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나는 대도시를 좋아한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굳이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늘 대도시를 얘기했었다. 나는 도시에 가서 그 도시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느껴보고 싶다. 마트와 우체국과 백화점을 가보고 싶고, 지하철을 타보고 싶고, 서점과 레코드샵과 커다란 빌딩을 돌아다니고 싶다. 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고 스쳐지나가고 어깨를 부딪치고도 싶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에서 어쩌다 한가한 자리를 발견하면 거기가 마치 내 자리인듯 앉아서 책도 읽고 싶고, 눈이 피곤하면 고개를 들어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 있고 싶기도 하다. 내가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곳은 바다나 산이 아니라 대도시의 어느 귀퉁이 쯤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책을 읽고있다. 

 

 

 

 

 

 

 

 

"불평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여기가 좋아요. 이곳에 온통 빠져 있답니다. 소도시적 환경 말이에요. 난 대도시와 복잡한 성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열기 말이죠. 내게 대도시란 바로 그걸 뜻한답니다. 기차에서 내려 역 바깥으로 걸어나오면 후끈 몰아치는 열풍을 맞죠. 대기와 차들과 사람들의 열기. 음식과 쎅스의 열기. 거대한 빌딩들의 열기. 지하철과 터널에서 흘러나오는 열기 말이에요. 대도시에서는 기온이 항상 화씨 15도쯤 더 높아요. 열기가 인도에서 올라오고 오염된 하늘에서 떨어지죠. 버스들은 열기를 내뱉고, 열기는 쇼핑객들과 사무원들에게서도 발산되구요. 기반 시설 전체가 열에 바탕을 두고 필사적으로 열을 소모하고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키죠." (p.21) 

책 속의 머레이 라는 등장인물이 하는 말인데, 머레이가 대도시를 싫어하는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대도시를 좋아한다. 대도시와 복잡한 성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 말이, 열기, 라고 표현될 수 밖에는 없는 대도시가 나는 좋다.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이 책도 좋다. 아직 200페이지 가량 밖에 읽지 못했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

   
 

적당하기만 하다면 큰 몸집에는 정직함이 깃들어 있다고도 암시했다. 사람들은 어느정도 몸집이 있는 사람을 신뢰하는 법이라고. (p.18) 

 
   

내 몸에는 정직함이 깃들어 있다. 사람들이 나를 유독 신뢰하는 이유는 (응?) 아마도 나의 몸집에 있는 것 같다.  

 

『시크릿 가든』이라는 아주아주 유명한 드라마를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 처음으로 봤다. 토요일 방송분에서는 현빈과 하지원이 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꽤 오래 (함께 자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나는 마침 그때 우리집에 놀러온 여동생과 조카와 제부를 포함하여, 아빠 엄마 남동생까지 다 함께 텔레비젼 앞에 모여앉아 족발을 먹고 있었고, 술을 한잔 하고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가족 구성원으로서는 조금 뻘쭘했다. 제대로 화면을 쳐다보지 못하고 조카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족발을 집어 먹다가 했다. 제부는 나에게 말했다. 

"처형, 저 장면 제대로 못 쳐다보는데요?" 

나는 뭔가 들킨것 같아 그저 하하하, 하고 웃음으로 얼버무리는데, 옆에서 남동생이 말했다. 

"모르죠, 우리 큰누나가 엊그제 저런짓을 하다가 집에 왔는지도. 그래서 뻘쭘한지도."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이 드라마가 사람 죽이네, 진짜. 그리고 나는 문득 생각했다. 현빈 같은 남자가 옆에 누워있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그 눈과, 그 코와, 그 귀와, 그 입을 가진 남자가 내 옆에 그렇게 바싹 얼굴을 갖다 대고 누워있다면, 그렇다면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어쩌고는 내가 읊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읊고 자시고를 떠나서 부담스러워서 나는 침대를 박차고 나올 것 같다. 너처럼 찬란하게 빛나게 생긴 남자의 옆에 어떻게 감히 내가 눕니. 후아- 숨쉬는 방법을 나는 잊을지도 모르겠다.  

 

『빅토리아 시크릿 2010』패션쇼를 어제 케이블에서 봤다. 와- 진짜 입이 떡 벌어진다. 대체 저 여자들은 뭘 먹고 살까? 이슬? 풀? 저 여자들도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실까? 저 여자들도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지만 미친듯이 빡시게 운동하는걸까? 가릴곳만 간신히 가린 속옷을 입고 길고 길고 긴 다리로 런웨이를 행진하는 그녀들을 보는데 내 가슴이 다 뛴다. 멋지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죽기전에 한번쯤 저런 몸매로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저런 몸매였다면, 내 연애 이력도 좀 달라져있지 않을까? 저런 몸매였다면, 내 인생에 짝사랑 따위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크리스마스, 나는 나에게 줄 선물로 반지를 샀다. 나는 얇고 단순한 반지를 그러나 반짝거리는 반지를 내 손에 끼워주고 싶었다. 심플하고 우아한 반지를. 그러나 그런 반지를 손가락에 껴보니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내 손가락이 얼마나 짧고 굵은지를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씨양). 반지들을 이것저것 끼워보고 나서야, 아뿔싸, 내가 생각한 옷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내가 생각한 반지도 나에게 맞지 않는구나, 하는 씁쓸함을 느꼈다. 그래서 끼워볼 생각도 안했던 유치한 반지를, 여동생의 강권에 못이겨 끼워봤다가, 샀다. 여동생이 자기가 추천한 반지라는 말을 사람들에게 하고 다니라고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아무일도 없이. 그렇지만, 괜찮다, 

고 생각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는 내년에 또 올테니까.

 


댓글(4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10-12-2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남자들은 좀 멍청한지라 진국인 여자를 못 알아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랍니다.
그나저나...

"적당하기만 하다면 큰 몸집에는 정직함이 깃들어 있다고도 암시했다. 사람들은 어느정도 몸집이 있는 사람을 신뢰하는 법이라고"

아주 좋네요 이 문구...므흐흐흐흐흐

paviana 2010-12-27 10:33   좋아요 0 | URL
메피님 ....'사람'을 신뢰하죠..곰의 탈을 쓴 여우가 아니라...ㅋㅋ

다락방 2010-12-27 13:12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저는 그래서 저를 좋아하는 남자를 아주 좋아합니다. 일단 사람 볼 줄 아는 제대로 된 남자인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드문 경우인데 그렇게 제대로 된 남자들이 아주아주 가끔 존재합니다. 이 세상 남자들이 모두 멍청하진 않은 것 같아요. 뭐, 지금은 제대로 멍청한 남자들만 득실대지만 말이죠. ㅠㅠ

저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얼마 안 되 큰 몸집의 정직함에 대한 문장을 보고 이 책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움화화핫. 멋진 책인겁니다!

산사춘 2010-12-28 14:29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제 남자친구 참 똑똑하군요. (닭쵸!)
전 너무너무 정직하구요.

뱀발 : 저 팬심 주장하려고 새벽세시 주문했는데, 아직 안 왔어요. 노력할께요.

다락방 2010-12-28 14:35   좋아요 0 | URL
산사춘님! 꺄악 >.<
이제야 산사춘님을 제 진정한 팬으로 임명합니다. (읭?)
메피스토님과 마태우스님은 멘트쟁이 ㅠㅠ

산사춘님 남자친구는 정말 훌륭한 남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산사춘님의 몸은 정직하긴 하지만 글쎄요, '너무너무' 라고 말하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paviana 2010-12-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다락님 주소 확보하고 카드도 샀는데...흑흑
그래요..크리스마스는 내년에도 또 오니까요. 내년을 기다려주세요.

다락방 2010-12-27 13: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아니, 파비아나님. 주소 확보도 하고 카드도 샀는데, 그런데, 왜 저는 파비아나님의 카드를 못 받은겁니까? 네? 대답해 보세요! 네?!

2010-12-27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12-2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굿모닝!!! 즐거운 -_- 연휴 다음날 월요일이에용. ;;

다락방님 반지 예뻐요!!! 저도 가느다랗고 심플한 반지를 좋아하지만 다락방님이 끼셔서 그런가, 여동생분이 잘 골라주셔서 그런가 반지 참 예쁜걸요. +_+;
제 크리스마스는 와인, 맥주와 함께 지나갔어요. 심지어 오늘 새벽엔 네시에 어쩐일로 잠이 깨버려서 와인 남은 걸 홀짝거렸어요. 라디오 틀어놓고 책읽을 때는 좋았는데.. 출근준비하면서 거울을 보니 볼이 빨개져 있더라는. 아침부터 말예요. 이젠 어쩔 수 없는 알코홀릭. ㅠ_ㅠ

오늘 직장 회식이에요. 밤에 또 부어라 마셔라 할 듯 ;;;

다락방 2010-12-28 11:27   좋아요 0 | URL
아니, 새벽 네시의 와인이라니! 그것은 대체 어떤 느낌입니까! 저도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눈이 많이 쌓였어요. 부츠를 신은 발이 눈 속으로 푹푹 빠져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부츠는 무적, 저를 지켜줬어요. 어쨌든 5분 지각했지만;;
저는 오늘은 제가 어찌될지 모르겠고,
내일은 회사 회식이 있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연말엔 그럽시다 우리. 안그러면 사는게 너무 빡시지 않습니까! 흑흑 ㅠㅠ

치니 2010-12-2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왔다 ~ 주말이랑 크리스마스 끼어가지고 그랬는지 다락방님 안 나타나던 지난 이틀이 왤케 길던지! ㅎㅎ

다락방 2010-12-28 11:28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히히히 아 역시 치니님 밖에 없어용~ 다락방왔숑 다락방왔숑(시크릿 가든 이틀보고 폐인처럼 놀기 ㅎㅎ)

웽스북스 2010-12-28 12:44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다락방님 완전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2-28 12:47   좋아요 0 | URL
현빈이 문자왔숑 문자왔숑 이러는데 저 쓰러질뻔 했지 뭡니까. 뿜었어요. 바뀐 라임이라지만 여튼.

꿈꾸는섬 2010-12-2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위해 반지를 사던 언니를 알아요. 자신을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 전 좋아요.^^
반지 너무 예뻐요!

다락방 2010-12-28 11:29   좋아요 0 | URL
제가 저를 사랑하지 않으면, 저는 지탱할 수 없으므로, 마음껏 사랑해줘야 합니다. 그나저나 반지의 할부가 걱정되서 이제 어쩌나 싶어요.
반지 예뻐요. 마음에 들어요, 저도. 헷 :)

깐따삐야 2010-12-2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현빈이 잘생겼다는 생각이 안 들까요. 아무런 아우라가 안 느껴져서 그런가. 여기저기서 돌 날라오는 소리가...! 다락방님의 반지는 하얀 손에 아주 잘 어울리고 이뻐요.

다락방 2010-12-28 11:30   좋아요 0 | URL
저도 아무 생각 없다가 토요일 시크릿가든 처음보고 오오오옷, 저 청년은 무언가, 싶었어요. 하지원이 달아나지 못하게 막 다리로 얽어가지고 ㅎㅎㅎㅎㅎ 얼굴 바싹 대고 옆에 누워있는데 ㅎㅎㅎㅎㅎ 아휴 그냥......저라면, 그러니까 제가 하지원이라면, 제가 현빈 옆에 누워있게 된다면, 저는,

소파에서 자겠습니다!!!!!

jongheuk 2010-12-2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암요. 몸매가 빅토리아시크릿에 나오는 사람들같았다면 다락방님 인생 자체가 달라졌을 겁니다. 연애하느라 (혹은 따라 붙는 남정네들 해치우느라) 지금처럼 좋은 책 많이 읽지도 못했을 거고, 몸매 관리하느라 맛있는 고기며 술이며 많이 먹지도 못했을 거예요.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_+

다락방 2010-12-28 11:31   좋아요 0 | URL
ㅎㅎ 내가 종혁씨 좋아한다고 말 했던가요? 2010년에도 말 했나요?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 한번 말해야겠네요. 고기며 술을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이 끔찍하다고 말해주는 종혁씨가 좋아요!

헤죽헤죽 ^_______^

마노아 2010-12-2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사진으로는 얼마나 찬란한지 감이 잘 안 와요. 반지 구경 번개를 조만간 해야겠어요. 그때는 기필코 나의 손가락이 다락방님의 위로가 되줄 것 같아요. (>_<)

다락방 2010-12-28 11:3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마노아님의 손가락으로 위로를 받기 보다는 제 손을 드릴테니 마음껏 쪼물락 거리시구랴. ㅎㅎ
마노아님 만나는 날, 그 날 나의 손은 마노아님의 것.
내 두손을 잡고 마노아님 티셔츠 속으로 넣어서 배의 온기로 따뜻하게 데펴줘도 난 정말 괜춘할거에요. 볼이 빨개지겠죠. 홍야홍야~

아포지 2010-12-2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짠하네요....

다락방 2010-12-28 11:32   좋아요 0 | URL
어느 부분이 그리 짠하셨습니까!

'내 몸에는 정직함이 깃들어 있다.' -> 이 부분 입니까?

오랜만이네요, apouge 님! :)

카스피 2010-12-27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반지 낀 손이 참 이쁘신데요.조만간 그 손에 멋진 반지를 끼워줄 님이 나타나실 겁니다.그나저나 올 크리스마스는 밖에 나갔다 동사한 커플이 많다고 하네요 음 ㅎㅎㅎㅎ. 커플 지옥 솔로 천국 만쉐이~~~~~~~~~

다락방 2010-12-28 11:33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 당일에 반지 사러 나갔었는데 정말 춥더군요! 바람이 쌩쌩 불었어요. 어휴~

blanca 2010-12-2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다락방님, 반지. 저 반지 완전 이쁜데요. 족발 갑자기 지난 주에 4인분 시켜 둘이 밤새 먹고 담날에 남동생 불러 나머지를 처치시킨 것이 갑자기 생각나서^^;; 아, 글구 저도 모델들 엄청 좋아해요. 고등학교때는 <탑모델>이라는 잡지 사보고 혼자 막 변태처럼 좋아하고 그랬는데. 그냥 그 찰나의 아름다움이 넘 매혹적이라서. 글구 다락방님 내년 크리스마스 엄청 화려하고 좋을 것이라고 미리 호언장담해 봅니다.

다락방 2010-12-28 11:34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에 족발을 마음껏 먹지 못해서 아직도 속이 후련하질 않아요. 그래서 조만간 족발을 마음껏 먹고 싶은 아주 작은 소망 혹은 열망이 생겼습니다. 족발을 꼭 실컷, 배터지게 먹고 싶습니다!!!!!

저는 모델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는데, 빅토리아 시크릿 보는 순간 오우, 코피가 터질것 같더라구요. 그 긴다리로 막 성킁성큼 걷는데 어휴 정말 ㅠㅠ 그리고 손바닥 만한 천으로 그들의 가릴곳(?)을 가린 것도 무척 예뻤어요. 그들은 아름다웠어요! 죽기전에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모델로 참가해보고 싶은데, 이건 완전 미친꿈이겠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sslmo 2010-12-2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직업 상,그리고 약한 피부 덕에 저딴 걸 껴본 적이 없는 위인이랍니다.

반지 낀 손이 엄청 예쁘신 걸요,
저도 실제 반지 낀 손 보고 싶어요.

그땐 기필코 마노아님과 다락방님의 위로가 돼 드릴 거예요~^^

다락방 2010-12-28 11:35   좋아요 0 | URL
저게요 양철나무꾼님, 설정샷입니다. 제가 괜히 마우스를 쥐고 찍었겠습니까. 그나마 저러고 찍어야 손이 좀 이뻐보여서. 하하하핫

2010년엔 반지 낀 제 손을 실제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D

2010-12-28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2-28 11:35   좋아요 0 | URL
나한테 새벽에 문자보내도 괜찮아요! 답해줄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2-28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10-12-28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에 읽기엔 [화이트 노이즈]는 좀 많이 꼬여 있는 책 같은데.. ^^;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저도 봤는데, 음.. 다들 너무 말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멋져 보인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데, 그건 그녀들의 마른 몸매 때문이 아니라 그게 아름다운거라고 스스로 믿는데서 오는 자신감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나도 내 살짝(응?) 나온 배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면 좀 더 멋져 보일까요?

다락방 2010-12-28 11:37   좋아요 0 | URL
저 책을 크리스마스 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200페이지 남짓이에요. 저 요즘 책을 안읽어요. 전 요즘 그저 멍때리다가 야한생각하다가..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오늘은 술을 마시고 뻗어볼까..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음, 그게 아름다운 거라고 스스로 믿는데서 오는 자신감, 이라니. 그렇다면 저도 이것은 정직한 몸이다, 라고 스스로 믿고 자신감을 가진다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여자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네, 그 모델들 마르기는 했는데, 그렇기 말랐기 때문에 그 작고작은 속옷을 그토록 예쁘게 소화해낸 것 같아요. 흑흑

얼룩말 2010-12-2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토리아 시크릿 그 흑인 남자 가수 누굽니까
완전 멋있어요

다락방 2010-12-30 10:30   좋아요 0 | URL
몇년전에 그 무대에 져스틴 팀버레이크가 섰었거든요. 모델들 사이를 누비변서 sexy back ~ 막 이러는데 아휴 그냥 훅끈훅끈 ㅎㅎ

기억의집 2010-12-2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전 딱 2년만 일본 소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해요. 딱 이년만!
그들은 어떻게 살까 어차피 사람 사는 거 다 거기가 거긴데.....그래도 다른 나라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여행자로서가 아닌.

빅토리아모델들은 거의 안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진짜 거의..........그래서 모델들은 먹는 거 때문에 그만두고싶어한다고 하더라구요.

다락방 2010-12-30 10:33   좋아요 0 | URL
전 물론 비쩍 마르게 태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설사 그랬다고 하더라도 모델을 못했을 것 같아요. 삼겹살과 소주를 대체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요? 우아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일본의 소도시를 말씀하시니까, 전경린의 소설중 한대목이 떠오르네요. 옮겨볼게요.

"......당신은 아이들이 언제 다 자란다고 생각해요?"
"열여덟 살. 둘 다 열여덟 살을 넘기면 다 키운 거야......"
"나보다는 당신이 늦겠네요."
"나를 기다려줄 거야?"
희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나 기다려줄 거야?"
"당신이 지금이라고 할 때까지. 얼마든지...... 당신 아는 사람들이 다 죽고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죽고 이 세상에 우리 둘만 남을 때까지......"
"당신의 말은 늘 나를 놀라게 해. 당신 몸처럼."
기윤은 희우의 뒷목덜미에 입을 맞춘다.
"그때가 되면 우리 북해도로 여행을 가요. 그곳엔 하나 먹을 때마다 7년 젊어지는 검은 계란이 있대요."
"하하. 그런 이상한 계란이 있다고?"
"틀림없이 있어요. 7년씩 젊어진다는 검은 계란이."
"정말?"
"정말이라니까요. 북해도에 눈이 있는 만큼이나, 온천이 있는 만큼이나 확실히 있어요. 우리 그곳에 가면 검은 계란을 똑같이 두 개씩만 먹어요. 그리고 함께 20년만 더 살아요."(전경린, 부인내실의 철학 中)

2011-01-04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몇년째 계속해서 크리스마스때 듣는 캐롤은 제인 모나잇의 『This Christmas』였다. 나는 그 노래와 그 목소리가 너무나 좋아서(그녀의 몸매까지도!) 크리스마스가 되기도 전부터 늘 그 노래를 들으며 혼자 겨울을 맞곤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올해는 몇년전에 사두고 듣지 않았던 엔싱크의 앨범을 꺼냈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적에『Merry Christmas and Happy Holidays』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사둔 앨범이었는데, 이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올해 처음 들어보았고, 실린 앨범의 제목 조차도 몇년만에 처음 보게됐다. 일단 내가 좋아했던 노래. Merry Christmas and Happy Holidays! 양쪽귀에 이어폰을 꼽고 듣노라면 신이 난다. 

 

 

 

그런데 나는 이 앨범의 맨 마지막에 실린 노래 제목을 보고 기절할 지경에 이른다. 제목이 무려, 무려, 

Kiss me and midnight.  

아, 뭐지, 이건 뭐지, 왜 이런 죽이는 제목을 이제야 알게 된거지? 그래서 순서대로 노래를 듣는 대신, 나는 이 노래를 먼저 재생시킨다. 

 

 

노래가 마구 좋지는 않은데 처음에 5, 4, 3, 2, 1..! 하는게 무척 신난다. 흑흑 ㅠㅠ 

 

Kiss me at midnight
(5...)
hey yeah...
(4...)
oh...
(3, 2, 1!) 
Kiss me at midnight 
Dance until the morning light
Party into the New Year
All of my friends are here
And when the timing's right
Kiss me at midnight


Kiss... 

I've been waiting for the special night
To be with you
The colors of Christmas are still shining bright
And I know what we're gonna do
Anticipating, music is playing
The magic is in the air
All through the season
Yo've been the reason
I have so much love to share

Kiss me at midnight 
Dance until the morning light
Party into the New Year
All of my friends are here
And when the timing's right
Kiss me at midnight

Kiss...
Kiss me at midnight
Kiss...

We've been making promises in the dark
Our resolutions
As a brand new year is about to start
And we're together.
Celebrating, no more waiting
Our time has arrived
The beat in my heart
As the countdown starts
Just look into my eyes
Kiss me at midnight 
Dance until the morning light
Party into the New Year
All of my friends are here
And when the timing's right
Kiss me at midnight

Baby, it's New Year's Eve 
Time we can believe
In making wishes
Dreams come true
Just for me and you

(break)
Kiss me at midnight 
Dance until the morning light
Party into the New Year
All of my friends are here
And when the timing's right
Kiss me at midnight

Kiss me at midnight 
Dance until the morning light
Party into the New Year
All of my friends are here
And when the timing's right
Kiss me at midnight

(to fade) Kiss me at midnight 
Dance until the morning light
Party into the New Year
All of my friends.... 

 

노래의 몇몇 가사에 밑줄을 좀 그을까 하다가 관둔다.  

 

 

그리고 어젯밤. 아주 추웠고, 나는 자정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렌즈도 빼지 않은채로, 샤워도 하지 않은채로, 나는 책장에서 『올리브 키터리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내가 포스트잇 붙인 부분을 마구 뒤적였다.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 속에 다시 잠겼을 때 그는 패티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널 놓지 않을게. 파도가 칠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케빈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그 옛날 여왕처럼 줄넘기를 하던 소녀, 지금은 바다에 빠진 젖은 머리의 여인이 두 사람의 구조만을 바라며 바다의 힘만큼이나 격렬하게 그를 붙잡고 있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p.86)  
   

  

아, 잊을뻔했네. 

메리 크리스마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0-12-2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내 친구 다락방~*

크리스마스때 여행가요. 여행길에 무슨책을 읽을까 내내 고민했는데 결정했어요!
[올리브 키터리지] 를 읽겠어요. ^^


레와 2010-12-24 09:36   좋아요 0 | URL
흠.. 밑에 글들을 다시 읽다가 [그저 좋은 사람]도 보고 싶은데..ㅎㅎ;

이 행복한 고민!

다락방 2010-12-24 09:42   좋아요 0 | URL
흐음. '크리스마스'의 '여행' 이라면 『그저 좋은 사람』보다는 『올리브 키터리지』가 낫겠어요. 그저 좋은 사람은 ... 크리스마스 지나고 읽어요.
:)

레와 2010-12-24 10:16   좋아요 0 | URL
응, 알았어요! ^^*

2010-12-24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6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0-12-2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메리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0-12-26 19:31   좋아요 0 | URL
절망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난 후, 일요일을 앞둔 우울한 밤입니다.
잘 보내셨습니까? ㅎㅎ

섬사이 2010-12-2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님!
문득 다락방님이 스스로에게 예쁜 반지를 선물하셨을까, 궁금해져요.
알록달록 포스트잇이 갈피갈피에 삐죽삐죽 나와있는 책들이 주루룩 꽂혀있는
다락방님의 책장도 상상하게 되구요.
듣는 크리스마스 캐롤들이 저랑 너무 수준차이 나네요.
저는 아직 유아수준의 캐롤을 들어요.
우리집 꼬맹이 때문에..^^

다락방 2010-12-26 19:31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섬사이님 때문에 제가 페이퍼를 써야겠군요! 반지 샀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저의 책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일겁니다. 하핫

비연 2010-12-2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쿠리스마수, 다락방님^^

다락방 2010-12-26 19:32   좋아요 0 | URL
내년에 크리스마스가 또 다가온다는 사실만이 위안이 되는 그런 밤입니다, 비연님.
:)

자하(紫霞) 2010-12-2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 싱크라...
저도 왕년에 좋아했던 그룹입니다만, 저스틴 목소리가 들리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0-12-26 19:32   좋아요 0 | URL
오늘 케이블에서 빅토리아시크릿 2010 패션쇼를 보았어요.
몇년전에 그 무대에서 모델들과 함께 노래하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떠올랐습니다. 훗 :)

moonnight 2010-12-2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님 ^^
크리스마스는 그냥 휴일이 된지 오렌지지만 -_-; 좌우지간 오늘만 일하면 이틀 쉰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요. 히히 ^^

다락방 2010-12-26 19:33   좋아요 0 | URL
이틀 쉰다는 그 기쁜 사실을 이제는 잊을때가 됐어요. 네시간 반 후면 월요일 ㅠㅠ
내년 크리스마스는 올해보다 낫겠지요? ㅜㅡ

마노아 2010-12-2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꽉 붙잡고 놓지 않을 소중한 다락방님!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0-12-26 19:33   좋아요 0 | URL
콘서트는 잘 다녀오셨어요?
마노아님 덕에 아주 좋은 일년을 보냈어요. 마노아님이 있어서 참 좋아요!
:)

치니 2010-12-24 15: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이번 해 처음으로 제대로 캐롤 들었어요. ^-^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100% 감상하고 그걸 나눠주는 다락방님. 멋진 여자사람! 우리 내년에도 또 잘 놀아요 ~

다락방 2010-12-26 19:34   좋아요 2 | URL
네, 치니님. 우리 내년에도 잘 놉시다. 내년에는 더 멋진 캐롤로 찾아뵙겠습니다. (응?)

무스탕 2010-12-24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시간에 뭐하고 계실까요? 너무 추워서 얼른 삼겹살 구워 쐬주 한 잔 해야지 그러고 계실까요? ^^
다락방님을 꽉 붙잡고 놓지 않고 계신 마노아님을 묶어 놓으면 두 분 다 놓칠 걱정 없으려나요? ㅎㅎ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D

다락방 2010-12-26 19:35   좋아요 2 | URL
저는 지금 이시간, 난장판이 된 방안을 치우고 먼지를 닦고, 책들을 책장에 좀 꽂아 넣고, 율리시스를 쳐다보기만 하다가 음, 역시 나는 읽지 않겠어 라고 생각하고 책장에 꽂아넣고 콩나물과 버섯나물을 고추장과 함께 밥을 비벼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넷북 앞에 앉아서는 이대로 끝나버린, 기적없이 끝나버린 크리스마스를 서러워하고 있습니다. 흑흑.
무스탕님은 잘 보내셨습니까!

비로그인 2010-12-25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잊을뻔했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님! ^^

다락방 2010-12-26 19:36   좋아요 2 | URL
내년에도 잊지 말고 크리스마스 인사 나눕시다, 바람결님. 훗

기억의집 2010-12-29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Kiss me~~ 저는 올 크리스마스에는 If I could wrap up a kiss 들었어요,

다락방 2010-12-30 10:33   좋아요 2 | URL
크리스마스엔 역시 키스가 대세로군요! 하하
 

 

 

 

 

 

 

 

시사인을 늘 사서 읽지는 않고, 사서 읽는다고 해도 모든 기사를 빠짐없이 읽지는 않는다. 뒤에서부터 읽다가 다시 편집국장의 편지부터 읽다가 하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메인 기사를 안읽고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출근길, 뒤적뒤적 이다가 30페이지의 [교육 in- '행복한 진로학교' 강좌 중계 6] 을 읽었고, 그 짧은 시간에, 그 기사가 내 마음을 건드렸다. 

기사의 전문을 찾아 링크를 하고 싶었는데, 인터넷으로 시사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찾을 수 없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인터넷으로는 한주일 느리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세상의 평화를 일구는 어느 공정여행가의 직업 이야기- 임영신 대표]  

"실패할 기회 더 많이 줘야 잘하는 일 찾아" 

 

임영신 대표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얘기하고, 자신이 시민운동을 하게 된 계기라든가, 아름다운재단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한, 자신의 소중한 경험들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를 건드린 부분은 그녀가 이라크 여행에서의 가이드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이분은(화면을 가리키며)이라크에 여행 가서 만난 제 생애 첫 가이드 스와드 아줌마예요. 저는 가이드라는 의미를 이분을 통해 배웠어요. 제가 이라크에 갈 때는 일촉즉발이었어요. 이분과 같이 다니면서 기자들이, 그리고 제가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이 뭐였을까요. "전쟁이 오고 있는데 두렵지 않나요?" 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통역을 하다 우리에게 묻더라고요. 너희는 우리에게 질문을 하고 왜 답에 귀 기울이지 않느냐고. 그녀는 CNN 이나 BBC 에서 출력한 그 데이터를 내려놓고, 지금 여기 우리가 말하는 진실에 귀 기울이라고 호통을 치더라고요. 

 
   

이 부분을 읽는데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혹은 알고자 했던 것은 진실이 아닌 다른 무엇이었을 거라는, 진실로 포장된 자기 좋을대로의 생각 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질문해놓고 그들의 답을 듣기 보다는, 그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로 그간 살아온건 아니었을까.  

   
 

친해지고 나니, 어느 날 밤 저에게 물어요. "너는 여기 왜 왔니?" 한국에서도 기자회견 때 '간지 나게' 답변을 해왔는데, 이분이 물으니까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이라크 전쟁을 막고 싶어서요, 라고 간신히 대답했더니 아줌마가 막 웃어요. 네가 온다고 막아질 것 같으면 몇 천만 되는 이라크 사람이 이러고 있겠느냐고. 그러더니 너는 결혼은 했니, 아이는 있니, 묻는거예요. 아이가 있다니까 등짝을 후려치면서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당장 짐 싸서 돌아가라고 하더라고요. 전쟁이 임박했을 때 제가 이라크에 남아서, 죽이는 자의 눈이 아니라 죽어가는 자의 눈으로 기록해 평화의 증인이 되고 싶다고 하자 저를 쳐다보면서 그러셨어요. "너는 이라크 사람의 눈으로 이 전쟁을 기록할 수 있다고 믿니?" 내가 대답을 못하자 나무라지는 않고 "내가 너의 눈으로 이 전쟁을 기록해주겠다" 라고 하셨어요. 너의 아들이 바로 너의 평화니까 돌아가라며 제 비자 연장 서류를 찢어버렸어요. 

 
   

 

나는 다른 사람들의 과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현재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런 기사들을 언제나 심드렁하게 읽지도 않고 넘겨오곤 했었다. 설사 읽어도 그다지 나를 움직이지도 못했고.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이 기사를 읽음으로써 내가 뭔가 달라졌다는 건 아니지만, 이 사람이 얘기한 과거는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의 현재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사람의 현재가 이런 과거들로 인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임영신 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검색해봤다. 

 

 

 

 

 

 

여행기에는 통 흥미가 없는 나지만, 임영신이 들려주는 여행이야기라면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것들이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속에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이번호 시사인을 볼 만큼 다 보고난 후에는, 회사동료에게 주기로 했다. 동료가 내게 받아서 읽으려고 펼치다가 이 기사를 봤을때는, 내가 그은 빨간 밑줄을 보게 될 것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10-12-2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건드렸다는 의미가 툭툭 치는 쨉이였을까요..
원투 스트레이트에 로우킥 콤비네이션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것이었을까요?

다락방 2010-12-22 15:40   좋아요 0 | URL
툭, 쳤는데 제가 무릎을 꿇고 말았어요. ㅎㅎ

무스탕 2010-12-22 16:10   좋아요 0 | URL
툭, 친 건드린 부분이 마음이 아니고 무릎 뒤 오금팽이였나봐요 =3=3=3

너의 아들이 바로 너의 평화다.. 라는 부분 참 저릿하네요, 전

다락방 2010-12-22 16:15   좋아요 0 | URL
무릎 뒤 오금팽이 ㅋㅋㅋㅋㅋ

저는 '너희는 우리에게 질문을 하고 왜 답에 귀 기울이지 않느냐'는 부분에 아주 찔끔했어요.

레와 2010-12-2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읽고 따끈따끈한 페이퍼 써주세요!

헤헤..:)

다락방 2010-12-22 17:08   좋아요 0 | URL
아, 이 페이퍼 보고 저 책을 누가 준다고 했는데요, 그분이 그 책을 언제 줄지 모르겠네요. 아마 올해안에 받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ㅎㅎㅎ
그런데 너무 읽고 싶어서 일단 한권을 먼저 질러 말어 이러고 있어요.

웽스북스 2010-12-25 00: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누군지 몰라도 무지 게으른 분인가봐요
그분이 방법을 좀 고민해보겠다고 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은데, 쫌만 기둘려봐용 ㅋㅋㅋ

다락방 2010-12-26 19:37   좋아요 0 | URL
그분은 좀 게으르긴 하시지만(응?) 천재입니다. ㅎㅎㅎㅎㅎ

Arch 2010-12-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때로 말뿐인 '의식'은 차라리 생각이 없는 것보다 나을게 없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은 뭐 통 생각을 안해서 그런 구분조차 무의미하게 됐지만.
다락방님, '희망을 여행하라' 꼭 읽어보시면 지금보다 좀 더 따끔따끔, 훅훅 잽이 날라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몰라요. 전 그랬거든요.

다락방 2010-12-22 17:3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아치가 페이퍼 썼던거 기억났어요. 아치 페이퍼에서 본 책인데, 그 책을 쓴 사람이더군요. 네, 훅훅 잽이 날라오는 느낌을 받을 것 같고, 그 느낌을 저는 기대하고 있어요. 읽게 되면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아치한테 얘기할게요. 다락방의 순한 아치. 히히 :)

세실 2010-12-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할 기회 더 많이 줘야 잘하는 일 찾아" 요 표현 참 좋은데요.
그녀의 글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줄듯 합니다.

다락방 2010-12-23 09:10   좋아요 0 | URL
세실님이 선택하신 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은 알라딘 반값이라 저도 이미 사두었는데요, 아직 책장에 있어요. 세실님이 쓰신 글을 보니, 그 책을 읽어도 생각할게 많을 것 같아요.

임영신의 글을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그런 가르침을 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많은 깨달음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2010-12-26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6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무너져 내리고 그들은 반짝반짝 빛이나고-
나에게 당신은 그저 예술가로만.
올해의 이것저것

 

 

 

 

 

아, 나는 올 한해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 『이화동』, 『오늘』, 『그대는 어디에』,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등을 들으면서 얼마나 쩔어(!)있었던가. 대체 갑자기 튀어나온 에피튼 프로젝트, 그는 누구인가, 왜 이다지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가, 왜 나를 후벼파는가, 기타등등의 절절한 감정으로 그의 노래를 얼마나 장시간 들어왔던가! 올해의 음반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에피톤 프로젝트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나는 어제 에피톤의 나이를 듣고야 만다. 그는, 

스물여섯. 

스물여섯. 

26세. 

 

 

애기네. 완전 애기. 스물 여섯이라니. 아니, 스물 여섯이 이화동 어쩌고 저쩌고 ..노래를 한거야? 스물 여섯 애기 피톤이가, '내가 어떻게 해야 그대를 잊을 수 있을까? 우리 헤어지게 된 날부터 내가 여기 살았었고 그대가 내게 살았었던 날들' 이라고 하고, '그렇게도 사랑했었던 너의 얼굴, 맑은 눈빛 빛나던 웃음까지, 살아있다 저기 저 신호등건너, 또 손흔들며 보조개 짓던 미소까지 조심히 건너 내게 당부하던 입모양까지' 라고 하며,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라고 한거야? 스물 여섯, 베이비 피톤이가, '낮은 한숨이 늘었어 이유 없는 일에 눈물을 흘리고 때론 당연한 하루가 가끔 너무 속상해서' 라고 하고, '술 한잔 했어요 그대 보고 싶은 맘에 또 울컥했어요' 라고 한거야?  

그런데 나는 삼십대 중반에 이화동을 처음 가보고, 거기 가서는 여기가 피톤씨의 추억이 서려있는 그 이화동이라는 데구나, 했던거야?  이렇게 감성에 쩌는 남자라면 나는 사귀지 않겠어요, 라는 미친 리뷰를 썼던거야?

 

나는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 이라는 말을 그다지 신뢰하지도 않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무살이 열살과 똑같은 사고를 해서는 안되고, 서른다섯이 열다섯처럼 행동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반성하고, 현명해지고 싶어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줄 아는 능력들이 켜켜이 쌓여가는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거고, 그렇지 못했을 때 우리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며 자기 반성을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말 자체도 나는 억지로 만들어 낸 말 같다. 그건 국경도 나이도 없는게 아니라, 국경이 있고 나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는 걸 어쩔 수 없는거고, 내가 여기 있고 그가 아프리카에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거지, 그것들이 모두 '없기' 때문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스물 여섯이면, 스물 여섯에 맞는 가사라는게, 그런 음악이라는 게 존재할거라고 생각을 했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들었을 때는, 이 남자는 삼십대 중반쯤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거다. 6-7년에 걸친 장시간의 사랑을 했고, 헤어졌으며, 삼십대 중반이나 후반의 노총각일 거라고, 나는 그리 내 마음대로 생각한거다. 그래서 그가 스물 여섯이라는 말을 듣고 노래가 어릴거야, 유치할거야,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고 어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에피톤의 노래들을 다시 들었다. 

이화동 을
한숨이 늘었어 를
오늘 을
그대는 어디에 를
눈을 뜨면 을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 를. 

 

그런데, 

변함없이 좋다. 무척 좋다. 내가 처음 음악을 듣고 느꼈던 그 느낌들을 여전히 고스란히 준다. 가사만 좋은게 아니라 음악도 좋다. 목소리도 좋다. 그가 스물여섯이든 어쨌든 그의 노래는 여전히 그의 노래였다. 아무것도 변하질 않았다. 스물 여섯이 만든 노래에 나는 울다가 웃었다가 멍때리다가 했다니, 무척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걸 알고 듣든 모르고 듣든, 아무것도 달라지질 않는다.  

 

여전히, 에피톤 프로젝트는, 나에게는, 올해의 앨범일 수 밖에 없다. 피톤이 베이비, 베이비든 올드보이든, 어쨌든 이런 음악이라면 땡큐야. 사실은 애기 피톤, 당신이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당신이 스물 여섯이라 다행이에요. 마흔 여섯이나 쉰 여섯 보다는 스물 여섯쪽이 조금 더 호감가네요. 흣 :)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0-12-2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선인장'이 너무 좋아 벨소리도 만들어서 한동안 썼어요!^^

다락방 2010-12-21 14:08   좋아요 0 | URL
난 '해열제'가 너무 싫어요! 그거 나오면 바로 돌려버린다는. ㅎㅎ

웽스북스 2010-12-2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2-21 14:44   좋아요 0 | URL
뿜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0-12-21 14:45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우리가 왜 뿜은지 모르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0-12-21 14:54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중요해요? 중요한건 우리 둘 뿐이에요! (이건 로맨틱버젼 댓글 ㅎㅎ)

레와 2010-12-21 16:27   좋아요 0 | URL
또 두사람 뭐하는거임?!! ㅡ.ㅡ^ 흥!!

다락방 2010-12-21 16:32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이 어제는 무려 나더러 크리스마스에 만나자고 했어요! ㅎㅎㅎㅎㅎ
그치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0-12-21 16:49   좋아요 0 | URL
헐헐 이렇게 보니 완전 ㅋㅋ 저는 만나'드린'다고했습니다.

다락방 2010-12-21 16:53   좋아요 0 | URL
아 뽀롱났네. ㅋㅋㅋㅋㅋ 그치만요 웬디양님이 만나'주신'다고 하셨지만 저는 수락하지 않았다구요! 흥!!

레와 2010-12-21 17:3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전성공! (응?? ㅎ)

무스탕 2010-12-21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구만요. 에피톤이 남자가수라서 더 좋지요? :)

다락방 2010-12-21 16:01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젊은' '남자' 가수라서 제가 완전 사랑하는게 절대 아닙니다!!!!

jongheuk 2010-12-2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다락방님 덕분에 올 한해 에피톤 프로젝트 잘 들었어요. 고마워요. last.fm 이란 곳에서 제가 어떤 앨범을 얼마나 들었는지 계산해주는데 에피톤 프로젝트를 네번째로 많이 들었더라구요.

참 다락방님, 이메일로 주소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카드 보내드릴게요.

다락방 2010-12-21 16:54   좋아요 0 | URL
종혁씨도 많이 들었구나! 그때 좋다고 글 쓴거 보긴 했는데 네번째로 많이 들었다니, 오, 뿌듯해요! 히히.
주소는 지금 이메일로 보내줄게요!
:)

에디 2010-12-2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 새내기 시절에도 선배들 따라간 주점에서 서른즈음에를 같이 합창하니 왠지 인생 다 산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내가 스물여덟이고 상대가 열다섯이어도

오늘의 문장.

다락방 2010-12-22 18:13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정말. 에디님!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오늘의 문장을 뽑아주는 에디님을 좋아합니다.

열다섯은 좀 심했죠? 열아홉으로 할걸 그랬나봐요. 흐음.
 

2010년의 봄에는 내가 좀 미쳐있었던 것 같고, 여름에는 좀 더 미쳐있었던 것 같고, 가을에는 극에 달해 돌았었던 것 같다. 올 한해를 정리해보려고 했더니, 뭐 사실 정리할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해놓은 것도 없고, 그저 미쳐있었던 봄,여름,가을만이 떠오른다. 기억에 남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하기가 너무 싫다.  

어쨌든, 올 한 해의 남자와 멘트와 책 등등을 순전히 내 마음대로 정해보려고 하는데, 나는 당연히 공동수상같은건 하지 않을 생각이다. 둘이 나눠먹게 안한다. 하나에게만 올인. 그래야 진짜.  

 

- 올해의 문장은 '사라 쿠트너'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바로 그게 제 문제에요! 전 보통 슬프지 않을 때 발작이 일어나요..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게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 때요. 그럴 때면 전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죠. 하지만 제 머리는 마치 품질이 안 좋은 퍼즐 같아요. 조각들을 잘못 자르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아귀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퍼즐 말이에요! 항상 한 가지 원인을 찾으려다 보면 전 미칠 것만 같아요. 머릿속에서 마치 제대로 줄도 서지 않고 마구 소리를 질러대며 반항하는 유치원생들처럼 온갖 가능성들이 마구 뒤엉켜버리거든요!" 

"그럼 그걸 중단하십시오.

"뭘요?" 

"생각 말입니다." (pp.344-345)  

그녀에게 생각을 그만하라고 정신과 닥터가 말해주는 장면인데, 뭔가 뻥 뚫려버리는 것 같았다. 그러게. 그녀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때문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처럼 되어버리고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저그런 소설 쯤으로 책을 읽었다가, 여자주인공에게 흠뻑 이입해버려서 이 책은 나의 바이블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역시 책이든 뭐든 타이밍이 중요한게 아닐까 싶어졌다. 게다가 나는 몇개월전에 한 친구로부터 '당신은 당신의 기분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너무 이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 제기랄, 이 책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헤르만 양! 모르겠어요? 당신은 매우 지적인 사람이에요. 감성지수도 아주 높고요. 열정이 넘치는데다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직감까지 뛰어나죠. 그런데 그런 능력이 자신에게는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어요. 자신의 감정 문제에 맞닥뜨리기만 하면 당신은 마치 머리에 널빤지라도 두른 사람처럼 우둔하게 헤매고 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지요. 하지만 이건 아주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신은 다른 건 전부 느낄 수 있는데, 자기 자신만은 느낄 수 없다는거요!" (p.342) 

절절하다, 진짜.  이 책이 문학적 가치가 뛰어나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아니,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순전히 내 개인적으로, 내가 '그런 때에' 만났기 때문에 별 다섯이다.

 

 

- 올해의 남자는 요리하는 남자. 이건 완전 어제 급조된건데, 그러니까 나는 어제 친구와 연극을 한 편 보고 까페에 들어가서 차를 마셨다. 거기는 와플을 비싸게 파는 까페였는데, 와플을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하는 즉시 구워준다고 했다. 마침 카운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터라 우연히 카운터를 계속 쳐다보게 되었는데, 길쭉하고 하얀 남자가 와플을 굽고 있었다. 와플을 굽고, 접시에 초코시럽을 뿌리고 와플을 접시에 담고 그 위로 딸기를 올리고 다시 생크림을 올리고 또 딸기를 올리고 해서 완성한뒤에 손님에게 건넸다. 그리고 또다시 와플을 굽고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데코레이션을 해서 또 손님에게 건네고, 또 와플을 굽고...하는게 반복이었는데, 그 길쭉하고 하얀 남자가 그렇게 예쁘게 와플을 접시에 담아 건네는게 몹시 낭만적인거다! 근사해! 

나의 남동생은 군시절, 장교식당 취사병이었는데 제대하고 나서 지금까지 몇년이 흘렀건만 식구들에게 요리를 해준건 딱 한번이었다. 그것도 식구들끼리 다같이 제주도 놀러갔을때, 기분으로 안주 한번.. 너는 요리하는 남자였는데 왜 대체 식구들에게 요리를 안해주는거냐며 내가 잔소리를 퍼부어대면, 녀석은 항상 이렇게 말해왔다. 

"난 40인분에 맞게만 세팅되어있어." 

후아- 너란 인간. orz.... 그러니까 그 와플을 구웠던 길쭉하고 하얀 남자는 집에 가면 아무것도 안할 확률이 크겠지만, 아, 그래도 멋지더라. 내가 요리를 전혀 못하는 여자라 그런건지 요리하는 남자를 보는 순간 잠시 눈이 하트가 됐었다. ♡.♡

 

 

- 올해의 영화는 『엘 시크레토』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아주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 맞아, 저 남자에게는 저런 형벌이 필요해, 반드시 그래야 해.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 다다를수록, 저랬어야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니까 내 가치관에 혼란이 오는거다.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것, 반드시 그래야 했다는 신념, 그 모든것들이 정말 옳은거였냐고, 영화는 내게 묻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묵직하고 먹먹한 사건과 함께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이 영화 안에는 함께 흐르고 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잘했다고 혹은 잘못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함께.  

 

한 페이퍼 안에 이것저것 마구 링크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건 그래도 '올해의 페이퍼'니까, 아쉽게 뽑히지 못한 다른 영화들을 좀 골라보자면 다음과 같다.

 

 

 

 

 

 

- 올해의 멘트는 '샬레인 해리스' 

 

 

 

 

 

 

 

앗, 나는 올해 『완전히 죽다』와 『죽어 버린 기억』만 읽었는데, 언제 『돌아올 수 없는 죽음』까지 나왔구나. 사야겠네..이 책을 읽다보면 나는 아주 궁금해진다. 작가는 책속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의 멘트를 다 들어본걸까? 아니면 상상인걸까? 대체 여자가 듣고 싶어하는 모든 말들을 어떻게 그녀는 다 써낼 수 있을까? 

『죽어 버린 기억』에서는 이런 멘트가 나온다. 

「당신 바쁘네요. 전화하지 말걸.」
나는 금세 주눅이 들어 말했다.
「농담해요? 당신 전화는 하루 종일 내가 겪은 일 중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었어요!」
(p.139) 

얼마전에 나는 한 청년에게 이 책의 이 멘트에 대해 얘기해주면서, 여자를 녹이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라고 했다. 그 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간에, 그러니까 어머 좋아, 부터 시작해서 혹은 웃기시고 있네, 라는 시니컬한 대답까지, 여하튼 그게 뭐든간에 그여자는 속으로는 완전 흐물흐물 녹진녹진해졌을 거라고. 그러니 나만 믿고, 사랑을 얻고 싶은 여자에게 저 멘트를 날리라고 했다. 당신 전화는 하루 종일 내가 겪은 일 중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었어요, 라니. 어떻게 안 녹을 수 있을까! 하하하핫. 근데 왜 슬프지? ㅠㅠ 이뿐만이 아니다.  

「당신이 숨을 곳이 필요하다면, 당신 등 뒤를 지키거나 당신을 방어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가 당신에게 그런 남자가 되지요.」 (p.203) 

뭐, 이쯤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지키고 방어해주고..그런 남자가 되어주고...아, 뭐 똑바로 서있기조차 힘들다. 대체 이 작가는 어디서 이런 말들을 다 배워가지고 ㅠㅠ 당신은 다 들어본 말입니까? 네? 그래요?  

『완전히 죽다』에서는 완전히 날 기절시킨 멘트가 나온다. 

「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즐거워해요.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해서 아플 지경이에요. (중략)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머무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p.214) 

후아- 생각해보고 말고 할게 어딨니. 나랑 함께 있고 싶어서 아프다는데. 니가 아프면 나도 아퍼. 그러니까 그냥 너의 아파트로 내가 갈게. 함께 머물게.  

 

 

- 올해의 책은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로 정했다. 마지막까지 천재작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두고 갈등했는데, 안나 카레니나는 '천재 작가'의 글이라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작가 본인'의 글이라서, 도무지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책 속에서의 쌍둥이가 아프면서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서 나를 더 미치게 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나는 대신 아파해야 한다. 그게 독자의 몫이다. 만약 그들이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울부짖고 토로했으면 나는 그들의 아픔을 이다지도 생생하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통이든 아픔이든 느끼는 만큼 절규하는 쪽이 빨리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쌍둥이들이 그걸 못하니까 대신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래야 얘네들이 살지, 하면서.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에 대해서는 읽을때마다 미치게 페이퍼를 썼으니까, 이쯤하고. 이 책 때문에, 좋았지만 올해의 책에 뽑히지 못했던 책 몇 권을 골라보자면 다음과 같다. 

 

 

 

 

 

  



올해의 통화, 올해의 이성, 올해의 동성, 올해의 문자메세지, 올해의 술자리, 올해의 만남, 올해의 친구, 올해의 노래, 올해의 연극, 올해의 유머, 올해의 사진, 올해의 눈물, 올해의 사랑, 올해의 서운함, 올해의 이메일 등등을 다 써보고 싶지만, 그러면 오늘 하루가 페이퍼 쓰다가 끝날것 같아서 이제 그만 두기로 한다. 아, 올해의 진통제는 우먼스 타이레놀이다. 그리고 올해의 최악의 찌질함은 지난주 토요일의 아이라이너. 집에서 나갈때는 나 오늘 좀 예쁘다며 혼자 들떠있었는데, 친구와 만나고 있으면서 화장실에 가 거울을 보고 기절했다. 아무리 트윈케익 떡칠해도 도무지 감추어지지 않는 팬더눈. 내 다시는 아이라이너를 하지 않으리라. 후아- 내가 왜했을까, 아이라이너를... 3년만에 해보는 아이라이너였는데, 이런 미친 찌질함을.. 난 아이라이너가 싫다. 정말 싫다.


댓글(43) 먼댓글(1) 좋아요(4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올해의 음반, 에피톤 프로젝트, 오 베이비!!
    from 마지막 키스 2010-12-21 13:47 
              아, 나는 올 한해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 『이화동』, 『오늘』, 『그대는 어디에』,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등을 들으면서 얼마나 쩔어(!)있었던가. 대체 갑자기 튀어나온 에피튼 프로젝트, 그는 누구인가, 왜 이다지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가, 왜 나를 후벼파는가, 기타등등의 절절한 감정으로 그의 노래를 얼마나 장시간 들어왔던가! 올해의 음반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에피톤
 
 
hnine 2010-12-2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눈도 저 아기처럼 생겼어요? 제가 완전 좋아하는 타입인데 그럼??

다락방 2010-12-20 15:04   좋아요 0 | URL
개(dog)눈 같대요. 축 쳐져가지고 ㅜㅡ 곰 눈 같다는 말도 들었어요. 하핫. 그런데 전 그동안 제가 고양이눈 같다고 혼자 생각했지 뭐에요. 하하핫.

브론테 2010-12-2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줌파는요? ㅋ 올해의 인물 무척 좋아요^^* 폭풍업무중에 댓글다는 이 정성이라니 ㅎㅎ

다락방 2010-12-20 15:05   좋아요 0 | URL
줌파는 며칠전에 따로 페이퍼 썼으니까 패쓰. 줌파는 어쩐지 [축복 받은 집] 읽고나면 또 페이퍼 쓰게될 것 같은 예감이에요. 문제는 오늘 지르느냐, 1일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지르느냐....( '')

Forgettable. 2010-12-2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좀 억울한게 나도 연말까지 한국에 있었으면 올해의 xx가 되지 않았을까. 난 너무 초반만 함께 불태우는 바람에. 젠장.

우먼스 타이레놀은 고통뿐만이 아니라 심신을 안정시킨대요. 그래서 하나 먹었는데, 그 날은 감정의 기복이 전혀 없더군요. 신기했어요. ㅎㅎㅎ

전 여기 온 이후로 읽은 책이.... 열권이나 되나? 미쳤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달에 열권읽던 애가 세상에;;;;;

자하(紫霞) 2010-12-20 17:09   좋아요 0 | URL
우먼스 타이레놀과 우황청심원은 비슷한 효과가 있나?하는 생각을 해보다가
가장 빠른 결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그 날' 우황청심원을 실험해보는 것일까?라는
도대체 내가 생각해도 4차원적인 생각을 방금 무심코 했어요~ㅋ

다락방 2010-12-21 09:27   좋아요 0 | URL
아 미치겠다. 이건 어디서 나오는 자존심이죠, 뽀?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왜 연말까지 있었으면 뭐가 됐을거라고 생각하는거지?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초반만 불태웠지만 뭐 하나 만들어줄게요. 뽀는 음, 올해의....젊은여자. ㅎㅎ 뽀는 올해 내가 만난 여자들 중에서 제일 젊고 예뻤어요. :)

우먼스 타이레놀이 심신을 안정시킨대요? 아놔. 감정의 기복이 없어진다구요? 음.. 진작 알았어야 했어요! 그럼 내가 그렇게 힘든 봄,여름,가을을 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ㅠㅠ 가을에 나 진짜 .. 힘들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나는 아마 타이레놀을 먹지 않을것 같아요. 비루한 몸뚱아리지만 약에 의존하지 않겠어요.



베리베리님. 오! 우..우...우황청심원. 어쩐지 무서워요. 전 왜 우황청심원이 무서울까요? ㅋㅋ

moonnight 2010-12-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완전 귀차니즘이라 한해 정리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요. 최소한 좋았던 책 베스트는 하고 싶건만 -_-;;;; 다락방님과 공통점 또 찾았어요. 히히 ^^ 올해의 인물요. 저도 조카랍니다. 둘째 조카요. 한달 조금 더 있으면 돌인데, 저는 찹쌀떡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볼부터 해서 몸의 모든 부분이 찹쌀떡 같이 쫀닥쫀닥한 녀석이에요. ^^ 그치만, 역시 저의 영원한 넘버원은 첫째조카지요. ㅠ_ㅠ

다락방 2010-12-21 09:09   좋아요 0 | URL
쫀닥쫀닥. 아 저는 정말 미치겠어요, 문나잇님. 막 아가를 안고 있으면 완전 완전 좋은거에요. 인생이 충만해지는 것 같아요. 아가가 저희집에 와있으면 저의 퇴근은 빨라지고, 출근전에 어떻게든 얼굴을 보고 나가려고 하죠. 여동생이 보내준 조카 동영상 보면서 혼자 막 히죽히죽하고 그래요. 아 저는 완전 미친팔불출 이모인겁니다! ㅠㅠ

무스탕 2010-12-2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가로 올해의 음식만 대답해 보세요 :)

다락방 2010-12-21 09:09   좋아요 0 | URL
오사카짬뽕이요!!
:)

레와 2010-12-2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인물 사진 때문에 추천을 백만개쯤 하고 싶어요.
잔뜩 찌푸리고 있는 내 얼굴도 웃게 만드는,
조카는 진리!



다락방 2010-12-21 09:10   좋아요 0 | URL
조카는 진리, 네 정말 그렇더군요. 전 이 아가가 태어나기 전에는 제가 이 아가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지는 정말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저는 마음을 빼앗겼어요. 사랑이 시작됐습니다. 흑흑 ㅜㅜ

blanca 2010-12-2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안나 카레니나>를 이겼다면 저는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다는 사람이 다락방님 포함 정말 너어무 많네요. 이제 정말 이것을 읽을 때가 된 것일까요? 40인분 ㅋㅋㅋ 쓰러졌습니다. 조카는 완전 귀엽네요. 정말 완전히. 제 여동생이 뭐라고 했게요? 첫조카는 원래 내새끼보다 이쁘다,고 주위에서 그러더랍니다. 정작 내 자식은 애증관계이지만 첫조카는 정말 사랑 그 자체라고. 저는 오늘 거울을 보고 아이라이너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래로 번진듯한 다크서클에 처절하게 낙담했답니다.--;; 이런게 진정한 노화구나, 싶어서요. 아이라너가 번져서 느끼는 슬픔보다 몇 백배는 더 처절하답니다.--;; 그러니 위안받으세요.

다락방 2010-12-21 09:13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첫자식을 안낳아봐서(응?) 정말 그러한지 알 수 없지만, 네, blanca님, 첫조카는 쓰러집니다. 이 아가를 안고 거리를 걸으면서, 봐요 이 아가가 내 조카에요, 라고 크게 소리치며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흑.

그리고 blanca님, 다크써클은 저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게다가 생리중에는 확연히 진해져서 뭐 화장을 아무리 두껍게 해도 가려지질 않아요. 다크써클은 저의 영원한 동반자지요. 게다가 저희 다크써클은 노화의 동반자도 아니에요. 전 초딩때부터 데리고 다녔어요. 삶이 고달팠던 거죠, 어린애가. 흐흑 ㅜㅜ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정말이지, 말이 필요없습니다, blanca님. 올해가 가기전의 마지막 책으로 선택해보심은 어떨까요?

Arch 2010-12-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거랑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2011년에 봐야할 영화를 몇개 적어봤어요. 매년 두분이 그래주셨음 좋겠어요.

복숭아는 다락방이 제일 좋아하는건데, 조카가 복숭아 닮은거면, 그건 정말 최상급이겠다^^

다락방 2010-12-21 09:1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아치,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은 아치 스타일 아닐 것 같은데. 캐서린 제타존스 좋아해요? 저기서 완전 어린 남자랑 사귀는데, 난 그 둘이 사귀는 장면보다 헤어지고 난 후의 각자의 삶을 사는 장면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아, 그런데 아치가 봐야할 영화 적어놓은거에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은 없겠다. 안적었을 것 같아요.

다락방의 순한 아치 ㅋㅋㅋㅋㅋ

Arch 2010-12-23 09:51   좋아요 0 | URL
이봐요 다락방 ^^ 난 다락방님 때문에 크랙도 본 여자예요.

다락방 2010-12-23 11:22   좋아요 0 | URL
다락방의 순한 아치이며 게다가 말도 잘 듣는 아치로군요! 므흣 :)

2010-12-21 0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0-12-2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조카를 보면 정말 눈에 콩깍지 제대로 씌워져요.
저도 그랬거든요.
정말로 내 새끼도 첫조카만큼 예쁘지는 않더라구요.^^;;
새해엔 <안나 카레니나>에 무조건 도전해야겠어요.

다락방 2010-12-21 13:13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의 독서모임의 주제도서가 되어도 좋을법한 책이에요, 안나 카레니나는. 그러나 독서모임에서 다루기엔 많이 두껍죠. 섬사이님, 읽어보시면 정말 왜 톨스토이가 천재인지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안나 카레니나는 정말 대단한 소설이에요. 그저 감탄만 나온답니다.

첫조카는 그저 순수한 기쁨이고 순전한 사랑이에요. 어휴, 대단해요. 정말.

sweetrain 2010-12-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크서클을 어릴때부터 데리고 다녔어요.
화장이 아니라 분장을 해야 다크서클을 가릴 수 있을 거에요.
저도 지금 그 날인데, 우황청심원을 한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냥 우먼스 타이레놀로 만족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다락방 2010-12-21 13:57   좋아요 0 | URL
우먼스 타이레놀은 금방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전 무섭더라구요. 이게 뭔데 내 몸속에 들어와서 이런 효과를 주지? 이러면서 의심이 막 ;;
우황청심원은 패스하세요. 어쩐지 무섭지 않습니까? ㅠㅠ

꿈꾸는섬 2010-12-2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 너무 예뻐요.^^
우리 아가들 저만할때가 생각나네요.^^

다락방 2010-12-21 16:44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죠? 오늘은 글쎄 처음으로 뒤집었대요! 감개무량 ㅠㅠ

바이런 2010-12-2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헹헹. 다락방님~ 저 다락방님이 엘시크레토를 올해의 최고의영화라고 하신 평보고 엘시크레토 봤어요.
그리고 저한테도 올 해 최고의 영화가 되어버렸어요 ㅠㅠ
다락방님덕에 <그저좋은사람>도 읽었구요. 덕분에 2010년 마무리를 온몸을 떠는 전율로 보내고있어요ㅋㅋ
락방님의 초이스는 언제나 굿이에요 굿♡ 저기 읽지못한 책들도 꼭 챙겨서 읽어볼게요~:)



다락방 2010-12-22 08:50   좋아요 0 | URL
다행이에요, 바이런님. 바이런님에게도 제 초이스가 먹힌다니! ㅎㅎ
엘 시크레토는 정말 최고지요? 제 회사 동료도 제가 계속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더니 일요일 오전에 조조로 가서 보고왔다고 하더라구요. 헤헷.
그저 좋은 사람은, 윽, 정말 좋지요? 지옥-천국은 최고의 단편. 네, 온몸을 떠는 전율, 맞아요, 맞아요.
아흑, 올해가 얼마 안남아서 슬퍼요, 바이런님.

Kitty 2010-12-2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 너무 예뻐요 >_< 볼이...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첫조카가 제가 한국에 없을 때 태어나서 그런지 정이 좀 덜 들었어요. 둘째조카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그래도 요녀석은 아직 애기였거든요. 큰조카는 처음 볼 때부터 너무 커서 말도 잘하고 뛰어다니고 그래서 별로 가지고 놀지를(?) 못했는데 둘째는 막 가지고 놀아서 더 애착이 가요 ㅎㅎ 게다가 뭘 사주면 올케가 죄다 첫째를 주는 바람에 둘째는 맨날 꼬질꼬질한 것만 물려받고...ㅠㅠ 그래서 나이 차이가 별로 안나고 둘 다 여자애인데도 뭐든 꼭 똑같은거 두 개씩 사요. ㅋㅋ

다락방 2010-12-22 16:05   좋아요 0 | URL
'깨물어주고 싶다'는 말을 언제 쓰는지, 저는 조카를 보고서야 깨닫게 되더군요. 그말 참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말 말고 다른말은 생각나지도 않아요. 가지고 놀지를 못했다는 말에 저 완전 빵 터졌어요, 키티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가지고 놀 수(응?)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주 미치게 예뻐서 팔짝팔짝 뛰겠어요. 어제 처음 뒤집었다는데, 오늘 뒤집는 동영상 받아보고 저 일하다가 완전 히죽히죽히죽히죽 ㅎㅎㅎㅎㅎ 정신나간여자 됐네요.

키티님, 저한테 조카 둘 있었어도 저도 똑같은거 두개씩 사주고 싶었을 것 같아요. ㅠㅠ
첫째가 양보하는 것도 싫고 둘째가 물려받는 것도 싫어요. ㅠㅠ

2010-12-22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헤스티아 2010-12-2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워요. 저희 아들 이제 67일 되었는데 이미지가 비슷하네요 저희아들이랑...
저희아들도 보고 있으면 다람쥐도 생각나기도 하고 쌍커풀없이 큰 눈인데 약간 순해보이는.. ㅋㅋ
암튼 제자식이라 이쁘긴 하지만.. 조카 너무 귀엽네요.
제 아들 사진도 조만간 페이퍼에 올려야겠네요 ㅎㅎ

다락방 2010-12-23 09:1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참 빨리 자라요. 태어났을 때 찍은 사진하고 50일때 찍은 사진하고 100일때 찍은 사진하고 그 모습이 다 달라요. 아, 정말 미치도록 예뻐서 돌아버리겠어요. ㅎㅎ
엊그제 처음 뒤집더니 어제는 하루종일 뒤집더래요. 자정을 넘어서도 뒤집느라 잠을 안자서 여동생이 미칠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하. 저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다 깨서 막 웃었어요.
아흑, 예뻐요, 아가들 ㅠㅠ

2010-12-23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로하 2010-12-24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저도 주변에 추천하고 있어요. 저에게 이책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는데.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와 함께 주변에 추천하는 책이예요.

다락방 2010-12-26 20:35   좋아요 0 | URL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면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말씀하시는거죠? 저 그 책을 선물 받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지 않았거든요. 알로하님의 댓글을 읽으니 이 책을 얼른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벌써부터 기대되요. 대체 어떤 책일지!!

알로하 2010-12-27 13:32   좋아요 0 | URL
네^^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이요~ㅋ 저도 다락방님 덕분에 주말에 '그저 좋은 사람'을 읽었는데요. 왜 이제야 이책을 읽었을까! 했었어요. 참 좋더라고요.^^

다락방 2010-12-27 13:34   좋아요 0 | URL
정말 좋죠? 특히 [지옥-천국]은 정말 최고 아니던가요? 감동의 소설인겁니다. ㅎㅎ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도 좋아요. 저는 이제 [축복받은 집]을 구매해 읽을 생각을 가지고 있답니다. 헤헷 :)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읽게 되면 어땠는지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