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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필요해 ㅣ 창비청소년문학 7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7.17.
노래책시렁 504
《사과가 필요해》
박성우
창비
2017.2.10.
그림책은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되, 아이부터 누구나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읽는 길잡이입니다. 노래책(시집)은 노래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여미되, 어린이부터 누구나 살림길을 다시 마주하고 읽는 길동무입니다. 이 얼거리는 그저 마땅하면서 쉬운데, 막상 이 일거리를 잊거나 뒤틀거나 팽개치는 붓잡이가 무척 많습니다. 그림책에 억지로 가르침·생각(교훈·철학)을 욱여넣으려 한다든지, 노래책에 어거지로 굴레·실마리(억압현실·갈등해소)를 집어넣으려 하더군요. 《사과가 필요해》에 ‘청소년시집’이라고 이름이 붙는데, ‘입시지옥 서울 중고등학생’ 입맛에 맞춘 글장난과 같다고 느낍니다. ‘필요’는 일본한자말이기도 합니다만, ‘사과’라는 다른 한자말로 장난을 치는군요. 글쓴이가 장난질을 아예 마음에 안 담았다면 “사과 먹을래”나 “사과 먹고 싶어”쯤으로 책이름을 붙였을 테지요. 이 《사과가 필요해》를 보면, 어느 꼭지조차 ‘푸른철(열넷∼열아홉)’에 무엇을 바라보며 스스로 빛날 길인지 어림조차 못 하는구나 싶어요. 푸른철은 푸름이 스스로 살림에 눈뜨면서 삶을 가꾸는 길로 한 발짝 나아가는 때입니다. 〈티처스〉라는 풀그림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하나같이 집안일을 안 할 뿐 아니라 아예 모르는데, 오늘날 ‘청소년시집’도 집에서 ‘집일·집살림’부터 손수 익히면서 손빛으로 앞길을 그리는 꼭지를 찾아볼 수 없기 일쑤입니다. 어린이하고 읽는 노래에도 말장난은 삼갈 노릇이요, 푸른노래라면 더더욱 말장난을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 아닌 ‘살곶이’나 ‘짝짓기’에 얽매거나 밀어넣으면서 “그래, 너희들 마음을 알아.” 하는 매무새도 덧없는 쳇바퀴일 뿐입니다.
ㅍㄹㄴ
카스텔라 교실에서는 초코카스텔레 분단 애들이랑 딸기카스텔레 분단 애들이 초코맛과 딸기맛을 바꿔 즐기며 쉬는 시간을 보내, 으음 좋겠지 (카스텔라 교실/12쪽)
하늘도 파랗고 / 날도 제법 풀렸는데 쉬는 날 / 집에만 있자니 몸이 찌뿌둥해져 왔다 / 그래, 강변에서 자전거나 타자 (밀착 자전거/16쪽)
아빠가 화난 목소리로 말할 때 좀 짜증을 내면 / ―어쭈, 너 앞으로 용돈이고 뭐고 없을 줄 알아! (어쩌라고요 2/19쪽)
시험을 망치고 나니 어질어질 머리가 띵해 (머리가 띵해/28쪽)
내 성기가 어떻게 / 생겼는지도 모른다는 게 / 더 이상하지 않아? (봤니? 나는 봤어/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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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필요해》(박성우, 창비, 2017)
나랑 같이 셔플 댄스 안 출래?
→ 나랑 같이 발바닥춤 안 할래?
→ 나랑 같이 발끌이춤 안 할래?
11쪽
속이 없는 게 아니야. 속을 비워 두는 거야!
→ 속이 없지 않아. 속을 비워!
→ 속이 있어. 속을 비워 둬!
13쪽
스프링처럼 튕겨져 나가겠지
→ 튕겨나가겠지
→ 튕기겠지
14쪽
하늘 위로 날아오를 거야
→ 하늘로 날아올라
→ 하늘로 날아오를래
15쪽
원래 내가 발표하려고 했던 말들이 줄줄이 생각나
→ 내가 하려던 말이 줄줄이 생각나
→ 내가 하고픈 말이 줄줄이 생각나
23쪽
너를 좋아하게 된 뒤로
→ 너를 좋아하면서
→ 너를 좋아한 날부터
32쪽
내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 내 샅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면 더 뜬금없지 않아?
→ 내 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면 더 어이없지 않아?
51쪽
불똥이 괜한 나한테로 튀었어
→ 불똥이 엉뚱히 나한테 튀었어
5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