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식물학자가 자연에서 찾은 풍요로운 삶의 비밀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존 버고인 삽화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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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12.

까칠읽기 83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로빈 월 키머러 글

 존 버고인 그림

 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5.27.



《The Serviceberry》를 옮긴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책이름을 왜 바꾸었을까? 난데없다. 왜 ‘베리’라는 영어를 우리말로 안 옮겼을까?. “숲(자연)은 셈(계산)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 책이 들려주려는 줄거리하고 안 맞기도 할 뿐 아니라, 들숲메를 너무 모르는 말이라고 느낀다.


윤동주 님이 남긴 노래 한 자락은 〈별 헤는 밤〉이다. 사투리로 ‘헤다’요, 서울말로 ‘세다’이며, ‘헤다 ㄱ’은 ‘헤아리다’로 뻗는 밑동을 이루는 낱말이다. ‘헤다’는 꼴은 같되 다른 낱말이 여럿이다. ‘헤엄’과 ‘헤치다’와 ‘헹구다’를 가리키는 ‘헤다 ㄴㄷㄹ’이 있다.


들숲메는 헤아리지(헤지·세지·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들숲메는 늘 헤아리고, 헤고, 세고, 생각한다. 사람만 헤아리지 않는다. 풀꽃나무뿐 아니라 돌흙모래도 철과 날과 달과 해를 헤아린다. 바람과 바다도 철과 날과 달과 해를 헤아린다. 헤아리지 않는다면 이 푸른별은 이미 망가졌다.


언제 싹트거나 움틀는지 헤아리는 씨앗이다. 언제 뿌리내리고 줄기를 뻗을는지 헤아리는 씨앗이다. 언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에 조용히 흙으로 돌아갈는지 헤아리는 씨앗이다. 그저 ‘사람과 다르게 헤아릴’ 뿐이다. 바람과 바다도 ‘사람과 다르게 헤아린’다. 사람처럼 헤아리지 않는다면 ‘헤아리지 않는다’고 해도 되겠는가? 아니다. 해파리는 해파리대로 헤아리고, 문어는 문어대로 헤아리고, 파리와 모기는 파리와 모기대로 헤아린다.


숱한 들딸과 멧딸과 숲딸은 다 다른 철에 다른 꽃을 먼저 피우고서 다 다른 맛과 냄새와 빛깔로 알이 익는다. 다 다른 딸(딸기)은 다 다르게 자라면서 다 다른 숲짐승과 사람한테 이바지한다. 사람만 다 다르지 않다. 모든 숨결이 다 다르다. 들과 숲과 메를 이루는 빛도 언제나 다르다. 이 다른 결이 얼마나 다른지 헤아릴 때라야 비로소 들숲메바다를 다루는 글과 책을 제대로 쓰고 옮길 수 있으리라 본다.


ㅍㄹㄴ


서비스베리님은 실제로 수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의 여러 다른 주민들이 그 혜택을 입는다. (15쪽)


#TheServiceberry #RobinWallKimmerer


+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


저녁의 서늘한 숨결이 언덕 숲에서 흘러나와 낮의 열기를 흩뜨리고 새들이 모여든다

→ 서늘한 저녁 숨결이 언덕숲에서 흘러나와 낮볕을 흩뜨리고 새가 모여든다

→ 언덕숲에서 부는 저녁바람이 서늘하여 낮볕을 흩뜨리고 새가 모여든다

11쪽


왁자지껄한 부름 소리가 웃음소리처럼 들린다

→ 왁자지껄한 새소리가 웃음소리 같다

→ 왁자지껄 새소리는 웃음소리처럼 들린다

11쪽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는 이 순간, 내 동명이인들에게 더없는 유대감을 느낀다

→ 즐겁게 웃음을 터뜨리는 너랑 나는 더없이 가깝다

→ 환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너와 나는 더없이 살갑다

11쪽


풍성한 베리는 땅이 베푸는 순수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 푸진 딸기는 땅이 베푸는 빛나는 열매라고 느낀다

→ 이 땅은 푸짐한 딸기를 눈부시게 베푼다고 느낀다

12쪽


서비스베리님 같은 절기 식물은 토착민이 철마다 식량을 찾아 거주지를 옮길 시기를 정하는 데 중요하다

→ 텃사람은 철마다 밥살림을 찾아 삶터를 옮길 적에 들딸기님 같은 철맞이풀을 살핀다

→ 텃내기는 철마다 먹을거리를 찾아 터전을 옮길 적에 베풂딸기님 같은 철풀꽃을 본다

→ 텃님은 철마다 밥감을 찾아 마을을 옮길 적에 멧딸기님 같은 제철풀꽃으로 가늠한다

14쪽


이런 감사에는 ‘고맙습니다’라는 공손한 말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 이런 말은 ‘고맙습니다’라는 점잖은 말보다 훨씬 크다

→ 이런 절은 ‘고맙습니다’라는 얌전한 말보다 훨씬 뜻깊다

19쪽


받은 선물을 헤아리면 풍요의 감각이 생겨난다

→ 받은 빛을 헤아리면 넉넉하다고 느낀다

→ 받은 사랑을 헤아리면 푸지다고 느낀다

22쪽


필요한 것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 살림살이를 이미 갖춘 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 이미 다 있는 줄 알기 때문이다

22쪽


관계로서의 호혜성에 대해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 주고받는 사이를 똑똑히 해두어야겠다

→ 오가는 바를 또렷이 해두어야겠다

→ 어울리는 뜻을 뚜렷이 해두어야겠다

24쪽


자연경제에서 흐름의 원천이 태양이라면

→ 숲살림이 샘솟는 곳이 해라면

→ 숲살이가 흐르는 바탕이 해라면

29쪽


천연자원은 우리가 가치를 부여하는 무언가로 전환될 연료를 뜻하니 말이다

→ 나무돌흙은 우리가 값을 매길 만하게 바뀔 땔감을 뜻하니 말이다

→ 돌흙나무는 우리가 값을 붙이려고 바꾸는 밑감을 뜻하니 말이다

39쪽


선물 경제의 단위는 나가 아니라 우리다

→ 먼저 얻는 살림은 나가 아니라 우리다

→ 미리꽃은 나가 아니라 우리로 본다

51쪽


자연계를 사유재산이 아닌 선물로 이해하면 자신의 것이 아닌 풍요의 축적에는 윤리적 제약이 따른다

→ 숲을 돈이 아닌 빛으로 여기면 혼자 거머쥐지 않고 넉넉히 쌓으면서 곧은길로 가른다

→ 들숲메를 돈주머니 아닌 빛으로 보면 혼자 움켜쥐지 않고 널리 모으면서 옳게 가눈다

52쪽


식탁 장식용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며 흐뭇해한다. 교환의 화폐는 은밀히 주고받는 미소다

→ 밥자리를 꾸미려고 가져가면 흐뭇해한다. 주고받는 돈이란 넌지시 주고받는 웃음이다

→ 밥자리 멋살림으로 가져가면 흐뭇해한다. 오가는 돈이란 가만히 주고받는 웃음이다

60쪽


도서관, 공원, 산책로, 문화경관을 우리는 공공재로 여기며 공유자원이라고 부른다

→ 우리는 책숲, 쉼터, 거님길, 살림마당을 고루거리로 여기며 나눔살림이라고 한다

→ 우리는 책터, 쉼터, 마을길, 살림자리를 두루거리로 여기며 모둠살림이라고 한다

74쪽


주체가 ‘무언가’가 아니라 ‘누군가’이므로 소비에 도덕적 딜레마가 따른다

→ 임자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이므로 함부로 쓸 수 없다

→ 지기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이므로 마구 쓸 수 없다

80쪽


나는 평생 식물에게 여러 문제에 대해 가르침을 구했다

→ 나는 여태 풀꽃한테 여러 가지를 배웠다

→ 나는 이제껏 푸나무한테 물어보며 살았다

87쪽


공짜 원료인 빛, 물, 공기의 선물을

→ 빛, 물, 바람을 거저로 받아서

→ 빛, 물, 바람을 그냥 얻고서

88쪽


여기에는 교육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 여기서 배울 대목도 있다고 말한다

→ 여기에 배울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108쪽


나는 식물학자이기에 들판과 숲의 세계에 가르침이 있다는 걸 안다

→ 나는 풀꽃지기이기에 들판과 숲이 우리를 가르치는 줄 안다

→ 나는 풀손가락이기에 들판과 숲한테서 배우는 줄 안다

116쪽


체제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 틀은 어떻게 거듭날까

→ 얼거리는 어떻게 바뀔까

120쪽


우리 부족은 카누의 부족이었다

→ 우리는 배겨레였다

→ 우리는 거룻배겨레였다

131쪽


바침은 한데露地에서만 이루어졌으며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는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

→ 한데에서만 바쳤으며 우리 마을에서는 바친 적이 없다

→ 길에서만 바쳤으며 우리 마을에서는 바치지 않았다

13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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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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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9.

까칠읽기 85


《화가들의 꽃》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엮음

 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3.11.



  《화가들의 꽃》이라고 해서 장만해서 읽는데, ‘일본 붓잡이가 담은 꽃’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어울릴 텐데 싶다. 일본 붓잡이를 잔뜩 보여줄 뿐 아니라, 일본 붓잡이한테서 배우거나, 일본 붓잡이가 선보인 붓빛을 따라한 꽃그림을 줄줄이 보여주는 얼거리이니까.


  “붓바치 꽃”을 말하거나 다루려 한다면, 인도와 중국과 베트남과 티벳 같은 나라에서 담아낸 꽃그림도 들여다볼 일이지 않을까? 콩고와 수단과 모잠비크와 나미비아 같은 나라에서 바라보는 꽃그림도 헤아릴 일이지 않을까?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와 브라질은 어떤 꽃그림을 선보였을까?


  《화가들의 꽃》에 나오는 꽃그림을 보자니,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하고 ‘존 제임스 오듀본’을 흉내내었구나 싶은 꽃그림도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정작 이 두 사람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다. 들숲을 사랑하면서 들숲에 온삶을 담그면서 붓끝을 편 ‘어니스트 톰슨 시튼’과 ‘장 앙리 파브르’ 같은 사람이 남긴 꽃그림을 들여다본다면, “꽃그림이 덧없게 보인다(7쪽)”는 말이 아예 안 나왔으리라고 본다.


  나는 우리나라 ‘박정희 그림할머니’가 남긴 꽃그림을 보여주고 싶다. 다섯 아이를 돌보았을 뿐 아니라, 작은자리에서 언제나 자그맣게 살림살이를 여미다가 예순을 훌쩍 넘기곳 꽃그림으로 피어난 작은할머니가 선보인 붓빛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바바라 쿠니 님은 《엠마》라는 작은 그림책으로 독일 어느 그림할머니 이야기를 펼친 적이 있다. 요하나 슈피리 님이 남긴 《하이디》를 보면, 하이디가 어떤 꽃을 사랑했는지 똑똑히 알 만하다. 위다 님이 남긴 《플란다스의 개》에도 꽃이 나오지. 셀마 라게를뢰프 님이 남긴 《닐스의 신기한 모험》에 나오는 꽃을 헤아려 본다. 일론 비클란드 님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 글에 얹은 그림이 빛나는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는 꽃바람이 물씬물씬 흐르면서 눈부시다.


  ‘화가·예술가’란 어디에 사는 누구인가? 그림이란 무엇인가? 꽃그림이란 무엇인가? 부디 ‘붓’이 어떻게 처음 태어났고, ‘종이’는 어디에서 얻으며, ‘물감’은 어디에서 오는지, 차분히 돌아보기를 빈다. 꽃그림 이야기를 이토록 허술하고 후줄근하게 담아도 될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53쪽 그림을 보면, 두바퀴(자전거)를 엉터리로 그렸다. 잘 보라. 발판이 저런 모습이면 두바퀴가 구르겠는가? 터무니없다. 두바퀴를 탄 적이 없는 사람은 발판을 하나같이 엉터리로 그리는데, 두바퀴를 타는 사람조차 발판을 엉망으로 그리기 일쑤이더라. 한 발로 짚는 발판이 위로 가면, 다른 발로 짚는 발판은 밑으로 가는데, 둘은 나란해야 한다. 또한, 발판은 톱니보다 길쭉하게 나온다. 두바퀴를 엉성하게 그리는 붓꾼은 으레 다른 곳도 제대로 안 그리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더라.


ㅍㄹㄴ


꽃 그림은 언뜻 보면 꽃의 생명력만큼이나 덧없게 보이기도 합니다. (7쪽)


1930년대 초 일본으로 돌아간 후지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국수주의적 선전물을 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명성도 예전 같지 않게 되었죠. 나중에는 프랑스로 돌아가서 시골에 정착했고, 어느 예배당을 설계한 후 가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16쪽)


인상파 시대 이후 서양의 화가들이 일본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면 메이지 시대의 목판화를 살펴보세요. (103쪽)


#theBookoftheFlower #FlowersinArt #AngusHyland #KendraWilson


+


《화가들의 꽃》(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


언뜻 보면 꽃의 생명력만큼이나 덧없게 보이기도 합니다

→ 언뜻 보면 꽃숨만큼이나 짧아 보이기도 합니다

7쪽


작은 초상화에 어울리는 친근한 느낌을 풍깁니다

→ 작은 얼굴꽃에 어울리듯 살갑습니다

→ 작은 얼굴그림에 어울리듯 포근합니다

7쪽


뉴욕에 소개했어도 인기 만점이었을 겁니다

→ 뉴욕에 내놓았어도 눈을 끌었습니다

→ 뉴욕에 내었어도 사로잡을 만합니다

7쪽


그의 말을 빌리면 “안락의자처럼” 편안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죠

→ 그는 “아늑걸상처럼” 아늑히 그림을 그려도 즐겁다고 생각했죠

→ 그는 “폭신걸상처럼” 포근히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생각했죠

1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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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마지막 선택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최재천 지음 / 김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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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9.

까칠읽기 84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최재천

 김영사

 2021.3.1.



  미국에서 돌봄길(보건복지)을 맡는 일꾼은 ‘미리맞기(백신)’를 아무한테나 함부로 안 하는 길을 세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새로 돌봄길을 맡는다는 분은 ‘미리맞기’를 마구 퍼뜨려서 숱한 사람이 죽거나 다쳤는데 아무 말도 뒷일도 안 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돌봄길을 맡겠다는 분은 이모저모 돈벌이를 많이 해왔다. ‘이해충돌 방지법’은 뭐하러 있을까?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를 읽는 내내 갸우뚱했다. 글쓴이는 여러모로 똑똑하게 말을 하는 듯하지만 글쓴이 스스로 무엇을 바꾸거나 하거나 나선다고 하는지 하나도 알 수 없다. 글쓴이는 우리가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면서 “불편한 삶”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불편한 진실”과 “불편한 삶”이 무엇인지 똑똑히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주 작은 한 가지라도 글쓴이부터 스스로 바꾸는 일을 밝힐 노릇이지 않을까? “푸르게 바꾸는, 슬기롭게 이 별에서 살아가려는” 길은 하나도 안 어렵다. “숲을 품으며, 슬기롭게 어울려 살아가려는” 살림은 그냥 쉽다. ‘산책’이 아닌 ‘걸으’면 된다. 부릉부릉 몰지 않으면 된다. 쉴 때에 걷는다는 ‘산책’이 아니라, 저잣마실을 걸어서 다녀오면 된다. 바깥일을 볼 적에는 여느길(대중교통)에 몸을 실으면 된다.


  한여름에 부채만 쓰면 된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더위에 어떻게 부채로 견디냐고 묻지 말자. 나무와 풀이 자라는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할 노릇이고, 잿더미(아파트)라 하더라도 나무가 우거지는 터전으로 바꿀 노릇이다. 서울이건 큰고장이건 잿더미 아닌 골목마을이 아직 있다. 골목집 할매할배는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 나무를 심고 풀꽃을 돌본다. 그래서 골목마을은 아주 골목숲이라 할 만하고, 골목숲에 깃들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포근하다. 나무 한 그루를 품는 집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아주 다르다. 그러나 이 대목을 살피거나 외치는 ‘과학자·생물학자·생타학자’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를 보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육질향상’ 같은 말이 나온다. ‘비교적 안전한 먹거리’라고도 나오는데, 무슨 소리인가? ‘듣기 좋은’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글이지 않은가? 또한, ‘말라리아 퇴치 3조 원’을 해마다 쏟아부어도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죽는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샅샅이 짚어야 하지 않을까? 돈은 어디로 새나? ‘미리맞기(백신)’가 오히려 더 퍼뜨리고 죽이지 않는지 따져야 하지 않나?


  ‘백신 맞고 죽은 사람’ 앞에서는 아무 할 말이 있을까, 없을까? 숲을 잊은 채 ‘숲’이라는 낱말조차 모르면서 ‘자연·생태·환경’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에 갇힐 적에는, 우리 스스로 마음과 몸이 나란히 갇힌다. 들숲메를 등진 채 ‘들·숲·메’라는 낱말을 우리 스스로 잊어버리면, 바로 우리 스스로 들빛도 숲빛도 멧빛도 모를 뿐 아니라, 아이들한테 잿더미만 남기게 마련이다. ‘화이자·모더나’를 추켜세우는 말은 있되, 이런 미리맞기로 얼마나 많이 죽거나 다쳐야 했는지 아예 한 줄조차 없는 책이라면, “불편한 진실”은 아예 벙긋조차 안 한 셈이라고 느낀다.


ㅍㄹㄴ


게다가 우리는 그동안 소, 돼지, 닭 등을 사육하며 육질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 위험한 기생충과 병원체를 제거해 비교적 안전한 먹거리로 만들었다. (45쪽)


문제는 말라리아였다. 방역과 퇴치에 연 3조 원 남짓 쏟아붓건만 여전히 해마다 40만 명 이상 죽어나간다. (51쪽)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8 백신의 효험이 90퍼센트를 넘는다. 독감 백신의 효험이 기껏해야 50퍼센트 수준인 걸 감안하면 정말 놀랄 만큼 좋은 백신이다. (56쪽)


우리 정부는 국민의 ‘행동 백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접촉자 추적 시스템을 가동해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 (58쪽)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길은 우리 각자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불편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110쪽)


+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김영사, 2021)


호수라 부르기에는 좀 과한 게 사실이다

→ 못이라 하기에는 좀 작다

7쪽


불현듯 소로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 불현듯 소로 님한테 글월을 쓰고 싶었다

→ 불현듯 소로 어른한테 글을 쓰고 싶더라

9쪽


자작나무를 나무 중의 왕이라 일컬었다

→ 자작나무를 으뜸나무라 했다

→ 자작나무를 가장 높이 쳤다

→ 자작나무를 첫손으로 꼽았다

9쪽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환경 재앙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푸른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숲벼락과 거의 같다

→ 파란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날벼락과 비슷하다

17쪽


그 최초의 누군가는 무슨 연유로

→ 첫사람은 무엇 때문에

→ 첫사람은 왜

→ 첫사람은 어찌하여

42쪽


거의 맹목적으로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보응적報應的, reciprocal인 사람

→ 거의 눈멀듯 베푸는 사람, 그리고 주고받는 사람

→ 거의 무턱대고 주는 사람, 그리고 받으면 주는 사람

78쪽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길은 우리 각자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불편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 거북한 민낯에는 우리 스스로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몸소 살림을 짓겠다고 다짐하는 길이 가장 어질다

→ 참이 괴롭더라도 우리 스스로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손으로 짓겠다고 다짐하는 길이 가장 슬기롭다

110쪽


《논어》의 한 구절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다

→ 《논어》 한 자락 ‘틈새두기’를 펼치자고 말한다

→ 《논어》에 나오듯 ‘알맞은 틈’이 되자고 밝힌다

15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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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격류였다
고은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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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8.

읽었습니다 341



  ‘고은 시인’ 민낯은 어젯일이 아니다. 어제에 오늘에 앞일이다. 《나는 격류였다》 같은 책은 아직도 버젓이 팔린다. 게다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펴내었더라. 그러나 고인 한 사람하고만 얽힌 일이 아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일으킨 우두머리는 한 사람일 테지만, 이 일하고 얽힌 사람은 수두룩하다. 고은 곁에서 고물을 나눠먹을 뿐 아니라 글담(문단권력)을 높다랗게 쌓은 무리가 아직 단단하다면,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일으킨 책만(출판권력)도 담벼락이 높고 단단하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쪽에 있는 이가 저쪽에 있고, 저쪽에 있는 이가 이쪽에 있다. 여태까지 이 나라 글밭과 책밭을 쥐락펴락하는 무리를 싹싹 쓸어낼 노릇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65/0000001610?sid=102


《나는 격류였다》(고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0.11.15.)


ㅍㄹㄴ


번역은 문이 열려버린 이 세계에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소통의 행위입니다. 그것은 이제 식욕이나 성욕 같은 수준의 삶의 요소가 되었습니다. (406쪽)


나의 언어는 모국어이자 우주어입니다

→ 나는 엄마말이자 온말을 씁니다

→ 우리말은 엄마말이자 누리말입니다

386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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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 가장 진실한 허구, 퍼렇게 빛나는 문장들
존 밴빌 지음, 이수경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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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6.

까칠읽기 82


《케플러》

 존 밴빌

 이수경 옮김

 이터널북스

 2023.12.15.



  우리나라에는 어쩐지 ‘갈릴레오’만 지나치게 알려지고 ‘케플러’는 제대로 안 알려졌다. ‘세계문학’과 ‘위인전’이라는 이름조차 일본이 붙였고, 이 얼거리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뿌리가 깊은 탓이라고 할 만하다. 더구나 적잖은 ‘갈릴레오 위인전’은 틀린 이야기를 그저 추켜세우려는 뜻으로 그냥 싣기까지 한다.


  케플러 이야기를 알아보는 길동무가 될까 싶어서 《케플러》를 읽었으나, ‘소설’이라는 핑계를 붙인 글인 탓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곁다리를 긁는 쪽으로 한참 기운다. ‘소설’이라는 틀이기에 글쓴이 마음에 따라서 요모조모 살을 입힐 수 있다지만, 굳이 왜 이런 글을 써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어쩌면 ‘누가 영화로 찍어 주기 바라’면서 글을 썼구나 싶기까지 하다.


  케플러라는 사람이 짝꿍을 만나서 어떻게 살을 섞었는지, 가시아버지하고 어떻게 부딪혔는지, 이런저런 뒷이야기를 적는 글이 ‘소설’이라면, 이 꾸러미도 이모저모 이바지하리라 본다. 그렇지만 케플러를 다루려는 글이라 한다면, 어릴적부터 별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키운 길을 그려야 어울리지 않을까? 처음 별을 마주한 기쁨과, 처음 별길을 찾아낸 보람과, 처음 별을 마음에 품으면서 꿈을 그리는 사랑을 그려야 비로소 소설이지 않을까?


  끝없이 풀고 다시 맺는 길을 거쳐서 드디어 ‘화성 돌잇길’을 찾아낸 손빛을 그려내기가 그렇게까지 어려울까? 아무래도 《케플러》라는 책은 오히려 ‘케플러’를 더 알 길 없는 수렁으로 몰아넣는 담벼락 같다. 케플러를 다루는 몇 없는 한글판이 이토록 후줄근하다니 더없이 슬픈 일이다.


ㅍㄹㄴ


바르바라와 장인이 보기에 케플러의 천문학 연구는 시간이 남아서 하는 소일거리, 그의 무책임함을 증명하는 행동일 뿐이었다. (32쪽)


놀란 눈동자처럼 부풀어 있는 젖가슴과 단단해진 젖꼭지……. 케플러는 아내에게 다가갔다. 마치 조각난 껍데기처럼 옷을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그녀는 발끝으로 서더니 그의 어깨 너머로 창문 밖 거리를 흘겨보았다 … 그것은 지나친 동시에 충분치 않았다. 둘 사이의 가장 진실하고 본질적인 어우러짐이 그저 욕정에 불타 살을 섞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 것이다. 케플러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을 깨달았고 바르바라는 끝내 깨닫지 못했다. (87쪽)


하인리히가 한 손에 술잔을 든 채 은밀한 미소를 띠며 비틀비틀 다가와 형의 의자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무슨 파티 같다, 그렇지? 더 자주 와.” 그가 씨근거리며 웃었다. (179쪽)


#KeplerAnovel (1981년) #JohnBan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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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존 밴빌/이수경 옮김, 이터널북스, 2023)


이 상황도 아침에 꾼 꿈의 파편일까

→ 이 일도 아침에 본 꿈조각일까

19쪽


직무를 다시 배분해야겠군

→ 일감을 다시 갈라야겠군

→ 일을 다시 나눠야겠군

25쪽


잠시 내면의 평온을 얻는다 해도

→ 한동안 고요하다 해도

→ 문득 마음이 차분하더라도

→ 살짝 차분할 수 있다 해도

27쪽


무엇인가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꼈다

→ 무슨 일이 조용히 흐르는 줄 느꼈다

→ 넌지시 뻗어가는 일을 느꼈다

91쪽


이따금씩 흐느끼는 소리만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만 흐릿하게 새어나온다

91쪽


만리타향에서 저렇게 개처럼 죽어가다니

→ 멀리에서 저렇게 볼품없이 죽어가다니

→ 아득터에서 저렇게 초라하게 죽어가다니

13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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