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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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순수함을 잃고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핍. 불행할 걸 알면서도 에스텔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니. 핍의 1인칭 시점이라 그의 성격적 결함이나 삐뚤어지고 있는 심성, 속물근성 등을 감추고 있는 느낌이다. 찰스 디킨스는 역시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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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안 올 거란다." 조는 말했다.
우리의 시선은 서로 마주쳤다. 그 순간 나를 ‘나리‘라고 부르던 그 모든 어색함이 그의 남자다운 가슴에서 전부 녹아 없어지면서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핍, 이보게 친구, 인생이란 서로 나뉜 수없이 많은 부분들의접합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대장장이고 어떤 사람은 양철공이고 어떤 사람은 금 세공업자고, 또 어떤 사람은 구리 세공업자이게끔 되어 있지. 사람들 사이에 그런 구분은 생길 수밖에 없고 또 생기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지. 오늘 잘못된 뭔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다 내 탓이다. 너와 난 런던에서는 함께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야. 사적(私的)이고 익숙하며, 친구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그런 곳 외의 다른 어떤 곳에서도 우린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야. 앞으로넌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는 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텐데, 그건 내가 자존심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저 올바른 자리에 있고 싶어서라고 해야 할 거야. 난 이런 옷차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난 대장간과 우리 집 부엌과 늪지를 벗어나면 전혀 어울리지않아. 대장장이 옷을 입고 손에는 망치, 또는 담배 파이프라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너는 나한테서 지금 이런 차림의 반만큼도 흠을 발견하지 못할 거야. 혹시라도 네가 날 다시 만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땐 대장간에 와서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대장장이인 이 조가 거기서 낡은 모루를 앞에 두고 불에 그슬린 낡은 앞치마를 두른 채 예전부터 해 오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도록 하거라. 그러면 넌 나한테서 지금 이런 차림의 반만큼도 흠을 발견하지 못할 거다. 난 끔찍이도 - P411

우둔한 사람이지만, 오늘 이 일에서는 마침내 어느 정도 올바른 결론을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보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겠네. 사랑하는 내 친구, 핍, 하느님의 축복을 빌겠네!"
소박하면서도 진실한 위엄이 그에게 있다고 내가 생각했던 것은 틀리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말할 때 어색한 그의 옷차림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천국에서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는 내 이마를 손으로 부드럽게 한 번 만져 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정신이 좀 들자마자 나는 급히 그의 뒤를 쫓아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를 찾아 주변 길거리를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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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비록 내가 앞으로 덧붙여 이야기하는 것이 거기에 포함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내가 말하는 그 모든 것의 공로는 바로 조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도망쳐 군인이나 선원이 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충실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나를 충실하게 대해줬기 때문이다. 또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도 내가그런대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은 나에게 강한 근면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보여 준 강한 근면성 때문이었다. 온화하고 심성이 정직하며,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미치는지를 아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영향력이 바로 내 곁을 지나칠때 나 자신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를 아는 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다. 내 도제 생활과 관련하여 뭔가 좋게 여길 만한 점이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순박하고 만족하며 사는 조에게서 비롯된 것이지, 갈망과 불만에 가득 차서 들떠 있기만 했던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잘 알고 있다. - P199

조는 길까지 나를 배웅해 주러 나와서는 나한테 도움이 될 작별의 말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길길이 날뛰기도 하다가, 핍, 길길이 날뛰지 않기도 하다가, 핍 -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이란다!" - P214

"예, 한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그럼 명심하시오, ‘자랑은 훌륭한 개이지만 실속은 더욱 홀륭한 개‘라는 말을 말이오. 명심하시오, 알겠소?" 재거스 씨는 반복해 말하면서 눈을 감은 채 조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는데, 마치 뭔가를 용서해 주는 듯한 태도였다. "자, 이제 이 젊은 친구에게로 돌아가겠소. 내가 전달해야 하는 말은 바로, 그는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을 예정이라는 것이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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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a and Mean Janine: A Graphic Novel (the Baby-Sitters Club #4): Full-Color Edition (Paperback) The Baby-Sitters Club Graphix 4
M. Martin Ann / Graphix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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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도 관심사도 전혀 다른 Claudia와 그녀의 Sister Janine. 할머니의 Stroke(뇌졸증)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진 못해도 다름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다른 형제자매라니. 무척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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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타자의 몸: 인종, 성, 계급의 교차점

몸을 읽는다는 것은 몸을 둘러싼 사회적 코드를 읽는 것이다. 몸은 결국 보이는 외모를 통해 가치를 인식하는 표상이다. 그리고 이 - P91

표상은 다양한 권력 속에서 만들어지고, 인지되며, 해석된다. 따라서 타자의 몸에 대한 담론은 결국 그 몸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이수반하는 가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유추하고, 추출하여 정립하기 위해 한 시대의 합리적 방식, 즉 이른바 <과학적 방법들이 적용되었다. 여기서 19세기의 <과학>이 <타자의 몸>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띤 가치를 몸에 투영하기위해 당시의 과학을 <동원>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타자의 몸은 일차적으로 역사적으로 지속되어온 편견에 따라 인지되고, 그 과정에서 투영하고자 하는 <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보이는 신체와 보이지 않는 가치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 데에서 과학을동원했다고 보는 것이다. - P92

신대륙의 원주민들이 <생기도 없고, 영혼의 활기 또한 없다>고 보는 것은 사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 내려온 전통적인 <체질설>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특히 히포크라테스는 『공기, 물, 장소에대하여 On Air, Water, Place』를 통해 사람의 생김새와 체질에 차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기후와 풍토를 꼽았다. 여기서 신대륙 원주민의 <>은 그들의 특성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까지도함축적으로 드러내는 기제다. 하지만 이런 담론에서 주목할 것은 그들이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열등하기 때문에 그 열등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동원되었다는 측면이다. 이 유럽중심적 시각은 우선 우열이라는 위계를 정하고, 그 틀에 맞추어 그들의 몸을 인지하며, 그 몸의 특이성이나 자신들과의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하여 환경, 사회, 관습 등의 모든 것을 동원한다. 따라서 종종 같은 대상에 대하여 나타났던, <건장하고, 잔병 없는 근육질 몸>과 <생기와 활기가 없는 몸>이라는 상반된 기술들이 궁극적으로는모두 동일한 열등성을 끌어내었던 것이다. - P98

66)은 이론을 주장하였다. 여기서 몸은 내면의 가치를 외면에 투영하는 장치이다. 그리고 그 장치를 인지하는 방식은 오랜 전통적 틀과새로운 과학적 방법론 모두를 차용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설정된 <열등한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 사람들의 <몸>을 끌어들였던 것이다. - P101

또 다른 타자의 전형은 여성이었다. 고대부터 여성은 이성이 부재한 절대적 소외 집단이었지만, 18세기 후반부터 여성의 열등성은 좀더 정교하게 생리학적 개념에서 풀이되기 시작하였다. 전술하였듯이 19세기는 특히 성적 차이를 강조하는 의학 담론이 쏟아져 나오며, 해부학은 남성과 여성이 본질적인 차이를 보임을 강조하였다. 여성과 남성의 몸은 키, 뼈, 두개골, 사지, 신경을 비롯한 모든 요소들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강조되었고, 생식기의 근본적인 차이역시 부각되었다. 여성은 <넉넉한 골반이 바로 모성을 결정한 존재로서, <연약한 사지와 부드러운 피부는 여성의 활동 영역이 좁을 수밖에 없고, 가사에 적합한 몸이며, 평안한 가정을 꾸미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되었다. 프랑스 혁명기의 <평등>의 이념에서 여성을배척하고 싶은 남성들의 딜레마는 계몽주의자들과 과학자들이 해결해나가야 했던 문제였다. 새로운 과학은 여성이 공공영역에 적합하지 않은 몸과 정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나갔다. - P106

19세기 <몸>을 둘러싼 담론에서 제국을 동원하는 것은 견고한 타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서 <주>를 재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다시 말하면 제국주의 유럽의 백인 부르주아 남성이라는 주체는 대타성을 통해 새로운 남성성을 추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의 엘리트 남성들에게 제국이란 종종 일종의 <통과의례>로, <성인남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치러내야 하는 실습 과정과 같은 것이었다. 향후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19세기 영국의 문학과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제국>이라는 존재가 엘리트 남성들에게 일종의 성장소설의 배경을 형성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들은 <제국>을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보이지 않는 수많은 난관과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실습지로 생각하였다. 중심부의 주체들은 제국주의 전쟁 - P111

터에서, 정글 속의 탐험 여행에서, 심지어 포경선 위에서도 제국주의적 <타자>가 존재하는 배경 속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타자>의 이미지는 자신들이 물리쳐야 하는 외부 상대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대면하는 과정을 거쳐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내면의 열등성이기도 하였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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