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폭풍을 평안한 물결로
영국 철학자 루퍼트 스피라 Rupert Spira는 저서 《알아차림에 대한알아차림》에서 자아의 본질을 보는 동양의 오랜 성찰법을 바다와하늘로 비유했다. 바다 표면의 파도들보다 깊은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것, 하늘의 구름보다 그 위의 푸른 창공을 바라보는 것이 자기 진짜 내면을 살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여름철 태풍이 찾아오면 거센 파도를 일으킨다. 한두 번일 때는태풍은 좋은 점도 많다.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여 어류를 풍성하게하고, 지구의 열을 식혀 주고, 적조현상을 없애 준다. 하지만 매주,
매일 연속적인 태풍이 몰아친다면 파도는 해일이 되어 많은 것을무너지게 할 것이다. 뇌의 거센 파도 물결을 어떻게든 잠재워야한다. 그래야 내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회복될 수 있다. - P133

내가 타이틀을 내려놓고, 진짜 내가 되면 강하고 위대해진다. 그리고 진짜 내가 되어 다시 외부로 나가면, 더 이상 골리앗 같은 거센 파도가 나를 흔들지 못한다. 크게 보였던 스트레스가 작고 소소하게 느껴진다. 작게 느껴졌던 내가 위대해 보인다. 내 몸의 반응도 긴장과 초조함이 아니라 이완과 평안이 찾아온다.
내가 나를 향하고, 내 안에 위대하면서도 포근한 품을 제공하는거인 같은 진짜 나와 하나가 될 때, 우리 몸의 자기돌봄시스템은강화된다. 내 몸속 의사도 힘을 얻게 된다. 내부의 나를 만나는 이과정에서 나의 뇌파는 안정을 찾아간다. 억눌린 부교감신경이 다시 활성화되어, 면역활동을 되살린다. 꽉 조이고 있던 심장을 풀어 한결 편해진다. 수축되었던 소화장기들이 이완되며 배가 편해진다. - P136

뇌과학에서는 두려움, 우울, 불안,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은 감정의 영역으로 규정하지만, 행복, 감사, 만족, 즐거움 같은 긍정적감정은 이성의 영역으로 규정한다. 50 이 긍정적 마음들은 ‘저절로생기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본다.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뜻이다. 비록, 힘든 상황에 놓였으나 그 속에서도 감사와 행복을 길러 내는 힘이 바로 이성이라는 것이다.
이 힘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역시 존중이다.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에 기반한 자기평가는 부정적인 감정의 영역보다 이성적 판단과 결정을 하는 뇌의 영역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 마음의 생각은 뇌의 시냅스로 기억되어 강화될 수 있다. 나를 얽매이게 하는 과거 생각의 길에서 벗어나 내가 선택한 내삶의 길로 갈 수 있음을 말해 준다. 나를 존중하자. 지나온 내 삶을존중하자. 그 삶 속에 존재해 온나 자체를 존중하자.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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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 유토피아 -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클레어 혼 지음,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 생각이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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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자궁이라는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를 덕분에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듯 인공자궁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처럼 보는 것은 순진한 또는 편협한 발상이다. 임신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임출육의 불평등에 대한 고찰 없는 인공자궁에 대한 정치적, 과학적 접근은 무서운 무기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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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5-28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이제 완독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백자평이 너무나 근사합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우아하게 표현해주셨어요.
그리고 햇살과함께 님,
그동안 함께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햇살과함께 2025-05-28 09:30   좋아요 0 | URL
저랑 거리가 먼 우아하게? 라는 칭찬이라요 ㅎㅎ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덕분에 저도 2년반 동안 잘 읽었습니다. 혼자라면 못읽었을텐데 너무 고맙습니다. 혼자 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읽으신 여성주의 리스트 야금야금 읽어볼까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5-05-28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하게…
맞는 말씀이에요.^^
백자평을 쓰려고 하니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이 너무 많아 백자평에 압축이 잘 안되어 리뷰를 쓸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어요.
이런 시점에 햇살 님의 백자평을 읽으니 오..맞아, 맞아, 고개 끄덕끄덕 했어요.
햇살 님이 늘 선두에 서서 읽어주셔 그동안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읽는 시간 공부도 많이 되고 도움도 많이 얻었습니다.
햇살을 비춰주셔 감사했어요.(오글오글ㅋㅋ)

햇살과함께 2025-05-2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책나무님의 오글오글 칭찬은 접수하겠습니다.
책나무님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6장 생물학의 폭정법

재생산 노동의 젠더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인공자궁을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있다. 아마도 오래 묵은 사회적 난제들을 시정하고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장벽을 해체하는 일에 비하면, 임신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편이 간단해 보이기 때문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기술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기술적 해법을 찾는 또 다른 사례이다. 인공자궁은 성별에 관계없이 부모에게 허락되는 1~2년의 법정 유급 육아휴직의 대체재일 수 없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거나 보편적인 무상 교육의 대체재일 수도 없다. 임신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한부모에게도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 그 자체로는 임신과 출산을 겪는사람들의 건강문제에 대한 연구비 투자 부족을 해결하지도 못할것이다. 임신의 신체적·정서적 위험과 돌봄 노동의 평가절하가여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쳤다는 스마이도르와 켄달 같은 평론가들의 주장은 타당하다. 하지만 이들이 같은 문제에 사회가 대처하는 방법을 인공자궁에 대한 개발 투자라고 말 - P236

한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여성은 임신할 수 있고 남성은 그럴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문제는 생식 생물학이 아니다. 임신을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고적절히 다루지 않아 생기는 위험은 오히려 성차별주의와 의학의가부장적 간섭주의의 책임이다. - P237

세상에 오직 두 가지 성만 존재한다는 신념이 너무나 견고한 - P242

나머지, 우리는 여성들이 홀로 임신을 책임지는 현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임신을 몸에서 완벽하게 분리해내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사실이 아니다. 생식 생물학은 파이어스톤의 생각과 달리 ‘정‘의 주체가 아니다. 실제 폭정은 성과 젠더에 대한 구시대적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무능력에서 기인한다. ‘암female‘과 ‘수male‘의 부모 역할이라는 이분법적 발상을 지양하는 가족을 계속해서 만들어 온 것은 시스젠더와 이성애 관계 밖의 사람들이다. 이 ‘정‘은 사회적 · 법적·정치적 현상이다. 즉 폭정은 성에 대한 환원적이고 배타적인 생각을 계속 강화하고 엄마, 아빠, 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편협한 정의를 강요하는 제도들이다. ‘여성‘을 암컷으로 태어난 사람들로 환원시키고, 생식 생물학 때문에 여성들이 근본적으로 ‘억압받는다‘고 상정하는 페미니스트 사고는 이 문제의 일부분이다. 이런 사고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제한적인 성역할을 악화시킬 뿐이다. 브리튼 여성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자칭 ‘젠더 비판적‘ 평론가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독설을 내뱉은 일은 실제이 결과를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이다. - P243

임신을 ‘탈젠더화‘하는 데에는 임신을 자동화하는 수단이 필요치 않다. 성별과 무관하게 임신하고 부모가 되는 일을 가로막는 의학적 · 법적·사회적 관행들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는 일이필요하다. 이 길을 가로막는 장벽은 우리의 신체적 한계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젠더를 관리하고 가족에게는 임신하는 어머니와임신하지 않는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제도들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생식 생물학의 폭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구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의 성별을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임신 관련 돌봄에 대한 접근성과 여성이아닌 임신 부모의 친권을 보호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들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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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고개를 든다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두렵고 힘들 수 있지만 용기를 내보겠다는 강력한 몸의 메시지다. 뇌는 이것을 인지하고 호르몬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행동을 지배한다. 이 과정이 몸에서 시작해 삶의 변화가일어나는 흐름이다.
몸이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밀의 퍼즐이 맞춰진다. 정신과 교수님의 고백처럼 몸의 자세가 마음의 자세를 이끈다. 마음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의 힘이 발휘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몸의 태도다. 어떤 스트레스 상황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말고 짧은 시간이라도 고개 들고 가슴을 펴고 천천히 숨을 쉬어 보자.
그러면 나를 두렵게 하고 위축하게 만드는 코르티솔 호르몬은멈출 것이다. 대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용기를 이끌어 줄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농도가 상승할 것이다. 스트레스 앞에서도 긍정의 마음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다시 내 몸에 DHEA 호르몬 농도를 상승시켜 내 몸을 더 건강하게 해 줄 것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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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어머니 기계

흑인 환자가 증상이나 통증을 알린 뒤 치료 지연이나 거부를겪는 이야기는 임신한 사람들과 영아의 건강 결과에 나타나는인종 차별에 대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이다. 여기에도 인간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적 연구로 유명한우생학의 잔재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 마틴 쿠니의 순회 전시가 시작되기 얼마 전, 질경"을 발명한 매리언 심스J. Marion Sims는 나중에 마취 상태의 상류층 백인 여성에게 시행할 수술 기법을 개발할 목적으로, 노예가 된 흑인 여성에게 마취 없이 고통스러운침습적 수술을 시행했다. 해리엇 워싱턴Harriet Washington이 《의료 아파르트헤이트 Medical Apartheid》에 기록하고 있듯이, 심스는 흑인 아기들에게도 폭력적이고 치명적인 실험을 수행하면서 이들의 죽음을 아기 엄마 또는 흑인 조산사의 탓으로 돌렸다. - P148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면, 편견이개입될 여지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보건의료 종사자와 윤리학자 팀이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근거하여 인공자궁을 안배해야 한다면, 이런 결정은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평가와 달리 주관적인 위험 평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생학의 잔재와 인간 대상 연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과학과기술은 진공 속에서 개입하지 않는다. 중립적이라고 선언하는 첨단기술들은 개발 방식과 적용 방식 모두가 기존의 차별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안면 인식과 음성 인식 기술을 생각해보자. 이런 기술은 애초 개발 단계부터 백인 남성들의 자료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한테서는 오류율이30퍼센트를 넘는 반면, 백인 남성에 대해서는 오류율이 극히 낮 - P152

다. 따라서 치안 유지와 같이, 이미 인종차별로 인한 위해가 상당한 상황에서 같은 기술이 사용된다면, 흑인과 유색 인종을 감시하고 표적으로 삼는 구시대적 관행을 이어 나갈 새로운 도구가될 것이다. - P153

처음부터 정의를 염두에 두고 체외발생 기술을 개발할 수는없을까? 그러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기술이 도입될 때 세상이훨씬 더 평등하고 재생산에 관련된 건강을 진정한 인권으로 보호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인공자궁이 실제로 모든임신한 사람과 신생아들에게 정말로 이롭기를 바란다면, 먼저 건강 불평등에 맞서고 모든 사람에게 재생산과 관련된 돌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에서는 어떤 기술도 그 자체로 기적을 낳을 수 없다. - P164

5장 임신중지의 해법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일소할 것이라는생각의 이면에는 물리적으로 임신을 종결하려는 욕구만이 이 시술을 받으려는 유일한 합리적인 임신중지 동기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당사자가 결정을 내릴 때는 ‘내가 임신을 원하는지, 혹은 원하지 않는지‘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안들 - P185

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임신중지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이유 따위는 없다. 임신중지를 도덕적 문제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보건의료 서비스로 이해하기 위해, 보다 중요한 점은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그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사람의 몸에서 진행되는 임신은 그 사람의 신체적·정신적경험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체외발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임신중지를 보건의료 서비스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다루는법체계는 상황에 따라 필요도 달라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법학자 사라 랭포드Sarah Langford는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해‘라는 발상이 임신한 사람들을 ‘사람이 아니라 태아 인큐베이터‘로 규정하는, 믿기힘든 비인간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태아를 단순히 한 인큐베이터(여성의 몸)에서 다른 인큐베이터(가짜 자궁으로 옮기면 된다고전제한다‘는 이야기이다." 임신한 사람의 몸과 인공자궁을 완전한등가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임신한 사람의 욕구, 필요, 이해를삭제해야만 한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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