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50만 부 기념 드림 에디션)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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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출근길 지하철 안, 가장 집중 잘되는 시간에 이걸 읽다니.. 하아- 내 슈퍼 집중력 아까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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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16 08: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샀는데 설마 이정도인건 .. 아니겠지? 제발..

다락방 2021-07-16 0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 출근길에 젠더 트러블 읽을 걸. 두 권 가져오기 무거워서 걍 이것만 챙겼더니 아침 시간 너무 허비했어 흑 ㅠ

유부만두 2021-07-16 0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달라구트를 열쪽 못 읽고 덮었고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욕하면서 완독했어요;;;;

유부만두 2021-07-16 08:31   좋아요 2 | URL
둘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세요

다락방 2021-07-16 08:34   좋아요 2 | URL
저 달러구트 다 읽었어요. 제 조카가 좋아한다고 해서 완독했어요. 이모의 사랑이란..
미드나잇 샀는데 미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저한테 오지도 않았는데 이럴까봐 너무 초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21-07-16 08:49   좋아요 2 | URL
전 반은 읽었는데 그것도 재밌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그 이후는 굳이...ㅋ

다락방 2021-07-16 09:00   좋아요 2 | URL
끝부분에 뻔한데 눈물나는 장면 있고요 ㅋㅋㅋ 근데 읽으면서 진짜 아 뭐냐...이거 왜 베스트셀러?? 이랬어요. ㅋㅋ 별 두 개줄까 세 개 줄까 엄청 고민하다 세 개 줌요.

그렇게혜윰 2021-07-16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들 독서모임책이었는데 애들은 좋아했어요. 소설보단 아동문학에 맞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21-07-16 09:09   좋아요 2 | URL
초등학생 조카가 자기 인생책이라고 두 번 읽었다고 했어요. 사실 저는 읽으면서 아동문학에도 딱히 적합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요(연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런데 아이들이 읽기에 눈높이가 맞는 책이구나 했어요.

그렇게혜윰 2021-07-16 09:20   좋아요 2 | URL
초고 중1.2라 그랬나봐요. 아이디어가 다 했죠 ㅋ

잠자냥 2021-07-16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꿈에 다락방 님하고 폴스타프 님 나왔다능 ㅋㅋㅋㅋ 같이 술 마시고 있었다능 ㅋㅋㅋ

다락방 2021-07-16 09:38   좋아요 3 | URL
잠자냥 님 꿈 백화점 가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는 꿈 구입하셨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뭔가 상상해보니 행복해요 ㅋㅋㅋ 잠자냥 님과 폴스타프 님과 제가 술이라니.. 저는 소주 하겠습니다!!

잠자냥 2021-07-16 09:56   좋아요 2 | URL
와~ 책을 안 읽어도 내용을 다 알 수 있는 다부장님의 이 댓글 보소! ㅋㅋㅋㅋ 감사감사

유수 2021-07-16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선정되어있거든요. 믿을만한 분의 서평에서 그래도 괜찮다..들었어서 경계를 살짝 풀었구요. 달러구트 다 읽어낸 이모의 사랑 찐사랑. 응원합니다. 조카님 축복받은 사람❣️

다락방 2021-07-16 15:38   좋아요 3 | URL
조카가 달러구트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면 라이브러리도 좋아하지 않을까, 읽고 조카 줘야지~ 이러면서 샀는데 달러구트 읽고나니 라이브러리 읽기가 겁이 나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읽고 조카 줘야겠어요. 사랑은... 애씀 입니다.. 애써야 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유수 2021-07-16 15:43   좋아요 2 | URL
언젠가 베스트셀러 공포증. 리커버포비아에 대해 얘기해요 다락방님 ㅎㅎㅎㅎ 함께 하겠습니닼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6 16:52   좋아요 3 | URL
베스트셀러 공포증!! ㅋㅋㅋ
책이 왔습니다, 책이 왔어요. 라이브러리가 도착했습니다!! 내 너를 읽어주마!! >.<

붕붕툐툐 2021-07-16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 출근길이 최고의 집중력! 그때 어려운 거 다 읽어야 함!!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9 10:5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 스물다섯에 운전면허 1종 땄거든요. 근데 여태 차 살 생각을 안해요.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 너무 집중력 포텐 터지는 거라 포기가 안돼요. 물론 차 안사는 건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시간 너무 좋아요! >.<

그레이스 2021-07-16 2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 가방이 크고 무거워요^^
사람들이 항상 뭘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니냐고 집 나왔냐고 하죠!
읽으려고 가지고 나왔는데 그 한권이 실패면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 넘 아깝고 낭패스럽죠
정말 집중 잘 돼요
2호선 타고 잘 읽혀지면 한 바퀴 돌고 싶은 마음이 들죠^^

다락방 2021-07-19 10:59   좋아요 2 | URL
저도 아빠 엄마가 제발 무겁게 가지고다니지 말라고 하시는데 오늘은 또 이런저런 이유로 책 네 권 넣고 집에서 나와서 땀났네요. 진짜 왜이러고 사는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것도 팔자구나 싶어요. 내 팔자, 책 넣은 무거운 가방 들고 다니는 팔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하철안에서 집중 잘 되는 분이 저 말고도 여럿이라니 너무 반가워요! 모임 하나 결성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만나서 지하철 타서 내내 책만 읽다 헤어지는 모임...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7-22 17:10   좋아요 0 | URL
‘10세기 페르시아의 수상이었던 압둘 카셈 이스마엘은 여행을 할 때도 11만7천권에 달하는 책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4백 마리나 되는 낙타들에게 알파벳 순서로 걷도록 특별 훈련을 시켜서 책을 몽땅 싣게 했다고 한다‘ - 독서의 역사

ㅎㅎ 반가운 건 왜죠?ㅋㅋ

다락방 2021-07-23 08:15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출근길에 제 가방에 책이 두권 들어 있었고 너무 무거워서 스스로 한심하더라고요. 아니 대체 출근했다가 퇴근할건데 책을 왜 두권씩이나 가지고 다니냐... 한 권만 가지고 가도 다 못읽는데 대체 왜 때문에... 라고 하면서도 한 권을 빼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세상에 저같은 사람이.. 많다는거죠? 흑흑.
그렇지만 무거워요 ㅠㅠ

그레이스 2021-07-23 09:54   좋아요 0 | URL
왕이 왕관의 무게를 감당하듯 독서가는 책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

잠자냥 2021-07-19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거 2권도 나왔더라고요? 조카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9 10:59   좋아요 3 | URL
네??? 뭐라고요???? 2권이라고요????
일단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보내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19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좋죠. 저도 대학 때 왕복 두시간 지하철 통학하면서 태백산맥을 완독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달러구트는 머리 복잡할 때 할랑할랑 읽었어야 덜 억울하셨을텐데요 ㅜㅜ

다락방 2021-07-20 10:16   좋아요 0 | URL
지하철 진짜 너무 좋아요! 지하철 왜 집중 잘될까요? 진짜 신기해요. 그렇지만 퇴근길에는 책 잘 못읽어요. 기운 빠지고 자리 없어서 앉지도 못하고.. ㅠㅠ

독서괭 2021-07-20 11:00   좋아요 0 | URL
퇴근길은 팟캐스트죠~ㅎㅎ 오디오북이라든지!

다락방 2021-07-20 11:25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에는 퇴근길에 영국시트콤 <미란다> 봤는데, 이건 치명적 단점이 있어요. 집에 가서도 계속 본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20 11:2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웬만해선 끊을 수 없다!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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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하고 불우한 사람에겐 도처가 늪이고 악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면전에서 문을 닫을만큼 맞서 싸울 힘이 없다.
정의와 함께 사는 사람들 덕에 악이 더 나아가려다 멈출 수는 있지만, 그러나 이내 옆집의 문을 두드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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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15 14: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뭔가 100자평이 잠언스럽습니다요! 지훈이 동창생 누님!

다락방 2021-07-15 14:57   좋아요 2 | URL
지훈이는 알까요, 자신이 동창생 누나의 꿈에 나왔었다는 것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7-15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너무 멋진 100자평입니다. 우리집은 젭알 두드리지 않기를! 👍

다락방 2021-07-15 14:56   좋아요 3 | URL
문단속 잘하고 살아야 합니다, 미미님!! 꼭 잠가요, 꼭!!

단발머리 2021-07-15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홋!! 다 읽으셨네요! 100자평 느낌 좋아요!
👍🏼👍🏼👍🏼👍🏼👍🏼

다락방 2021-07-16 09:16   좋아요 0 | URL
과거는 언제나 현재의 발목을 잡고 미래에까지 손을 뻗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는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우리 잘 살아갑시다. 뽜샤!!

붕붕툐툐 2021-07-15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100자 평이라닛, 어색하면서도 좋네요.
제가 좀 전에 문을 열어준것 같은데...🤔

다락방 2021-07-16 09:17   좋아요 0 | URL
얼른 창문 열어 내보낸 뒤 문 닫아요, 얼른! ㅋㅋㅋ
혹여라도 들어왔다면 정의와 함께 사는 천사 같은 제가! 가서 막아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성경읽기는 현재 200일까지 지속되고 있고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구약성경의 <잠언>이다. 잠언의 지은이는 대부분 솔로몬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솔로몬 이란 이름에서부터 짐작 가능한것처럼 지혜에 관해 실려있다. 조언 혹은 교훈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언, 정도라고 하면 될까.

굳이 잠언을 읽어야 삶의 교훈을 알 수 있다고 하진 않아도 되는 것이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이다. 근면하라, 선하게 행동하라, 약자를 무시하지 마라 등등. 그러나 잠언의 청자 혹은 독자로 상정되는 건 '인간 남자'구나를 금세 알 수 있다. 어떻게 살라는 지침등이 보편적 인간을 향한 것이지만, 그러나 수시로 거기에는 '음란한 여자'를 피하라고 나온다. 음란한 여자와 가까이 하면 인생 망한다고. 잠언의 청자는 인간이되 남자이고 남자이되 인간인 것이로구나. 잠언의 청자에 여자는 없다. 현재 잠언의 23장까지 읽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음란한 남자와 사귀지 말라', '음란한 남자를 피하라'는 구절은 나오지 않았다. '음란'이란 수식어는 단연코 여자만을 향한다. 여자는 음란할 수 있지만 남자가 음란하진 않다. 남자는 단지 음란한 여자의 꾐에 빠질 뿐. 


여자들에게만 특정되는 수식어가 있다. 음란하다는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란 마귀는 그렇다면 성별이 여자일까?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 모든이들에게 전하는 이 지혜의 말들은 음란한 여자를 피하라고 한다.


음란한 여자를 피해라, 사람들이여.

도처에 깔린 게 남성에 의한 성폭력이지만, 음란한 여자를 피하라, 사람들이여.

어린 여자아이들한테도 덤벼드는 게 성인 남자들이지만, 음란한 여자를 피하라, 사람들이여.

디지털 성폭력으로 다치고 죽고 내몰리는 건 여자들이지만, 오, 음란한 여자를 피할지어다.

각설하고,


오늘 아침 읽은 잠언 22장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노를 품는 자와 사귀지 말며 울분한 자와 동행하지 말지니 그의 행위를 본받아 네 영혼을 올무에 빠뜨릴까 두려움이니라 -잠언 22장 23-24>


꿈을 꿨다.

꿈에는 주지훈이 나왔다. 왜 뜬금없이 주지훈이 나온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꿈에 주지훈이 잘 나온다. 주지훈의 어떤 역할을 보고 오 좋다 한 적은 있지만 딱히 주지훈에게 팬심이 있지는 않은데. 나로 말하자면 팬심 같은 거 딱히 없고 오래 한 사람만 좋아하는 타입인데. 그런데 꿈에 주지훈이 잘 나온다. 어쨌든 오늘 꿈에도 주지훈이 나왔다. 어제 배터지게 먹고 잔 김치만두 때문일까. 여하튼 주지훈이 나왔는데, 주지훈은 꿈 속에서 내가 사는 단독주택의 맨 꼭대기층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의 부모도 가난하고 그도 가난했고, 그래서 그의 가슴 속에는 화가 많았다. 나는 주지훈과 알고 지내기는 했지만 막 친하진 않았는데, 그가 늘상 화를 내고 뭔가 나쁜 짓을 벌일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가 잠깐만 발을 헛디디면 범죄로 갈 것 같았다. 나는 주지훈을 불러서 얘기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거기서 길을 잘못 들어서면 안된다고. 주지훈은 마음을 다잡는 것 같았는데 그러다가도 수시로 화가 나는 것 같았다. 가슴속에 쌓인 화가 많았는데, 그건 그가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환경 때문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도 없고 또 한 개인이 다른 한 개인을 구원해주는 서사에 대해서도 심드렁한 편이며 누군가 나에게 구원을 바라는 것도 원치 않지만, 저러다가 주지훈이 잘못될까봐 너무 두려웠다. 또다시 주지훈의 화가 뿜어져 나오려고 하고 그에게서 어떤 폭력적 기미가 보이면 사람들이 와서 내게 말했다. 쟤 이러저러했어, 라고. 그러면 나는 또다시 주지훈에게 갔다. 너 그러면 안돼, 그러지말고 이렇게 해봐, 하고 말을 하는데, 주지훈은 막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내가 말을 하면 잘 들어주었다. 그가 다시 잠잠해지는 게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 나는 꿈에서 주지훈의 팔짱을 껴고 함께 걷기도 했다. 그는 자신안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 운동도 많이 한 것 같았다. 팔짱을 꼈는데 알통이 막 뽝...


알람이 울려 꿈에서 깨고 나서는 아 알람은 왜 늘 제가 울어야 할 때를 모르는가, 조금만 더 뒀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데, 아니, 지가 여기가 어디라고 울려 울리기를... 왜 이야기의 끝을 쓰지 못하게 해. 이 이야기는 이대로 끝나면 안돼!!! 눈치 없는 알람 같으니라고.



내가 이 꿈을 꾼 건 아마도 어제 자기 전에 읽은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때문인 것 같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핑키'는 열일곱살이다.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어릴적부터 아빠엄마가 섹스하는 걸 목격했으며 그게 너무 싫어서 사제가 되고자 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부모도 없고 그를 돌봐주던 어른도 죽고 없어 그는 불량배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고, 그 자리를 지키려고 계속 먹고 살던대로 하려다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살인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이 살인 때문에 겁을 먹거나 이 살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두려움 때문에 살인은 그 다음까지 일어나고 본인 스스로도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지만 나는 그렇다면 다수를 죽여야 할까, 생각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살인을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자기처럼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여자-그러나 자신과 반대되게 매우 선한-와 결혼까지 한다. 결혼이라는 거,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자야하는 행위들 너무 끔찍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책에 대한 소개에는 '악'이라고 나오는데, 나는 이것이 악인가 싶었다. 악은 무얼까. 나는 악에서 사탄을 떠올렸는데, 이 이야기에 악은 나오지만, 그러나 악이 이 영혼을 부른 것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핑키는 악속으로, 지옥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지만, 그러나 그에게 다른 환경이 주어졌다면 만나지 않았을 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좁은 공간에서 부모의 섹스를 목격하는 일이, 아이에게 일어나면 안되었다. 먹고 사는 일이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서 가능해지는 환경에 그가 놓여서는 안되었다. 핑키가 보고 살았던 것이 그런것들 뿐이라, 그가 꿈꾸는 미래는 그래서 그렇게 사는 부자에 대한 것이다. 좋은 가구를 가져다 놓고 좋은 공간에서 사는 것. 그렇게 사는 과정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어도 그게 가능해지는 삶을 살고 싶은 거다. 범죄와 범죄와 범죄가 일어나는 곳 정한가운데에서 어떻게 다른 꿈을 꿀 수 있는가. 다른 꿈을 꿀 수 있다면 다른 가능성을 목격해야 한다.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아야만 비로소 아 내가 되고 싶은 건 저것이다, 할 수 있는게 아닌가.


물론 가난한 환경에 사는 모두가, 그 환경 속에 놓인 모두가, 핑키가 사는 주택에 사는 모두가 핑키처럼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핑키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 까지는 안돼, 그렇게 나쁜 짓을 하면 안돼, 하고 말하는 자들이 더 많다. 그러나 악은 가난에 쉽게, 급속하게 들러붙는다. 그 가난에서 빠져나오고 싶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멸시하지 않는 세계로 이동하고 싶은데, 그것이 그 환경에서 매일매일 죽어라 일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참 이상하다. 아무리 근명성실하게 그리고 착하게 살아도 이 작고 낡은 집을 벗어나는 일이 왜 가능하지 않단 말인가. 부지런한 개미가 겨울에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 건 그저 동화이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신이시여, 근면성실하면 편하게 살 수 있나요? 정말 그래요?




'크리스 햄스워스'의 자아성찰 하는 영화라는(그러나 딱히 자아성찰 하는 것 같진 않고 살인만 엄청나게 일어난다) 《익스트랙션》에도 역시 어쩔 수 없이 범죄자가 되는 아이들이 나온다. 범죄 속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범죄의 희생자가 되거나 목격자가 되고 그래서 살기 위해서는 그 범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이 이 조직에서 잘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체에 상해를 입혀 보이기도 해야하는 그런 아이들이 나온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위를 봐도 범죄가 있는 곳에서 다른 꿈을 꾸는 것은 가능한가. 내가 보는 것말고 다른 것이 있다는 것, 다른 삶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걸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상력'이 필요한데, 그 상상력이라는 것도 어떤 수단이 주어져야 가능한 게 아닌가. 교육이, 문화 활동이,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데, 애초에 그런게 차단되어져 있다면 어떻게 다른 삶이 가능한가.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고 구해줄 수 있는 어른은 없는 삶, 거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가. 일년전에 이 영화를 보고 '가난한 사람에겐 도처가 늪이다'고 썼던데, 그렇다. 빈곤에 내몰린 이들에겐 도처가 늪이다. 그에게 악이 찾아와 노크하는 일, 문을 열어 그 악을 들여보내는 일은 쉽다. 악의 면전에서 그 존재를 확인하고 문을 쾅 닫아 내쫓는 일은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브라이턴 록의 핑키의 신조는 '나는 유일한 사탄을 믿는다' (p.344) 이다. 그가 자라 놓인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고작 열일곱 살밖에 안됐는데.



브라이턴 록에는 그러나 유가족 하나 없이 죽어간 피해자대신 질문하는 여성 '아이다'가 나온다. 책 뒤에 아마추어 탐정이 나온다길래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자라고 생각했다가 처음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아이다가 '어? 이 사람이 죽었다고? 그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했는데 자살이라고? 아무도 묻지 않다니, 내가 질문하겠어' 라고 다시 등장하는 걸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앗, 아마추어 탐정이, 아이다를 말하는 거였어? 항상 정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아이다가 나온다. 불행한 결혼으로 빨려 들어가려고 하는 로즈에게 그 남자 곁을 떠나라고 말해주는 것도 아이다의 몫이다. 그러나 아아, 어리석은 여자여, 왜 그 말을 듣지 않는가.


나는 아직 이 소설을 다 읽지 못했고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을 알지 못한다. 내 꿈처럼, 나는 이 이야기의 끝도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악이 그러나 악 그 자체인가에 대해서는 갸웃하게 된다. 악은 거기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가 악 그 자체였던 것도 아니다. 그는, 다만 악에 문을 열어주었을 뿐이었다.




자, 남은 부분도 얼른 마저 읽고

그리고 주지훈아, 너는 내게 금기의 대상이지만 오늘 꿈에 다시 와서 우리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꾸나.

나는 나름의 룰이 있는 여자지만 오늘만은 예외로 해줄게.

너느 내게 금기의 대상이어서 꿈꾸면 안되는데, 그러니까 왜 금기의 대상이냐면, 남동생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너는 잇을테니까, 너는 내 남동생의 동창이니까! 나는 남동생 동창과는 만나지 않겠다는 삶의 룰을 정해서 가지고 있고 여태 잘 지켜왔는데, 너를 아마도 예외로 두어야 할 것 같아. 왜냐하면..너는 모르니까. 너는 모르잖아, 내 남동생하고 동창인줄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남동생은 주지훈을 복도에서 마주쳤지만, 주지훈은 내남동생을 복도에서 마주치지 않았을것이 분명하기에.....




그럼 이만.

아무튼 주지훈, 너는 오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우리 한 번 잘 살아보자.



"나라면 그런 일에 말려들지 않을 거야, 아이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이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어. 그게 문제야." 아이다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기억과 본능과 희망의 심층까지 파고 내려가, 그것들에서 자신이 지침으로 삼고 살아가는 유일한 인생철학을 꺼냈다. "나는 정정당당한 것을 좋아해." 아이다가 말했다. - P155

"걔는 널 좋아하지 않아." 아이다가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봐. 인간적으로 얘기하는 거니 내 얘길 믿어 줘. 나도 한창때는 한두 명의 사내 녀석을 사랑했었지. 그건 뭐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거니까. 다만 거기에다 온 정신을 배앗겨선 곤란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녀석은 말할 것도 없고." - P251

소년이 지나가자 그들은 층이 진 갓돌을 발로 더듬어 찾으며 다시 가장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왜 그래, 핑키?" 댈로가 말했다. "쟤들은 장님이야."
"내가 왜 거지들 때문에 길을 비켜야 하지?" 그러나 실은 그들이 장님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자신은 어느 정도의 거리 까지만 가려고 했으나 너무 먼 길을 와 버린 듯한 느낌과도 흡사했다. - P268

긴 도정……그러나 그는 한 걸음도 잘못 디딘 적이 없었다. 만약 그가 스노 식당에 가서 그 여자애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그들은 모두 지금 피고석에 앉아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스파이서를 죽이지 않았다면……한 걸음도 잘못 디딘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로서는 가늠할 수도 없는 압력이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꼬치꼬치 캐묻는 여자, 스파이서를 겁먹게 한 전화 내용……소년은 생각했다. 내가 그 애랑 결혼하면, 그땐 이 일이 끝나게 될까? 이 일이 어디까지 날 몰아붙일까? 그는 입을 씰룩이며 생각했다. 얼마나 더 안 좋아질까?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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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원은 구원하지 않는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1-07-22 19:38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말이 있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어 자신이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을 말한다. 소설 주인공 소피를 생각하면 ‘학습된 무기력(혹은 무력감)’이 떠오른다. 선택지 같지도 않은 선택을 해야 하거나 자명한 생존의 선택 앞에 죄짓는 선택을 해야 하거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는 경험들의 반복은 그녀에게 지독한 죄책감과 학습된 무기력을 심어주었다. 고통은 그 자체로 악은 아닐 거다. 다만 고통
 
 
유수 2021-07-15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처에 내몰린 사람한테 어떤 상상력을 요구할 수 있나 혼자 막 미간 찡그리고 보다가 나름의 룰과 반전과ㅋㅋㅋㅋ그게 깨지는 오늘과…깍깍대며 웃습니다 너무 웃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0:32   좋아요 3 | URL
하아 왜 주지훈은 제 남동생과 동창일까요. 주지훈, 어째서 내 남동생과 동창인건가요, 왜, 왜, 왜..
그치만 제가 제게 룰을 적용했듯이 제가 제게 예외를 적용하여서 흠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5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경 잠언 +김치만두+핑키=주지훈 꿈-알람=못다 이룬 꿈..... 그러나 지훈아 오늘 밤 꼭 다부장님 찾아뵈라.

다락방 2021-07-15 10:33   좋아요 2 | URL
아직 막 악에 물든건 아니었으니까 천사를 만나 샤라라랑~ 하다 보면 또 아름다운 이야기 쓸 수 있는 것이니깐요.
여기서 깜짝 퀴즈. 그렇다면 천사는 누구일까요? 호호.

잠자냥 2021-07-15 11:00   좋아요 1 | URL
음란 다부장님?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1:11   좋아요 1 | URL
딩동댕동~~ 네, 천사는 바로 음란 다락방 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7-15 1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경과 주지훈과 핑키라니 ㅋ 완전 매끄러운 연결고리네요. 저도 오늘밤 주지훈이 다락방님 꿈에 다시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성경읽기도 책도 꿈도 아직 안끝난 거네요 😊

다락방 2021-07-15 10:34   좋아요 3 | URL
무릇 이야기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악에 대한 이야기라면 반드시 끝나야 하는 것이지만 정의에 대한 이야기라면 계속되어야 합니다. 저는 정의의 편에 서서!! 주지훈을 선하게 만들겠습니다. 빠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15 1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위에 댓글 다신 분들은 모두 아부하는 겁니다.
다락방님은 진정한 엽기 그 자체입니다. 성경과 주지훈과 김치만두와 음란과 핑키를 연결시키는 사람은 세상에 유일할 겁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0:35   좋아요 2 | URL
아 빵터졌네요. 엽기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엽기라니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귀여운 엽기토끼 생각나네요. (응?)
저 얼른 브라이턴 록 다 읽고 싶어요. 끝에 어떻게 될지, 아이다가 승리할지 너무 궁금해요. 그런 한편 핑키는 이제 어쩌나 싶기도 하고요. 핑키의 남은 삶은 구원으로 채울 수 있을까...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럼 엽기 다락방은 이만 총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5 11:00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 댓글 김치만두와 음란을 음란만두로 읽음;;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1:12   좋아요 2 | URL
음란만두는 먹으면 음란해지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저는 먹을 필요가 없겠네요. 이미 음란지수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7-15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동생 후배와 뽀뽀한 적 있는데 이런 이야기 하면 안되는데 그나저나 다락방님 글 오랜만에 읽으니 왜 이리 좋아요. 활력이 막 저절로 생기는 오늘 아침이닷!

다락방 2021-07-15 11:11   좋아요 2 | URL
꺅 >.<
남동생 후배랑 뽀뽀라니.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비타 님은~ 남동생 후배랑~ 뽀뽀했대요~ 뽀뽀했대요~ 얼레리꼴레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운내요, 비타 님! 잘 살아봅시다. 아자!!

blanca 2021-07-15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경이 그런 면이 있어요. 남성 중심적 사고관이 군데군데...저는 그런 의미에서 옛날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를 볼 때도 불편함을 느껴요. 우리가 열광했던 드라마들에도 가부장적인 여성 하대 의식이 너무 노골적이에요. 그런 것 보면 오늘이 어제보다 더 나은 것도 같고 바이러스 보면 안 그런 것도 같고...

서사가 있는 꿈을 꾸시는군요! 완전 부러워요. 장기용 나왔으면 좋겠다 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4:07   좋아요 1 | URL
애시당초 여자는 남자를 돕기 위한 존재라고 만들고 뱀의 유혹에 넘어가 죄를 짓기 시작하는 존재로 만든것도 창세기에서부터 시작되잖아요. 기업(땅)을 주는 것도 남자에게만 주고요. 저는 성경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쓰여져야 할 책이 있다면 성경이 그 제일 앞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질 않아서요. 대부분의 혐오도 성경에 있더라고요. 그것에 담긴 더 큰 이야기가 있고 그것은 혐오가 아니다, 라고 종교인들이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저는 많은 혐오의 근원을 성경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연하게 성경이 그렇다는 걸 알고만 있다가 이렇게 읽으면서 매번 보게 되니 답답하네요. 그렇지만 제가 앞으로도 계속 독서를 할것이니 성경을 읽어두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앞으로도 계속 읽으려고 합니다. 반복해 읽다보면 그 안에 숨겨진 어떤 깊은 뜻이나 혹은 다른 뜻을 깨닫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게요 블랑카님. 바이러스를 보면..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세상속에 있는 걸까요? ㅜㅜ

제 꿈은 늘 서사가 있습니다. 제가 워낙에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ㅋㅋ 꿈에서 항상 이야기를 써버리네요. 오늘 블라카님의 꿈에는 장기용이 나와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적어나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ㅋㅋ

- 2021-07-15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원서사에 심드렁한 다락방님 저는 쌍방구원서사 <- 쌍방이어야 합니다. 에 아주 환장합니다. 이쪽 버전의 영화는 아주 많고,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그러합니다 ㅋㅋㅋ 특히 자매애에 기반한 쌍방구원서사가 요즘 제가 눈여겨보는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그리고 그러니까 쌍방구원서사의 정점에는 다크페이트가 있는 것입니다.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 맥켄지가 현재의 사령관님을 구하는 것인데요, 그 사령관님은 사실 맥켄지를 구했던 것입니다. (갑자기 또 눈물이 날 것같다) 맥켄지....... 내가 복근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기다려 맥켄지!!
그리고. 주지훈. 장기용. 말들이 많으신 데요, 전 이번엔 에디 레드메인에 감겨버렸습니다. (진짜 내 뇌를 뜯어서 왜 병약/너드 남배우한테 끌리는지 알아내고 싶다......) 이 페이퍼에 적으면 왠지 꿈에 나올거 같아서 적는다. 에디!!!!! 나와라!!!!

다락방 2021-07-15 15:47   좋아요 2 | URL
병약 너드 남배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내가 안끌리는 쪽이다. 나는 재이슨 스태덤이라굿!! ㅋㅋ

맞아요 다크페이트는 쌍방 구원서사이며 영웅 서사잖아요. 굉장히 건강한 구원서사죠. 제가 싫어하는 구원 서사는 ‘너가 나를 좀 구원해줘‘하고 상대에게 기대는 그런거에요. 대체적으로 연인사이에서 개인이 개인에게 바라는 그런 거요. 지 살 길 지가 찾아야지 어디서 징징대 뭐 이런 마인드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더 나은길로 이끌어주는 것도 또 구원해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바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기가 자기 살 길 찾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도 그 길을 찾게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아무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근을 만들어서 맥켄지에게 달려가는 것입니다. 달려가서 김치찜도 만들어주고 같이 배 까고 복근으로 건배도 하자!!

- 2021-07-15 16:19   좋아요 1 | URL
어디서 징징대….!!!!! ㅋㅋㅋㅋㅋㅋ 떽!!!!!! 다락방님이 이야기하는 구원서사에는 저도 별로네요. 저는 상처가 상처를 알아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수정해서 생각하겠습니다.

아… 나의 일관된 병약너드남배우사랑ㅋㅋㅋ (부끄럽다) 근데 저는 진짜 제이슨 스태덤 ㅋㅋ 류의 울끈불끈 남성미 철철은 좀 무섭고 안좋아하는데 현실에선 훤칠한 사람 좋아함. 정말 모르겠는 나의 취향…

다락방 2021-07-16 08:39   좋아요 1 | URL
나는 종합적으로 스스로 강하면서 강자앞에서 강한 사람을 좋아해요. 그러니까 역할의 문제이지만, 재이슨 스태덤이 그렇게 액션 잘하고 좋은 몸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다닌다면, 막 질질 짜고 다닌다면 너무 싫겠지. 그런데 그 사람은 나쁜놈들을 응징한다!!! 너무 좋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7-16 10:04   좋아요 0 | URL
그렇게 쓰라고 준 몸이야!!! 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리처도 ㅋㅋㅋ 아이 일관된 사람 ㅋㅋ

붕붕툐툐 2021-07-1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이렇게 서사가 있는 꿈이라니~ 주지훈이 화는 많지만 다부장님 말엔 고분고분하는게 저는 왤케 현실성 있게 느껴지죠? 역시 사람 잡는(?) 다부장님, 주지훈이여, 성공하려면 오늘밤 다시 꿈에 찾아오라!!

다락방 2021-07-16 08:37   좋아요 1 | URL
ㅋㅋ 툐툐님, 저도 주지훈이 화가 많아도 제가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거슨 저의 망! 상! ㅋㅋ 그러니 우리 후니가 누나를 믿고 의지해도 좋을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기절하듯 자는 바람에 우리 후니를 못만났네요. 후니가 왔는데 제가 아마도 꿈의 문을 안열어준게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너무나 유명한 영국 시트콤 <미란다>의 시즌1 중 1편을 네이버에서 천 원주고 다운받아 본 적이 있다. 30분도 안되는 영상인데 천원이어서 그 뒤로 못보고 있다가 얼마전에 불쑥, 아 미란다 보고 싶다, 하고는 2편을 또 천 원주고 다운 받아 보았다. 그러다가 '내가 계속 볼거라면 넷플릭스에 있으면 좋을텐데' 했지만, 넷플에 없어서 네이버에서 본 거였고, 그렇다면 내가 아직 가입하지 않은 왓챠... 에 있으려나, 뒤져보니 오, 왓챠에 미란다가 있는게 아닌가. 나는 거침없이 미란다를 보기 위해 왓챠에 가입했다. 그동안 왓챠에만 있는 영화라면 보기를 포기했었는데 미란다, 왜이렇게 갑자기 보고싶었던 건지.. 게다가 영상도 25분 안팎이라 점심 먹으면서 보기에 딱 좋았다.




너무 유명해서 아마 대부분이 알겠지만 주연은 '미란다' 이고 미란다 하트가 미란다 역을 맡았다. 키가 185센치미터에 덩치가 커서 항상 그로 인해 엄마나 친구들로부터도 놀림을 받는다. 미란다는 자신의 가슴이 크고 쳐져서 가슴 사이에서 볼펜이나 리모콘이 나온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나는 이거 뭔지 너무 잘 알아서 뿜었다. 아, 미란다, 나랑 동지..


2009년 -2012년에 방영된 시트콤이라 당연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들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일도 없고, 뭔가 시도만 하면 다 망쳐버리고, 넘어지거나 부딪치고 사고를 치기 일쑤인 미란다의 일상을 보여준다. 수시로 강압적이었던 엄마 때문에 겁이 많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녀는 여행을 두려워하지만 너 여행 두려워하잖아, 라는 친구들의 말에 '나도 도전할 수 있어! 태국에 갔다올게!' 하고는 자신의 집 옆에 호텔을 얻어 체크인하고 태국에 왔노라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가게에 새로 오는 손님들 중에 멋진 남자에게는 다 대시해보지만 퇴짜맞기 일쑤고, 그래서 34살의 미란다는 노처녀이고 엄마의 소개팅 제안을 늘상 불만스레 받아들여야 한다. 엉뚱하고 실수연발이고 좀 엽기적이고 또 은둔자 성향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미란다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장면들은, 미란다가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무례하다고 말하는 거다. 나는 그게 왜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시트콤 특성상 심각하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녀가 무례하다고 할 때도 웃게 되지만, 그녀가


Rude!


할 때마다 너무 좋은 거다. 그녀가 rude 라고 말할 때면 자막에는 무례하네요 라고 나오는데, 아, 그래, rude 는 무례하다는 뜻이지! 하면서 또 이게 뭐라고 그렇게나 좋은 거다. 최근에 브리저튼 원서 읽으면서 rude를 만났었고, '아 이거 학교때 배운 단어인데 뜻이 기억이 안나네' 하고 답답해했더랬다. 그 뭐냐, 이게 좋은게 아닌데...문맥상의 뉘앙스로 어떤 분위기인지는 알았지만 '무례하다'는 뜻으로 퍼뜩 생각나진 않았었고, 사전 찾아보기 귀찮아서 그냥 넘겼던거다. 그런데 이렇게 미란다가 rude! 해주는 게 아닌가.


이 단어 말할 때마다 자지러지게 좋아하는 건 나뿐만은 아니었나보다. 좀전에 검색창에 미란다 하트 넣었는데 미란다 상점이 나오고 어? 이게 뭐여? 하고 들어가보니, 아 글쎄, 이런 걸 팔고 있는게 아닌가!




ㅋㅋㅋㅋ 아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저 rude 옆에 such fun 티셔츠는 미란다의 엄마가 늘상 하는 말이다. ㅋㅋㅋ rude 티 사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미란다의 키는 185 센치미터이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사람들은 다 그녀보다 키가 작고, 그녀의 키가 워낙 커 그녀보다 큰 사람이 적긴 하겠지만, 시트콤에서는 부러 그랬는지 죄다 진짜 훌쩍 작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미란다는 자신이 남자를 만날라치면 자신이 너무 커서 다리를 구부리고 다녀야 된다고 말하는데, 그런 그녀가 유독 게리랑 있을 때는 키가 나란하다. 별 생각 없이 회차를 이어 보다가, '어? 게리는 미란다랑 눈높이가 같네?' 하게 되었고, 그렇게 찾아보니 실제로 게리 역을 맡은 '톰 엘리스'는 키가 191 센치라고 했다.





게리는 미란다의 오랜 친구인데 미란다에게 언제나 한결같이 다정하고 따뜻한 남자다. 강한 남자로 보이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무서운 게 많은 남자고. 그런 게리와 친하게 지내고 싱글인 미란다는, 사실 14년간 게리를 짝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고백하지 못한 채로 늘 그와 함께하는데, 주변에서 미란다와 게리의 친구들은 둘이 서로 좋아하면서 서로 고백하지 못하는 걸 아타까워한다. 시즌1은 그런 게리가 홍콩의 레스토랑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고 홍콩으로 떠나는 걸로 끝난다. 미란다가 혹시 가지말라고 말해준다면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미란다는 너에게 잘된 일이라고 잘 가라고 하고 작별을 말하는 거다. 세이 굿바이.


밥통들..



내 마음도 아팠다. 미란다도 아프고. 시즌2에서는 게리를 잊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미란다가 나오는데, 그 와중에 새로운 남자와 또 썸을 타려고 부릉부릉 시동도 걸어보다가 쫜-  게리가 돌아오는 거다. 돌아온 게리와 미란다는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하고 연인이 되어볼까, 하고 쭈뼛쭈뼛 서로 다가선다.


너무 오래 친구로 지내서 연인으로 포지션을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잘 해보자 으쌰으쌰 하는데, 아아, 미란다는 알게 된다. 게리가 홍콩에서 결혼했다는 사실을. 너 결혼했었냐, 어떻게 내게 그걸 속이냐, 하고 분노하는데, 그때 게리는 green card 때문에 한 결혼이다, 그 결혼에 의미는 없다, 제발 내 말을 들어줘라, 하고 미란다에게 말하는 거다. 영주권 때문에 결혼하긴 했지만 데이트를 했던 것도 사실이고 섹스를 했던 것도 사실이라 미란다는 슬퍼하며 우리의 일은 없던일로 하자고 한다.


아, 그린카드가 영주권이었어? 나는 아주 오래전, 내가 보지는 않았지만 제라르 드빠르디유와 앤디 맥도웰의 영화 <그린카드>의 포스터를 떠올린다.















보진 않았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는 퍼뜩 기억나면서 앤디 맥도웰, 드빠르디유! 했었는데, 아아, 그 포스터의 제목이 말하는게 영주권이었구나! 영주권이었어!! 그린카드는 영주권이야!!


이렇게 나는 영국시트콤을 보면서 무례한 이라는 단어와 영주권 이라는 단어의 뜻을 외우게 된다. 단어 습득 개이득..



게리는 미란다랑 잘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연신 미란다를 찾아가 대화를 하자, 나는 너랑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다, 라고 말하고 그렇게 미란다랑 화해하고 다시 '친구'로 지내기로 하지만, 미란다에게는 게리가 영주권 때문에 다른 여자랑 결혼했었다는 사실이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자기도 모르게 영주권, 영주권 하고 툭 튀어나와 버린다. 하아-


피 땀 눈물..

14년간의 짝사랑 그리고 영주권......... (눈물을 닦자)

앗, 2021-14=2007 !!



시즌3에서는 게리가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고 미란다에게도 멋지고 근사한 남자가 찾아와 연애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게리의 여자친구가 미란다를 나쁘게 말하고 게리는 이에 화가 나서 미란다를 나쁘게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녀랑 헤어진다. 미란다는 미란다대로 남자친구가 사랑한다고 말하는데도 그 말에 '나도 사랑해'라고 해줄 수 없어서 고민이다. 내가 왜 사랑한다고 답해줄 수 없을까, 를 고민하다가 그것은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사랑이 여전히 게리에게 향해있음을 알게 된다. 크- 14년간의 긴 짝사랑은, 그렇게 고백으로 향하는데,


시즌3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아니 글쎄 남자친구도 그리고 게리도 미란다에게 청혼하는 게 아닌가. 미란다는 사랑하지 않지만 다정하고 좋은 사람인 남자친구의 청혼을 받을까,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아직 그 사실을 두려워하는 게리의 청혼에 예스를 말할까, 아니면 이 둘 모두를 받아들이는 대신 새로운 삶을 택할까 고민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 읭? 그래서? 그래서?


검색해보니 미란다 시트콤은 시즌3이 끝이더라. 이러기 있긔없긔?



그 후의 이야기, 미란다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스페셜에피소드로 비비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더라. 오, 그래 보자보자 하고 재생했는데 쏴리~ 이건 영국에서만 재생 가능~ 이러는 거다. 그래서 못봤다. 쓰읍- 아까비..



미란다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미있어서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소리 내서 웃으면서 봤다. 내가 연애 얘기만 쓰긴 했지만 연애 얘기보다는 다른 얘기가 훨씬 많다. 재미있는 지점이 많아서 재밌다 재밌다 보지만, 특히나 미란다 시트콤이 좋은 건, 시트콤이 끝나면 등장인물들이 음악에 맞춰 인사를 하는 거다. 이것은 시트콤이었고 내가 출연했다, 는 걸 보여주면서 한 명 한 명 인사하는데, 그게 그렇게나 좋다. 그러니까 뮤지컬의 커튼콜 같은 거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나는 그걸 보는 게 그렇게나 좋았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게리 역의 톰 엘리스 너무 따뜻해서 혹시 다른 거 뭐 있나 봤더니 주연으로 나온 건 <루시퍼> 라는 드라마더라. 아, 너무 길어.. 패쓰. 미란다 하트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스파이>에서도 나왔었는데, 미란다 하트 나온 드라마 또 있더라. 그거 봐야겠다. 미란다도 자꾸 봐야지. 나는 왓챠 이용권 구매했으니까. 어제 마지막회 보다 보니까 자막 올라갈 때 written by Miranda Hart 써있더라. 오, 이 재미있는 시트콤 각본도 썼구나!! 으흐흐흐흐.


찾아보니 영화 <엠마>의 조연으로 나왔던데 으, 엠마는 보기 싫은데..나는 책으로도 엠마 너무 싫어했어서... 으으...음... 스파이나 다시 봐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파이, 만세!

그러고보면 스파이 진짜 넘나 재미난 영화다. 계속 무능력하다, 너는 할 수 없다 세뇌당했던 '수잔 쿠퍼'가 능력쟁이 스파이가 되는 이야기도 좋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재이슨 스태덤이 똥멍충이로 나오는 것도 너무 좋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라 페니패커'의 《팍스》는 이야기의 시작을 읽으면서부터 사실 끝을 짐작할 수 있다. 소년이 함께 살던 여우를 아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풀어주고서는 할아버지 댁에 살러 간다.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전쟁에 참가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혼자 남은 소년을 할아버지 댁에 보내야 했던 것. 여우도 내내 숲에서 소년을 그리워하고 그래서 소년을 만나기를 희망하며 소년을 찾아가기로 한다. 소년 역시 내내 자신이 팍스라 이름붙인 여우를 그리워하며 집을 나와 다리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자신의 여우를 찾고자 한다. 아빠 말을 들으면 안되는거였는데, 팍스 내가 없으면 안되는데.. 그 과정에서 팍스는 팍스대로 다른 여우들을 만나 숲에서 지내게 되고 서서히 자신에게 스며있던 인간의 냄새를 지우게 되며, 소년은 소년대로 자신을 도와주는 인간 어른들을 만나게 된다.


중간에 좀 지루하게 진행되어서 그만 읽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리하여 그들은 만나는가'가 너무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끝에만 볼까? 이 생각도 하긴 했지만, 고지식한 나는 또 그런 거 잘 못하지. 그렇게 보았다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보고 책장을 덮었다.


그런데 그 뒤에, 그 뒤에 자꾸 생각이 났다.

그렇게나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원해서 서로에게 다가서려고 노력했지만, 그렇게 결국 만났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거. 바로 그 지점에서 성장은 시작하는게 아닐까. 분명히 돌아서는 발걸음 아팠겠지만 그러나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반드시 너에게 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너에겐 그보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 내 마음이 이렇게나 간절하고 내 노력이 이만큼 들어갔어도 나는 상대에게 나를 받아들이라 강제할 수 없다.


이게 자꾸 생각이 나서 밤에 혼자 술을 마시다가 이 얘기를 하고 싶어졌다. 이걸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데, 들어봐, 그렇게 너무 원해서 힘들게 힘들게 찾아나서고 또 찾아냈어도, 그래도 뒤돌아 서기도 하는거야, 하고 말하고 싶은데, 그 밤에 도대체 누구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 좋을지를 모르겠어서, 그저 술을 마시고 속으로만 삼켰다. 훈제오리구이와 마라감바스의 밀키트가 그런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다시, 미란다 얘기로 돌아가면,

미란다의 14년간의 짝사랑이 만약 게리에게 고백을 하고 받아들여짐으로써 커플이 되는 걸로 끝을 맺었다면, 그것은 14년간 짝사랑의 보상일까? 커플이 되고 연애를 하는 것이 해피 '엔딩' 일까? 어쩌면 사귀고나서 헤어지게 됐을지도 모른다. 헤어졌다면 14년간의 짝사랑은 가치를 잃는 걸까? 왜 어떤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연애를 해도 가슴 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살까?

















이거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분신사바 나오네? ㅎㅎ

이거 이상하다 이 책. 처음부터 뭔가 무서워. 딱히 무서운 얘기 나오는 거 아닌데 막 무서워서 ㅠㅠ 원래 집에서 자기 전에 읽을라고 했다가 낮에 출근할 때 들고 다니기로 했다. ㅠㅠ




오늘 아침에 뽀또 너무 먹고 싶었는데 편의점 두 군데나 갔지만 뽀또가 없었고 슬픔의 새드니스... 아이스 콜드브루랑 함께 먹으려고 했는데 없었어, 뽀또 없었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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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13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늦은 밤에도 곁을 지켜준 훈제오리와 마라감바스 녀석들, 참 좋은 친구들이군요.
<브라이턴 록> 무서워요? 무서우시구나.... 약간 뭔가 스멀스멀 일어날 거 같아서 그런가...

아니 근데 맨 처음에 ‘가슴 사이에서 볼펜이나 리모콘이 나온다‘는 부분 읽고 잠시 멈춰서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깊이 생각해봤어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3 10:20   좋아요 4 | URL
열입골살 소년 나오잖아요. 그 소년 등장하고 그 소년 피하려고 성인 남자가 도망치고 이러는 것부터가 너무 무서워요 ㅠㅠ 뭔가 막 심장이 쫄려요. 되게 잘못걸렸다는 생각이 들고요. ㅠㅠ 무서워요 ㅠㅠ 말씀하신 것처럼 뭔가 스멀스멀 일어날 것 같아서 그런가봐요. 아직 초반인데 주머니에 황산도 갖고 있는 거 진짜 너무 무서워요. 이런 사람 알게될까봐 너무 무서워요 ㅠㅠ

가슴 사이에서 볼펜이나 리모콘 나올 수 있는 걸 깊이 생각해봐야 하시다니.. 이것이 바로 무경험자와 유경험자의 차이인가 봅니다. 껄껄껄.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 2021-07-13 12:56   좋아요 1 | URL
어제 스팅고가 재치있는 가슴이라는 표현써거 그 가슴은 어떤 가슴인가 했더니 ㅋㅋㅋ 이렇게 가까이에 재치있는 가슴의 소유자가 있었던 것입니까? ㅋㅋㅋ 그것 참 재치있닼ㅋㅋㅋ

잠자냥 2021-07-13 13:08   좋아요 1 | URL
다부장 참 재치가 넘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3 13:37   좋아요 3 | URL
제가 또 재치다락방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치있는 가슴이라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쫄리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13 1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그린카드가 그런 뜻이군요! 전 그린라이트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ㅋㅋㅋㅋ 무례한 그린카드라길래 나쁜 남자 나오는 줄 ㅋㅋㅋ
하아.. 미드 본지가 언제인지.. 아니 티비 자체를 마지막으로 본지 3년 넘은 듯요 ㅜㅜ 미란다 나중에 보고싶어요
아무튼 마무리는 뽀또인가요. ㅋㅋㅋ 감바스가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다락방 2021-07-13 13:39   좋아요 0 | URL
미란다 너무 재미있어요, 독서괭님. 에피소드가 28분 정도밖에 안되니 추천합니다. 저는 지금 시즌1부터 다시 보고 있어요. ㅋㅋㅋ 그리고 게리가 너무 따뜻한 남자라서 좋아요!

오늘 집에 가면서 뽀또 사가지고 내일은 뽀또 가지고 와서 꼭 먹고야 말겠어요.
점심 먹고 산책하고 왔더니 너무 더웠거든요. 그런데 냉장고엔 거래처에서 선물해준 아몬드봉봉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이제 그거 먹을겁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1-07-13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뤄진 사랑만이 의미있는 사랑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답변 중, 전 마리 루티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영속되는 사랑만이 진실하다고 믿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러하다.

굳이 물어보지 않으셨지만 대답하고 싶네요. 가슴 사이에서 볼펜이나 리모콘이 나온다,는 게 어떤 건지 저도 짐작은 할 수 있지만, 가히 그것은 불가능한 일로서, 그것은 마치 제가 <브라이턴 록>을 읽는 일처럼 제게는 멀리 떨어진 세상의 일입니다. 두 분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무서버요. 아.... 어쩔....

다락방 2021-07-13 14:13   좋아요 1 | URL
크- 단발머리님. 진실한 독서를 진정성있는 독서를 하시는 분. 마리 루티가 맞아요, 그랬습니다.
저는 미란다의 14년간의 짝사랑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더라고요. 아주 긴 시간이잖아요. 그 긴 시간을 쏟아부었으면, 그랬기 때문에 반드시 맺어져야 하는가. 그러나 누군가와 관계가 시작되고 맺어지고 진행되는 건 나 혼자 하는게 아니니 내가 아무리 14년을 쏟아부었어도 안될 수도 있는 거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랑이란 뭘까 싶고 삶이란 뭔가 싶고 그래요. 오늘 제가 유독 활력이 없어서 아몬드봉봉을 먹었는데(응?) 이게 더위 때문인지, 에어컨 때문인지, 생리중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란다의 14년간의 짝사랑 때문인지를 모르겠어요. 휴..

브라이턴 록은 저도 계속 읽을까 어쩔까 생각하는 중입니다. 저는 범죄가 벌어질 것 같은, 게다가 황산을 가지고 다니는 17세 소년이라니,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요 ㅠㅠ 무섭습니다 ㅠㅠ 무서운데 읽어야 할까요 ㅠㅠ 그렇지만,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단 한 번 만난것 만으로도 ‘누군가가 그 대신 질문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여주인공 때문에 읽어보고 싶기도 해요.

잠자냥 2021-07-13 14:18   좋아요 0 | URL
그나마 다락방 님께 위안이 될 말씀을 드리자면, <브라이턴 록>은 범죄 현장을 잔혹하게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단발머리 2021-07-13 14:27   좋아요 2 | URL
여기서 이런 말씀 좀 부끄럽습니다만.....저도 아주 오랫동안 한 사람을 짝사랑했었고, 결국 그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미란다처럼 친구로도 있을 수 없어서 제게는 추억조차 없는데 말이지요. 천국과 지옥의 그 시간이 소중했던 사람은 오로지 저 한 사람뿐이었다는 사실이 좀 안타깝고 그랬습니다. 그 때 전.... 말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때였는데 말이지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거, 특히 사람 마음이 그렇다는 걸 배우고 나서 저는 조금 큰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쩌면 그런 면에서 좀 무심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구요.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고, 전 무심한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렇습니다. 제 심정을 어떤 사람은 이렇게 표현했더라구요.
김동률이 부릅니다. 내 마음은.


뜨겁지 않은 사람이 됐어
웬만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
예전처럼 조그만 일에 화내지 않고
조금씩 무던해졌어

혼자 있는 게 편하게 됐어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피곤해졌어
이러다 나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까
걱정되다 체념하다 또 너를 생각해

내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
내 마음은 아직도 네 곁에
가져갔는지 내가 두고 온 건지
그냥 멀어진 건지 어느새

나 욕심이 덜한 사람이 됐어
약속 없는 멍한 시간에 익숙해졌어
이러다 또 갑자기 다시 사랑이 오면 어떡하지 지금은 나 줄 게 없는데

내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 내 마음은 아직도 네 곁에
되돌려 받을 생각조차 못해서 텅 빈 그대로 이렇게

내 마음은
내 마음은 그대로 멈춰서
너를 부르고 자꾸 다 들춰내고 살아있다 말하고

내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 내 마음은 아직도 네 곁에
되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린 채 다른 시간을 사는 내 마음은

다락방 2021-07-13 14:36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저는 피해자의 죽음에 의문을 가질 사람이 이 사람(!)인줄은 꿈에도 몰랐었기 때문에 어라? 이러면서 보고 있기는 합니다.


단발머리 님/ 아니 이게 뭡니까, 단발머리 님.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절 울리려고 작정하신겁니까. 아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ㅠㅠ 오늘 퇴근송으로 김동률 노래 듣겠습니다. 지하철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겠습니다. 피 땀 눈물..

긴 시간 짝사랑이라면 제가 또 챔피언 아니겠습니까... (그렁그렁)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렇다면 젠더 트러블을 시작하면서 푸코, 보부아르, 이리가레 등등을 읽었다면 더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젠더 트러블의 초기부터 언급되는 푸코의 《성의 역사》도 그리고 보부아르의 《제2의 성》도, 모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선정 도서였으므로 나는 완독하였지만, 완독은 이해를 뜻하느냐 하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제2의 성은 그나마 낫지, 푸코의 성의 역사 같은 경우 그 길고도 지루한 네 권을, 윽, 나는 그냥 활자만 보았다는 것에 그치고 만다. 그것들을 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면 버틀러의 문장들은 내게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었을까?


















주디스 버틀러는 보부아르도 이리가레도 모두 가져와 어느 지점에서 잘못되어있다고 혹은 그건 이렇게 봐야 한다고 지적하긴 하지만, 그 지적이 가능한 건 이미 그전에 없던 주장을 해왔던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리가레 역시 보부아르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지만, 그것은 보부아르의 주장이 있어야 가능했던 것. 공교롭게도 나는 버틀러를 읽기 시작하면서 보부아르가 정말 대단했어,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건그렇고,


젠더 트러블의 이런 구절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한편,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보부아르에게 젠더는 구성된 것이지만 그녀의 공식에는 어떤 행위주체(agent), 즉 어쨌든 젠더를 걸치거나 전유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는 다른 젠더도 걸칠 수 있는 코기토(cogito)가 암시되어 있다. 보부아르의 설명이 암시하는 것처럼 젠더는 변하기 쉽고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것인가? 이럴 경우 ‘구성‘은 선택의 양상으로 단순화될 수 있는가? 보부아르는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고 분명히 밝혔으나 여성은 언제나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문화적 강제 상황 아래에 있다. 그리고 분명히 이 강제는 ‘섹스‘ 에서 온 것이 아니다. 그녀의 설명 어디에도 여성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반드시 여자라는 확언은 없다.
보부아르의 주장대로 "몸이 하나의 상황"13)이라면 언제나 이미(always already) 문화적 의미로 해석되지 않은 몸에 기댈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섹스는 담론 이전의 해부학적 사실성으로 볼 수 없다. 사실, 섹스는 그 정의상, 지금까지 줄곧 젠더였다.
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P99



그러니까 다른 구절들에 대해서는 다 알겠다. 보부아르에게 전데는 구성된 것이라는 것도 알겠고, 코기토가 암시되어 있다는 것도 그래 고개를 끄덕일 수있다. 그렇지만


'보부아르의 설명이 암시하는 것처럼 젠더는 변하기 쉽고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것인가?'


에서는, 보부아르가 젠더는 변하기 쉽고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라는 것에서 좀 갸웃해진다. 보부아르는 분명 여성이 만들어진다고 했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신화에서부터 문학작품까지 여성이 어떤 식으로 다뤄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태어나고 생리를 하는 존재이고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여성이 어떤 식으로 취급되어 왔는지, 여성을 한정적 존재로 규정하고 그래놓고서는 한정적인 일밖에 못하는 존재라고 한것까지. 이 암시가 젠더는 변하기 쉽고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그러니까, 그 한계 혹은 제약 자체가 없었다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기 때문에 온것인가?


'보부아르는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고 분명히 밝혔으나 여성은 언제나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문화적 강제 상황 아래에 있다.'


문화적 강제 상황에서 여성(sex) 이 여성으로서(gender) 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적확한 지적인데, 그런데 '이 강제는 섹스에서 온 것이 아니다' 라는 부분에서 나는 대혼란이 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역할은 여성이 남성의 생식기와 다른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 다름에서 온 것이 아닌가. 그것은 섹스로부터 온 게 아닌가. 여성이 열등한 존재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성에게 낙인찍히는 그 모든 부정적인 성질들은, 그 섹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보부아르가 만들어지는 여성이라고 한 지점은 분명 gender 이긴 하지만 여성(gender)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그 전에 여성(sex) 이 있었던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 강제는 분명 gender 이되, sex 로부터 온것이 아닌가. 여기서 대혼란 와서 눈알이 팽팽 돌아가는 느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리가레, 자, 이리가레를 아직 읽지 않은 나는 대혼란의 구덩이에 또다시 빠진다.



뤼스 이리가레는 논의를 좀더 복잡하게 끌고 가 여성들이 정체성의 담론 자체 내부의 모순은 아닐지라도, 어떤 역설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은 ‘하나‘ 의 성이 아니다. 대체로 남성적이고 남근로고스 중심적인 언어 안에서 여성들은 재현 불가능성(theunrepresentable)을 구성한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그에 대한 사고가 불가능한 성, 언어의 부재나 불투명성을 대표한다. 뜻이 명료한 일의적 의미화에 기초한 언어 안에서 여성의 성은 규정 불가능성이나 지칭 불가능성을 구성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들은 하나가 아닌 다수의 성이다. 여성을 타자(other)로 지목하는 보부아르에 반대하면서, 이리가레는 주체와 타자 모두가 폐쇄된 남근로고스중심의 의미화 경제의 남성적인 버팀목이라고 주장한다. 그 닫힌질서는 여성적인 것을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전체화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보부아르에게 여성은 남성의 부정태(the negative)이자 남성적 정체성이 스스로를 그것과 반대되는 것으로 구분하는어떤 ‘결핍‘ 이다. 반면 이리가레에게는 바로 그 특정한 변증법 자체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화 경제를 배척하는 체계를 구성한다.- P102



여성이 하나의 성이 아니라 다수의 성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그런데 이것이 여성을 타자 라고 표현한 보부아르에 '반대'하는 것이라니. 이 사회의  기준이 남성인 것은 둘이 같이가는데, 그런데 한 쪽은 타자로 말하고 한쪽은 다수의 성으로 말하면서 이것을 '반대'라고 표현하는게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거다. 보부아르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여자는 타자가 아니고 다수의 성이기 때문이다?

위의 문장을 여러차례 반복해 읽으면서 대략적으로 내가 이해한 개념은 이렇다.

그러니까 보부아르에게 여성은 남성 기준의 타자였음을 의미하고 그 자체로 타자의 존재를 의미하는데, 이리가레에게 여성은 그 타자라고 보는것 자체가 남성 기준이다, 라는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남성이라는 기준 자체가 없었다면 여성이라는 것이 규정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같은데, 이게 그렇게 다른 말인건가?



'이리가레는 주체와 타자 모두가 폐쇄된 남근로고스중심의 의미화 경제의 남성적인 버팀목이라고 주장한다. 그 닫힌질서는 여성적인 것을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전체화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 구절은 이 책, 《젠더 트러블》을 시작하면서 만난 용어 설명의 '강제적 이성애'와 겹친다.


강제적 이성애 (compulsory heterosexuality)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보이도록 만든 것은 사실 여자가 여자를,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것이라고 만들어버린 규범이다. 따라서 이 규범은 강제적이고 강압적인 것이지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성애는 강제적인 것이다.- P5


동성애는 비정상적인것 이라는 규범 때문에 이성애가 당연해버렸다는 지점. 이리가레가 보부아르의 타자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형식의 비판인건가.


이리가레는 표식하는 자와 표식되는 자가 모두 남)성적인 의미화 양식 속에 있으며, 그 안에서 여자의 몸은 소위 의미화가 가능한 영역으로부터 차단되어 있다고 분명하게 주장한다. 포스트헤겔 시대의 용어로 여성은 소거되는(cancelled) 것이지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리가레의 해석에서 여성을 ‘생물학적 성‘ 으로 보는 보부아르의 주장은 전복되어, 여성은 자신으로 지칭된 성이기보다는, 타자성의 양식으로 활보하는 또하나의(encore), 체현된(en corps) 남성적 성이라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리가레에게 여자의 성을 의미하는 남근로고스 중심적 양식은 그 자신의 자기 증식 욕망이라는 환영을 영원히 재생산한다. 남근로고스 중심주의는 여성들에게 타자성이나 차이를 부여하는 자기 제한적 언어의 제스처 대신, 여성적인 것을 감추고 그 자리를대신할 이름 하나를 제시하는 것이다.- P108



아 눈알이 팽팽 돌아가고 머리도 팽팽 돌아간다. 이리가레를 먼저 읽었다면 내가 여기에서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만약 젠더 트러블을 원서로 읽을 수 있었다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어쨌든 젠더 트러블 읽기를 계속할 것이고, 숙제처럼 생각되어졌던 책, 이리가레도 읽어야겠다.



마무리는 아름답게 11월 함께 읽을 도서를 선정하면서 끝맺도록 하겠다.

여러분, 11월 도서는 이리가레, 《하나이지 않은 성》입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리가레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고, '언젠가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 표지 좀 봐라.. 겁나 읽기 싫게 생겼어.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게 생겼다. 나 역시 이리가레... 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좀처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보부아르 제2의 성도 같이읽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직 완독하지 못한 책들중 한 권이었을 터. 자, 여러분, 하나이지 않은 성, 이 숙제를 우리가 시작하면서 동시에 마치자. 11월, 이리가레의 하나이지 않은 성을 함께 읽자. 우리가 함께 읽는다면, 우리는 이리가레의 하나이지 않은 성을 완독할 수 있을 것이야.


정말 저 표지.. 진짜 재미없게 생겼지만, 너무 절판 각으로 생겼지만, 놀랍게도 절판도 품절도 아니다. 살 수 있다. 하나이지 않은 성을 읽으면서, 아 그때 버틀러가 이런 말을 한거구나, 우리 좀 더 알고 좀 더 볼 수 있도록 하자.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읽기로 계획하는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페이퍼를 이쯤에서 마치겠다.


이만 총총.




덧) 젠더 트러블 원서 살까? 검색했다가 155,000원 무슨 일이야.. 이건 페이퍼백이 아니라 하드커버로 사야할 것 같은데 하드커버 155,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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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7-12 1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젠더 트러블>읽으면서 자꾸만 안드로메다로 강제 여행가곤 하는데 이걸 원서로 읽을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 다락방님 멋지심요.👍(하드커버 원서 가격 무섭네요!)

다락방 2021-07-12 10:22   좋아요 3 | URL
원서로 읽으면 더 잘 이해될까? 라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감히 원서에 도전하지는 못하겠어요.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도 읽으면서 자꾸 튕겨져나와요. 뭐라는거야...그나마 좀 알아들을 것 같은 부분에서는 ‘이게 뭔말이야‘ 이러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걍 튕겨져나갑니다. ㅋㅋ 그래도 어떻게든 얻는게 있겠지 싶어서 계속 읽어보려고요. 사실, 빨리 읽어치우고 다른 책 읽고 싶어요. -0-

단발머리 2021-07-12 1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버틀러는 연구자들에게도 어렵다는 평이 있다고 주워들었고요. 그말인즉슨, 원서로 읽어도 다름없이 어려울 거라 예상합니다.
버틀러는 전 좀 더 쉽게 설명한 국내 연구자의 책을 찾고 있습니다(이미 찾으신 분 연락바랍니다^^)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이라고 한 권 뜨기는 하네요.

다락방 2021-07-12 11:2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원서로 읽어도 어렵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 ㅠㅠ
언급하신 책은 저도 알라딘 통해 알게 되긴 했는데요, 그러나 그 책은 과연 쉬울것인가.. 싶고요.
아니 단발머리님. 우리 여성주의 책읽기 3년째 하고 있는데, 아직도 버틀러 읽기가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돼요? 얼마나 더 해야 이게 안어려워지는 거예요?
그런한편, 이렇게 어렵게 쓰여진 책은 여성주의에 있어서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을까, 여성의 삶에 어떤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마음에서 밀어내게 돼요. 뭔가 의지 뿜뿜 다지기에는 백래시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같은 책이 더 나은게 아닌가 싶고요.. 하아- 아직 절반도 읽지 못했으니 다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잠자냥 2021-07-12 12:53   좋아요 0 | URL
저는 <젠더는 패러디다 -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읽기와 쓰기> 책 갖고 있는데요, 이 책도 번역이 그닥...;;; 그런데 문제는 국내 주디스 버틀러 관련 번역은 조현준 이 역자가 다 번역한 것 같은데... (...... 말은 줄이겠습니다)

다락방 2021-07-12 13:3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잠자냥 님.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도 이 역자가 쓴 거더라고요? 잠자냥 님이 언급하신 책도 마찬가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랄까... 그러면 그냥 젠더 트러블 읽는 대혼란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아서, 참신하고 쉽게 써주는 작가의 새로운 글이 필요합니다, 잠자냥 님!!! 어떻게좀 해주세요, 네?????

난티나무 2021-07-12 1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리가레 음청 어렵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ㅠㅠ 11월도 문장에 튕겨나가는 달인가요.ㅎㅎㅎ

다락방 2021-07-12 14:02   좋아요 2 | URL
버틀러도 어렵고 이리가레도 어렵고 ㅠㅠ 그런데 이렇게 같이 읽어야만 어려운 책을 어떻게든 읽어내고 그렇게 독서근육 단련도 시킬 수 있을것 같고 그래요 ㅠㅠ

제 생각엔 8,9,10 월 도서가 잘 넘어가고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ㅠㅠ
난티나무 님, 화이팅! 우리 모두 화이팅!!

잠자냥 2021-07-12 14:23   좋아요 3 | URL
이리가레 <반사경>은 원래 올 6월에 출간예정이었어요. (페미니즘 책 열심히 출간 중인 꿈꾼문고에서) 그런데 출판사 개인 사정(1인 출판사인 것 같습니다)으로 출간이 연말로 미뤄졌습니다.... 건강 문제인 것 같던데 쾌차해서 얼른 출간되면 좋겠네요.

참고 링크

https://twitter.com/kumkunbooks/status/1392677724959830020

- 2021-07-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가레 읽지도 않고 이리가레를 좋아했던 저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그제 받은 택배 <처음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을 쓰다듬는다 ㅋ 우리의 페미니즘 책읽기는 정말 완벽한 리스트업이란 말씀 ㅋㅋ

잠자냥 2021-07-12 15:41   좋아요 1 | URL
아니, 이리가레 읽지도 않고 좋아하기! 이것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말하기 끝판왕 버전이란 말인가! ㅋㅋㅋ

다락방 2021-07-12 15: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요. 읽지도 않고 좋아하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쨌든 완벽한 리스트업은 저에게 맡기십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7-12 19: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읽지도 않고 좋아할 정도로 멋진 분이셨다구여 ㅋㅋㅋㅋ 정신분석학의 팔루스중심주의 지적하며 뚝배기 으찌나 대차게 깨버리셨나 라캉학파에서 공식 퇴출 시켜버린 그런 언냐 셨다구 ㅋㅋㅋ (여기서 중요한 건 난 라캉 잘 몰라 ㅋㅋㅋ 읽지않은 라깡ㅋㅋㅋ)

2021-07-12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3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3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Redman 2021-07-13 09:55   좋아요 0 | URL
보냈습니다!

유수 2021-07-12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쪽에서 멈춰있어요. 뭘 쓸수도 머리에 남은 것도 없어요(!) 이 고비 어떻게 넘어야 할까요ㅋㅋㅋ ‘놀랍게도 절판도 품절도 아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3 08:08   좋아요 0 | URL
이게 읽으면서 내가 재미도 있고 공감도 하고 동의도 하고 혹은 반대를 하고 그래야 제가 뭐 쓸 게 생기지 않겠습니까? 근데 이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으니 쓸 게 없어요, 유수 님. 저도 쓰고 싶은데 쓸 게 없어요. ㅋㅋ 아놔 ㅋㅋ 우린 앞으로 어쩌나요. 저는 백쪽 좀 넘긴 시점에서 잠깐 쉬어야겠어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저는 이게 완독이 어려울 것 같진 않은데 완독해도 저한테 뭐 남는게 없을것 같아요.

유수님, 8,9,10 월 도서는..재미있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 이 고비를 잘 넘겨봐요! ㅠㅠ

2021-07-13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3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수 2021-07-1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daesan.org/webzine_read.html?uid=3875&ho=89 어젯밤 책 덮고 이 인터뷰 보니까 덜 어려워서 좋았어요. 주디스 언니 얼굴도 보면서 힘내고요... 아직 책을 열진 못합니다만 ㅋㅋ

다락방 2021-07-13 10:03   좋아요 1 | URL
오 인터뷰도 참고할게요, 유수 님! 어휴 읽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마음이 바빠요. 그런데 막상 펼치면 멘붕오고... 인생 뭘까요? 하하하하하.

han22598 2021-07-15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주디 버틀러..참 멋지게 생기셨던데,
글이 왜케 어려울까요? ㅠㅠ 쉽게 쓰시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지만,
아직 몇 쪽 밖에 안 읽어서, 머라 이야기 하기 좀 그러니. 가열차게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ㅎ


다락방 2021-07-15 09:28   좋아요 0 | URL
너무 학술적 용어가 나와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쉽게 써줬다면 좋았을 거라는 불만이 생깁니다. 어렵게 쓰면 이것을 실생활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 투덜대면서요. 저는 백페이지 좀 넘게 읽었는데 계속 달려보겠습니다. 힘내요, 한님.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