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아주 많다. 많고 많은 나쁜 사람들중에 가장 악질은 어린아이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들이다. 어린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어른들이야말로 비겁하기 짝이 없다. 폭력을 휘두르고 싶다면 같은 연배의 비슷한 사람들에게 맞짱을 떠라, 이 비겁한 자식들아.

 

 

 

 

 

 

 

 

 

 

 

 

 

 

 

 

 

미크에겐 어머니가 없다. 미크에겐 알콜중독인 아버지가 있다. 알콜중독인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고 매일 후회한다. 이제부터는 절대 안마셔, 라고 말하고는 또다시 술을 마신다. 그동안 미크와 그의 형 토니는 거의 버려진채다. 어린 미크가 학교 아이들에게 알콜중독인 아버지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당연하고, 마음속에 켜켜이 분노가 쌓이는 것도 이해못할 일이 아니다.

 

사회복지국 사람들은 그런 미크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위탁가정으로 보낸다. 더할나위없이 안정적인 가정이라며. 그러나 거기에서는 먹으면 토해낼 수 밖에 없는 밥을 주고 격한 노동을 시키며 밤에는 바깥에서 방문을 잠가버린다. 그 시간들을 미크가 살았다. 미크에게 그곳은 지옥이다. 그러나,

 

 

 

"이제 그만." 토니는 이렇게 말하며 미크가 진정될 때까지 꼭 껴안고 있었다. "화를 내면 안 돼. 화내면 지는 거야. 약 올라도 지는 거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중요해. 무슨 일이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 그럼 곤경에 빠지는 거야. 이제 다시 시작하자." (p.22)

 

 

그의 다정한 형 토니는 미크에게 복싱을 가르쳐주며 감정적으로 받아들리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고,

 

 

체육 선생님이 미크 옆에 서더니 그 차갑고 거칠고 큼지막한 손으로 어깨를 붙잡고는 미크를 돌려세웠다.

"너 왜 이렇게 된 거야? 어쩌다가 이렇게 멍이 생겼어?" (p.35)

 

 

사소하지만, 체육 선생님이 미크의 멍에 관심을 갖고(눈물이 찍-),

 

 

고모가 쪼그리고 앉아 미크를 와락 껴안았다. 미크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미크의 몸 안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관절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레나 고모는 이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누가 널 안아준 게 오랜만이구나. 그렇지?" (p.75)

 

 

고모가 문가에서 돌아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집에 애가 있으니 참 좋구나."

둘은 잠시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고모가 웃음을 지었다.

"저 위에는 달이 있고, 이 방에는 소년이 있고, 정말 좋다." (p.85)

 

 

누구도 안아준 적 없었던 미크를 안아주고, 빵을 구워주고, 책을 땔감으로 쓰라고 말해주고, 무엇보다 '네가 있어서 참 좋다'고 말해주는 고모가 있고,

 

 

 

"그 사람들이 오면 넌 우리 집에 숨어 있으면 돼. 총에 총알도 넣어두자. 그 사람들한테 시험해보게. 내가 곰이랑 늑대는 쏴본 적이 있지." (p.273)

 

 

미크를 데려가려는 사회복지국 사람들에게 총을 쏴버리겠다고 말하는 벵트 할아버지가 있다. (눈물이 핑-)

 

 

 

 

그러니까,

 

 

아직은 좋은 어른이 더 많은 것이다. 미크를 괴롭히려는 어른들보다 미크를 보호해주려는 어른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그래서, 미크는 추운 강물에 빠져서도 구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숨을 쉴 수 있었고, 집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었던 거다. 아직은 어린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린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어른들이 더 많아서. 그들에게 혹시라도 무슨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관심있게 지켜보는 어른들이 많아서. 그래서 한 번 무릎이 휘청이고 또다시 무릎이 휘청여도 결국 일어서서 꿋꿋하게 어른이 되는 길로 향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번 울게 될테지만, 그 눈물을 닦아주는 어른들이 있으니까, 눈물은 흐르는대로 놓아두자. 나도 그런 어른이고 싶다. 아이로 하여금  '행복감이 귀와 코와 입에서 분홍색 솜사탕처럼 흘러나오고 있' (p.169)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어른. 그런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괴롭히는 나쁜 어른들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싶다. 그리고 나는, 미크에게 빵을 구워줄 수 있는 그런 어른들을 사랑하며 친구로 지낼 것이다.

 

나쁜 어른들 보다는 좋은 어른들이 좀 더 많아서 다행이다.

 

 

 

 

 

월요일에,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알라딘 중고샵 강남점을 갔다가 10분만에 책 열 권을 고르고(끙;;) 호기롭게 택배로 보내주세요, 라고 주문했다. 룰루랄라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아뿔싸, 무슨 짓을 한거지 지금 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나는 이미 지하철 안. 그 책들이 어제 도착했고, 박스를 열었고, 이게 죄다 뭔 책들이냐, 이 책들을 무슨 생각으로 골랐냐, 잠시 멘탈에 붕괴가 왔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다 내가 산 책이니까. 그건그렇고, 중고샵에서 책들을 구경하다가, 나는 이런 책들을 보게 됐다. 아니, 이런 책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하하하하하하하하. 톰 크루즈에게 전화가 걸려오게 하는 법, 이라니. 맙소사. 정말..전화가 걸려옵니까? 네? 일단, 톰크루즈에게 전화가 걸려오게 하는 법의 책 소개를 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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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앨리 오브라이언'은 한 팀이 된 두 작가, 아만다 골드버그와 루타나 칼리기 호퍼가 사용하는 예명이다. 한 명은 서스펜스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다른 한 명은 런던의 성공한 엔터테인먼트 에이전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전공 분야를 작품에 투영, 출판과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칙릿 소설을 선보인다.

주인공 테스는 영국의 최대 에이전시에서 일하며, 베스트작가 도로시를 비롯해 능력 있는 작가지만 작품은 전혀 팔리지 않는 올리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을 관리하는 능력 있는 에이전트다. 자신만의 독립 에이전시를 출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에이전시의 1인자 로웰 바트라이트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계기로 상사 코시마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연인 다아시의 배신, 테스를 둘러싼 갖가지 스캔들과 의혹을 통해 테스는 밑바닥까지 추락한다. 하지만 테스는 그녀가 그토록 냉소했던 주변 사람들과 끝까지 신의를 버리지 않았던 올리버에 의해 다시금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이기적이고 독설과 냉소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통해 구원을 얻으며, 바닥까지 추락하기도 하지만 다시 희망을 꿈꾸는 주인공 테스의 모습을 통해 일과 사랑에 대한 성장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한 테스와 주변인물 이외에도 톰 크루즈, 시에나 밀러, 댄 브라운, 제임스 패터슨에 이르기까지 실존하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밀리언셀러 작가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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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에게 전화가 오는 거랑은 별로 상관 없을 것 같은데, 흐음. 제목이 왜 저럴까. 그 옆의 책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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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십 대 여성 케리의 일과 사랑을 그린 칙릿 소설. 광고회사 간부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후 소설가로 전향한 로빈 하딩의 데뷔작이다. 시애틀의 광고회사에 다니는 독신녀 케리가 남자 때문에 가장 창피했던 순간들을 일기장에 기록하며 과거를 극복하고 행복한 사랑을 찾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서른한 살 먹은 케리 스펜서는 시애틀의 광고 회사에 다닌다. 직장에서는 얄미운 상사에게 시달리고 2년 넘게 만났다 헤어졌다 반복한 동거남 샘과는 헤어질 작정이다. 잘생기고 벤츠를 몰고 능력 있지만 바람기도 있고 이기적인 남자다. 엄마는 연하남과 잘도 지내는데 잘 풀리지 않는 연애 때문에 늘 우울한 케리에게, 심리 치료사는 남자 때문에 겪은 최악의 굴욕적인 순간들을 떠올려 글로 적어서 감정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질질 끌려다니는 연애를 종식하고 싶은 그녀, 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이었든 순간을 기억해 내 일기장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한편 엄마를 따라 간 타로 점집에서 점쟁이 라모나는 케리에게 D자 들어간 운명의 남자를 예고하고,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하는데…

 

펼친 부분 접기 ▲

 

검색을 하다가 원작의 제목을 보게 됐다. 둘 다 칙릿 소설이라는데, 흐음, 중고 등록하고 알림문자 오면...사서 읽어볼까? 근데 저 톰 크루즈..하는 제목은 누가 지었을까?

 

 

 

 

 

 

 

 

 

 

 

 

 

 

 

 

 

 

그나저나,

퇴근시간을 넘긴 18:30 인데 내가 왜 퇴근을 안하고 이러고있냐고 하면,

다음주가 회사 창립기념일이라고 회사에서 선물을 줬는데, 아 글쎄, 사기 그릇 셋트인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청 크고 무거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깨질까봐 택배를 시키지도 못하겠고, 아빠는 서울 시내에서 절대 운전 안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걸 들고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또 걸어서 집에 도착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 계속 보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택시비를 조회해보니 지금 출발하면 40분 조금 넘게 걸리고 14,000원 약간 넘는 돈이 나온다는데, 지하철 타면 1,100원에 택배비 5,000원 이라고 가정하면 8천원 정도를 더 쓰게 되는건데, 내가 무겁게 땀 뻘뻘 흘리고 들고가서 팔다리 후달리느니, 걍 택시를 타는 게 낫지 않을까...뭐 이러고 있는거다, 지금. 아놔. ㅠㅠ 역시 여자는, 큰 차를 몰고 다니며 언제나 대기상태인 우람한 근육질의 재이슨 스태덤 같은 애인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회사에서 사기그릇 셋트를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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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8-2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를 평소보다 두배가량 섭취한 후 단백질의 힘을 빌려 으랏차! 들고가면 될것을......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8-23 09:24   좋아요 0 | URL
그래도 너무 멀어요. ㅠㅠ 점심에 제육을 먹었지만 그걸로는 안되는 겁니다, 사기그릇은 ㅠㅠ

네꼬 2013-08-2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시 타요! 내가 다음에 고기 1인분 더 사줄게!

다락방 2013-08-23 09:25   좋아요 0 | URL
결국 택시 탔다요. 이 쪼잔한 다락방은 택시탔으면 쿨하게 택시비를 낼 준비가 되어 있었어야 했는데 차가 막혀가지고 멈춰있는동안 조마조마....Orz

비로그인 2013-08-22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이미 다락방님 행보는 결정이 났겠지만, 그 사기세트의 운명에 관한 힌트는 '멀어도멀어도비틀거려도' 에 있지 않았겠나 싶은 1인입니다..^^

다락방 2013-08-23 09:25   좋아요 0 | URL
비틀거리는 대신 택시..를 선택했습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냈지만, 잘한거라고 계속 말해주고 있어요. 잘했어 잘했어 잘한거야, 하면서요. 휴우- 어쩔수 없는 월급쟁이..Orz

dreamout 2013-08-22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사기그릇 셋트의 인기(?)는 여전하군요. ^^

다락방 2013-08-23 09:28   좋아요 0 | URL
아 진짜 부피 크고 무거운 거 줄 때마다 짜증이 대박 나요. ㅠㅠ 백화점 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이나 현금으로 좀 줬으면 좋겠어요. 들고갈 때마다 힘들어요. 엉엉

마노아 2013-08-2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자꾸 그릇을 준대요. 무겁게...;;;;
깨지면 더 큰 고생하니까 택시 타요...ㅜ.ㅜ

네꼬 2013-08-22 22:5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현명하다!

다락방 2013-08-23 14:12   좋아요 0 | URL
에휴..결국 택시 타고 집에 갔답니다. 아놔..왜 퇴근시간에 사람 택시타게 만드는지 원.. 그래도 인터넷에서 이 그릇셋트 사려면 38만원이래요. 그게 유일한 위로 ㅠㅠ

자작나무 2013-08-2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사기그릇을 들어줄 정도로 친해지진 않았나봐요!

다락방 2013-08-23 14:13   좋아요 0 | URL
사기그릇은..무겁습니다.

세실 2013-08-2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마지막~~ 아 시원해!!!!
에이 주변에 잘 찾아보면 언제나 대기상태 남친 있을거예요. 못 이기는척 부탁해 보세요^^

다락방 2013-08-23 14: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친구녀석 생각나길래 전화해볼까 싶었는데, 일단 그녀석 오는 시간 기다려야 하고, 또 밥 한끼 사먹어야 할테니 택시값 쓰는거랑 똔똔 이더라고요. 그래서 걍 택시 탔어요. 하하하하하

레와 2013-08-2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저 책 읽어볼래. 읽어야겠어.


다락방 2013-08-23 14:14   좋아요 0 | URL
응 레와님. 나 몇 번이나 울컥했다우 ㅜㅜ

무해한모리군 2013-08-2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크루즈에게 전화오게하는법 꼭 읽으시고 엑기스만 전해주시면 안될까요? 간절간절 ㅎㅎㅎ

다락방 2013-08-23 14:14   좋아요 0 | URL
ㅎㅎ 안그래도 중고알림등록 해뒀어요. 정 안되면 조만간 알라딘 중고샵 강남점 다시 가 볼 생각이에요. 그 때도 눈에 띄면 사려고요. 히히. 톰 크루즈 전화 받으면 그런데, 영어로..얘기해야겠죠? 쩝..

아무개 2013-08-2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8만원 짜리니까 택시비 정도는 큼.....

저는 냉방병에 걸렸는지 머리가 깨질듯 아프고 눈이 튀어나올것 같고 속도 안좋고
그래서 점심을 못먹어서 배가 고픈데.....
4시에 퇴근하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멀쩡해 졌어요. ^^:::::::::::::
다락방님 즐주말!!

다락방 2013-08-24 21:34   좋아요 0 | URL
실제로는 5만원주고 산 제품이라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대량으로 구입해도 5만원이라니, 38만원이란 가격이 정말 너무나 터무니 없지 않습니까? 주말이고, 저는 지금 집에서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얼른 끝내고 묵밥도 먹고 술도 마실거에요. 우히히히히

가연 2013-08-2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만약에 제가 사기그릇세트를 받았다면 분명 들고 지하철을 탔을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탁자를 들고 집으로 가져간 기억이.. 지하철에서 어찌나 부끄럽던지ㅋㅋㅋ 그래도 끝까지 들고 갔다는게 아닙니까 하하하

다락방 2013-09-27 17:49   좋아요 0 | URL
저도 다른 무거운 건 다 들고가는데요, 한 번 유리그릇 가져가다가 지하철 역 계단에서 와장창 깨먹은 일이 있어가지고 유리그릇을 가져갈 땐 덜덜 떨려요. ㅠㅠ 유리그릇 안줬으면 좋겠어요. ㅠㅠㅠㅠ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앞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삼천포로 빠지는 게 진짜 인생이라고 알려주는 유쾌한 책.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들은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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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3-08-2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맞아요. 근데요 다락방님, 제가 요즘 이 문제로 마음의 열병을 앓고 있어요..제가 내년에 안식년을 쓸 수 있는데..뭘 해야 할까..쉬긴 쉬어야 하나...금단현상따위가 생기면 어쩌나 뭐 그런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다락방 2013-08-22 10:36   좋아요 0 | URL
안식년을 쓸 수 있다니....회사에서 그렇게 해주는 거에요?

쉴 수 있다면 쉬는게 좋을 것 같은데, 말씀하신대로 금단현상이 생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3개월간 백수였던 적이 있었는데, 좋았던 건 며칠 뿐이더라고요. 나중엔 막 불안하고 두렵고 떨리고 무료하고 ... 노는것도 해본 사람들이 할 수 있나 싶기도 하고... 마음의 열병 까지 앓진 마시고요, 천천히 차분하게 생각해보세요. 날도 더운데..

자작나무 2013-08-2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문자로 내일부터 출근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난 퇴근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친구가 정말 부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퇴근이 없으면 출근도 없으므로 결국 나도 출근없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라고요. 하하하하.

다락방 2013-08-22 10:33   좋아요 0 | URL
아. 퇴근..없는 삶이라뇨, 자작나무님. ㅠㅠ
퇴근 없이 이 삶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십니까, 대체. 흑흑.

아니 그런데 친구분은 회사를 관두신건가요? 흐음. 나도 관둘까..

다락방 2013-08-2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3-08-22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8-23 09:23   좋아요 0 | URL
친구랑 보러갑니다.

무해한모리군 2013-08-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민규 작가가 참좋아요.
제가 삼미정신으로 살면 세상도 약간 느슨해질까요? ㅎ

다락방 2013-08-23 09:23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박민규 작가가 좋아지진 않고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이미 삼미정신으로 살고 있는건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전 프로가 아니니까요. 하아-
 

 

 

 

 

 

 

 

 

 

 

 

 

 

 

 

토요일에 f 를 만나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이승우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의 문장이 얼마나 좋은지, 그의 문장이 한국어로 쓰여졌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지, 그걸 읽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나는 한술 더 떠, 국내 모든 작가들이 이승우로부터 한 수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도 말했다. 진짜 짱이라고, 이승우를 알고 나서부터는 그동안 좋아했던 작가들에 대한 애정이 식어간다는 부작용이 생길 정도라고. 그러다가 어떤 단편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스맛폰을 들고 검색을 했는데, 아니 이게 뭐야, 이런 책이 제일 위에 똭- 뜨는거다. 으응? 이건..뭐지? 나는 내가 모르는 새 새로운 책이 나왔다며 호들갑을 떨고 바로 그 순간 장바구니에 넣은거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친구의 생일 선물을 주문하고, 그 김에 나도 장바구니 비워야지 하고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얼라리여~ 알게됐다. 이 책은 그러니까 번역본 인거다. 아, 이승우가 쓴 문장을 외국인이 외국어로 번역한 거구나. 어휴. 샀다가 큰일 날 뻔했어. 읽지도 않을 건데 책장에 꽂아둘 뻔 했구나. 하핫. 그래서 장바구니 비우기를 포기했는데(지난주에 78,000원어치 주문한 박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승우의 문장이 외국어로는 어떻게 번역될까, 하고. 이승우 책의 깊은 맛은 그 내면을 문장들로 끝내주게 표현한다는 데 있는데, 이게 외국어로 가능할까? 어떤 외국어든 백프로 살려내는 건 불가하겠지. 역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내가 짱이다.

 

 

 

 

 

 

 

 

 

 

 

 

 

 

 

 

 

지식e 를 읽다가였나, 파인만이 급격하게 궁금해져서 책을 한 권 읽어보고 싶어졌다. 양자역학 운운하는 걸 이해할 수는 없으니 가장 쉬운걸 골라 읽자 싶어 그림책으로 골랐는데, 하아- 두 번을 시도했지만 절반도 채 넘기지 못한채 이 책엔 먼지만 쌓이고 있다. 그림도 그려져있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내가 공부를 못했던 사람이라 그런것 같다. 아무리 정신 빡 집중하고 읽어봤자 뭔 말인지를 알 수가 없어................안녕, 굿바이. 우린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아. 넌 네 갈 길을 가고 난 내 갈 길을 가자.

 

 

 

 

 

 

 

 

 

 

 

 

 

 

 

 

 

 

 

그래서! 나는 대신 이 책을 사서 읽기로 결심한다. 일단 지난주에 시킨 책 박스가 온 다음에, 천천히. 어제 경향신문에서 이 책의 소개를 읽었는데 황혼연애를 다루고 있단다. 그것만으로는 그다지 내 흥미를 끌지 못하는데, 신문에서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열 살 터울인 두 사람은 독서와 산책을 사랑하고, 이 같은 독서와 산책에 대한 사랑이 그들의 가족이나 인근 공동체 구성원들의 눈에는 이질적으로 보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향신문 책소개 중에서

 

독서와 산책을 사랑하는 일흔의 남자와 쉰여덟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나 역시 독서와 산책을 사랑하고, 일흔넷이 되어도 여전히 사랑하고 연애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기 때문에.

 

 

 

 

하아- 이렇게 아무리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자 일요일이 간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오늘따라 일요일이 간다는 게 끔찍하게 느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다. 잠을 자지 않으면 피곤할텐데, 그러니 빨리 자야지 했다, 자면 월요일이 올텐데 그게 너무 싫어 자지 말자, 했다가 안잔다고 월요일이 안오는 것도 아닌데 미련하게 굴지마, 했다가, 하아. 나는 나와 자꾸만 싸우고 있다. 내가 나랑 싸우는 게 제일 하기 싫은 일인데. 할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일요일이 가는 걸 한참 뒤로 미루고만 싶다. 그나저나 류근 산문집을 너무 재미없게 읽어서 다음 책을 뭘 읽어야할지 좀 많이 생각해야 겠다. 아주 재미있는 걸로 골라야 할텐데. 아 어떡하지 자야되나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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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3-08-1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도 그렇고 박상륭을.. 김훈을 읽었을 때도 그랬어요. 노벨문학상이 아깝지 않은 작가들 아니냐고. 작품으로만 보면!

저는 여름휴가도 쫑. ㅎㅎ

참.. 파인만은.. 그.. 농담도 잘 하시네. 책이 재밌어요. 물리학강의. 는 어렵지만. ㅋ

다락방 2013-08-21 09:02   좋아요 0 | URL
[농담도 잘하시네]는 제가 읽을 수 있는 책일까요? 제가 선택한 [파인만]은 만화라 좀 더 쉽겠지, 했는데 만화든 아니든 어렵기는 마찬가지더라고요.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를 알아먹을 수가 없는거에요. 어휴. 학창시절에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3-08-19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다락방님 좋아하는 이승우 작가 페이퍼군요. ㅋㅎ
전 아직 '지상의 노래'도 못 읽었고, '오래된 일기'도 못 읽었고, '생의 이면'도... 다... 못 읽었네.T.T
못 읽었네요, 하나도...
읽어야지. 결심을 하고, 생각합니다.
기다려라, 애들아, 내가 간다...
내일 출근하느라 월요일이 오는게 싫은거지요, 다락방님?
나는 좋아서 잠 못 자고 있는데. (약올리기*^^*?)
내일 애들이 개학이예요. 오늘까지 황금 성수기, 내일부터는 비수기입니다.
비수기에 '이승우'를.... 비수기에는 이승우를, 비수기에는 이승우를!


다락방 2013-08-21 09:04   좋아요 0 | URL
[지상의 노래]로 시작하세요, 단발머리님. ㅎㅎ 제가 가장 최근에 읽은게 지상의 노래 여서 그런지, 가장 쉽게 잘 읽혔던 것 같아요.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말이죠. '쉽다'가 쉽다는 건 아니고 뭐라고 해야하나, 흐음, 책장이 잘 넘어가요. 넘어가는 게 아까울 정도죠. 으윽, 이거 다 읽으면 어떡하지 하는 그런거요. 하핫.
그나저나 벌써 수요일이 됐네요. 휴-

비수기에는 이승우를!!

자작나무 2013-08-1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승우보다 다락방의 글이 더 좋던데...

다락방 2013-08-21 09:04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08-19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1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3-08-1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의 이면, 이승우 작가 맞죠? 전 딱 한 권 읽어봤지만...이 작가 그렇게 괜찮나요?
올드한 느낌 밖엔 받지 못했는데...
다락방님껜 저 정도란 말이죠? 흠.......

다락방 2013-08-21 09:07   좋아요 0 | URL
아, 이승우 작가의 작품을 읽어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분명 있더라고요. 저는 '왜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ㅎㅎㅎㅎㅎ
그치만 한국어를 가장 아름답고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엔 이승우가 한국어로 소설을 쓴다는 게 무척 행복한 지경입니다. 흑흑 ㅠㅠ

Mephistopheles 2013-08-1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하루 휴가내서 샌드위치 금요일날 쉬면서 4일을 출근 안했더니만....월요일이 지옥이더군요...ㅋㅋㅋ

다락방 2013-08-21 09:07   좋아요 0 | URL
전 월요일부터 세무조사 시작이라 계속계속 지옥에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oonnight 2013-08-1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를 몰라 부끄러운 일인 ㅠ_ㅠ;;;

전 월요일이 오는 게 너무 괴로워서 일요일엔 항상 잠을 안 자고 술을...-_ㅠ; 덕분에 월요일 아침은 혼미한 상태로 시작하지요. ㅠ_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빨리 가요. 하핫. ;;;

다락방 2013-08-21 16:37   좋아요 0 | URL
전 월요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일요일에 도무지 술을 못마시겠어요.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완전 참으려고 노력한답니다. 잠을 자지도 못하고 안자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상태. 하아-

그래도 어찌어찌 수요일이 되었어요. 사실은 수요일 지금이 되기까지 엄청 바쁘고 일이 많았어요. 당분간 이럴것 같아요. 매일이 지옥같아요. 우앙 ㅠㅠ 통곡하고 싶어요. 우앙 ㅠㅠ

yamoo 2013-08-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의 <생의 이면>보고 전 완전 이승우 팬이 됐다지요~ㅎ
우리나라 문학가 중에서 제일 처음 프랑스에 번역되서 소개된 작가 이승우!
단편도 좋고, 장편도 좋고..
다락방님두 이승우 작가 팬이라니 반갑네요~^^

다락방 2013-08-21 16:39   좋아요 0 | URL
르 클레지오가 이승우 팬이라네요. ㅎㅎ
불어로 번역된 이승우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요. 그렇지만 저는 불어를 전혀, 전혀 몰라서 ㅎㅎ

야무님도 이승우 팬이시군요. 반가워요! >.<

야클 2013-08-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만 더 있으면 주말이 와요 ^^
저는 술마시며 소설가에 대해 이야기할 친구녀석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한 명도 안떠오르네요. 이승우가 아니라 이승기나 이승연이면 몇마디 대화가 되려나? -_-

다락방 2013-08-21 16:40   좋아요 0 | URL
야클님, 어떻게든 버티다보니 수요일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있답니다. 아니, 이 세무서 직원들이 오늘 오후에 온다더니 안왔...-_- 한달동안 이렇게 지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휴우. 전 아마도 술이 그 전보다 늘것 같아요. Orz

저도 알라딘 친구들과만 이승우 얘기를 할 수 있어요. 그 외의 친구들과는 책얘기..못하죠.

카스피 2013-08-2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마시며 버지니아 울프를....아니 소설가를 안주삼아 토론할수 있는 친구분들이 계신 다락방님이 넘 부럽습니당^^

다락방 2013-08-21 16: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승우 얘기로 맞장구 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좋아요. 흐흐흐흐

2013-08-22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시인의 시가 좋아 산문집을 펼쳤는데 그 현란한 문장들이 지루하고 멀게 느껴진다. 문장이 현란한건 외로움 때문인걸까 잠시 생각해보지만, 라면과 낮술에 대한 욕망 말고는 이 책에 대해 애정이 생기질 않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만..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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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8-1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어떡해. 라면과 낮술에 대한 욕망. 이란 말에 급 궁금해졌어요.+_+; 신문에서 이 분 인터뷰 기사 읽고 산문집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까먹고 있었는데.. 별로였군요. 음. -_-;

다락방 2013-08-19 12:53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그런데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만 재미없게 느낀것 같아요. 아니, 저기 공감이 3인걸 보면, 말하진 않았지만 이 책이 별로인 다른 사람들이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ㅎㅎ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저는. -_-

니나 2013-08-22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비슷한 내용의 무한반복... 추천인들에 대한 신뢰까지 잃을 통...

다락방 2013-08-22 17:38   좋아요 0 | URL
글을 잘 쓴다고 다가 아닌 것 같아요. 시인이 괜히 시인이 아니구나 싶고요. 시를 쓰라고 시인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
 

그때였다.

군인들이 순식간에 개를 에워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입마개로 입이 가려지고, 포승줄에 네 다리가 꽁꽁 묶인 워리는 공포에 질려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고 있었다.(p.9)

















알라딘 서재활동을 시작하고나서부터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책들에 관해 알게 되었고, 관심 없었던 책들도 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서재를 방문하면서 몰랐던 책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그리고 지금처럼 누군가로부터 관심없던 책을 선물받게 되면서 읽게 되는 경우도 더러 생겼다.


나는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읽었고, 그 책이 별로였기에 이 책, 『실내인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으응, 이런게 나왔구나, 패쓰. 그런데 지난주에, 생일선물이라며, 고운 카드와 함께, 한 청년이 내게 이 책을 보내왔다. 이 책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은것 같은데, 그래서 혹시 좋아하지 않을까 하며 선물한다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가 그전에 읽었던 이석원의 에세이, 보통의 존재보다는 더 잘 읽혔고 더 나았다. 이 사람, 제법 이야기를 잘 끌고 나가고 그렇기 때문에 책장이 빠르게 잘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는 찜찜한 같은게 남았는데, 그건 이 책을 읽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가 생각났기 때문이고,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생각났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음,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잘 넘어가는 책인지만 이것저것 믹스된 것 같은 느낌 또한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저 위의 첫문장이 영 마음에 들질 않았다. 밑도끝도없이 '그때였다' 라니, 그 첫문장을 읽는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얼굴이 찌그러졌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간 첫문장에 대해 어떤 기대라든가 하는 걸 품어왔던 독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첫문장은 지나치게 겉멋이 들었으며 허세로 느껴졌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나서는 그 마음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같은 시작이 다시 한번 나온다-, 그래도 '그때였다' 로 시작하다니, 이건 좀 찜찜해. 전체적으로 '비소설가'가 써낸 장편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나쁘지 않았지만, 찜찜함은 어쩔 수 없다. 엊그제 만난 친구가 내게 '까다로운 독자' 라고 했는데, 어쩌면 나는 정말 까다로운 독자인지도 모르겠다. 그건그렇고, 어떤 문장들은 일부러 강조해서 사람들에게 파고들어가려는 듯한 의도가 보이긴 하는데, 그런 문장들 속에서 유일하게 이 대화는 마음에 들었다. 마침 한창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나면서, 이 문장을 사진 찍어 보내줘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고마운 문장.




"용우야."

"네."

"인생을 비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더욱 엿 같은 일이 너를 기다려."

"‥‥‥"

"그러니까 절대로 비관하지 마. 알았어?"

"네‥‥‥." (p.278)




그건그렇고, 생일이 매달 하루씩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을 기억하고 선물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진짜 완전 울트라캡숑 멋진일이니까. 멋지고 고마운 친구들. 히힛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이 현악 4중주단은 25년간 함께 공연을 해왔다. 그런데 첼로 담당인 가장 나이 많은 남자가 '파킨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 쿼텟은 해체될 위험에 놓였고, 첼리스트는 이제 할 공연이 고별 공연이 될거라고 말하고, 멤버들은 모두 고민에 휩싸인다. 이 일에 맞닥뜨려 각자의 이야기들이 보여지는데, 그 이야기들이 저마다 흥미롭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함께 모여 연주를 하기 전 샴페인잔을 들고 건배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25년간 만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음악을 같이 연주할 수 있다는 것, 그 관계가 서로에게 좋게 느껴진다는 것, 그들이 오랜 시간 후에도 함께 모여 건배를 할 수 있다니. 갑자기 '친구'에 대해 욕심이 생기는거다. 나도 지금보다 더 나이들었을 때,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었을 때,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하며 한결같은 다정한 마음으로 웃고 건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질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던 것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첼리스트가 공연중 연주를 멈추고 일어나서 이것이 내 고별공연이고, 이 뒤부터는 다른 연주자가 대신해줄거라며 무대를 떠날 때, 그러자 관객들 모두가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줄 때, 나는 벅차올라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장면의 감동보다 그 장면까지 이른 인생에 대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고, 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함께 살고, 마음 맞는 동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그렇게 나이들다가 몸이 이제는 더이상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되고, 이제는 여기에서 이만 물러나야 할 때라는 걸 알아채고 하는 등의 삶의 흘러감, 그것이 확 와닿았다. 지금은 첼리스트가 고별의 무대를 가질 시간이지만, 얼마 안가서는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이 쿼텟이 가진 색깔은 그렇게 점점 조금씩 변하다가 아예 달라지게 되겠지. 혹은 '존재했던' 쿼텟으로 이름만 남게 될지도 모르고. 이 모든 것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아주 가까이 느껴졌다. 나도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고 있으니까. 



마지막의 연주가 무척 좋아서 가방 속에서 손을 꼼지락 거리며 어플을 돌렸다. 그런데 이 시디가 검색됐다. 오, 이미 나와있구나, OST !!














아...나 어쩐지 점점 클래식에 대해 조예가 깊어질 것 같아. 어떡하지. ㅎㅎㅎㅎㅎ 여튼 이 시디도 사야겠다. 므흐흐흐흐흐흐흐흣. 







어휴, 브루스 윌리스 때문에 이 영화 보러 갔었는데, 어휴, 진짜 한숨 나오는 엉망진창 영화. 액션 보러 갔더니 코믹이었다. 게다가 브루스 윌리스의 연인으로 나오는 여자는 아..진짜..캐릭터 병맛. 민폐 대박 캐릭터. 난 진짜 이런 사람 딱 싫어. 그래서 별로 할 말 없는 영화.



그런데 엉망진창인건 이 영화 뿐만이 아니었다. 내 손톱, 내 손톱도 엉망진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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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난주에 만났던 M 님으로부터 봉숭아물을 건네받았다. 조카에게 해주라는 거였는데, 엊그제 나는 술을 미친듯이 마시고 집에 돌아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겠다며 소파에 죽치고 앉아서, 조카 손톱이 아닌 내 손톱에 봉숭아물을 가득가득 올린 것이다. 그리고 채널을 돌려가며 이게 KBS 아니었나, 왜 안하지, 이시간 아니었나, 맞는 것 같은데, SBS 던가, MBC 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벽 한시반쯤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 아...오늘은 금요일이 아니지!! 이런 씨양-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광복절이라 출근 안하는건데, 다음날 출근 안하니 오늘은 금요일, 이라고 자동인식 되어서 소파에서 헛짓을....그러다가 티븨를 끄고 화장실에 가서 손톱위에 올려진 봉숭아물을 씻어냈더니 오마이갓, 저렇게 뭔가 피칠갑 된 것 같은 손톱이 .....................멘탈이 붕괴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날 저 손톱을 본 엄마는 너 그래가지고 어떻게 회사 가려고 그러냐며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고 나보다 더 한심해하셨다. 봉숭아물은 아세톤으로...안지워지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주말을 지내면 좀 나아지겠지, 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이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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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8-1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까지 먹은게야....


.....라고 메아무개님은 생각할텐데. 이를 어쩌나.

그래도 입가에 묻은거 보다는 낫잖아요? ㅋㅋㅋ 즐거운 불금 ! ^^

레와 2013-08-16 11:40   좋아요 0 | URL
상상하고 있어요! 입가에 묻은 봉숭아 물................................................................. >_< ㅋㅋㅋㅋㅋㅋㅋㅋㄴ

다락방 2013-08-16 14:46   좋아요 0 | URL
으악 야클님 금요일입니다. 너무 씐나요! ㅎㅎㅎㅎㅎ
그리고 설마 제가 피가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먹겠습니까? 네? 제가 정말 그럴거라 생각하시는 건...아니죠? 네? 메아무개님도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으실거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아무개 2013-08-18 09:54   좋아요 0 | URL
메아무개는 저와 메피님의 합성어 입니까요?ㅋㅋ

다락방 2013-08-19 13:26   좋아요 0 | URL
맞네. 메피스토님과 아무개님의 합성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reamout 2013-08-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

다락방 2013-08-16 14:46   좋아요 0 | URL
헤헷 고맙습니다, 드림아웃님.
계신곳도 많이 더운가요? 여긴 진짜 장난 아니에요. 어휴..

dreamout 2013-08-16 15:37   좋아요 0 | URL
지금은 서울! ㅎㅎㅎ. 덥네요. 제일 가까운 커피숍에 걍 들어와 쉬고 있어요. 다음주면 이 강렬한 태양도 서서히 물러가겠죠...

다락방 2013-08-19 13:27   좋아요 0 | URL
앗, 지금은 월요일이니 서울이 아니겠군요. 오늘 서울 진짜 짱 더워요. 점심 먹으러 나갔다 오는데 기절할 뻔 했어요. ㅠㅠ

moonnight 2013-08-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클래식까지 섭렵하시려는 다락방님 ^^ 영화 좋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못 봤네요. 저도 챙겨봐야겠어요.
저는 최근에 위대한 개츠비를 이제야 보고 푹 빠졌어요. 흑흑. 개츠비. ㅠ_ㅠ;;
그나저나 봉숭아 꽃물 들인 거 정말 오랜만에 봐요. +_+ 저 물 진짜 안 빠지던데 -_-;;;;;;;;;;;;;;;;;;;;;;;

저도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

다락방 2013-08-16 14:47   좋아요 0 | URL
섭렵까지는 아직 아니고요 문나잇님. 하나씩 들어볼까 생각중인데, 이러다가 말지도 몰라요. 가사 있는게 아니면 제가 잘 못 듣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물 진짜 안빠지는데 전 이제 어쩌나요. 저런 손으로 대체 언제까지 다녀야 할까요. 아 슬퍼요. ㅠㅠ

생일 축하 고마워요, 문나잇님.
:)

다크아이즈 2013-08-17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 그대로 비소설가의 소설이기 때문에 문학적 소설, 플롯의 소설, 서사의 소설로 읽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보통의 존재에서 보여준 이석원의 감상적 문투로 넘겨짚어 보건대...)
제가 보기엔 첫 문장 '그때였다.'보다 뒤따르는 문장들에 (디테일한 소설적 문체로 볼 때) 더 오류가 있어 보입니다.^^*

다락방 2013-08-19 13:24   좋아요 0 | URL
잘 쓰겠다는 의욕이 앞서 지나치게 멋을 부린 첫문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의도와 마음이야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지만, 그걸 이해하는 건 이해하는거고 저는 독자니까요.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독자의 입장이니까요. 아무리아무리 생각해도 저 첫문장이 영 거슬려요. -_-

비소설가에게 잘 쓴 소설을 기대하는게 무리인가, 싶다가도 그렇지만 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이 제대로 아주 잘 된 소설이기를 바라는 것은 독장의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 싶어져서, 역시 저는 작가보다는 독자 편이 되는 것 같아요. 하핫;;

단발머리 2013-08-17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까다로운 독자 맞아요. 믹스 된 것도 막 찾아내고, 좋은 문장도 잘 찾아내고 ㅋㅎㅎ
원래 저는 <마지막 4중주>같이 감동적인 영화보다는 브루스 윌리스 나오는 대충 막 부시는 영화 좋아하는데, 다락방님 땜에 감동적인 걸로 선회해야 할지...

그나저나, 손톱은 어쩌신대요. 하루에 열번씩 비누로 박박 씻어도 금방 안 빠진다는대요. 저 봉숭아 물... 든 손톱....

다락방 2013-08-19 13:22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까다로운 독자인가봐요. 요즘엔 진짜 그런 생각을 해요. 특히 재미없는 책을 읽을 때는 '도무지 이쁘게 봐줄래야 봐줄수가 없잖앗!' 하면서 화가 나가지고.. ㅎㅎ

저도 브루스 윌리스 나오는 영화는 다 좋아하는데요, 저 [더 레드]는 진짜 영화가 좀 병맛이었어요. 병맛 캐릭터들이 모여있어서 그런것 같아요. 아휴...브루스 윌리스는 진짜 제 패이버릿인데. ㅠㅠ

손톱 주변의 봉숭아물은 거의 빠졌어요. 그래도 예쁘지 않다는 게 함정이지만 .. Orz

세실 2013-08-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진정 다락방님 손이랑 손톱 맞나요? ㅋㅋ 은근 허당인 다락방님.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니까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3-08-19 13:20   좋아요 0 | URL
저는 은근 허당이 아니라 대놓고 허당인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는일이 왜 이모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일 축하 고맙습니다, 세실님. 으흐흐흣.
점심으로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어휴, 배불러요!

따라쟁이 2013-08-1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이 지나고 손은 좀 나아졌나요?

다락방 2013-08-19 13:20   좋아요 0 | URL
처음처럼 피칠갑은 아니에요. 많이 진정됐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예쁘진 않아.......................ㅠㅠ

비로그인 2013-08-1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훕 ~~ 귀엽다


근데 한켠으론 손이 무서워보여요..다락방님.. ㅠㅠ
정말 레드네.. ㅠㅠ

다락방 2013-08-18 23:32   좋아요 0 | URL
저도 무서워요 새벽숲길님. ㅠㅠ 피칠갑된 손 같아서..회사 동료는 이런 제 손을 보고 고추장에다 손 넣었다 뺀거냐고 하더라고요. 하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작나무 2013-08-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추장이 생각났어요. 고추장...

다락방 2013-08-19 13: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색깔이 고추장.. ㅠㅠ

2013-08-19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9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