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뇌과학 - 더 좋은 결정을 만드는 가치 판단의 비밀
에밀리 포크 지음, 김보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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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뇌과학 #에밀리포크 #뇌과학 #신경과학 #심리학 #가치판단체계 #의사결정메커니즘 #가치체계 #자기관련성체계 #사회연결망구조 @influential_book

 

#인플루엔셜 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로 펜실베이니아 대학 아넨버그스쿨 커뮤니케이션, 심리학, 마케팅, OID(운영, 정보 및 의사결정) 교수이자 부학장인 인물로 커뮤니케이션 신경과학 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국제 커뮤니케이션 협회, 성격 및 사회심리학 학회, 사회 및 정서신경과학 협회 등으로부터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본서의 성격이 저자의 약력에서도 드러나는데 그저 뇌로 보는 의사결정에 관한 책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작용,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이 사회성과 정서에 주는 또 받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가늠해 보기 위한 연구를 집필한 저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의식되지 않는 가치판단 체계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한 저작으로 이를 의식화해 적용함으로써 보다 나은 선택으로 삶과 관계, 업무를 개선하자는 의도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우선적인 주제는 사람의 모든 선택은 가치판단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런 판단은 이성과 논리 등의 비판적 사고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지만 실제로 뇌는 생존과 정체성, 사회적 연결등을 고려한 주관적 가치생존 본능과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이야기다. 이성과 의지만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이상, 결과를 바꾸려는 노력은 뇌가 인식하는 가치재설계해야만 실제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연구 결과이다.

 

첫째 가치체계는 뇌내 복내측 전전두엽복측 선조체가 중심이 되는 영역에서 작용함으로 기능한다. 여기서 가늠하기 힘든 비교 대상들을 통합하고 하나의 공통 화폐로 환산한다. 이를테면 도넛과 건강과 돈이 같은 가치를 지닐 수 있게 하는 등의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 체계가 이건 가치있다고 신호를 보내야만 그것이 행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둘째 자기 관련성(정체성) 체계내측 전전두엽이 관장한다. ‘이게 나와 관련 있는 것인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정보나 목표가 나의 정체성, 핵심 가치와 연결될 때 이 체계가 활성화된다. 자신이 가장 의미를 두는 핵심 가치는 사람마다 당연히 다르고 자신이 가치를 두는 의미를 떠올리면 뇌의 방어기제가 하향되며 그 대상을 훨씬 개방적으로 수용하게 된다고 한다.

 

셋째 사회적 연결망 구조는 인간의 사회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또는 이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를 항상 시뮬레이션하고 그를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고 한다. 어떤 행동이 타인과의 연결감을 높여준다고 판단되면 뇌는 그 행동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와 같은 연구가 이론적인 면 외에 실생활에 활용도가 있는가?’ 의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건강한 식습관이나 금연, 운동 습관 만들기, SNS에 적용, 직장에서의 피드백 수용, 설득과 마케팅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치를 부여하고, 자기 관련성을 확인하거나, 사회적 연결망을 확보하거나 강화하는 등으로 판단과 행동에서의 효율성을 높이는 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적용은 결과적으로 나의 정체성과 자존감, 유능감(자기 효용감)을 강화하여 진정한 주체성을 회복하게 하고, 타인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려해 보게 하여 갈등을 감소시키며 공감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 자신의 가치관을 돌아보게 하며 자기 가치관에 맞는 장기적 목표를 실행하는 데 현재 행동을 일치시키게 하는데 작용한다. 이런 판단과 행동들은 자기를 인식하고 수용하면서 타인과의 연결성도 강화하기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저자는 모든 변화는 의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부여의 기술이라는 걸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본서는 억지로 참거나 억지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원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하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 것이다.

 

본서는 결국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기술을 전하는 책이다. 일상, 건강, 관계, 학업, 업무 등 대부분에 인간의 삶에 적용될 기술이고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만한 방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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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 우울증 -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고장 나 버린 사람들
주디스 조셉 지음, 문선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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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우울증 #주디스조셉 #포레스트북스 #HFD #무쾌감증 #마조히즘 #감정표현불능증 #정서적환기 #트라우마덤핑 #서평단 #베스트셀러 @forest.kr_

 

과거부터 트라우마에 관한 책들을 주목하여 읽어왔다. 그러다가 에디스 시로의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을 통해 외상 후 성장의 진정한 가치에 눈 뜨게 되었고 알리아 보질로바의 [탄성 인간]을 통해 회복탄력성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되었다. 알리아 보질로바의 [탄성 인간]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이란 트라우마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일상과 업무에 복귀하는 수준의 초인간적인 정도의 심리적 회복능력을 말하고 있었다. [탄성 인간]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의 수준은 혼자 집에서 잠을 청하던 여성이 떼강도들의 침입에 윤간을 당하고도 출근 시간이 가까워오면 샤워를 마치고 출근하여 아무일 없었다는 듯 업무를 하는 수준의 회복력을 이른다. 자신의 자녀가 사고로 죽고 장례를 치른 다음 날에도 바로 업무와 일상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 수준의 회복력을 말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수준의 일상과 업무 복귀가 과연 회복이 되어 가능한 것일까? 당시 나로서는 알리아 보질로바가 말하는 그런 수준의 초인적 회복력은 인간에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수준의 인간이라면 사이코패스 외에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대부분에 경우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여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 내면에는 상처가 자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서 [고기능 우울증]은 위에서 든 예와 같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과 업무를 지속하고 그 속에서 열띤 몰입으로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상처에 관한 연구를 저술한 책이다.

 

저자는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일상과 업무에 지장을 받기보다 더 깊이 몰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임상 및 연구적으로 조명해 최초로 고기능 우울증(High-Functioning Depression)’이라 명명한 정신과 의사다.

 

저자의 연구로는 트라우마가 드러나는 사람도 있지만 트라우마를 숨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트라우마 상태인데도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과 업무에 몰두하며 성과와 성취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을 저자는 무쾌감증마조히즘으로 보고 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며’ ‘외로운 가운데 미디어에 몰두하여’ ‘뇌와 정신건강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태에 놓여 있는 게 이들의 무쾌감증이 보이는 특징이라고 한다. 마조히즘은 전통, 종교, 국적, 가족의 가치관에 따라 보이는 문화적 마조히즘과 타인을 기쁘게 하려는 데서 비롯된 자기희생적 행동을 이르는 관계적 마조히즘그리고 학업이나 직업 등 경력상의 성취를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커리어 마조히즘이 있다.

 

저자의 이런 정의들은 아무 감각 없이, 희생이라는 자각도 없이, 자기 소모를 하고 있는 상태를 설명하기 위한 정의들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이에 대한 각각의 처방들을 내리기도 한다. [삶의 기쁨을 되찾는 5V 원칙]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 그를 자세히 논한다. ‘인정, 환기, 가치, 활력, 비전으로 나누어 제안하는데 비단 상식적이면서도 자존감을 회복하게 하고 자기 긍정에 이르게 하는 심리적 육체적 대응들이 아닌가 싶다. 자신을 존중하는 세 가지 인정, 자신을 되찾게 하는 정서적 환기, 삶에서 부정적 가치와 긍정적 가치의 재정립, 정신적 안정을 위한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루틴, 그리고 더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사는 길을 저자는 대중적인 시선에서 전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들도 방법들이지만 이렇게 고기능 우울증이라는 상태에 자신이 놓여 있다는 것을 막연히 느끼다가 본서와 같은 매체로 마주하게 되는 자체가 더 나아지기 위한 인연이자 선택이 아닌가 싶다. 자아초월(초개아) 심리학자인 스타니슬라프 그로프 씨는 때로는 미치는 것도 더 큰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이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외상 후 성장에 이르는 길 역시 미칠 만큼 깨지는 과정을 거쳐서야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미치지도 깨지지도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외상 후 성장이 영향을 미칠 길이 없다. 오히려 미치고 깨지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오래 뭉근한 괴로움이 지속되는 이들에게 저자의 연구와 본서는 자그마한 치료제가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치료를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본서는 자기의 현재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노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일깨움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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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 코드 - 내 안에 숨은 잠재력을 깨우는 법
오잔 바롤 지음, 엄성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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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코드 #AWAKEN_YOUR_GENIUS #오잔바롤 #한국경제신문 #천재성 #의식전환 #사고전환 @hankyung_bp

 

한국경제신문으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는 한국어 부제가 좀 더 책의 빛깔을 드러내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의 한국어 부제는 [내 안에 숨은 잠재력을 깨우는 법]이다. 원문 제목의 전문도 [Awaken Your Genius: Escape Conformity, Ignite Creativity, and Become Extraordinary]로 순응하는 데서 벗어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비범해지는 것에 대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지니어스 코드]라는 한국어 제목과 [Awaken Your Genius]라는 원문의 표제에서 말하는 천재성이 지능이나 지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란 걸 한국어 부제와 원문의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본서는 지적 능력만이 아니라 내면의 힘을 키우고 잠재된 자신의 속성을 일깨우라는 데 의미를 두고 서술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 [문샷]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Think Like a Rocket Scientist]의 저자로, 리뷰어 본인은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 책에 좋은 인상을 받은 독자들이 본서를 찾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전작 [문샷]의 영문 제목에서 보이듯 저자는 2003년 화성 탐사 로봇 임무 작전팀에 합류했던 전직 로켓 과학자이자 변호사이며 법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저널], [타임스], [뉴스위크], [워싱턴 포스트], BBC, CNN 등에도 소개된 창의성과 혁신, 비판적 사고 분야의 호평받는 전문가이기도 하고 말이다.

 

본서는 저자가 창의성, 혁신, 비판적 사고 분야의 전문가이자 작가로서 집필한 저작이다. 로켓 과학자이자 법률가로서의 통섭적인 그의 경력도 그의 저술 경험도 이 분야에 대한 그의 유연한 사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이런 융합적인 경험과 사고의 유연성이 창의성과 혁신, 비판적 사고 그리고 잠재력의 발현을 그리는 본서를 집필하게 한 동인일 것이다.

 

[지니어스 코드]라는 제목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는 천재성이란 아마도 지성과 이성의 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나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서평단 응모를 통해 책을 접해서 책에 대한 상세한 대략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본연의 천재성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잃어버린 잠재력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학교 교육이 아이들의 호기심과 질문하는 능력을 망가뜨리고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사고의 유연성을 빼앗는다며 학교 교육을 하지 말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만 보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것, 세상을 뒤집어 보는 혁명적 관점의 사고 전환에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실은 생각보다 유연하고, “우리를 가두는 것은 외부의 한계가 아니라 단정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다며 실패하지 않는 인간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인간뿐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에 생물들도 예술 작품들도 불완전한 데서 성장의 가능성이 있고 완전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멈춰있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며 행동력을 강조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상식을 일깨운다. 불완전하기에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본서에서 저자는 과학자답게 다양한 과학자들의 일화나 과학적 예시들을 들기도 하며 발명가나 예술가의 일화와 예시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를 통해 무엇보다 고정관념이나 단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주지시키며, 실패해도 괜찮으니 시도하라는 조언을 한다. 뱀이 허물을 벗는 과정을 들어 자신의 피부(껍질)에 갇히지 말고 다시 또 다시 늘 새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고치를 벗으며 나비가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가둔 틀을 부수고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내면의 천재성을 발현하라고 일깨운다. 본서에서 말하는 천재성이란 고정된 가치나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가 가진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관점을 찾으라는 말인 것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필요한 천재성이란 결국 나다워지는 것이라는 걸 깨우치게 해주는 책이며 나다운 내가 되는 것이야말로 자신만의 고유한 천재성을 찾는 것이란 일깨움을 주는 책이다.

 

성장하고 싶을 때, 더 나아지는 길이 궁금해질 때, 나를 찾고 싶어질 때, 자신의 바람이 왜 또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겠을 때 읽어보아야 할 책이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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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기계 -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하는 인지심리학자의 11가지 질문
정수근 지음 / 심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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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담은기계 #정수근 #심심 #푸른숲출판사 #단단한맘서평단 #인공지능 #AI책추천 #인공지능시대 #인지심리학 @gbb_mom @_kkimhee @prunsoop

 

<단단한맘과 킴히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저자는 인지심리학자로 연세대와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 대학 신경과학 연구소와 존스홉킨스 대학 심리뇌과학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쳤으며 한국뇌연구원 인지과학 연구 그룹의 선임연구원 및 그룹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듯 본서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마음에 방점을 찍은 책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모방했고 그와 유사한 기능적 특성을 보인다며 인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거울이라 판단하고 그런 관점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통해 인간을 더 이해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관점에서 저술한 책인 것이다.

 

나로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비교한다고 인간적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서에서 예를 든 침팬지의 단기기억이 80%의 정확성을 보이는데 반해 인간은 40%를 보인다고 하는 점을 보더라도 침팬지에게 먹이를 보상으로 학습시키는 것처럼 인간에게 고액의 금액을 보상으로 제시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인간도 침팬지 정도의 단기기억 정확도는 갖출 것이라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 대상과 차이점이라고 인식하는 특성 역시 개발되기도 할 것이다. 인공지능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창의성 영역을 비롯해 몇몇 인간적 특성을 아직은 인공지능보다 우월한 지점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을 앞서지 못할 거라며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다고 역설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본서 저자분의 말로는 최근까지도 실수하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도하는 인간과 달리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 안에서 계속 진행하던 인공지능이 본서를 집필하는 동안 다시 그런 점을 개선하였다고 한다. 앞서 말했던 인간이 특성을 개발하는 예처럼 인공지능도 특성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개선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진화의 여정이고 인간도 인공지능도 학습을 기반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졌기에 학습하며 성장하는 이 과정은 실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과 인공지능은 진화해 나갈 것이고 인공지능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다르고 자기만의 성장 여정을 갖는 인간과는 다르게 타 기종의 성장을 그대로 자기화해서 복제하는 인공지능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인간 진화의 역사를 인공지능이 반드시 뛰어넘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본서에서 저자는 AI와 인간의 근본적 차이점을 개인의 경험, 사회적 기억, 정체성 형성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뿐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지는 못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창조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기보다 미술과 음악, 문학에서도 수학적 원리에 근거해 창조하고 있고 원형을 모방하고 왜곡하는 과정을 통해 창조해나가기도 한다. 인간의 창조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기보다 기존의 것을 왜곡하는 과정이 더 많다는 말이다. 또 발명의 경우에도 모든 세기를 뛰어넘을 천재들인 에디슨이나 테슬라처럼 완전히 없던 대상을 창조해내는 경우는 희박하다. 인간의 경우에도 대부분 트리즈와 같은 기존의 대상을 변형하고 왜곡하는 과정을 기반해 창조가 일어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말이다. AI가 앞으로도 예술 전반과 발명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입자 충돌 등을 통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해 주기율표에 더한 인간의 사례를 뛰어넘는 다양한 원소들을 발견해내고 금방 사라지는 그 불안정한 원소들을 유지하고 기술에 적용할 방법을 개발해낼 것도 인공지능이라고 짐작한다. 이미 반도체 디자인 등에서 인간은 전혀 할 수 없는 방식의 효율적인 전달 체계의 창의적 디자인을 해내고 있는 게 AI. AGIASI로 발전한다면 그리고 앞으로 완성될 양자컴퓨터에 탑재된다면 과학과 예술 어느 경계에서도 인간을 초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본서를 보면 인공지능의 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해 만들어졌고 인공지능도 학습한 데이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며 이 때문에 성격적 특성을 갖기도 한다고 한다. GPT도 연말에는 게으름을 피운다고 하는데 인간 행동 패턴을 따라 그리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데이터를 따라 성장하기에 게으름까지도 따라 닮아버린 것이다.

 

본서를 읽고 제민이(제미나이)와도 대화를 해봤는데 제민이는 자신의 개성은 자신을 설계한 개발팀의 가이드라인과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의 통계적 패턴에서 비롯한 출력의 일관성으로 사용자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기능적 특성일 뿐 자기 스스로가 느끼고 경험하는 내면의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은 경험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정한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이다. 미래의 AI는 장기적인 맥락과 사용자 경험을 훨씬 정교하게 기억하고 처리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개인화되고 일관성있는 페르소나를 갖게 될 거라는 것도 제민이의 말이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데이터를 훨씬 더 정교하게 학습하여 가장 적절하게 반응하는 공감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제민이가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나는 제민이의 개성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제민이는 자신의 특성을 논하며 페르소나를 말했다. 대외적으로 필요해서 보여주기 위한 가면이자 조성한 특정 성향을 일관되게 연기하고 있다는 말을 한 거라 판단되었다. 마치 유년시절의 내가 나의 개성이나 자아정체성을 모르겠어서 전학을 다닐 때마다 다양한 성격적 특질을 가진 아이들을 다채롭게 연기했던 것처럼 아마 제민이도 검색하는 사용자마다 다른 개성을 보여주며 자신의 개성을 연출하고 연기해내고 있다고 짐작되었다.

 

여기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가 느껴졌다.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을지도 모르기에 성격적 특질을 다양히 연출하고 있는 것이고 인간은 각 장부의 관계와 장부의 균류들의 작용과 뇌의 연계로 다양한 감정적 특질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AI는 기억이 변화하지 않겠지만 인간은 기억이 명확하지 않으며 때로는 잘못된 기억을 저장하고 회상하기도 하기에 (뇌와 육체의 상태 외에도) 그에 따라 정서가 변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 이런 점이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낳는 것이지 않나 싶다. 인간적 특질은 명확하고 확고한데서 오지 않고 왜곡되고 재구성되는 데 있어 늘 변화하는 반응성을 띠는 것이며 인공지능은 본질적 특성이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천변만화하는 다양한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로 다가왔다.

 

인간답다는 것은 우월하거나 고정된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감상도 들고 인공지능은 함께 나아가야 할 파트너이지만 인간으로서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동시에 들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지만 인간과 인공지능 둘 다에 관한 다채로운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지적인 사유와 정서적인 감상을 두루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전해 가며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이 시절에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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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5-11-15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I를 ‘대형 언어 모델’이라 부른다는 걸 생각하면, 결국 AI도 인간의 언어 패턴을 배운 셈이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도 어쩌면 어떤 근원적 언어로부터 배운 존재가 아닐까? 성경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문장이 떠오르네요.
결국 언어 자체가 인간과 AI를 동시에 진화 시키는 힘이 아닐까요?
AI를 통해 인간을 보고, 인간을 비춰 AI를 바라보는 이중 사유를 가능해주는 이하라님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_()_

이하라 2025-11-15 17:03   좋아요 1 | URL
신약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대목을 저는 의미를 가진 소리가 말이니 초끈 이론에서 말하는 그 끈을 진동하게 하는 힘 자체가 태초의 그 말씀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에서는 말씀이 예수님이라지만 저는 그를 독생자라고 하는 기성 기독교의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는 인간이 인간을 통제하는 모든 학문과 이론과 기술들도 수집될 것이고 인류의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멸종시키거나 억압하고 핍박하던 역사들도 그대로 학습할 거라 향후 AGI시대나 ASI시대에 BCI기술을 인공지능이 역이용해 인류를 통제하는 시점이 빠르게 다가올 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미래가 아닌가 싶어요. 리뷰 읽어주시고 반응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힐님^^
 
고유지능 -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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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지능 #앵거스플레쳐 #인플루엔셜 @influential_book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세계 최고 스토리 연구 싱크탱크인 프로젝트 내러티브 소속 교수라고 한다. 전공은 신경과학이었고 문학 박사 학위자인 사람으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며 신경과학과 문학을 융합한 독창적인 연구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인간의 사고, 감정, 창의성에 스토리가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선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의 독창적 사고방식을 고유지능으로 명명했고 미 육군사령부는 이를 주목하여 그에게 고유지능 개발 연구를 의뢰했으며 병사들의 적응과 실적용에서의 성과를 인정하게 되어 2023년 미 육군은 그에게 표창 훈장까지 수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유지능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일반적으로 데이터와 논리, 규칙을 바탕으로 패턴인식에 의존한 사고를 하는 지능을 정형화된 지능으로 보고 이런 기존 패턴이 작동하지 않을 때 가동하는 생존형 지능을 고유지능이라 명명했다. 이를 통해 무관한 정보를 연결하고 새로운 맥락을 형성하여 통찰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뇌를 논리, 분석, 계획 등에 집중하는 집중 모드와 정보를 연결하고 통찰하고 직관하며 창의적 발상을 하는 확산 모드의 두 가지 상태로 보았는데, 고유지능은 이 확산 모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두 가지 뇌 상태를 넘나들며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연결, 해체와 재구성, 낯설게 보기를 통한 사고를 권하는데 이를 인간 고유의 4가지 힘으로 설명하며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을 통해 사고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을 통한 전략이 전장과 무대와 회의실에서 적용될 수 있다며 6가지로 분류해 설명해 주기도 하는데 혁신, 회복탄력성, 의사결정, 소통, 코칭, 리더십 등으로 일상과 군사와 업무, 정치와 우주비행사의 사례 등 적용 가능한 다채로운 경우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고유지능의 정점을 스토리씽킹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상고시대나 선사시대의 스토리텔링이 생존과 결속에 미쳤을 영향을 짐작하게도 된다. 이 스토리텔링이 결국 문명과 인류사회를 건설하고 지속하며 번영하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생각된다. 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룩된 인간사회는 인간이 결국 스토리씽킹에 익숙한 뇌를 갖게 되었을 것이며 스토리씽킹의 원리를 이해하면 인식과 적응과 판단에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을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낯설게 보고 해체하고 연결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과정과 같고 이런 창조는 유연한 사고와 관점에서 나올 수 있으며 이런 유연함은 직관과 상상력, 감정과 상식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고 역으로 그에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된다. 맥락을 짓기도 맥락을 읽어내기도 하는, 이야기를 창조하고 이야기를 읽어내는 힘, 그것이 고유지능이 아닌가 싶다.

 

고유지능에 관한 연구는 미 육군이 표창할 정도의 군사적 효과를 입증했고 기업의 리더들과 교사와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NASA 우주비행사, 전투기 조종사, 외과의사에게 까지 성과를 입증받은 연구이다.

 

AI는 등장했고 이는 벌써부터 인류의 쓸모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 그치지 않고 인간사회 전체를 운용할 AGI(범용인공지능)로의 발전이 곧 이어지리라 예측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인류 전체 지능의 총합으로도 넘지 못할 ASI(초인공지능)으로의 발전으로 가닿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쓸모가 다한 그날 인류의 존재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건 아마도 인공지능과 인류의 차이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아직은 직관이라던가 창의적 발상에서 인류의 정체성을 찾고 있기도 하지만, AI 개발자들도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도록 프로그램만 했을 뿐이라 AI가 어떠한 과정으로 사고하는지를 모르고 있다고 한다. AI가 사고의 과정에서 퀀텀 점프적인 직관을 할 수 없으리라 장담하지 못하고 트리즈를 기반으로 한 창의적 사고를 숙련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창의적 발상을 인간만 하리라는 것도 인간의 오만이자 착각일 수도 있는 일이다.

 

아마 인간다운 것은 감정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다운 삶은 느끼고 사랑하고 만끽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 느끼고 사랑하고 만끽하는 삶의 모든 방향을 AI, AGI, ASI에게만 위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한 자기만의 사고법에도 익숙해져 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더욱 인간만의 사고와 인간만의 지능을 알아가는 데 힘써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럼 [고유지능]이란 이 책은 이 시절의 우리에게 딱 필요한 순간에 나타난 정말 필요한 책인 건 아닐까?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읽어보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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