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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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정확히는 한 여자, 더 정확히는 한 여자의 유년기부터 소녀시절을 온통 지배한 훈육과 독재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그녀의 감상에도 공감은 하지만 출판사나 여러 독자들이 이야기하듯 완전한 폭력과 강탈로는 보이지 않았다. 누구나 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생과 비교하거나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사유의 틀로 감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까닭에 내가 본 그녀의 삶은 주어질 것은 다 주어졌으나 그녀가 받아들이기에는 과도하거나 지나치거나 압제적인 운명이 주어졌다고 느꼈기에 이런 자전적 이야기가 쓰여졌던 거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분명 그녀에겐 안전이 주어졌고 식량이 주어졌고 교육이 주어졌다. 생존을 위해 어린시절 누려야 할 것들이 모두 주어졌다. 다만 그녀나 대중이 느끼기에 무언가 그릇되고 강압적이고 삐뚤어져 전해졌다고 느끼기에 이 책에 대한 감상들이 대체로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사실 그녀의 이야기 속에 레몽이라는 빌런의 행동 외에는 과거에는 대부분이 이런 정도의 환경과 유사했거나 이보다 지나쳤다. 내게는 그랬는데 나 이전 세대 분들에게는 더했을 것이다. 저자는 나보다 훨씬 이전 세대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그녀는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른 환경이 주어져서 괴로웠던 것이지 대부분에게 주어지는 환경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삶이었다고 느껴졌다. 성장기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괴로움을 매운맛의 9단계로 분류한다면 그녀의 삶은 9단계 어디에도 들어서지 않는 그저 순한 맛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에게는 아버지의 강압이 폭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그녀가 홈스쿨링만 했지 학교생활이 결여된 환경을 겪어서 모르나 본데 학교는 그보다 더 폭력적인 곳이다. 그녀에게는 단체 생활의 결여가 큰 상실감을 자아낸 모양인데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도 많은 이들이 홈스쿨링을 선택하고 고독한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만 그녀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면이 다소 안타깝기도 하지만 대부분 특히나 한국 같은 경우에는 성인이 되기 이전에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이 완벽하게 주어지는 경우가 없다. 태어나서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거치기까지 자신이 놓이는 환경이라는 것은 부모의 재정 상태, 주거지역, 인간관계 등등에 의해 제한되는 경우가 거의 다이고 어느 누구도 자기만의 선택으로 환경이 좌우되지 않는다.

 

그리고 학교 교육과 사회화라는 것도 대중이 가르치는 것이라고 해서 정의이거나 바른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문제다. 대부분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식적인 프레임인 개인주의, 이기주의, 약육강식, 승자독식, 다수결 원칙 등등도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고 판단해서 사회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알고 보면 저자의 아버지처럼 하나의 세뇌를 거치는 방식이 거대 집단인 사회 체계 속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기본 상식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정이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사회에서 일탈하는 삶을 살기도 한다. (이 책의 소재와는 다르지만) 우리는 몰몬교나 여호와의 증인 같은 소수단체들을 보면 그들에게서 다르다는 인식 외에 알게 모르게 이질감의 부정적 경로인 배척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저자가 느낀 감상들을 그녀와 같이 느끼게 된다면 자신이 속한 집단(가정이든 나라든)을 떠날 권리가 주어지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지금의 한국이 싫으면 한국을 떠날 자유도 분명히 주어져야 하듯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구성요소인 가정도 싫다면 떠날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절대악이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다수의 방식이 아닌 방식은 절대악이고 다수가 선택하면 선이라는 논리는 아니라고 본다. 스카이 캐슬 같은 부모들의 강요도 옳지 않다. 하지만 그들을 절대악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 우리가 알기에는 그런 가정도 다수이고 흔하기 때문이다. 스카이 보내려고 공부 닦달하는 부모 때문에 자식이 자살을 했다면 적당히 하지에서 그쳤을 감상이 자신이 옳다는 걸 자신의 아이에게 적용했다고 절대악이라니 이상한 논리다. 대부분에 부모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걸 자식에게 누리게 하고 대부분에 가정에서 다 부모의 상식대로 자녀를 양육한다. 내가 보기에는 스카이 닦달하는 부모와 저자의 부모가 결이 다르지 않았다. 둘 다 상식적으로 상식 밖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저자 부모들의 상식 밖 대응과 결이 같은 대응들을 일상에서 자기 부모들에게 겪는 경우는 흔하고 이보다 더 심한 부모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저자의 감상에 딴지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딴지라기보다는 그녀가 감성이 풍부한 20세기 소녀였기에 더 크게 문제라고 느꼈던 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이 정도만 주어졌어도 만족하겠다는 사람들도 세상에 적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배움의 발견]을 쓴 타라 웨스트오버는 실존적 위기였다면 모드 쥘리앵은 보다 더 자유로운 삶에 대한 희구였다고 보인다. 나로서는 타라에게는 공감과 안타까움과 함께 대견함이 느껴졌지만 모드 쥘리앵에게는 그녀의 생애 전반기 전체에서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아이 #모드쥘리앵 #복복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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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를 위한 마블 스토리텔링 - 플롯부터 세계관까지, 마블로 배우는 매혹적인 시리즈 잇는 법 스토리텔링 비법 시리즈
홍지운 지음 / 동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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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도서협찬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SF 작가이자 웹소설 창작과 교수이다. 저자가 말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것이 이 시대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공유언어이자 대중적이며 효과가 입증된 공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업이 작가이며 창작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생업인 사람이기에 이런 그의 주장은 들어봐야지 싶은 미더움이 생긴다.

 

본서는 어느 장르던 집필을 꿈꾸는 사람이 들어봐야지 싶은 주제를 서술하고 있으며 앞서 말했듯 대중 다수가 공유하는 대상이자 하나의 장르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혹하며 관심도 갈뿐더러 저자가 이야기하듯 MCU를 대상으로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공식을 추출한 내용이기에 이해와 습득이 쉬워 보인다. 이 책은 창작을 꿈꾸는 분들이 공부로써 다가서도 좋을 내용이지만 이제까지 수퍼히어로 무비를 좋아해 왔던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다시 돌아보며 좀 더 깊이 있게 그 장르의 영화들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도 좋을 책이다.

 

본서는 주인공, 빌런, 조연, 세계관, 플롯 공식, 연출, 주제의 일곱 가지 장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인물이라고 분류해도 좋을 장을 주인공, 빌런, 조연으로 세분화해서 조망하는 것은 창작에서 특히나 수퍼히어로물에서 인물의 중요도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관은 복잡할 필요나 연연할 정도로 그 중요도가 크지 않다고 하면서도 세심히 소개하고 있으며 플롯 공식에서는 이 책이 짧은 호흡의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 영화를 구상하는 게 목표임을 주지하게 한다. 대부분의 내용과 연출 대목과 주제 대목은 저자가 상식적인 것은 배제하고 서술하겠다고 서두에서 밝힌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꼭 필요한 언급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MCU 영화들은 대중 대다수가 여러 편을 보았거나 거듭 보았으리만치 인기와 파급력이 큰 장르였고 까닭에 다수가 영화의 공식들을 대강은 다 알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전문 창작자의 가르침이 어떻게 다른지에 주목하는 것도 독서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이젠 창작도 다양한 장르에서 의욕적으로 만드는 시절이라 수퍼히어로물과 같은 장르에 대한 의욕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본서가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서 말했듯 저자는 상식적인 대목은 빼고 MCU만의 특징을 담으려했다고 하지만 본서를 통해 창작의 기본을 배울 수 있기도 하다.

 

창작을 꿈꾸며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텔링 책들을 섭렵하시는 분들께는 본서가 더더욱 매력이 느껴질 책이 아닐까 싶다. 좀 더 다채롭게 영화라는 매체를 즐기고 싶은 분들과 수퍼히어로물을 써보겠다고 작정하신 분들 그리고 영웅서사에서 사회와 관계와 자신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분들 모두에게 끌림이 있을 만한 책이라 독서가들 다수에게 선뜻 권해도 욕은 먹을 일 없을 것 같다.

 

#창작자를위한마블스토리텔링 #마블스토리텔링 #홍지운 #동녘 #도서협찬 @chae_seongmo @dongnyok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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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 MBTI로 읽다
임수현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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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와 함께 다가서게 되었다. 제목에 ‘MBTI로 읽다’라는 문장이 있기에 각 MBTI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상을 주는지 그리고 해당 MBTI에 사람들에게 감명 깊을 책을 추려 제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와는 다소의 오해가 있었지만 각 소설의 인물을 MBTI로 분석해 접근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저자에 대해서는 이미 검색을 거치셨을 것이라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한데, 많은 여성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한 경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 학력만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정계 경험까지 있는 데다 그 이후에는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너무 아름답다. 책을 선택하며 작가의 외모까지 논하거나 고려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4차원 사기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른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나 [장르별 독서법]과 [임수현의 친절한 사회과학]은 솔깃한 책이다. 본서를 읽으며 MBTI라는 체계를 근거 삼아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 속 인물들의 심리와 욕동과 관계를 분석하는 저자의 명철함을 보면서 저자의 전작들에 대한 궁금함과 끌림도 일었다.

본서는 책 소개글과 소개 이미지에서 언급되듯 각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해설을 ‘작품 해제’로 담고 나서 ‘줄거리’를 요약하고 ‘MBTI 분석’이라며 주동 인물의 심리와 행위와 관계를 분석해 준다. 각 작품마다 인물의 역할과 관계와 심리가 간결하게 그래프로 주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문학 소개서들에서는 작품 해제 이후 줄거리 중심으로 해설해 주는 데 그치고 있는 것에 반해 저자는 주동 인물의 심리 유형를 분류하면서 심리와 욕동과 행위와 관계를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해 해설해 준다. 물론 더 깊이 있게 다가선다면 한 작품의 인물과 관계 분석만으로도 각 문학 작품의 분량을 넘어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문학의 접근을 이런 분량에서 이 정도 수위의 깊이로 다가선 경우는 임수현 작가와 같은 경우가 흔치 않은 게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대표적으로 ‘청구야담’이나 ‘변신 이야기’처럼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진 작품들의 경우 인물을 특정짓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자는 인상 깊은 인물 몇몇만 이런 분석을 시도했다. 이건 해당 작품만을 집중해 분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저자에 앞으로의 저작들도 기대되는 바인데 본서와 같은 심리분석에 기반한 작품 해설을 넓게가 아니라 인상적일 한 작품에만 집중해서 한다면 정말 깊이와 대중적 인지 차원에서 다른 저작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라면 저자의 취향과는 다른지 모르겠는데 [의천도룡기]나 [천룡팔부]에 대해 저자의 접근과 같은 양식의 저작이 등장한다면 아니면 신필 김용의 전 저작들에 대해 임수현 저자의 접근과 같은 분석이 시도된 저작들이 출간된다면 아마도 미친 듯이 히트하지 않을까, 베스트셀러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본서는 때때로 따분한 문학을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조금은 깊이 이해하며 문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책이지 않은가 하는 감상이 들었다. 나처럼 문학과는 소원한 성인이나 다양한 문학에 대해 어찌 접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다가서 볼 만한 저작이라고 권하고 싶다.

#서울대권장도서MBTI로읽다 #임수현 #디페랑스 #권장도서 #MBTI분석 #인물심리로접근 #인물이해 #인물로작품이해 #도서협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dava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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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코드 - 매혹적인 이야기의 8가지 스토리텔링 비밀
길종철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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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작에 관심을 갖는다. 시나리오든 대본이든 소설이든 장르를 떠나 무언가 써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풀어내고 있는 시절이 아닌가 싶으니 말이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창조해내고 싶은 마음이 만나 창작의 욕망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창작의 욕망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가고 싶은 바람과는 약간 다를 것이다. 그저 자기 현시욕이라면 창작이 아니라 더 손쉬운 길이 많으니까 말이다. 사회에서 자신을 인정받을 길은 많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인정받던 길에서 벗어나면서까지 창작욕을 불태운다. 전문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생업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 창작의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일까?

 

나로서는 이건 대화의 시도라고 생각한다. 자식으로서의 페르소나, 남편이나 아내로서의 페르소나, 아버지나 어머니로서의 페르소나, 친구나 이웃으로서의 페르소나, 선배나 후배로서의 페르소나, 직업과 지위로서의 페르소나...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가면을 필요로 하고 그 가면과 함께 사람들과 대화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걸 떠나 더 깊고 진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 욕망의 발현이 창조성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찌 보면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며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소통하고 싶은 바람이 창작이란 매개를 통해 이야기로 구축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도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드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는 스토리텔링의 주목적을 상대방(관객, 독자, 시청자, 청중 등)과 소통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라는 은유는 삶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인생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을 저자는 창작의 근본적 동인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인생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고 설득력있고 몰입할만하게 만드는 법이 담긴 책이 본서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스토리 DNA의 네 가지 요소를 주동인물, 초목적(궁극적 목적), 반동인물(세력), 동기로 보고 있으며 스토리텔링의 3요소를 캐릭터와 플롯, 그 이면의 주제라 정의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긴 시간 동안 관객의 관심, 주목, 집중,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에너지를 논하는데, 그게 갈등과 딜레마와 아이러니다.

 

본서의 부제는 [매혹적인 이야기의 8가지 스토리텔링 비밀]이다. 하지만 많은 작법 저작들이 있는 바에야 여기서 말하는 비밀도 비밀이라 하더라도 공공연한 비밀일 뿐일 것이다. 8가지라는 분류는 책의 목차를 좀 더 부각하도록 하기 위한 정의 같고 그보다는 앞서 언급한 스토리 DNA와 스토리텔링의 3요소, 그리고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에너지가 바로 저자가 하려는 작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를 위해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국제시장], [변호인], [7번방의 선물], [서울의 봄], [범죄도시] 시리즈 등 대흥행한 천만 영화들이 예시로 쓰이고 부수적으로 국내외 흥행 영화들이 서술되어 있다.

 

위에 기술한 영화 가운데 내가 본 영화는 4편 정도인데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에 별로 끌리는 편이 아니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본서를 읽고 나서 영화를 인생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창작의 요소를 배우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해석해낼 나름의 눈과 이해를 깨우치기 위해 한 번씩은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야기라는 은유가 삶을 담고 있다면 자신의 삶에서 아무런 의미도 읽어내지 못하면서 창작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무모하지 않나 싶다는 깨우침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작법서를 읽으며 가장 크게 일깨워진 것은 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본서도 창작을 위한 책이지만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읽어내는 인생 독해력을 더해 줄 거라 생각된다. 많은 분들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생을 읽을 수 있기 위해 그리고 소통하기 위해 본서를 읽어 보려는 의지를 가지실 수 있었으면 바라게 된다. 다른 작법서들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천만코드 #길종철 #프런트페이지 #시나리오작법 #창작 #스토리DNA #스토리텔링3요소 #몰입에너지 #인생독해력 @frontpag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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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멍청해지기 전에 - 150년 동안 인류 지성사를 이끈 68가지 지혜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박정민 옮김 / 필로틱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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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의 비밀 독서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출간 전 50인의 비밀독서단에 응모한 이유는 도발적인 제목 때문이 아니라 ‘인류 지성사를 바꾼 100권 중 하나’이고 ‘하버드, 예일 대학교 추천 도서’이고 ‘아인슈타인과 처칠이 극찬한 지적 생활 가이드’라는 소개 그리고 우리 시대의 ‘숱한 정보로 멍해지는 뇌를 150년 전에 예측한 문화 평론가의 저서’라는 책 소개 때문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이 책에 대한 소개들을 보며 넘쳐나는 데이터들과 주의력을 빼앗는 스마트폰 알림으로 인해 기억력은 희미해지고 독서 능률도 떨어질 때 기억력과 사고력과 판단력을 되찾고 싶다면 선택해야 할 책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받아들고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본서에 대한 나의 판단을 재고하게 되었다. 이 책은 영문 제목처럼 ‘지적인 삶’은 어떠한 것이며 지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깊으면서도 폭넓게 담론하는 책으로 삶에 대한 시선과 사유가 남다른 잠언서 성격의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분에게]라는 편역자분의 책 소개에서부터 그런 감상이 시작되는데 그의 소개를 남기자면 이렇다.

 

“이 책이 말하는 지적 생활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거나 지식을 축적하는 데 있지 않다.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씨앗에서 시작해 깊은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가지를 뻗어가듯, 우리의 지적 성장 역시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 해머튼은 지성이 단순한 암기나 형식적 학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깊어지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사고가 문법학자들이 정한 딱딱한 규칙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와 경험을 통해 유기적으로 발현된다고 보았다.”

 

“지적 생활이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모든 순간에서 배움을 발견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즐기며, 끊임없이 더 높은 관점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의 습관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스승이 될 수 있다. 지성이란 결국 일상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찾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지속적인 태도인 것이다.”

 

본서의 소개로 편역자의 이 글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 지적 성장과 지성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구어체로 번역되어있다. 그래서 작가로부터 조언을 받는 기분이기도 하고 때로는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기도 하다. 삶에서 지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들, 그리고 지적인 삶을 위한 양식과 태도들 왜 학습과 독서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깊게 관통하기도 하고 세부적으로도 상세히 담론하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지적인 삶이란게 특정한 인물이나 특출난 인물들에게서만 나타나거나 필요한 것이 아니란 말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여러 계층과 처지의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진정한 열망만 있다면, 누구나 지혜로운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네.”

 

저자는 지적 생활에 대해 확고하게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지적 생활이란 ‘완수해야 할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네.”

 

지적 생활에 있어 물리적 변화처럼 상태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들이 담긴 책이 본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큰 줄기라면 지적인 삶을 위한 태도와 지적인 생활을 위한 건강 관리, 감정 관리, 시간 관리, 부부와 친구와 지인을 비롯한 인간 관계, 도덕성, 생계 문제, 삶과 학문(학습)에서의 조화 문제, 작업에서의 태도, 독서와 학습에서 실용성 등 10개의 장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가지들이랄 수 있을 68개의 작은 장들은 저자로부터 받는 관심과 애정이 깃든 68개의 편지라고 볼 수도 있을 내용이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우리의 마음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네. 지식을 얼마나 배워야 하는가는 실로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지. 우리의 존재가 많이 아는 것과 적게 아는 것의 균형으로 결정되기도 하니 말일세. 하지만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최선은 아니네. 지식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기억하게 ‘너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몸에 해롭다’는 것, 그리고 ‘모든 지적 활동은 결국 [육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말일세. 누구든 자기 몸을 무시한 채 ‘육체를 초월한 영적 존재’인 양 구는 것은 위험 하다네.”

 

철학처럼 다가오는 그의 말도 있지만 150년 전에 살아가셨던 분의 현실적인 조언들은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나름의 정의들은 아무리 오랜 세월로도 바뀌지 않는 것이구나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젊은이는 오래 사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더군. 하지만 지적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에게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기회라네. ...중략... 훌륭한 사상가나 예술가들이 오래 살며 지식을 깊이 쌓고, 사고를 확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것만큼 경이로운 축복도 없다네.”

 

여기서는 도가의 장생구시 長生久視 관점이 떠올랐다. 오래 살며 보고 느끼고 배우며 성장하는 자체를 목표로 삼은 도교적 관점이 서양의 지성에게서도 엿보이니, 지역의 차이도 뛰어넘고 통시적으로도 아울러지는 대답이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사람들은 흔히 ‘미루는 습관은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일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아껴주는 경우도 있다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말이 있네. 이는 초인적 속도의 나폴레옹이나 한 유명 화가가 남긴 교훈이기도 하지. 성급한 행동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게 할 수 있으니, 적절한 멈춤이 필요하네. 방향을 잘 가늠하며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네.”

 

미루는 습관과 멈춤에 대한 작가의 말은 이 시대까지 강조되는 통론과도 완연한 차이가 있다. 깨어있는 이들은 기존에 주어지는 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숙고를 거친 후 수용할만한 것을 수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예이기도 했다.

 

조언 같기도 대화 같기도 한 저자의 이야기들은 많은 부분 반론이 일기보다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잠언집 같다는 감상이 가장 컸다. 실용적이기도 하고 통론적일 때도 있지만 어르신들의 말씀이 꼰대 같을 때가 있고 깊은 지혜가 느껴질 때가 각각 다르듯이 본서의 내용은 지혜가 느껴지고 지성의 길을 걸은 옛사람의 연륜이 묻어나기도 한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잠언집들에 갚은 감상이 들었다는 분들이라면 본서도 분명 깊은 여운과 교훈을 느낄 거라 장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본서는 매 장의 마무리마다 [현대인을 위한 지적 생활 가이드]라는 아마도 출판사에서 저자의 말씀과 같은 맥락의 현대적 부연 설명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와닿는다. 잠언으로서 감상만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 효과를 남기는 조언이 될 수 있도록 완성도가 갖춰진 책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열띤 학구열의 시대인 이 시대에 학습과 교양을 위해 어떠한 조언을 주며 마음의 안정까지 가져오면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제시가 있는 책이기도 한 이 책은 이 시절에 읽어봄직한 책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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