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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을…
소재원 지음 / 책마루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결혼을 하고 나면 부모에 대한 마음이 각별해진다. 어릴적 엄마가 말씀하신 "너도 니 새끼 낳아서 길러봐라. 그럼 내 맘 알지." 그말의 의미를 진짜 알게 되는 것이다. 내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키웠을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정서상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유독 끈끈한 애증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요즘에 와서는 서로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이유롸 그 유대관계가 약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더욱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의 가히 맹목적이기까지 하다. 비록 이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요즘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편에서는 죽을 때까지 자식은 부모에게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은 심정일 것이다.
이 책에서의 서수철의 마음도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아직까지 내 가족들 중에서 치매환자는 없었다. 그래서 치매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은 모른다. 그저 텔레비젼 속 드라마의 얘기나 다큐멘터리 속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치매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가족들도 잃어가는 기억에, 아파지는 몸에 상상을 초월하는 슬픔과 아픔을 느끼게 되리라는 것은 알겠다. 이런 치매 진단을 서수철이 받는다. 평생을 교직생활을 하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시골에서 살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치매진단을 받으면서 기억을 잃기 전에 주변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 참 서글프면서도 왠지 장엄하게 느껴진다. 자식에게 짐지우지 않으려는 부모의 마음, 없는 살림에도 자식에게 뭔가를 남겨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단지 슬프게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런 아버지의 아들은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받친 회사로부터 명예퇴직을 당했다. 한 가정의 아버지이면서 누군가의 아들이기도 한 서민수는 명예퇴직 당한 대부분의 중년남자들처럼 사실을 숨긴채로 거짓출근을 한다. 그런 민수에게 가족들은 여전히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바라고, 어느 순간 돌이켜 보면 그에 억울하고 답답한 민수 역시 수철에게 그런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완전히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즐거웠던 옛추억을 찾아, 그리고 앞으로 기억못할지도 모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난 수철의 모습에서 '그래도 부모이기 때문에....' 라는 말 밖에는 달리 할말이 없어진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통속적이다 싶을 만큼 진부하기까지한 소재들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력을 보면 유독 아버지라는 소재에 대한 글쓰기는 왠지 남달라 보인다. 이책을 쓰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는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여서 일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대중들로부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아마도 이 책 속의 수철과 민수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우리네 아버지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받치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