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의 지구 침략 6
오가와 마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7.5.

이 별과 저 별


《외톨이의 지구 침략 6》

 오가와 마이코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8.25.



  쳐들어간다거나 쳐들어온다고 여기지만, 막상 치거나 자르거나 벨 수 없습니다. 얼핏 보면 목이 날아가고 팔이 잘리는 듯하지만, 겉모습일 뿐입니다. 모든 풀과 나무는 아무리 잘리고 베여도 다시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냅니다. 벌레가 아무리 잎을 갉아도 새로 잎이 돋습니다.


  벌레가 먹어도 잎은 잎이요 풀은 풀입니다. 도끼로 베여도 나무는 나무입니다. 불타더라도 나무는 늘 나무예요. 들숨날숨을 잇는 몸을 입어도 사람이고, 들숨날숨을 멈추더라도 사람입니다.


  《외톨이의 지구 침략 6》을 곱씹습니다. 이 별로 찾아온 저 별 누구는 이 별을 빼앗으려는 마음입니다. 드디어 이 별을 빼앗을 수 있구나 하고 느끼던 날 아무래도 이 별을 빼앗지 못 합니다. 이 별로 쳐들어와야 할 ‘우리별 사람들’이 아무도 안 오거든요. 이미 우리별은 저 먼 별누리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다고 여깁니다. 틀리지는 않은 얼개이지만, 맞지 않기도 한 얼개입니다. 무엇이 태어나고 무엇으로 살아가고 무엇이 죽을까요? 이 실마리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삶도 죽음도 헛바람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넋과 얼이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몸을 헌옷처럼 내려놓고서 새옷처럼 갈아입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푸른별에 갇힌 굴레요, 곰곰이 보면 파란별에서 사랑을 빛내는 잔치입니다.


  이 별은 이곳에서 반짝입니다. 저 별은 저곳에서 눈부십니다. 낮에는 어느 별에서나 환하게 해를 품고서 활짝활짝 활갯짓을 폅니다. 밤에는 어느 별에서나 밝게 이웃별을 받아들이면서 방긋방긋 웃음꽃을 맞아들이는 꿈길로 나아갑니다.


  모든 주먹질과 죽임질이 덧없는 줄 알아볼 때라야 사람입니다. 주먹을 움켜쥐면서 윽박지르고 터뜨리는 동안에는 어느 누구도 사람이 아니요, 별사람도 아닌, 그저 죽음깨비입니다.


ㅍㄹㄴ


“어제랑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게 기분 나쁘다 싶어서.” “하항! 정에 얽매여서 금방 눈물을 보이는 사람한테는 듣고 싶지 않거든?” (30쪽)


“난 아직 오르베리오의 계약에 묶여 있어. 내 상태 같은 건 상관없이 그렇게 명령할 수 있을 텐…….” “무슨 소리야? 넌 내 친구잖아. 이렇게 무서워하는 친구한테 억지로 전투를 강요할 수 있겠냐고!” (117쪽)


‘무서워. 무섭다. 그치만, 리코도 언제나 이런 기분이었겠지.’ (131쪽)


“너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어? 그 사람들은 어디 있지? 가르쳐 줘! 다들 어디 있어? 난 언제까지 이 별에서 기다리면 되는 거야?” (141쪽)


“아무리 바보 취급을 당한다 해도 난 친구가 죽도록 내버려두는 짓은 못 해.” (164쪽)


#ひとりぼっちの地球侵略 #小川麻衣子


+


《외톨이의 지구 침략 6》(오가와 마이코/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


밤하늘이 보인다. 저 반짝임 속에 고향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 밤하늘이 보인다. 저 별빛 사이에 우리별은 이미 있지 않다

→ 밤하늘이 보인다. 저렇게 반짝이지만 우리별은 이미 없다

18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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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은 3
아소 카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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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7.5.

빛나는 두 얼굴


《와, 같은. 3》

 아소 카이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1.12.15.



  흔히들 ‘행운’이 찾아오기에 ‘행복’하다고 여기지만, 가시밭길을 그저 조용히 걸어가는 삶도 ‘기쁨’이자 ‘보람’입니다. 꽃밭을 가꾸면서 꽃내음을 맡으면서 언제나 고즈넉이 꽃빛을 품는 시골살림도 ‘즐거움’이자 ‘빛’입니다.


  얼핏 보면 돈을 아끼겠다면서 ‘에어컨’을 안 쓸 수 있지만, 이보다는 ‘에어컨’을 틀면 틀수록 몸이 망가지기 때문에, 여름에 기쁘게 땀을 흘리면서 스스로 몸을 돌보는 길을 나아갈 만합니다. 푸른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에어컨’을 쓴 지는 기껏 온해(100년)조차 안 되고, 쉰 해도 안 되며 서른 해가 될 동 말 동합니다.


  땀흘려 일하면서 몸을 튼튼히 돌보고, 느긋이 쉬면서 마음을 든든히 가꾸는 삶입니다. 땀과 삶과 하루를 글로 옮겨도 아름답고, 따로 글로 안 옮겨도 아름답습니다. 글로 태어나지 않은 아름다운 나날이 흐드러진 곳이 우리별이지 싶습니다.


  《와, 같은. 3》(아소 카이/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을 돌아봅니다. 아이하고 살아가는 길이 어떻게 새길이면서 새살림이면서 새사랑으로 피어나는지 뒤늦게 알아보는 줄거리입니다. 내가 설마 이렇게 해낼 수 있을까 싶어서 걱정하고 두려웠지만, 막상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기에, 오히려 언제나 아이한테서 배우는 나날을 들려주는 줄거리이기도 합니다.


  함께 듣고 같이 배우는 모든 하루가 빛납니다. 아이를 낳아서 돌보자면 틀림없이 아이한테 온하루를 기울일 노릇인데, 이렇게 아이한테 들이는 온하루가 있기에, “늘 나를 나로서 바라보는 틈”을 누려요. 아이하고 눈을 마주하는 사이에 “언제나 나를 나로서 품는 손길”을 누리고요.


  아이는 어버이 얼굴을 보면서 빛납니다. 어버이는 아이 얼굴을 보면서 빛나요. 우리가 꼭 아기를 낳아야 하지는 않습니다. 몸으로 낳든, 이웃집 아기를 돌아보든, 모두 나란히 빛나는 숨결입니다. 온누리 모든 아이가 다 다르게 빛나는 사랑인 줄 알아보려고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으면 되어요. 내딛기에 배우고, 배우기에 익히고, 익히기에 나누고, 나누기에 사랑이 샘솟고, 사랑이 샘솟으니 이 삶을 언제나 노래합니다.


ㅍㄹㄴ


“나도 이 나이 먹도록 아직 잘 모르는 매너도 있거든. 하지만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식사를 해야 하지. 기왕이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좋지 않겠니? 젓가락질하는 법을 잊어버리면, 잘하는 사람을 흉내내면 돼.” (22쪽)


“어머니가 예쁜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처럼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아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전혀 안 입은 옷도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입혀 주세요.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크니까요. 아깝지 않습니까.” (45쪽)


“나도 젊고 돈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몰라서 쩔쩔맸을 거야.” “그런가.” “나이를 먹어도 전혀 힘이 되어 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54쪽)


‘아이란 굉장하구나. 그저 우는 줄만 알았는데, 갑자기 상을 준다.’ (120∼121쪽)


#のような #麻生海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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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15 : 정말 -로부터, 주변 -들로부터 책임 당하면


정말 너로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책임질 당하면 어쩌지

→ 참말 네가, 남들이 맡는다고 나서면 어쩌지

→ 참말 너나 둘레에서 맡겠다고 나서면 어쩌지

→ 참으로 너나 남이 억지로 맡으면 어쩌지

《어쩌면, 나의 이야기》(토마 마티외·씨냉, 여성신문사, 2018) 71쪽


입거나 겪고 싶지 않은데 입거나 겪어야 할 적에 영어말씨를 쓰는 분이 있지만, “-로부터 책임질 당하면” 같은 대목은 “-이 맡는다고 나서면”이나 “억지로 맡으면”으로 손질할 만합니다. 바라지 않는데 하기에 ‘억지·어거지’예요. 그냥 있기를 바라는데 굳이 나서기에 ‘나서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마음으로 만나고 오가는 사이라면 도맡거나 떠맡거나 내맡기지 않아요. 마음과 마음으로 어울릴 적에는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맡고 함께 돌볼 테지요. ㅍㄹㄴ


정말(正-) : 1.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임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을 강하게 긍정할 때 쓰는 말 4. = 정말로 5. 어떤 일을 심각하게 여기거나 동의할 때 쓰는 말 6. 어떤 일에 대하여 다짐할 때 쓰는 말 7. 어떤 사람이나 물건 따위에 대하여 화가 나거나 기가 막힘을 나타내는 말

주변(周邊) : 1. 어떤 대상의 둘레 2. = 전두리

책임(責任) :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 책 2.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制裁)

당하다(當-) : 1. 해를 입거나 놀림을 받다 2. 어떤 때나 형편에 이르거나 처하다 3. 맞서 이겨 내다 4. 어떤 사람에게 부당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겪거나 입다 5. 좋지 않은 일 따위를 직접 겪거나 입다 6. 일이나 책임 따위를 능히 해내거나 감당하다 7. 다른 것에 해당하거나 맞먹다 8. 사리에 마땅하거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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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11 : 감사 표현함으로써 표현 좋은 효과 얻


감사를 표현함으로써 표현한 쪽과 받은 쪽 둘 다 좋은 효과를 얻는다

→ 고마워하면 서로 즐겁다

→ 고맙다고 말하면 함께 즐겁다

《비관주의자를 위한 낙관주의 수업》(델핀 뤼쟁뷜·오렐리 페넬/박태신 옮김, 가지출판사, 2018) 178쪽


고마워하면 서로 즐겁습니다. 고맙다고 말하니 함께 즐겁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흐르니 나란히 기뻐요. 고맙게 여기는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이 어울리면서 가만히 꽃이 피고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고맙다고 밝히는 한 마디와 한 줄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서로 웃고 흐뭇합니다. ㅍㄹㄴ


감사(感謝) : 1.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2.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

표현(表現) : 1.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언어나 몸짓 따위의 형상으로 드러내어 나타냄 2. 눈앞에 나타나 보이는 사물의 이러저러한 모양과 상태

효과(效果) : 1. 어떤 목적을 지닌 행위에 의하여 드러나는 보람이나 좋은 결과 2. 소리나 영상 따위로 그 장면에 알맞은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실감을 자아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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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10 : 부정적 감정 느낄 필요성 권리 인정


이럴 때는 부정적 감정을 느낄 필요성과 권리를 인정하도록 하자

→ 이럴 때는 나쁘게 느껴도 된다고 여기자

→ 이럴 때는 싫어해도 된다고 받아들이자

→ 이럴 때는 꺼려도 된다고 받아들이자

《비관주의자를 위한 낙관주의 수업》(델핀 뤼쟁뷜·오렐리 페넬/박태신 옮김, 가지출판사, 2018) 116쪽


나쁘게 느끼건 좋게 느끼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무엇을 느끼는지 지켜볼 노릇이고, 어떻게 가꾸거나 바꾸면서 맞이할는지 헤아리면 됩니다. 이 보기글은 “나쁘게 느껴도 된다”라 하면 될 말을 “부정적 감정을 느낄 필요성과 권리를 인정하도록”처럼 길게 늘어뜨립니다. 그러나 “-도 된다”라 하면 그만입니다. “-도 된다고 받아들이다”나 “-도 된다고 여기다”라 하면 넉넉합니다. ㅍㄹㄴ


부정적(否定的) : 1. 그렇지 아니하다고 단정하거나 옳지 아니하다고 반대하는 2.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感情)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필요(必要) :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성(性) : ‘성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권리(權利) : 1. 권세와 이익 2. [법률]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 공권, 사권, 사회권이 있다

인정(認定) : 1.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 2. [법률]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어떤 사실의 존재 여부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결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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