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5.
《우리는 먹어요》
고정순 글·그림, 웃는돌고래, 2022.3.31.
긴낮(하지)에 이른다. 더위가 고빗사위에 이른다. 우리 보금자리는 푸나무를 알맞게 품기에 이 더위에 땀을 가볍게 빼면서 호젓이 지낼 만하다. 오늘 하루는 모처럼 집에만 머물면서 온몸을 쉬고 푼다.
《우리는 먹어요》를 돌아본다. 먹는 목숨만 대수롭지 않다. 먹히는 목숨도 대수롭고, 먹히지 않는 돌과 모래와 나무라는 목숨도 대수롭다. 비와 바람과 해라는 숨결도 대수롭다. 먹고 먹히는 사슬이 아닌, 그저 이 별을 이루는 모든 빛이 대수롭다. 우리는 틀림없이 ‘먹는다’만, ‘밥’만 먹지 않는다. 바람과 물도 ‘먹는다’는 낱말로 나타낸다. 푸나무는 바람과 비를 가만히 머금으며(먹으며) 푸르다. 사람도 서로 사랑이 어린 마음을 머금으며 빛난다.
그런데 《우리는 먹어요》를 비롯해서 숱한 글책과 그림책은 ‘먹다’만 쳐다본다. 아니, ‘사먹다’에 가두고 갇힌다. ‘사서먹는’ 서울살림은 안 나쁜데, ‘풀’만 사서먹어야 하는 듯 내모는 얼거리는 아리송하다. 오늘날 풀(채소)은 으레 비닐집에 가두느라 해바람비도 못 머금고, 벌나비도 못 만난다. 무늬는 풀이되 속으로 보면 ‘화학비료·농약·비닐’이라는 세죽음으로 휘감긴 덩이일 뿐이다. 딸기가 12월이 제철이라고, 수박이 오뉴월에 제철이라고 잘못 아는 사람이 넘친다. 우리가 풀을 먹든 고기를 먹든, “풀과 고기라는 몸으로 바뀌”는 ‘해바람비’를 먹게 마련이다. 모든 풀은 해바람비를 머금으면서 푸르다. 모든 짐승은 “해바람비를 머금은 풀”을 받아들이기에 싱그럽다.
푸른별이 왜 푸르게 흐르는가 하는 수수께끼하고 실마리를 쳐다보려고 하지 않을 적에는 자꾸자꾸 ‘교훈강요’에 갇힌 글책과 그림책만 쏟아질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