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꽃 . 여름꽃



첫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이면

슬그머니 잎을 내고는

한여름으로 넘어설 무렵이면

조그마니 꽃을 피우는


낯가림을 하는 듯이

짙푸르게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옅푸르게 얌전한 대추나무를


부산 사직동 안골목

작은집 담벼락 곁에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2025.6.27.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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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빌고 싶은



쇠날·흙날·해날을 부산에서 보내고서

달날·불날을 부천과 서울에서 보낸다

전남 고흥 시골집은 어떤 하루일까?

이제 후박나무 열매를 딸 철인데

시골집 아닌 밖에서 돌아다니는구나


아름다운 이웃과 만나서 주고받는 마음과

하루하루 새롭게 배운 이야기를 돌아본다

오늘밤에 우리집으로 돌아가면

한동안 고요히 잠들면서

푸른살림을 짓는 수다를 펴려고 한다


별은 못 보더라도

해와 비와 구름을 바라보며 빈다


2025.7.1.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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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길·깃 더하기 질·짓 (2024.6.29.)

― 부산 〈책과 아이들〉



  온누리에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따로 없다고 느낍니다. 겉보기로 가르자면, 이이는 잘하는구나 싶고 저이는 못하는구나 싶을 만해요. 속보기로 짚으면, 이이도 저이도 스스로 배우는 걸음마이지 싶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기에 늘 새롭고 곱게 바꿉니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을 안 기울이기에 으레 틀에 박히면서 뻣뻣합니다. 이른아침에 첫여름해를 듬뿍 쬐면서 땀을 쪽 뺍니다. 저녁을 앞두고서 씻고 빨래하고 쉽니다. 마룻바닥에 누워서 바람을 쐬다가 다시 씻고서 기지개를 켭니다. 그림꽃 《150cm 라이프》를 어제부터 천천히 읽는데, 다 다른 우리 몸은 저마다 다르게 이야기를 누리고 얻고 심으려는 뜻으로 입는구나 싶어요. 몸이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즐기고, 몸이 마르면 마른 대로 즐기고, 키가 크면 큰 대로 즐기고,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즐기는 삶이에요.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아침에는 ‘동심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하이디》(요한나 쉬피리) 몇 대목을 함께 읽고서 생각을 나눕니다. 해바람비를 머금으니 튼튼한 하이디요, 해바람비를 모두 물리치니 아픈 클라라예요. 낮에는 ‘말이 태어난 뿌리 : ㅁ’ 자리를 꾸립니다. ㅁ으로 여는 낱말은 ‘마음·말’이 밑동으로 서면서 숱한 다른 낱말을 일으킵니다. ㅂ이라면 ‘바람·바다’가 밑동으로 찰랑찰랑 춤추고, ㅁ은 말이 물처럼 찰랑이면서 마음이 맑게 출렁여요.


  살랑살랑 가벼이 쓰다듬는 바람을 누린 걸음입니다. 너는 네 걸음걸이로 오늘을 누립니다. 나는 내 걸음새로 오늘을 누벼요. 너랑 나는 다르게 누리고 누빈 발걸음을 따라서 새삼스레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신나게 들려주고, 실컷 듣습니다. 신바람으로 속삭이고, 신명나게 속살입니다.


  “‘길·깃’ 더하기 ‘질·짓’”이라는 얼거리를 혀에 얹어서 마음에 띄워 봅니다. 우리가 나아가는 길은 스스로 깃들 곳을 찾아서 날갯깃을 펄럭이는 하루입니다. 서로서로 짓고 짊어지니 집(보금자리)에서 포근히 지내는 살림길을 열어요.


  늘 하늘빛과 함께 이곳에서 아침을 엽니다. 늘 바람결과 같이 여기에서 밤을 닫습니다. 늘 너랑 도란도란 이곳에서 수다를 폅니다. 늘 나 스스로 여기에서 갈피를 잡으면서 마음을 다독입니다.


  읽으려 하기에 잇습니다. 기르려고 생각하니 씨앗을 심습니다. 이야기할 마음이기에 말을 마음껏 맑게 펼칩니다. 빚고 짓고 가꾸는 땀방울이 반가우니 온힘을 다하여 활짝 웃습니다. 낱말 하나에 흐르는 숨빛이 우리 눈과 입과 귀와 손에 깃드는 사이에 차분히 기지개를 켭니다. 말길을 틔우면서 활개를 폅니다.


ㅍㄹㄴ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이케다 마사요시/황진희·심수정 옮김, ㅁ, 2022.12.24.)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권정생, 햇빛출판사, 1985.7.1.첫/2000.10.20.중판)

《동쪽 빙하의 부엉이》(조너선 C. 슬래트/김아림 옮김, 책읽는수요일, 2022.3.31.첫/2022.4.22.2벌)

#OwlsoftheEaster Ice #TheQuesttoFindandSavetheWorldsLargestOwl #JonathanCSlaght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김영사, 2021.3.1.)

《시마네의 변호사 12》(카가와 마사히토/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6.2.28.)

#島根の弁護士 #香川まさひと

《그래도 아유무는 다가온다 1》(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5.31.)

《나의 신님 2》(유메노 츠쿠시/신혜선 옮김, YNK MEDIA, 2023.1.10.)

#夢野つくし #私の神?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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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윤리적


 윤리적 가치관 → 바른 생각 / 착한 생각 / 곧은 생각

 윤리적 책임 → 바른 몫 / 올바른 몫 / 곧바른 길

 전쟁터에서는 윤리적 판단이 허락되지 않는다 → 싸움터에서는 착한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윤리적인 태도 → 바른 매무새 / 곧은 몸짓

 윤리적인 존재 → 바른 숨결 / 착한 넋 / 참된 숨결

 윤리적이지 않다면 → 바르지 않다면 / 참되지 않다면 / 옳지 않다면


  ‘윤리적(倫理的)’은 “윤리에 관련되거나 윤리를 따르는”을 가리키고, ‘윤리(倫理)’는 “1.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 2, [철학] 인간 행위의 규범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도덕의 본질·기원·발달, 선악의 기준 및 인간 생활과의 관계 따위를 다룬다 = 윤리학”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곧다·곧은길·곧이곧다·곧바르다’나 ‘곧은넋·곧은눈·곧은얼’로 다듬고, ‘꽃대·꽃줄기·꽃어른·꽃어르신’이나 ‘똑바로·똑바르다·똑바른길·똑바른넋’으로 다듬어요. ‘바로서다·바로세우다·바르다·바람직하다’나 ‘바른길·바른틀·바른넋·바른눈·바른얼’로 다듬을 만하고, ‘아름길·아름꽃·아름빛’이나 ‘온길·온틀·온꽃·온빛’으로 다듬어도 어울려요. ‘올곧다·올바르다·옳은길·옳다’나 ‘입바르다·내세우다·동·앞세우다’로 다듬습니다. ‘착하다·참되다·참답다·정갈하다’나 ‘참길·참어른·참어르신·치우치지 않다’로 다듬어도 되고요. ㅍㄹㄴ



윤리적인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

→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

→ 참답지 않다고 믿었다

→ 바르지 않다고 믿었다

→ 깨끗하지 않다고 믿었다

→ 길을 잃는다고 믿었다

《시대를 뛰어넘은 여성과학자들》(달렌 스틸/김형근 옮김, 양문, 2008) 75쪽


학교를 윤리적으로 비람직한 공동체로 만들려면 학생들의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닐까

→ 배움터를 바람직한 마을로 가꾸려면 아이들 스스로 애써야 하지 않을까

→ 배움자리를 바람직한 두레로 일구려면 아이 스스로 힘써야 하지 않을까

《10대와 통하는 윤리학》(함규진, 철수와영희, 2012) 61쪽


윤리적 삶이란 진지하게 마음을 쓰고 예절을 지키며 기품이 있는 삶입니다

→ 바른 삶이란 차분하게 마음을 쓰고 반듯하며 멋스럽습니다

→ 올바른 삶이란 찬찬히 마음을 쓰고 고우며 구성집니다

→ 정갈한 삶이란 곰곰이 마음을 쓰고 빛나며 그림같습니다

→ 아름다운 삶이란 마음을 깊이 쓰고 바르며 멋이 있습니다

《야생의 실천》(게리 스나이더/이상화 옮김, 문학동네, 2015) 56쪽


심지어 와인이나 맥주, 사과주이든지 간에 윤리적인 소비자라면 자신이 마시는 것들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 더구나 포도술 보리술 능금술이든 올바른 사람이라면 스스로 무엇을 마시는지 반드시 제대로 알아야 한다

→ 게다가 포도술 보리술 능금술이든 착한 살림꾼이라면 스스로 무엇을 마시는지 올바로 알아야 한다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앤드류 웨이슬리/최윤희 옮김, 가지, 2015) 203쪽


약자의 편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윤리적 근거가 있다

→ 여린이 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뜻을 뒷받침하는 바른넋이 있다

→ 작은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뒷받침하는 참눈이 있다

→ 낮게 살아가는 사람을 뒷받침하는 아름길이 있다 

《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시마조노 스스무/조혜선 옮김, 갈마바람, 2018) 67쪽


자연계를 사유재산이 아닌 선물로 이해하면 자신의 것이 아닌 풍요의 축적에는 윤리적 제약이 따른다

→ 숲을 돈이 아닌 빛으로 여기면 혼자 거머쥐지 않고 넉넉히 쌓으면서 곧은길로 가른다

→ 들숲메를 돈주머니 아닌 빛으로 보면 혼자 움켜쥐지 않고 널리 모으면서 옳게 가눈다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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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부족 部族


 부족 공동체 → 씨마을 / 한씨마을

 부족 통일 → 한겨레로

 부족 단위로 생활하다 → 겨레로 나눠 살다

 부족 사이의 갈등으로 → 마을이 부딪혀서 / 마을이 다퉈서


  ‘부족(部族)’은 “1. [사회 일반] 같은 조상·언어·종교 등을 가진, 원시 사회나 미개 사회의 구성단위가 되는 지역적 생활 공동체 2. 성(姓)과 본(本)이 같은 겨레붙이 = 종족”을 가리킨다지요. ‘겨레·겨레붙이’나 ‘골·마을·말·실’로 다듬습니다. ‘사람·사람들·사람붙이·사람무리’로 다듬을 만합니다. ‘씨가름·씨마을·씨나라·씨누리’나 ‘한씨마을·한씨나라·한씨누리’로 다듬어도 돼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부족’을 셋 더 싣지만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부족(夫族) : 남편의 친족

부족(附族) : 혈연관계가 없거나 분명하지 아니하면서도 일가처럼 지내는 사람들

부족(副族) : [화학] 원소 주기율표에서, 원소의 성질을 여덟 족으로 나누었을 때 각 족(族)의 베타 부분에 속하는 아족(亞族)



가장 세력이 큰 부족국가로 등장할 수 있다네

→ 가장 큰 씨겨레로 일어설 수 있다네

→ 가장 큰 겨레나라로 설 수 있다네

→ 가장 큰 한씨나라로 나설 수 있다네

《소서노召西奴》(안명옥, 문학의전당, 2005) 15쪽


각 나라마다 하나의 부족만 살아야 한다는 법이 있단다

→ 나라마다 겨레 하나만 살아야 한단다

→ 나라 하나에 겨레 하나만 살아야 한단다

《멍텅구리, 세상을 바꾸다》(조르주 상드/이인숙 옮김, 계수나무, 2005) 85쪽


한 알이 온 부족을 춤추게 하니까

→ 한 알에 온겨레가 춤추니까

《씁쓰름새가 사는 마을》(송창우, 브로콜리숲, 2024) 21쪽


우리 부족은 카누의 부족이었다

→ 우리는 배겨레였다

→ 우리는 거룻배겨레였다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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