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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30.
까칠읽기 76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예담
2017.6.15.
‘닥치다’는 ‘부닥치다·들이닥치다’하고 잇는 말씨이다. 헤아리거나 살피지 않은 탓에 이제 눈앞·코앞으로 있거나 이를 만큼 가깝거나 바빠서 더는 어찌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짚거나 따지거나 생각하거나 가릴 틈이 하나도 없이, 눈앞·코앞에 있으면 아무것이나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는 대로 그냥·그저·마구 하거나 잡거나 먹는 몸짓을 나타낸다.
“닥치는 대로 읽다”라 한다면, 생각을 안 하고 읽는 셈이다. 눈앞에 이르러야 비로소 허둥지둥 찾아보는 매무새가 ‘닥치다(닥치는 대로)’이다.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면 “입을 닥치는(다무는)” 길밖에 없다. 허겁지겁 아무렇게나 읽거나 하거나 맞닥뜨리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을 읽으며 곰곰이 돌아본다. “닥치는 대로 + 끌리는 대로 + 오직 재미있게”를 묶는데, 그저 눈앞에 쏟아지는 대로 바쁘게 허거프게 아무렇게나 읽는다는 핑계에 ‘재미’를 붙인 셈이다. 스스로 하나씩 챙기거나 채우면서 ‘참’으로 다가서는 길이 아닌, 다그치고 닦달하듯 빨리빨리 읽어치우기만 하느라 ‘삶’을 볼 겨를은 없으나, 삶을 안 본다는 매무새를 ‘재미’라는 허울로 가리는 셈이라고 느낀다.
누가 닥치는 대로 읽을까? 삶을 안 그리는 사람이 닥치는 대로 살면서 닥치는 대로 읽거나 안 읽는다. 밥을 닥치는 대로 먹어도 되나? 아이를 닥치는 대로 낳아도 되나? 아무 집에나 닥치는 대로 들어가서 자면 되나? 누가 일을 맡기면 닥치는 대로, 그야말로 ‘아닥’하고서 넙죽넙죽 받아서 하면 되나?
이 삶이란, ‘닥치는’ 대로 할 수 없다. 아니, 어느 날은 참으로 닥치는 대로 해야 할 수 있다만, 이럴 때에야말로 더 느긋이 차분히 가만히 기다리고 지켜보면서 하나씩 갈무리할 노릇이다.
《닥치는 대로 이동진 독서법》을 간추리자면 ‘구경(간접경험)’이라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구경(간접경험)’을 높이 산다. ‘몸소(직접경험)’ 안 해도 된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그래? 그런가? 그런데 손에 종이꾸러미를 쥔 ‘책읽기’조차 ‘몸소(직접경험)’이지 않은가?
구경이 좋다면, 뭣 하러 영화를 보나? 짧아도 한 시간 남짓 흐르는 영화를 볼 까닭이 없이 5∼10분으로 간추린 유튜브를 보면 되지 않나? 아니 5분도 길 테니 1분짜리 간추림판을 보면 되겠지. 아니, 아예 안 보면 되겠지. 구경이 좋다면, 뭣 하러 밥을 먹나? 밥짓기와 밥먹기와 설거지는 모두 ‘몸소(직접경험)’이다. 그림이나 책으로 ‘잔칫밥’ 모습을 눈으로 보면 되지 않나? 자린고비마냥 눈으로 배부르게 누리면 될 노릇이다. 구경이 좋다면, 뭣 하러 숨을 쉬나? 숨쉬기는 언제나 몸소(직접경험)이다. 숨쉬기(호흡법)를 다룬 책만 읽으면 될 테니, 숨을 안 쉬면 된다.
이 삶은 온통 몸소 겪고 배우는 길이다. 몸소 안 겪으니 몸소 안 배우고, 몸소 안 배우느라 “닥치는 대로” 할밖에 없고, 닥치는 대로 허둥지둥 허겁지겁 허거프게 바쁜 하루란, 둘레도 이웃도 동무도 몽땅 못 보면서 ‘나(참나)’는 아예 잃어버리는 늪이다. 아주 조그맣다고 여기는 일부터 몸소 하기에 삶이다. 대단한 책이나 놀라운 책을 읽어야 할 까닭이 없다. 남들이 알아주는 책을 구태여 읽을 까닭조차 없다. 모든 책을 기꺼이 읽는 마음이면 되는데, “모든 책을 읽다” 같은 몸짓인 “닥치는 대로”일 수 없다.
이동진 씨는 얼핏 “책을 많이 사읽는다”는 겉치레를 하고 싶은 듯한데, ‘많이’는 ‘모두’가 아닐 뿐더러, 누구하고 견주어서 ‘많이’라는 뜻일까? 책을 안 읽어도 되니, 부디 읽은 한 가지라도 ‘구경’이 아닌 ‘몸소’ 녹여내기를 빌 뿐이다. 몸소 녹여내는 길을 간다면 이런 책을 안 쓸 테고, 글도 잔뜩 뒤틀어서 어렵게 쓸 까닭이 터럭만큼도 없을 테지. 안 배우니까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읽고, 안 배우니까 아무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게나 쓰고야 만다.
ㅍㄹㄴ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동진, 예담, 2017)
결국 저의 독서의 역사는 바로 그렇게 책을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즐기면서 사랑하게 된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 곧 제가 읽은 발자국은 바로 그렇게 책을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즐기면서 사랑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까 저는 바로 그렇게 책을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즐기면서 책을 사랑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6
흥미로운 책을 펼치고 즐기는 것이 그 시작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 재미난 책을 펼치고 즐기며 첫발을 뗀다고 말씀하고 싶습니다
→ 재미있는 책을 펼치고 즐기면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6
저는 책을 많이 산 사람 중 하나인 동시에 책에 관한 한 많이 실패한 사람일 것입니다
→ 저는 책을 많이 사면서도 책으로 쓴맛을 많이 본 사람입니다
→ 저는 책을 많이 샀는데, 잘못 사기 일쑤였습니다
→ 저는 책을 많이 샀지만, 잘못 사곤 했습니다
13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용이하고 빠르다는 점은 이제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 누리집에서 찾아보면 쉽고 빠르다고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 누리길에서 살펴보면 쉽고 빠르니, 이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16
그 외 다른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배타적이기까지 합니다
→ 이밖에 다른 곳은 등돌리거나 담을 쌓기까지 합니다
→ 이밖에 다른 데는 눈감거나 밀쳐내기까지 합니다
18
누군가가 “이동진 씨, 왜 책을 읽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 누가 “이동진 씨, 왜 책을 읽으세요?” 하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20
상대적으로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죠
→ 구경보다는 몸소 해야 한다고 말하곤 하지요
→ 보기만 하지 말고 스스로 겪어야 한다고 하지요
29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 말은 참으로 큽니다
→ 말은 아주 대단합니다
→ 말은 참 엄청납니다
30
즉 완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더군요
→ 꼭 다 읽어야 한다고 여기시더군요
→ 그래서 다 읽어야 한다고 보더군요
33
한 해 출간되는 신간이
→ 한 해 새책이
→ 해마다 나오는 책이
53
빠르게 완료하지 못할 일들이 있습니다
→ 빠르게 끝내지 못할 일이 있습니다
→ 빨리 못 마칠 일이 있습니다
58
메모하면서 책을 읽으면 독서가 깊어집니다
→ 적으면서 읽으면 한결 깊습니다
→ 쓰면서 읽으면 여러모로 깊습니다
60
소소하지만 좀더 실질적인 팁도 드려 볼까요
→ 작지만 좀더 이바지할 길도 얘기할까요
→ 수수하지만 좀더 도움말을 들려줄까요
71
어느새 좋은 책을 잘 선택하게 됩니다
→ 어느새 알찬 책을 잘 고릅니다
→ 어느새 책을 잘 가립니다
75
저자의 약한 급소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글쓴이 빈틈을 볼 수 있습니다
→ 글님 빈구멍을 볼 수 있습니다
→ 글쓴이가 엉성한 데를 볼 수 있습니다
→ 글님이 모자란 곳을 볼 수 있습니다
77쪽
저는 이 모든 게 부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 저는 이 모두가 고물이라고 여겨요
→ 저는 이 모두가 부스러기라고 봐요
→ 저는 이 모두가 뒷밥이라고 느껴요
91쪽
그야말로 읍참마속의 심정입니다
→ 그야말로 내버리는 마음입니다
→ 그야말로 쳐내는 마음입니다
→ 그야말로 눈물칼 같은 마음입니다
→ 그야말로 눈물로 잘라냅니다
104쪽
저는 그걸 직업윤리라는 말로 바꾸고 싶은데요
→ 저는 이를 길눈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은데요
→ 저는 이를 길잡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은데요
→ 저는 이를 일넋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은데요
117쪽
이야기라는 속성 자체가 시제의 개념이 있고
→ 이야기에는 이미 때가 깃들고
125쪽
욕망은 너무 크고, 능력은 안 되는 게 늘 괴로워요
→ 꿈은 너무 크고, 재주는 안 되니 늘 괴로워요
→ 너무 크게 바라고, 힘은 안 되니 늘 괴로워요
16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