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 어제부터 였다. 나는 출근길에 갑자기 세븐이 생각났다. 보고싶었다. 그래서 일전에 내가 페이퍼 써두었던 걸 열어서 출근길에 걸어가면서 재생시켰다. 나는 내내 우울했고, 신경을 여러갈래로 분산시키고 싶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가 되겠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보는 동영상 속의 세븐은 수트빨이 -그때도 느꼈지만- 최고였다. 검정색 양복. 남자의 가장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차림새. 게다가 뒤를 돌면서 씨익 웃을때는 내 다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서 수트차림으로 [열정]을 부르며 춤을 추는데, 와, 진짜로 져스틴 팀버레이크보다 멋졌다. 세븐아, 누나는 져스틴 보다 니가 낫다. 니가 더 좋다. 가장 마음에 드는건 그의 손짓이었다. 손의 모양새가, 그 손으로 만들어내는 모든 동작이 황홀했다. 그 크고 예쁜 손에 나의 쇄골을 맡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최고야, 세븐, 최고야.  

그러던중에 카카오톡으로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스마트폰을 산지 얼마 안되는 친구였다. 내게 뭔가를 물으려는데, 타자가 느렸다. 나는 원하는 답을 잽싸게 해주고 다시 영상으로 돌아가려는데, 나더러 타자 빠르다고 친구가 우와- 라고 한다. 나는 신의 손이라고 답한 뒤에 다시 영상으로 돌아갔다가 또다시 카톡으로 돌아가 친구에게 한마디 했다. 

[세븐 동영상 보는데 왜 말걸고 난리야!!] 

정말 화가났다. 아무튼 나는 세븐 동영상을 재생시켜놓고 그의 손짓과 입술과 수트빨을 보면서 웃었다. 요즘 나를 웃게 하는게 통 없었는데, 세븐 동영상이 나를 웃게했다. 그리고 오늘은 급기야 알라딘에서 세븐의 음원 두개를 결재했다. [와줘]와 [열정]. 세븐아, 누나가 [문신]이나 [라라라]까지 한 곡 더 살까 했지만, 그렇게 되면 마일리지가 5천점 밑으로 내려간단다. 그러면 적립금으로 바꿀 수가 없어. 방금전에 외근 다녀오면서 내내 노래들을 듣고 또한번 재생 시켰는데, 사무실 들어와서 한번 더 보고 일을 하려고 하니 그새 금지된 영상이라고 뜬다. 아.... 세상이 나의 사랑을 방해해.... 나 요즘 힘든데, 신경을 분산시킬게 필요한데. 나, 그냥 세븐 동영상 보게 해주지. 다른 동영상은 검정 양복입고 춤추는 게 아니란 말이야!! 하.. 내가 하는 사랑은 언제나 힘들어... 

 

- 그렇다. 신경을 여러갈래로 쪼개서 여기저기 나누어주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것 중의 하나가 세븐 동영상이었다면, 또 다른 하나는 이것이다. 

 

 

 

 

 

 

 

 

일전에 경향신문 신간코너에서 보고 관심 있어서 메모해 두었었는데, 어제 질러버렸다. 내가 과연 읽을 수 있을까? 내가 이걸 읽게 될까? 그러니까, 알라딘의 책 소개를 보자면, 이 책은 이런책인 것이다. 

알라딘의 책 소개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하여 이라크 등지에서 화려하게(?) 활약을 한 최강 용병부대 ‘블랙워터’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 저널리스트인 저자에 따르면 블랙워터는 우선 그 규모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제로 블랙워터 대원들이 이라크에서 얼마나 무자비하게 학살을 자행했는지를 소상히 고발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자신의 위신에 어긋나는 모든 더러운 일들에 대한 하청을 블랙워터에 일임한 셈이다. 국가가 청부한 살인을 행하는 거대한 기업. 그곳이 바로 블랙워터이다.

오늘 집에 가면 이 책이 도착해 있을 것이다. 용병책. 나는 신경을 분산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참이라,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 집에 가면 에너지가 다 빠져있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사두고 읽지 않았던 숱한 책들처럼 그저 책장에 꽂히게 될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나는 어쨌든 뭔가를 해야 했다. 용병책이라니, 장바구니에 넣으면서도, 또 결제를 하면서도 내 자신이 웃겨서 피식 웃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집에 가서 한장씩 한장씩 읽어봐야겠다. 자기 전에.  

악몽을 꾸게 될까?  

 

- 작년 가을에 올림픽공원에 갔던것과 같은 이유로, 나는 아마도 조만간 올림픽공원을 갈 것 같다. 그 때 그 벤치에 앉아서 그때 마셨던 똑같은 캔맥주를 두 캔 마시고, 나는 또 펑펑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의 2011년 봄과 이별해야지. 안녕, 잘가. 너, 괴로웠어. 그치만 괜찮아. 맥주를 마시고, 울고, 작별을 고한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우동을 먹어야지.

 

- 좋았던 일도 있었다. 미국에서 후버까페가 비행기 타고 슝- 날아왔다. 미국에 오기도 전부터 그는 나와 만날 약속시간을 잡았다. 늘 만나던 강남역 2번출구 메리츠타워 앞에서 우리는 또다시 만났고, 후버까페는 나를 만나기 전 서점에 들러 나에게 줄 책을 사왔다. 자신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인데 좋다며. 나를 만나기 전에 서점에 들렀다 오는 젊은 남자라니. 멋지다. 

 

- 6월 4일엔 친구의 결혼식에 간다. 6월 5일엔 친구를 만나러 대전에 간다. 6월 11일엔 지방에서 친구가 올라온다. 6월 주말일정이 벌써부터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다. 바쁘게 지낼 것 같다. 여러모로 그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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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1-05-2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날 만나면 웃을 일이 생길텐데! ㅋㅋ 난 젊은 남자는 아니지만....

다락방 2011-05-26 08:52   좋아요 0 | URL
젊은 남자들이 언제나 웃게 하진 않아요. 울게도 하죠.
6월달에 봅시다. 평일에. 그전까지 안나 카레니나 읽으면서 기다려요.

루쉰P 2011-05-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에게 세븐이라면 저에겐 아이유입니다. 아이유의 눈웃음을 동영상으로 보며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혼자 히죽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스스로 고독을 즐기고 있는 차도남 같아 혼자 감탄하곤 합니다. 저에겐 아이유가 하나의 탈출구죠. 뭔가 좀 적극적인 자신이 되고자 아이유 펜클럽에 가입을 시도했어요. 근데 아이유 정규 1집 타이틀 곡을 영어로 써야 한다는 질문에 자꾸 틀려서 입회가 거부가 됐습니다. -.-
그래도 아이유가 좋아요...

신경이 분산될 때 더 분산을 확장시키는 방식은 저도 좀 배워야 할 듯 하네요. 신경이 분산되고 내가 뭘하고 있는지 모를 때 전 모든 것을 정지해 버리곤해요. 그게 더 안 좋은 방식인 것은 확실한데 습관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게 정지된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담배만 의자에 앉아 피든 서서 피든 그러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담배값도 오른 요즘 말이죠.

어딘가에 추억이 있는 장소가 있어서 갈 곳이 있고, 누군가 찾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성별을 떠나서요, 주말에 바쁜 일정들이 있는 다락방님의 일상이 너무 부럽네요. ^^

전 매일 매일 꾸준하게 반복되거든요.

다락방 2011-05-26 08:58   좋아요 0 | URL
아이유 정규 1집 타이틀곡을 영어로.........하하하하하
아이유의 팬이 되는것은 까다롭군요! 저는 그 노래가 뭔지 알지도 못하는데 말입니다.

저는 신경이 분산되서 더 분산을 확장시키려는게 아니라, 신경이 오로지 하나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그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분산시키려는 거에요. 그래서 이것저것 건드리고 있어요. 잘 해볼 참입니다.

저도 매일매일이 꾸준하게 반복되고 있어요. 직장인에게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과이지요.
그래도 벌써 목요일이 되었어요. 시간이 참 빨라요.

Mephistopheles 2011-05-2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정녕 다락방님이 주문하신...겝.니.까????

다락방 2011-05-26 08:33   좋아요 0 | URL
저 어제 집에가서 책 좌르륵 훑어봤거든요. 아니 그냥 넘겨봤죠. 아...괜히 샀어요. ㅠㅠ 저 이 책 못 읽을 것 같아요. ㅠㅠ
제가 순간적으로, 충동적으로 또 미친 선택을 ㅠㅠㅠㅠ
제가 왜그랬을까요, 메피스토님? ㅠㅠ

Mephistopheles 2011-05-26 09:12   좋아요 0 | URL
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그러셨을 껍니다.

다락방 2011-05-26 09:37   좋아요 0 | URL
읽어보실래요, 메피스토님? 보내드릴까요?
용........병............책.....................

Mephistopheles 2011-05-26 10:37   좋아요 0 | URL
음...버겁겠어요. 저처럼 감수성 예민하고 낭만적인 중년한테는요..우히히..
(아 목걸이 하니까 얼마전 모 샵에서 봤던 제법 이뻐 보이는 목걸이가 생각나는 중..)

http://www.funshop.co.kr/vs/detail.aspx?categoryno=1232&itemno=12118

일면 엘리스 종합선물셋트 목걸이..ㅋㅋㅋ

다락방 2011-05-26 10:48   좋아요 0 | URL
저 보고 왔는데, 뭘 그렇게 주렁주렁 달린게 많은가요? 물론 제 목은 저 주렁주렁 걸린 것들을 견뎌낼 수 있을만큼 짧고 굵지만, 그래도..그래도...이건...좀 너무해욧!! orz

Mephistopheles 2011-05-26 15:39   좋아요 0 | URL
에이 실제 착용샷을 보면 그리 치렁치렁하지도 주절주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 목걸이를 착용하고 상모처럼 뱅뱅 돌리는 다락방님 상상 중)

다락방 2011-05-26 16:1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차가운 도시여자에요, 메피스토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왜 웃는거죠? ㅜㅜ)

2011-05-2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6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벌 2011-05-26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쁜 일정이 전 너무 부럽네요. 전 잡 생각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여러모로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ㅋㅋ 제가 정말 경멸하는 것이 무시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요즘 그걸 당했어요. 이틀간.(문제는 왜 그러는지 전혀 이유를 모른다는 것) 다른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도 불편해 진다는 것을 말하는건데 그걸 모르나? 갸웃 갸웃.

시간이 많이 비고, 몸이 힘들지 않아 이것 저것 사건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좀 바쁘게 해주세요~~~ 30일만 두손모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

다락방 2011-05-26 08:51   좋아요 0 | URL
버벌님.
저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외에도 해야할 것이 있어서 바쁘고 정신없어요. 지금 당장은 오늘 결재해야 할 목록이 머릿속에 휘리리릭~ 지나가구요.
쵸이스의 슈프리모 블랙커피를 사야겠다, 이런 사소한 생각도 더불어 함께 하고 있구요,
동료 직원이 [역전의 여왕]에서 임지규가 얼마나 귀여웠는지를 말하는 걸 들으며 그건 대체 몇회에 등장하는 씬인걸까,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을까, 하는 쓸모없는 생각도 함께 하고 있답니다.

몸은 힘들지 않은데, 시간은 비지 않고, 자잘한 계획들만 많은 삶을 살고 있어요. 그 계획이란게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저 자신을 위한거긴 합니다만.
빨리 버벌님의 30일이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레와 2011-05-2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나에게 다락방의 세븐같은 존재는 '독고진'이에요. (아니 독고진을 연기하고 있는 차승원인가?)
어제도 '독고진'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다가 '역시 백마탄 왕자는 화면속에만 있는걸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허무해하기도 하고.. (독고진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나오는 남주에요. 여주는 공효진. 나 공효진도 좋더라. 이 아가씨 책도 냈는데 사볼까)
다락방도 최고의 사랑 보면 좋겠다.


도대체 정신없는 댓글이군.. 흠..( ");;

다락방 2011-05-26 09:35   좋아요 0 | URL
저 어제 최고의 사랑 보고 빵터지게 웃었는데요, 저도 최고의 사랑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계속 볼지는 모르겠지만, 글쎄, 거기에 말이죠,

임지규가 나와요! 우.윳.빛.깔.임.지.규.

내 메신저 대화명은[♡임지규♡]로 바뀌었어요. 세븐에게 작별을 고했어요. 나란 여자, 변심하기 쉬운 여자. 아니 왜, 도대체 왜, 다들 차승원을 좋아하죠? 임지규가 있는데? 뭐, 좋아요. 괜찮아요. 다들 차승원에 미치라구요. 임지규는 내가 갖겠어!!!!!!!!!!!!!!!!!!!!!!!!!!!!!!!!!!!!!!!!!!!!

마노아 2011-05-26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께 목걸이를 선물하고 싶네요. 그치만 그 목걸이는 최소 백금은 되어야 하는 거죠? 알러지 반응이 없으려면...ㅜ.ㅜ
어제 월급날이었는데 3주치만 나왔어요. 1주일 치는 한달 뒤에 준대요. 뭐 이래..ㅡ.ㅡ;;;;;

다락방 2011-05-26 09:37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댓글이 너무 슬퍼요. 그 목걸이는 최소 백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슬퍼서 웃겨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웃다가 눈물이 나요. ㅎㅎㅎㅎㅎㅎㅎ (뭔가 미친 댓글의 포스...)
아니, 1주일치는 왜 한달 뒤에 준답니까? 대체 왜요?!! 버럭!!

버벌 2011-05-26 14:11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커피 마시다 품고 있슴당~~~~~~~~

다락방 2011-05-26 14:58   좋아요 0 | URL
버벌님. 그러니까 제가 메탈 알러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최소한 백금.. 그러니까 이게 슬픈 얘긴데..근데 이상하게 웃겨...........................................
저도 커피 마셔야겠어요. 내내 졸았네요. ㅜㅡ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쩌면 불의의 사건을 겪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내가 읽은 책, '필립 베송'의 『포기의 순간』의 옮긴이의 말을 보면, 작가인 필립 베송이 파리 도서박람회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선 끝에 책을 내미는 독자들에게 써준 문장이라고 한다. 나는 반드시 이 작가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불의의 사건이 필요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속의 인물은 여덟살 난 아들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나서-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으면서야 비로소- 자신이 진정 원했던 삶을 살 수 있게 되니까. 

 

 

 

 

 

 

 

오랜만에 만나는 아주 건조하고 덤덤한 문체였다. 나는 한적한 마을에서 아들을 죽인 남자가 형기를 마치고 돌아와 그 곳에서 그를 멸시하는 시선들에 맞서 살아가는 내용일거라고 짐작했다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했다. 그리고 좋았다. 불의의 사건을 겪지 않았었다면 물론 더 좋았겠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는 비로소 그가 원하는 인간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자꾸만 자꾸만 밑줄을 그었다. 

   
  자기 자신이 되는 데, 되어야만 하는 사람이 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p.140)  
   

 

그가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던 것은 한때, 가능했던 때, 그때 '노' 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도 안다. 

   
 

나는 늘 결정적인 순간에 알맞은 말을 찾지 못했다. 메리앤과 결혼한것도 아직 '노'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했던 때 '노'라고 말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었음이 기억난다. 나는 자주 의지와 혜안이 부족했고, 그 때문에 몇 년의 젊은 시절을 잃었다. (p.206) 

 
   

그는 이제 노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노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구원을 만날 수 있다. 나는 노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상황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노라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으며, 만남을 구체적으로 정한 적도 없었지만, 결국에는 그가 오리라고 굳게 믿었다.
내게는 확신이 있었다. 설명할 수 없고, 선명하게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이루어진, 이 내밀한 직감이. 이런 믿음에 대한 아주 사소한 증거조차 갖고 있지 않았는데도.
그냥 알았다. 그게 전부다. 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p.234) 
 
   

나에게도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확신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았고, 나의 확신은 이제 옅어졌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했다. 이 책의 제목은 무려 '포기의 순간' 이었으니까. 나는 포기하려고 하고, 관심을 기울이기를 멈추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 이런 문장을 맞닥뜨렸다.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길 멈추었다. 서로를 염려하는 것을, 상대 때문에 가슴 떠는 것을 멈추었다. (p.108) 

 
   

위의 문장은 내가 이 책속에서 가장 처음 밑줄을 그은 문장이다. 

   
  "내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 (p.191)   
   

그는 이제 그가 원해서 누군가에게 다가선다. 다른 누군가 때문도 아니고 상황 때문도 아니다. 그저 그가 원한 상대. 

   
  우리는 카페 앞 보도에 서서 어떻게 작별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p.199)   
   

위 문장을 읽으면서는 나는 어느해 가을, 작별인사를 하던 그와 나를 떠올린다. 나는 그가 내 여행의 끝이기를 바랐던걸까.

   
 

그는 종착역에서 내렸고, 이제 더 멀리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다 왔다는 것을, 여행의 끝이라는 것을 알았다. (p.229) 

 
   

혹은 내가 그의 여행의 끝이기를 원했던것일지도. 

   
  우리는 둘이서 함께, 우리가 되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되었고 떨어져 있어서는 결코 되지 못했을 사람들이 되었다. (p.245)   
   

 

 

그는 그 자신이 되기 위해 자신이 그동안 가졌던 것을 잃어야 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가진것을 잃었으나 그 자신이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이 되었다. 게다가 그 자신이 되어서 그 자신을 사랑해주고 그 자신이 사랑하게 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우리가 되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포기하기 위해서' 읽었는데, 포기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졌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p.231) 

 
   

나는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시종일관 건조함을 잃지 않는 문체로 절망속에 빠진 남자의 구원에 대한 소설을 읽었는데, 그 구원에 대한 안도감 보다는 건조함에 대한 것만 온 몸에 스며든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건조해지고 만다. 어쩌면 일요일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곧 월요일이 오기 때문에,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멀리서 돌아왔다. 오로지 이렇게 환하고 분명한 확신속에 함께 마주하기 위해서, 모든 길을 떠돌아야 했다. 이 확신을 모른 척해야 했었고, 특히나 길이란 길은 모두 돌아야 했으며, 우리에게 예정된 운명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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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5-2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이 되는 데, 되어야만 하는 사람이 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이 문장이 참 좋아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삶이 될 수는 없겠죠?

hanalei 2011-05-22 22:22   좋아요 0 | URL
다른 삶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무해한모리군 2011-05-23 08:34   좋아요 0 | URL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안해도 되는거? ㅎㅎㅎ (못하게 되는게 아니라 안하는!!!)

다락방 2011-05-23 08:53   좋아요 0 | URL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안해도 되는 삶은, 저로서는 지금 상상이 불가해요. 일요일밤마다 지옥이에요. 아..너무 싫어. 전 결국 어제 어쩌지 어쩌지 이러다가 그냥 잤어요. 일요일 밤에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orz

비로그인 2011-05-2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을 어쩌다가 손에 넣게 된 지 꽤 되었는데 아직 읽지 않았군요.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갑자기 당기는데요. 자신이 가진 책을 읽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그래도 다락방님 덕분에 최소한 포기의 순간을 그냥 지나치진 않았네요. 고맙습니다. 꾸벅^^

다락방 2011-05-23 08:5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아마도 3월) 경향신문을 통해 알게되서 보관함에 넣어 두었다가, 그리고 사 두었다가, 요즘 이 상황에는 이런 제목의 책을 읽는것이 적절하겠군, 하는 마음으로 꺼내 들었어요. 짧은 책이에요.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읽으면서 책에 바라는 것, 그러니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자꾸 생각나게 하는 것, 그게 이 책은 가능해요. 자꾸만 제가 포기해야 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요, 후와님.

hnine 2011-05-2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에 박힌 삶을 사느니 불의의 사건을 다오! 이제 이렇게 외칠 나이도 아니지만 과연 제가 그래본 적이 있었나 싶네요. 게다가 틀에 박힌 삶이 뭐가 어때서! 막 이러고도 싶고요.
그런데 저 책은 제목 하나만 해도 눈길이 가는데 표지 그림까지 멋진걸요?
포기 자체가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때 포기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것이 더 실패를 부르는 것 같아요 (위에도 쓰셨지만).
월요일을 몇 시간 앞둔, 다락방님이 별로 안 좋아하는 시간대 아닌가요? ^^
편한 밤 되세요.

다락방 2011-05-23 08:56   좋아요 0 | URL
저도 틀에 박힌 삶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게다가 저는 불의의 사건을 겪어야 한다면 차라리 틀에 박힌 삶을 택하겠어요. 불의의 사건은, 전 싫어요. 전 슬프고 싶지도 않고 절망하고 싶지도 않아요. 늘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삶을 산다고 할지라도 불행의 끝을 겪고 싶지 않아요. 전 평온하게 살고 싶어요. 평온하고 조용하게요.

네, hnine님. 전 정말 일요일 밤 시간,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이 돼요. 싫어하는 시간이죠. 그래서 페이퍼를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아요. 손톱 깨무는 버릇이 있었다면, 아마도 일요일 밤 제 손톱은 남아나지 않았을 거에요.

아침입니다, hnine님.

마노아 2011-05-2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포기하지 않는 것에 한 표예요.
멀리 돌아가도 그 끝에 구원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누구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다락방님을 응원할게요.

다락방 2011-05-23 08:57   좋아요 0 | URL
멀리 돌아가도 그 끝에 구원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을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길 끝에 구원이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어요. 아니, 구원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조금 더, 다시 생각해보긴 할거에요, 마노아님.
:)

2011-05-23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5-2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한테 선물해 줘요, 다락방님.


아, 아니다 내가 사볼게요. 세상에 이렇게 뻔뻔스런 댓글은 처음이네요. 커피를 세 잔이나 마시니 용기가 승천해서 이모양인가 봐요ㅜㅜ

다락방 2011-05-23 08:58   좋아요 0 | URL
Jude님, 발송했는데, 그런데, 26일 배송이네요. 좀 더 빨리 읽게 해드리고 싶은데요. 후아-

poptrash 2011-05-2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은 세상에서 제일 인용을 잘하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11-05-25 08:26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라면 좋을텐데.

루쉰P 2011-05-2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인생에서 저 말을 했어야 했는데 혹은 저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라는 걸 많이 깨닫게 만들어요. 그리고 특히 소설에서요. 저도 그래서 소설을 주로 읽어요. 물론 그렇게 걸리는 소설은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소설을 읽으면 저는 그 소설의 문체에 그리고 그 소설에서 마음이 가는 주인공에게 온통 혼을 뺏긴다고 할까요? 그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고하고 감염돼 버려요. ^^ 며칠은 그런 증후군이 가는 것 같아요.
현실 도피하기에 너무나 좋은 체질이죠. 그래도 구질 구질한 현실은 현재 진행형이라서 문제이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댓글을 늦게 남긴 덕분에 공포의 월요일은 지나서 수요일이 됐네요. 즐거운 수요일 되세요. ^^

다락방 2011-05-25 15:19   좋아요 0 | URL
요즘 쓰여지는 소설은요, 루쉰님. 정말 아주 잘 쓰여져서 꽤 현실감이 있어요. 인물들도 그렇고 말이죠. 연애 이야기도 혹은 직장 이야기도 꽤 현실성 있어요. 저는 서늘한 작품들을 좋아해요. 혹은 먹먹함을 주는 작품이라든가. 그러니까 책장을 덮고 나서 바로 그 책을 잊을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니라, 책장을 덮고 나서도 뭔가 계속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고 여운을 남겨주는 책이요. 그런 책을 읽고나면 위안을 받기도 하고 현실로 돌아와 살아야 할 세상을 좀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니까요. 책은 절대적인건 아니겠지만, 제가 세상 혹은 사람을 보는 시선을 다르게 해준 것 만은 분명해요. 위에 제가 인용한 책은, 참 좋았는데요, 특히 마지막 장의 부제가 [루크 혹은 구원] 이거든요. 그 제목만으로도 구원을 받은 것 같았어요. 저는 내가 저 생각을 했어햐 했는데, 라는 걸 깨닫기 보다는 아, 내가 느낀걸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사는구나, 하는 걸 주로 깨달아요.

뭔가 길게 썼는데 제가 뭘 쓴건지 정리가 잘 안되네요. 수요일이 다 가고 있어요. 세시간만 있으면 퇴근입니다.
 

어머니는 결국 우리가 살 집을 찾았다. 디킨슨 스트리트에 있는 낡고 큰 집이었다. 펀의 집에서 길 위쪽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어머니는 에밀리 디킨슨이 살았던 집 건너편에 있다는 점 이유로 그 집을 특히 좋아했다.
"나는 그 여자만큼 뛰어난 시인이야. 내 인생의 이 시점에서 내가 여기에 사는 게 옳은 일이지."
(p.119)  

 [가위 들고 달리기]라는 제목에서, 그리고 책을 읽자마자 시작되는 소년의 이야기에서, 나는 이 책이 청소년 소설이라고 단정지어 버렸다. 부모가 부부싸움을 하고, 이혼을 하게 되는 걸 보면서 성장해가는 청소년 소설. 결국 아이는 상처를 극복하고 부모와 화해하는 그런 성장 소설. 나는 이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정도의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는데, 아이쿠야,  

이건 갈수록 내용이 뭐랄까, 음, 하드해진다고 할까.  

형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있으며 집을 나갔고, 소년은 열두살에 부모님이 서로 죽이겠다고 싸우는 걸 보게되고,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되고, 이혼한 후 아버지는 소년을 만나기를 거부하고, 어느날엔 엄마의 벌린 다리 사이에 목사의 아내 얼굴이 파묻혀 있는 걸 목격하게 되고, 그런 엄마로부터 내가 레즈비언인걸 니가 지지해줘, 라는 말을 듣게 되고, 학교를 관두고, 열두살에 서른살의 남자에게 오럴섹스를 해주며 애인으로 삼게 되고, 변기에 싸둔 똥으로 점을 치는 정신과 의사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고. 어휴.. 

그러다가 문득 시를 쓰는 소년의 어머니가 저 위에 인용한 것 처럼 '내 인생의 이 시점에서 내가 여기에 사는 게 옳은 일이지'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갑자기 내 인생의 이 시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내 인생의 이 시점에서 나에게 옳은 게 무엇일까? 나는 내 인생의 이 시점에서 나에게 옳은 무언가를 지금 하고 있는걸까?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특별히 무언가 대단한 걸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누군가에게 말할만한 무엇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내 인생의 이 시점에서 이걸 하고 싶다, 고 생각되는 것은 떠올랐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 말았다. 관두자, 무슨. 말도 안돼. 그러나 내가 만약 무언가를 언젠가는 하게 된다면 나는 이 문장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그대로 써먹고 싶다. 

내 인생의 이 시점에서 이렇게 하는게 옳은 일이지.

나도 그렇게 말해보고 싶다. 

 

소년은 자꾸 성장해간다. 열 다섯이 되고 열 여섯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 책의 끝무렵, 소년은 하나의 사실을 깨닫는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무슨 일을 하지 말아야 할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365)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깨달았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검색해보니, 알라딘에는 이미지가 뜨지 않지만, 오, 2006년에 라이언 머피 감독, 아네트 베닝 주연으로 만들어졌다. 왜 난 전혀 몰랐지? 뭐, 내가 모르는게 이것 뿐만은 아니겠지만.  

나는 배우들의 이름을 보다가 열두살의 소년을 침대에서 힘차게 밀어붙이고, 결국은 소년에게 과도한 집착과 애정을 가지게 되는 '닐' 역을 누가 했는지 궁금해졌다. 조셉 파인즈라는 배우인데, 내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앗.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그런데 이 이미지로 다시 책 내용을 생각해보니, 어..어...어울려..어쩐지 닐 역을 아주 잘 해낼 것 같아.  

 

 

 

 

 

 

오늘은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영파여고 앞에서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내리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다들 우산을 손에 들어 그런지 내리는 문앞이 유독 붐볐다. 나는 강변역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앉아 있었는데, 버스카드를 카드기에 대고 내리는 어떤 여자가 버스 안에 천원짜리 몇장을 떨어뜨린 채 내린다. 그 뒤로 사람들은 보고도 그냥 내리거나 못본채 계속 내리는데, 한 남자고등학생이 그 몇장의 천원짜리를 줍는다. 그리고 내려서는 그 돈을 떨어뜨린 여자를 향해 빠르게 걷더니 불쑥 그 돈을 건넨다. 그 건네는 과정에서 천원짜리 한장이 다시 길바닥에 떨어졌다. 그 떨어진 돈을 그 여자도, 그 학생도 보지 못한채 또 갈 길을 간다. 그 돈을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보신다. 우산을 들고서 그 아주머니는 왼쪽과 오른쪽을 차례로 두리번거리신다. 그런데 그 두리번 거리는 와중에, 그 뒤에 서계신 아주머니가 잽싸게 그 돈을 주워서는 손에 꼭 쥐시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태평한 얼굴로 서계셨다.  

내가 보는 줄 모르고. 내가 보고 있는 줄 아무도 모르고. 좌우를 두리번 거리는 아주머니는 그 앞에 정차해있는 버스 안을 볼 생각은 미처 못하신 것 같다. 결국 돈을 줍지는 못하셨지만.

나도 돈을 주워본 적이 있었고, 그때 주변을 둘러보느라 둘러봤을 것이다. 그러나 미처 내가 보지 못한 곳이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돈을 줍는 문제에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무언가 할때, 남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때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내가 모르는 사이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 버스안에서 들었다. 그러니까 똑바로 살자, 뭐 이런게 아니라, 어쩌면, 그렇다면, 그러니까 정말 그렇다면, 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가 사는 걸 지켜봐주고 있다면, 그러면 좋겠다고. 내 모든 선택에 끼어들지도 않고 참견하지도 않고 그저 나를 묵묵히, 그러니까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채로 살 수 있게끔,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게 속삭여 주면 좋겠다. 

나, 다 보고 있어. 

라고. 

 

천둥번개 소리가 너무나 요란해서 새벽에 잠을 깼다. 무서웠다. 그런데 페이퍼를 쓰다보니 무서운 마음이 다 사라져 버리고, 그저 덜컹덜컹 거린다. 아마도 마음이 덜컹거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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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5-2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프랑스 갈 때 랭보가 묵었던 호텔 간다고 좋아라 했다가 나중에 방 못 잡고, 그래도 호텔 근처라도 보겠다며 거리를 1시간이나 헤매던 기억이 나네요. 옳은 일이지, 라고까지는 생각 안하겠지만, 어떤 결정을 할 때 가끔은 (남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이유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기억과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할 때가 꽤 있는 것 같아요.

윽, 하지만 이 책은 꼭 읽고 싶단 생각은 안 드네요. 무셔.

다락방 2011-05-20 13:14   좋아요 0 | URL
아, 저 지금 무슨 소설이 생각나는데 그 소설의 제목이 생각도 안날뿐더러 그 책속에서 말한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유럽에서 누군가의 집을 보러 갔다가 시간이 안되서 다시 돌아오는 거였나 그런 거였는데, 아, 뭐지 이승우의 [한낮의 시선]에서 나온건가. 아 기억이 가물가물 ㅠㅠ

맞아요, 치니님. 어떤 결정을 할 때 남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사소한 이유가 제게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하죠. 그 사소한 이유는 남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아무리 그렇다고 말해봤자 듣지 않아요.

서른살 남자가 열두살 소년과 오럴섹스를 하는데, 그때 하도 거세게 밀어붙여서 소년의 머리가 자꾸만 침대 선반에 규칙적으로 부딪치는 거에요. 그 장면이 어우, 정말 힘들었어요. 식도가 막힐 것 같다고 하는 그 소년의 느낌이 어쩐지 생생하더라구요. 치니님은 저보다 이 소설을 더 좋아할 것 같긴 하지만 저보다 더 힘들게 느끼실것 같기도 해요. 힘든 내용들이 많아요. 어휴.

pjy 2011-05-2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신기한 시점으로 본 마을버스 아침일상입니다^^;
맛있는 글을 쓰는 다락방님, 우리 고기먹고 힘낼까요? 어지럽지않게 살짝만 덜컹거리게요~

다락방 2011-05-20 13:16   좋아요 0 | URL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었더니 졸립니다, pjy님. 아니 근데 pjy님 닉네임을 어떻게 해야 편하게 부를 수 있을까요? 피제이와이님? 이렇게? 음, 뭐 해보니 괜춘하네요. 피제이와이님 우리 고기 먹고 힘냅시다!

Mephistopheles 2011-05-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셉 파인즈...의 영화는 좀 골라보시면 될꺼에요. 세익스피어나 영국 중세쪽 배경을 한 영화에선 아주 번쩍번쩍 빛이 납니다만...현대물엔 그다지 입니다.

다락방 2011-05-20 13:16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필모그라피를 봤는데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나왔더군요. 밑에 마노아님 댓글을 보니 거기서 남자주인공이었던 모양이죠? 저 완전 기억안나요. 닭대가리 ㅜㅡ

비로그인 2011-05-2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일생동안 돈 주워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다락방 2011-05-20 13:17   좋아요 0 | URL
전 몇번 있습니다. 아주 적은 금액이어서 그렇지.

마늘빵 2011-05-20 13:37   좋아요 0 | URL
전 며칠전에도 100원 짜리, 어제도 10원 짜리 주웠어요. ^^

다락방 2011-05-20 13:38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아프님. 아프님은 욕심이 없어서 그런가봐요. 어떻게 백원짜리, 십원짜리만 줍습니까? 네?
삥도 뜯고 그래요, 아프. 난 얼마전에 삼겹살 계산하는 친구 옆에서 나 만원만 주면 안돼? 하고 삥뜯었어요. 돼, 이러더니 주더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돈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거에요. (응?)

비로그인 2011-05-20 15:10   좋아요 0 | URL
지인에게 술이나 밥, 차 사달라고 말해서 먹은 적은 몇 번 있어요.

pjy 2011-05-20 16:13   좋아요 0 | URL
전 이번주 월욜에 오십원짜리랑 쪼그만 10원짜리 주웠어요~ 10원짜리가 요새는 참 작아요^^
오늘낮엔 아는동생 삥뜯어서 복지리탕을 점심으로 먹었어요!
전 줍는거보단 삥뜯기가 체질인가봐요 ㅋ

무스탕 2011-05-21 10:05   좋아요 0 | URL
전 어제 저녁에 신랑이 수당으로 받아온 5만원중에 1만원을 삥뜯었어요.
저한테 주더니 애들한테도 똑같이 만원씩 주더라고요.
아니, 내가 애들이랑 동격이라닛?!

다락방 2011-05-22 22:14   좋아요 0 | URL
하하. 저는 아주 소수의 누군가에게는 돈을 삥뜯어요. 만원이나 이만원. 물론 남자사람들에게만요. 하하. 뭔가 사기꾼의 기질이.. ( '')

차좋아 2011-05-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 다락방님이 뭔 얘기만 하면 내 얘기.ㅋ(아래)

지난 주 일요일 충무로에서요. 사진을 맡기도 스타벅스나 뭐 그런 맘편히 시간이나 때울 커피집을 찾던 중. 마주오던 사람 하나가 좀 엉거주춤하게 서있다가 절 보더니 그냥 가더라고요. 좀 이상했지만, 별 생각없었는데 그 자리에 도착해보니 천원짜리 한 장이 떨어져 있더라구요.'아 그래서 그랬구나^^' (저도 멈췄죠) 잠시 1초정도 망설이다가 주워왔어요.ㅋㅋㅋ
그 천원을 주머니에 넣고 얼마만에 돈을 주워봤나 생각, 다음엔 줍지 말아야지 다짐.(추접스럽잖아요 ㅎㅎ)
오만원권이라도 안 주울래?, 자문도 해보고, 뭐 별 생각 다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도 많았는데 천원을 굳이 주워온 이유는 '왜 다들 안주워~~ 소심하게스리...'마음이었습니다만 ㅎㅎ
다음엔 말이죠 진짜 안 주워올거에요(일단 천원짜리는...ㅋ)

다락방 2011-05-20 13:18   좋아요 0 | URL
전 천원짜리라면 음, 주울 것 같아요. ㅎㅎㅎㅎ 음, 그렇지만, 좀 사람이 없으면요. 사람 많으면 아마도 줍지 못할 것 같아요. 음..일단 신발로 밟고나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할까요? 모르겠네요. 이건 또 그 상황에 맞춰서 유돌이있게 결정해야죠.
오만원권 주우면 나눠가져요, 차좋아님. 우리는 사이좋은 알라디너니까요.(이럴때만 ㅋ)

마노아 2011-05-2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의 이 시점에서 이렇게 하는게 옳은 일이지.

라고 말을 하는 그 시점의 다락방님도 꼭 보고 싶어요.

조셉 파인즈는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기네스 펠트로랑 잘 어울렸어요. 그 영화 참 재밌었는데 벌써 10년이 넘게 지나버렸네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 어찌 보면 호러 느낌도 나는데, 다락방님의 글 속에서는 참 따뜻하네요. 천둥 치는 날에 이런 생각을 했다니, 그 밤의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같이 들려요.

다락방 2011-05-20 13:21   좋아요 0 | URL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 맞아요, 좀 무섭기도 하죠. 그런데 무서운데, 그 지켜보는 게 순수한 관심이라면 괜찮을 것 같더라구요. 저도 누군가의 삶을 좀 지켜보고 싶기도 하구요. 그 사람이 밥 먹는거, 일하는 거,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거, 책 읽는 거, 다 지켜보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아마 넘어지는 것도 보게 되겠죠. 넘어진 그 사람을 일으켜 주지는 않겠지만, 넘어졌다 일어난 그 사람이 무릎에 빨간약을 바르고 있을 때 살그머니 가서 귓가에 속삭여 주고 싶어요.

나, 보고있어.

라고 말이지요. 그러면 다음에 넘어질 때도 일어날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조셉 파인즈는 저 위에 메피스토님 댓글에도 썼지만, 그 영화 봤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안면인식장애는 수시로 나타나요. 난 얼굴을 외우지 못해요. 그림도 못외워요. ㅠㅠ


내 인생의 이 시점에서 이렇게 하는게 옳은 일이지, 라고 말할때 옆에서 들어줘요, 마노아님.

버벌 2011-05-2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조셉파인즈? 랄프파인즈 동생 아니던가요~

게다가. 전. 돈을 꼭!! 줍습니다. 누가 줍기 전에 먼저 주워서 빠른 걸음으로 사라질거에요.

훔. 오늘 월급이 나왔어요. 책을 사야겠어요. 저 책 꼭 보고싶습니다~ 한데. 안본책이 엄청난데
큰일났네요.

다락방 2011-05-20 13:43   좋아요 0 | URL
오왓. 랄프 파인즈 동생이에요? 그렇구나..
그렇다면 저는 제 여동생이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저도 배우가 아닌걸까요?
대답해봐요, 어서!

버벌 2011-05-20 13:49   좋아요 0 | URL
제 여동생이 배우가 아니라서 제가 배우가 아닌 것과 같은거에요.
그럼요 그럼요.

다락방 2011-05-20 13:52   좋아요 0 | URL
그럼 제 여동생은 왜 배우가 아닐까요?

버벌 2011-05-20 14:0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요.

다락방님이 배우가 아니라서 여동생이 배우가 되지 않았어요.
여동생은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다락방님이 배우가 못 된거죠.

먼소리야? ㅡㅡ??

다락방 2011-05-22 22:15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제 동생은 저를 원망하고 있을까요? 배우가 아닌 언니를? ㅎㅎㅎㅎㅎ

버벌 2011-05-2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붙임. 락방님 락방님. 블랙베리요. 블랙베리로 해요. 저와 함께 블랙베리를 해요. 카톡은 만들고 있데요 블랙베리용으로.. 푸핫~ 참았다가 카톡 되면 블랙베리 같이 해요~~~ (홈피 다녀왔음둥~ )

다락방 2011-05-22 22:16   좋아요 0 | URL
저 블랙베리 너무나 사고 싶지만 아직 약정이 1년하고도 8개월이나 남았어요. 일단 버벌님이 먼저 사요. 내가 1년 8개월후에 살게요. ㅜㅡ

... 2011-05-2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랄프 파인즈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조셉 파인즈는 쫌 ...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무슨 일을 하지 말아야 할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진리네요, 인생의 진리. 크으~ 소주 일병과 깍두기 한사발에 필적할 진리.

다락방 2011-05-22 22:16   좋아요 0 | URL
전 랄프 파인즈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셉 파인즈는 영화를 봐도 알아보지 못했고요.

진리는 사실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어요.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단 한문장으로 만나기도 하죠. 물론, 소주 일병과 깍두기로도요.

섬사이 2011-05-2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아는 언니랑 길을 가다가 3000원을 주웠어요.
와락 겁이 나서 언니와 팔짱을 꽉 끼고 걸었어요.
누가 "내 돈 왜 가져가요!"하며 어깨를 잡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언니랑 튀김을 사먹었던가, 빵을 사먹었던가, 떡볶이를 사먹었던가...
아무튼 빨리 써버렸던 기억이 나요.
아마 그 때 누가 우리를 지켜봤다면 무지 웃겼을 거예요.

다락방 2011-05-22 22:18   좋아요 0 | URL
왜 돈을 주우면 바로 그 자리에서 다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두배로 잃는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한번 아파트 입구에서 돈을 주워가지고 그 길로 가게에 가서 과자를 샀는데, 과자를 사가지고 집에 가고 나서야 그 돈이 제 지갑에서 떨어진 돈이란 걸 알았어요. 제 지갑이 열려있더라구요. 안은 텅 비어있고. ㅜㅡ

무스탕 2011-05-2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언니는 운전하고 가는데 앞에가는 배달오토바이에서 돈이 휘리릭 날리더래요. 근데 그 오토바이는 모르고 그냥 가버리고.. 그래서 언니가 차를 세우고 내려서 돈을 주웠더니 6천원이었대요. 그래서 그걸로 복권샀는데 다 꽝이었대요. ㅋㅋㅋ
전 정성이 어렸을때 하도 이것저것 주워오길래 '돈만 주워' 하고 알려줬어요. ㅋㅋㅋ
그리고 전 돈은 꼭 주워요. 10원도 꼭 주워요. 세상에 10원 없는 1억 없거든요. 돈은 귀한거에요 :)

다락방 2011-05-22 22:20   좋아요 0 | URL
네. 세상에 10원 없는 1억 없죠. 맞아요, 무스탕님. ㅎㅎ

저는 삼천원 주워본 적 있는데, 그게 아마 가장 큰 금액이었나 봐요. 제가 주운 돈은 고작 삼천원이었는데, 저는 소매치기 당해서 40만원 잃어버린 적도 있어요. ㅜㅡ
세상의 돈은 돌고 도는가봐요. ㅠㅠ

루쉰P 2011-05-2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은 무섭고 끔찍하죠. 그런데 그런 현실을 소설에서 조금 더 끔찍하고 무섭게 표현해서 그려내면 전 몸서리를 치며 놀라곤 해요. 근데 이 소설은 저에게 그런 기분을 줄 것 같아요.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방황하던 주인공이 신뢰하던 교수를 찾아가는데 그 교수가 밤에 자신에게 ??한 짓을 하는 장면에서 저는 숨이 막혀 책을 덮고 한동안 안 읽다가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전 사실 좀 허약한 독자에요. -.-
누군가 지켜봐주고 있다는 것, 순수한 관심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를 아무도 지켜봐주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두려운 일이에요. 저는 서재에 리뷰를 올리는 것은 누군가 와서 지켜봐주고 있다는 점 때문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 현실에서는 그런 관심 받지 못하지만 이 곳에서는 그래도 쓰면 누군가 봐주기 때문이죠.
마지막 문장 너무 너무 좋아요. 리뷰를 보며 입으로 계속 읽어 봤어요.
'그저 덜컹거린다. 아마도 마음이 덜컹거리는 것 같다.' 이 문장의 리듬감이 왕 좋아요. 이런 문장 정말 환장합니다.

다락방 2011-05-22 22:23   좋아요 0 | URL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저도 그 장면 때문에 꽤 속상했던 기억이 나요. 이제 홀든이 믿을 구석은 아무도 없단말인가, 하고 말이죠. 그런데도 피비를 만나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홀든 때문에 [호밀밭의 파수꾼]은 저의 패이버릿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혹여 떨어질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니.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요?

네, 이렇게 인터넷으로 글을 쓴다는 건 아마도 누군가는 와서 내 글을 읽어줄 거라는, 어쩌면 나를 알아봐주고 지켜봐줄 거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그래요.

2011-05-23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민이 있다. 사계절을 내내 안고 있었던 고민. 풀지 못하고 내내 끙끙대고 있는 속앓이. 점점 더 심해지고 힘들어지는 감정. 도무지 이걸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나는 이제 뭔가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지난주부터 생각하고 있던 바, 그러던 차에 어제는 술을 마셨다. 소주를 마셨고 맥주를 마셨다. 

 

안주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아주 맛좋은 안주들. 부추전이 있었고 해물라면이 있었고 호박전이 있었고(오, 호박전!), 순두부찌개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유독 깍두기에 마음이 기울었다. 아주 시어버린 깍두기. 차가운 소주를 입에 털어넣고 시어버린 깍두기를 씹으면 그 조합이 정말이지 환상이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제 어느 정도 인생의 맛을 알아버린 기분이랄까. 삶의 고단함과 씁쓸함과 허무함이 나를 후려 갈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맛있는 안주들을 앞에 두고도 나는 깍두기를 한접시 더 요구했다. 소주를 마시면 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여기에 깍두기까지 씹으니 젠장, 누군가 건드리기만 해도 울 것 같은 기분이 되고야 만다. 빌어먹을. 

나는 내 앞에서 같이 술잔을 들고 있는 친구에게 강하게 권했다. 소주 마신 다음에 깍두기 먹어봐, 제발. 인생의 허무함이 느껴지지 않아? 느껴지지? 느껴지지? 

 

그리고 집에 가서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불러서 녹음했다. 내가 부른 곡은 총 세곡이었다.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이 나는 어제 무척 고마웠다. 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을 불렀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반짝반짝 빛나는]과 [오늘]을 불렀다. 녹음을 마치고 재생시켰다. 우웩. 나 왜이렇게 노래를 못불러!! 친구에게 노래 녹음해서 보내주겠다고 말해두었었는데, 아, 이래가지고 어디 전송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술을 마셔서 이따위인지도 몰라. 맨정신에 다시 불러야지. 맨정신에 다시 녹음해봐야지. 

 

그러다가 나는 책을 꺼내 읽었다. 예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였다. 레오때문에 미칠듯한 기분이 되어서, 자정이 넘긴 시간, 나는 새벽 세시를 읽다가 에미가 레오에게 쓴 부분을 낭독했다. 역시 녹음했다. 다시 재생했다. 처음부분에는 그저 책을 읽으려고 했었는데, 덤덤했었는데, 읽을수록 나는 에미가 되어서는 에미가 쉼표로 끊어준 문장은 쉬어주면서, 물음표를 붙인 문장은 억양을 올리면서, 그렇게 읽었다. 내가 읽은 부분은 이랬다. 

   
 

참, 빼먹은 게 있네요, 레오 선생. 당신은 어제 메일에 이렇게 썼어요. '우리는 서로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한말씀 드리지요. 여기서 우리가 뭘 하든, 무엇에 대해 얘기하든, 그건 사적인 영역이에요. 첫 이메일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적인 영역이 아닌 것은 없었어요. 우리가 자기 직업에 대해 쓴 적이 있나요? 우리는 자기 관심사가 무엇인지 드러낸 적도 없고 취미를 밝힌 적도 없어요. 그동안 우리가 주고받은 메일을 보면 마치 세상에 문화라는 게 없기라도 한 것 같아요. 정치 얘기를 입에 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날씨 얘기조차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한 것, 우리로 하여금 다른 모든 것을 잊게 만든 것은 단 하나, 서로의 사적인 영역에 침범하는 것이었어요. 당신은 나의, 나는 당신의 사적인 영역으로 파고들었죠. 어떻게 이 이상으로 깊이 파고들 수 있겠어요. 당신은 저랑 '사적인 영역에서' 친밀해져 있음을 서서히 인정하게 될 거예요. 그것도 제가 좋아한다는 그 주제에 상응함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요.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사실 그것을 훨씬 넘어섰죠. 그럼, 이만. 에미. (pp.137-138)  

 
   

 

 

 

 

 

 

 

 

너무 못읽었고 발음도 구려서 나는 이것 역시 알콜이 들어가지 않았을 때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며칠간 '널 씹어서 뱉어준다'라는 노래만 반복해 듣다가 오늘 출근길에는, BMK 의 [꽃피는 봄이오면]을 들었다. 얼마전에 [나는 가수다]를 보다가 이 노래를 부르는 BMK 를 보았다. 사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나 가창력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노래만큼은 보석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자막으로 나오는 이 노래의 가사는 알고는 있었지만, 최고였다. 요즘 대세인 후크송과는 너무나도 차별되는 찬란하게 아름다우며 풍성한 가사였다.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가사가 하나도 없다.  

니가 떠난 그 후로 내 눈물은 얼 수 없나 봐 
얼어 붙고 싶어도 다시 흐르는 눈물 때문에 
널 잃은 내 슬픔에 세상이 얼어도 
날이 선 미움이 날 할 켜도 
뿌리 깊은 사랑을 이젠 때어 낼 수 없나 봐 
처음부터 넌 내 몸과 한몸 이였던 것처럼 
그 어떤 사랑조차 꿈도 못 꾸고 
이내 널 그리고 또 원하고 
난 니이름만 부르 짖는데 
다시 돌아올까 니가 내 곁으로 올까 
믿을 수가 없는데 
믿어주면 우린 너무 사랑한 
지난날처럼 사랑하게 될까 
그때의 맘과 똑같을까 
계절처럼 돌고 돌아 다시 꽃피는 봄이 오면 
기다리는 이에게 사랑 말곤 할게 없나 봐 
그 얼마나 고단한지 가늠도 못했었던 나 
왜 못 보내느냐고 
오~ 왜 우냐고 
자꾸 날 꾸짖고 날 탓하고 
또 그래도 난 널 못 잊어 
다시 돌아 올까 
니가 내 곁으로 올까 믿을 수가 없는데 
믿어주면 우린 너무 사랑한 
지난날처럼 사랑하게 될까 
그 때 그 맘과 똑같을까 
계절처럼 돌고 돌아 다시 꽃 피는 봄이 오면 
참 모질었던 삶이 었지만 
늘 황폐했던 맘이지만 
그래도 너 있어 눈 부셨어 
널 이렇게도 그리워 견딜 수가 없는 건 
나 그때의 나 그날을 내 모습이 그리워~ 
시간에게 속아 다른 누굴 허락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 서롤 묻고 산다고 해도 
날 기억해줘 한 순간이지만 
우리가 사랑 했다는 건 
너와 나눈 사랑은 
참 삶보다 짧지만 내추억속에 사는 사랑은 
영원할 테니깐 꼭 찰나 같다 찬란했던 
그 봄날을 

 

   

 

아, 진짜 가사가 예술ㅜㅜ 

 

커피를 마시고 있고, 이제 곧 여름도 올 것이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것 처럼 여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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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21 09:35   좋아요 0 | URL
가면 총 쏩니다. 의미 없이요. 세금 낭비하는 거죠. 표적을 놓고 쏘기는 하는데 전 먼 산을 향해 쏴요. ^^
군대에서는 사회에서 쓸모 있는 것은 단 하나도 배울 수가 없어요. 살아 남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승리한 거에요. 군대는 여자사람들의 생각처럼 뭔가 다른 사람을 만들어 주는 곳은 아니에요. 지극히 더 폐인을 만드는 곳입니다. ㅋ

반드시 누군가가 있어요. 다락방님을 지켜보는 남자사람이요. 왠지 느껴져요.

비로그인 2011-05-1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은 좀 해결하셨는지? 아님 또 풀리지 않는 고민때문에 오늘도 소주님과 함께 하시려나요?

왠지 오늘은 그러실듯 한데, 오늘은 위장님을 소주님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라도 "깍두기" 들을 피하시길. 골목 돌자마자 갑자기 깍두기님들 등장하면, 위장님 놀래요.

다락방 2011-05-20 13:0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오랜만이네요. 비 와요. 우산은 가지고 출근하셨습니까?
비 오네요. 좀전까지 멈췄다가 지금 다시 비가 오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마 술을 마시게 될 것 같습니다. 하핫. 오늘은 깍두기 대신 육덕진걸로 먹어주겠어욧!!

Kir 2011-05-1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주를 좋아하지 않아서 마시지 않지만 소주에 깍두기라니...
그것도 시어버린 깍두기라니요, 가슴이 울컥합니다.
BMK의 저 노래는 그녀가 아닌 다른 가수가 부르는 게 더 좋아요.
굉장히 노래 잘하는 가수인 건 알지만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거든요.

그런데 가사, 정말 무서울정도로 처절하네요;

다락방 2011-05-20 12:58   좋아요 0 | URL
시어버린 깍두기에 소주는 정말 근사한 조합이에요. 말씀대로 울컥 하는데 말이죠, 그 울컥이 결코 싫지 않은 느낌이죠. 가끔 티브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이 많은 아저씨나 아주머니들이 술집이나 혹은 집 식탁에서 소주 한병과 김치 하나 꺼내놓고 술을 드시잖아요. 그때 그분들이 이날 제가 느꼈던 그 기분 때문에 그렇게 드시는 거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초라한 듯 느껴질 수 있지만 초라하지도 않아요. 물에 밥 말아서 오이지 하나 딸랑 얹어 먹는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다른 가수가 부르는 건 들어보지를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BMK 가 부르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이 처절함은 BMK가 불러서 느껴질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차좋아 2011-05-20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사진 보는 순간 족발집 생각이 났어요. 족발집의 순대국이요, 그 집에 막상 깍두기는 없는데 그 집 순대국이 떠오르더라고요. 저 오늘 공덕동 갈뻔한 거 알아요? 제가 오늘 할일이 많은데 순대국 먹으로 공덕동 갈뻔했다구요! ㅎㅎ

근데 BMK는 노래하는 물고기 같지 않아요? 이 느낌 아시려나~~

다락방 2011-05-20 12:56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ㅎㅎㅎㅎㅎ
갑자기 순대국 먹으러 공덕동 갈때는 산이도 데려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졌어요. 차좋아님과 산이가 함께 사진찍으러 나가는 사진이 뇌리에 박혀있어서 그런가봐요. 살짝 긴장한 차좋아님. 같이 사진찍고 족발 먹으러 가요. 아니면 순대국. 특히나 순대국은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같아요. 순대국을 거쳐야만 이 세상의 모진 파도에 맞서 잘 싸울 수 있을것 같아요.

BMK 의 물고기 같은 느낌...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물고기 같지는 않은데요? ㅎㅎ

무스탕 2011-05-2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주 마실때 안주 안먹는데..
안주를 먹어야 될만큼 소주를 많이 마시질 못하기 때문에 날로 소주 한 잔이면 세상 모든 술을 즐긴듯한 느낌이지요^^

목소리는 녹음해서 들으면 안되어요. 제 목소린 특히 녹음해서 들으면 한 톤 처지고 콧소리가 종종 들어가서 후져져요.
마이크로 바로 방송타는건 괜찮다는데 왜 녹음을 해서 들으면 후져질까.. -_-a

다락방 2011-05-20 12:54   좋아요 1 | URL
네, 무스탕님. 목소리는 녹음해서 들으면 안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저 오늘 아침에 새벽 세시 읽은거 녹음해서 들으면서 아 구려..정말 구려.. 했거든요. 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 이지경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후아- 그래도 저 다시 한번 도전해 볼거에요. 그렇지만 후져, 후져. 맞아요 후져져요. 그 말이 딱 맞는 표현이네요. 후진 목소리 ㅜㅡ

소주 좋아요, 무스탕님. 히히.

비로그인 2011-05-20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독일어로 소리내어 읽어본 적 있어요. 다른 대목. 난 독일어의 느낌을 좋아해서, 내 목소리가 싫어도 읽게 되었죠.

다락방 2011-05-20 12:53   좋아요 1 | URL
전 이제 영어원서가 도착하면 영어로도 한번 읽어보고 싶긴 한데 발음이 영 시원찮아서 아마도 포기할 것 같아요. 이 책은 독일어로 읽는게 가장 완벽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 저는 이 책이 한국어로도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꼭 레오처럼 말하는 남자가 있으니까요, 쥬드님.

2011-05-24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5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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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병에 걸리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모두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주입했지만, 인간관계가 두터운 사람은 감기에 걸리는 확률이 훨씬 낮았다. 2주 동안 하나에서 세 가지 유형의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6가지 이상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린 확률이 4배 더 높았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호위대가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약을 복용하는 것과 똑같은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세포, 단백질, 조직 그리고 기관이 협력해 바이러스와 다른 외부의 침입자를 막아냈다. 20년 동안 '바이러스 공격' 연구를 한 심리학자 쉘던 코헨은 위험 요소에 대해 언급하면서 '낮은 수준의 사회 통합은' 흡연과 필적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p.156) 

 

 

 

 

 

 

 

나는 최근 3,4년간 감기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내가 가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해진거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자 어쩌면 일정 부분은 내 주변의 관계때문에 내가 건강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아닌게 아니라, 나는 요즘 내가 맺은 인간관계들에 퍽 만족하고 있다. 꽤 감사해하고도 있다. 물론 간혹 '처음처럼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또 가끔은 '사생활까지 깊이 침해하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서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금 내 주변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내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해주고 있다. 며칠전에 엄마에게도 또 친구에게도 얘기했지만, 나는 나이들면서 점점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가 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내가 반드시 '사랑'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하는 것들로 맺어졌는가 하면 그런건 아니다. 어떤이들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어떤이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떤이들은 나랑 술을 마시고 어떤이들은 나와 영화를 본다. 나랑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나랑 다른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내가 웃고 행복해하는 건 그들 모두를 나는 내 스스로 얻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나를 만나는게 아니고, 다른 이유때문에 나를 만나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나 때문에 나를 만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와 동갑인 사람들도 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결혼을 한 사람도 있고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그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내게 '너도 이렇게 살아' 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학때의 나는 내 표현으로는 '아웃사이더' 고 남동생 표현으로는 '왕따' 였다. 누군가 친구가 몇명이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친구가 없었다. 그러니까 소위 '절친'이라든가 '베프'라든가 하는 것들. 그저 나는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고 혹은 모두에게 무관심한 사람이었는데, 수업시간에는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으면서 시험때는 가장 먼저 답안지를 제출하고 만화방에 가 있어서 아이들은 나를 천재인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성적이 나오고 나자 과 꼴찌를 한 걸 보고는 아, 그냥 또라이구나, 하는걸 알았다고 했다. 하하. 시험기간에도 나는 공부를 한다거나 컨닝페이퍼를 만든다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수업을 듣지 않았고 공부를 안했으니 꼴찌를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엔 그게 맞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한 친구는 시험기간때마다 자신이 필기한 노트를 다 복사해주었다. 나는 이러지 말라고 했다. 니가 복사해줘도 안봐. 한 친구는 자신의 컨닝페이퍼를 만들면서 내껄 또 만들어서 나에게 건넸다. 이렇게 보는거야, 하면서. 나는 야, 이러지마, 나 이런거 안봐. 한 친구는 내가 답안지를 내고 나가려고 하자 내 이름을 계속 속삭였다. 나는 일어서려다가 그 친구를 보니 자신의 답안지를 내쪽으로 밀면서 빨리 보고 베껴써, 라고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됐다고 했다. 왜 내가 꼴찌하는데 지들이 더 안타까워하지? 왜 내가 안본다는데 노트를 복사해주고 컨닝페이퍼를 만들어주고 자신의 답안지를 들이미는거야? 왜?  

 

음...그때 복사해준 노트를 보고 친구의 답안지를 봤다면 나는 지금쯤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모르겠군. 

 

다양한 유대감을 형성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에 비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가 더 좋았으며 음주나 흡연 같이 건강을 위협하는 습관에 젖어들 확률도 낮았다. (p.157) 

사실 나는 '다양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한정되어 있다. 위의 문장은 맞다고 볼 순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유대감을 형성한 사람들과 음주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그러나 나는 내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고(혹은 원하는 만큼 고립되어 있고),  '만족할 만한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으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하다는 생각은 든다. 어쩌면 정신적(으로도 건강한가? 또라인데..)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다양한 유대감'을 많은 사람들과 맺고 싶지는 않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관계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수록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게 있는 사람들로도 늘 충분했다. 지금도 나는 절친이나 베프가 누구냐고 물어오면, 혹은 친구가 몇명이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없지만,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이 책은 206쪽까지 읽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재미없는 책이어서 206쪽까지 읽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더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책장에 꽂아두었는데 아마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냥 소설만 읽어야겠다. 그러니까, 

제가 206쪽까지 읽은 이 책을 읽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206쪽까지 읽었던 책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젯밤 꿈에는 군복 입은 현빈이 나왔다. 출근했는데 군복 입은 현빈이 내 사무실에 와 있었다. 휴가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출근하자마자 현빈은 가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랑 좀 더 얘기하자고 했더니 자신은 바쁘다며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다. 나쁜새끼. 아쉬웠다. 그렇지만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 꿈속에서 군복 입은 현빈은 살이 피둥피둥 쪄서 그렇게까지 잘생겨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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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5-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요즘 사람들이 혼자있는 시간을 얼마나 가질까요? 작가가 강조하는 유대감에 대한 저의 반론입니다.
(근데 페이퍼의 내용과 제목의 관계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관성이 궁금한 이유는 무언지..)

다락방 2011-05-18 10:28   좋아요 0 | URL
그것은 제가 페이퍼를 다 쓰고 나서도 제목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 제목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갸웃갸웃 하고 있다가, 마침 동료 직원이 마시라며 사다 준 '칼로리를 뺀 딸기 과즙'을 마시다가 책상위에 놓아두었기 때문에, 아 저걸 그냥 제목으로 하자, 고 했던 것일뿐 페이퍼와는 정말이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페이퍼를 쓰는동안 제가 마신 음료..쯤 되는 것입니다. 하하하하

그러나 그마저도 이제 다 마셔서 없네요.

... 2011-05-1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딸기쥬스가 마시고 싶어졌어요. 다락방님, 저도 좀 많이 웃게 되네요 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11-05-18 11:39   좋아요 0 | URL
날씨가 좋아서 생딸기쥬스 맛있을 것 같아요. 저도 마시고 싶어요.
근데 왜 웃나요? 흥!

굿바이 2011-05-1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웃어서 죄송해요^^)

현빈이 나오는 꿈을 꾸셨군요. 저는 어제 유럽에서 열린 영화제에 참석한 꿈을 꿨어요. 제가 여배우는 아니고, 어느 멋진 남자배우, 크리스천 베일의 숨겨놓은 애인이라는 설정이었는데 꿈에서 깨고 지금까지 가슴이 먹먹해요. 아~ 딸기즙을 질질 흘리며 딸기를 우적우적 씹어먹고 싶은 마음이에요. 절절해요. 사는 일이 ㅜㅡ

다락방 2011-05-18 12:52   좋아요 0 | URL
오! 크리스천 베일의 숨겨놓은 애인 좋은데요, 굿바이님! 저도 현빈의 숨겨놓은 애인 이라는 설정 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현빈은 나랑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슝~ 가버렸어요. 정말 절절하네요, 사는 일이 ㅜㅡ

즙을 흘리는건요, 굿바이님, 더더군다나 질질 흘릴려면, 복숭아죠, 복숭아. 딸기보다는 복숭아. 즙 흘리며 먹기에는 복숭아 만한 게 없어요. 최고죠. 이제 복숭아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복숭아. 아기 엉덩이 같은 복숭아.

굿바이 2011-05-18 13:03   좋아요 0 | URL
복숭아가 있었군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복숭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입니다. 에헴!!!! 언제 그 복숭아 데려오면 좀 나눠드릴께요. 그 맛은 말이죠, 육체의 시간을 축복하기로 작정한 그런 맛이랍니다 :)

다락방 2011-05-18 13:24   좋아요 0 | URL
육체의 시간을 축복하기로 작정하다니, 아우,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 떠오르네요.

[한 여자의 육체]
-파블로 네루다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너는 세계처럼 벌렁 눕는다.
야만인이며 시골사람인 내 몸은 너를 파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다.
그리고 밤은 그 막강한 군단으로 나를 엄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벼리고
내 활의 화살처럼, 내 投石器의 돌처럼 벼렸다.

허나 인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피부의 육체, 이끼의 단호한 육체와 갈증나는 밀크!
그리고 네 젖가슴 잔들! 또 放心으로 가득 찬 네 눈!
그리고 네 둔덕의 장미들! 또 느리고 슬픈 네 목소리!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내 갈증, 끝없는 내 욕망, 내 동요하는 길!
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河床이 흘러내리고,
피로가 흐르며, 그리고 가없는 슬픔이 흐른다.

무스탕 2011-05-1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다른 카페를 펴 놓고 이 글을 읽고 있는데 그 카페 백뮤직이 '그 여자'에요. 백지영이 흐드러지게 부르고 있어요.

전 여상을 나왔고, 제가 여상을 다니던 시절엔 여상을 나오면 대부분이 마지막으로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에요. 지금처럼 전문계고등학교를 나와서도 대학엘 가는 분위기나 여건이 아니었죠. 워낙 공부에 관심도 없었고 공부도 꽤 못했고 그래서랄까 하여간 공부랑은 담쌓고 살다 졸업전에 취업해서(이런 탕이도 취업이란걸 하다니!) 한 회사에 12년을 다니다 퇴사하고 나서도 그 회사에서 알바생활이 12년이니 학교때 성적이 그 이후까지 좌우한다는 말은 제겐 좀 신빙성이 떨어지는 말이지요 ^^;


갑자기 궁금해 졌는데요, 칼로리를 뺀 딸기 과즙은 달달하나요? 아님 밍밍하나요?
아, 점심은 뭘 드셨구요? :)

다락방 2011-05-18 13:20   좋아요 0 | URL
학교때 성적이랑 일하는건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요, 무스탕님. 전 대학내내 꼴찌를 했고 4학년때는 1,2학년 수업까지 듣느라 고생했는데(다 F 였던 과목들 orz), 취업은 교수님이 시켜주셨어요. 하하하하. 그래서 애들이 락방이는 졸업하는게 신기한데 교수님이 취업까지 시켜준다고, 뭔가 있는 애라고 했어요. 사실은 너의 아버님이 교수님인거 아니냐 등등. 하하하하하하하하. 니가 학교 졸업한건 진짜 미스테리라고. 하하하하하하하하. 저 졸업하느라 힘들었어요. 남들 어쩌다가 학교 나오는 4학년때 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가동되서 수업을 ㅠㅠ

칼로리를 뺀 딸기 과즙은요, 칼로리를 뺀건지 안뺀건지 제가 확인해본 바는 없지만 하여간 드럽게 달고 맛없어요. 제가 스스로는 사먹지 않을 음료에요. 오우, 싫어라.
점심은 햇반에 라면 먹었어요. 오늘은 나름 초라한 점심 밥상 이었어요. 그래도 배는 부르네요.
무스탕님은 뭐 드셨어요, 점심?

치니 2011-05-1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어제 송중기 나왔는데. 왜 얘네들이 자꾸 우리들 꿈에 나오죠, 요새?

다락방 2011-05-18 13:23   좋아요 0 | URL
치니님은 꿈에 송중기랑 뭐하셨어요? ㅎㅎ

치니 2011-05-18 13:24   좋아요 0 | URL
뭐 했나는 아쉽게도 잘 기억이 안 나요. 다만, 꿈에서도 이렇게 젊은 사람이 왜 나랑 엮이는 거지, 아들 뻘인데, 이상하다 그랬기는 했어요 ㅋㅋ

다락방 2011-05-18 13:34   좋아요 0 | URL
아 그 꿈은 제가 다 궁금하네요. 송중기가 나와서 치니님과 뭘 했을까요? 치니님의 꿈에 나타나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제 무의식에 현빈 있고 치니님의 무의식에 송중기 있었던 걸까요? 아우 궁금해요. ㅎㅎㅎㅎㅎ

비로그인 2011-05-1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년 감기를 앓고 있는 게 흡연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인 줄 알았는데, 호위대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였군요ㅎㅎ 그런데 어떨 땐 (심하지만 않으면) 감기랑 며칠 지내는 것도 괜찮다 싶을 때도 있어요.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랄까요ㅎㅎㅎ 뭐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대단하시네요. 꼴찌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요^^

다락방 2011-05-18 13:56   좋아요 0 | URL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감기 걸리고 싶을때가 있어요, 후와님. 그래서 드러눕고 끙끙 앓고 싶기도 해요. 그렇게 2,3일 앓고 나면 어쩐지 더 가뿐해질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게 아플때 마음의 짐도 덜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전 독감예방주사도 안맞는데 감기바이러스조차 건들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이 참 징글징글 하기도 해요. 몇년전까지는 호되게 감기를 앓곤 했거든요.

꼴찌는요, 후와님.
저도 대학때 해봤습니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는 제게 꼴찌를 줬어요. 저란 인간은 규율과 제약속에서 살아왔고 자유의지 따위는 워낙에 없었던 인간인지라 갑자기 니가 수업을 듣든 안듣든 자유야, 라고 해버리니까 뭘 선택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당연히 수업을 듣지 않는 쪽을 택했죠. 대학시절 저는 배운게 없네요. 다시 말하지만, 남녀공학을 다녔어야 했어요, 저같은 사람은. orz

비로그인 2011-05-18 14:06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슬퍼지네요. 저는 남녀공학을 다녔으면서도 공부도 지질이 못했고 변변히 배운 것도 없거든요ㅠㅠ

다락방 2011-05-18 14:09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는 여자중학교 여자고등학교 다녔어요. 쓰리콤보. 여중 여고 여대. 제가 해보니까 말이죠, 여중 여고 여대는 어떤 여자들에겐 치명적인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저같은 여자들에겐. ㅠㅠ

비로그인 2011-05-18 14: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다신 까불지 않겠습니다^^

2011-05-18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8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11-05-1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쓰리 콤보...흑흑흑

며칠전에 로버트 패틴슨, 오늘은 현빈이라니...
쫌 부러운데요.비법이 혹시 있나요? ㅋㅋ
근데 정말 보고싶은 사람은 따로 계실거같아요.^^

다락방 2011-05-18 15:41   좋아요 0 | URL
앗 저처럼 슬픈 운명을 지닌 파비아나님 이시군요! ㅎㅎㅎㅎㅎ

글쎄요, 왜 그들이 자꾸 꿈에 나와가지고..제게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요?
비법은 없어요. 그저 열심히, 열심히 상상하다 잡니다. 물론, 그들이 아니라 다른것에 대한 상상이지만 말입니다. 물론이죠, 파비아나님. 보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죠. 훗
:)

날씨도 좋은데, 잘 지내고 계십니까?

2011-05-18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5-18 17:26   좋아요 0 | URL
보내요!!!!!!

차좋아 2011-05-1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 일어시험시간이었어요. 히라가나 뭐 이런 걸 하나도 모르는 나는 대놓고 자기는 뭐하니 그냥 왼팔로 시험지를 가리고 기하학적인 문양들을 그리고, 덧그리고, 명암도 넣고 하면서 시간을 때웠거든요. 물론 객관식 문제는 깊이 생각해서 그럴 듯 해보이는 걸로 풀었고요(?). 주관식은 뭐 적을래야 적을 수가 없었는데. 그해 지방 여학교에서 전근을 오신 온화한 레옹을 닮은 윤리 선생님이 시험지를 하나씩 직접 걷다가 제 시험지의 빈 답란을 보시고는 잠시 주춤하시더니 시험지 한장을 건네시곤 빨리 적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얼마나 당황을 했었던지... 이상한 선생님이죠?ㅋㅋㅋ 근데 어떻게 선생님이 옆에 서 있는데 시험문제를 베낄 수가 있겠어요. 하나도 못적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죠. 선생님은 계속 빨리 쓰라고 재촉하시고..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1-05-19 08:35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다른 사람들이 답안지를 채우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은가 봅니다. 정작 저는 빈 답안지를 내는것이 속상하다거나 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차좋아님께도 그런 경험이, 심지어 고등학교 재학시절중에 있었군요!!!!!

차좋아님.
차좋아님은 대체 어떤 학창시절을 보낸겁니까!!!!!

2011-05-19 0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9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1-05-19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딩때부터 왜 화장실은 같이 가야만 하는가로 반항해서 참 좁고 얇은 인간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딩-중딩-고딩-대딩 모두 남녀공학이었으나 아무짝에 쓸모없는-_-;

최근에 장동건이 꿈에 나왔지만 유부남은 패쓰~ 이랬던 기억이 ㅋㅋㅋ

다락방 2011-05-20 11:42   좋아요 0 | URL
pjy님 대단하시네요. 정말 멋져요. 저는 초딩때는 당연히 같이 가야되는 줄 알았어요. 중학교때도 마찬가지고. 고등학교때부터 혼자 다녔던 것 같아요. 등하교길도 마찬가지에요. 전 아마도 왕따가 되는게 무서웠는가 봐요. 그런데 혼자 다니는게 엄청 편하더라구요. 그걸 고등학교때 알게됐어요.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원하는 길로 원하는 속도로 걷는다는 게 완전 짜릿하더라구요. 전 지금도 백화점에 혼자 가는게 너무 좋아요. 쇼핑할거 쇼핑하고 푸드코트에서 혼자 앉아 쇼핑백을 옆에 두고 밥 먹는거 너무 좋아요! >.<

그래도 꿈인데, 그래도 장동건인데, 옷은 좀 벗겨 보시지 그러셨어요. =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