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인께서 외롭다고 느끼시지 않는것이겠지요.""몬테로 씨, 사람들은 자신이 외롭길 원하지요. 신성함에 다다르기 위해 고독이 필요하다면서 말이지요. 고독 속에 있을 때유혹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모르면서 하는 말이에요.""부인,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아, 차라리 그게 더 나아요. 하던 일이나 계속하세요." - P39
하지만 파리는 이중적인 도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또다시지금 여기서 재현될 거란 환상이 있었다. 우리는 곧 이것이 일종의 속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리 사람들은 실내장식의 거울들로 단순히 특정한 공간을 재현할 뿐 아니라 더 많은 공간을창출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파리 사람들이 거울들을 군대식으로 배열해 비좁은 아파트를 실제 크기보다 두 배 - P63
정도 크게 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마르케스와 내가 아는 진짜 미스터리는 우리가 그 거울로 바라보는 환영 속에서 항상 다른 시간, 지나간 시간 혹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행운이 따라 준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이 되어 은빛 호수를 떠다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나는 파리의 거울들이 그들 자신의 환상을 넘어 다른 무언가를 내포한다고 믿는다. 동시에 그것들은 도시의 불빛처럼 만질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반영이다. 그 빛은 내가 여러 차례 묘사하고자 했던 것이다. 1968년 5월과 1981년 5월에 대한 정치적연대기에서와 『머나먼 관계들』 같은 소설에서 묘사한 파리의 빛은 동일한데, "매일 오후의 기대………… 신비한 한순간을 위해,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거나, 뜨겁게 덥거나 눈이 올 때와 상관없이,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그림 속 풍경처럼, 일드프랑스지역* 본연의 빛처럼 한낮의 현상은 흩어지고 또한 나타난다." - P64
책장에서 아우라와 환락의 집을 꺼냈다.
순수의 시대『순수의 시대』에서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부분이 바로 엘렌 올렌스카의 작은 집에 대한 묘사다. 벽난로 장식 위에 놓인 작고 섬세한 그리스 청동상, 낡은 액자에 넣은 이탈리아풍 그림 두 점과 그 위에 못으로 박아 드리운 붉은색 다마스크 천, 자크미노 장미가 두 송이 꽂힌 날씬한 꽃병, 멀리떨어진 곳에서 풍겨오는 듯한 터키산 커피와 용연향과 말린 장미가 어우러진 향....... 이제 여러분은 붉은색 다마스크 천의 문양과 그것이 어떤 붉은색인지에 대해 상상해 보기 바란다. 자크미노(jacqueminot) 장미를 검색해 보고 가드닝과 꽃에도 박학했던 이디스 워튼이 왜 엘렌의 집에 다른 장미가 아닌 그 장미를 두 송이 꽂았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용연향(ambergris)은 어떤 향인지 알아보고, 그것과 터키산 커피와 말린 장미의 향이 어우러지면 어떤 느낌이 들지도 그려 보기 바란다. 진지하게 구체적으로 상상 - P107
해 보는 동안 우리는 웨스트 23번지의 작은 집에 들어가 그집 주인의 ‘아우라를 숨 쉬게 된다. - P108
자기가 사슴이 된 줄 모르는 악타이온은 두려워 달아나면서도 자신이 그처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데 놀랐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괴성을 지른다. 사슴이 된 악타이온은 제 손으로 기른 충직한 사냥개들에게 쫓기다가 물어뜯긴다. 사냥 친구들은 고함을 지르며 개들을 부추기면서 악타이온이 이 사냥 구경을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디아나 여신은 악타이온을 직접 처단하지 않고 그의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 그를 갈가리 물어뜯어 죽여 버리도록만든 것이다. 메이 웰랜드는 확실히 디아나 여신 같은 면모가 있다. 놀라운 타이밍과 치밀함으로 그녀는 뉴욕의 관습과 사람들의 시선, 평판을 절묘하게 이용해 원하는 것을 쟁취해 낸다. ‘우아하고 순수한 모습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뉴랜드는 그녀가 숨을 다하는 날까지도 메이가 그의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다. 『순수의 시대』는 엘렌과 뉴랜드의 사랑 이야기를 베일처럼 덮고 있지만 또한 노란 장미와 은방울꽃의 대결이기도 하다. 이디스워튼은 놀라운 솜씨로 이 두 가지를 완벽히 균형 잡히게 직조해 낸다. - P119
프롤로그다른 미덕도 있다. 고전 읽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남다른 시간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전을 읽을 때는 동시대의 작품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자기장 안으로들어가는 감각이 있다. 여름방학의 나른함, 마루에 누워 두꺼운 책을 베고 졸다가 깼을 때 멀리 다녀오기라도 한 듯 얼떨떨한 느낌, 또다시 이어지는 낮이 암시하는 시간의 영속성같은 감각이 그와 유사한 것을 일깨운다. 너무 방대하고 섬세해서 독자로 하여금 정말로 시간 개념을 잃게 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몇 부분이도움이 될 것 같다. 프루스트는 가상의 시골 마을 콩브레 한가운데 있는 생틸레르 성당 종탑에서 시간마다 울리는 종소리를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다음은 주인공이 집에서 책 - P11
을 읽다가 가까이서 들리는 종소리를 놓치곤 하는 부분이다.또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올 때마다, 이전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온 것이 바로 조금 전이라고 느껴져, 막 울려온 시각이 또 다른 시각 옆 하늘에 새겨지면서 그 두 금빛 기호 사이에 끼어든 작고 푸른 궁형 안에 육십 분이라는 시간이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 가끔 때이르게 찾아온 이 시각은 바로 앞 종소리보다 두 번 더 울리는경우도 있었다. 내가 듣지 못한 시각이 한 번 더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실제로 일어난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깊은 잠과 마찬가지로, 마술적인 독서의 이점은 환각에 사로잡힌내 귀를 속이고, 고요라는 창공의 표면에서 금빛 종을 지워 버린다는 데 있다. - P12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는 오래된 책을 읽는 일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명의 감각 같은 것이 스며 있다. 그 책이 쓰인 시대와읽는 지금 사이에 가로놓인 시간의 부피를 꿰뚫고 울려오는동심원의 파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도리고 에번스의표현을 응용하자면,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는 아름답고지칠 줄 모르는 세계로부터 고전이라는 징검다리를 타고 시간을 건너오는 진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고전 읽기는 ‘들어가는‘ 것이다. 오래된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자기장이나 시간성, 종소리, 분위기 모두 고전읽기라는 행위의 체험적 측면을 표현하려고 동원한 말들이다. 그것은 다른 시대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공간의 어떤 정신을 체험하는 일이다. - P15
아우라, 너라는 아우라디스프루타르『아우라』는 이런 신화의 원리가 핏방울처럼 맺힌 붉고 푸른자두 같은 단편이다. 자두 또한 하나의 구슬이며, 햇빛과 흙의 조각들이 시간의 축을 따라 응결된 결과물이다. 우리는손을 내밀어 그 열매를 따는 것, 즉 서가에서 한 권의 책을뽑아 드는 것으로 읽기를 시작한다. 카를로스 푸엔테스는멕시코 작가이고 『아우라』는 스페인어로 쓰였다. 스페인어에는 ‘즐기다, 향유하다‘라는 뜻의 ‘디스프루타르(disfrutar)‘라는 동사가 있는데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이 단어를 - P46
뜯어 보면 과일을 뜻하는 스페인어 ‘프루타(fruta)‘가 들어있다. 과일로부터 다양한 즐거움을 추출하듯 무언가로부터즐거움을 느낀다는 뜻이 된다. - P47
유튜버 구르님의 책. 휠체어 좀 타본 멋진 여자들의 이야기. 앞선 누군가의 ‘혼자 가볼 만한데?’가 이어져 혼자 집 밖 조차 나가본 적 없는, 뒤에 가는 누군가가 혼자 해외여행 가고 혼자 해외교환학생 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휠체어로 더 멋지게 활보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