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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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읽는 유일한 수상작품집. 작년에 큰 감흥이 없어서 그만 읽을까 생각했으나, 한 번 시작한 건 중단하지 못하는 미련한 성격 때문에(대신 시작도 잘 하지 않는다), 또 이거라도 읽어야 최신 한국소설 트렌드(?)도 알 것 같아서 올해도 구매했다. 시리즈 구매란 그런 거지.

7명의 작가 중 읽어본 작가는 4명이다.

백온유 작가는 장편 <경우 없는 세계>, 현호정 작가는 장편 <단명소녀 투쟁기>와 단편 [연필 샌드위치], 성해나 작가는 단편 [혼모노], 성혜령 작가는 단편 [버섯 농장].

단편은 모두 23년과 2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이다.


요즘 성해나 작가의 단편집 <혼모노>가 베셀 1위던데, 내가 읽은 단편이 그 단편인지도 몰랐다. 올해 수상작품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와 작년 수상작품 [혼모노]가 포함되어 있던데, 왜 이렇게 인기인가. 몰입감과 흡입력이 있는 작가인 것 같긴 하지만.

이번 작품집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을 꼽자면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 지난주에 읽은 FTM 청소년에 대한 프랑스 그래픽노블 <나단이라고 불러줘>(텀블벅으로 출판한 책이라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안된다)와 연결되는, FTM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다. 왜 트랜지션을 하냐고? 왜 남자가 되고 싶냐고? 아니, 나는 그냥 남자인데, 내 몸이 나와 다를 뿐.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감각.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찌질한 남자가 나오는 성혜령의 [원경]과 섬뜩하지만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도 재밌게 읽었다[원경](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작년에 읽은 [버섯 농장]과도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다. 성혜령 작가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그게 뭔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하겠으니, 오늘은 이만 퇴근해야겠다.


현호정 작가는 역시 내 취향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년에도 아마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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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정

미래는 가능성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실체가 있는 모든 시간은 자신을 미래로부터 분리해 현재로 드러낸다. 그러나 결합이 있어야 분리도 있다. 물결치며 갈라지는 미래 사이로 굳어지는 현재에 발을 디딜 때, 사건들은 단단히 뭉쳐 나를 견딘다. 영혼이 몸에 발을 담그듯 저 삶들은 이 삶 속에 끊임없이 뛰어든다. 어쩌면 나는 결합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결합을 결정하는 쪽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도 아닌, 결합 자체일 뿐일지 모른다. 최소한 나는 그것을 통해 여기 있었다. 그리고 나를 있게 한 모든 결합은 불균형적이고 비대칭적이며 무엇보다도 비확정적이었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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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영낭자전 보리 어린이 고전 17
송아주 지음, 홍선주 그림 / 보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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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선녀임에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으로써 그 억울함을 풀어보려는 너무 흔한 이야기. 남편이 끝까지 신의를 지켜 누명에서 벗어났다지만 그 누명의 원인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갔으면서 부인 보고 싶다고 밤마다 집으로 몰래 숨어 돌아온 어리석고 유약한 남편 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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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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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 울 것 같아서 책을 들지 못하고 몇 달 동안 주저하고 있었다. 막상 다시 읽으니 울음이 나지 않았다. 요즘 눈물이 없어져서인가. 각오를 해서 인가. 읽는 내내 무척 담담하게 읽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끈질기게 묻는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기억에 대해. 인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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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부마항쟁에 공수부대로 투입됐던 사람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내 이력을 듣고 자신의 이력을 고백하더군요. 가능한 한 과격하게 진압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그가 말했습니다. 특별히 잔인하게 행동한 군인들에게는 상부에서 몇십만원씩 포상금이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동료 중 하나가 그에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뭐가 문제냐?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지 않아?
베트남전에 파견됐던 어느 한국군 소대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들은 시골 마을회관에 여자들과 아이들, 노인들을 모아놓고 모두 불태워 죽였다지요. 그런 일들을 전시에 행한 뒤 포상을 - P134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중 일부가 그 기억을 지니고 우리들을죽이러 온 겁니다. 제주도에서, 관동과 난징에서, 보스니아에서, 모든 신대륙에서 그렇게 했던 것처럼,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인간입니다.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 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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