어리를 푸는 사람이 무당이다

91쪽


많은 노동자가 그렇듯 나도 점심시간과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종일 노동을 한다

→ 숱한 일꾼이 그렇듯 나도 낮밥과 쉴참을 빼면 내내 일을 한다

→ 다른 사람처럼 나도 낮참과 쉬는참을 빼면 늘 일을 한다

137쪽


나는 상담 중에 웃음이 나왔다

→ 나는 얘기하다 웃음이 나왔다

→ 나는 말을 섞다가 웃었다

179쪽


친구, 사업 파트너들과의 궁합도 볼 수 있다

→ 벗, 일동무와 맞는지도 볼 수 있다

→ 동무, 띠앗과 한마음인지도 볼 수 있다

21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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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과 열심 - 나를 지키는 글쓰기
김신회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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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5.

다듬읽기 274


《심심과 열심》

 김선희

 민음사

 2020.7.10.



  글밥을 먹은 지 열세 해 동안 이모저모 길어올린 ‘글쓰기 길잡이’를 담은 꾸러미인 《심심과 열심》이라는데, 글쓰기로 먹고살고 싶은 뜻에다가, 글밭과 책밭에서 글쓴이를 높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뜻을 나란히 담습니다. 글밥을 먹는 글일도 뭇일 가운데 하나입니다만, 왜 굳이 ‘글밥’을 먹어야 하는지 찬찬히 밝히는 줄거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높고 좋은 데에서 나를 알아보기를 바라는” 줄거리는 그저 아리송합니다. 글쓰기를 왜 하는지요? 돈·이름·힘을 거머쥐려는 뜻으로 글쓰기를 한다면 그야말로 부질없을 텐데요. 먼저 스스로 삶을 짓는 하루를 그릴 노릇이고, 언제나 스스로 하루하루 새롭게 짓는 살림을 펼 노릇이며, 삶과 살림을 사람으로서 사랑으로 가꿀 적에 “내가 이곳에 태어난 까닭과 길”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때에 ‘이야기’가 저절로 샘솟아요. 글은 이때부터 쓰면 됩니다. 언제나 삶·살림·사람·사랑·숲이라는 다섯 가지를 잇고 나면서 스스로 배워서 익히는 이야기가 깨어난 뒤에 쓰면 될 글입니다. 마냥 글부터 쓰려고 하기에 꾸밈글과 치레글이 넘칩니다. 게다가 일본말씨에 옮김말씨가 출렁입니다. ‘뭘’ 쓰려고 하기보다는 ‘뭘’ 품고서 살아야 스스로 즐거울는지 살필 노릇입니다. ‘글감’부터 찾으려 하지 말고 ‘삶’부터 찾아야지요.


ㅍㄹㄴ


《심심과 열심》(김선희, 민음사, 2020)


누군가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 누가 여쭙기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누가 물어서 이렇게 들려준 적이 있다

5쪽


에세이를 쓰면서 산 지 13년이 됐다

→ 글을 쓰면서 산 지 열세 해가 된다

→ 삶글을 쓰면서 산 지 열세 해이다

6쪽


목차를 작성하는 일은 곧 소재를 모으는 일이다

→ ㄱㄴㄷ를 쓰면 곧 글감이 모인다

→ 벼리를 짜면 곧 쓸거리가 모인다

→ 길눈을 매기면 곧 글감이 보인다

→ 앞뒤를 놓으면 곧 쓸거리를 찾는다

22쪽


초고는 빈 종이를 채우는 데 의의를 두고

→ 첫글은 빈종이를 채운다는 마음으로

→ 애벌글은 빈종이를 채우려는 뜻으로

23쪽


부연 설명이 필요할 때는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다시 쓴다

→ 곁들여야 하면 쉽고 단출히 다시 쓴다

→ 덧말을 달 적에는 쉽고 짧게 다시 쓴다

25쪽


첫 문장을 읽어 보면 그 문장만으로 글 한 편이 만들어질 거라 호언장담한 내가 있다

→ 첫줄을 읽어 보면 첫줄만으로 글 한 자락이 태어난다고 떵떵거린 티가 난다

→ 첫자락을 읽으면 첫자락만으로 글 하나가 나온다고 뽐내는 티가 난다

31쪽


그렇게 글쓰기가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이 된다면

→ 그렇게 글쓰기가 이 삶에서 즐겁다면

→ 그렇게 글을 쓰는 삶이 즐겁다면

→ 그렇게 글을 쓰면서 즐겁다면

43쪽


그 일기가 책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 하루글을 책으로 묶은 적이 있다

→ 하루쓰기를 책으로 낸 적이 있다

44쪽


요즘 들어 원고 노동자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 요즘 들어 글일꾼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 요즘 글바치라는 말을 자주 쓴다

51쪽


특히 독자를 넘어 문학계나 출판계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 그리고 글벗을 넘어 글밭과 책밭이 받아들이길 바랐다

→ 게다가 글이웃보다 글밭과 책밭에서 알아주길 빌었다

65쪽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까지 꺼내 보여주는 것은 솔직함이 아닌 적나라함이 될 수도 있다

→ 가슴 깊은 이야기까지 보여주면 꾸밈없기보다는 발가벗을 수도 있다

→ 가슴 깊은 이야기까지 들려주면 고스란보다는 민낯일 수도 있다

71쪽


어느새 이 루틴에 습관이 붙어서 책 원고를 쓰는 기간이 되면 매일 비슷한 양을 일하고

→ 어느새 이런 버릇이 붙어서 책을 쓸 적에는 날마다 비슷하게 쓰고

→ 어느새 이렇게 길을 들여서 책을 쓸 때에는 나날이 비슷비슷 일하고

86쪽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 온누리에는 두 사람이 있다

→ 둘레에는 두 갈래가 있다

187쪽


서점 매대 위에 놓인 걸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 책집에 놓인 모습을 볼 때마다 야릇하다

→ 책집 시렁에 놓인 책을 볼 때마다 낯설다

19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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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 이훤의 4월 시의적절 4
이훤 지음 / 난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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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9.11.

다듬읽기 271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이훤의 4월)》

 이훤

 난다

 2025.4.1.



  적잖은 분이 “좋은 의견입니다” 같은 말씨를 쓰는데, ‘무늬한글’입니다. ‘시늉한글’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우리말씨로는 “맞습니다”나 “옳습니다”나 “어울립니다”나 “잘 들었습니다”나 “잘 보았습니다”로 다듬을 노릇입니다.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이훤의 4월)》는 책이름부터 옮김말씨인데, 요새는 숱한 글이 이렇게 옮김말씨입니다. 또는 일본말씨이고, 때로는 ‘일본옮김말씨’이기까지 합니다. 영어를 할 적에는 ‘영어’를 해야겠지요. 우리말을 하듯 영어를 한다면 이웃나라에서는 못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말 아닌 옮김말씨나 일본말씨나 일본옮김말씨로 뒤틀어도 이럭저럭 알아들을 뿐 아니라, 글(문학·기사·논문)을 이렇게 써야 하는 줄 잘못 알고, 더구나 바깥말씨를 가르치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젊은이도 어린이도 어르신도 노래를 즐거이 품는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요. 삶이 베푸는 노래를 찬찬히 나누고 누리기를 빕니다. 글은 잘 써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말을 그리면 됩니다. 말은 마음을 그리면 됩니다. 마음에는 삶을 그리면 되고요.


ㅍㄹㄴ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이훤, 난다, 2025)


시간은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 젊은이는 살면서 노래를 믿는다

→ 삶은 꽃한테 노래를 베푼다

→ 봉오리는 살아가며 노래를 본다

→ 젊은이는 노래를 삶으로 품는다

9쪽


오늘은 열 개의 거짓말을 했고 열 개의 돌이 쌓였습니다

→ 오늘은 열 가지 거짓말을 했고 열 가지 돌을 쌓았다

→ 오늘은 거짓말을 열 했고 돌을 열 쌓았다

12쪽


내 위로 딛고 오르려면 다른 돌이 필요합니다

→ 나를 딛고 오르려면 돌을 더 쌓아야 합니다

→ 나를 딛고 오르려면 돌이 더 있어야 합니다

13쪽


돌들이 미끄러져내립니다

→ 돌이 미끄러집니다

14쪽


대설주의보를 전하려 대설 속으로 들어간다

→ 눈보라를 알리러 눈보라를 맞는다

→ 큰눈을 알리러 큰눈을 맞이한다

18쪽


배회하기 좋은 계절이다

→ 떠돌 만한 철이다

→ 거닐 만한 때이다

22쪽


타지의 첫 얼굴은

→ 낯선곳 첫 얼굴은

→ 이웃 첫 얼굴은

24쪽


팔을 옆으로 쭉 뻗어보세요. 몸이 길어집니다. 우리는 활공합니다

→ 팔을 옆으로 쭉 뻗어보세요. 몸이 깁니다. 우리는 바람탑니다

→ 팔을 옆으로 쭉 뻗어보세요. 몸이 길어요. 우리는 날아갑니다

28쪽


누군가는 그것을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 누구는 이를 때라고 합니다

→ 이를 하루라고 합니다

33쪽


다른 보폭으로 서로의 앞에 도착한 두 사람

→ 다른 걸음으로 서로 만나는 두 사람

→ 다르게 걸어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36쪽


마음이란 거, 항상성이란 거 지키기 쉽지 않아서 매일 달린다

→ 마음을, 늘 지키기 쉽지 않아서 날마다 달린다

→ 마음을, 그저 지키기 쉽지 않아서 늘 달린다

37쪽


최초의 용서가 시작한 사랑을 내 안으로 초대하면

→ 처음 보아주는 사랑을 내가 속으로 품으면

→ 처음 받아들인 사랑을 마음으로 모시면

→ 내가 처음 봐주는 사랑을 속으로 품으면

→ 내가 처음 풀어준 사랑을 마음으로 모시면

56쪽


이동중인 자들은 소실되지 않는 집을 찾고 있다

→ 돌아다니는 이는 잃지 않는 집을 찾는다

→ 떠나는 사람은 안 사라지는 집을 찾는다

61쪽


시간 내어 약속을 잡았다면, 적극적으로 서로를 침범하자는 함의다

→ 짬내어 만나기로 한다면, 서로 신나게 넘보자는 밑뜻이다

→ 틈내어 날을 잡는다면, 서로 나서서 들어가자는 뜻이다

68쪽


어떤 독서는 차폐된 인간도 뚫어버린다

→ 어떤 책은 닫힌 사람도 뚫어버린다

→ 어떤 책을 읽으면 막힌 사람도 뚫는다

76쪽


복수의 이미지 앞에서 우리의 상상력은 세세해지고

→ 우리는 그림을 여럿 보면 촘촘히 생각을 뻗고

→ 우리는 여러 그림을 보면 꼼꼼히 생각을 하고

82쪽


폭설을 뚫고 자라난 존재는 사월의 속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 눈벼락을 뚫고 자라난 빛은 넷쨋달 흐름을 어떻게 살피는가

→ 눈보라를 뚫고 자라난 싹은 넷쨋달 하루를 어떻게 읽는가

86쪽


부모의 사랑에 왜 우리는 인색할까

→ 왜 우리는 어버이 사랑에 꽁할까

→ 왜 우리는 내리사랑에 다라울까

147쪽


살기 시작하는 순간 그곳에서 이국적인 느낌은 옅어지고 이국만 남는다

→ 처음 사는 때부터 그곳은 낯설지 않고 다른나라일 뿐이다

→ 살아가는 날부터 그곳은 남다르지 않고 옆나라일 뿐이다

→ 이제부터 살면 그곳은 새롭지 않고 먼나라일 뿐이다

165쪽


선택적으로 읽고 싶은 대상이요

→ 골라읽고 싶은 일이요

→ 가려읽고 싶은 길이요

20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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