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침묵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96
바루 지음, 기지개 옮김 / 북극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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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17.

그림책시렁 1698


《거인의 침묵》

 바루

 기지개 옮김

 북극곰

 2023.4.5.



  《거인의 침묵》은 나무 한 그루가 서울 한복판에 서다가 어떻게 고꾸라지는지 다룹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도 나무 한 그루를 망탕으로 다루며 스스로 망가지는 굴레를 다룬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왜 “거인의 침묵”일까요? 나무가 작으면 “소인의 침묵”인지요? 그저 “가만한 나무”나 “조용한 나무”나 “지켜보는 나무”쯤으로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나무는 말없이”나 “나무는 조용히”쯤으로 다듬어도 됩니다. 나무를 다루면 ‘나무’라 말할 노릇입니다. 나무가 지켜보거나 돌아보는 줄거리를 다룬다면 ‘지켜보다·돌아보다’라 할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그림책은 나무한테서 마음소리를 안 듣고서 그렸다고 느낍니다. 아니면 나무를 구경하는 눈길로 그렸다고 느낍니다. 나무도 풀도 미움이나 싫음이라는 마음이 없습니다. 나무하고 풀은 스스로 숨빛을 다한다고 느낄 적에는 가만히 시들어서 몸을 내려놓고는 흙으로 돌아갑니다. 나무하고 풀은 좋거나 싫다는 틀이 아닌 ‘기쁨·반가움·놀라움’이라는 빛을 사람곁에서 누리면서 ‘사랑’이라는 길로 나아가려고 하는 이웃숨결입니다. 섣불리 치켜세우거나 어정쩡하게 가르침(교훈)을 소리높이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StephaneBarroux #Les geants tombent en silent


ㅍㄹㄴ


《거인의 침묵》(바루/기지개 옮김, 북극곰, 2023)


이곳에서의 추억들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르네요

→ 이곳 이야기가 오늘도 생생히 떠오르네요

→ 이곳에서 보낸 삶이 아직 생생히 떠오르네요

2쪽


아주 진지한 얼굴로 연설했지요

→ 아주 살뜰히 얘기했지요

→ 아주 차분히 밝혔지요

4쪽


녹색 옷 입은 사람들이

→ 푸른옷 입은 사람이

6쪽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지요

→ 바람이 세차게 불지요

→ 바람이 세차요

14쪽


세상에! 태풍이 이런 걸까요

→ 아니! 큰바람이 이럴까요

→ 와! 돌개바람이 이럴까요

→ 저런! 된바람이 이럴까요

14쪽


열 마리든 백 마리든 그게 뭐가 중요할까요

→ 열 마리든 온 마리든 뭐가 대수로울까요

19쪽


사랑하는 연인들이 찾아왔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 사귀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 사귀는 짝꿍이 찾아옵니다

20쪽


덕분에 제 마음도 한결 따스해졌습니다

→ 그래서 제 마음도 한결 따스합니다

→ 고맙게 제 마음도 한결 따스합니다

21쪽


낮이 길어지고 밤에도 따뜻했지요

→ 낮이 길고 밤에도 따뜻하지요

22쪽


다른 사람들은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은 새롭게 하루를 엽니다

24쪽


와! 정말 기대되는데요

→ 와! 참말 설레는데요

→ 와! 두근거리는데요

2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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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 책만 보고 (양장) - 서울국제도서전 2024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선정 보림 창작 그림책
이은경 지음 / 보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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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14.

그림책시렁 1694


《오리는 책만 보고》

 이은경

 보림

 2023.7.28.



  오리는 종이책을 안 읽습니다. 오리는 굳이 종이책을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오리는 이미 들숲메바다와 하늘땅별을 헤아리는 ‘읽기’를 하거든요. 옛겨레는 오리가 읽는 푸른살림을 곁에서 배우면서 어느 나무한테 ‘오리나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겨울맞이로 이 땅에 찾아드는 오리가 깃을 들이면서 짝을 맺고서 알을 낳아 새끼를 돌보는 아늑한 터전에서 잘 자라는 오리나무를 눈여겨보면, 바로 이곳에서 마을을 지을 만하다고 여겼습니다. 숱한 마을은 오리나무 곁에서 태어났습니다. 《오리는 책만 보고》는 ‘새끼오리’를 ‘어린이’로 빗댄 얼거리로구나 싶습니다. 아무리 사납다는 ‘악어’라고 하더라도 어린이 곁에서는 책벌레로 바뀔 수 있다고 들려주는구나 싶은데, 악어는 악어일 뿐 악어가 사납짐승일 수 없습니다. 귀엽게 앙증맞게 줄거리를 풀어도 안 나쁩니다만, 귀염척을 너무 오래 끌다가 귀염척으로 맺으면, ‘살다’하고 ‘읽다’가 어떤 길인지 놓치거나 잃게 마련입니다. 오리가 왜 종이책을 안 읽을까요? 우리가 읽는 거의 모든 책은 “남이 짓거나 묶은 꾸러미”입니다. 오리와 악어를 비롯한 뭇짐승과 뭇숨결은 “몸소 지은 삶을 스스로 읽는 나날”입니다. 부디 책이 왜 책인지부터 들여다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ㅍㄹㄴ


《오리는 책만 보고》(이은경, 보림, 2023)


계속해서 책만 보다가

→ 자꾸자꾸 책만 보다가

→ 또또 책만 보다가

2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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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자전거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2
고작 지음 / 북극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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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14.

그림책시렁 1693


《앗! 자전거》

 고작

 북극곰

 2025.7.7.



  두바퀴를 굴리며 바람을 가르면 온몸을 휘감는 빛을 누립니다. 두다리로 천천히 걸으면 온몸에 스미는 햇볕을 즐깁니다. 외바퀴로도 얼마든지 구르고, 외다리로도 얼마든지 걷습니다. 네다리로 걷거나 열두다리로 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팔이며 다리이며 손이며 발에, 귀랑 눈이 둘씩 짝을 짓습니다. 때로는 짝을 안 지을 수 있되, 콩팥이 왼오른이 나란하듯 ‘나’하고 ‘너’는 서로 나란하기에 ‘둘’이고, 이 둘이라는 낱말에서 ‘둘레·두레·둥글다·동그라미·동무·돕다’ 같은 낱말이 가지를 뻗듯 태어났습니다. 《앗! 자전거》는 얼핏 익살스러우면서 따스하게 줄거리를 푸는구나 싶지만, 두바퀴(자전거)를 두바퀴대로 그릴 수 없었나 싶어 아쉽습니다. 나무는 죽죽 뻗는 곧은줄기로 그리면서, 왜 두바퀴는 울쿵불퉁 휜 모습으로 그려야 할까요? 자리(안장) 높이가 맞나요? 새로 받는 두바퀴를 펑퍼짐하듯 네모난 꾸러미에 담지 않아요. 더구나 이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 두바퀴’는 ‘접이’가 아닌 ‘몸통하나’인 뼈대입니다. 몸통하나인 뼈대로 짓는 두바퀴는 길쭉하고 좁은 꾸러미에 담습니다. ‘동무(우정)’를 넓게 보여주고픈 마음은 나쁘지 않되, 둘 사이를 잇는 빛이 ‘두바퀴’라면, 두바퀴부터 제대로 그릴 노릇입니다. 또한 곰이 사는 숲도 제대로 그릴 노릇이며, 곰이 왜 두바퀴를 집어던져서 망가뜨린다고 여기는지, 좀 뜬금없이 곰을 잘못 보는 대목을 그령 할 까닭도 없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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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꽃이야 불의여우 그림책
줄리 모스태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불의여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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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10.

그림책시렁 1692


《시간은 꽃이야》

 줄리 모스태드

 김보람 옮김

 불의여우

 2021.12.23.



  한 해를 마무르는 달을 ‘섣달’이라 하고, 새롭게 여는 새해첫날을 ‘설날’이라 합니다. 이 땅에서는 멈춰서는 때를 한 달을 아우르며 ‘섣달’로 삼아서 돌아봅니다. 이러고서 끝을 잇는 새길로 가는 때를 하루만 삼아서 ‘설날’로 여겨 일어섭니다. ‘서니(멈춰서니)’까 ‘설(일어설)’ 수 있어요. 끝이기에 처음이요, 처음이라는 때는 끝으로 신나게 달려갑니다. 《시간은 꽃이야》는 “Time Is a Flower”를 옮깁니다. 영어로 보면, ‘flower’하고 ‘flow’가 나란합니다. 우리말로는 ‘꽃’은 ‘꽂·곶’하고도 맞물릴 뿐 아니라 ‘곳·곱다’ 에 ‘꼬마·꼭·끝’으로 닿아요. 철이 흐르고 빛이 잇는 길을 나타내는 ‘flower’이자 ‘꽃’이라고 할 만합니다. 피어나기에 시들어서 씨앗과 열매를 베푸는 꽃이란, 꼬마마냥 조그맣고 끝이라 할 텐데, 작은사람인 꼬마는 차근차근 철이 흐르듯 자라나서 어른으로 일어서듯, 꽃이 피고 지는 결에 가만히 여무는 씨앗과 익는 열매가 새길로 뻗으니, 말소리는 달라도 말결과 말빛은 나란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모든 ‘때’란 ‘곳’입니다. 곧 꽃으로 피는 곳인 ‘때’이고, 이러한 때를 갈라서 ‘하루’하고 ‘오늘’하고 ‘이제’를 나타내요. 영어뿐 아니라 우리말도 찬찬히 짚는다면 속뜻을 한결 깊고 넓게 헤아릴 만합니다.


#JulieMorstad #Time Is a Flower (2021년)


ㅍㄹㄴ


《시간은 꽃이야》(줄리 모스태드/김보람 옮김, 불의여우, 2021)


달력 위 숫자와 낱말이야

→ 달종이 셈과 낱말이야

→ 달보기 값과 낱말이야

2


시간은 씨앗이야. 어둠 속에서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 하루는 씨앗이야. 어두워도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 때는 씨앗이야. 어둡지만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5


2년 후에는 누구 키가 더 클까

→ 이담해에는 누구 키가 더 클까

→ 이태 뒤에는 누구 키가 클까

10


우아하고 조심스런 거미가 쳐 놓았지

→ 아름답게 가만가만 거미가 쳐 놓았지

→ 곱게 살몃살몃 거미가 쳐 놓았지

14


시간은 누군가에겐 깜깜한 밤이야

→ 누구한텐 깜깜한 밤인 때야

→ 누구는 깜깜한 밤인 하루야

20


신나게 춤추게 만들거나

→ 신나게 춤추라 하거나

→ 신나게 춤출 수 있거나

36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해 주지

→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일깨우지

→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가르치지

40


시간은 한 편의 이야기야

→ 하루는 이야기 하나야

→ 오늘은 이야기 한 토막

42


어쨌거나 지금은 저녁 먹을 시간이야

→ 어쨌거나 이제는 저녁 먹을 때야

→ 어쨌거나 이제 저녁 먹을 참이야

4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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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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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7.

그림책시렁 1690


《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글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문학동네

 2025.10.21.



  《아름답다는 건 뭘까?》를 보면, 책 뒤쪽에 “세계적인 그림책의 거장 아라이 료지”라 글씨를 새기는군요. 너무 낯간지럽습니다. 아니 참으로 창피합니다. 우리는 ‘거장’이 남기는 그림책을 아이한테 읽혀야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린이는 ‘거장’이라는 낡은 일본한자말을 굳이 듣거나 외워야 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이라든지 ‘-의’를 끼워넣은 “그림책의 거장” 같은 말씨를 손볼 줄 알아야, 비로소 아이곁에서 이야기꽃을 지피는 어른일 테지요.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멀거니 구경하는’ 데에서는 아름빛을 못 봅니다. 아름빛이란 구경거리가 아니거든요. 손수 심고 가꾸고 돌보고 생각하면서 몸소 뛰고 달리고 걷고 서고 쉬고 자는 수수한 하루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아름빛은 먼발치에 없어요. 아름빛은 누구한테나 곁에 있습니다. 속으로 품고서 아름드리로 펼쳐서 포근히 안는 풀꽃나무하고 나란히 눈뜨는 아름빛이에요. 그림책 첫머리에 “푸르른 바다”라 나오지만 ‘푸르른’은 틀린말씨입니다. 더구나 바다를 파랗게 그리고서 ‘푸른바다’라 하면 아주 틀립니다. ‘파란바다’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책이름도 우리말씨로 “무엇이 아름다울까?”로 손볼 수 있기를 빕니다. ‘것’은 함부로 쓰는 낱말이 아닙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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