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4. 띄우고 나서
흔들흔들 덜컹덜컹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나오는 길에 노래를 두 꼭지 쓴다. 이 가운데 한 꼭지를 흰천에 옮겨적어서 경기 파주로 띄운다.
시골 읍내로 나오는 버스에서 멧자락을 돌아보고 여러 마을 사이를 지나는데 오동꽃에 개오동꽃에 국수나무꽃에 늦봉꽃이 한창이다. 그리고 뭉텅뭉텅 줄기와 가지가 잘린 나무, 풀죽임물을 뿌려대는 사람들 …….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아니라 보고 싶은 빛을 헤아리며 작은책 《그래봤자 꼴랑 어른》(한주형, 글이, 2020)을 읽는다. 아이랑 주고받은 말을 담은 꾸러미가 싱그럽다. 아이한테서 배우고, 아이랑 살림짓는 길을 익히기에 비로소 어른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 아름다운 책”이란 뭘까? 우리는 아름책은 모르거나 등지거나 멀리하면서 이름책에 사로잡힌 굴레이지 않을까? 아름책을 주머니 털어서 사읽고서 아름글을 여미는 삶길이 아닌, 이름책에 얽매여서 이름글을 똑같이 낳는 젯바퀴이지 않은가?
저잣마실을 앞두고서 볕바른 자리를 찾아간다. 마음글을 두 자락 쓰고서 보금숲으로 돌아가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