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07 : 햇수 년 만 차다



된 지 햇수로 10년, 만으로는 8년이 꽉 찼습니다

→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햇수(-數) : 해의 수 ≒ 역수·연수

년(年) : 해를 세는 단위. 1년은 약 365.25일이다

만(滿) : 1. 시기나 햇수를 꽉 차게 헤아림을 이르는 말 2. 날, 주, 달, 해 따위의 일정하게 정해진 기간이 꽉 참을 이르는 말

차다 ㄱ : 1.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냄새 따위가 더 들어갈 수 없이 가득하게 되다 2. 감정이나 기운 따위가 가득하게 되다 3. 어떤 대상이 흡족하게 마음에 들다 4. 어떤 높이나 한도에 이르는 상태가 되다 5. 정한 수량, 나이, 기간 따위가 다 되다 6. 이지러진 데가 없이 달이 아주 온전하게 되다



  우리말 ‘해’를 한자로 옮기니 ‘년(年)’입니다. ‘햇수(-數)’는 군말씨입니다. ‘해’라고만 하면 되어요. 이 보기글은 “된 지 햇수로 10년, 만으로는 8년”처럼 적으면서 ‘햇수·10년·8년’이 겹겹으로 나옵니다. “열 해, 여덟 해”로 추스릅니다. 또한 ‘만(滿)’하고 “꽉 찼습니다”가 겹말이니, ‘만’을 덜어내면 되어요. ㅍㄹㄴ



장난스러운 농담이 현실이 된 지 햇수로 10년, 만으로는 8년이 꽉 찼습니다

→ 장난스러운 말이 삶이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 장난말이 삶이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이꽃맘, 삶창, 202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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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98 : 평소에 먹는 평범한 음식



평소에 먹는 평범한 음식일 거예요

→ 늘 먹는 수수한 밥이에요


평소(平素) : = 평상시

평상시(平常時) : 특별한 일이 없는 보통 때 ≒ 단모(旦暮)·상시(常時)·생평(生平)·진일(鎭日)·통상시·평거(平居)·평상(平常)·평소(平素)·평시(平時)·평일(平日)

평범하다(平凡-) :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한자말 ‘평소’란 ‘평상시’를 가리키고, ‘평상시’란 ‘평범한 때’를 가리킵니다. “평소에 먹는 평범한 음식”이라 하면 겹말입니다. “으레 먹는 흔한 밥”을 가리킬 텐데, “늘 먹는 수수한 밥”처럼 손볼 만하고 “늘 먹는 밥”처럼 단출히 손보아도 돼요. ㅍㄹㄴ



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평소에 먹는 평범한 음식일 거예요

→ 아마 가장 맛있다면, 늘 먹는 수수한 밥이에요

→ 아마 늘 먹는 수수한 밥이 가장 맛있어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5》(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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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94 : 손에 익은 기술



손에 익은 기술

→ 손에 익은 길

→ 솜씨


솜씨 : 1. 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재주 ≒ 수품 2. 일을 처리하는 수단이나 수완

기술(技術) : 1.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 2.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



  우리나라 낱말책은 ‘솜씨’를 으레 ‘재주’로 풀이합니다. 얄궂습니다. 그런데 ‘솜씨’를 ‘수단·수완’으로도 풀이하고, 한자말 ‘기술’을 ‘수단·방법·능력’으로도 풀이합니다. 더없이 얄궂습니다. “손에 익은 기술”이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솜씨 = 손씨’입니다. “손에 익은 길”이자 “손으로 하는 길”을 워낙 ‘손씨’라 했고, 오늘날에는 ‘솜씨’로 적습니다. 말뜻과 말결을 제대로 밝히고 적을 때에는 겹말을 쓸 일이 없습니다. ㅍㄹㄴ



손에 익은 기술을 견장처럼 달고

→ 손에 익은 길을 어깨띠처럼 달고

→ 솜씨를 뽐내고

→ 솜씨를 드러내고

《당신이 전태일입니다》(표성배, 도서출판 b, 2023)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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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22. 진주관광홍보물



  진주시외버스나루에 ‘진주관광홍보물’ 놓는 자리가 있고, 만화책이 덩그러니 있다. 2003년에 나온 빳빳한 만화책이다. 누가 놓았을까. 텅빈 자리가 쓸쓸하니 만화책을 펴며 쉬어가자는 뜻이겠지. 고이 모시던 만화책을 살살 넘긴다. 알뜰히 건사하던 책이로구나.


  문득 생각한다. 진주에 알뜰한 헌책집이 여럿 있다. 진주시청에서 이 여러 헌책집에서 손길책을 날마다 두 자락씩 사서 이 칸에 놓는다면 참 멋스러우리라 본다. 오며가며 읽고, 미처 못 읽으면 그냥 버스와 함께 길을 떠나고, 다 읽은 책은 버스마다 있는 그물주머니에 담고.


  손길책이 시외버스를 따라서 돌고돈다면, 어느 날 다시 진주로 올 테지. 또는 어느 책을 고이 품고 싶은 책벌레 곁으로 깃들 수 있다. 헌책집이 있는 모든 고장에서 이렇게 날마다 두 자락씩 손길책을 놓으면서 여러 사람하고 긴긴 마실길을 떠나 보라고 슬쩍 마음 한 자락 써 볼 수 있기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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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재봉사의 옷장 - 2024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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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22.

그림책시렁 1580


《숲속 재봉사의 옷장》

 최향랑

 창비

 2024.4.5.



  예부터 누구나 살림꾼으로 살아가며 보금자리를 일구었습니다. 누구나 손수 집을 짓고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면서 하루를 지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손수짓기를 잊고 집짓기와 밥짓기와 옷짓기도 거의 다 남한테 맡깁니다. 시골에서 사노라면 시골버스를 타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을 늘 마주하는데, 갈수록 시골 곳곳에 이웃일꾼이 늘면서 “시골에는 이웃일꾼만 살면 되나?”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일해서 버는 돈을 보금터(고향집)로 보내는 이웃일꾼은 있되, 막상 시골에 뿌리내리거나 깃들어 손수짓는 살림을 누릴 사람은 설 곳을 잃어가는구나 싶어요. 어느새 모내기와 가을걷이도 거의 이웃일꾼이 합니다. 우리는 뭘 하는 삶일까요? 《숲속 재봉사의 옷장》은 귀엽고 예쁘게 꾸민 줄거리가 흐릅니다. ‘숲바느질꾼’이 꽃물과 잎물과 풀물을 들이는 옷을 어떻게 지어서 누리는지 들려줍니다. 아늑하면서 한갓지구나 싶은 마음을 밝힌다고 할 텐데, 막상 이 나라 시골과 들숲메바다를 헤아리면, 너무나 동떨어진 줄거리 같습니다. 귀엽고 예쁜 붓끝과 줄거리는 안 나쁘되, 삶자리에 발을 붙이면서 손길로 보듬는 이야기를 길어올려서 이곳 아이들 누구한테나 속삭일 수는 없을까요? ‘이쁜 그림붓’이 아닌 ‘살림하는 손길’이 그립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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