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페미니즘 - 여성의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완전한 자유
낸시 홈스트롬 엮음, 유강은 옮김 / 따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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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이라고 다 읽는게 힘든건 아니지만 이 책은 진짜 힘들었다. 넘기고 넘겨도 끝이 날것 같지 않아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른다. 1장을 읽었을 때 저자의 의견에 꼭 동의하는 건 아니여도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오오, 이 책 좋아! 했는데, 역시 끝까지 읽어봐야 하는 거였어.


사람이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 다음 반응이 뒤따른다. 감정표현이든 생각 표현이든 뭐든 그렇다. 내가 너를 좋아해, 라고 말했을 때 상대는 내게 '나도 너 좋아해' 라고 말할 수도 있고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라는 리액션이 뒤따를 수 있다. 누군가 내가 쓴 글에 댓글로 반박하거나 혹은 공격한다면 그건 내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글을 썼기 때문에 댓글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내가 내 생각을 말하는 것 혹은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상대로부터 반드시 동의나 공감을 받는 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부터 너는 틀렸어까지, 올 수 있는 것들의 종류는 내가 기대한 것과 완전히 다를 수있다.


'낸시 홈스트롬'이 엮어낸 이 책, 《사회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여러명의 저자들이 각자의 글을 써냈기 때문에, 자기의 경험에 의지해 쓰거나 자기가 겪어낸 삶에서 온 통찰로 쓴 글들도 있지만, 다른 이의 저작들을 읽고 써낸 것들도 있다. 그래서 어떤 저자들은 안드레아 드워킨을, 캐서린 맥키넌을, 캐슬린 배리를 비판한다. 그들은 잘못됐다 부터 혹은 그들은 무언가를 놓쳤다 까지. 어떤 어조는 강경하고 어떤 어조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전에 드워킨과 맥키넌과 캐슬린 배리의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그 모두의 책을 전부는 아니어도 한 권씩은 읽었었고, 게다가 그들이 쓴 글에 매우 동의하고 공감하는 바, 비판하는 글에 대해서 '나랑 결이 다르군' 할 수 있었는데, 이것 역시 비판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떤 저자는 '반다나 시바'가 잘하기만 한게 아니라고, 그녀는 분명히 놓친게 있다고 비판하는데, 그 다음장의 저자는 이런 데는 반다나 시바가 최고라고 끌고 온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든, 우리가 입 밖으로 생각과 감정을 내뱉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뭔가 덧붙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던 바였지만 이 책으로 더 훅 깨닫게 되었다. 반다나 시바에 대해서라면, 나는 반다나 시바의 몇 안되는 글들을 인상적으로 읽었었고 그래서 또 사두기도 한터라, 드워킨을, 맥키넌을, 배리의 편에 마구 싶었던 것처럼 무조건적 지지를 하게는 안되었고, 오 그래? 그렇다면 반다나 시바를 나도 좀 더 읽어봐야겠다,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재미로 읽는다는 것은 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인듯 하지만 어쨌든 재미 없다. 재미 없다고 해서 의미도 없는 건 아니다. 물론 내 마음에 찰싹 들러붙거나 흥분을 일으키는 저자도, 글도 없었지만, 이토록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하고 써낸 글을 만난 것은 좋았다. 멕시코와 인도의 여성들의 페미니즘 관련 글을 그동안 자주 접하지 못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짧게나마 만날 수 있었던 거다. 더 많은 여성들이 세계 곳곳에서 부지런히 자기의 생각과 글을, 관찰하는 현재를 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쪽은 아닌 것 같다. 완전히 다르거나 한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 기우는 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하는 것은 드워킨과 맥키넌과 배리여...


이 책 완독하느라고 최근 며칠간 평소보다 늦게 자서 지금 매우 졸리지만 결국 다 읽었으므로 후회 없다.. 브라보 내 인생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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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31 0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다락방님!👍👍👍👍책읽으러 슝~333333

다락방 2021-03-31 08:53   좋아요 2 | URL
저 이거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너무 초딩이 쓴 리뷰 같아서 그렇게 댓글 달려고 들어왔는데 댓글이 세개나 달려있어서 당황했어요. ㅋㅋ
미미님 화이팅. 완독으로 고고씽!! 빠샤!!

수이 2021-03-31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동안 저도 아직 어느 쪽이다 라고 확실히 말할 정도는 아닌데 그럼에도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내 결과 다르구나 하고 느꼈어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월에는 집중해서 읽을 수 있기를!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 2021-03-31 08:54   좋아요 2 | URL
저는 급진주의 페미니즘 비판할 때마다 뭔가 으르렁 거리게 되어가지고 ㅋㅋ 아 이 책 나랑 결 다르네 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
4월 도서도 읽어봅시다, 힘차게. 빠샤!

새파랑 2021-03-31 0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 서점에서 보고 두꺼워서 기겁한 기억이... 그래서 더 뿌듯하실듯~!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1-03-31 08:55   좋아요 1 | URL
제가 이거 3월 안에 완독하느라고 마지막 며칠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들고 읽었거든요.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고생을 사서 하는지.. 젊어 고생은 물론 늙어 고생도 당연 피해야하거늘, 내 삶은 왜이러는가... 했습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으하하하하.

다락방 2021-03-31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써놓고 나니 초등학생이 쓴것 같은 글이네요? 할 수 없다.. 이것도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3-31 09:00   좋아요 1 | URL
엄청 똘똘한 초등학생인데요? 전그럼 유치부ㅋㅋㅋㅋㅋ다시 슝3333333

다락방 2021-03-31 09:37   좋아요 0 | URL
제가 초등학교(국민학교) 때는 참 똘똘한 아이이긴 했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똑순이‘ 라고 불러주셨죠.... 그런 일이 있었는데...언제부터 이렇게 된건지...............(먼 산)

수이 2021-03-31 09:38   좋아요 0 | URL
저도 유치부-.-

청아 2021-03-31 09:42   좋아요 0 | URL
(완독전 마지막댓글..부릅!)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님이 젤 고학력자!😉

다락방 2021-03-31 09: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고학력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똭 기다려요, 제가 뉴욕대 다녀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학력의 끝판왕 찍겠습니다!!

수이 2021-03-31 09:48   좋아요 1 | URL
유치부는 초딩 따라 뉴욕대 유치부로 따라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3-31 10:24   좋아요 0 | URL
수연님 우리 뉴욕대 강의실에서 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막 가방에서 노트 꺼내고 있으면 들어와서 인사하면서 옆에 앉아가지고 수연님도 노트 꺼내고 그래요.
그러면 수연님 노트 꺼내는 동안 내가 어제 만난 남자 얘기하고 그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3-3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로시앨리슨이 너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저랑 다른 거랑은 별개로) 너무 빠져들면 어쩌지? 하면서 읽었는데 결론은... 도로시앨리슨만 재미졌다..?ㅋㅋㅋ
락방님 대단해요! 함께 읽을 수 있었던건 역시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락방 2021-03-31 09: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도로시 앨리슨 글이 제일 좋고 제일 잘 읽혔어요. 그래서 그 뒤도 다 그럴 줄 알았지 뭐야? 낸시 홈스트롬이 부러 도로시 앨리슨 제일 처음에 똭- 위치시킨 것 같아요. 그래야 사람들이 책장 넘길 것 같아서.. ㅎㅎ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지금 또 검색했는데 알라딘 중고 나온거 없네요. 도로시 앨리슨 글 읽고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너무 읽고 싶어졌는데! 힝 ㅠㅠ

같이 읽어서 좋았고, 쟝님, 완독해줘서 고마워요!
:)

수이 2021-03-31 09:49   좋아요 1 | URL
쟝쟝님 이쁜 그림_ 페미니즘에 진심인 그 이쁜 그림 보고 아 이 사람 진심이야 어쩌지 너무 멋져 하고 반했습니다. 이쁜 그림 전 쟝쟝님과 애프터 쟝쟝님으로 제 마음 속 각인되었습니다!!

- 2021-03-31 09: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제가 얼렁읽구 가져다 드릴게요 ㅋㅋㅋ!! 수연님, 저 페미니즘에 진심이라구ㅋㅋ!!!

수이 2021-03-31 09:49   좋아요 1 | URL
진심이니까 4월에는 더 이쁜 그림으로 가는 거다?! 다들 확 놀라게 만들어버려!!!!!!!

다락방 2021-03-31 10:24   좋아요 1 | URL
쟝님. 우리 일자산에서 만날 때까지 다 읽을 수 있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3-3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30페이지 완독 축하드립니다.
에베레스트 등정하는 기분이었을듯요. ^^
전 지금 650페이지짜리로도 허덕거리고 있습니다. 숨차요. 헤헥헥

다락방 2021-03-31 11:58   좋아요 0 | URL
두꺼워도 팍팍 읽히는 책이 잇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지하철에서 들고 다니며 읽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어휴. 다 읽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만세!!
 

하지만 이처럼 ‘건강한 지역에서도 빈곤 때문에 재생산 및 성적권리가 가로막히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
바니타 나야크 무케르지Vanita Nayak Mukherjee가 어업 집단 내 여성을 상대로 생식기계 감염과 월경 · 용변 습관 사이의 연관성에 관한 질적 연구를 수행한 케랄라주가 한 예이다. 무케르지의 연구 결과는 위생시설 및 화장실 부족과 문화 속에 뿌리내린 성차별이 결합되어 가난한 여성들 사이에 생식기 · 비뇨기 · 위장 관련 질병이 악화된다는 냉혹한 이야기를 전한다. 가난과 화장실 부족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오로지 여성들만이 정숙 규범에 따른 비난을받으며, 밤을 틈타 바깥에서 몰래 용변을 볼 수 있을 때까지 방광이가득 차고 큰일을 미루는 고통을 겪는다. 언제든지 자유롭게 길가에서 소변을 보거나 해변에서 대변을 볼 수 있는 남성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게다가 생리대도, 월경 중에 생리대를 갈 수 있는 사적인 공간도
부족한 탓에 여성들은 치마 속에 더러운 속옷을 겹겹이 껴입은 채 평생을 보내야 한다. 일반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재생산 건강과 성평들을 위해서도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흔히 ‘경제기반시설’과 결부된다)이 필수적임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 P163

가정폭력에 관한 가장 종합적인 비교문화연구 중 하나에서 데이비드 레빈슨David Levinson이 밝힌 바에 따르면,
여성들이 독자적인 노동 집단을 구성한 사회에서 아내 구타 비율이가장 낮게 나타났다. 들판에서 나란히 일을 하든, 지역 시장에서 하나의 집단을 이루어 장사를 하든, 독자적인 경제적 결사체를 이루는 말이다. 레빈슨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진 노동 집단의 존재는 여성의 유대나 경제적 힘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아내 구타를 제어하거나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Levinson 1989: 58쪽). - P220

여성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완충 장치이지만, 자원이 부족하고 긴장이 격한 곳에서는 더 많은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많은 여성이 거친 남자들에게 자신의 생존을 맡긴다. 똑같이 방어용 갑옷으로무장한 이 남자들이 언젠가 여성들에게 화살을 돌릴지라도. - P224

은행이 배우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이 배우자의공격 대상이 될 이유는 없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린다고 해서 당신이 희생양이 될 필요는 없다. 남편이 아이들을 디즈니랜드에 데려갈여유가 없다고 해서 당신이 샌드백이 될 필요도 없다. 신체적·정서적학대는 흑인의 남성다움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게 아니다.
흑인 여성을 학대한다고 흑인 남성들이 상처받은 자존심을 치유하거나 존엄성을 되찾지는 못한다(26쪽). - P225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남자 형제들이다. 어린 신부는 사실상 가진 것 하나 없이 남편의 집안으로 들어간다. 부계제에서자기 자리를 확고히 하려면 아들을 낳는 수밖에 없다.
부계제는 여성이 하는 노동과 낳는 자손을 모두 독차지하며, 여성의 노동과 생산에 대한 기여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가부장적 확대가족에서 여성의 생애주기라는 것은 어린 신부일 때 겪었던 박탈과 곤경을 나이가 들어 며느리에게 통제와 권위를 행사하는 것으로 보상받는 식이다. 여성이 가족 안에서 누리는 권력의 순환적 성격과 시어머니의 권위를 물려받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여성들 스스로 이런 형태,
의 가부장제를 철저히 내면화하게 된다.
고전적 가부장제에서 남성에 대한 종속을 상쇄하는 것은 나이 든 .
여성(시어머니)이 젊은 여성(며느리)에 대해 누리는 통제권이다. 그렇지만 여성은 결혼한 아들을 통해 노년에 안정을 누릴 수 있으며, 자신이통제할 수 있는 유형의 노동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다. 여성에게 아들은 대단히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아들이 자신에게 평생 동안 효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이 든 여성은 젊은이들끼리의 낭만적인 사랑을 억제하려는 기득권을 가진다. 결혼의 유대를 부차적인것으로 유지하고 아들이 자기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젊은 여성들은 시어머니의 통제를 우회하고 가능하면 피하려고한다. 이런 고투가 이성애 유대를 어떻게 손상시키는가에 관해서는문화적으로 특수한 사례들이 있지만(Boudhiba 1985; Johnson 1983;Mernissi 1975; M. Wolf 1972), 전반적인 양상은 무척 유사하다. - P279

가족 사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 대부분이 결국 자율성을 잃고 더 전통적인 가부장 지배 형태로 재진입함을 언급한다. 이 경우 남성들은 가족 안에서 경제 자원을 전부 혹은 대부분 통제한다. "이 여성들은 일을 포기함으로써 독자적인 소득원과 여성 동료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네트워크를 잃을 뿐만 아니라 부계를 강조하는 친족 체계로 다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생산 과정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상실하며, 그 결과 노동자로서 정체성이 (심지어 자기 자신들에게도) 비가시화되는 문제가 생겨난다. - P327

그러나 전통적인 남성 중심직종에 대한 여성 고용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성들은 (피부색을 막론하고) 매우 다른 주장을 펼쳤다. 많은 여성이 가장 노릇을 계속하고자 했고, 그들에게는 편안하고 품위 있게 가장 노릇을 할 권리가 있었다. 가난한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가난한 여자들에게도 번듯한 일자리가 필요했다. 어느 이혼한 전기공은 "돈은 독립을 의미한다"고설명했다. "일자리가 있다는 건 · 남자 없이도 가족을 부양할 수있음을 뜻한다. 번듯한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지 않아도 살아갈수 있다는 말이다. - P358

"감독이 개한테 말 거는 거 봤어?" 노동자들도 눈을 열심히 돌리면서 곁눈질로 새로운 스타일을 확인하고 다림질이 제대로 안 된 구김을 눈치 챈다. "야, 옷 차려입은 거 봐라!" 여성 노동자들은 대번에 "대충 훑어볼 능력"이 있다. 어느 젊은 여성은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화장도 안 하고 무릎 아래까지 덮는 옷만 입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동료 노동자들이 옷차림이 그게 뭐냐면서 좀 꾸미고 다니라고 말하기시작했다. 여자가 말하는 동안에도 제일 친한 친구가 화장한 얼굴과손톱, 미니스커트 차림의 몸매를 다정스러운 눈길로 관찰한다. "다들외모가 중요하다고 말해요." 두 라인 아래쪽에서 일하는 또 다른 젊은 여성은 전날 늦잠을 자서 일을 빼먹었다고 털어놓는다. 머리와 화장을 하고 버스 시간에 맞추기에는 늦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일을 하러 온다는 건 남들 눈에 보이는 것이자 보는 것이고, 따라서 자기부터보아야 한다. - P377

경제적 안정이 있으면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착취에맞서 싸울 수 있고 고용주들은 노동자에게 규칙을 강요하기가 쉽지않다. 또한 경제적 안정이 있으면 여성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가정에서 남성 지배에 맞서 저항할 수 있다. - P423

매 맞는 여성이 모두 저소득층이나 복지에 의존하는 이들은 아니지만, 적절한 복지를 제공하면 여성이 위험하고 착취적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제적 발판이 될 수있다. - P423

무관심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다.
군대는 여성들에게 의존하지만, 모든 여성이 군사화를 동일하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한편으로는 남성 병사들에게 상업화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정한 여성들을 필요로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군인 가정에서 정조를 지키는 여성들을 필요로한다. - P548

군대와 정부, 일반 대중의 군 지지자들은 살아 있는 생명으로서의여성들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관념, 특히 여성성에 관한 관념 또한 필요로 한다. 남성다움의 이데올로기와 행진, 동맹, 무기 등이군인생활 유지에 중요한 것처럼, ‘타락한 여자‘, ‘애국적 모성애’, ‘부부간 정절’, ‘인종적 순수성‘, 국가적 희생, 성적 ‘체통‘ 같은 여성화된 관념들도 중요하다. 때로 군대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해방된 여성‘ 관념도 필요로 한다. - P550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피지배자들은 타자들이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구조화한 세계에 살아간다- 이 목적은 적어도 우리 자신의 것은 아니며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의 발전, 우리의 존재에까지 적대적이다. 이런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론과 실천에는 ‘서구‘가 주된 참조점이라는 암묵적인 가정"이 존재한다. 카를로스 푸엔테스Carlos Fuentes가 멕시코의 관점에서 꼬집듯이, 적어도 "북아메리카 세계는 그 활기로 우리의 눈을멀게 만든다. 우리는 당신들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보지못한다." - P653

오직 소수의 미국인(11퍼센트)만이생계부양자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두 명 이상의 아이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핵가족에서 살아간다. 여성은 전체 노동력의 45퍼센트를 차지하는 한편, 여성이 임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여성이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맡아온 종속적 역할과 관련되기 쉽다. 여성들은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임금노동에서도 타인을 돕고, 돌보고, 가르치고, 봉사하고, 청소한다. 게다가 여성들은 임금노동을 하든 안 하든 여전히양육과 집안일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 P680

그렇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미국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최대단일 집단은 군대다. 또한 부자들은 빈민들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한다. 미국은 세계 인구의 5퍼센트를 차지하면서 세계 자원의 36퍼센트를 사용한다. 미국인 1명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은일본인 3명, 멕시코인 6명, 중국인 12명, 인도인 33명, 방글라데시인147명, 에티오피아인 422명이 사용하는 양과 같다.25 외국인 혐오론에 빠진 이 ‘환경론자들’은 부자 일반, 특히 미국인의 자연자원 낭비를 줄이는 대신 인구를 줄이기를 원한다-이민자들이 환경 악화의 주된 원인이 아닌데도(아니, 유의미한 요인조차 아닌데도) 유색인 이민자들을 줄이려고 한다. - P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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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3-3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경합니다 락방님❤️

다락방 2021-03-31 07:46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엣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샬롯의 거미줄》이후로 내가 원서를 완독한 건 이번이 두번째다. 그러나 샬롯의 거미줄은 분량도 적고 성인 소설은 아니었으니, 성인 소설로 완독한 건 이게 처음인것이다. 크- 이런 날이 내게 오다니. 감개무량. 내가 원서를 완독하다니.. 물론 이건 내가 기존에 번역본을 읽었었고, 드라마도 보았었고, 또 이번에 읽으면서도 번역본 나란히 놓고 읽어서 해낼 수 있었으며, 친구들과 함께 읽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혼자서 원서 읽겠다고 건드려본 적은 수차례이나 항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었다. 알지 못하는 영어를 읽고 이해할라 치면 갑자기 스트레스가 와서 다시 번역본으로 돌아가곤 했지. 그러나 친구들과 분량과 기한을 정해두고 여기까지 읽자, 하면서는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계속 읽었고, 그런식으로 진행하다보니 오오 할 수 있겠는데? 라는 기쁨이 슬며시 차올랐더랬다. 어쩌면 원서 완독이 되겠어, 하는 긍정적인 기운이 샤라라랑~

지난주 일요일까지는 이 책의 15장까지 읽는 거였는데, 같이 읽기로 한 친구 두 명을 토요일에 만났더니, 아니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이 친구들이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는 게 아닌가. 아니, 뭐야? 나는 14장 읽고 있었는데?


그렇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영어 실력이 한참 떨어지는데다가 원서 읽어본 경험도 없었고 게다가 요즘 회사 너무 바빠서 퇴근해 집에가면 떡실신 해버려서 도저히 진도를 뺄 수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여성주의 책도 못읽고 있었는데..

그러나 친구 둘이 다 읽었다고 하자 발등에 불떨어져버려서, 어제 하루종일 밥 먹고 앉아서 읽었다. 읽고 또 읽고, 소고기 구워 와인 마신 다음에 또 읽고 그렇게 밤 열두시까지 다 읽어버렸다. 으하하하. 읽다가 중간에 웃기도 하고, 야한 부분 나오면 아이참 어떡해 어떡해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다가 나의 어떤 밤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사이먼이 나 같은 자식을 낳을까봐 두렵다고 했을 때는 눈물도 핑 돌았다.



사이먼은 분노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자기 자신을 버텨오고 스물두살에 영국을 떠나서 6년을 여행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게 28살이었고, 거기서 다프네를 만났고, 자기 아버지의 대를 끊기 위해 결혼하지 않으려했고 사랑에 빠지지도 않으려 했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고 했는데,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것. 다프네라는 여자를 만나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여태 만난 사람들(모든 여남들!) 중에서 그녀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언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동안의 삶을 지탱해온게 분노라는 것을 깨닫게 된건데, 다프네를 만나지 않았다면, 다프네가 지적해주지 않았다면, 사이먼은 아마 남은 인생도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삶의 방식은 자기 자신이 결정해야 하고 또 앞으로 남은 삶도 오로지 자기만의 몫이겠지만, 우리는 살면서 순간순간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대화를 하고 싸우기도 하고 다정하게 지내기도 하고 돌아서기도 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삶에 작게든 크게든 영향을 받는다.


사이먼은 다프네를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이 본인이 바라던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다프네로 인해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다프네는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싸우고 다투기도 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상대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자신을 가슴 아프게 했을지언정, 서로를 그리워한다. 어쨌든 이것은 로맨스 소설이니만큼, 서로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닐지언정, 일정 부분에서는 진실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서 변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은 내게 영향을 미친다.

내가 지금의 이 삶을 살아오게 된 것은 그동안 만난 다른 사람들 덕분이며 또 때문이다. 내 인생의 그 순간순간들에 만났던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 과정들이 당연히 사랑으로 혹은 우정이나 다정함만으로 가득찬 것은 아니었다. 순간순간 실망과 절망이 있었고 슬픔도 있었으며 아픔도 있었다. 많이 울기도 했고 분노로 주먹을 꼭 쥔 적도 있었다. 그 모든게 다른 사람들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너무 미워서 답답한 적도 있었고 미움으로부터 나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들은 분명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긍정적이지 못한 감정'이라고 해서 내게 긍정적이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아니다. 슬픔과 아픔 혹은 분노와 미움을 겪으면서 나는 오히려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애쓰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고, 내가 너무 고지식하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러나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누군가 사라졌던 것처럼 누군가 생기기도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해도 변화할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뉴스를 읽는 일들로도 나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안다. 이것은 내가 가진 큰 자산이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없이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침체될 뿐더러,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된다면 거기에 끌려가게 된다. 나는 나의 어떤 지점들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러나 어떤 지점들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와 다정하게 지낸 사람들이 또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울과 절망과 슬픔과 미움이 찾아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내 스스로 이겨내자는 의지에 더해 그런 내 옆에 있어주고 나를 보아주고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내 편이라는 것을 안다. 대화를 하다가 '이 사람은 그냥 무조건 내 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구나'하는 것을 느낄 때가 더러 있고, 그런 느낌은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나는 사랑도 느낀다.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네, 이 사람은 내게 애정을 갖고 있네, 하는 것을 깨달을 때면 온 몸에 힘이 솟는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지만 사랑 받을 줄도 아는 사람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다정한 관계가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그리고 더 많은 행복을 가져온다는 것도 안다. 나는 혼자이고 싶은 사람이고 혼자가 익숙한 사람이고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누군가 다가올라치면 일단 신경부터 곤두세우고 보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다정함이 흐를 때면 그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데에는 나 스스로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도 필요하다는 거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내 의지가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면 더 잘 나아갈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는데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며 내가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굳이 내 편을 만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나로 있어도, 그저 내가 나로 살아가도, 충분하다. 내가 나인것 만으로도 나는 충족감을 느낄 수 있고, 내가 내 신념대로 사는 것,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그것 만으로도 누군가는 내게 다정한 마음을 품고 다정하게 다가오며 계속 다정하길 원한다. 다정함을 받고 또 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함께 나아가는 것, 좀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것은 행복하지 아니한가.




토요일에 친구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와 이수정의 얘기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기 위해서는 굳이 나는 어떤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치 않다는 것, 그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나는 한나 아렌트와 이수정이 너무 좋다고 얘기했다. 어떤 사람이라고 수차례 말로 얘기하는 것이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결코 보장하지 않는다. 말로는 별도 달도 딸 수 있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별도 따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정말 별을 따와야, 그 사람은 별도 따는 사람이 된다.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친구들이 알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친구들이 보면, 그들이 스스로 판단을 한다. 아 너는 어떤 사람이구나 어떤 사람이구나, 하고. 나는 말보다 행동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수천개의 말로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일단 던져두는 사람이기 보다는 몇 개의 행동들로 보여주고 싶다. 나를 사랑해달라고 애걸하기 보다는, 내가 나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랑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내가 나로 충족하며 살아가면 사랑과 우정은 자연스레 찾아오고 곁에 머문다.



친구들과 만나서 사랑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어쩌다보니 나의 어떤 연애에 대해, 그 처음과 끝에 대해-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얘기했다. 친구들은 마주 앉아 내 얘기를 들으며 꺅꺅 거렸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나는 어떤 부분들을 후회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들이 너무 좋았는지 얘기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할때마다 훌쩍, 그 시간으로 돌아갔다. 슬펐을 때 슬펐고 벅찼을 때는 벅차서 말을 잇기가 힘들 정도였다. 과거를 떠올리면서 얘길 하노라면, 나는 그 순간 그 과거속에 들어가있다. 그 시간을 다시 산다. 친구들과 헤어져 돌아가는데, 오늘 이야기 들어서 좋다고 친구들이 말해서,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일어난다면, 얘기해주겠노라 말했다.

그 연애가 진행중일때, 나는 내 연애를 알고 있던, 내 연애를 보고 있던 한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지금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사랑받아서 이게 지금 끝나도 버텨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했었다. "이 연애 충분해서 나는 이 연애 끝나고 그 다음에는 연애 안하고 살아도 될것같아." 그 때 내 말을 들은 친구 역시 연애중이었고 내게 답했다. "나도 알아, 나도 그래. 나도 이 연애 끝난다면 다음 연애를 하지 않고 살아도 충분해."

그런 연애를 했었다.




금요일날 늦게까지 빵을 만드는 바람에 토요일 아침 일자산을 못갔다. 가야지, 하고 눈을 떴지만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관두자, 하고는 쉬다가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시고 집에 가서는 또 와인을 꺼내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친구들이 영어책 다 읽었대, 나만 못읽었어, 그런 얘기들 하면서 술을 마셨다. 엄마는 나에게 "네가 딸을 낳으면 그 애가 얼마나 똑똑하고 얼마나 잘날까, 너같은 엄마를 두었는데, 네가 딸을 낳지 않는게 너무 안타까워" 하셨다. 엄마, 그런 얘기는 그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 꼭 일자산 가야지, 하였지만 일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고싶지만 가기싫다...하는 마음이 되어서 침대에서 꼼지락 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꼼지락대다 거실로 나갔는데, 아아, 비가 오고 있었고..비가 오면 산에 못가지요? 나는 씐나버렸네. 움화화핫. 내 의지가 안가는게 아니라 날씨가 나를 못가게 한거야. 움화화핫. 그러나 너무 운동하지 않고 지낸 시간이 길었다. 자, 그러면 운동을 해볼까. 가볍게 요가 한 판 갈까, 하고는 매트를 깔았다. 그동안 너무 요가 안해서 한시간 빡셀것 같고, 그렇다고 이십분 하자니 너무 적은 것 같아, 40분짜리 영상을 골랐다.





오랜만에 따라하는게 힘들기는 했지만, 아, 너무 좋았다. 움직이고 땀이 나는 모든 순간들이 좋았는데, 게다가 이 영상에서는 은은하게 음악까지 흘러나와서 너무 좋은 거다. 아,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나 좋은데 그동안 왜 안한거야,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어떻게 이렇게 고요한 음악 틀어두었을까. 선곡 센스 진짜 장난 아니야. ㅠㅠ

게다가 선생님 목소리 너무 좋고(일전에 오프에서 수업 받았더랬다), 설명도 천천히 잘 해주셔서, 부장가아사나 에서 등줄기의 힘이 느껴지는 건, 이 선생님 영상을 따라할 때만 가능하다. 이상하게 다른 영상들을 보고 따라하는 부장가아사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소용이람?'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라 쌤의 영상에서는 '아아, 등줄기 힘 느껴져 좋아좋아' 막 이렇게 되는 거다. 너무 좋다. 이 영상을 따라하는 지금이, 영상 속 음악이. 그렇게 40분 따라하고 매트에 누워 사바아사나 할 때는 너무 행복해서 이 행복은 움직임이 준것인가 음악이 준것인가 생각했다. 음악은 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을, 음악이 꼭 좀 알았으면 좋겠다.

음악 덕분인지 사라쌤 요가 따라하고 나면 힘이 들면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마음이 고요해지는 느낌. 그러면서 그 고요한 마음속에 행복이 천천히 스며든다.


덕분에, 사라쌤의 다른 요가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된 음악을 재생해두고 일요일 오후에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고요하게.








엄마도 성경을 읽고 계신다. 일전에 성경을 모티브로 해 쓴 소설이 있고 그걸 재미있게 읽었다 얘기하니 엄마도 읽고 싶다 하셔서 며칠전에 권해드렸다.
















나는 이승우를 국내 작가중에서 제일 좋아하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섣불리 권하지는 않는다. 엄마께 이 책을 권해 드리면서, 그렇지만 이건 성경에 관한 거니까 엄마도 재미있게 읽으시겠지, 생각했는데, 절반도 안읽고 엄마는 불평을 쏟아내셨다.


야, 이 사람은 책 참 쉽게도 쓴다. 이래도 되냐. 왜 했던 말 하고 또 하고 그러면서 종이 다 채우냐?


이러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들은 그들이 하려고 하는 악한 짓에 대한 의식이 없었고, 롯은 그 사실을 지적했다. 롯이 의도한 것은 구별하는 것이었다. 악과 악이 아닌 것,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나누는 것이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섬세해지는 것이었다. 잠든 그들의 윤리적 감각을 깨우는 것이었다. 윤리적 감각은 무분별,무차별의 함몰 상태를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똑바른지 휘어졌는지, 명중했는지 빗나갔는지, 선 안에 있는지 선 밖에 있는지 묻고 따지는 것에서 비롯한다. 롯은 몰려온 소돔 사람들에게 그것을 요구했다. 무엇이 악한 짓인지 아닌지, 선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구별해내라. 차이를 찾아내라.- P25



갑자기 눈이 어두워져 앞을 볼 수 없게 된 무리는 대문을 찾을 수 없었다. 볼 수 있을 때는 바로 앞에 있던 대문이 볼 수 없게 되자 어디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대문은 멀어지고 급기야 사라졌다. 사라졌으므로 그들은 대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때리며 엉겨붙어 난장판을 벌였다. 누가 때리는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든 때렸다. 대문이 부서질 때 그들이 대문 안의 나그네들에게 하려고 했던 일을 대문 밖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행했다.- P40



나는 너무 웃겨서 엄마, 나는 그래서 그 작가 좋아해, 했더니 엄마는 "야, 한두번이 아냐!!" 하시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 작가라면 계속 다르게 써야지 같은말만 쓰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책을 읽다 그런건지 음악 듣다 그런건지 갑자기 gravity 라는 단어가 훅 떠올랐고, 어? 이거 왜 떠오르지? 하면서, 그렇다면 오랜만에 gravity 들을까, 하고 찾아 들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들었다.






그는 다프네가 돌아오길 바랐다.

다프네는 돌아왔다.

로맨스 소설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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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1-03-2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종종 글을 읽다보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원서 완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다락방 2021-03-30 08:23   좋아요 1 | URL
으하핫 원서 완독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랐지만 정말 올 줄은 몰랐는데 와버렸어요. 역시 간절히 원하면 이루는 삶을 살게 되는것 같습니다. 으하하핫.
제가 언제나 하는 말이 있는데, 저는 제가 좋아서 글을 쓰거든요. 저를 위해서요. 글을 쓰다보면 제 생각도 정리되고 제 기분이 좋아지고 제 마음이 풀어져서요. 그런데 그렇게 쓰는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고 거기에서 재미나 혹은 어떤 의미를 찾는다는게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싶어요.
라파엘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21-03-29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3-30 08:24   좋아요 1 | URL
엣헴- 나 이런 사람이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다보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며 궁극적인 행동은 나 스스로가 단단하게 잘 사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그렇게 스스로 단단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나 역시도 스스로 단단한 사람이 되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리 잘 삽시다, 잘 살자요!!
 














4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바버라 에런라이크', '디어드러 잉글리시' 의 《200년 동안의 거짓말》입니다. 아아, 벌써부터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재미도 있겠지만 어쩐지 크게 분노하며 여기저기서 페이퍼가 쏟아져나올 것 같다...는 것은 저의 생각이기만 한걸까요. 여러분, 읽고 쓰자. 실천에 옮깁시다!


이번달은 너무 바빠서 책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래서 3월 도서인 《사회주의 페미니즘》도 아직 완독하지 못하엿습니다. 그런데 남은 시간이.. 아아, 고작 절반 읽었을 따름인데 저는 완독할 수 있을까요. 아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시작한 후로 처음 완독하지 못하는 책이 될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가. 내가 푸코 성의 역사 네 권도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도 끝까지 읽은 사람인데, 사회주의 페미니즘 왜때문에... 아니, 그러니까 왜 맥키넌 까고, 캐슬린 베리 까고, 드워킨 까고 그러지요? 내가 사회주의 페미니즘 논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튼, 완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어요. 흑흑.


여러분, 완독하신 분은 고생하셨고, 완독을 위해 달려가는 다른 분들 힘내요! 우리 힘내자. 읽고 쓰자. 여러분 뽜샤!!



우리는 4월에 4월 도서로 만나요. 자, 그리고 얼른 4월 도서 구매하세요. 밑줄 박박 그으면서 읽어야 돼.

예상하건대, 4월 도서 읽으면서 아마도 이 책들을 같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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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3-29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강렬하네요. 500쪽의 위엄!!

다락방 2021-03-29 09:42   좋아요 1 | URL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흥분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3-2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지!!! 하다가 아 3일만 더 참아보겠습니다.

다락방 2021-03-29 10:56   좋아요 0 | URL
저도 사흘만 참았다가사야겠어요. 히히히히히. 쿠폰 나오면 오만원 딱 채워가지고 마일리지도 똭 받고!!

청아 2021-03-2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년동안의 거짓말>미리 사두었는데 사회주의페미니즘 읽으면서도 자꾸 눈길이(표지만요!ㅋㅋ)갔던 책입니다. 정말 재밌을것 같아요!!
다 읽고 아래 추천해주신 책도 읽을 수 있음 좋겠어요~♡

다락방 2021-03-29 10:56   좋아요 1 | URL
사회주의 페미니즘 왜케 재미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 절반이나 남았는데 미치겠어요. 오늘 벌써 29일이고 ㅠㅠㅠㅠㅠㅠㅠ 사회주의 페미니즘 재미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아래 링크한 책들 중에서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만 읽었거든요. 진짜 너무너무 좋았어요!!

청아 2021-03-29 11:0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때문에 저 댓글읽고 눈물 웃음터짐요!ㅋㅋㅋㅋ초반 서론이랑 선구자들까진 느낌이 좋았는데 아..<의사는 왜..>저도 너무 읽고 싶던 책이예요! 5월은 샤라라랑이 되길!!

수이 2021-03-29 11:01   좋아요 0 | URL
우리 마음 모두 일심동체의 그 일심입니까? 미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3-29 11:02   좋아요 0 | URL
수연님 우리 다같이 울어요ㅠㅇ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3-29 11:03   좋아요 0 | URL
저 사회주의 페미니즘 1장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고 오 시작이 좋은데? 했다가 그 뒤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래는 예측불허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3-29 11:05   좋아요 0 | URL
1장은 누구나 이야기합니다. 좋은데_ 오, 그래 읽어보자! 제가 지금 휘리리리릭 읽으면서 진도를 빼려고 애쓰고 있지만 완독을 할 자신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오바.

청아 2021-03-29 11:05   좋아요 0 | URL
두 분 덕분에 안심입니다ㅋㅋㅋㅋㅋ😭

수이 2021-03-29 11:10   좋아요 0 | URL
하지만!!!!!!!!!!! 완독하고 4월 책 갑시다 미미님, 우리는 락방님 친구들이니까~ 락방님은 완독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완독합시다. 오바오바.

청아 2021-03-29 11:12   좋아요 0 | URL
노력해볼께요! 뽜샤!!ㅋㅋㅋㅋ

다락방 2021-03-29 11:23   좋아요 0 | URL
어머! 이 의욕 뿜뿜하는 멋진 분들. 흑흑. 그래요, 우리 한번 해봐요!! 빠샤!!

- 2021-03-29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주의 페미니즘 재미없어..... ㅜㅜ 나도... ㅜㅜ 읽다가 농땡이중...

다락방 2021-03-30 08:25   좋아요 2 | URL
너무 재미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반드시, 기필코, 어떻게든 다 읽어내겠다!!

난티나무 2021-03-30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월 책 꺼내놓을게요!!!!^^

- 2021-03-30 16:41   좋아요 0 | URL
삐삐 - 선행방지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 선행학습은 원칙적으로 금지입니다 - 책은 갖추기만 ——

다락방 2021-03-30 16: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난티나무 님. 4월책은 4월 요이땅~ 하시는 순간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저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아직도 다 못읽어서 지금 초조하고 미치겠어요. 오늘 퇴근 후에 열심히 읽어서 어쨌든 3월이 다 가기 전에 완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기다려욧! 내가 간다, 완독의 길로!!

난티나무 2021-03-30 16:51   좋아요 1 | URL
제가 또 선행 이런 거 디게 싫어하지 말입니다. ㅋㅋㅋ 똭 꺼내기만 할 꼬예요. 힛

얄라알라 2021-04-0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사는 ....] 이 책, 어디다 꽂아두고 안 찾으러 간지 10개월도 넘었네요. 누가 가져갔을 듯한데, 책 찾으러 가봐야겠어요. [호르몬의 거짓말] 어떤 의미에서 여성주의 책읽기 리스트에 올라가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

다락방 2021-04-09 14:55   좋아요 1 | URL
호르몬의 거짓말은 여성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밝히는 책이라 알고 있어요. 분류도 여성학/젠더 로 되어 있고요. 목차를 보신다면 아마 내용은 짐작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인데요, 제가 저 책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를 모르겠어요. 집에 가서 찾아봐야지. ㅋㅋㅋㅋㅋ
 

그러나 우리는 공동체로서 성공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이 말하지 않고도 전달되어야 했고 너무 많은 감정이 그저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로맨스 혹은 사랑으로 시작한 것이 가족만큼 무거운 것이 되어선 안 된다는 비명을 엄마는 평생 질렀다. 아빠는 그 비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로맨스에 납치당해 삶을 걸머진 여자가지르는 크고 작은 비명을,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가 당연히 하는 잔소리나 푸념 같은 것이라고 온 세상이 이해했다. 엄마와 아빠 모두 왜 이렇게까지 삶이 무거운지, 미래가 두려운지, 실체도 없는 불특정인에게서 꾸중을 듣거나 경멸을 당할 거라는 환청을 들으며 사는지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 그렇게 사니까 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세월을 보내고 나서는 다음 세대에게도 다그렇게 산다’는 주문을 반복했다. 정확한 대상도 없는데 속도는 너무도 빠른 분노와 더께가 얹힌 억울이 질안 공기에 항상 흘렀다. 그걸 배운 나도 주변에 화풀이를 했다. - P56

나는 혼자 살기 전까지만 끊임없이 연애를 했다. 나의 안전이 온전히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실감한 후에는 남자와의 연애를 그만두었다. 지축을 뒤흔드는 로맨스의 기억들이 전생의 것이라는 듯이 나는 연애를 끊었다.
연애에 몰두하고 관계를 얻고 잃을 때마다 도파민이 온몸을 감아 나를 밀어올리는 경험만큼이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고통이 극심했다는 것을, 혼자가 되고 나니 냉정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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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6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6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