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2. 진주관광홍보물



  진주시외버스나루에 ‘진주관광홍보물’ 놓는 자리가 있고, 만화책이 덩그러니 있다. 2003년에 나온 빳빳한 만화책이다. 누가 놓았을까. 텅빈 자리가 쓸쓸하니 만화책을 펴며 쉬어가자는 뜻이겠지. 고이 모시던 만화책을 살살 넘긴다. 알뜰히 건사하던 책이로구나.


  문득 생각한다. 진주에 알뜰한 헌책집이 여럿 있다. 진주시청에서 이 여러 헌책집에서 손길책을 날마다 두 자락씩 사서 이 칸에 놓는다면 참 멋스러우리라 본다. 오며가며 읽고, 미처 못 읽으면 그냥 버스와 함께 길을 떠나고, 다 읽은 책은 버스마다 있는 그물주머니에 담고.


  손길책이 시외버스를 따라서 돌고돈다면, 어느 날 다시 진주로 올 테지. 또는 어느 책을 고이 품고 싶은 책벌레 곁으로 깃들 수 있다. 헌책집이 있는 모든 고장에서 이렇게 날마다 두 자락씩 손길책을 놓으면서 여러 사람하고 긴긴 마실길을 떠나 보라고 슬쩍 마음 한 자락 써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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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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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9. 해를 바라보며



  부산마실을 하면서 깃새글꽃(상주작가) 한해살림을 보내기로 하니, 뜻밖에도 책집마실을 할 틈이 밭고, 책을 사읽을 겨를뿐 아니라, 겨우겨우 조금 산 책을 들출 짬마저 거의 없다. 하루일을 마치면 드러누워서 곯아떨어지기 바쁜 사흘이었다.


  문득 돌아본다. 나는 우리 보금숲에서 일할 적에는 고단하거나 힘들 적마다 집안일을 하며 쉬었고, 아이들하고 배우며 나누는 말마디가 새롭게 북돋았다. 숨돌리려고 두바퀴(자전거)를 몰거나 시골버스를 타고서 저잣마실도 하고 나래터를 다녀오기도 한다. 이와 달리 깃새글꽃으로 지내자니 집안일도 두바퀴도 누릴 수 없네. 그나마 해바라기를 하며 기운을 차린다.


  부산서 고흥 돌아가는 길은 얼추 8시간이다. 이동안 하루글도 쓰지만, 책을 일곱 자락 읽었다. 나는 길바닥이 책숲(도서관)이다. 길에서 읽고 길에서 쓴다. 걸으며 해를 바라보고 새를 돌아보고 나무를 살펴보고 바람을 헤아리면서, 내가 나답게 사랑하는 길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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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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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19. 조잘거리는



  즐겁게 나누는 말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살린다. 주절주절 떠드는 말이라면, 스스로 주접을 떨면서 뒹군다. 새롭게 배우는 말이라면, 조그마한 말씨 한 톨을 조촐히 살린다. 그저 익숙한 대로 되풀이하는 말은, 좁쌀마냥 조그맣게 구는 조바심으로 갇힌다. 넌 어떻게 말하니? 난 어떻게 들을까? 우린 어떻게 주고받으면서 함께 피어날까?


  부산에서 사흘을 보낸다. 깃새글꽃(상주작가) 첫길을 폈다. 이제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가서 곁님과 아이들하고 생각과 마음을 돌아보는 자리를 누려야지. 나는 배우려고 가르친다. 나는 익히면서 살림한다. 나는 짓고 쓰고 나누면서 노래한다. 나는 들려주면서 듣고, 나는 사랑하면서 너하고 마주본다.


  남 뒷말을 버스와 전철과 길에서 조잘거리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갉는 사람들은 아무도 안 웃고 안 운다. 나무에 앉거나 바람을 타면서 조잘거리는 새는 언제나 푸른말을 들려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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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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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13. 누가 스승



  말밑(어원)으로 보아도, 말뜻으로 보아도,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 살림길을 보아도, ‘스승’이라는 사람은 남한테 안 시키되, 누구나 스스로 하도록 스스럼없이 선보이면서, 늘 이슬받이처럼 몸소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푸른별(지구)에서 스승인 사람은 누구나 그 삶터에서 ‘어른’이더라. 우리는 스스로 ‘스승길 + 어른길’로 걸어가는 ‘사람길 + 사랑길’을 일굴 일이라고도 느낀다. 언제나 ‘스승’과 ‘어른’이라는 낱말을 마음에 놓는다. 너도 어른이고 나도 어른이다. 우리는 아직 “덜 어른스러울” 수 있지만, 아이곁에서 철든 어른으로 살림하는 길을 걸어가면서 사랑을 그리는 하루를 살아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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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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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14. 띄우고 나서



  흔들흔들 덜컹덜컹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나오는 길에 노래를 두 꼭지 쓴다. 이 가운데 한 꼭지를 흰천에 옮겨적어서 경기 파주로 띄운다.


  시골 읍내로 나오는 버스에서 멧자락을 돌아보고 여러 마을 사이를 지나는데 오동꽃에 개오동꽃에 국수나무꽃에 늦봉꽃이 한창이다. 그리고 뭉텅뭉텅 줄기와 가지가 잘린 나무, 풀죽임물을 뿌려대는 사람들 …….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아니라 보고 싶은 빛을 헤아리며 작은책 《그래봤자 꼴랑 어른》(한주형, 글이, 2020)을 읽는다. 아이랑 주고받은 말을 담은 꾸러미가 싱그럽다. 아이한테서 배우고, 아이랑 살림짓는 길을 익히기에 비로소 어른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 아름다운 책”이란 뭘까? 우리는 아름책은 모르거나 등지거나 멀리하면서 이름책에 사로잡힌 굴레이지 않을까? 아름책을 주머니 털어서 사읽고서 아름글을 여미는 삶길이 아닌, 이름책에 얽매여서 이름글을 똑같이 낳는 젯바퀴이지 않은가?


  저잣마실을 앞두고서 볕바른 자리를 찾아간다. 마음글을 두 자락 쓰고서 보금숲으로 돌아가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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