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여름만큼이나 겨울도 좋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나는 추위에 약한 편이 아니라서인지, 퇴근후 바깥 바람을 맞으면 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좋다. 어제 치킨을 먹으면서 이 얘기를 했더니 엄마는, 하루종일 사무실에 갇혀 있다가 바깥에 나오니 왜 안그렇겠느냐 하셨다. 아아,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보부아르가 말한 그거 아닌가, 이 한 잔의 물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나의 갈증!



고착되어 있는 순간은 결코 새롭지 않다.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순간은 새로워진다. 바로 지금 출현한 형태는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배경이 뚜렷하고 분명해야만 자신의 모습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나무 그늘의 시원함이 귀중한 것은 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대낮의 길가에서이다. 휴식은 고된 일과를 마친 뒤의 편안한 긴장 이완이다. 작은 산꼭대기에서 나는 내가 돌아다녔던 길을 바라본다. 내 성취감의 기쁨 속에 현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길 전체이다. 이 휴식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보행이다. 그리고 이 한 잔의 물을 귀중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갈증이다.- 《모든 사람은 혼자다》, 시몬 드 보부아르, P33


















오늘은 오늘의 해야할 일이 있고 그것은 나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월요일에도 역시 월요일의 스케쥴이 있고 그런 일들 없이 직장생활 하면 안될까 싶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은 콧노래를 절로 나게 하는데, 사실 뭐 금요일이 아니어도 나는 콧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고, 베이킹 할 때면 늘 흥얼대서 그런 나를 보고 엄마는 "너는 빵 구울 때 너무 행복하니?" 묻기도 하셨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출근을 했고, 출근 하자마자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남고, 나는 이 시간을 너무 사랑하고, 나는 또 요즘에 내가 얼마나 바깥을 사랑하는지 깨닫고, 외투도 없이 정원으로 나간다. 커피를 한가득 내려서는.




바람을 맞으면서 아 시원하다, 고요한 이 아침, 너무 좋네, 커피도 좋아, 울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데, 나는 오늘 음악도 듣는다. 심규선의 앨범이 새로 나온다고 해서 듣다가 그만 보관함에 있던 노래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고, 아아, 이 고요한 아침, 나는 감성에 젖는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연착>을 불러주기 때문이다. 님이여...



아니, 이 노래가 이렇게나 좋았던가. 바람을 맞으며 아무도 없는 아침에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노래를 듣는데, 아아, 나는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가있다. 아, 나여...




에피톤 프로젝트... 내 페이퍼 보고 가사 쓰는걸까? 어쩜 이런 가사가 나와, 어쩜...



안녕이라는 말로 다 못해

너 때문에, 내 마음만 뭉클거려서

그래, 여기까지 나는 왔어

너 때문에, 보고 싶은 마음 꼭 안고

서투르지 않게

출발이 좀 늦었지만

기다려줄래

나는, 널 향해 가고 있어

마음 막 벅차올라

보고 싶었다고 말할까?

아니 더 근사하게

사랑한다 말해볼까?

마음 막 벅차올라

눈물 날 것 같다 말할까?

어쩌면 이 순간을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안녕이라는 말로 다 못해

너 때문에, 내 마음만 뭉클거려서

그래, 여기까지 나는 왔어

너 때문에, 보고 싶은 마음 꼭 안고

서투르지 않게

출발이 좀 늦었지만

기다려줄래

나는, 널 향해 가고 있어

마음 막 벅차올라

보고 싶었다고 말할까?

아니 더 근사하게

사랑한다 말해볼까?

마음 막 벅차올라

눈물 날 것 같다 말할까?

어쩌면 이 순간을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너를

어찌나 보고 싶은지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은,

이만큼 오랜 시간 그리워했는지

, 새벽 어스름 견디고

나는 네게 가고 있어-




아아, 이렇게 행복해도 좋은것인가, 답답한 일정들을 앞에 쌓아두고도 나는 행복하다. 이 순간이 너무 좋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커피를 마시면서 바깥바람을 쐬는 이 순간이 너무 좋다. 너무 좋아 ㅠㅠ 다시 업무를 시작해야 하지만 이 순간이 좋다. 사무실 문 열고 정원으로 나가서 바람을 쐴 수 있는 거 너무 좋고, 내가 내린 커피가 있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연착이 있다.

크- 아니 저 가사를 보라지.

출발이 좀 늦었지만 기다려줄래 나는 널 향해 가고 있어 ㅠㅠㅠㅠㅠㅠ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고싶었다고 말할까 아니 더 근사하게 사랑한다 말해볼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날것같다 말할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날것 같다는 말은 내가 들었던 말이기도 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만큼 오랜 시간 그리워했는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금요일 아침 나의 마음 촉촉해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네게 가고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랬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네게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항상 네가 왔지만, 나는 늘 가고 있었어. 이것이 나여... 나다. 나란 말이야!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님, 이런 가사 써주어서 고마워요. 출발이 지연된다고 해서 당황했던 2017년의 여름이 생각납니다. 낯선 나라에 도착했을 때 나가는 길을 찾느라 헤매이던 때가 생각이 나고, 가까스로 찾아서 입국 수속 받고 나갔을 때, 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도 생각이 납니다. 서로를 발견하고 우리는 끌어안았지. 아 그만하자, 오늘 이 아침, 행복한 마음 그대로 간직해. 울지 말자. 그렇지만 슬픈건 아니야. 인생에 그런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축!복! 어떻게 그런 인생을 살았지?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 아름다운 시간들이 내게 있었어. 여기에서부터 꽃다발을 챙겨간 내가 있었다. 아, 좋은 시간이었다. 그만해, 빠져나와, 더 과거로 들어가기 전에 빠져나와, 빠져나와랴 슝슝- 뿅!



아침에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스맛폰으로 북플에 들어갔다가 이규리의 시집이 새로 나왔다는 걸 알게 됐고, 크- 아니, 너무 좋잖아? 장바구니에 쏙- 밀어담고, 트윗에 들어갔다가 그러고보니 일전에 심규선이 앨범 새로 발표했다고 한 게 생각나 검색했다. 심규선의 앨범은 음원으로만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들어보았다. 오늘 또 앨범이 새로 나온다고 하니 들어봐야지.


삶은 이런 순간들로 연속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기다리면서. 이규리의 새로운 시집을 볼 생각을 하니 너무 씐나네. 하하하하. 제목도 <당신은 첫눈입니까> 라니. 너무 좋다. 이 겨울에 맞춤한 시집일 듯! 여러분, 시를 읽자!!




















세상에.

그러고보니, 소설 읽어, 여성학 읽어, 철학 읽어, 시 읽어, 음악 들어, 커피 내려, 빵 만들어, 플랭크 해(네?), 여행도 해..와... 뭐 이렇게 부족함 없는 인간이냐, 나는... 삶의 천재네. 일상의 천재다.



그럼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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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11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읽고ㅋㅋㅋㅋ 설마 다른 사람을 천재라고 지칭했을까봐ㅋㅋ 살짝 걱정했던 제가 무안해지는 ㅋㅋㅋ 일상의 천재님 페잎퍼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1 08: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십니까, 일상의 천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0-12-11 08:56   좋아요 0 | URL
어쨌든 직장인이 가장 행복한 금요일이예요, 캬핡핡 저도 콧노래 나오내요 ㅎㅎ 우리 일상의 시름을 잊고 (혼자서) 하고픈거 다 하는 주말 보내자구요 ~!!!

라로 2020-12-11 08:56   좋아요 1 | URL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공쟝쟝 님 댓글 넘 웃겨!!! 댓글 다는 동안 다른 글 다셨네. 처음 댓글 넘 웃겨요.ㅋ

다락방 2020-12-11 08:58   좋아요 0 | URL
금요일 진짜 너무 좋죠! 너무 좋아 오늘 하루 지나면 주말이다 만세만세 만만세. 빵도 한 판 구울것이고 피자도 만들거야. 으하하하. 술도 진탕 마실 겁니다. (어제도 마셨지만!)

라로님, 저도 공쟝쟝님 댓글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0-12-1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채장인 다락방 님! 저는 오늘 큰아들을 위해 잡채를 만들려고 하다가 잡채장인 다락방 님이 생각났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잡채 거의 안 만들어 봤거든요. 잘 만드는 팁을 좀 알려주세요. 잡채장인 다락방 님!!^^

다락방 2020-12-11 09:02   좋아요 0 | URL
잘 만드는(?)팁인지는 모르겠고요, 일단 제가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자면,

1. 물에 간장+설탕+다진마늘을 적당히(?) 넣고 당면을 10분정도 삶는다.
2. 당면 삶아지는 동안 잡채에 넣을 야채를 살짝 볶아낸다. (파프리카, 양파, 버섯, 당근 등)
3. 삶아진 당면을 건져내어 볶은 야채와 함께 큰 그릇에 넣고 입맛에 맞게 간장과 설탕을 추가하며 섞어준다. 참기름 필수!

이정도인데요, 1번 과정을 하는건 잡채에 더 색을 내주기 위해서거든요. 제가 들기름으로도 섞어봤는데 들기름은 좀 별로였어요. 참기름이 최고더라고요. 이건 뭐 그냥 잡채 만드는 방법이네요. 팁은 없고 ㅠㅠ
아 갑자기 잡채 먹고 싶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잡채 만들어야겠어요. 으흐흐흐흐.
라로님 잡채 성공하세요! 그간 라로님 요리 하셨던 경험으로 짐작해보건데 분명 성공하실 겁니다. 화이팅!!

라로 2020-12-11 09:21   좋아요 0 | URL
1. 물에 간장+설탕+다진마늘을 적당히(?) 넣고 당면을 10분정도 삶는다. <--- 이것이 팁이네요!! 이렇게 만드는 거 첨 봐요. 설탕하고 마늘을 넣어서 삶는다고요?? 와 신기해요. 잡채장인의 팁은 이거였어!!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이제 만들려고요. 아들이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희식구 잡채 해달라고 부탁받은 거 첨이에요. 그냥 제가 한 번인가 두 번 만들어 봤지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12-11 09:31   좋아요 0 | URL
오오, 팁으로 쓰실 게 있다니 다행입니다. 아 맞다, 저때 설탕은 흑설탕입니다, 라로님. 저희 엄마가 어디서 보고 이 방법 알려주셨거든요. 간장+흑설탕+다진마늘 넣고 삶아내고, 흑설탕이어야 색이 더 예쁘게 나온다고요. 가급적 흑설탕 이용하세요, 라로님!!

성!공!기!원!

혹여 만들게 되시면 사진도 올려주세요. 꺅 >.<

라로 2020-12-11 11:59   좋아요 0 | URL
못 만들었어요. ㅠㅠ 장을 봐서 집에 가니까 이미 시어머니가 저녁을 만드셨다는. 그러면서 미리 말 안 했다고 잔소리 하셨어요. 모처럼 잡채를 만들려고 했더니. ㅠㅠ 내일부터 3일 연속으로 일 하니까 담주 월욜에 만들어서 사진 인증 올릴게요!!😅🙌

유부만두 2020-12-11 12:14   좋아요 0 | URL
천재 장인 맞네요! 당면을 삶으면서 동시에 졸이다니! 패러다임을 바꾸시다니. (그저께 잡채 하면서 불리고, 삶고, 졸인 사람)

다락방 2020-12-11 12:16   좋아요 0 | URL
라로님/ 오, 오늘은 그렇다면 시어머니표 저녁을 맛있게 드시면 되겠네요, 라로님. 으흐흐흐

유부만두님/ 이렇게 하라고 엄마가 알려주신 거에요. 엄마도 네이버에서 보고 배우셨대요. ㅋㅋㅋ

scott 2020-12-11 14:33   좋아요 0 | URL
라로님, 불쑥 끼어들어서 죄송,,,
표코벗섯이나 목이벗섯 넣으면 괜찮을까요???

다락방 2020-12-11 15:14   좋아요 0 | URL
버섯은 팽이버섯만 아니면 다 괜찮지 않을까요? 목이버섯도 괜찮을것 같고요!!

scott 2020-12-11 15:19   좋아요 0 | URL
메모,,메모 ^0^

라로 2020-12-11 15:35   좋아요 1 | URL
저는 목이버섯 들어간 잡채 좋아해요 scott 님!! 😍 저는 안 만들면서 말이죠~~~!!😅

단발머리 2020-12-11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 좋아요. 그냥 딱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사람이 그 사람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 그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1 09:32   좋아요 1 | URL
어서오세요, 일상의 천재가 머무는 서재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언제든 환영합니다. 언제든 오십시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엣헴-

잠자냥 2020-12-11 11:28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제목만 보고도 “푸핫,자기 이야기잖아” 했어요. 알기 쉬운 여자 치아바타 장인 다락방

다락방 2020-12-11 11:43   좋아요 0 | URL
음... 어쩌다가 저는 이렇게 파악이 쉬운 여자가 된걸까요? 아니면 제가 .. 어느 분야에서나 천재적이기 때문에 천재 라는 제목만 봐도 저절로 떠오르는 그런 사람인걸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scott 2020-12-11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당신은 첫눈입니까?‘ 너무 좋은데 ,,,,오늘 광풍 미세먼지 ㅋㅋㅋㅋㅋ

치아바타 금숀 다락방님,,,

당면 대신 전, 두부면(넓은면)을 넣을까봐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1 14:37   좋아요 0 | URL
스파게티 만들때 저 두부면으로 해먹곤 하는데요, 그래도 잡채는...당면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두부면 잡채는 너무... 짝퉁 같잖아요 ㅠㅠ

2020-12-11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1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0-12-12 0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노래 들으면서 몰랑몰랑해진 마음으로 댓글 읽다가 모든 걸 다 잊고 잡채 먹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찼네요. 오늘 한국마트 갈까말까 하고 있었는데 당면 사와야 할까요. 아 누가 만들어준 잡채 먹고 싶다

다락방 2020-12-13 01:53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찜닭 만들었는데 망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웃에 산다면 이럴 때 잡채 해서 프시케님 댁 초인종 누르고 한 접시 드리고 오고 싶네요. 마음 표시하기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먹을 거 나누는 거 꽤 위로가 되잖아요.
:)

songforher 2020-12-1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일상의 천재 x, 일상의 만재 아닌가요.(뜬금 댓글 죄송합니다. 락방님의 숨어있는 내향성 팬인데 제목을 보고 참을수가 없어서 그만..)

다락방 2020-12-13 01:55   좋아요 0 | URL
아니 세상에 이런 만점짜리 댓글이라니요ㅠㅠ 이렇게 불쑥 말 걸어주시면 제가 글 쓰는데 너무 힘이 나는데 말이지요. 감사해요 ㅜㅜ 앞으로 일상의 만재로 열심히 살아갈게요! 흑흑 ㅜㅜ
편한밤 보내세요, 북플 친구님! :)

소언 2021-04-0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지난 겨울 기록 잘 읽고 갑니다! 덕분에 좋은 노래를 알게 되어 기뻐요~ 내일 또 금요일이네요! 오늘도, 내일도 콧노래 부르실 수 있길 바라며~ 댓글 남기고 갑니다.
 
모든 사람은 혼자다 - 결혼한 독신녀 보부아르의 장편 에세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박정자 옮김 / 꾸리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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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뤼스Pyrrhus, BC319~272는 주변의 많은 나라를 정복한 고대 희랍의 왕이다. 시네아스Cineas라는 신하가 왕의 끝없는 정복 전쟁을 저지하고 싶어 했다. 특히 로마 원정에 반대하였는데, 이때 왕과 나눈 대화가 유명하다. 시네아스는 끊임없이 "그다음에는?" 이라고 묻다가 피뤼스가 마지막 정복 후에 휴식을 취하겠다고 말하자 겨우 질문을 끝낸다. 그리고는 원정의 허망함에 대하여 왕에게 충고한다. 그 모든 제국들을 정복하느라 고생하고 결국 나중에 돌아와 쉴 텐데 굳이 뭐하러 떠나느냐는 것이다. -역자 후기 中, p.155-156



SNS에서는 가끔 초콜렛, 사탕, 아이스크림, 쿠키,빵들을 자르고 녹이고 굽고 쪼개서는 다시 섞어서 새로운 디저트로 만드는 영상들을 마주치게 된다. 따로따로 먹어도, 그것들중 하나만 먹어도 이미 달고 맛있는데 굳이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건 도대체 왜 그러는걸까? 굳이 왜 이래야할까? 이렇게까지 해서 더 달고 맛잇는 걸 먹어야 하나? 나는 이 영상들을 무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들을 만드는 사람은 내가 아닌데, 과연 내가 타인의 행동에 대해 무용하다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이런 나의 생각을 반성하게 된건, 나 역시 누군가 무용하게 생각할만한 일들을 누구보다 많이 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이다. 쉽게 예로 들자면 여행이 그렇다. 나는 여행이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사랑한다.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짐을 싸고 공항에 가는 리무진을 타는일,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고 라운지에 들르고 면세점을 들르고 비행기에 탑승하고 기내식을 먹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낯선 공항에 도착해서 그곳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호텔에 도착하고 낯선 거리를 걷고 낯선 음식을 먹고 호텔에서 잠을 자는 그 모든 순간과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순간까지. 그렇게 내 집, 내 방, 내 침대로 돌아오면 그제야 비로소 여행이 완성된 느낌이고 나는 그 느낌을 몹시 사랑한다. 와, 내 방 내 침대 너무 좋네, 나는 내 침대가 얼마나 좋은지 깨닫기 위해서 여행하는가봐, 라고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말하는데, 그런 나의 말을 들으면 아빠는 어김없이 "나는 여행 안해도 내 침대 좋은거 아는데 너는 왜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여행해야만 그걸 아는거냐?" 라고 물으시는 거다.


한 번은 가족이 모여서 텔레비젼을 보는데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기다렸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오는거다. 와, 저걸 눈앞에서 실제로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너무 좋겠다! 라고 내가 감탄하고 부러워하자 예의 아빠는 또 그러시는 거다. "내 집에서 가만 있어도 다 볼 수 있는데 왜 부러 저기까지 가서 저걸 봐야되냐?" 라고.



스물아홉에 뉴욕으로 드디어 가게 되었을 때, 그것은 나의 중학교때 부터의 목표였으므로 나는 너무나 기쁘고 떨렸다. 하루하루 빨리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터에 친구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는데, 그중 한 친구가 내게 그랬다. 고작 일주일 동안 미국에 가다니 너무 돈지랄이라고, 비행기값이며 호텔값이며 그 먼데를 가는데 고작 일주일 가느냐는 거다. 나는 그 친구에게 그렇게라도 나는 꼭 가고 싶고, 그게 내가 원하는 바라고 얘기했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내게 주어진 휴가는 일주일 뿐이었다. 만약 그 친구 말대로 그곳이 먼 곳이기 때문에 더 오래 머물기 위해 때를 노려야 했다면, 여전히 그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나는 아무데도 가지 못한 채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멀기 때문에 가지 않기를 택하는 것은 그 친구가 선택하는 것이지 나의 선택은 아니다. 나를 세상 한심하게 보았던 그 친구의 냉소는 나로서는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왜 힘들게 굳이 여행을 하면서 그래봤자 어차피 집이 좋다는 걸 깨닫느냐는 아빠의 냉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는 보부아르의 이런 문장을 읽는다.



스키 선수는 오로지 내려가기 위해 올라간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단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운동을 아무렇게나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산꼭대기 혹은 계곡의 바닥을 목표로 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종합적 의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며, 그의 행위의 모든 요소들은 그 의미들을 향하여 스스로를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오르내림은 산보나 운동을 위한 초월적 행위인데, 이와 같은 좀 더 넓은 총체의 관념을 배척하는 것은 너무 자의적인 결정이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스키를 타는 사람이지 냉소가가 아니다. - p.42



앞서 말한 디저트를 새로 만드는 영상을 보고 내가 한 것도 바로 그 냉소였던 것 같다. 내가 그 디저트를 만드는 혹은 그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면서 나는 냉소가가 되어 바라보지 않았는가.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방향과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무용하다 생각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냉소가가 아닌가. 내려가기 위해 올라갈거라고 냉소하는 사람은 스키를 탈 수 없다. 돌아올건데 뭐하러 떠나냐고 말하는 사람은 여행을 할 수 없다. 먼데에 그 짧은 기간 뭐하러 가느냐고 말하는 사람 역시 여행할 수 없다. 우리는 각자 분야가 다르지만 자기가 생각한 것들을 목표로 하고 있고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이걸 생각하다가 책을 읽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이 '읽었는데 내용 다 까먹었어, 이럴 거면 책을 왜 읽을까.' 그러나 까먹을 거라서 안읽는다면, 거기에는 책을 읽지 않는 내가 남는 거다. 어떤 행위를 하면 하는 사람이 된거고, 그 행위를 한 내가 미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아한다.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혼자 준비하는 것, 그리고 낯선 장소와 낯선 음식, 낯선 사람을 오롯이 혼자 만나는 것에서 오는 충만한 기쁨과 만족이 있다. 얼마나 짜릿한지 매 시간이 행복으로 가득찬다. 그러나 그렇게 혼자 걷고 먹고 보는 걸 마치고 호텔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우면 외로움이 찾아든다. 오늘 내가 보낸 이 시간, 내가 보았던 것과 먹었던 것과 느꼈던 것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이 밤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특히 아름다웠는지, 어느 음식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든지, 어디를 걸을 데는 좀 두려웠다든지 하는 것들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좀 더 근사하고 완성된 여행이 될 수 있을텐데.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또 나는 혼자 이 거리를 걸어야 하니까! 이런 경험들이 쌓일수록 '나는 혼자인 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혼자이고 싶다는 건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인간이란 무릇 그런 존재라고 보부아르가 말해주고 있다.



때때로 우리는 타인의 도움 없이 우리의 존재를 완성하려 한다. 나는 들판을 걸어간다. 풀을 꺾고, 발로 돌을 차고, 언덕에 오른다. 이 모든 것을 아무런 증인 없이 한다. 그러나 누구라도 평생 이러한 고독에 만족할 수는 없다. 산책을 끝내자마자 나는 친구들에게 그 산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칸다울레(BC 8세기 리디스의 왕) 왕은 왕비의 미모가 만인의 눈에 아름답게 비치기를 원했다.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몇 년동안 숲 속에서 혼자 살았지만, 그러나 숲에서 나와 『월든』을 썼다. - p.89



캬- 나는 위의 인용문이 너무 좋다. 자지러지게 좋다. 특히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몇 년동안 숲 속에서 혼자 살았지만, 그러나 숲에서 나와 『월든』을 썼다'는 부분.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다.



이 책은 2016년 12월에 읽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재독해야겠다고 이미 리뷰를 썼던 책이다. 그 당시에 도대체 뭐라는거야, 당황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언젠가 재독할거라고 생각했던 책이어서 2020년 12월에 재독했는데, 한장 한장 너무 재미있고 신나게 읽으면서, 도대체 내가 2016년에 이걸 왜 이해하지 못한걸까 궁금했다. 어쩌면 내 독서근육이 그 때 더 약했기 때문인걸까. 이 책에는 평소에 내가 늘 생각해왔던 것, 그래서 알라딘에서도 썼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친구랑 홍콩에 여행갔을 때는, 홍콩 호텔에서 그 다음에는 태국으로 여행가자고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있었다. 몇해전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사주를 보러 갔을 때, 사주 선생님은 내게 '너가 그게 무엇이든 하물며 네 적성에 꼭 맞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시간 너는 너를 돌아보며 이것이 맞는걸까 답답해하고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라고 했더랬다. 나는 자꾸 앞으로 가려고 하고 그리고 이렇게 가는게 맞는건지 중간중간 멈춰서 돌아보는데, 보부아르는 인간이 원래 이런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내가 혼자라면 내 생각대로 됐을 일들이, 그러나 세상은 나 혼자 사는게 아니기 때문에 내 예상과는 다른 일들로 변해버리게 되는 것, 보부아르는 세상이 원래 이렇게 돌아가는 거라고 한다. 내가 누누이 말했던 바로 그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자기 자신이 온전히 자신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던 것을, 보부아르 역시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또 살아가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안녕을 바라야 하는 거라고, 우리는 다른 사람과 섞여서 살아가고 그들이 우리를 밀어주거나 반대하거나 끌어주더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방법이며 모습이라는 거다. 다만, 보부아르는 이 모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야기에 '기투', '초월', '초월성', '지양', '실존' 등의 철학 용어를 더했다. 이 용어들이 낯설어서 중간중간 책을 읽다가 턱- 하고 막힐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역자 후기>는 크- 한줄기 빛이 되어 이 용어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너무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아니,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 했더니 옮긴이 '박정자'는 '사르트르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역자 후기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도 좋겠고, 이 책을 읽고 역자 후기를 읽어도 좋을 것이며, 이 책을 읽고 역자 후기를 읽은 후에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더 좋을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또 이 책을 읽을 것이다.



나는 항상 애인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그러니까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물론 가장 처음 나 자신을 포함해서,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가자고, 지치지 말고 나아가자고 말하고 다닌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자고 하는 게 그런데 절대선인걸까?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을 선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의문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제 와서 '뒤로도 가자'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설사 우리가 돌아가고 뒷걸음질 치더라도, 결국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보부아르는, 나의 이런 생각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이 책 한권을 통해 이야기해준다. 인간은 현재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던져진 존재라는 것, 우리가 지금 사는 이 현재는 미래의 나를 구성하는 것이고 그 미래는 또다시 현재의 내가 되어서 또 그 다음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거다. 내가 항상 작은 목표라도 만들고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면서 살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환하게 설명될 수밖에 없다. 내가 자꾸 여행을 떠나는 것, 어차피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부득이 그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자 내가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 모든 순간은 분명 의미가 있고 어떤 식으로든 미래에서 나를 맞이할 것이며, 나는 잘 살고 있다. 내가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바로 얼마전에 이 책을 읽었던 과거가 있고, 그 과거는 그 책을 읽는 동안에는 현재였다. 이런 미래를 위해 준비된 현재였다.




피뤼스는 정복하기 위하여 출발한다. 그러니까 그는 정복할 것이다. "그럼 그다음은?" 다음 일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 p.78











고착되어 있는 순간은 결코 새롭지 않다.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순간은 새로워진다. 바로 지금 출현한 형태는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배경이 뚜렷하고 분명해야만 자신의 모습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나무 그늘의 시원함이 귀중한 것은 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대낮의 길가에서이다. 휴식은 고된 일과를 마친 뒤의 편안한 긴장 이완이다. 작은 산꼭대기에서 나는 내가 돌아다녔던 길을 바라본다. 내 성취감의 기쁨 속에 현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길 전체이다. 이 휴식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보행이다. 그리고 이 한 잔의 물을 귀중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갈증이다. - P33

인간이 기투企投인 이상, 인간의 행복은 인간의 쾌락과 마찬가지로 기획일 수밖에 없다. 행운을 잡은 사람은 곧 다른 행운을 잡으려고 한다. 파스칼이 정확하게 말했듯이, 사냥꾼이 흥미를 가진 것은 토끼가 아니라 사냥 그 자체이다. 자기가 그 안에서 살 생각도 없이 낙원에 들어가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그런 행위를 비난할 수 없다. 목적지는 저쪽 깊숙한 곳에 있을 경우에만 목적지일 수 있다. 목적지에 이르면 그곳은 곧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 P39

스키 선수는 오로지 내려가기 위해 올라간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단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운동을 아무렇게나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산꼭대기 혹은 계곡의 바닥을 목표로 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종합적 의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며, 그의 행위의 모든 요소들은 그 의미들을 향하여 스스로를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오르내림은 산보나 운동을 위한 초월적 행위인데, 이와 같은 좀 더 넓은 총체의 관념을 배척하는 것은 너무 자의적인 결정이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스키를 타는 사람이지 냉소가가 아니다. - P42

인류가 소멸할 것이라고 단언할만한 근거는 하나도 없다. 개개인의 인간은 반드시 죽지만 인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 P60

사람은 무산계급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 일하면서 동시에 인류 전체를 위해 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무산계급을 위해 투쟁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산계급과 함께, 무산계급 이외의 인류에 대항하여, 어떤 기획을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산계급과 더불어 일한다는 것이 계급의 차이가 없어질 미래의 인류를 향하여 하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오늘날의 자본가로부터 한 세대 혹은 수 세대에 걸쳐 재산을 빼앗아야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을 위하여 일한다고 하는 것은 언제나 그 이외의 사람들에 반反하여 일하는 것이다. - P66

자기 행동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외쳤던가? "나는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 노벨은 자신의 일이 과학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결과적으로 전쟁을 위해 일했던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학설을 뒷날 사람들이 향락주의라고 부를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니체는 니체주의를, 그리스도는 종교재판 같은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은 곧 역사의 밀물과 썰물에 떠밀려 새로운 순간마다 새로 만들어지고, 그 주위에 무수한 생각지도 못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 P69

나의 행위가 완료되면 그것은 최초에 내가 바라던 바와는 다른 행위가 된다. 그렇다고 하여 그 행위가 완전히 낯설게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즉 그 행위는 자기의 존재를 완료하는 것이고, 이때 비로소 그 행위가 진실로 완성되는 것이다. - P72

피뤼스는 정복하기 위하여 출발한다. 그러니까 그는 정복할 것이다. "그럼 그다음은?" 다음 일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 P78

어떤 사람이 여행을 한다. 그는 오늘 저녁 리옹Lyon에 도착하려고 서두른다. 그 이유는 내일 발랑스Valence에 가고, 모레 몽텔리마르Montelimar에, 그리고 그다음 날에 아비뇽Avignon에, 또 그다음 날은 아를Arles에 가기 이ㅜ해서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비웃을 수도 있다. 아무리 해 보았자 실제로 그는 님Nimes이나 마르세유Mareille도 보지 못핫 채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니 말이다. 본Beaune이나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그는 자신의 여행을 할 것이다. - P79

사람은 죽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이유 없이, 목적 없이 존재한다. 그러나 장 폴 사르트르도 『존재와 무』에서 밝혔듯이 인간 존재는 사물처럼 응고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매 순간 자신의 존재를 존재해야 한다. 순간마다 그는 자신을 존재시키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기투이다. 인간 존재는 기투의 형태하에서 실존하고 있지만, 그 기투는 죽음을 향한 기투가 아니라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한 기투이다. - P82

때때로 우리는 타인의 도움 없이 우리의 존재를 완성하려 한다. 나는 들판을 걸어간다. 풀을 꺾고, 발로 돌을 차고, 언덕에 오른다. 이 모든 것을 아무런 증인 없이 한다. 그러나 누구라도 평생 이러한 고독에 만족할 수는 없다. 산책을 끝내자마자 나는 친구들에게 그 산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칸다울레(BC 8세기 리디스의 왕) 왕은 왕비의 미모가 만인의 눈에 아름답게 비치기를 원했다.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몇 년동안 숲 속에서 혼자 살았지만, 그러나 숲에서 나와 『월든』을 썼다. - P89

아들이 원하는 결혼을 막는 권위적인 아버지는 자신이 아들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들 대신 이 상황 아닌 저 상황을 선택하여 주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자기가 아들의 행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그는 자기 자신의 의지에서 살짝 벗어나, 건간이라든가, 부라든가, 명예라든가 하는 기존 가치의 객관성을 제시한다. - P95

하나의 생명을 준다는 것은 생명을 받은 사람의 자유까지 좌지우지할 권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아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므로 아이에게 최대의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는 알고 있다.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이 현존해 있음에 의해서만 그에게 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기획에 의해서만 자기 자신일 수 있다. 태생이나 교육은 그가 반드시 지양해야 할 사실성facticite일 뿐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해 준 일은 상황의 한 부분이며, 이 상황을 초월하는 것은 바로 그의 자유이다. 그는 이런 상황 혹은 저런 상황에 있게 될 것이지만, 그 어떤 상황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항상 다른 곳에 있는 존재이므로. - P103

우리는 타인에게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칸트의 말처럼, 비둘기에 저항하면서 비둘기를 밑에서 받쳐주고 있는 공기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그의 장애물일 때조차 우리는 타인의 도구가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그에게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타인에 의해서이다. - P110

만일 내가 이 길을 가지 않았고,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았고, 거기 없었더라면, 아마 타인의 삶은 전혀 다른 것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그의 인생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말이나 몸짓이 어떤 뜻을 가지게 되는 것은 타인에 의해서다. 그는 자유롭게 그 의미를 결정한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주위에서 모든 것은 똑같이 충만되어 있었을 것이다. - P111

부동의 자세이건, 아니면 마구 움직이는 자세이건 간에, 우리는 언제나 지구 위에 올라앉아 있다. 모든 거절은 선택이고, 모든 침묵은 목소리이다. 우리의 수동성조차 우리 의지의 소산이다.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선택해야 한다. 선택에서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 P114

"철도나 비행기가 없었던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라신느Jean Baptiste Racine 없는 프랑스 문학, 또는 칸트 없는 철학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인간은 지금 현재의 만족을 넘어서, 자기 뒤로, 회고적으로, 하나의 필요를 던져 놓는다. 물론 그가 살고 있는 지금, 비행기는 하나의 필요에 부응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 물건이 존재함으로써 생겨난 필요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의 존재로부터 사람들이 만들어 낸 필요이다. - P121

우리들의 행위 하나에주어지는 칭송이 우리들의 전존재全存在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란다. 이름은 대상 속에 마술적으로 집합된 나의 총체적 현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행위들은 분산되어 있다. 우리는 행위를 하고 있는 한에서만, 다시 말해 분열된 존재 속에서만 타인을 위하여 존재한다. - P124

내가 정립할 대상들을 정의하는 것과 나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결국 동일한 기획이다. - P135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세계 속에 하나의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 각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를 우선 내 주변에 출현시켜야만 한다. - P136

나의 기획이 그들의 기획과 일치하느냐 혹은 저촉되느냐에 따라 그들은 동맹자로서 혹은 적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이런 모순 또한 나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면서 그 모순을 존재시킨 것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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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2-1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책 재독이란 말입니까?! 전 그 옛날 사두고 아직 한 번도 안 읽었는데!
다락방 님 리뷰에 힘입어 조만간 저도 읽겠습니다!!!

다락방 2020-12-10 13:36   좋아요 0 | URL
저도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때는 도대체 이게 뭔말이여...했었습니다. 그런데 4년만에 읽으니 와,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씐나서 읽었습니다. 후훗. 잠자냥 님도 재미있게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빠샤!!

라로 2020-12-10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아~~~ 근데 이러면 안 되는데. 😓

다락방 2020-12-10 18:2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아쉽게도 전자책이 없네요. 종이책도 아주 얇은데 비싸고요. ㅜ

난티나무 2020-12-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 고고!!
밑줄 하나하나 읽다가 어제 읽은 <스토너>가 생각났어요...

다락방 2020-12-10 18:22   좋아요 0 | URL
크- 스토너 참 좋지요? 스릴러만 읽는 제 동생도 스토너 읽더니 한참 지난 후에도 생각나는 책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즐거운 독서가 되실거라 감히 예상합니다. 후훗.

2020-12-10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0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12-1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12월에도 보부아르를 읽었다죠 ㅎㅎㅎㅎ 전 처음 보는 책이에요. 다락방님이 재독하셨다니 달리 보입니다.

다락방 2020-12-10 18:24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작년 12월에도 보부아르를 읽었네요? 아하하하. 근데 저는 보부아르랑 한나 아렌트랑 자꾸 헷갈려요. 바부팅 ㅜㅜ

서니데이 2020-12-1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락방 2020-12-11 09:03   좋아요 1 | URL
아이고, 축하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면 서니데이님은 해마다 축하해주시네요.
연말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서니데이님.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파이버 2020-12-1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첫여행이 고작 일주일이었는데, 다들 아깝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ㅎ 그래도 그때 일주일만이라도 갔다오길 잘한것 같아요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현실은 방콕이지만요ㅎㅎ

다락방 2020-12-11 09:04   좋아요 1 | URL
저는 일주일 여행이 결코 나쁘지 않거든요. 주어진 일정에 따라서 여행을 즐기는 것이 저는 너무 만족스러워요. 직장생활 하면서 휴가를 그만큼 쓸 수 있으니 아 어느 때 어느만큼 가면 되겠구나, 계획 세우고 다녀오는 게 저는 행복합니다.
파이버님, 우리는 언제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요. 흑흑 ㅠㅠ

scott 2020-12-1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드디어 푸코 탈출! 추카 ㅋㅋㅋ

다락방 2020-12-11 09:04   좋아요 0 | URL
푸코 탈출 못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떻게 탈출하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 네스뵈 읽고 싶은데 푸코가 날 째려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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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07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왜 이번달에 푸코 읽자고 했을까? 나 바보 ㅠㅠ

수이 2020-12-08 11: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야 누구!! 응!!! 푸코 읽자고 한 사람 누구야!!! 라고 푸코를 펼칠 적마다 저는 홀로 나지막히 외치곤 하죠.

다락방 2020-12-08 14:11   좋아요 0 | URL
미안해요 ㅠㅠ 내가 잘못했어요 ㅠㅠ 내가 바보야 ㅠㅠㅠㅠㅠㅠ 저도 푸코 읽자고 한 제가 너무 원망스러워요.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읽기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2-0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 먼저 후딱 해치우시길,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물론 요 네스뵈 아저씨의 책은 느무 두꺼워서 후딱이 후딱스럽지 않게 되는 것이 단점입니다만... 휘릭

다락방 2020-12-08 08: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씀하신 대로 레오파드 너무 두꺼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딱 해치우질 못하겠어요. 그래서 아직 한 장도 안넘겼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요 네스뵈도 푸코도 안읽고 걍 자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0-12-0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심정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ㅎㅎ 화이팅 하세요. 푸코 너 정복해주마!!!!

다락방 2020-12-08 08:27   좋아요 1 | URL
제가 푸코를 다 읽어놔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자꾸 다른 책을 봐요. 어쩔 ㅠㅠ

syo 2020-12-0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책 돌려서 꽂아놔요....

다락방 2020-12-08 15:37   좋아요 0 | URL
아 오늘 쇼님이 안녕하신가영 으로 나를 울렸어...나는 다시 슬픔의 수렁에 빠졌다....... 푸코 따위.......

scott 2020-12-0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푸코를 놔야해요.
북플에서 자꾸자꾸 다락방님 푸코 페이퍼가 가장 먼저 튀어나와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12-09 08:08   좋아요 0 | URL
푸코를 다 읽어야 놓을 수 있는데 푸코를 못읽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han22598 2020-12-09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조용히 1월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육식의 성정치가 배달중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12-09 08:39   좋아요 1 | URL
저도 육식의 성정치 읽고 싶어요. 뭘 읽어도 푸코 읽다 읽으면 재미가 확 솟아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0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3권이 부러운 1인입니다. 푸코 2권 달리는 사람 나뿐인가 하노라.... 누구 같이 가실 분?

다락방 2020-12-10 09:37   좋아요 0 | URL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이번 도서 선정은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아요. 항상 책 같이 읽을 때마다 멤버들이 읽고 페이퍼 쓰는거 주루룩 올라왔었는데 이번엔 아무도 읽지도 쓰지도 않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망했어 진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우리에겐 육식의 성정치가 있으니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그러나 고착되어 있는 순간은 결코 새롭지 않다.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순간은 새로워진다. 바로 지금 출현한 형태는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배경이 뚜렷하고 분명해야만 자신의 모습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나무 그늘의 시원함이 귀중한 것은 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대낮의 길가에서이다. 휴식은 고된 일과를 마친 뒤의 편안한 긴장 이완이다. 작은 산꼭대기에서 나는내가 돌아다녔던 길을 바라본다. 내 성취감의 기쁨 속에 현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길 전체이다. 이 휴식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보행이다. 그리고 이 한 잔의 물을 귀중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갈증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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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었다. 대학시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의 단편집 《렉싱턴의 유령》을 읽고 그에게 흠뻑 빠졌고, 그전에 읽었던 《상실의 시대》와 《양을 쫓는 모험》을 다시 읽으면서 그의 책들을 차례차례 읽으며 전작을 목표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의 소설은 별로지만 에세이는 좋다고 말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아주 좋아했다. 너무 좋아했다. 대학 졸업후에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걸으면서 읽다가 전봇대에 부딪히기도 했고, 몇년 후 생일에 한 친구가 《해변의 카프카》를 선물해줬을 때에는 '아이고 어째, 나 이미 읽었어' 했더랬다. 그의 단편집 《빵가게 재습격》은 친구를 만나러 가며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지하철 역에서 내리고 계단을 오르면서도 쿡쿡대고 웃느라 멈춰야 했다. 나는 그가 쓰는 문장들이 재미있었고 그의 농담이 내게는 아주 잘 통했다. 그의 에세이도 좋아하지만 나는 그의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소설들에서 좀 걸리적 거리는 부분들이 나타났(다기 보다는 내가 알아챘)고, '이건 왜그래?'같은 것들 때문에 유감스럽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그의 소설은 재미있다고 늘 생각해왔다. 크- 역시 재미있어. 나는 하루키의 소설이 재미있다. 여성의 외모 품평(미인이다, 미인인 편이라 할 수 있다, 미인은 아니었다, 추녀였다 등등)이 언제나 매번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동그란 젖가슴에 집착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의 이야기를 무엇보다 그의 유머섞인 문장들을 좋아하며 읽었단 말이다. 《버스데이 걸》같은 뭔가 기획상품스런 책에 실망해서 읽자마자 팔아버렸어도 그 책으로 페이퍼도 쓸만큼 생각할 것들이 있었고, 그러니까 하루키는 내게 딱히 실망이란 걸 주지는 않는 작가란 말이다. 《일큐팔사》의 아오마메를 나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아오마메가 고환 걷어차기를 강의할 때는 자지러지게 좋았더랬다. 왜 미성년자 여성과 종교지도자인 남자와의 섹스를 그렸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 읽기가 괴로웠지만, 나는 그의 소설을 재미없게 읽는 독자는 아니었다. 그러니 이렇게 신간이 나오자마자 피할 수 없다는 듯 덜컥 사버리고 덜컥 읽었겠지. 그런데,


이 신간이 재미없다. 앞에서부터 내리 두 편을 읽고 물음표 천개 되었다. 뭐지? 뭐지? 하면서 그러다가는 '내가 변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의 예의 그 유머있는 문장은 여전한데, 그런데 더이상 재미를 찾을 수 없게끔, 내가 변해버린건가? 아무튼 내리 두 편이 재미 없어서 당황해 책장을 덮었다가, 그래도 읽자 하고는 결국 다 읽었는데, 몇몇 문장들에서는 '아 역시 하루키야'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 이번 신간은 별로구나.. 했다.




좋아하는 작가가 동시대를 살아가며 계속해서 신간을 발표해준다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기쁜 일이다. 나는 하루키가 사는 동안 내내 이렇게 신간을 발표해주었으면 좋겠고 내가 이 작품에 실망했다한들 다음에 나올 작품도 또 사서 읽어볼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에게 이제 소설의 소재는 과거로부터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생인데,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주요한 사건을 죄다 젊었을 때 경험하고 그로부터 이어지는 상념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 소설들을 채우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가져오는것이야 말로 소설가의 힘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같은 경험을 했어도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 소설가의 재주일 것이고, 경험하지 않은 것도 경험한 것처럼 꾸며내는 것 역시도 능력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루키는 여전히 뛰어난 소설가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최근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떠올리게 됐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1956년생이다. 하루키보다 일곱살 젊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신간 《다시, 올리브》에서 노년을 겪는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을 그려낸다. 물론 올리브 역시도 사이사이 과거의 일들을 드러내고 추억하긴 하지만, 그러나 올리브는 지금 이 순간이 자꾸자꾸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하루하루 더 나이들어 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그녀의 신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다치고 죽는다. 나의 경우에는 영원히 살고 싶다고 늘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늙어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지속하는지 어떻게 친구를 사귀는지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는지를 보는 것은 당연히 가슴에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내가 늙어간다는 것도 역시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올리브의 이야기가 더 좋았던건지도 모르겠다. 나이들어가는 작가가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이야기가 나는 무척 좋았던 거다. 아무도 경쟁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나 혼자 하루키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경쟁시켜버렸고, 고민의 여지없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실린 단편들 중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는 대학 시절 '찰리 파커가 살아서 보사노바를 연주했다'는 상상의 기사를 쓴 중년 남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그동안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하루키는 음악을 대단히 좋아하고 듣는 귀도 좋아서, 연주만 듣고서도 세션맨들을 알아맞히곤 한다. 오 이 연주는 누구네, 오 이 공연은 언젯적 어디 공연이네, 하는 것들을 다 아는 거다. 이 단편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에서도 자신이 상상한 밴드에서 자신이 상상한 연주자에게 그 자리를 주고 그 음악을 역시 상상으로 듣는데, 나는 하루키가 음악 얘기할 때마다 그가 소설을 써내는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좋아하면 반복적으로 하기 마련이고 반복적으로 오랜 시간을 들이면 그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기 마련이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트럼펫은 누가 기타는 누가, 하는 것들을 대체 어떻게 소리만 듣고 알아맞힌단 말인가. 이건 반복해 들은 오랜 시간이 도와주긴 했지만 애초에 그런 감각을 타고난 게 아닌가 싶은 거다.


누구나 다 타고난 재능을 저마다 갖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재능이 없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말 아닌가. 나는 하루키의 음악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내가 이렇게 가지고 태어난 감각은 뭐가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너무 좋아해서 오랜 시간을 들이고 오랜 시간을 들이다보니 남들보다 훨씬 잘하게 된 것, 대체 그것이 무엇인가. 없다. 내가 남들보다 글을 더 열심히, 매일 쓴다고 해서 줌파 라히리 같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여성학 책을 아무리 읽고 공부한다고 해도 정희진 처럼 될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빵을 이제부터 열심히 굽는다한들 세계 제일의 파티쉐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먹방을 찍을만큼 많이 먹을 수 있나? 내가 아무리 열심히 운동한다고 해도 한혜진 처럼 될 수 있을까? 없다. 없어. 내가 지금 아무리 시간을 들여 노력한다해도 나는 그 어느 것에서도 누구보다 뛰어날 수가 없다. 나는 그래봤자 그냥 나다. 나야... 나는 그저 보통의 사람. 그래서 천재들을 보면 마냥 존경 존경.. 이렇게 되는 것이다. 천재들에게 감탄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이여...




<사육제(Carnaval)>는 오십대의 하루키가 한 십년정도 그보다 젊은 여자를 우연히 만나면서 진행된다. 둘은 클래식 공연에 갔다가 자리를 함께 하게 되는데 알고보니 둘다 슈만의 '사육제'를 가장 최고로 꼽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게 된다.



어쨌거나 그 반년 동안, 우리는 틈나는 대로 열심히 <사육제>를 들었다. 물론 <사육제>만 들은 것은 아니고 때로는 모차르트도 듣고 브람스도 들었지만, 직접 만녀만 반드시 누군가의 <사육제>에 귀기울이고, 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내가 서기를 맡아서 우리의 의견을 요약하고 기록했다. 그녀가 우리집에 온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내가 그녀의 집으로 가는 쪽이 훨씬 많았다. 그녀의 집은 도심에 있었고 우리집은 교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이서 총 마흔두 장의 <사육제>를 듣고 난 후, 그녀는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의 연주(엔젤반)를 베스트로 꼽았고, 나의 베스트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연주(RCA반)였다. 우리는 한 장 한 장의 음반을 면밀히 채점했지만, 물론 그런 순위에 중요한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건 덤으로 따라오는 놀이 같은 것이었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 주고받는 심도 있는 대화, 열의를 품을 수 있는 무언가를 거의 목적 없이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p.165-166)



위의 부분을 읽는데 자연스럽게 영화 《사이드웨이》가 떠올랐다. '마일스'는 와인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시음하러 다니고 수집을 한다. 자신의 절친이 결혼하기 전 함께 총각파티로 와이너리 여행을 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마야'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마야와 그녀의 친구 그리고 마일스와 그의 친구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시면서 마야와 마일스 둘만 남아 와인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마일스가 와인을 좋아하고 수집한다는 얘기를 한 터다.


마야: 수집한 와인 중에 가장 좋은 와인이 뭐에요?

마일스: 61년산 슈발 블랑이요.

마야: 어떻게 그걸 안마시고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

마일스: 특별한 순간에 마시고 싶어서요.

마야: 당신이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에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장면인데, <사육제>에서 저 두 등장인물이 바로 이런 순간을 경험하는 거다. 여러 연주자들의 연주 얘기를 하며 누구의 무슨 연주를 제일 좋아해? 물었더니 남자가 슈만의 사육제라 답하고 여자는 깜짝 놀라면서 자신도 그렇다고 말하고, 그렇게 그들은 와인 한병을 또 새로 비우면서 좋은 음악 친구가 되는 거다. 그 후에는 함께 슈만의 사육제 연주를 찾아 듣게 되고, 새로운 음반을 찾게 되면 함께 들어보자 서로에게 청하고 서로의 집을 오고가는 그런 사이가 되는 거다.



와, 진짜 너무 좋지 않은가. 나는 이런 거 진짜 너무 좋다. 취미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서 나와 친한사람이라고 해서 나와 취미가 같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취미가 같은 사람과는 그 특유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이야기가 즐거워진다. 한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그 작가의 신간 소식을 서로 알려주고, 읽고나서 어땠는지 이야기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특별하고 또 아무나랑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걸 나눌 수 있다는 건 진짜 너무 좋다. 나에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준건 나의 오랜 친구였는데,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 그리고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내가 흥분하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신간이 나온대! 라고 해봤자 '그게 누군데?' 할게 아닌가. 애초에 그 작가를 기다리는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할텐데 올리브 키터리지라고 너무너무 좋은 작품이 있어, 라고 한들 우리의 대화는 그 뒤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알라딘을 좋아하는 건 그런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올리브가 나올 것이라거나 읽고 있다는 글을 쓰면, 그 책을 이미 읽었거나 읽을 사람들이 저마다 말을 거는 거다. 나는 그 이야기의 이 부분을 좋아해, 라던가 아아 그거 읽고 싶었는데 너는 벌써 시작했니? 하는 것들. 이런 거 진짜 너무 좋잖아. 흥분은 같이 해야 재미있지 혼자 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영화 《내 남자는 바람둥이(surburban girl)》를 보면, 이미 유명한 편집장인 오십대 남자가 훌륭한 편집자가 되고 싶은 편집 보조인을 집으로 불러서 '밀란 쿤데라랑 찍은 사진이야' 라며 자랑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자랑이 통하려면 상대가 밀란 쿤데라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 모르는 사람에게 밀란 쿤데라랑 사진을 찍은 적이 있지, 하면 그게 뭔데? 할 거 아녀... 그러면 자랑하려던 나의 흥은 짜게 식어버리지...



그런데 원제는 surburban girl 인데 왜때문에 내 남자는 바람둥이 같은 제목이 되었을까? 부끄럽기 짝이없다.. 내 남자는 바람둥이.. 웩 -




그나저나 푸코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육식의 성정치는 진짜 엄청 재미있을 거라고.... 휴...... 푸코 근데 언제 다 읽지? ㅜㅜ














오늘도 벌써 반나절이 지났다. 푸코 읽어야 하는데 자꾸 다른 책만 들춰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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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2-07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 이 책 사두고 아직 안 읽었는데. 그렇단 말이군요. ㅎㅎ 그나저나 <육식의 성정치> 엄청 재밌어요. 푸코 읽고 나서 읽으면 그 재미가 3배는 될 듯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07 14:42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하네요. 분량이 얼마 안돼서 금방 읽히더라고요. 그런데 예전만큼의 재미가 없었어요.

육식의 성정치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푸코가 지금 너무 재미없어서 진도도 안나가고, 이걸 다 읽고난 후에 읽는 육식의 성정치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 너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 말씀대로 3배는 족히 될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20-12-07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 때 하루키를 알았지만 읽은 건 대학교 다닐 때인데, 딱 한 권 읽었거든요. 무슨 책인지는 아실거라 믿어요. 그래요, 그 책. 그리고, 아, 이 작가는 나와 젊음을 함께한다... 이렇게 말하고 더는 안 읽었어요. 그 때는 바빴고 또 바빴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글의 첫문단이 너무너무 좋아요. 파랗게 젊은 20대의 다락방님과 하루키가 함께 했었네요. 나중에 실망하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이런 작가를, 시간을 함께하는 작가를 가지고 있다는 건 정말 인생의 큰 축복인거 같아요.
육식의 성정치,가 재미있다고는 전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책은 엄청 흥미진진하지만 말이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08 08:20   좋아요 0 | URL
저는 <상실의 시대>가 하루키 첫 책이었는데요 처음 읽고서는 별 느낌 없었거든요. 좀 어쩌라고?의 느낌이었달까. 그 다음 <양을 쫓는 모험>을 읽었는데 뭔 소리야 싶었고요. 그러다 <렉싱턴의 유령>을 읽고 느낌표 천 개 되어서 다시 상실의 시대와 양을 쫓는 모험을 읽었답니다. 그 뒤로는 하루키가 너무 잘 읽히고 너무 좋고 아주 그냥 재미졌어요. 단편이든 장편이든 왜이렇게 웃기고 재미있는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렉싱턴의 유령>도 다시 읽어보려고 또 샀어요. 기존에 낡은 하루키 책을 다 팔아버렸었거든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사놓고 안읽은 책이 수두룩한데 재독하려고 또 사는 건 도대체 무슨 마음인건지..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가지고..


제 생각에는요 단발머리님, 푸코를 읽고나면 그게 무슨 책이든 다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 있지만 어쩐지 눈물이 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빨리 육식의 성정치 읽고 싶어요. 이제 푸코 읽자고 안할거에요 ㅠㅠ

scott 2020-12-07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달리기를 그만두고 나서 구성이나 문장들이 엉성해졌어요.
보통 하루키 작품들은 담당 편집장들한테 넘기기 전에 와이프가 먼저 읽는데 와이프가 전과 달리 신랄하게 비평하지 않는것 같아요.
하루키 출판 담당자들은 하루키가 넘기는 원고를 두고 이래라 저래라 못한데요.
하루키 성향이 닥달하거나 날짜를 정해놓고 쪼임 당하거나 이건 아니다라는걸 받아들이지 못한데요.
아버지에 관한 에세이 쓸때도 역사적 사실관계 검토하고 아버지 군기록 조사하고 당시에 출간된 신문자료 철저하게 조사하는데만 3년이 걸렸는데 언제 하루키가 원고를 넘겨주나 오맹불망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올해 1월과 작년 12월에 도쿄에서 잼콘서트 재즈 라이브를 했었는데 관객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고 뭔가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데 전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더군요.
독자들에 반응(주로 사무실로 오는 팬들 편지나 한시적으로 이메일로 소통하며)을 느리지만 꼬박꼬박 챙겨 읽었었는데 몇년전에 어떤 팬이 하루키한테 다가와서 렉싱턴 유령 작품 이후는 별로라는 말에 충격 받았데요.
자신은 그이후로 점점 더 좋은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독자한테 그런 반응을 직접 들은게 충격이였나봐요.

이번 신간이 출간되기 전에 마이니치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소년 소녀라는 두단어만으로 수십편에 작품을 써낼수 있다고 하더군요.
기냥 하루키는 소년에서 성장이 멈춰버렸나봐요 ㅋㅋㅋ

다락방 2020-12-08 08:23   좋아요 0 | URL
저도 기존에 하루키 작품을 안읽은게 아니었는데도 <렉싱턴의 유령>을 읽고 하루키한테 빠졌거든요. 정확히는 그 단편집 안의 <일곱번째 남자>를 읽고 그랬지만요. 그래서 다시 읽었던 거 재독하면서 하루키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저처럼 렉싱턴의 유령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많은가보군요! 너무 신기하네요. 저 렉싱턴의 유령 다시 읽으려고 다시 샀어요. 인생..독서란 무엇인가... 하하하하하.

그런데 말씀하신 인터뷰의 내용이 너무 소름돋네요. 소년 소녀 두 단어만으로 수십편의 작품을 써낼 수 있다니 ㅠㅠ 소년 소녀에서 왜 더 나아가지 않죠. 이번 단편집도 일흔 넘어 낸 단편집이면서 동그란 젖가슴 이런거 나와서 어휴, 이건 남자들 고질병인가 싶었거든요. 소년 소녀도 놓지 못하고 외모평가 놓지 못하고 동그란 젖가슴 놓지 못하고 ㅠㅠ

바람돌이 2020-12-0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를 빨리 읽으세요. 다른데 눈 돌리지 마세요. ㅎㅎ
저는 안읽어요. 푸코를 읽으려면 2달은 걸릴 거 같아서.....

그나저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항상 궁금하더라구요. 전 사실 왜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에 자주 얘기되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하루키 책을 몇 권 읽기는 했는데 재밌다는데는 동감해요. 근데 딱 거기까지 그냥 재밌긴 해요. 취향의 세계는 역시 너무나 넓어요. 그래도 오늘 올리브 키터리지는 다락방님덕분에 보게 된 책인데 아 진짜 좋아요. 좋아요 백만번!!! 지금 다시, 올리브 대기 중입니다. 올리브의 여운을 위해 잠시 다른 책 한권만 보고 다시, 올리브 보려구요.

다락방 2020-12-08 08:26   좋아요 0 | URL
푸코는.. 네, 푸코는요..... 계속 제 침대에 있어요. 얼마나 열심히 잘 있는지 몰라요. 볼 때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늘 다른 책을 꺼내들게 돼요. 푸코 어쩌죠? ㅠㅠ 울고싶다 ㅠㅠ 아니 저는 왜 푸코를 읽자고 했을까요? 제가 바보에요. 바보, 바보다!! ㅠㅠ

저는 대학때부터 하루키 읽었는데 하루키의 유머 코드가 저랑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도 재미있게 읽은게 아닐까 싶어요. 전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주인공들의 대화도 좋았고, 상실의 시대를 읽고서는 남들이 그랬듯이 위대한 개츠비를 따라 읽기도 했고요. 크-

올리브 키터리지 너무 좋죠? 저는 올리브 키터리지 너무 좋아서 다시 읽기도 했고 또 수시로 들춰보기도 하는데요, [다시, 올리브]가 더 좋아요! [다시, 올리브]도 다시 읽기 위해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른 작품들을 차례차례 다시 읽어볼 예정입니다. 아 진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너무 좋아요!

scott 2020-12-0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만세!ㅋ

다락방 2020-12-08 08:26   좋아요 0 | URL
올리브가 짱입니다!! ㅋ

고양이라디오 2023-05-0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일인칭 단수> 별로였군요ㅎ 전 <일인칭 단수> 보고 좋았고 깜짝 놀랐거든요. 기대이상이기도 했고 하루키 단편집 중 가장 좋다고 까지 생각했어요.

저도 <렉싱턴의 유령> 좋아합니다. 요즘 그 책이 다시 읽고 싶어요ㅎ

다락방 2023-05-04 14:56   좋아요 1 | URL
오래전에 쓴 글이라 댓글 달려 깜짝 놀랐네요. 그보다 더 놀란 건, 제가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또 리뷰 한 번 읽어보고 갑니다. ㅎㅎ

저는 렉싱턴의 유령을 읽었을 때가 진짜 하루키의 발견이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5-04 17:40   좋아요 0 | URL
<렉싱턴의 유령> 다시 읽고 싶어서 검색해보다가 다락방님 리뷰가 보여서 읽었습니다ㅎ

저도 <렉싱턴의 유령>, <도쿄 기담집> 같이 읽고 하루키 단편의 매력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ㅎ 하루키 장편만 몇 편 읽다가 본격적으로 하루키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거 같기도 하고ㅎ 암튼 저도 하루키의 재발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