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림받았다. 그 생각이 몸 안에 꽉 차올라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오면, 김을 먹었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을 한 조각 입에 넣으면 찝찔한 맛이 혀에 감기면서 사정없이 나부끼던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바닥이 날 때까지 자꾸만 집어먹게 된다. 나는 버림받았다. 나는 집이 없다. 이 공간은 집이 아니다. 집이란, 지켜야 할 어떤 것들이 모여 있는 곳. 여긴 지켜야 할 게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그저 김 하나, 나 하나. 김 둘, 나 둘. (pp.50-51) 

 

그러니까 언젠가 2월의 일요일 오전이었다.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집 앞에 가면 만나줄건가요? 라고 그가 물었다. 네, 그런데 너무 멀지 않아요? 그와 나의 집은 두시간도 더 되는 거리에 있었다. 네, 멀지요. 그런데 당신은 일요일에 주로 집에서 쉬고 싶어하니까 다른데서 만나자고 하면 안나올 것 같아서요. 하하 알았어요, 라고 말하고 나는 그를 기다렸다. 집 앞 지하철 역에서 그를 만나 차를 마셨고 밥을 먹으러 가는 길, 그는 나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걸으면서 무슨 얘기를 하다 그랬는지 우리는 김에 대해서 얘기했다. 김 먹고 키스하면 정말 기분 구린거 알아요? 내가 말했다. 아 그래요? 네. 아 정말 구려요. 몰랐어요! 예전에 김 먹고 온 남자와 키스한 적이 있었거든요, 김밥이었는지 김이었는지 아 진짜 키스하다가 뺨 때릴 뻔 했어요. 어디 감히 나를 만나는데 김을 먹고 와서 냄새를 풍기는지. 그러게요 그 남자 예의가 없네요 양치도 안한건가. 그러게 말이에요.  

밥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샤브샤브를 먹었고 소주를 한병 앞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했다. 샤브샤브를 다 먹으면 밥을 볶아줬다. 밥 위에는 부스러진 김이 뿌려져 있었다. 그는 숟가락으로 김을 걷어냈다. 뭐하는 거에요? 내가 물었다. 김 먹고 키스하는거 싫어한다면서, 김 너 다 먹어.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야 이 자식아 갑자기 왜 반말이야, 라고 따지지도 못했다. 그저 그 어색하고 긴장된 순간을 어서 빨리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 뿐.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웃으면서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그때 내가 중얼거린 말이 뭔지는 모르겠다. 진짜 안먹어요? 응 나는 너랑 키스할거라니까. 아 근데 이 자식이 정말.. 어떻게 저러지?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저런 말을 하지? 나는 대체 밥을 다 먹고 식당 문을 나서면 그때부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아 진짜, 뭐 이런 놈이 다있지? 어떻게 그냥 집에 가게 하지? 아 정말 어떡해야 하지? 그리고 우리는 식당을 나왔다. 

 

 

추석 선물로 김을 받았다.  

김을 먹던 보라가 나오는 아프리카의 별이, 김을 먹고 키스했던 괘씸한 놈이, 아니 그보다는 사실, 나는 너랑 키스할거야, 라고 뻔뻔하게 말했던 남자쪽이 훨씬 더 많이 생각났다. 추석 선물로 김을 받아서. 

 

김 하나 나 하나, 김 둘 나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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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9-26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김에 이렇게 예쁜 추억을 갖고 있다니..
이 여자사람을 어째..! ^^

갑자기 기분이 말랑말랑 해졌어. 책임져욧!

다락방 2010-09-27 09:47   좋아요 0 | URL
ㅎㅎ 다음번엔 오징어튀김으로 써볼까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꽃게찜은 어떨까. ㅋㅋㅋㅋㅋ
말랑말랑한 기분은 어째, 아침이 되니 나아졌어요? 응?

레와 2010-09-27 10:48   좋아요 0 | URL
응,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마음 끈을 잘 붙들고 있어요.

다락방 ♡

다락방 2010-09-27 13:11   좋아요 0 | URL
나도 마음 끈을 잘 붙들고 있어야 해요. 안그러면 무너지겠어. 우리 잘 견뎌봅시다!

꿈꾸는섬 2010-09-2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 하나 나 하나, 김 둘 나 둘...추석 선물 하나에도 추억을 떠올리는 다락방님, 정말 사랑스러워요.^^

다락방 2010-09-27 10:00   좋아요 0 | URL
김 하나 나 하나, 김 둘 나 둘.. ㅎㅎ
추억을 떠올릴 것은 아주 많아요, 꿈꾸는 섬님. 갈비살에도 떡볶이에도 족발에도 추억은 담겨있어요.
네, 그런겁니다.
:)

... 2010-09-2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 좋다. 가벼워서 운반하기 좋고 맛도 있고...
연휴가 끝나가고 있어요, 내일이 월요일이래요, 다락방니니이이임~

다락방 2010-09-27 10:0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브론테님.
김이 좋은건 먹는거라는 것, 운반하기에 가볍다는 것이죠.

브론테님. 월요일이에요. 긴 팔 옷을 입었고 스타킹을 신었고 이제는 샌들을 벗어던졌어요.
잘 보내고 있어요, 월요일?

웽스북스 2010-09-2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기름과 햄을 받았는데 떠올릴 기름진 남자와 육덕진 남자가 없네요. ㅋㅋ

LAYLA 2010-09-27 01: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9-27 10:01   좋아요 0 | URL
기름과 햄을 받고 떠올릴 기름지며 육덕진 여자가 있잖아요.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AYLA 님은 나쁜남자조성모 를 떠올리시면 되겠고! ㅎㅎㅎㅎㅎ

sslmo 2010-09-27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늘 장아찌 먹고는요?

전 호올스 아이스 블루도 괜찮던데...ㅋ~.

참고로,전 추석선물로 비누 세트를 받았고,금일봉을 드렸지만~
비누향기 어쩌구 해가며 떠올릴 추억 하나 없습니다.

다락방 2010-09-27 10:03   좋아요 0 | URL
호올스 아이스블루가 괜찮아요? 전 호올스를 비롯 사탕을 먹질 않아서 ㅎㅎ

저는 김과 커피 빼고는 다 괜춘한 것 같아요. 김과 커피는 최악이에요. 아 짜증나..
콜라와 초코우유는 좋았어요. 그리고 아직 안해봤는데 아이스크림 괜찮을 것 같아요. 이건 꿈을 꿔가지고...어떤 환상이.... ㅎㅎ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9-27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예쁜 글이예요, 다락방님.
추석 잘 지내셨어요?

김은 묘하게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지 않아요?
짭짤한 맛이 나를 자극해서 그런가..... ^^

어쩐지..... 너랑 키스할거야 라는 뻔뻔한 남자와 정말 키스를 했는지가 궁금한대요?

다락방 2010-09-27 10:05   좋아요 0 | URL
김은 너무나 근사한 맥주안주에요!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녀고양이님ㅋㅋㅋㅋㅋㅋㅋ 그는 자신이 하는 말을 반드시 지키는 남자에요. 그에게 장소나 시간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죠. 남들의 시선따위는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는 그런 남자였어요. 뭐 이정도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레와 2010-09-27 10:49   좋아요 0 | URL
그 남자 멋지다!! +_+

다락방 2010-09-27 13:12   좋아요 0 | URL
그 남자가 멋지냐 멋지지 않느냐는 잘생긴거랑은 다른거더라구요 ㅎㅎ

프레이야 2010-09-2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김 하나 나 하나... 따라서 해보다다 웃음이 ㅋㅋ
인용하신 구절도 다락방님 글도 귀여워 죽겠어요.
기름 바른 짭쪼름한 김, 안주로 좋죠.
혀에 착 달라붙는 느낌도^^

다락방 2010-09-27 13:13   좋아요 0 | URL
저는 말이 빠른편인데 김 하나 나 하나 김 둘 나 둘, 은 천천히 말하게 되요. 어쩐지 그렇게 되죠. 후훗. 프레이야님도 천천히 말하게 되시나요?
인용한 부분은 사실 고독하고 외로움이 느껴져야 하는 부분인데 제가 저의 허접한 에로경험에 인용해버려서 그 빛을 잃고 말았어요. 하하하핫

따라쟁이 2010-09-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중요한건 그날 키스를 했나는거에요. 요새 다락방님 아주 미묘하게 중요한 점을 비켜가는 경향이 있어요!!!!!

다락방 2010-09-27 13:14   좋아요 0 | URL
내가 뭘? 뭘? 뭘 어쨌다고 그래욧!!

따라쟁이님이라면 어쩌겠어요? 젊고 열정적인 청년이 너무나 단호하게 너랑 키스할거야, 라고 말하는데, 안할 수 있었겠어요? 응?

따라쟁이 2010-09-27 14:39   좋아요 0 | URL
좋겠다. 나도 젊고 열정적인 청년이 너무나 단호하게 너랑 키스할거야. 라고 이야기 해줬으면. -ㅁ-;;;;
아.. 역시 나는 욕구불만이였군.. 정사소견입니다는 역시 내 마음이였던거야.

다락방 2010-09-27 17:32   좋아요 0 | URL
농담속에 뼈가있고 오타속에 욕망있는거죠. 알아요, 나도.

저는 그러니까 좀 그런거에 약해요. 적극적이거나 애교있거나. 그러면 그냥 무너져버려요. 후아-

치니 2010-09-2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 -

다락방 2010-09-27 13:14   좋아요 0 | URL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

blanca 2010-09-2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거꾸로 읽어서 다락방님이 드뎌! 라고 생각했잖아요. ㅋㅋㅋ 이쁜 넘 솔직한 과거네요. 진짜 냄새가 중요하죠. 아주! 사랑에 있어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지리멸렬한 일상이 되어 버리니까요.

다락방 2010-09-27 14:28   좋아요 0 | URL
아이쿠. 왜 거꾸로 읽으셨어요, blanca님!
제가 다 두근두근하네요. ㅎㅎㅎㅎㅎ

전요, blanca님.
사랑에 있어 감각이 좀 무뎌졌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둔해졌으면 좋겠어요. 느끼지도 못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사랑을 느끼게 할 만한 그 대상들이 제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천국과 지옥을 한순간에 오가는 기분은 정말 어지럽거든요. 차라리 느끼지 않는 쪽이 나을것 같아요. 저는 평상심만으로 삶을 살고 싶어요.

2010-09-27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0-09-2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글이 멋져서 좋았지만, 이번엔 아무래도 웬디님 댓글이 윈!

다락방 2010-09-27 17:34   좋아요 0 | URL
흥. 아직도 웬디님과의 연대는 끝나지 않은거에요? 여전히 둘이 연대하여 나를 사랑하지 않기는 진행중인거에요?

그래봤자, 응? 당신들 둘, 집에 가면서는 각자 나한테 문자 보냈던 거 알아요? 응? 당신들은 함께 있을때만 연대했어요. 연대하지 않고 줏대있게 사랑하는게 편할걸요? 흥!!

moonnight 2010-09-2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다락방님. 주책스럽게 둑은둑은하는 제 맘 책임지세욧 ㅠ_ㅠ;
저는 이번 추석선물로 와인이 잔뜩 들어와서 흐뭇해요. 아무도 생각나는 사람은 없고요. -_-;;;; 혼자서 이 녀석들을 다 마셔주리라. 하는 욕심에 그만. ;;;;;

다락방 2010-09-27 17:35   좋아요 0 | URL
김을 하염없이 하염없이 먹었네요. 밥 싸먹으면 별로 맛도 없는 김이었는데 김 하나 나 하나, 김 둘 나 둘 하면서 하염없이 하염없이...

저도 와인 선물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어휴. 저는 그러면 정말 행복했을텐데. 와인이라면 저도 생각나는 남자 없어요. 와인을 남자랑 함께 마시는 건 위험하잖아요. 와인은 정말 사랑을 부른다니깐요. 욕망을 부추키고. 남자랑 와인마시지 않기, 는 제 생활의 모토에요. ㅎㅎ

moonnight 2010-09-2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그리고 저는 김 걷어낸 그와의 일화가 현재형인줄 알고요. 추석선물로 김을 받았다는 말씀을 오해했다는. (이병헌 김태희 커플의 사탕키스에 이은..;;;;;)
아니, 우리 다락방님의 염장페이퍼인가! 하고 눈을 부릅떴... 죄송해요. ;;;;;;;;;

다락방 2010-09-27 17:37   좋아요 0 | URL
사탕키스 ;;
아 저는 이런걸 해봤어요, 하고 뭔가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제 서재 수위가 아슬아슬 19금인것 같아 자제해야겠어요.

그리고 문나잇님, 저는 현재진행형 남자에 대해서는 별로 글을 쓰지 않아요. 언제나 다 지나가버린 후에 씁니다. 현재진행형의 남자와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ㅎㅎ

그것은 사랑이었지요, 다 끝나버렸지만. 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It must have been love. But it's over now.

추석에 김 주는 남자라, 좋은데요! ㅎㅎ

차좋아 2010-09-27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기름하고 햄 받았어요!
받을 땐 몰랐는데 이상하게 기분 좋네~~~ 으하하하

다락방 2010-09-27 18: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뭐죠, 이 이상한 기분은? 뭐가 좋다는 거에요. ㅋㅋㅋㅋㅋ

차좋아 2010-09-27 18:35   좋아요 0 | URL
응...그러게요 뭐가 좋지?? 다들 좋아하셔서...아 점점 이상해지네...ㅋㅋ
아니 그게 아니라~~~ 받을땐 무겁고 귀찮았는데 여기서보니 인기있는 선물 같다 뭐 이런 얘기인거죠 ㅋ

다락방 2010-09-27 18:43   좋아요 0 | URL
뻥치지마요! 실은 본인이 기름지고 육덕진 남자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네? 네?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봐요, 어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차좋아 2010-09-27 18:53   좋아요 0 | URL
우하하하하하...

제가 요즘 기름을 얼마나 뺐는데 그런 말씀을...(살코기만 남았다고요~)
그리고 제가 얼~마나 담백한데요. 우하하하 아, 미치겠네~ 뭔말을 해도 다 이상하고 웃기고 ㅋㅋ
다락방님하고 노니까 저도 웃겨지는데요 ㅋㅋ

다락방 2010-09-28 08:52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내가 웃겨요? 네? 웃겨요? 웃기냐구요!!!!!!!!!!

차좋아 2010-09-28 18:18   좋아요 0 | URL
웃기다 라는말이 얼마나 좋은건데요~~ 저는 그말 듣는거 엄청 좋아해요.
언젠가 다락방님도 웃겨주려고요 ㅋㅋㅋ

2010-09-27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illyours 2010-09-2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다락방 님, 나는 키스하고 싶은 사람 앞에서는 페퍼민트 티를 마셔요 !

다락방 2010-09-28 09:55   좋아요 0 | URL
아이쿠, moon님! 이런걸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어떡해요! 다 들통났네! ㅎㅎ
나는........음.....나는........음....나는 키스하고 싶은 사람 앞에서는 ( ). 비밀. ㅋㅋㅋㅋㅋ 아 몰라요! >.<

비로그인 2010-09-2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이 숟가락으로 김을 거둬낼 때 을매나 팔딱팔딱 조마조마 콩딱콩딱 하셨을까요?
읽는 나도 가슴이 오그라들 것 같은데...
아~~~~~~~~~~

다락방 2010-09-28 11:28   좋아요 0 | URL
밥이 식도로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ㅎㅎ
먹고 나서 소화는 아주 제대로 시켰습니다만. =3=3=3=3

비로그인 2010-09-28 11:48   좋아요 0 | URL
다락 님 덕분에 늘 대리체험을 해요~~
음~~난 맨날 짝사랑만 줄기차게 해서리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 경험이 읍써요~ㅠ
어흑~~다락 님 방에만 오면 간? 가심이 떨려~~~^^

다락방 2010-09-28 12:06   좋아요 0 | URL
maggie님, 그러나 결국은 연애에 멋지게 성공해서 지금 예쁜 아이들 낳고 잘 살고 계시잖아요!!

앞으로 더더욱 분발하여 maggie님 가슴을 화악- 터뜨려 버리겠어요! ㅎㅎ
 

 

나는 가끔 하루키카 내 일기를 읽고 혹은 내 생각을 듣고 글을 쓰는게 아닐까 싶을때가 있다. 이 책의 1권에서 아오마메의 고환 걷어차기로 내 마음을 쥐락펴락 하더니, 이 책 3권에서의 아오마메가 가진 덴고를 향한 그리움이 꼭 나의 것과 같다.  

남들 다 쉴텐데(흑) 혼자 출근하는 것도 쓸쓸한데, 게다가 여름옷을 입고 출근하면서 나는 머저리, 추워라, 이러면서 이 책을 읽는데, 왜 이렇게 춥고 쓸쓸한 가을날에 아오마메는 그리움을 토로하는건가, 대체 왜! 나더러 어쩌라구!  

 

 

   
 

만일 덴고가 그때까지 공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의 얘기지만, 이 수수께끼로 가득한 1Q84년이 끝을 맞이하기까지 나는 이런 단조로운 생활을 고엔지 동네 한귀퉁이에서 계속 이어가게 된다. 요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뉴스를 체크하고, 프루스트의 책장을 넘기며 덴고가 공원에 나타나기를 계속 기다린다. 그를 기다리는 것이 내 생활의 중심과제다. 현재로서는 그 가느다란 한 줄기 선이 나를 가까스로 살아가게 해 주고 있다. (pp.57-58) 

 
   

 

그를 기다리는 것이 내 생활의 중심과제다. 현재로서는 그 가느다란 한 줄기 선이 나를 가까스로 살아가게 해 주고 있다. 캬~ 어쩐지 차디찬 소주 한잔을 입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이때의 안주는 삼겹살이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기름지고 육덕진 걸 안주로 삼는 것은 쓸쓸하고 고독한 기다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때의 안주는 치킨을 시킬때 딸려 나오는 무여야 한다. 혹은 고추장을 푹 찍은 멸치라든가.  

 

   
 

하지만 만일 두 번 다시 그를 만날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오마메의 마음은 파르르 떨린다. 덴고와의 현실적인 접점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는 일이 훨씬 단순했다. 어른이 된 덴고를 만난다는 건 아오마메에게는 그저 꿈이고 추상적인 가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실제 모습을 목격한 지금, 덴고의 존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실하고 강력한 것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온몸 구석구석 애무를 받고 싶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과 몸이 한가운데서 쩍 갈라져 두 동강이 날 것만 같다. (p.111)  

 
   

파르르 떨리는 아오마메의 마음도, 마음과 몸이 한가운데서 쩍 갈라져 두 동강이 날 것만 같은 마음도, 누군가를 향한 기다림으로 온 낮을 까맣게 태워본 사람이라면, 온 밤을 하얗게 지새워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파르르 떨리는 마음이라니, 두 동강이 날 것 같다니. 덴고, 아오마메가 두 동강이 나지 않도록 어서 나타나줘.  

아오마메는 덴고가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그녀는 딱딱한 총신을 입에서 빼내고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죽는 건 못한다. 베란다 앞에 공원이 있고 공원에 미끄럼틀이 있고 덴고가 그곳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는 한, 나는 이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그 가능성이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그녀를 붙잡는다. (p.112-113) 

 
   

아오마메를 죽지 않게 하는 덴고는 희망일까, 그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게 해주는 덴고는 차라리 절망인걸까. 결국 아오마에의 마음속 부르짖음은 내가 내뱉는 비명과도 닿아있다. 아오마메의 이 절절한 마음은. 

   
 

덴고, 너는 어디 있어? 그녀는 생각한다. 입 밖에도 내어본다. 덴고, 너는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가 나를 찾기 전에. (p.121) 

 
   

만나기로 운명지어진 사람들은 결국 만나게 될까? 사랑에 운명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 걸까? 아오마메랑 덴고는 결국 만나게 될까? 그들은 사랑하게 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지는 않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다른 누군가가 나를 찾기 전에 나를 찾아줘, 라고 나 역시 외치고 있는데, 그는 내가 찾는 건 니가 아닌 걸, 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 내가 원한 사람이 나를 원한다는 그 기적같은 일이 살면서 몇번이나 있게 될까?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로 채워진 『뉴욕, 아이 러브 유』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데, 특히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내게 된 남자와 여자의 사연이다. 그 둘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다시 만나기를 약속한다. 여자를 만나러 가는 남자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어디가서 술 한잔 하고 가는게 낫지 않을까, 그래도 여자는 예뻤는데, 담배 한대를 피우고 갈까, 그녀가 나올까? 남자를 만나러 가는 여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평소엔 안이랬는데 왜이러지, 나를 쉬운 여자로 보지 않을까, 그가 없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좋았는데. 그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머릿속에 오백만개쯤의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결국 그 둘이 만나서 한 일이라고는 키스였으며, 키스 사이사이로 이가 드러날 만큼 환하게 웃는 일이었다. 결국은, 그럴거면서.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키스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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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한 금요일, 연휴는 끝났다. 나는 이제 뭘 기다리면서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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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9-2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출근하자마자 페파 하나 뚝딱!
오늘 저도 혼자 출근하면서 투덜투덜, 마음이 좀 울적했는데 이 글을 보니 기운 나네요. 고마와요. :)

연휴는 끝나가고, 전 이제 9월30일을 기다리며 살아효. ㅎ

다락방 2010-09-24 10:47   좋아요 0 | URL
추석연휴중에, 그리고 오늘까지도.
저는 글을 쓰면 와줄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썼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치니님이 오셨어요. 저는 외롭지 않아요, 치니님 덕분에. 그러니 고맙다는 말은 제가 해야 할 것 같아요. 고마워요.

저는 아직 아무런 계획도 없는 크리스마스나 기다릴래요. 그래봤자 토요일이지만.
:)

무해한모리군 2010-09-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근했어요.
정말 하기 싫은데 출근했더니 큰 사무실에 덜렁 한 열명 앉아있나.
게다가 출근한 여자사람은 저 뿐이예요!
그런데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참좋다.

그래도 금요일이니까 주말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요.

다락방 2010-09-24 10:5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그래요,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아주 많은 위로가 되요. 그치요?
휘모리님 사무실에 출근한 여자사람은 휘모리님 뿐이지만, 저희 회사는 전 여자사람직원들이 전부 출근했어요. 그러니 외로워말고 우울해도 말아요. 알았지요?

아주 간단한 말인데,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참 좋다, 란 휘모리님의 말이 오늘따라 유독 따뜻해요. 제가 뭔가 해낸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네요.
잘 보냅시다, 휘모리님!
:)

푸른바다 2010-09-24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을 읽다보면 고독해서 소주와 삼겹살을 먹기보단 소주와 삼겹살을 먹기위해 고독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ㅎㅎ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금요일도 이젠 오후네요. 남은 시간 잘 보내시고, 즐거운 금요일 저녁, 주말 보내길 기원할께요.^^

다락방 2010-09-24 15: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렇네요. 저는 아마도 소주와 삼겹살을 먹기 위해 고독해지려는가 봐요. 남들 다 쉬는데 일하러 나왔다고 생각하니 일하기 참 싫으네요. 뭐 남들 일할때도 하기 싫었지만. ㅎㅎ 네, 푸른바다님도 즐거운 금요일 저녁과 주말 보내세요!

다락방 2010-09-2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00, 총 95358 방문

오, 100명이나 방문! ㅎㅎ

... 2010-09-24 15:15   좋아요 0 | URL
저는 105번째 방문!

다락방 2010-09-24 15:20   좋아요 0 | URL
앗 12분만에 다섯명이나 왔다갔다니! 저 완전 인기서재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9-2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퇴근해요~ ^^*
하도 느끼한걸 먹어됐더니 김치찌개 먹어야겠어요 오호호

다락방 2010-09-24 17:56   좋아요 0 | URL
8분 일찍 퇴근인가요? 저는 여섯시 땡 하면 가려구요. ㅎㅎ
아 배고파요, 휘모리님!
맛있게 식사하세요.

sslmo 2010-09-25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느분의 댓글에 이 책이 언급되어 왕 궁금했었는데...이런 내용이었군요.
일단 급한 마음은 다독이고...

연휴가 끝나면요,월급날을 기다리며 살죠.(나만 그런가?ㅠ.ㅠ)

저는 그런 삶을 살고 계신 다락방님이 왕 부러울 따름입니다~^^

다락방 2010-09-26 18:14   좋아요 0 | URL
월급날이 저는 너무 많이 남았어요.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난번 월급이 남아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구요.

제가 무슨 삶을 살고 있길래 저를 부러워하시나요, 양철나무꾼님. 저는 아주 평범하다 못해 찌질한 삶을 살고 있는걸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해놓은 것도 없는걸요. 양철나무꾼님의 삶이 저보다 스물세배쯤은 더 풍족할거에요.

하루키는 제가 엄청나게 사랑하는 작가죠. 물론 이 책에서도 덴고(남자주인공)는 저를 또 살짝 실망시키고 있지만 흑, 그쯤은 괜찮습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양철나무꾼님!

2010-09-25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09-2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만남을 기다리자구요! 아자! ^^

다락방 2010-09-26 18:15   좋아요 0 | URL
레와님! 몹시 만나고 싶어요. 좀전에 마트를 가서 치즈매대 앞을 서성이면서 빨리 레와님 만나서 치즈를 함께 먹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레와 2010-09-26 20:33   좋아요 0 | URL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어요.
다락방을 만날 수만 있다면 월요일쯤 가~비엽게 맞이 할 수 있는데.. 응!

다락방 2010-09-27 08:3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정말이지 비 맞아서 쫄딱 젖는 월요일 아침을 맞이했어요. 흑 ㅜㅡ

다이조부 2010-09-2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능시험 전 날 에도 하루키 의 빵가게 재습격 을 읽을 정도로


학교 공부를 소홀히 했어요~ ㅋ

한 시절 하루키 가 낸 책이라면 어지간히도 읽어냈는데 해변의 카프카 이후에는 예전만큼 열정이 일지가 않네요~
이 소설 무진장 좋은가봐요? 게을러서 아직 읽지 못했는데 말이죠

다락방 2010-09-27 17:43   좋아요 0 | URL
저는 시험기간중에도 소설을 읽을 정도로 학교공부를 소홀히 했었는데요. ㅎㅎ

저도 해변의 카프카부터 예전의 사랑만큼은 줄 수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키가 싫다고 말할수는 없어요. 저는 [댄스댄스댄스]와 [상실의 시대]가 훨씬 좋아요. 아직 읽지 못했으면 어떤가요, 나중에 읽으면 되지.

주말, 잘 쉬시고 계십니까?

차좋아 2010-09-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의 부록같은 주말입니다. 연휴엔 정말 푹 쉬시는군요 ㅋㅋ
화제의 서재에 다락방님 글이 없어서 심심해요^^

다락방 2010-09-26 18:17   좋아요 0 | URL
아 이런. 글쓰고 싶게 만드는 댓글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러저러한 개인적인 사정으로 넷북을 통 켤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주말엔 좀 퍼져 있는것도 사실이구요.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흣

2010-09-26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언제나 슬퍼하는 사람, 약한 사람, 우는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하곤 한다. 왜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꼭 그런다. 사랑을 이루고,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못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 뒤돌아 눈물 흘리는 사람한테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무지하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서도 그랬다. 

여자는 남자를 사랑한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는 남자를. 둘은 가끔 둘만이 아는 숲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여자에겐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자꾸 웃게된다. 그런데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다른 여자를 이 공간에 데리고 온다. 이 둘만의 비밀 장소에.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 얘기했더니 보고싶어하길래 데리고 왔어." 라고 말하면서. 

이런 무정하고 무심한 놈.  

물론, 여자는 남자에게 '여기는 우리 둘만의 비밀 장소이니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서는 안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또한,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도 말하지를 않았다. 그러니 남자가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온다 한들 딱히 잘못했다고 혼내줄 수도 없다. 싸울 수도 없다. 그러니까 여자도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배신감을 느끼고 서운해하는 거다. 눈물이 나는거다. 나는 여기가 너랑 나의 둘만의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여길 아는 건 우리 둘 뿐이어야 하는건데.. 이 상황에서 나는 이 여자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도무지 남자가 사랑하는, 그래서 남자의 비밀의 장소를 궁금해하고 거길 결국 알게 되는 여자의 감정에 대해서는 굳이 알고 싶어지질 않는거다. 그건 기쁨일테고, 행복일테니까. 내가 이입해주지 않아도 충분하잖아.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에서의 이선호. 나는 이선호를 엄청 예뻐라 하고 좋아라 하는데, 극중에서도 이선호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다. 한명은 간호사 정주리인데, 재벌집 딸이다. 이선호는 정주리에게 마음이 없다. 또 한명은 이선호가 과외를 해주고 있는 고3 수정이다. 이 시트콤을 매일 보지는 않는데, 그러니까 어쩌다 칼퇴하고 약속도 없는 날 집에 가면 보기 때문에 놓치는게 훨씬 많은데, 이선호가 고딩은 여자가 아니라며 고딩의 마음을 받아주지는 않는 것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고딩은 많이 많이 속이 상한다. 자신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아 시무룩해지는 고딩을 볼 때마다 나는 또 가슴이 아파서 고딩이 된다. 이선호는 이제 정주리랑 연인 사이가 되었는데, 고딩은 어느 날 우연히 정주리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이선호를 보게된다. 그때 고딩의 한숨은 나의 한숨이다. 그렇게 나는 이선호를 좋아하는 고딩에게 한껏 감정이입을 하고 슬퍼하는데, 그렇다면 정주리를 미워하거나 부러워하느냐 하면 또 그렇지가 않다.  

이선호가 정주리랑 사귀는 사이기는 하지만, 이선호는 아직 정주리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정주리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랄까. 그래서 정주리가 팔짱을 끼고 이거 해요, 여기 가요, 하면 그대로 해주지만, 아직 그의 눈과 마음에 사랑은 없고, 나는 그걸 볼 때, 그때는 정주리가 된다 ㅠㅠ 그는 날 사랑하지 않아, 다만 노력할 뿐이야, 하면서. 슬픈 정주리가 된다. 아니 대체 왜? 이선호를 좋아하는 고딩이었다면, 정주리를 그냥 미워하면 되잖아?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라고 하는 정주리한테도 감정 이입을 하는거지? 대체 왜? 병인가.. 

 

오늘은 이선호가 논문 준비 때문에 공부하느라 수염을 깎지 않은 상황에서 고딩을 만나 공부를 했다. 고딩은 이선호가 수염을 기른것이 못마땅했다. 쌤, 수염 깎아요. 쌤 수염이 쌤 잘생긴걸 가리는 것 같아서 속상해요. 신경 쓰여요. 이번 모의고사 망치면 쌤 때문이에요! 이선호는 그 얘기가 떠올라 수염을 깎는다. 고딩은 말끔하게 수염깎은 이선호를 보고서는 신이나서 뛰어와 이선호를 안으려고 한다. 이선호는 고딩이 자기를 안지 못하게 고딩의 머리를 막고 민다. 너가 시험 못본다고 했으니까, 신경쓰인다고 했으니까, 라고 말하지만 그가 떠올렸던 건 사실 '잘 생긴걸 가리는 것 같아 속상해요'는 아니었을까?  

얼마전 읽은 [사랑 받을 권리]에 보면 한 남자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사례가 나온다. 그는 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와서는 그여자는 날 남자로 보지 않아요, 라고 얘기한다. 닥터는 그에게 그여자가 당신을 남자로 보지 않는게 아니라 당신이 그녀를 여자로 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거 아니냐고 한다. 결국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고 남자랑 이뤄진다. 갑자기 이 에피소드가 생각나는 건, 이선호 역시 그런게 아닐까 했던 것. 이선호가 고딩이라며 자꾸만 고딩을 밀쳐내는 건, 자신에 대한 최면이 아닐까? 자신에게 주입시키는 건 아닐까? 고딩을 여자로 보게 될까봐 자신이 겁나는 건 아닐까? 

 

오늘, 친구랑 메신저를 하다가 고딩과 정주리에 감정이입을 한다는 얘기를 했다. 친구는 [볼수록 애교만점]이란 시트콤을 검색해서 고딩이 누군인지 찾아봤다. 그러더니 내게 그랬다.  

어머 다락방님, 이렇게 예쁜 애한테 감정이입을 하시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처 몰랐다. 예쁘다는 걸. 그러니까 예쁜데, 내가 예쁜 여자한테 감정 이입을 하고 있었다는 걸. 어쩔. 그러니까 그 고딩은 이렇게 예쁘다. (오른쪽 묶은 머리의 여자)

 

어쨌든, 

이선호가 수염을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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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9-2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엥, 내 눈엔 저 고딩보다 다락방님이 더 이쁘구만요! (난 저런 타입 넘 별로에요)
글구 이선호보다 정주리 좋음, 정주리 탐나는 도다에서 완전 연기 짱! ㅎㅎ
이 시트콤, 예상보다 디게 오래 하네요.
명절, 잘 보내고 있죠? 부디 스트레스 받지 말아요 ~ 울 다락방님.

다락방 2010-09-22 16:29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아무도 안보는 프로그램에 올인하는 경향이 있어요, 치니님. 일전에 [김치치즈스마일]에 완전 집중했었고, 아무도 안봐서 시청률 3프로 나온다던 [세잎클로버]도 혼자 봤었어요. ㅎㅎ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일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 [볼수록 애교만점]은 다른 캐릭터들은 다 별론데 저는 고딩하고 정주리랑 이선호한테 완전 꽂혀가지고. 이선호 엄청 좋아요! 특히 고딩한테 떡볶이 사줄때는 백마탄 왕자보다 더 멋져요! >.<

에이, 치니님. 고딩보다 제가 더 예쁘다는 건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고딩이 막 살랑살랑 웃을 때 얼마나 예쁘다구요! ㅎㅎㅎㅎㅎ

오늘 대부분의 알라디너들은 추석을 분주하게 보내고 있는가봐요. 저만 조용~ ㅎㅎ


LAYLA 2010-09-23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은 추석인가보네요. 다락방님 페이퍼에 온니 추천2개 댓글2개라니!!!!@_@

다락방 2010-09-24 08:1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추석은 추석이지만, 그래도 올 사람은 다 오네요. 위에 치니님도 오셨고, LAYLA 님도 오셨고!
:)

서재 퍼스나콘, apouge 님 퍼스나콘하고 완전 분위기 비슷해요!!

레와 2010-09-2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강동원을 가질테니, 이선호는 다락방해요! ㅋㅋ

다락방 2010-09-26 18:12   좋아요 0 | URL
응, 레와님은 강동원을 가지고 나는 이선호를 가지고 우리 넷이 만나요. 이 좋은 가을날 넷이 만나서 우리 낮에는 바닷가를 거닐고 밤에는 술을 마셔요. 술이 취해 정신이 몽롱해지면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레와님은 강동원과 나는 이선호와.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만나요! 므흐흐흐흐흐흐흣

레와 2010-09-26 20:34   좋아요 0 | URL
강동원하고 있는데, 과연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까?! ㅋㅋ

다락방 2010-09-27 08:37   좋아요 0 | URL
일어날 수 있어요, 레와님. 나 예전에 꿈에 송승헌하고 호텔갔는데 그때도 새벽에 옷 들고 도망갔어요. 가능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ropby 2010-10-0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딩은 f(x)의 크리스탈입니다. 앞으로해도 정수정, 뒤로해도 정수정이죠ㅎㅎ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다락방 2010-10-06 08:30   좋아요 0 | URL
크리스탈 예뻐요. ㅎㅎ 앞으로해도 정수정, 뒤로해도 정수정, 맞네요. ㅎㅎ
 

노처녀,노총각을 자식으로 둔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보이지 않는 노란 실로 단단히 묶여 있는걸까? 대체 그들 연대의 끝은 어디인걸까? 결혼정보회사에 처 넣어 버리겠다는 엄마에게 싫다는 말은 이만오천번쯤 하고 났더니 어제는 대뜸 선자리를 물어왔다고 선을 보라고 하신다. 이런. -_-  

업무적으로는 사고를 친 목요일을 보냈고, 개인적으로는 우울의 극을 달렸던 금요일을 보낸지라 그런 얘기가 반가울리 없었다. 싫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동네에 있는 산에 오른 어제.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인지 산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산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코스도 완만하고 왕복 시간도 길지 않은 그 길을 걷는 어제,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떠날줄을 몰랐다. 어찌나 생각들이 쏟아지는지. 생각의 무게에 짓눌려 가라앉아 버릴지도 모르겠다고 또 생각을 하면서 산 속에 있는 계단을 오르다가 잠깐, 뒤를 돌아 보았다. 내가 올라온 계단이 보였다. 

 

이만큼이나 걸어왔구나, 하고서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아직도 이만큼을 더 올라가야 하는구나! 내가 딱 멈춰 선 곳이 마치 지금의 나 같았다. 삼십대 중반. 인생의 절반을 걸어왔고, 앞으로 또 살아온 만큼을 살아가야 하겠지. 

 

정상에 올랐다. 아무도 없었다. 햇볕에 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목을 타고 등으로 가슴으로 또르르르, 땀이 흐르고 있었다. 또르르르 또르르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읽기 시작하면서 독서는 멈췄다. 몇장 읽었다 관둘까 말까를 생각하게 되니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작가는 내 신경을 몹시도 건드린다. 일요일인 오늘, 비가 내리고 있고 나는 갑자기 『달을 먹다』에서 작가가 가을에 대해 어떻게 썼더라, 싶어 뒤적여 보았다. 이 작가가 계절을 말할 때마다 나는 아! 하고 감탄했었는데.  

또 밤이었고, 가을이었다. 버리기에 좋았다. (p.194) 

버리기에 좋았다, 버리기에 좋았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 가을에 내가 가진 몇 개를 버렸다. 가을은 정말 버리기에 좋은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이 가을에 버려야 할 다른 몇가지의 것들을 가지고 있다. 잘 버려야지, 잘 버릴거다.  

휘리릭 넘겨 여름을 찾아본다. 

한낮이었고, 여름이었다. 넘치기에 좋았다. (p.136) 

넘쳤던가? 내게 여름에 무언가가 넘쳤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가가 말하는 봄은 딱, 내가 겪은 봄이었다. 

깊은 밤이었고, 봄이었다. 미치기에 좋았다. (p.74) 

봄을 떠올렸더니 미친 내가 덩달아 떠오른다. 그랬다. 봄은 미치기에 좋았다. 미치지 않으면 대체 어째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그저 미쳐있었던 것 같았다. 봄에, 나는 미쳐있었다.  

 

사실 현실속에서의 지금 이 계절은 내게 비염이 찾아온 계절이다. 계절이 바뀌고 있었고, 비염이 찾아오고 있었다. 나는 몹시도 고통스런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몇번이고 코를 훌쩍이면서, 그리고 목소리가 바뀌어 가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먼저 눈치 채는건 내 몸이나 마음이 아니라 내 코다. 너, 가을온다, 조심해, 라고 코가 얘기해주고 있다. 나는 아직 긴팔로 갈아입지도 않았는데 가을이 오는 걸 용케 안다. 코가 말해주니까. 내 모든 감각은 언제나 예민했다. 내 모든 촉수도 예민했다. 코라고 다를 리 없다. 가을, 비염이 오고 있다. 

 

 

그냥 확, 선봐서 콱, 결혼해 버릴까? 결혼하면 최소한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듣지 않을 수 있잖아? 그리고 사실, 뭐, 남자, 별거 없잖아? 이놈이나 저놈이나, 거기서 거기지. 

 

가을이다. 버리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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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0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9-2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올케같고, 우리 제부같은 남자면 내가 당장 결혼할텐데.... 남동생만큼 착하지도 않고, 여동생만큼 여우짓도 못하면서 바라는것만 많은-_ㅡ; 엄마가 등짝 칩니다..
제 소원이 아니라 부모님 소원이 제 결혼입니다-_-;

다락방 2010-09-21 19:47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제 소원이 아니라 제 부모님 소원이 제 결혼이에요. 제 여동생의 소원은 형부구요, 제 남동생의 소원은 매형이에요. 웃겨. 제 소원은, 음, 음, 음, 음,....문란한 여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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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다. 100쪽 가까이 읽었는데 계속 읽을까 말까를 고민중이다.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데 이 책은 읽을수록 내 취향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난 내가 이 책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걸 깨달으며 패닉에 잠깐 빠졌었다. 그러고보면 추천마법사가 이 책을 추천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는걸까! 아직 절반도 채 읽지 않았으니 다 읽고나면 글쎄, 팔짝 뛰면서 역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라고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 2010년에 책을 그만사기로 마음 먹어 놓고 사버린 유일한 책이었는데, 웁쓰, 한창훈 책 살걸. 내가 받은 느낌이 어떤건지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그것은, 다시 말하지만 다 읽고 나면 바뀔지 모르니, 일단 보류하고.  

이 책에서 작가가 사귀는 남자와의 영역 분리를 잘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나는 남자와 사귈 때 영역 분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아니, 그렇게 말하는 건 온당하지 못한 것 같다. 영역 문제가 있으려면 우선 내 영역이 있어야 맞겠지? 하지만 난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가 버린다.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얇은 표피나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은 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내 시간, 헌신, 엉덩이, 돈, 가족, 개, 내 개의 돈, 내 개의 시간, 이 모든 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나는 그를 위해 그의 모든 고통을 짊어진다. 그의 모든 빚(어떤 의미에서든)을 떠맡는다. 모든 위험으로부터 그를 지켜준다. 실제로 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온갖 좋은 면까지 그에게 투사시키고, 그의 가족 전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준다. 그에게 태양과 비를 준다. 만약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 보상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퍼주고, 또 퍼준다. 마침내 내가 완전히 지치고, 소진되어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만이 내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때까지. (pp.104-105) 

사람이 사랑하는 상대도 제각각이듯이 사랑하는 형태 또한 제각각이다. 그러니까 어떠한 사랑의 형태를 보고 넌 이상해, 넌 왜그래? 라고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위의 글에서 여자에게 사랑은 자신의 모든걸 내어주고 상대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는 것이다. 이런 미치도록 헌신적인 사랑이 반짝반짝 빛나고 유지되려면 받아들이는 상대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내 고통을 짊어져주는 너같은 사람을 만나다니, 너는 나의 여신이야, 라고 말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는게 가장 적합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상대는 그걸 원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나는 니가 가진 모든걸 가지고 싶지도 않고,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을 니가 대신해주는 걸 원치 않아, 라고 했을 때. 

이건 반드시 남녀의 사랑에서만 존재하는 관계는 아니다. 때로 어떤 사람들의 호의는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데, 그것은 베푸는 쪽은 호의와 선의였어도 받아들이는 쪽은 내 영역을 침범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위의 구절들을 읽으면서 며칠전에 읽었던 『사랑 받을 권리』의 한 부분도 생각나 인용해본다.

 

 

 

 

 

 

 

 

적절한 처신 또한 '관계 맺기'의 한 부분이다. 대화를 나눌 때는 상대의 욕구에 신경 써야 한다. 상대방이 서두르거나 그럴 만한 기분이 아닌 듯 보일 때는 속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된다. 상대가 거절하거나 꺼리는데도 선물을 주거나, 호의를 베풀거나, 껴안거나, 도와주겠다고 고집 피워서는 안 된다. 적절한 처신은 그 자체로 상대를 존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준다. (pp.170-171) 

특히 더 자신의 사생활이나 자신만의 영역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무턱대고 도와준다고 들이댔을 때 입장처리가 곤란해진다. 심지어 불쾌해지기 까지 한다. 사람이 다 같은 생각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는게 아닌데, 이건 분명 도와주는 행위니까 칭찬받겠지, 좋아할거야, 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다시 남녀 사이의 영역 문제로 돌아가자면, 

개인적으로 나는 남자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생각이 없다. 남자의 빚도 갚아줄 수 없다. 게다가 내 모든 걸 다 내어줄 수도 없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나를 사랑한다면 너의 돈을 모두 내게 줘, 라고 말하는 남자라면 차라리 외롭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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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0-09-1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앞부분만 쬐금 읽었는데 영~~ 진도가 안나가고 있네요.
제가 책을 한꺼번에 여러권을 읽는 스탈이라.. 방마다 한권씩 두고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답니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니까 영화보기전에 어떻게든 읽어볼 생각입니당..^^

조카님 성별이 모호한데... 여자아기인가요..??ㅋ
전 저 조카아기처럼 통통한 아기가 좋아요~~~^^

다락방 2010-09-15 14:28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로 보기전에 읽어보고 싶어서 읽고 있어요.

조카는 여자사람아기입니다. :)
볼에 조금만 더 살찌면 입이 안보이겠어요. orz

poptrash 2010-09-1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 가슴에 있는 삼천원 쯤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다락방 2010-09-15 14:41   좋아요 0 | URL
소주 두병과 새우깡과 종이컵과 놀이터로 완성되겠군요.

습관 2010-09-15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재미 없어도 일단은 끝까지 읽는 편인데.
그렇게 끝까지 읽고 나서도 맘에 안 들면, 시간 아까운 생각이 들긴 하지마는, 뭐 별 수 없네요. 성격이라서.
지금껏 끝까지 못 읽은 책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것 같아요.
여하튼 그렇다는 얘기고....

조카가 너무너무 귀여워요.
저도 내년 1월에 아기가 생길거랍니다.
그래서인지 아기 사진에 더 눈을 못 뗀다는...


오랜만에 글 남겨요.
이렇게 띄엄띄엄 와도 반가워 해 주실거죠?? ㅎㅎ

그나저나 저, 이 책 이번 해 3월달에 읽었는데, 내용이 완전 두리뭉실하다는.

읽긴 한 건지... ㅡㅡ;;;;


다락방 2010-09-15 14:5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습관님 정말 오랜만이시네요, 할랬더니 띄엄띄엄 오는거 본인도 알고 계셨군요! ㅎㅎ
전 너무 못읽겠으면 그냥 집어 던져버려요. 그거 읽느라 낑낑대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스트레스 받고. 이 책은 그정도는 아니고 나름 유쾌한 면도 보이고 열정적인 면도 드러나고 다 괜찮긴 한데 특유의 분위기랄까, 미묘하게 신경에 거슬려요. 그래도 영화 개봉하기 전에 다 읽어볼 참입니다.

책 내용 기억 안나는 건 뭐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분명 봤는데, 뭔 내용이었지 싶은게 한둘이 아니랍니다. ㅎㅎ

조카는 이뻐요. 아주 이쁩니다. 헤헷 :)

2010-09-15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5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09-1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가 너무 예뻐요. >.<
역시 아기는 통통해야 더 귀여워요. 아잉 볼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보고 싶잖아욧. ^^

제가 사귀었던 (몇 안 되는 -_-;;;) 남자들을 생각해보면, 저는 좋아하면 물불 안 가리고 막 퍼주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나쁜 남자도 분명 있어서 늦게 생각해보면 내가 이용당했던 거였구나 싶을 때도 있었구요. (저와 만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랑 선보고 결혼 진행시키고 있더라는. 결혼하고 몇 달 안 되었는데 아이도 낳더라구요. 핫핫 ^^; )

내가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도 막무가내의 호의와 친절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말씀. 무척 공감해요. 제가 가해자였을 수도, 피해자였을 수도 있겠네요.

다락방 2010-09-15 15:52   좋아요 0 | URL
저는 저를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가지고 저한테 뭔가를 요구하는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바싹 신경을 곤두세우거든요. 니가 나를 원하는게 내가 아니라 내가 가진 어떤 것이라면, 나는 너따위는 상대하지 않아, 라는 식의 마음가짐을 언제나 가지고 있어요. 이것도 그리 건강한 마음 상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도 저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있었던 걸 보면, 저는 참 좋은 남자들만 사귀었던 것 같기는 해요. ㅎㅎ

네, 막무가내의 호의는 제가 딱 싫어하는 거에요. 호의랍시고 들이대는건 질색이죠. 저 역시 그런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신경쓰고 있어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상대가 선을 그었다면, 저는 그 선을 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조카의 볼을 보고 '깨물어주고 싶다'가 어떤 때 쓰는 표현인지 완전 이해되더라구요. 그래서 저 볼 살 깨물어주고 싶어, 라고 남동생한테 얘기했더니 남동생은,

"누나 팔뚝살 깨물어라. 비슷하다." 라고 하더군요. -_-

무스탕 2010-09-15 16:42   좋아요 0 | URL
누나의 팔뚝살과 조카의 볼살은 전혀 틀려요. 탄력이요... =3=3=3=3=3=3=3=3=3

다락방 2010-09-15 16:4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ㅠㅠ

저...저........탄력 괜춘해요, 아직은..orz

레와 2010-09-1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 까아악!! >_<

다음 샹그리라 모임에 조카도 참석하면.. 안..되..겠지.. 역시..ㅡ.ㅜ
조카는 진리야.

다락방 2010-09-15 16:48   좋아요 0 | URL
델꾸 나왔다가 여동생한테 발차기 당하지 않을까요? ㅎㅎ

브론테 2010-09-1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꺄아악~~ 다락방님 플픽 바꾸셨따아! 근데 심리학 책도 보세요?

다락방 2010-09-15 18:30   좋아요 0 | URL
'본다'고 말하기는 좀 민망하구요, 어쩌다가 읽기는 하죠. 그런데 몇권 안 읽었어요. 사실 [사랑 받을 권리]는 심리학 서적인 줄 모르고 신문 읽다가 충동적으로 출간되자마자 사버린 책. ㅎㅎ

퍼스나콘 예쁘죠? 멋진 졸리 ♡

blanca 2010-09-15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다락방님! 근데 조금 더 밀고 나가세요. 저 그만 읽으려고 했었는데 좀 참아보자,고 다 읽고 나니 나름대로 참 좋더라구요. 물론 그녀의 사고방식에 모두 동감할 수는 없었지만요. 적어도 삶과 사람에 대한 그 진지하고 고민하는 자세는 인상적이더라구요. 조카는 미모가 압권입니다. 애를 낳아 보니 저런 미모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ㅋㅋㅋ

다락방 2010-09-15 23:21   좋아요 0 | URL
저는 그녀가 하는 말들과 그녀의 사고방식을 다 이해할 수는 있는데요, 뭔가 저랑 교묘하게 어딘가에서 부딪쳐서 튕겨져 나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알겠는데, 난 별로, 라는 식의 느낌이랄까요. 사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건 아직 책을 다 읽기 전이라서 참고 있어요.
한번 싫다고 생각하고 나니 그 뒤로 책장이 잘 안넘어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볼게요. ㅎㅎ

조카는 예쁘지만요, blanca님, 저희 엄마가 그러는데, 저만할 때는 제가 더 예뻤대요.
=3=3=3=3=3

네꼬 2010-09-1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거봐요. 조카 생기면 이제 돈은 다 모았다고 그랬죠 내가? (아아. 추석이 다가옵니다. 성큼성큼.)

그런데 미안하지만 나는 다락님한테 앞뒤 안 보고 음, 처신이고 뭐고 음, 나 하고 싶은 대로 해줄 건데요. 어쩌죠? (예를 들면 안 물어보고 앞접시에 잘 익은 삼겹살을 얹어준다.)

네꼬 2010-09-15 23:41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 쓰고 보니까 이밤에 삼겹살 너무 먹고 싶다. ㅠㅠ

다락방 2010-09-16 08:26   좋아요 0 | URL
네꼬님 네꼬님 네꼬님 네꼬님 ♡

삼겹살 먹고 싶네요, 진짜. 상추에 깻잎얹어가지고 파절이 얹고 네꼬님이 얹어준 삼겹살 위에 생마늘 쌈짱 푹 찍어가지고 잘 싼 다음에 왼 손에 들고, 오른 손으로는 소주잔을 들고 건배, 하고 외친후에 쓰디쓴 소주의 맛을 없애기 위해 왼 손에 들고 있던 쌈을 한입 가득 넣고 씹으면 정말 스트레스고 뭐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텐데요, 그치요?

네꼬님이라면 괜찮아요.
네꼬님이라면 나한테 뭘 주든 내가 다 받을게요.
네꼬님이 나에게 베푸는 호의는 지나치지 않을거에요.
나도 네꼬님을 좋아하니까! ♡

pjy 2010-09-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귀는 남자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과도 영역분리를 합니다~이게 노처녀의 원인인가싶네요 -_ㅡ;
에잇, 삼겹살에 깻잎싸먹어야지!

다락방 2010-09-21 20:11   좋아요 0 | URL
그래서, pjy님, 깻잎에 삼겹살 잘 싸서 드셨어요? 아, 저도 먹고싶네요. 상추랑 깻잎에 얹은 삼겹살. 생마늘까지 넣어서.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