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계속됩니다. 두둥-



1월, 캐럴 J. 아담스 의 《육식의 성정치》입니다.

불편하지만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네, 제가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푸코 읽은 사람이고, 푸코를 읽다보면 푸코를 제외한 다른 모든 책들은 겁나게 재미질거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자, 우리 육식의 성정치를 읽읍시다.
















2월, '캐롤 페이트먼'의 《여자들의 무질서》

348쪽 밖에 안되니까, 우리 2월이라는 짧은 한 달동안 충분히 읽을 수 있잖아요? 하하하하.

348쪽, 이제는 우스운 것..
















3월, '낸시 홈스트롬' 《사회주의 페미니즘》

3월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달 아니겠습니까? 새학기를 맞이하는 기분으로다가 두껍게 한 번 가주시죠.

무려 832쪽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같이읽기가 아니라면 여러분, 이거 혼자 못읽어요.. 같이 읽어야 읽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입니다!

3월, 새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고고씽!


















4월, '바버라 에런라이크', '디어드러 잉글리시' 《200년 동안의 거짓말》

여러분, 4월이 과학의 달인거 다들 아시죠? 과학의 달에는 과학.. 책을 읽어야 하잖아요?

과학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조작했는지 우리 한 번 들여다보죠!
















5월,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 '메리 셸리' 《메리, 마리아, 마틸다》

5월, 우리 문학을 한 권쯤 읽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7년에 저는 '올해의 소설'로 '메리 셸리'의 의 [프랑켄슈타인]을 선택하기도 했는데요, 그 해에 프랑켄슈타인 리커버 소개에는 제 리뷰가 추천으로 올라가있기도 했습니다. 하하하. 자랑자랑.

여튼, 읽어봅시다, 문학적으로다가!



















이상, 5월까지의 책 선정을 공유합니다.

만약 중간에 너무나 좋은 여성주의 책이 새로 나온다면 일정이 바뀔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현재까지 5월의 목록은 위와 같고,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좀 더 찾아보고 앞으로의 리스트를 결정하게 되겠지만, '코델리아 파인'의 《젠더, 만들어진 성》이 현재 절판이라 선택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이 글을 혹시 볼지도 모를 출판관계자 여러분들, 저 책 개정판 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중간에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의 포르노 관련 책들 개정판이 나온다면 거침없이 리스트에 추가할 것입니다. 제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들과 포르노 관련 도서를 함께 읽고 싶습니다. 혹여 포르노 관련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면 도서관 대여료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의 책들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최근에 출간된 책으로는 《포르노 랜드》가 좋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느라 힘들었습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시작한 이래 늘 해당월에 완독했던 사람이라 그 기록을 깨기 싫었고, 무엇보다 읽자고 이 모임을 조직한 것 자체가 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만큼은 포기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힘겨울 때가 있었고 으앗 포기할까 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끈질기게 이어왔는데, 푸코 성의 역사는 아, 정말 대단한 위기였어요. 꾸역꾸역 읽으면서, 내용 파악을 하나도 못하고, 그저 글자만 좇아 읽으면서,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그래도 읽었다는 것, 완독했다는 것은 나에게 남는다,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는 내게 남아 나중에 빛을 발할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달래가며 결국 완독하였습니다. 의지의 다락방, 정말 대단하다 ㅠㅠ 여튼 그렇게 푸코 성의 역사를 끝으로 저는 2019년과 2020년 2년여에 걸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모두 완독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출처'에 대해 생각합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결국 여성의 말과 생각으로부터 출처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고요.

소위 지식인들이라고 하는 남자 여러명이 나와 말과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명민한 생각이나 표현이 발현된다면, 그 프로를 본 시청자들은 인용하고 퍼뜨릴텐데, 그 출처는 모두 남성들의 것이잖아요. 저는 그 출처를 여성들의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 이거 누가 말했잖아, 아 그거 누가 그랬는데, 라고 떠올릴 때 퍼뜩, 여성의 말과 생각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출처에 여성의 말이 더 많이 인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에 나올 때, 언론에서 인터뷰를 딸 때, 남성들의 것과 균등한 비율로 여성들의 것도 함께 따야겠지요. 남자들만 우르르 불러서 세상에 대해 논하게 하지말고, 비슷한 비율로 여성들도 불렀으면 합니다. 철학에, 의학에, 과학에, 법학에 더 많은 여성들이 더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그렇게 여성들의 말에서 나온 출처를 늘려가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늘 망설이셨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함께 읽으시고요, 굳이 참여한다고 댓글 달지 않더라도 수줍게 본인의 공간에서 읽으셔도 좋습니다. 같은 책을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읽노라면 다른 분들이 같은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엿볼 수 있어서 꽤 즐거운 경험이 된다고 자부합니다.


그럼 이만 안녕, 여러분!


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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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2-28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감동 🤩 내년에도 성실하게 꾸준히 가급적 많은 페이퍼로 함께 하겠습니다, 락방님 👍🏻💎🙋🏻‍♀️🥰💃🏻

다락방 2020-12-28 09:17   좋아요 1 | URL
수연님 이번 해에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이왕 하는김에 지치지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2021년에도 꾸준히 해봅시다. 힘내서 함께 가요! 뽜샤!

syo 2020-12-28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 망했어..... 자신감을 잃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8 10:01   좋아요 1 | URL
아오 진짜 푸코 정말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0-12-28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두 다 완독은 약속 못하지만
(내년 목표중 하나 약속 자제;) ‘육식의성정치‘읽고 싶던 책이라
저도 발을 담궈 보렵니다ㅋㅋ‘출처 가져오기‘ 깊이 공감합니다!

다락방 2020-12-28 10:17   좋아요 1 | URL
1월 요이땅, 하면 미미님, 육식의 성정치 같이 읽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읽으실테고 그렇게 수시로 관련 글들도 올라올 거에요. 그 책 자체가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같은 책 함께 읽으면서 즐겁게 보내봅시다!

단발머리 2020-12-28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정하신 책들의 면면이 정말 화려하네요. 특히 3월도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예전에 혼자 읽다가 완독하지 못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서 더욱 반갑기도 하구요.
함께 읽는 분들의 눈부신 활약과 눈팅하시는 모든 분들의 새로운 참여를 기대해 봅니다. 아자아자 뽜야!!

다락방 2020-12-28 11:16   좋아요 3 | URL
히히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해주어서 너무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덕에 제가 여기까지 함께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주신다면 제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은 나의 힘!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책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엄두가 안나던 백래시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도 여러분과 함께 읽으니까 다 읽더라고요. 이렇게 벽돌책들을 다 정복해봅시다. 아자아자 뽜샤뽜샤!

2020-12-28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8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0-12-28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전 왜 푸코에 도전의식이 생기는 걸까요? 이웃님들 반응보면 저는 3장 못 넘길 거 같긴 한데..ㅋㅋ 육식의 성정치는 제목이 흥미롭군요~ 저도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0-12-28 16:33   좋아요 2 | URL
붕붕툐툐님, 푸코에 도전의식 생기신다면 거침없이 도전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 제발 정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대신 누군가가..... ㅋㅋㅋㅋㅋㅋ
육식의 성정치 1월에 같이 읽어요, 붕붕툐툐님! 후훗.

블랙겟타 2020-12-2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읽을 책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네요 배가 ㅋㅋㅋㅋ

다락방 2020-12-30 07:55   좋아요 1 | URL
3월...너무 기대되지 않습니까? 8백쪽이 넘는 책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ink123q34 2020-12-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처에 대해 쓰신게.. 이렇게 당연한 일이 이렇게 먹먹하고 이렇게 울컥해요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보고 알라딘에 이런게 있네 하고 처음 봤을때 너무 어렵고 거대한 일로 느껴졌거든요ㅋㅋ 그래도 대충 한번 도전해봐야지~ 하고 생각났을때 찾아본 순간 책이 딱! 성의역사더라고요? 이런 뛣..ㅋㅋ 다음 책 뭘까 기다렸어요! 새해에 운동하기에 도전하는 기분으로 대충 첫책 1장만 도전해요 저도 통 수줍은 편인데 침묵보다 말하기를 하라고 하길래. 또 다른 목소리의 수줍이들이 하나하나 같이 읽으면 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볼게요 :D

다락방 2020-12-30 13:47   좋아요 1 | URL
아이고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의역사가 하필이면 그때 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링크님,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는 제가 2018년 11월에 시작했거든요. 시작하다보니 지금처럼 고정멤버도 생기고 또 말없이 조용히 따라 읽어주시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푸코 성의 역사는 제가 정말 선택의 실수라고 보는 책으로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다가 토할뻔 했어요 너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육식의 성정치는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육식의 성정치는 같이 읽어요, 링크님! 1월 한달 동안 같이 읽는 분들이 수시로 페이퍼 써주실텐데, 그 글들과 더불어 책을 읽으신다면 더 즐거운 책읽기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헤헷, 1월에 같이해요! >.<

han22598 2020-12-31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둥. 드뎌 1월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 다락방님을 알게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2021년 복 많이 받으시고, 계속 그곳에 있어주세요 ^^

다락방 2020-12-31 08:1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1월, 육식의 성정치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두둥- 한님과 함께 육식의 성정치 읽을 생각을 하니 너무 기대됩니다. 우리 육식의 성정치로 이곳 알라딘에서 만나요. 샤라라랑~ ㅋㅋㅋㅋㅋ

저도 한님을 알게되어 기쁜 한 해였습니다. 올해 마무리 잘하시고 우리 내년에도 힘차게 만나요. 힘차게 만나서 열심히 읽고 씁시다. 저는 가급적 계속 이곳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해피 뉴 이어!
 

계속 푸코중 ㅜㅜ 이게 뭐야 ㅜㅜ 읽어도 읽어도 안끝나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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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2-2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제 마음이 찢어지려고 하는지 ㅠㅠ

다락방 2020-12-26 16:58   좋아요 0 | URL
독서란 게 원래 이렇게 힘든건가요? ㅜㅜ

청아 2020-12-2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저 <제2의성> 딱 그런상태예요 ㅠㅇㅜ

다락방 2020-12-26 16:58   좋아요 1 | URL
크- 제가 작년 이맘때 바로 제2의성 읽으며 힘들어 했답니다. 그 책도 역시 읽어도 읽어도 줄지 않죠.. 미미님 화이팅이요!! ㅠㅠ

다락방 2020-12-2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끝나.. 이 독서가 안끝나... 술이나 마셔야겠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2020년을 정리하는 페이퍼를 쓰지는 말자고 생각해왔지만, 어쩐지 안쓰면 또 서운할 것 같고... 그래서 한 번 써보기로 하겠다. 사실 올해 가장 싫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작년처럼 이렇다하게 졸라 싫어! 하는 그런 책이 있는건 아니어서 그것만으로는 쓸 수가 없는거다. 지금 생각나는 올해 읽었던 실망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자, 싫었던 이야기 말고 올해를 정리 한 번 해보자. 키워드로 정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아주 긴 페이퍼가 될테니 고칼로리 간식을 앞에 두고 앉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나는 오늘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회사 동료가 몰티져스 줬지롱? 그 어떤 간식이 몰티져서 앞에 칼로리고 승부할 수 있나요? 내가 이겼다.. 뭐든 싸우면 이겨야 해...



아직 올해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2020년의 내 독서기록은 이렇다. 위의 표는 애플 전용 앱 <IReadItNow>에 기록하고 가져온건데, 한 줄에 열 권씩만 보이고 열 권 추가되는 분부터는 왼쪽으로 화면을 밀어야 보인다. 그러니 저 화면에 꽉 찬 책은 백 권이다. 이 앱을 이용하니 내가 올해 뭘 읽었나 들여다볼 수 있어서 정리하기에 용이하다. 여러분 이 앱 써보세요. 저는 유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돈 들이는 몇 안되는 앱.. 두구둥-



*소설



















올해 읽은 스릴러나 미스테리 소설중에는 여성 작가의 것이 많은데, 《스틸하우스 레이크》역시 그렇다. '레이철 케인'의 작품. 남편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범임을 뒤늦게 알게된 여자가 주인공인데, 그로 인해 그녀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고(너 정말 몰랐어?!)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자꾸 도망치고 이름을 바꾸면서 살아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그렇게 이동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은데, 그런데도 끈질기게 사람들은 그녀가 어디있는지 찾아내고 협박을 한다. 남성 범죄자를 영웅시하는 남자들과, 여자로 살기 때문에 느끼는 두려움과 의심에 대해 잘 나타나 있다. 심지어 포르노를 사는(live) 여자까지. 남편이 섹스중 목을 조를 때 '이건 아닌 것 같지만' 견뎠던 것에 대해 떠올리며, 그것이 살인의 전조였던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미스테리 소설로도 너무 좋고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들도 너무 좋다.


'카밀라 그레베'의 《애프터 쉬즈 곤》은 미스테리 소설이면서 동시에 난민혐오에 대해 다룬다. 소설 속 여자주인공은 난민을 혐오하는 입장의 사람들을 대변해주기도 하는데, 이야기는 반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주인공의 입을 빌어 했던 말들, 주인공이 들었던 말들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그러노라면 자연스레 '아, 이 얘기 하고 싶어서 그런 대사들이 나왔던거구나' 하게 된달까.


'알베르 코엔'의 《주군의 여인》은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처음에는 남자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통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물론 끝까지 읽어도 그 행동에 대한 변명이 딱히 된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내 등장인물들의 장광설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2권으로 넘어가면서 이 책은 재미 이상의 것을 가져온다. 장광설은 여전히 드러나지만 이제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리고 세상과 단절된 연인의 지리한 일상으로 넘어가다가, 아, 결국은 유대인이란 정체성, 그리고 프랑스 영주권을 받지 못했던 이방인의 정체성에 대해 쉼없는고민이 나오는 거다. 책이 결말에 다다를수록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책장을 덮고 나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다. 처음에 낄낄대게 해놓고서 어떻게 마지막에 이렇게 아프게 하지. 너무 인상적인 소설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가 나오는 바람에 문학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이 들어가는 올리브를 만나는 건 또다른 기쁨이었는데, 아, 역시 소설의 천재로구나 싶었다. 다시 올리브가 나오기 전에 《에이미와 이저벨》을 읽었던 것도 다행한 일이었다. 다시, 올리브에서 에이미와 이저벨을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몇 년전에 읽었던 《내 이름은 루시 바턴》도 다시 읽었는데, 이것 역시 너무 좋았다. 좋은 작가의 작품, 훌륭한 소설은, 다시 읽어도 큰 만족을 주는데 있지 않나 싶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작가의 세계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작가가 집중하는 부분, 그 작가가 결코 놓지 않는 부분,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부분들에 대한 것. 이승우가 아버지와 죄책감에 대해 그러하고 버지니아 앤드류스가 근친상간에 대해 그러하다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에게는 소녀와 아저씨의 사랑이 그것인가 싶다. 소녀와 아저씨의 '사랑이라 불리는' 관계에 대해서, 사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가장 젊었던 시절에 나이가 훌쩍 많은 사람을 좋아하고 그랬었으니까. 그런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런 소녀들과 섹스를 하는 건, 그것을 '서로 사랑했다'고 말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것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건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도 사실이다. 에이미와 이저벨에서는 사실 그런 관계 때문에 신세가 조져진 사람들이 나오긴 하지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건 왜 그럴까' 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없진 않지만, 그러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려내는 한 인간의 내면이,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너무 좋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사고방식과 삶의 모습도 너무 좋다. 꼬장꼬장하고 표독스러웠던 올리브 키터리지가 나이 들면서 조금 달라진 것 같아 그것도 좋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을 읽고서는 '하루키는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건가' 라고 생각한 반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런 흐름을 읽고 그것을 잘 표현해낸다는 인상을 받았다. 누가 물어본 적 없지만 굳이 대답하자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작가들이 노년에 발표한 소설에서 나는 하루키 보다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삶의 구석구석을, 사소한 부분들을 잘 들여다보는 작가인 것이다.




*비소설

















'주디스 허먼'의 《트라우마》는 여성학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종종 언급되는 책이다. 이 트라우마를 읽는 동안 너무 좋았다. 나에 대해 돌아보고 또 앞으로 삶에 대한 태도랄까 하는 것도 다져지게 돼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개개인이 가진 트라우마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라면 있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없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삶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하도 밑줄을 그어대면서 읽은 책인데, 누구나 집에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데릭 젠슨'의 《문명과 혐오》역시 좋은 책이다. 저자가 '교육받은 백인 남성'으로 기득권임을 잘 인지한 상태에서 세상의 혐오를 얘기하는데, 마땅히 당연한 말들이긴 하지만 그것들을 돌이켜보고 성찰해보고 쏟아놓은 이야기들이라 천천히 곱씹으며 읽기에 매우 좋다.


이상하게도 나는 '한나 아렌트'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자꾸 헷갈리고, 그러다보니 사르트르와 하이데거도 뒤섞이고 막 그렇게 되는데, 어쨌든 이번 해에 재독하게 된 '보부아르'의 《모든 사람은 혼자다》가 너무 좋았다. 몇해전에 이거 왜 이해 못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얘기들이어서 씐나서 읽었다. 묘하게 위로도 되는 책이었고 또 격려도 되는 책이었다. 그래, 잘 살고 있어, 나는 잘 살고 있다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참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 그대를 알고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사랑을 알고부터 그대만을 느꼈어요... (응?)

그간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여러권 읽어왔으니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누가 뭐라해도 여성학자 혹은 페미니스트로 이름난 사람이어야 할텐데, 어째서 나는 한나 아렌트에 꽂혔는가. 딱히 여성학에 관심 없다고 한 한나 아렌트에 나는 왜 꽂히고, 보부아르랑 헷갈리다고 하면서 그러나, 《제2의 성》이란 엄청난 저작을 써낸 보부아르보다 한나 아렌트에 마음이 기우는가. 모를 일이다. 다만, 한 여성이 개인으로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하고, 말하고 싶은 걸 꿋꿋하게 말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가는 걸 보는 것은, 가히 다른 여성들의 귀감이 될만하다 싶다. 나는 한나 아렌트를 그래서 알고 싶고 더 알고 싶고 계속 알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쉬운 책부터 한나 아렌트를 알아가자 싶고, 올해 읽은 한나 아렌트 관련 책은 이렇게 네 권이다.

















2021년에도 나는 한나 아렌트 읽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올해, 2020년에도 계속되었다. 함께 만나 대화를 나누고 밥을 먹었던 적도 있기 때문인지, 그 다음부터는 완독자가 더 늘어났다. 알게 모르게 가만히 자기 자리에서 동참해주는 분들도 생겨났고. 나는 10월까지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시작한 이래 계속 그러했던 것처럼, 시간 내에 모든 도서를 완독하는 대단한 양반이었는데(응?),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 읽기로 한 푸코 때문에 지금 대략 낭패. <성의 역사 4>권에 해당하는 <육체의 고백>을 지금도 붙들고 있다. 나는 과연 12월 안에 이걸 읽을 수 있을 것인가. 6백 페이지가 넘어버리는 책인데...


















같이 읽은 책들이 모두 좋았지만 나는 특헤 《에코 페미니즘》이 기억에 남는다. 부유하고 잘 사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그들이 더 잘 살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그러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 장소, 환대》에 대해서는 환대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고, 어디에서 누군가 환대 받지 못하고 있을까봐 염려 되기도 했다.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는 시작부터 좋은 책이었고, 프로이트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일이었다. 푸코는.... 생략하자.




*페미니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지정도서가 아니라도 나는 여성주의 책을 여러권 읽었다. 그러다보면 특히 좋은 책이 생기는데, 내가 2020년에 읽었던 여성주의 책들 중에 특히 좋았던 책들은 이런 책들이다.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를 읽은 게 진짜 너무 좋았다. 포르노랜드라는 제목에 걸맞게, 포르노를 만들고 보는 남자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여자들도 어쩔 수 없이 그 포르노 세상을 살게 된다는 당연한 얘기를 긴 연구에 걸쳐 풀어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포르노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혐오 표현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과 '마야 뒤센베리'의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은 것도 매우 잘한 일이었고, 이 두책은 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 여성혐오에 대해 얘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굳이 책에서 어떤 내용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도, 이 책들을 읽는 순간 생각한 것들이 있었고 그렇게 또 깨닫게 되는 것들도 있어서, 이건 어떻게든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러니 대화할 때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는 거다. 매우 좋은 책읽기였고, 나는 포르노랜드에 이어 이 두 책 모두 강력하게 읽기를 추천한다.


'조정환'의 《증언 혐오》는 써주어서 고마운 책이었다. 누군가 어딘가에서 이런 책을 써주다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책이다.




*좀비


그동안 좀비 영화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세상은 좀비 세상과도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번 해에 좀비 영화를 엄청 봤다. 살면서 봤던 것보다 올해 본 좀비 영화가 훨씬 많은듯 하다.











《데이 오브 더 데드》나 《좀비 파이트 클럽》은 진짜 너무너무 후진 좀비 영화였고 여자들을 왜 이딴식으로 그려놨나 어처구니가 없던 영화였다. 《살아있다》는 뭥믜스러운 개연성 떨어지는 영화였고. 《리틀 몬스터》는 뭐랄까, 소품 같은 영화였는데 즐겁게 봤다. 《킹덤》이 아마도 좀비 영화를 보게 만든 시작이 되지 않았나..


좀비 영화를 코로나랑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계속해서 인간들이 도망치고 숨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좀비 영화속에서 인간들은 좀비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도망치고 숨는다. 그럼에도 자꾸 물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데, 어딜가나 좀비가 있고 자꾸 나를 물려고 덤벼대니, 어휴 그냥 물려버리는 게 속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겨버리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비 영화속 인간들은 끝까지 도망치고 끝까지 숨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 와중에는 맹렬하게 싸우기도 하면서. 결국 인간은 어떻게든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지 않을까.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과 뉴스를 보는 것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것이 즐겁고 평온하지만, 가끔은 어떤 경험들 앞에 누군가 옆에 있기를 바랄 때가 있고, 그건 사실 구체적인 누군가의 모습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아, 좀비 영화 누구랑 같이 봤으면 좋겠다, 같은 마음. 아, 뉴스 누구랑 같이 보고 싶다, 같은 것.


코로나 때문에 2020년에 여행 계획을 모두 취소했지만, 여행에 대해서도 그렇다. 혼자 하는 여행이 속편하긴 하지만, 때로는 어딘가에 누군가랑 함께 가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전에는 세계테마기행 보면서 웅장한 자연을 마주할 때면, 살아생전 저런 곳에 누군가랑 함께 가 나란히 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 라고 이내 체념하게 된다. 구체적인 어딘가에 구체적인 어느 때에 구체적인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은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어떤 좋은 경험 앞에서라면 꼭 함께 해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 출근길에 양재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는데, 갑자기, 느닷없이, 뜬금없이, right kind of wrong 하면서 리듬이 떠올랐다. 아앗, 이것은 코요테 어글리였지? 나는 부랴부랴 이어폰을 꺼내 아이폰에 꽂고 노래를 재생시킨다.






연달아 그 다음트랙인 붐붐붐이 나오네. 오오, 오랜만에 들으니까 너무 좋은데? 이거야말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같아!!






아이 씐나네. 가사를 모르지만 이 노래는 알아서 붐붐붐~ 하면서 그 부분만 따라 부르면서 왔다. 붐  부붐  붐 부부 붐~~따라라라라라라라라라~ 붐 붐 붐 부부부붐 따라라라라라라라~ 이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보니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닌가! 내가 크리스마스 라면 듣는 노래가 있지. 자정에 키스하는 노래. 자정에 키스하자!

무려 엔싱크, 네, 바로 그 엔싱크!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호어얼리데이~~ 하는 노래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은 제인 모나잇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럼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앤 어 해피 뉴 이어.



즐거운 성탄과 복된 새해 되시기를 다락방이 빌어드립니다. (어느 소설의 패러디일까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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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24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바로 아래 글에서 올해의 페이퍼 쓸까 했는데 언제 이렇게 긴 글을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우다다다다다다닥 쓰셨네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님 이웃인데 더는 미룰 수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주의책들 무척 반가워요. 푸코 빼고ㅋㅋㅋㅋㅋ 선물 같은 페이퍼에요, 이 페이퍼는요.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라 더 그렇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님!💜

다락방 2020-12-24 13:3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단발머리님. 제가 단편에 대한 페이퍼를 길게 쓰고 나서 또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이렇게 긴 페이퍼를 쓰고 말았습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쓰긴 했지만 ㅋㅋ 오늘 오전은 페이퍼 두 개로 날아가버렸네요. 하하하하하. 하루에 하나만 써야 되는데 삘 받으면 두 개를 써버려서 큰일입니다. 에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저는 너무 좋아합니다. 특히나 이번에 나온 [다시, 올리브]는 최고에요! 기존에 스트라우트 작품을 읽었다면 더 최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으하하하하.

여성주의책들 모아놓으니 무척 많고 뿌듯하지요? 여러분과 올 한 해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우리 여름의 부산 모임은 잊을 수 없는 이벤트였어요.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우리 내년에도 열심히 읽어요! (푸코...... 푸코여..............)

단발머리님,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

수이 2020-12-2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이야기 막 궁금했는데 실은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저는 올해 다락방님을 만나 너무 좋았습니다. 그대는 제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고도 거대한 존재였기에 소주를 마시고 발그레해지는 모습에 심쿵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주의 책을 아무 생각 없이 어디 같이 읽어볼까 무슨 책들을 읽으시는건가 하고 가볍게 여겼다가 아이쿠나 초반 많이 힘들어했다가 중간 스무스하게 넘기다가 말미 푸코에 가서 아주 확 힘들었습니다. 게을러서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지도 못하고 함께 나누고싶은 이야기도 절반의 절반의 절반의 절반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스스럼없이 술잔을 앞에 놓고 커피를 앞에 놓고 이야기를 함께 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대에게 된장과 고추장처럼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는 편한 친구가 될 날이 언젠가 오기를 바라며 :)

다락방 2020-12-24 14:12   좋아요 0 | URL
수연님!
기꺼이 여성주의 책 읽기를 함께 해주시고 무엇보다 열심히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부산에서 우리가 다함께 만났던 것, 다함께 노래를 듣고 부르고 바닷물에 발담갔던 것은 꽤 특별했지요? 저는 보리고추장도 그러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몇 번 만나진 못했지만 만날 때마다 힘껏 수다 떨어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도 즐거웠고요.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열심히 읽고 쓰세요, 수연님. 내년에는 그리고 후년에도 된장과 고추장같은 사이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만나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읽읍시다.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자고요.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만나면 폭풍 수다 떨어요!!!!!!!!!! 우리 함께 먹기로 하고 못 먹은 것도 많잖아요. 다 먹어야 하잖겠어요? 움화화핫.

메리 크리스마스, 수연님! :)

잠자냥 2020-12-2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좋아요 하고 킵.... ㅠㅠ
정독은 나중에...
다락방 님 메리클스마스~~~ 칼퇴~!

다락방 2020-12-24 15:15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어쩐지 조기 퇴근 모드의 댓글인데요? 오늘 일 많다고 하셨으니 칼퇴를 위해 열일모드이신거죠?
잠자냥 님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 연휴때는 페이퍼 올라오는거죠? 기다려야지.

잠자냥 2020-12-24 15:33   좋아요 0 | URL
저희 회사 사전에 조기 퇴근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12월 31일에도, 설 연휴 전에도 6시 채우는 회사임 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4 15:36   좋아요 0 | URL
앗 이런. 죄송합니다. (--)(__) 꾸벅.
저는 어쩌면 오늘 조금 일찍 퇴근할지도 모르니 퇴근할 때 트윗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20-12-2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


친구 메리크리스마스 , 앤 해피 뉴이어!



다락방 2020-12-24 15:18   좋아요 0 | URL
딩동댕동~~ ㅋㅋㅋㅋㅋ

레와님 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
새해에는 우리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mini74 2020-12-2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책들이에요.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고맙습니다 ~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다락방 2020-12-24 16:59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1-01-0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된새해~>.< 이건 새벽세시!! 난 알아요 예에에~ 목록보니 정말루 알찬 한해 셨군요, 저두 겹치는 목록이 더 많아지도록 올해에두 즐겁게 함께 읽어나가요!

다락방 2021-01-05 08:29   좋아요 1 | URL
복된 새해 새벽 세시 이제 쟝님도 아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년에도 열심히 읽고 열심히 씁시다. 함께 읽는 것들에 대해서도 활발히 이야기 나눕시다. 아자!!
 

며칠전에 읽은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가 너무 좋아서 작가의 다른 단편들도 모두 읽고 싶어져, 현대문학에 이메일로 현대문학단편선에 프리먼을 추가해달라는 메일을 써두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랍니다.. 일단 나온다면 저는 꼭 살거고요, 알라딘의 ㅈㅈㄴ 님도 살거라서 두 개는 확실히 판매 책임집니다... (응?)


그 단편이 너무 좋아서 페이퍼를 쓰니 그 단편 정말 좋았다는 ㅈㅈㄴ 님의 댓글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좋았던 단편, 너무나 인상적인 단편들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장편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어떤 단편들은 정말이지 아주 강하게 훅- 들어온다니까. 일단 좋았던 단편은 엊그제도 페이퍼를 썼던 '메리 윌킨스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

















위의 책 《엄마의 반란》에 실린 세번째 단편이다. 오래전에 사랑해서 결혼을 약속했지만 약속한 이후 서로 보지 않는 시간이 14년간 이어졌고, 그 후에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신의로 결혼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그러나 그 사이에 그들은 변했다. 여자는 자신만의 시간과 자신이 쌓아올려놓은 탄탄한 일상의 반복으로 인해 평온했으며 그 평온을 깨기 싫었고, 남자의 마음은 방향이 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은 사랑을 못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시간으로 못나질 사랑이라면 애초에 이어지지 않는 쪽이 나았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가 각자에게 더 맞는 짝 혹은 더 맞는 생활을 찾는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고 긴 공백이 필요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헤어짐은 헤어짐인지라 잠시잠깐 여자는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내 답답했던 속이 뚫리고 자신의 평온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오래전 일인데 소개팅을 했던 적이 있다. 소개팅 자리에서 남자는 바로 내게 사귀자고 했고 나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했는데, 그는 그러겠다고 했다. 이제부터 내 고민이 시작되겠구나, 했는데, 웬걸, 그는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헤어지면서 어떻게 생각은 해봤냐, 사귀겠냐, 고 묻는게 아닌가.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할 시간을 좀전에 주고 집에갈 때 물어보는게 어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며칠 주는건줄 알았지? ㅋㅋㅋㅋㅋ계속 자기랑 같이 있었는데 무슨 언제 생각을 하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집에 가는 지하철이 오면서 나는 그러마고 했고(네?) 그 다음에 데이트를 한 번 더했던가 두 번 더했던가 이 관계를 그만두기로 했는데, 그러니까 나는 그를 처음부터 좋아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좋아해야지, 좋아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건데도 묘한 슬픔 같은게 있었던거다. 이에 친구는 몇 번만나지도 않았는데 뭐가 슬프냐? 했는데 나도 몰라? 했고, 어쨌든 그런 묘한 슬픔이 자리잡은 가운데 한 이틀 지나고 나니까 씐남이 찾아왔더랬다. 어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남자는 잠깐 만났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연애들에서도 마찬가지. 헤어지고나서는 당연히 슬펐다. 헤어지고 안 슬플 순 없지. 그래도 사람이 관계를 유지하다 헤어진건데. 그래서 흑흑 슬프다 흑흑 ㅠㅠ 이러다가 또 한 이틀 지나니까, 만세! 이제 앞으로 모든 주말이 내꺼다!! 하면서 또 씐남과 흥분 상태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뉴잉글랜드 수녀>의 루이자가 잠깐 울었지만 그러나 이내 자신의 평온에 큰 만족을 새삼 느끼게 되는게 뭔지 너무 잘 알겠고, 막!!


이 단편집에서는 <뉴잉글랜드 수녀>가 압권이지만, <엇나간 선행>도 좋다.


















단편 이야기를 하자면, '샬롯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크- 진짜 대단한 단편이야. 나는 왼쪽의 링크된 책 《허랜드》에 실린 단편으로 읽었는데 최근에 오른쪽 링크된 책 《누런벽지》가 새로 나왔네.


샬롯 퍼킨스 길먼은 결혼후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그녀가 찾아간 정신과 의사는 그녀에게 지적인 활동을 하지말고 집안일에만 전념해야 나을 수 있다고 했더랬다. 하아.. 결국 그녀는 그런 생활을 견디다못해 이혼했고 <누런벽지>속에 그 얘기를 녹여냈는데, 우울증을 앓는 아내에게 집에 있어라, 집에서 쉬어라, 하는 남편이 나오는거다. 이 단편 역시 이야기 자체로 완벽한데, 내게는 <허랜드>보다 더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은 <누런벽지>를 완성한 후 그 단편을 자신을 진단했던 정신과 의사에게 보냈다고 했는데, 이게 전해지는 이야기이기만 한건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보냈다면 통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이 똑똑한 여자를 얼마나 망쳐버리는지 알 수 있는 단편. 정말이지 압도적이다.


















이승우를 읽어본 적 없던 사람들이 내게 이승우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내가 가장 먼저 권하는 단편이 있다. 이승우를 읽었더라도 그 단편을 읽은게 아니라면, 나는 일단 그 단편을 읽어보라고 한다. <고산 지대>가 바로 그것.


단편집 《일식에 대하여》에 실린 단편인데, 이 단편은 정말이지 웅장하다. 이승우가 신학대학에 다녔었다는 것은 이승우의 책을 읽다보면 작가소개로 다 알게 되는 것이고, 그의 소설을 여러편 읽어봤다면 그는 종교적인 색채에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죄책감을 책마다 녹여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현재 종교가 없는 나이고, 어릴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중간에 너무 싫어 교회를 뛰쳐나온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우의 <고산 지대>가 주는 어떤 종교적 숭고함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던 예수의 재현.. 이라고 해야할까. 글을 잘 쓰는 작가라면 작품 내에서의 숭고함을 그대로 작품 바깥으로도 뿜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고산 지대>는 바로 그걸 제대로 해낸 작품이다. 헉, 이게 .. 뭐지.. 하면서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느꼈을 어떤 압도적임, 웅장함, 숭고함 같은 것들이 책 밖의 내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책장을 덮으면 도대체 내가 지금 본 게 뭔가, 싶어지는 단편. 이 단편을 읽고 느껴지는 게 뭔지 어떤 단어로 설명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분명 '뭔가 있다'고는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해서 여러차례 읽었던 단편중 하나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컷글라스 보울> 이다. 나는 위의 링크된 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피츠제럴드 단편선1》에서 이 단편을 만났는데, <컷글라스 보울>은 결말에서 확 몰아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자가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결혼 선물로 컷글라스 보울을 선물받는데 헤어진 남자친구는 그녀가 자기 대신 다른 남자를 선택한 거에 앙심을 품고 그 보울에 저주를 내리는 거다. 여자는 그 보울을 집 선반 어딘가에 두었는데, 그 보울과 연관되어서는 계속 나쁜 일만 일어나는 거다. 그래서 결국 여자는 '모든게 이것 때문이었어!' 하고는 그 그릇을 처분하기로 하는데.. 두둥-

와,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라서, 결말에 진짜 사람을 밀어 넘어뜨리는 것 같아서, 어쩌면 어떤 저주는 실제로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일들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 우연은 왜 하필이면 컷글라스 보울을 사이에 두고 발현되는 것일까? 나는 이 단편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어떤 오후에는 이 단편을 요약해 들려주기도 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도 좋다.



















아, 우리 이디스 워튼 님의 단편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단편집 《징구》에서도 표제작인 <징구>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그 다음에 실린 단편 <로마의 열병>이었다. 크- 이 로마의 열병은 내가 읽고 완전 흥분해서 긴 페이퍼를 쓴 적도 있는데, 이 짧은 이야기로 내적 갈등 오지게 오는 순간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나라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했달까. 물론 나의 경우 계속 고민하기 보다는 금세 답이 나왔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1. 짧은 시간 찐하게 사랑하고 평생 그에게 잊지 못할 여자가 되는 일

2. 평생 잊지 못할 여자를 가슴에 품고 사는 그와 평생 옆에서 함께 사는 일


1번에 놓인 여자와 2번에 놓인 여자가 오랜 시간 후에 만나 한 남자에 대해 얘기하는데, 2번을 살았던 여자는 사실 자기가 2번을 살았던지도 모르는채로 1번 앞에서 '내가 이겼어' 라고 하는 거다. 그러나 1번은 훗, 정말 그럴까? 하게 되는 것. 으앗..

이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사랑은 무엇이고 이김과 지는 것은 또 무엇이냐.. 했던 것이다. 짧은 이야기에 절정이 담겨있다니, 너무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런 단편을 써내는 작가들은! 크-



"그래, 내가 졌다. 하지만 내가 널 못마땅해 하면 안 되겠지. 벌써 오래 전 일인걸. 결국,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은 나야. 난 25년 동안 그이를 가졌고, 네겐 그이가 쓰지도 않은 편지 한 통 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로마의 열병>, p.83)

그녀에게는 정말 '편지 한 통 빼고는' 아무것도 없을까? 정말 그럴까?

정말 그녀가 모든 걸 가졌던걸까? 정말 그럴까?


나는 사실 큰 고민없이 1번을 택하는 사람이긴 한데, 최근에는 그게 다 무어냐, 다 부질없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 정말 몰랐어요, 사랑이란 유리 같은 것, 아름답게 빛나지만 깨어지기 쉽다는 걸... 뭐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러는 것입니다? 어쨌든 <로마의 열병>은 훌륭하다! 만세!





















좋았던 단편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가 어떻게 <지옥 천국>을 빼놓을 수 있겠어요..어떻게 그러겠어요...

《그저 좋은 사람》에 실린 '줌파 라히리'의 <지옥 천국>은 내가 너무 좋아해서 읽고 또 읽었던 단편이고 이 단편이 너무 좋아서 원서를 사기도 했다. 그렇게 <지옥 천국>의 아무 부분이나 원서를 펼쳐두고는 여기는 어떤 부분인가, 보고 그랬던 거다.


크. 이 단편 속에는 너무나 인상적인 표현인 '순전한 행복'이 나온다. 여자아이가 엄마의 설레이는 마음을 보고 짐작하게 되는 것. 자기들이 태어난 것까지도 그것은 그저 인생의 자연스런 흐름에 불과했기에 그렇게까지 기쁘지 않았겠지만, 갑자기 등장한 프라납 삼촌, 그러니까 진짜 삼촌이 아니라 미국에 와 살면서 만나게 된 동향의 젊은이, 그렇게 이 가족에게 다가와 친해진 젊은이에 대해 엄마가 품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다.



그는 엄마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순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태어난 것도 엄마를 기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와 결혼했다는 일종의 증거물이었고, 배운 대로 사는 삶이 낳은 예상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프라납 삼촌은 달랐다. 삼촌은 엄마의 삶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고 기쁨이었다. <지옥 천국>, p.85


아니, 저런 문장이 있는 단편을 도대체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줌파 라히리는 진짜 짱입니다, 짱이에요. 최고!!


<지옥 천국>이 나의 패이버릿 이기는 하지만, 《그저 좋은 사람》에 실린 연작 단편 중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인 <뭍에 오르다>도 좋다. 나는 너무너무 좋아한다. 진짜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가만히 읽고 또 읽기도 하고, 갑자기 책장에서 원서를 꺼내서 휘리릭 넘겨서 이 문장은 어떻지, 하고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면 왜 그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야?" 
그녀는 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진실이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p.378)


나는 헤마가 결혼을 하려던 이유가 '여러 가지 일들을 바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라고 말하는데에 정말 뒤로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나요, 줌파 라히리 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진짜로요. 그리고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정말 저것 말고도 많지만, 이런 문장도 있다.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어. 어머니와 이모들이랑 나가서 블라우스를 가봉하고 장신구들을 골랐어. 사리 상점에서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얇은 푸통 위에 앉아 콜라를 마시고 양고기 롤을 먹으면서 남자들이 보여주는 물건들을 구경했어. 나는 다 좋았지만 빨간색 베나사리를 입겠다고 했어.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나는 네 생각만 했어. 내가 실수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면서. 아직 약간 시차가 있었고, 우리 둘이 함께 먹던 음식들과 좋은 커피와 와인이 너무 먹고 싶었어. 트라이앵굴라 공원에 있는 부모님의 아파트로 돌아오면서,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난 바보처럼 네 얼굴을 찾았어. -<뭍에 오르다>, p.400

아, 너무 숨막히지 않나.. 아 숨이 막힌다. 너무 좋아서 숨이 막혀.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난 바보처럼 네 얼굴을 찾았어. 이거 안해본 사람 없지 않나요? 아 숨막혀..

줌파 라히리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축복 받은 집》에 실린 단편 〈섹시〉도 무척 좋다.


아, 좋은 단편들에 대해 얘기하노라니 너무 좋구나.

내친 김에 올해를 정리하는 페이퍼를 써볼까 하는데, 나에게 에너지가 남아 있을 것인가. 두둥- 

쓸까말까 쓸까말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움화화핫.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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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12-24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피츠제럴드와 이승우 두 이름은 알겠어요 여전히 많이 읽으시고 경험과 책에 대한 감상을 잘 버무려 정리하시는 대단함에 저의 요즘 게으름이 부끄러워졌네요 건강하시고 Merry Christmas!

다락방 2020-12-24 11:39   좋아요 1 | URL
열심히 읽는 걸로 하면 트랜님이 저보다 이천배쯤 열심히 읽으시는 것 같은데요. 운동도 마찬가지고요!!

가끔 게으름도 피워야 우리가 그 다음 걸음도 찬찬히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요, 새해에도 이곳에서 종종 뵙도록 해요, 트랜님!

2020-12-24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2-2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마와 코쉭에 연작 두편은 영화로도 제작되길 바랬는데
전혀 소식이 없으요 ㅋㅋ
이페이퍼는 다락방님인 강추 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특집 단편소설‘
저는 문동에 프리먼 작품 번역 출간 해달라고 조르는 메일 썼어요 ㅋㅋ
그럼, 다락방님 이만,
*´¨) ★
¸.·´¸.·´¨) ¸.·*¨)
( ¸.·´ (¸.·´ .·´
( ´¸.★Merry Christmas★

다락방 2020-12-24 11:41   좋아요 0 | URL
영화로 제작되어도 너무 좋을 것 같네요. 아, 헤마와 코쉭 이야기 너무 좋아요 ㅠㅠ
문동이든 현대문학이든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스콧님, 메리 크리스마스!

잠자냥 2020-12-24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ㅈㅈㄴ 입니다. ㅋㅋㅋㅋㅋ
이런 페이퍼 정말 재밌어요. 저도 쓰고 싶다........... 그런데 오늘 왜 일이 많은 거죠? 주르륵..ㅠㅠ
심지어 올해 허접했던 책도 쓸 예정인데... 예정인데 오늘 일 많다.ㅠㅠㅠㅠㅠㅠㅠ 주르륵.....

이승우 <일식에 대하여> 대학 때 읽고 그 뒤로 전 이승우 안 읽었는데(종교적이라 싫었던 모양입니다....) 다락방 님이 애정하는 거 보니 요즘 다시 읽어볼까 싶어지네요.

좋았던 단편은 저도 꼭 쓸게요....조만간. ㅋ

단발머리 2020-12-24 10:25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페이퍼 기다릴 사람 많겠지만, 저도 기다립니다. 잊지 마소서!!!!!

다락방 2020-12-24 11:42   좋아요 1 | URL
안녕하십니까 ㅈㅈㄴ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렇게 긴 페이퍼를 쓰고서도 또 올해를 정리하는 더 긴 페이퍼를 썼네요. 덕분에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이 홀랑 날아가버렸어요. 페이퍼 두 편에 날아간 오전.. 샤라랑~ 그러나 후회는 없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의 올해 허접한 책 리스트 너무 기대됩니다. 좋았던 단편에 대한 것도요. 아아, 그렇지만 그 페이퍼가 올라오면 아마도 제가 또 책을 마구 사들이겠죠? 아니다, 어쩌면 이미 다 샀을지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승우 소설에서 풍기는 그 종교적 색채가 싫지 않더라고요. 제가 비종교적인 사람이라도 말이지요. 저는 이승우 소설이 너무 좋습니다 잠자냥님.

아무튼 열일 하셔서 후딱 일 해치우시고 페이퍼 써주세요. 단발머리님과 함께 턱 괴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훗. 꽃받침~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0-12-24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맨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내려오는데, 이디스 워튼과 줌파 라히리 나올 때가 됐는데... 했단 말이지요. 똭! 나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페이퍼 너무 좋아요. 전 좋아하는 이승우 작가님 단편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피츠 제럴드 단편이 눈에 들어오네요. 저도 단편보다 장편이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이들 있습니다. 올해 정리 페이퍼도 쓰려했으나... 가능할 것인가 ㅠㅠㅠ

다락방 2020-12-24 11:4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은 정말 저를 너무 잘 아시는군요. 이디스 워튼과 줌파 라히리가 빠질 수 없죠, 아무렴요. 후훗. 너무 좋아합니다. 줌파 라히리. 줌파 줌파 줌파 만세!! ㅋㅋㅋㅋㅋ

피츠 제럴드 별로 안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오래전에 단편은 그 누구도 피츠제럴드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어떻게 피즈체럴드를 이기냐, 했는데 그 뒤로 이기는 단편들을 이렇게 수두룩하게 읽게 되었네요? 크-

단발머리님, 정리 페이퍼 써주세요. 저도 방금 이 단편 페이퍼 말고 2020년 정리 페이퍼를 썼답니다? 그러니까 단발머리님도 쓰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0-12-2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장바구니 터지겠지만 일단 다 쓸어담겠습니다. ㅋㅋ 특히 이승우 <고산지대> 당장 읽고 싶어지네요. 다락방님 메리크리스마스!

다락방 2020-12-24 11: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승우를 읽고 블랑카님이 어떤 글을 풀어내실지 진짜 너무 기대됩니다. 기다려져요.

블랑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새해에도 여기에서 종종 만납시다, 블랑카님!

붕붕툐툐 2020-12-2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싶은 책에 담아놓았어요~ 글을 너무 읽고 싶게 쓰셔서 관심이 확 갔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20-12-25 13:51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님, 여기 올려둔 단편들은 정말 뛰어난 단편들이니만큼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후훗. 메리 크리스마스!!

2020-12-30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0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0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에는 총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제일 처음 <엄마의 반란>은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인데, 그건 아마 지금의 내가 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아내가 남편의 허락 없이 하는 행동 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던데 이 야기는 그 당시엔 꽤 놀라운 게 아니었을까.


결혼전부터 새집을 지어주겠노라 약속했던 남편은 둘 사이에 태어난 딸이 시집갈 나이가 되도록 아내의 집에 대한 요청을 무시하며 또 하나의 창고를 짓고 소를 산다. 아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여. 이에 빡친 아내는 남편이 며칠 집을 비운 틈을 타 모든 집안 살림을 새로 지은 창고로 옮겨 집보다 더 좋은 창고에서 새 살림을 꾸리고자 하는데, 이에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남편에게 허락도 안받고 저게 뭐하는 짓이여..보다 못한 동네 목사가 이 아내를 찾아오는데, 이 때의 아내는 이제 더이상 참지않긔! 두려울 것이 없다!



"목사님의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만, 사람 간에도 서로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지요. 저는 수십 년 간 교회에 다닌 사람입니다. 저도 심신이 멀쩡한 사람이니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저는 신을 믿고 살 테니, 신이 아닌 분들은 제게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엄마의 반란>, p.34-35



이 목사의 '선의'는 순전히 자기 기준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이 책에 실린 마지막 단편 <엇나간 선행>과도 통한다. <엇나간 선행>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매가 나오는데, 집은 오래되고 낡았으며 한 명은 시력을 잃었고 한 명은 귀가 잘 안들리고 무릎 관절이 나갔지만, 그들은 그들이 수확한 얼마 안되는 농작물로 끼니를 해결하며 사는 이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거다. 시력을 잃은 동생은 그런 삶 중에서 가끔은 빛을 느끼기도 하면서 행복하다 여기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더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더 좋은 음식과 더 좋은 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면서, '그들을 위해' 도움의 집으로 이들 자매를 '싫다는데도' 데려가는거다. 그곳의 음식의 질은 자매들이 평소에 해먹던 것보다 나았고 그곳에서 제공해주는 옷도 그러했지만, 그러나 이 자매는 그곳에서 행복하지 않고 겉돌며 내내 그들의 초라한 집에서 살았던 생활을 그리워한다. 그 때는 빛이 보일 때도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빛이 보이지 않노라고 얘기한다. 저렇게 작고 낡은 집에서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 삶보다 이쪽의 삶이 더 나을 것이다, 라는 것은 누구의 기준일까. 제목 그대로 '엇나간' 선행을 보여줌에 다름 아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볼 때면 '반다나 시바'의 에코 페미니즘이 생각난다... 개발되지 않은 곳에 사는 삶은 불행해, 개발해야 해!!)



<갈라 드레스>는 가난해서 외출복을 별로 갖지 못한 자매가 굳이 외출해야 할 때에는 하나 있는 드레스의 레이스 장식을 바꿔가며 번갈아 입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웃집의 가난한 다른 아가씨는 그들의 그 드레스가 너무 부럽고. 자신들의 하나뿐인 드레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걱정하는 자매와 그 드레스가 부러운 다른 여자가 나오는데, 미묘한 심리, 그러니까 시기와 질투에 이어서 죄책감까지 이야기속에 드러난다.



가장 압권인 이야기는 세번째 단편 <뉴잉글랜드 수녀> 였다. 와, 이 이야기는 읽을수록 흥분하게 되는데, 이거 뭐야 진짜, 너무 좋으네. 그러니까 혼자 사는 여성 '루이자 엘리스'는 자신이 혼자 있을 때에도 자기만의 격식을 차리고 자기만의 루틴이 있으며 자기만의 룰이 있다. 자기 혼자 차를 마실 때에도 도자기 그릇을 꺼내놓고 자기를 잘 대접하며, 바느질용 앞치마와 손님 접대용 앞치마가 따로 있다. 책들이 놓이는 순서도 따로 정해져있어서 그것이 어긋나면 살짝 불쾌해지곤하는데, 그녀의 집에는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남자 '조 대깃'이 있다. 조 대깃은 루이자의 룰을 '뭘 그것가지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루이자는 그런 그의 태도에 살짝 날카로워지는데, 딱히 다정하지도 좋아보이지도 않는 그들의 관계는 무얼까, 왜 굳이 찾아드는걸까, 했더니 알고보니 이들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거다. 응? 약혼한 사이라고? 그런데 사이가 왜 이래? 어색 폭발인데, 딱히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도 그럴 것이 아아, 이들의 결혼 약속은 15년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15년전에 이루어졌는데 내내 결혼을 안하고 있는 거라면 서로 익숙해지고 어쩌면 지겨워졌을만도 하지만, 그런데 15년전 결혼을 약속하고서는 조 대깃은 아아, 돈을 벌러 호주로 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근에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15년 전에 약혼했으나 14년간을 떨어져 있었던 것. 그렇게 조는 호주에서 돌아왔고, (아아, 호주여...갔다면 돌아오는 것이여... 호주에는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알았냐) 이제 돌아왔으니 그녀랑 결혼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는데, 14년간 떨어져 산 그들이 오래전의 시작되던 그 사랑 다시 퐁퐁 샘솟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고 내심 가슴속에 서로 어떤 압박감.. 이 쌓여가는 것이다.



두 사람은 15년 간 이어온 교제 기간을 끝내고 한 달 후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15년 중 14년 동안은 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편지 교환도 거의 없었다. 조는 돈을 벌기 위해 호주에 갔고, 돈을 벌 때까지 십 수년 세월을 호주에서 살았다. 돌아오는 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줄 알았다면 50년을 더 그곳에서 머물거나, 아예 루이자와 결혼할 생각을 버리고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돈은 14년 만에 다 모였고, 이제 조 대깃은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준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뉴잉글랜드 수녀>, p.79



우리의 루이자는, 그 시간동안 혼자 지내면서 나름 혼자 지내는 방법을 터득했고 또 익숙해져서 평온하기까지 하단 말이야. 그런데 이제 얼마 후면 저 남자랑 결혼해서 살아야 하다니, 아아 돌아오다니, 어쩐지 쫌 실망이네...라고 나름의 삶에 길들여진 루이자는 생각한다. 답답하다, 그리고 시어머니 될 사람은 나랑 타입이 맞지 않아서 나에게 잔소리 할텐데, 아아, 루이자는 답답해.. 답답합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안한다고 하면 조 대깃은 상처받겠지, 우리 15년 된 사이잖아, 떨어져 있다가 돌아와서 약속을 지키려고 하잖아, 아아, 그렇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새삼 그녀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평온하고 행복했는지를, 그 고요한 삶에 조 대깃이 찾아들어 깨지고나서부터 깨닫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오, 삶이여, 오, 혼자 익숙하고 안락한 삶이여, 오, 나의 평온이여!



루이자 엘리스가 자기만의 권리를 팔아버렸거나 자기가 누리는 유일한 만족이 흔들림 없이 계속 유지됐다면, 지금도 그것의 가치를 전혀 몰랐을 것이다. 평온과 평안은 이제 그 자체로 루이자의 특권이 되어 있었다. 루이자는 하루하루가 묵주 알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부드럽고 흠 없고 순수하게 오랫동안 계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사함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뉴잉글랜드 수녀>, p.96




아 너무나 짜릿한 소설이었다. 루이자는 루이자대로 실망하고 답답했지만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자 했던 조 역시 조 대로 자신의 사랑이 다른 대상으로 옮겨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걸 느끼는 자신의 마음도 갈등에 갈등을 거친 것이야. 조 역시 마찬가지로 그러나 나를 기다려준 이 여인, 이 여인을 저버린다면 너무 큰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하고는 내적 갈등 오지게 폭발하면서 지내고 있었단 말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모두에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아아, 너무나 짜릿한 이야기인 것이다.



나는 14년의 기다림을 생각한다. 14년의 기다림. 어느 순간 그 기다림은 내가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렇게 14년이 흘러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드디어 그 사람이 나타났구나, 하는 안도감과 행복함, 벅참 대신, 루이자에게 '어?'  이런 감정 찾아왔고... 그녀에게는 14년 만에 나타난 약혼자보다 그녀 혼자만의 삶이 더 소중했음을 그녀는 느끼게 된다.


나는 기다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상대를 원하고 기다리다가 결국 상대에게 닿는 이야기라면 그것이 1년4개월이든 14년이든 54년이든 좋아한다. 나는 뚜벅뚜벅 한 방향을 향해 걸어가다가 결국은 목적지에 닿는 이야기를 진짜 너무너무 좋아한다. 결국은 삶이란 그러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기다림은 선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어떤 기다림은 분명 선일 것이었고, 그 기다림은 궁극의 행복을 줄거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루이자와 조 대깃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기다림이 반드시 선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까 모든 기다림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14년이 너무 길었던걸까? 14년간 그들이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신의를 지키다가 뒤돌아서야 했을까? 그 시간이 문제인걸까? 아니면 애초에 그 사랑은 그렇게까지 컸던 건 아닌걸까? 운명의 상대가 아닌걸까? 여러가지 생각해보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들의 삶에는 15년 전에는 그런 만남이, 그리고 그런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리고 14년간의 보지 않음이 필요했을 것이다. 만약 루이자가 루이자가 아니고 조 대깃이 조 대깃이 아니었다면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펼쳐졌을 지도 모른다. 루이자가 루이자가 아니었다면 조 대깃이 있는 호주로 자기도 훌쩍 날아가 함께 돈을 벌다 돌아올 수도 있고 함께 돈을 벌며 그곳에서 정착했을 수도 있다. 조 대깃이 조 대깃이 아니었다면 그곳에서 수시로 루이자에게 편지를 띄워 애시당초 싹텄던 사랑에 더 불을 지폈을지도 모르고 조 대깃이 조 대깃이 아니었다면 돈을 모으는데 14년이 걸리는 대신 3년이 걸려서 돌아와 루이자 옆에 안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은 루이자가 루이자이며 조 대깃이 조 대깃이기에 부질없는 가정이 된다. 루이자는 루이자고 조 대깃은 조 대깃이다. 그들은 15년전 사랑을 했고 14년간 떨어져 있었으며 이제 재회했으나 지금의 마음과 상황은 예전과 같지 않다. 그들은 그들에게 상대가 아닌 다른 더 소중한 것 혹은 소중한 사람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상처받을까봐 내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역시 선이 아니라는 거다. 만약 루이자가 상대의 상처를 걱정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조 대깃 역시도 그러한 마음의 상태라 걱정했으니, 그들은 예정대로 결혼했을 것이고 그 결혼은 설레이거나 행복함 대신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게 됐을 것이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에도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할 것이다. 나는 별로 이걸 원하지 않지만 '상대가' 상처받겠지? 라는 결정은, 상대의 마음을 추측한 것일 뿐더러 나에게도 행복한 일이 아니다. 상대의 상처를 걱정하다 내리는 결론에서는 최소한 내가 힘들고 어쩌면 상대 역시 힘들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이런것이 아니다, 라고 결정을 내린다면 일단 내가 행복해지고, 억지로 무언가를 견뎌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인해 상대에게도 처음은 상처가 될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상대에게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될것이다. '저 사람 나랑 억지로 사네'라는 걸 깨닫는 순간 상대의 마음은 얼마나 지옥이 될 것이란 말인가.



'메리 E. 윌킨스 프리먼'의 소설 속에서 여자들은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행복한 걸 선택한다. 특히나 <뉴잉글랜드 수녀>는 너무너무 좋다. 으앗 너무 좋아. 너무 좋아서 필사하다가 손가락 아파서 때려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어떤 결과가 펼쳐지든 간에 루이자가 조 대깃을 그 오랜 시간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자신의 탄탄한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정해놓은 자기만의 삶에 대한 룰과 자기 존중. 그것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기다리는 순간이 안타까움이나 지침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 평온과 평안으로 채워졌다. 역시 누구를 기다리든 아니든 내 삶을 단단히 채워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루이자도 나처럼 일상의 천재쯤 되는 것 같다. 아 진짜 루이자 얘기 백번 읽으세요, 여러분.. 루이자 만세 만세 만만세여. 루이자 행복하자!!





지난 토요일에는 푸코 책을 읽는 멤버들이 줌으로 모임을 가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누가 다락방이게요~~~~~~~~~~~~~~~~~?


나는 줌으로 이렇게 모이는 게 살면서 처음이라 참여하는 호스트가 아닌 게스트이면서도 참여에 버벅 거렸다. 음소거 버튼을 눌러, 영상 눌러 하는 식의 요청에 도대체 어디에서 뭘 누르라는거야.. 버벅거렸다. 어쨌든 그렇게 생애 처음 줌모임을 가져봤는데,



다가오는 주말에 아빠 생신이라 예정대로라면 온식구가 모이기로 했었다. 그러나 5인이상 모임 금지 결정이 있기도 했고 매일 하루 천명씩 확진자 나오는 통에 조카들도 어려, 올케는 임신했어...우리는 그렇다면 우리 이번 가족 모임 줌으로 할까, 여동생이 제안해왔고 그래 그러자! 하면서 어제 처음 테스트를 해봤다. 부모님과 함께 있는 내가 호스트가 되기로 했는데 어휴, 어려웠어 ㅠㅠ 그렇게 초대했는데 남동생이 내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못들어오고 버벅대는거다. 반면에 초딩인 나의 조카들은 능숙하게 들어와서는 못들어오는 제삼촌을 답답해하며 ㅋㅋㅋㅋㅋㅋㅋ 전화해서 삼촌 화면을 터치해, 그거 눌러, 이러면서 막 알려주는 거다. 아아, 세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요... 결국 늦은 밤에 우리는 줌으로 만나는 걸 성공했다. 이대로 금요일에 다시 만자하 약속하였다. 아 조카들 너무 사랑해. 알러뷰 뿅 ♡




내게는 몇해전부터 동경하던 분이 있다. 동경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존경이라고 표현해야할지 아무튼 너무 좋고 친해지고 싶은 분인데, 나는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고 빠심 같은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러니까 나는 나 말고 그렇게 막 사람들 좋아하고 그러지 않지만, 그러다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오래 좋아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며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상대가 반드시 내 사랑을 알게끔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그분은 내 존재를 알고 계시긴 했지만, 그러나 우리가 막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이 이런거 아니었고 그런데 너무 만나고 싶어서, 내내 벼르다가 며칠전에 큰맘먹고 코로나 안정되면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다. 나는 거절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오히려 내게 맛난 걸 사준다고 답을 해주셔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뇨아뇨 제가 사드릴게요, 이러면서 그 답이 왔다는 사실에 기뻐하였고 ㅠㅠ 눈물날 만큼 좋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이 일이 어제 하루 나를 버티게 해주었다. 불쑥불쑥 생각나서 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이렇게 되었고,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서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오랜만이라 짜릿했다. 코로나 빨리 사라져랏! 얍!!

나는 좋아하는 사람 오래 기다리는 사람이고 기어코 기다리는 사람이고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사람이다. 코로나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쯤은 할 수 있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일도 없겠지, 내게는... 하하하하하.

그럼 안녕!




두 노파는 연인이 있어본 적이 없었고, 늘 이성을 끌어당기기보다는 배척했다. 단지 그들이 가난하고 평범하고 매력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변에는 그럭저럭 어울릴 만한 하자 많은 남자들이 많았다. <엇나간 선행> - P102

그날 밤 철저히 혼자가 된 루이자는 조금 울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루이자는 자신이 영토를 뺏길까봐 노심초사하다 마침내 안전하게 되찾은 국왕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뉴잉글랜드 수녀>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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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추면 선물 있어요?? 안 그럼 안 할래용. ㅎㅎㅎㅎ

다락방 2020-12-22 09:55   좋아요 0 | URL
음... 맞추면 선물을 뭘로 드릴까요? 댓글 다섯번 다는 걸로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0-12-22 09:56   좋아요 0 | URL
10번으로 하면 할게요. 🤣🤣🤣🤣🤣

다락방 2020-12-22 09:59   좋아요 0 | URL
에잇, 기분이닷.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그래요, 열번으로 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0-12-22 10:17   좋아요 0 | URL
제 답이 틀릴 확률이 꽤 높으니까 선물을 일단 높게 잡은 거에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님은 제 생각에 <육체의 고백>을 들고 계실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두근두근)

다락방 2020-12-22 10:2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정답입니다! 상품으로 라로님은 다락방의 댓글 열개를 받으시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얼굴도 안나왔는데 그냥 책으로 추측하신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육체의 고백을 제가 들고 있습니다!!

scott 2020-12-22 14:44   좋아요 0 | URL
아! 라로님이
저보다 정답을 일찍 맞췄네요 ㅋㅋ

푸코 푸코 ㅡ.ㅡ

잠자냥 2020-12-22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뉴잉글랜드 수녀‘ 이 작품 때문에 프리먼한테 반했다는 거 아닙니까. 반할만 하죠?
현대문학단편선에서 프리먼 작품 다 모아서 내주면 좋겠어요. ㅎㅎㅎ

그나저나 푸코 모임에서 왜 다들 책을 안 읽고 들고만 있어요? *들고*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2 10:0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너무 좋더라고요. 첫번째 두번째 단편 읽을 때는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는데 <뉴잉글랜드 수녀>가 진짜 너무 좋은거에요. 프리먼 작품 따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잠자냥 님 말씀처럼요. 뉴잉글랜드 수녀는 압권입니다!! 너무 좋아요 ㅠㅠ 헤어지고나서 왜인지 모르게 살짝 눈물이 났지만 이내 해방감 느끼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아 짜릿해..

저 날 푸코 모임에서 저렇게 책 ‘들고‘ 사진 찍은 게 우리가 푸코에 대해 한 전부였습니다.............. 그럼 이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22 10:12   좋아요 0 | URL
샬럿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처럼 프리먼에겐 <뉴잉글랜드 수녀>가 압도적 대표작인 거 같아요.

다음 모임 땐 푸코 책을 펼치고 읽는 모습으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2 10:15   좋아요 1 | URL
<뉴잉글랜드 수녀>는 정말 너무 짜릿해서 널리 읽혀야할 작품인데 어째서 프리먼의 작품이 번역된건 어딘가에 포함된게 전부인걸까요? ㅠㅠ
이 책에서 제일 좋은건 <뉴잉글랜드 수녀>고 그 다음이 <엇나간 선행>이었어요. 아 뉴잉글랜드 수녀 너무 좋아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아마도 시리즈 영향이겠지만, 어쩐지 ‘이디스 워튼‘의 <로마의 열병>도 생각나더라고요. 로마의 열병도 진짜 좋았는데요. 아, 좋은 단편 왜이렇게 많아요, 잠자냥 님? 물론 <누런 벽지>도 정말 짱이죠!! >.<

잠자냥 2020-12-22 10:55   좋아요 0 | URL
제가 찾아본 바로는 프리먼 단편만 60개는 있네요.

참조 https://americanliterature.com/author/mary-e-wilkins-freeman

아아 현대문학이여 제발 다락방과 잠자냥의 목소리를 들어라~~~~~ ㅎㅎㅎ

다락방 2020-12-23 13:33   좋아요 1 | URL
좀전에 현대문학 출판사에 가서 프리먼 단편선 추가해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 보내고 왔습니다.
답변이 온다면 오는대로 알려드릴게요, 잠자냥 님.
좋은 작가의 단편은 계속 소개되어야 합니다!!

잠자냥 2020-12-23 14:15   좋아요 0 | URL
출간되면 다락방 님께 그 한 권을 땡스투로 ㅎㅎㅎㅎㅎ

scott 2020-12-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ㅋㅋㅋㅋ
이 리뷰 올리 시길 기다렸는데 ㅋㅋㅋ
[루이자는 하루하루가 묵주 알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부드럽고 흠 없고 순수하게 오랫동안 계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사함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루이자 자신만의 삶의 기준 평온한 마음, 미래를 향한 긍정적 생각이 14년에 세월을 견디게 했나봐요
마르케스에 콜레라 시대 사랑에서 플로렌티노가 페르미나의 남편 우르비노 박사의 장례식 때, 51년 9개월과 4일을 기다려온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잖아요 ㅋㅋ
마르케스에 이책을 읽은 지인들이 이런 사랑 반백살이 넘도록 누가 기다리냐고 소설속에 이야기라고 했는데 마르케스 외할머니 전 남친이랑 55년만에 만나 죽을때까지 꿀떨어지게 사랑했데요 ㅋㅋㅋ


*마지막 반전

푸코,푸코,풋코,,,,,, ,,,,,풋콩 ㅋㅋㅋ
‘육체의 고백‘을 들고 계신분이 다락방님일거라 ㅋㅋㅋ 추측

아버지 생신 축하드리고 가족들 모두 화목, 단란,

.:☆*:・‘(*⌒―⌒*)))

다락방 2020-12-23 13:35   좋아요 1 | URL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제가 답글 쓰면서 저도 모르게 코로나 시대라고 오타냈었네요. 지우고 다시 콜레라로 씁니다. 하핫. 콜레라 시대의 사랑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요, 벌써 오래전의 일이네요. 오늘 스콧님의 댓글 읽고나니 콜레라시대의 사랑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다시 읽으면 어쩐지 또 새로운 감상이 저에게 찾아들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읽어봐야지. 사두고 안읽은 책이 수두룩한데 왜 다시 읽을 책들까지 생기는걸까요. 독서란 정말이지 알 수 없어..

루이자의 단편이 너무 좋아서 내친김에 단편에 대한 페이퍼를 하나 쓰자고 어제부터 생각했는데 제가 오늘 출근하자마자 정신없이 일하는 바람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육체의 고백이 저 맞습니다. 엣헴 ㅋㅋ

blanca 2020-12-2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족 생일 모임을 줌으로. 이것 괜찮네요. 저도 한번 해볼까요? 조카들 ㅋㅋ 귀여워요. 그리고 코로나 끝나고 만나게 될 그 분 너어무 궁금하다.... 내 마음도 갑자기 설레는.ㅋㅋㅋ 더 얘기 듣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20-12-23 13:36   좋아요 0 | URL
조카들 너무 귀여워요. 아 조카는 왜이렇게 귀여운건가요, 블랑카님? 조카들의 존재를 보노라면 제가 전생에 지구를 구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코로나가 끝나야 그 분을 뵐 수 있을텐데, 저도 그분과 보자고 말해두고서는 그 일만 생각하면 걷다가도 설레이고 그렇습니다. 얼른 코로나 끝나서 그 분과 만나고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눈 뒤에 그 후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곳에 얘기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헤헷.
설레이는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정말 좋은것 같아요, 블랑카님 ㅜㅜ

단발머리 2020-12-23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대출했다가 한 장도 안 펴보고 반납했거든요 ㅠㅠ 그런 과거의 저를 원망합니다.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참, 근데 푸코 그 분들 왜 책을 들고’만’ 있나요? 저도 잠자냥님처럼 그게 쫌 궁금하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0-12-23 13:37   좋아요 1 | URL
아아 단발머리님. 이 좋은 단편을 어째서, 왜.. 정말 좋습니다. 이 단편은 놓치시면 안됩니다. 저는 방금 현대문학에 가서 현대세계문학단편선에 프리먼, 이 작가를 추가해달라 이메일도 보내두고 왔습니다. 특히나 <뉴잉글랜드 수녀>는 압권입니다, 단발머리님. 살면서 꼭 만나야 할 단편이 있다면 바로 이 단편입니다. 너무 좋아요 ㅠㅠ

저 푸코 들고 출근했는데 너무 무거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욕했어요. 푸코는 뭐랄까..이래저래 욕먹을 짓만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0-12-24 00:07   좋아요 0 | URL
그무거운 푸코를 ㅋㅋㅋ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다락방님이 강력 추천하신 ‘뉴잉글랜드 수녀‘를 읽으려고 정말 정말 마지막 주문을 했습니다.ㅋㅋㅋㅋ

내일 크리스 마스 이브
푸코를 잠시 옆에 내려놓고
다락방님 가족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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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tmas


다락방 2020-12-24 11:38   좋아요 0 | URL
이놈의 무거운 푸코를 빨리 읽어야 그만들고 다닐텐데요. 으.. 읽기 싫어.
뉴잉글랜드 수녀는 너무 좋은 단편입니다, 스콧님. 주문하시길 잘하셨어요!

스콧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유부만두 2020-12-24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나 ‘엄마‘ 너무나 ‘반란‘이라 영 손이 가질 않았는데... 표지와 제목에도 좋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단 말이군요. 그럼, 역시 올해의 책 구매는 계속 되겠군요. 영차.

다락방 2020-12-24 11:38   좋아요 0 | URL
표제작인 <엄마의 반란>보다는 <뉴잉글랜드 수녀>와 <엇나간 선행>이 특별히 좋아요. 너무 좋습니다, 유부만두님.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