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멋진 신세계로 향하는 체외발생

태아의 안전과 임신한 사람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는일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과는 관련이 없다. 만약 관련이 있다면, 여성의 자궁을 ‘통제 가능한 환경‘으로 취급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이민자의 아이들을 부모와 떨어지게 하는 일에도반대해야 할 것이다. 또 임신한 여성들과 갓 엄마가 된 사람들을감금하는 일에도 반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신한 사람의몸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재생산을 통제하여 젠더 및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것이야말로 이데올로기적 접근 방식일 것이다.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 수단은 바뀌었지만, 임신 중 무책임한행동 및 부모의 ‘적합성‘에 대한 이른바 국가의 염려는 지금도 일 - P132

부 지속되고 있는 우생학의 인종차별주의 전통이다. 특정 집단의사람들이 미래의 아이들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 인공자궁기술을 이용하여 임신을 인계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중립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미 알다시피 새로운 프로젝트도 아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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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인공 위탁모

배아에 여느 세포덩어리 이상의 가치가 없다거나 반대로 배아가 신성하다고 모두가 동의한다면 연구의 한계를 설정하는 일은 간단해질 것이다. 하지만 생명의 시작 시점에 대한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배아 연구에 대한 규제는 아마 우리가 만드는 법과지침에 감정이 반영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일지 모른다. 여러분이라면 사람들의 관점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안을 어떻게 규제하겠는가? (나를 포함하여) 어떤 사람들에게는 배아가 세포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임신 초기에 나는 메스껍고 피곤한증상을 느꼈지만, 내 안의 배아가 아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이 증상에 의미를 부여했다. 배아가처음부터 내 몸이 아닌 배양접시 위에 있었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은 용도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 그저 연구용이라면 이에 다른생각을 덧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포 조직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신을 시도하려고 기르는 착상용 배아라면 강한 애착을 느꼈을 수도 있다. 불임 때문에어려움을 겪고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부모가 되기 위해 상당한신체적·정서적 난관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배아가 아주 중요하다. 실험실에서 배아를 배양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세포들을 - P63

연구하는 일이 불임에 대해 더 잘 알고 향후 유산과 선천적인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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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장 온실, 화초, 인공자궁

이를테면 일부 변호사와 법학자들은 이 기술이 개발되면 필연적으로 재생산권을 퇴보시킬 것이라고 수십 년간 주장해왔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한 변호사는 인공자궁이 등장하면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서 태아를 추출하여 체외발생 방식으로계속해서 키우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될 것이라고 거들먹거리며말했다. 인공자궁이 등장하면, 임신중지를 하려는 사람에게서 강제로 태아를 적출하고 기계를 통해 세상에 나오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인데, 그야말로 잔인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반페미니즘적발상이다. 2017년 최초로 부분 인공자궁이 동물실험에서 성공했다는 발표 이후 법학자들이 똑같은 주장을 다시 내놓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이런 주장을 먼 과거의 유물이라고 치부했을지도모른다. 2018년 나는 사람들이 꽉 들어찬 학술집담회에 앉아 이전도유망한 혁신으로 인해 머지않아 임신중지를 금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어떤 생명윤리학자의 설명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런주장이 염려되는 이유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기본적인 임신중지 서비스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책의 최종 원고를 완성하고 불과 몇 개월 후였던 2022년 4월, 미국 대법원은 1973년부터 임신중지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옹호해 - P26

온 로우 대 웨이드Roev. Wade 판결을 뒤집었다. 이 판결은 임신중지를반대하는 주에서는 임신한 사람들이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이어가야하거나, 부당한 법을 무릅쓰고 임신을 종결함으로써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임신을 지속할지 아니면종료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기본적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세상에서 인공자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재생산권 전경을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수십 년 동안 임신중지에 대한 권리와 접근성이 모두 침해당한끝에 뒤따른 결과였다.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방심하거나 진보의방향이 언제나 앞으로 향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냉혹하게 일깨워준다. 퇴행적인 정치인들은 신기술을 이용하여 인권을 침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도 재생산에관련된 자기 삶을 통제하려 한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지 않는세상 대신, 임신중지가 보편적으로 금지되고 사람들이 자기 의지에 반해 유전적 자녀를 임신하도록 강요받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암울할까? - P27

바이오백 연구자들이 받은 질문에서 잘 드러나듯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자궁이라고 하면 <멋진 신세계>를 떠올린다. 그런데 공상과학 판타지 장르에서 체외발생의 미래를 다루고 있는 다소 덜 알려진 작품이 있다. 바로 마지 피어시MargePiercy가 1976년 발표한 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woman on the Edgeof Time>인데, 여기서 인공자궁은 권한을 부여하는 도구이다. 즉 이기술은 어머니가 임신의 시련과 출산의 고통을 혼자 짊어져야 하고, 이후에도 한평생 자녀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부 책임져야 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이다. 피어가 상상한 계급과성별이 없는 사회에서는 아기를 체외발생으로 임신하고 온 공동체의 도움을 받으며 책임 있게 ‘보살펴 줄‘ 세 명의 부모를 성별과 무관하게 배정한다. 임신 책임이 오직 한 사람에게 있지 않으므로 누구에게나 태어난 아기를 돌볼 책임이 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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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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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몸이라는 것이 만들어질 세상에서 우리는 몸을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자신의 몸에 갇혀 있는 것인가. 몸이 감옥이 되지 않도록 몸이 해방될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이 아니라 또 질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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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4-14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완독 축하드려요! 저도 오늘 시작했는데 잘 읽히더라구요!

햇살과함께 2025-04-15 13:28   좋아요 1 | URL
잘 읽혀서 (금방 읽진 않았는데)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냈네요!

다락방 2025-04-15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다 읽으셨군요!! 화이팅 입니다. 저도 잘 읽히길래 잠깐 미뤄뒀습니다.(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4-15 13:28   좋아요 0 | URL
잠깐 미뤄두셔도 될 것 같아요 ㅎㅎ 아직 보름이나 남았잖아요?

책읽는나무 2025-04-18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완독!
축완독입니다.^^
잘 읽힌다니 다행이네요.
그래서 저도 맘 푹 놓고 있어요.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4-18 11:47   좋아요 1 | URL
맘 푹 놓고 읽으세요 ㅎㅎ 아직 시간 많아요!!
 

존 하워드 그리핀 <블랙 라이크 미>

4장

다이어트는 도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좋지 않다. 그저 별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다이어트는 신체의 기본대사율, 즉 세트 포인트(set point)를 유지하려는 자가규제 과정을교란시킨다.* 다이어트를 하면 몸은 기아상태에 처했다고 착각하여 음식물 처리속도를 늦춘다. 보통은 몸의 ‘자동 온도조절장치‘가 음식이 풍부할 때는 대사속도를 높여서 대사율을 통제하지만,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사람은 그 장치가 망가져서 대사율이 낮게 고정된다. 그래서 다시 음식을 먹어도 대사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대사율이 적절하게 따라주지 않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급속하게 몸무게가 늘어난다. 실망한 사람은 늘어난 몸무게를 관리하기 위해 또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나선다. 그의몸은 이미 ‘정상적인‘ 식습관에서 벗어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 P186

그러나 이런 책략은 가면을 씌운 다이어트에 불과하다. 다이어트에 대해 한가지 의아한 점은, 다이어트가 정말로 효과가있다면 딱 한번만 시도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다이어트회사들은 95퍼센트라는 높은 재발률에 의지한다.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수치를 뇌리에 새겨둬야 할 것이다. - P187

정신분석가인 내가 볼 때, 트랜스휴먼이라 불리는 증강된 인체는 사실 상처입고 탈맥락화된 몸이 스스로를 탈육체화함으로써 위안을 찾으려는 시도인 것 같다. 그러면 어떤 제약과 경계도, 정상적인 인간의 죽음이라는 운명도 겪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것은 엄청나게 비물질화되고 역설적으로 탈체현화된 몸이다. 지치고, 다치고, 쇠락하고, 활기 넘치고, 즐겁고, 좌충우돌하는 몸은 삭제된다. 대신에 마음과 기술이 발명할 수 있는 온갖 환상들로 조종되는 싸이버적인 몸이 그 자리에 놓인다. - P202

5장

프로이트의 개념이 등장한 19세기 말은 최초의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이론이 20세기 페미니즘의 물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실제로 프로이트의 연구는 가부장적 이론이라고 맹폭을 받아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도 있었지만, 1960년대와 70년대의 해방투쟁은 그의 이론에서 두가지 가치를 발견해냈다. 첫째, 다양한 운동들이 추구한 목표 중에는 성해방도 끼어 있었으므로, 무의식적인 과정과 성적 관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는 이론이 필요했다. 둘째, 여성들이 종속관계 및 여성적 심리 구축에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현상을 경제적 요인 외에 다른 방식으로설명하는 덜 기계적인 이론이 필요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실제로 이런 현상을 어느정도 설명해냈고, 정신분석학은 이런 의문들에 답할 수 있는 생산적인 기법으로 보였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있었다. 여성들이 주체적 입장에서 수동적 입장으로 옮 - P226

6장

그렇다면, 정말 우리는 어떻게 몸을 갖게 되었을까?
나는 몸이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가씨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86, 프랑스의소설가이자 사상가옮긴이)는 ‘여성은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금언을 남겼고, ‘아기라는 것은 없다. 엄마가 기르는 대상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던 소아과의사 겸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의 말도 못지않게 자주 인용되는데, 내 주장은 두 사람의 말에 대한 공명이다. 우리의 육체적 존재는 모든 면에서 자연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물론 우리는 스스로를자연스럽고 아주 개별적인 존재로 느끼지만 말이다), 우리를 키운 사람들이 우리의 자연적 몸을 취급한 방식에 따른 결과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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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4-24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블랙 라이크 미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햇살과함께 2025-04-24 11:1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장바구니 터지는 거 아니에요 ㅎㅎ 전 메모만 하고 다시 만날 운명이면 그때 만나기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