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자연분만



 자연분만으로 그 시간 안에 낳도록 → 보금낳기로 그동안 낳도록

 산모한테도 자연분만이 도움이 된다 → 엄마한테도 푸른낳기가 낫다


자연분만(自然分娩) : [의학] 제왕 절개 수술 따위의 인공적인 도움 없이 임산부의 자연적인 분만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출산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한자말씨인 ‘자연분만’입니다만, 우리는 예부터 ‘낳다’라는 낱말로 아기를 맞이했습니다. 집에서 누구나 스스로 푸근하고 푸르게 낳는 길에라면, ‘보금낳기’라 할 만합니다. ‘스스로낳기·그냥낳기’나 ‘푸른낳기·포근낳기·아늑낳기’라 해도 어울려요. ㅍㄹㄴ



자연분만을 시도하던 나는 진통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 푸른낳기를 하던 나는 배아픈 막바지에

→ 보금낳기를 하던 나는 배앓이 막바지에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이계은, 빨간소금, 2024)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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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 난임에 관한 사적이고도 정치적인 에세이
이계은 지음 / 빨간소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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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5.19.

다듬읽기 199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이계은

 빨간소금

 2024.3.13.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이계은, 빨간소금, 2024)를 읽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기를 낳아서 돌보려는 길’이 어렵기 때문이 아닙니다. ‘글을 매우 어렵게 쓰기’ 때문입니다. 글멋과 글치레를 너무 부리는구나 싶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란 뭘까요? 우리는 왜 우리말을 이토록 미워하고 싫어하고 따돌릴까요? 우리 삶과 길과 하루와 생각과 마음을 바로 우리말로 수수하게 주고받으면서, 이곳에서 나고자랄 아이들 곁에서 꽃피울 작은말을 차분히 되새길 노릇이라고 봅니다.


  냇물을 바라보면서 냇물빛을 마음으로 담으면, 우리가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냇물빛이 피어나는 말 한 마디로 나아갑니다. 파란하늘을 헤아리면서 바람빛을 마음으로 품으면, 우리가 속삭이는 이야기는 파랗게 깨어나는 글 한 줄로 거듭납니다.


  말을 바꾸기에 마음을 바꿉니다. 말을 안 바꾸기에 마음을 못 바꿉니다. 말부터 숲빛으로 가꾸기에 마음이 나란히 숲빛으로 물들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과 누리와 마을과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지을 살림살이를 숲길로 이을 수 있습니다.


  짝을 맺고 아기를 낳는 삶이 “페미니즘의 반역자(27쪽)”일 까닭이 없을 뿐 아니라, 터무니없는 소리입니다. 짝을 만나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사랑을 알아보고 돌아보는 하루를 짓고 생각씨앗을 심는 보금자리를 이루는 길이야말로 어깨동무(페미니즘)이게 마련입니다. 바보나 얼간이나 멍텅구리를 손가락질하거나 나무라는 길이란 어깨동무(페미니즘)하고 한참 멉니다. 바보에 얼간이에 멍텅구리인 “덜되고 얼뜬 사내”를 찬찬히 이끌고 가르쳐서 ‘사람으로 바꾸어서 사랑을 깨닫도록 북돋우는 길’이야말로 어깨동무(페미니즘)이라고 느낍니다. 사랑을 모르는 철딱서니없는 사내가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나라일수록 모든 사람이 살아가기 괴롭습니다. 사랑을 모르는 철없는 사내를 따끔하게 나무라기도 하되, 부드럽게 달래며 가르치고 일(집안일)을 맡길 줄 아는 가시내일 적에, 어깨동무(페미니즘)라는 빛이 온누리를 일으키리라 봅니다.


ㅍㄹㄴ


한때 나의 세계는 난임으로 무너졌고, 내던져진 상황에서 극한으로 휘둘렸으며, 대립하고 불화했다

→ 나는 한때 아기가 안 서 무너졌고, 모질게 대들고 들이받았다

→ 나는 한때 아기를 못 낳아 무너졌고, 끝없이 휘둘렸으며, 다투고 부딪쳤다

5쪽


이제는 익숙한 구호에 따라 내면의 파도를 언어화하며 살아가려는 사람으로서

→ 이제는 익숙한 말소리로 물결치는 마음을 그리며 살아가려는 사람으로서

→ 이제는 익숙한 소리로 너울대는 마음빛을 밝히며 살아가려는 사람으로서

6쪽


그에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패를 꺼내 보이고 싶었다

→ 그한테 스스로 홀로서는 순이라는 이름을 꺼내 보이고 싶었다

→ 그한테 몸소 일어서는 순이라는 이름판을 꺼내 보이고 싶었다

13쪽


슈퍼마켓에 다니기 전까지 간식은 구황작물뿐이고

→ 가게에 다니기 앞서까지 곁밥은 살림남새뿐이고

→ 가게에 다니기 앞서까지 주전부리는 살림풀뿐이고

15쪽


비로소 안심한 나는 뒤늦은 퇴행을 겪었다

→ 비로소 마음놓고서 뒤늦게 너덜거렸다

→ 비로소 가라앉고서 뒤늦게 뭉그러졌다

18쪽


엄마를 이해하려 애쓰는 조숙한 아이였다

→ 엄마를 헤아리려 애쓰는 일된 아이였다

→ 엄마를 살피려 애쓰는 올된 아이였다

23쪽


남편과 2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 짝꿍과 아이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 짝과 아기 이야기는 뚜렷이 하지 않았다

→ 곁님과 딸아들 이야기는 깊이 하지 않았다

→ 곁짝과 뒷아이 이야기는 딱히 하지 않았다

26쪽


나는 결혼한 페미니스트라는 점에서 이미 페미니즘의 반역자가 된 기분이었다

→ 나는 짝을 맺은 가시냇길이기에 이미 수수한꽃을 어긴 듯했다

27쪽


홧김에 배란일에 피임하지 않는

→ 골나서 알슬기에 삼가지 않는

→ 불나서 알슬기에 사리지 않는

→ 발끈해서 알슬기에 막지 않는

28쪽


몸이 냉한 편이었기에

→ 몸이 찼기에

→ 몸이 차가웠기에

29쪽


계류유산으로 소파수술을 받은 뒤 한동안 상실감과 함께, 불운을 겪었다는 충격과 자기연민으로부터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다

→ 죽은낳이라서 긁어낸 뒤 한동안 망가졌고, 가싯길을 겪었기에 괴롭고 눈물이 흘러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다

35


회차가 늘어날수록 병원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 걸음이 늘어날수록 돌봄터를 보는 눈길도 바뀌었다

→ 발걸음이 늘어날수록 돌봄집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49쪽


주변에 별다른 함구령을 내리지 않았다

→ 딱히 입을 막지 않았다

→ 굳이 입다물라 하지 않았다

→ 구태여 조용하라 하지 않았다

62


내 어머니는 자식을 넷이나 자연임신으로 낳았는데

→ 어머니는 아이를 넷이나 멀쩡히 낳았는데

→ 울 어머니는 아이를 넷이나 그냥 낳았는데

94


엄마의 성정을 알기에

→ 엄마 마음을 알기에

→ 엄마 마음새를 알기에

126


언니의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심정의 내가 미웠다

→ 언니 아기를 참으로 기뻐하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 언니 아기를 그저 반기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127


마지노선은 무사히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닌, 가진 돈이 모두 고갈될 시점으로 바뀌었다

→ 마지막은 아이를 잘 낳기가 아닌, 우리 돈이 모두 떨어질 때로 바뀌었다

→ 마감은 아이를 잘 낳기가 아니라, 우리 돈이 바닥날 때로 바뀌었다

178


예후가 좋지 않다며 조심스레

→ 나중이 좋지 않다며 넌지시

→ 다음이 좋지 않다며 살며시

184


자연분만을 시도하던 나는 진통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 푸른낳기를 하던 나는 배아픈 막바지에

→ 보금낳기를 하던 나는 배앓이 막바지에

186쪽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이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붙잡고 이유를 물었다

→ 나중에 뉘우친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려는데 억지로 붙잡고 까닭을 물었다

→ 나중에 땅을 친다는 말이 바로 튀어나오려는데 겨우 붙잡고 왜냐고 물었다

203쪽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돌봄을 외주화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이였다

→ 어버이가 돕거나 남이 돌봐줄 수 있는 돈이 있는 이였다

→ 어버이가 돕거나 돈으로 돌봄손길을 받을 수 있는 이였다

238


타인의 시간을 전액 자부담으로 사는 것은 당연히 우리에게 너무나 비쌌다

→ 남한테 손을 빌리는 돈을 스스로 대야 하는 우리한테는 너무나 비쌌다

→ 우리 살림살이로 이웃손길을 빌려서 돈을 대려니 너무나 비쌌다

→ 우리가 이웃손길을 받으려고 돈을 대려니 너무나 힘들었다

23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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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5.


《책방 시절》

 임후남 글, 생각을담는집, 2024.7.5.



빗줄기가 가볍다. 볕날과 비날이 갈마드는 늦봄이다. 이 빗줄기는 모든 자잘한 먼지와 죽음물(농약)을 씻어낸다. 새가 눈에 뜨일 만큼 줄었다. 새를 헤아리지 않는 사람이기에 새터(새 삶터)가 줄어들고, 새밥(새 밥살림)이 나란히 줄어드는 탓이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마주하는 ‘새’를 이야기하면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 판에 무슨 새? 배부른 소리 아녀?” 하고 대꾸하는 분이 많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자. 새가 사라지면 논밭이 다 망가진다. 새와 벌레와 벌나비가 없으면 모든 논밭은 싹 죽기에 사람도 나란히 굶어죽는다. 작은새와 작은나비와 작은벌레라고 하는 이웃을 헤아리지 못 하거나 않는 나라로 뒹굴기에 “사람도 나란히 고단한 굴레”이지 않은가? 《책방 시절》은 시골 기스락에서 책집과 펴냄터를 꾸리면서 마주하는 시골빛을 들려준다. 종이책 이야기는 적고, 철빛 이야기가 넉넉하다. 반가운 엮음새이다. 오늘 우리가 자꾸 잊거나 등지는 대목은 철과 바람과 들숲과 풀벌레와 새이다. ‘노동·비정규직·소수자’ 이야기가 왜 안 대수롭겠는가? 그러나 ‘일·뒷자리·작은이’라는 곳을 찬찬히 짚으면서 손을 잡으려면 시골과 들숲메바다를 늘 헤아릴 노릇이라고 본다. 시골 어린이를 안 바라본다면 ‘새길(진보)’일 수 없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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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4.


《젊은 날의 초상 1987-1989 소대장님은 사진가》

 장종운 사진, 눈빛, 2023.4.25.



바야흐로 어린이날이 낀 쉼날을 잇는다. 오늘은 두바퀴를 달려 논두렁을 가른다. 볕을 쬐고 봄바람을 쐰다. 들이며 마을에서는 새소리가 확 줄었되, 우리집만큼은 아직 새소리가 그득하고, 개구리소리를 누린다. 해마다 시골에 죽임더미(비닐·농약·화학비료)는 늘기만 한다. 죽임더미를 걷어치우려는 길을 세우지 않는다면, 서울에서 굳이 시골로 옮길 이웃도 적을 테지만, 정작 시골 벼슬꾼은 이 대목을 생각조차 않는다. 죽음일터(비닐공장·농약회사·비료공장)와 군청과 도청이 한통속이지 싶다. 《젊은 날의 초상 1987-1989 소대장님은 사진가》를 보며 아쉽고 아쉬웠다. 왜 ‘소대장님’이어야 할까? 왜 ‘젊은 날의 초상’이어야 할까? 언제나 느끼는데, 사진가·사진평론가 가운데 땅개(총알받이·육군보병 소총수)로 뒹군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글쟁이나 벼슬아치 가운데 땅개로 밑바닥에서 구르면서 노상 얻어맞고 시달리며 추레질로 괴롭던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남긴(기록) 대목은 훌륭하되, 바라본(시각) 눈길은 너무 멀다. ‘소대장님’이 아닌 ‘하사관’이었더라도 아주 다르게 바라보면서 찍었을 테지. ‘땅개’라는 자리에서 보았다면 “얼차려로 시달리는 앳된 젊은이들”이 아니라, “똑같은 젊은 또래인데, 막말과 발길질을 일삼으면서 노려보는 ‘조교’ 주둥이와 눈매”를 찍었을 테지.


돈도 이름도 힘도 없기에 땅개로 뒹굴면서 얻어맞으면서 젊은날을 ‘버려’야 했던 사람들 자리에서 바라보려는 마음을 잊는다면, ‘손에 쥔 것이 없어서 젊은날을 버림받아야 하던 이웃’을 마주하려는 마음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작은권력자’ 손끝에서 멈추고 만다. 1980해무렵에도 개죽음(군대의문사)이 흔했다. 개죽음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한테 《소대장님은 사진가》라는 이름은 너무나 높다란 담벼락이다. ‘우리(땅개·육군보병 노예생활)’를 ‘써먹지(소비)’ 않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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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8.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마영신 그림, 창비, 2020.4.3.



사흘째 부산에서 보내는 새벽이다. 고즈넉이 흐르는 바람을 느끼면서 ‘갈다’라는 글이름으로 노래 한 자락을 쓴다. 우리는 오늘부터 갈닦고 갈아엎고 갈아치우는 마음이어야지 싶다. 이제 ‘기념사업회’는 사라져야 할 때라고 느낀다. ‘오월광주’는 ‘기념사업’이 아니라 ‘읽기모임’으로 돌아보고 짚고 헤아리고 살피면서 ‘이야기’로 그려서 풀어낼 노릇이라고 본다. ‘그들은 안 뉘우친다’고들 여기지만, 막상 그들이 빛고을로 찾아와서 엎드리려고 할 적에 담벼락을 누가 닫어거는지 곱씹어야 한다. 그들이 빛고을에 안 올 적에는 안 온다고 나무라다가, 그들이 모처럼 빛고을에 올 적에는 왜 오느냐고 나무라면, 그들이 스스로 뉘우칠 틈을 안 내는 셈이다. 아무 틈을 내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뉘우칠까? 그들을 그만 ‘나무랄’ 일이다. 그들하고 ‘함께읽기’를 하면서 앞으로 새롭게 어깨동무하면서 품어낼 빛을 그려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얘기해도》는 대단히 아쉬운 책이다.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을 붙들기 때문에 이런 책을 낼 테지. 그들한테 ‘얼마나’ 말을 해보았기에 “아무리 얘기해도”라 할 수 있을까?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깔보거나 얕보는 마음이 매우 짙다. ‘그들이 뉘우치면서 배울 틈’을 내주지 않으면서 비꼬고 비아냥거리는 데에서 그친다면, ‘너희는 꼴통이잖아?’ 하면서 아예 내치기만 한다면,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미움불씨만 심게 마련이다. ‘얘기’란 “주고받는 마음과 말”이다. 오직 그들한테 말하기만 할 뿐, 그들이 뉘우치려는 말을 안 들으려고 했다고 느낀다. 그들이 어설프건 어줍건 엉성하건, 그들도 말을 해볼 틈을 내주면서 지켜보아야 한다. 이러고서 다시 말을 들려주고, 또 듣고, 다시 들려주고, 또 듣기, 주고받는 말을 차근차근 풀고 맺으면서 “제대로 얘기”를 할 때라야 비로소 이 나라에 어깨동무(평화)라는 씨앗을 심는다.


다시 짚자면, ‘오월광주’라는 줄거리는 《아무리 얘기해도》라고 하는 ‘내려다보기(선민의식)’가 아니라 “얘기 좀 해볼까?”나 “우리 이제 얘기하자”라는 마음으로 나란히 서고 만날 노릇이다. 그들이 아무리 못나고 엉터리에 볼꼴사납더라도, 그들을 바닥에 내리깔지 말자. 그들하고 나란히 서자. 그들하고 나란히 ‘얘기’를 좀 하자. 그들을 그만 손가락질하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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