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재봉사의 옷장 - 2024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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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22.

그림책시렁 1580


《숲속 재봉사의 옷장》

 최향랑

 창비

 2024.4.5.



  예부터 누구나 살림꾼으로 살아가며 보금자리를 일구었습니다. 누구나 손수 집을 짓고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면서 하루를 지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손수짓기를 잊고 집짓기와 밥짓기와 옷짓기도 거의 다 남한테 맡깁니다. 시골에서 사노라면 시골버스를 타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을 늘 마주하는데, 갈수록 시골 곳곳에 이웃일꾼이 늘면서 “시골에는 이웃일꾼만 살면 되나?”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일해서 버는 돈을 보금터(고향집)로 보내는 이웃일꾼은 있되, 막상 시골에 뿌리내리거나 깃들어 손수짓는 살림을 누릴 사람은 설 곳을 잃어가는구나 싶어요. 어느새 모내기와 가을걷이도 거의 이웃일꾼이 합니다. 우리는 뭘 하는 삶일까요? 《숲속 재봉사의 옷장》은 귀엽고 예쁘게 꾸민 줄거리가 흐릅니다. ‘숲바느질꾼’이 꽃물과 잎물과 풀물을 들이는 옷을 어떻게 지어서 누리는지 들려줍니다. 아늑하면서 한갓지구나 싶은 마음을 밝힌다고 할 텐데, 막상 이 나라 시골과 들숲메바다를 헤아리면, 너무나 동떨어진 줄거리 같습니다. 귀엽고 예쁜 붓끝과 줄거리는 안 나쁘되, 삶자리에 발을 붙이면서 손길로 보듬는 이야기를 길어올려서 이곳 아이들 누구한테나 속삭일 수는 없을까요? ‘이쁜 그림붓’이 아닌 ‘살림하는 손길’이 그립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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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엄마와 딸
정호선 글.그림 / 창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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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20.

그림책시렁 1581


《우리는 엄마와 딸》

 정호선

 창비

 2014.7.31.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가 제법 있으나,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는 거의 못 봅니다. 없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고 하겠지요. “아이곁에서 살림을 지으면서 꿈길을 그리는 어머니”를 들려주는 그림책이 태어날 수 있기에 ‘즐겁게 노래하는’ 줄거리를 포근히 심는다면, “아이곁에서 사랑을 가꾸면서 살림길을 펴는 아버지”를 들려주는 그림책도 이제부터 선보인다면 ‘기쁘게 춤추는’ 줄거리를 따뜻이 심을 만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엄마와 딸》은 여러모로 잘 빚었다고 느낍니다. 다만, 서울에서 떠날 마음은 없어 보이는 엄마와 딸이요, 서울에서 어떻게든 일자리와 배움터를 이어가야 한다고 여기는 뜻이 짙습니다. 서울살이가 나쁠 일이란 하나도 없습니다만, “서울에서 더 바쁘게 뛰어다니고 돈벌고 가게마실을 하는 틀”만 다루는 데에서 그친다면, 오히려 “서울로 안 가면 안 되겠네” 하는 마음을 심는 셈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엄마와 딸” 이야기를 그리는 동안 “엄마로서 마음을 달래고, 딸아이를 다독이는 손”을 나눌 수 있습니다만, 거꾸로 “아빠는 아무 일을 안 해도 되나? 아빠는 살림을 등져도 되나?” 하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아빠는 뭘 해야 아빠답고 어버이다우면서 어른다운”지 함께 그려낼 때에, 비로소 엄마살림도 기지개를 켜고, 아빠도 스스로 바꾸는 틈을 낼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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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 2020 가온빛 추천그림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31
마리 칸스타 욘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책빛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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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17.

그림책시렁 1582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마리 칸스타 욘센

 손화수 옮김

 책빛

 2020.7.30.



  제비나비가 날아다니고 깨어난다면, 나비한테 즐거운 터전이 곁에 있다는 뜻입니다. 부전나비가 춤추고 돌아다닌다면, 나비 곁에서 어린이가 마음껏 뛰놀 만한 자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네발나비가 어울리고 살아간다면, 새와 사람과 풀숲이 곱게 함께한다는 뜻입니다.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는 아이곁에 있고픈 어버이 마음이란 어떠한가 하고 들려줍니다. 아버지는 얼핏 덩치가 크고 힘이 세어 보이지만 매우 조그마한 마음입니다. 아버지는 아이를 아무렇지 않게 목말을 태우거나 업거나 안을는지 모르나, 꽃 한 송이를 고스란히 손바닥에 놓을 수 있습니다. 어진 아버지라면 아이를 돌보는 집안일에 힘을 씁니다. 안 어진 아버지라면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때립니다. 착한 아버지라면 신나게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비질과 걸레질을 도맡습니다. 안 착한 아버지라면 집에서 뒹굴며 집안일에 나몰라입니다. 아버지는 배우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일곱 살이라면 아버지는 이제 고작 ‘일곱해 배움길’이에요. 아이가 열두 살이라면 아버지는 이제 겨우 ‘열두해 익힘길’입니다. 온누리 모든 아버지가 기쁘게 아이곁에 서면서 언제나 노래와 춤으로 집살림을 일구기를 바라요. 아이들은 웃고 이야기하는 수다꾼 아버지를 바랍니다.


#Livredd i Syden (2013년)

#MariKanstadJohnse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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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났어 작은 곰자리 47
핫토리 사치에 지음, 이세진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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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15.

그림책시렁 1583


《나는 태어났어》

 핫토리 사치에

 이세진 옮김

 책읽는곰

 2020.9.18.



  아기가 왜 태어났고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하다면, 아기하고 눈을 마주하면 됩니다. 아직 말을 터뜨리지 않은 아기라 하더라도 눈으로 모든 마음을 드러내기 때문에, 티없이 눈을 마주보는 동안 “아기가 어버이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적어도 열 살 무렵까지 “몸을 입기 앞서 빛으로 온누리를 떠돌던 이야기”를 어버이한테 들려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가 하는 말을 비웃거나 놀리면, 아이는 어느새 “빛으로 온누리를 날아다니다가 이곳에서 태어난 이야기”를 훅 잊어버립니다. 《나는 태어났어》는 얼핏 온누리 뭇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가 하는 실마리를 보여주는 듯하되, 너무 붓질로 멋을 부리느라 막상 고갱이하고 멀리 떨어지는 길로 간다고 느낍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는 “아직 몸을 입지 않은 숨빛”인데, ‘아이’들한테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줄줄이 입힌 그림을 왜 굳이 그려야 할까요? 그저 아이를 ‘귀엽’게 ‘구경’하는 붓끝이로구나 싶습니다. 아이는 귀염을 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는 ‘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날 뿐 아니라, 어버이한테 ‘사랑을 알려주’려고 태어납니다. 부디 아기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하고서 붓을 쥐기를 바랍니다.


#Linfinivoyage #はっとりさち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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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 2025 볼로냐 라가치 오페라 프리마 선정 핑거그림책 12
진주 지음, 가희 사진 / 핑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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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15.

그림책시렁 1552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진주 글

 가희 사진

 핑거

 2024.9.12.



  빨간 딸기를 먹고 싶다면 딸기씨를 심어서 겨울나기를 하는 딸기덩굴을 돌볼 노릇입니다. 빨간 능금이 먹고 싶다면 능금씨를 심어서 여러해 지켜볼 일입니다. 그런데 딸기씨에 능금씨를 심으려면 먼저 땅이 있어야 할 테고, 누르스름하게 죽은 땅뙈기가 아닌, 까무잡잡하게 살아숨쉬면서 온풀이 자라는 땅이 있을 노릇입니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시골에서 살아가는 두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노는지 가만히 보여줍니다. 시골살이는 으레 들숲메바다를 곁에 안는 나날입니다. 시골놀이는 들빛과 숲빛과 멧빛과 바다빛을 스스럼없이 품는 길입니다. 이 책은 줄거리를 재미나게 풀어내는구나 싶으면서 여러 가지 아쉽습니다. 재미난 엮음새에서 그치기보다는, 마지막에 할매 할배 아재 누나가 ‘열매’랑 ‘씨앗’이랑 ‘삽’이랑 ‘어린나무’를 하나씩 건네는 결로 맺을 만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나무 한 그루를 더 심을 수 있어요. 이러면서 새로 심는 나무에 아이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또는 아이랑 멧마실을 가서 멧자락에서 스스로 자라는 나무 한 그루를 알려주면서, “이 나무한테서 얻었지” 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숲길과 숲놀이와 숲살림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애써 시골을 바탕으로 삼는데, 너무 ‘집 안쪽’에서만 머무는 얼거리여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해는 ‘해님’으로 적습니다. ‘햇살·햇볕·햇빛’은 ‘ㅅ’을 붙이고요.


ㅍㄹㄴ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진주·가희, 핑거, 2024)


햇님처럼 빨갛고 보석처럼 빛나는

→ 해님처럼 빨갛고 별처럼 빛나는

1쪽


내일 또 만나자며 어디론가 날아갔죠

→ 다시 또 만나자며 어디로 날아갔죠

→ 이튿날 만나자며 날아갔죠

2쪽


벌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언제나 동생보다 늦게 집에 도착해요

→ 벌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언제나 동생보다 늦게 집에 와요

→ 벌레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언제나 동생보다 늦게 집에 와요

2쪽


나는 우리 집이 참 좋아요

→ 나는 우리 집이 참 신나요

→ 나는 우리 집이 즐거워요

4쪽


빨간 사과를 향해 달려갔어요

→ 빨간 능금한테 달려가요

→ 빨간 능금을 보며 달려가요

24쪽


맛있는 빨간 사과를 먹을 거예요

→ 맛있는 빨간 능금을 먹을래요

44쪽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 꼭 그렇지는 않은가 봐요

→ 꼭 그렇지는 않나 봐요

→ 꼭 그렇지 않은 듯해요

6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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