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자신의 글에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서의 인물은 독자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랑에 빠지게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인물을 만들어낸 것은 그 글을 쓴 작가이다. 샬롯 브론테의 《교수》를 읽으면서 샬롯 브론테가 여성이면서 굳이 남성인 화자를 만들어낸 이유는 뭘까, 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읽다보니 이 남자인 '윌리엄 크림즈워스'는 여느 남성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질에 굴복하지 않고 꼿꼿함을 유지하려고 하며 여성을 트로피 취급하지도 않는 남자였다. 네가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나는 너처럼 이중적인 여성은 싫어, 네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너같은 폭군 밑에서 자존심을 구기며 일하지 않을거야. 윌리엄의 꼿꼿함은 그런 식으로 드러나는데, 나는 읽다가 '샐리 쏜'의 《헤이팅 게임》속 인물 '조슈아' 생각이 났다. 내가 그 로맨스 소설을 읽고 조슈아에게 매력을 느꼈던 것은, 그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만들어내는 강한 남자였는데, 게다가 일도 성실히 하고, 여자를 성적대상화 한다거나 유희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진지한 관계를 고려하는 남자였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나는 어김없이 알고 있었다. 그 조슈아는 실존하는 조슈아가 아니고, 눈돌리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남성 캐릭터가 아니고, 그 조슈아는 여성 작가인 샐리 쏜이 '만들어낸' 캐릭터라는 것을.


샬롯 브론테의 윌리엄 크림즈워스는 그런 캐릭터였다. 여성 독자인 내가 딱히 흠잡을 데 없는, 불쾌한 지점을 가지지 않은 캐릭터. 폭력적이지도 않으며 여성을 인간으로 대하려고 하는 캐릭터. 확실히 불쾌하지 않은 남자 캐릭터는 여성 작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걸까, 그렇다면 그게 가능한 이유는 여성이 바라는 남성상을 그 안에 녹여내기 때문이 아닌가.


내가 윌리엄 크림즈워스의 '불편하지 않은 남성'에 대해 생각했다면, 그것을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는 '양성적' 이라고 표현했다.



크림즈워스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이 어느 정도 양성적이었기 때문에 사회 부적응자로 인생의 첫발을 내디딜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p.580



윌리엄이 양성적 캐릭터라는 것은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만 했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교수를 다 읽고 뒤의 작품해설을 읽을 때, 옮긴이 '배미영'의 해설에서도 언급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윌리엄과 프랜시스라는 두 명의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사실 이 둘은 한 인물의 두 가지 특성을 분리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윌리엄은 남자 몸을 한 프랜시스이고 프랜시스는 여자 몸을 한 윌리엄이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윌리엄의 심리는 프랜시스의 심리와 흡사하고, 프랜시스가 간혹 드러내는 불 같은 열정은 윌리엄을 떠올리게 한다. 윌리엄은 프랜시스를 통해 자신의 성(性) 아래 억눌려 있는 여성적 정서를 표출하고, 프랜시스는 억압된 남성적 야심을 윌리엄을 통해 표출한다. 윌리엄프랜시스가 훨씬 상식적인 관계이기는 하지만, 에밀리 브론테의『워더링 하이츠』(1847)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마치 둘로 나누어진 한 몸처럼 독자에게 각인되는 정황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첫 소설에서 남녀 각각 둘로 분리되어 재현된 인물들은 작가의 마지막 발표작인 『빌레트』에서 하나의 여성 인물 루시 스노로 구현된다. - 《교수》, 샬롯 브론테, P355 (작품해설 中)



작가가 만들어낸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된다. 오래 전에 읽은 《제인 에어》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젊은 시절 내가 제인 에어를 읽고 느꼈던 것은 '사랑에 대해 당당하게 대처하는 로체스터' 였다. 자신의 처지가 어떠하든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지점이 내게는 아주 놀라웠다. 혹여라도 상대에게 불편함을 주진 않을까 뒤로 물러설 상황에서, 로체스터는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라고 했던 거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다시 읽게 된다면 내가 새로이 받아들이게 될 것 같고, 이 부분에서 여성의 돌봄노동을 기대하는 지점에 대해 비판할 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다시 교수로 돌아오면,



샬롯 브론테가 만들어낸 여성주인공 '프랜시스 앙리'는 고아이며 가진 돈도 없고 브뤼셀에 거주하는 반은 스위스인 반은 영국인인 여성이다.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그녀의 위치는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하고, 그 학교의 교장은 그녀를 멸시한다. 게다가 그런 보잘것 없는 여성에게 윌리엄이 관심을 갖자, 교장은 프랜시스를 내쫓기까지 한다. 교수, 샬롯 브론테의 이 작품에서 가장 뿌듯하고 놀라운 지점은 프랜시스 캐릭터의 웅변이 가져다주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부당함을 인지하고, 밝히고, 요구한다. 그것이 계속 '선생님'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녀는 결혼 후에도 그 호칭을 고집한다- 남성에 대해서도 발현되는데, 남성이며 나이도 더 많고 돈도 더 많이 버는 남성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샬롯 브론테가 만들어낸 여성 캐릭터, 그리고 이야기를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그래서 앞으로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고 있다.


「글쎄요, 선생님, 별거 아니에요. 스위스에서 저는 무언가를 하긴 했지만 별건 아니었고, 배우기는 했지만 너무 적었고, 보긴 했지만 거의 보지 못했어요. 그곳에서의 제 삶은 고리처럼 닫혀 있었어요. 저는 매일같이 같은 길을 걸어 다녔고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가난하고 재주가 없었으니까 죽을 때까지 거기 그대로 있었다 해도 저는 결코 그걸 넓힐 수가 없었을 거예요. 배운 것도 별로 없었어요. 이런 되풀이되는 생활에 완전히 지쳐 버렸을 때 고모에게 브뤼셀로 가자고 애원했죠. 부자도 아니고 신분이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저의 생활 범위는 전혀 넓지 않아요. 저는여전히 좁은 곳을 돌아다니지만 풍경이 바뀌었어요. 영국으로 가면 한 번 더 바뀔 거예요. 저는 제네바의 중간 계급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어요. 이제는 브뤼셀의 중간 계급에 대해서도 아는 게 있죠. 런던으로 가게 되면 런던의 중간 계급에 대해서 알게 될 거예요.」 - 《교수》, 샬롯 브론테, P191



윌리엄이 그녀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살아가는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혼 후에도 자신이 계속 가르치는 일을 할거라고 말한다. 너는 나를 막을 수 없다! 또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굽히고 들어가지 않을 것임을, 만약 그것이 부조리하다면 그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까지도 잘 새기고 있다.


「선생님, 어떤 여자가 자기와 결혼한 남자에 대해 진정으로 지긋지긋함을 느낀다면 결혼생활은 노예 생활이 될 게 분명해요. 올바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노예 생활에 저항할 것이고 저항한 대가로 고통을 받는다 해도 그 고통에 맞서야 해요. 자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 죽음의 문을 통과해야나온다 해도 그 문을 반드시 거쳐야 해요. 자유 없이 살 수는없으니까요. 선생님, 저는 그럴 경우 제 힘이 허용하는 한 저항할 거예요. 힘이 다 빠지면 저는 분명 피신하겠죠. 죽음은분명 악법과 악법의 결과에서 저를 보호해 줄 거예요.」 -《교수》, 샬롯 브론테, P334



결혼 생활이 길어지고 아이가 생기고 남편의 월급은 높은데 자신은 여전히 남편의 절반도 안되는 돈을 버는 것이 너무나 부조리하고 불공평한 그녀는, 남편에게 '우리가 학교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남편은 그녀의 제안에 응하고 그들은 학교를 만들어 잘 운영해서 학교의 이름도 드높아지고 그들의 경제적 형편도 여유로워진다. 샬롯 브론테의 책을 읽으면서 작가 소개를 보다보면, 그녀가 다른 자매들과 함께 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 샬롯 브론테는 이렇게 소설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낸다. 헤밍웨이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까페에서 우연히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난 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혹은 다른 글에라도 그녀를 등장시키고 싶었지만 -p.13' 이라고 밝히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에서 자신이 바라는 이상형의 사람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이상 자체를 실현할 수도 있는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샬롯 브론테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리고 행동을 자신의 책, 교수를 통해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내용이 어떠하든 이미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른 여성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행동이 있다면, 그것을 하라. 그렇지만,



다른 분들이 제인 에어를 통해 샬롯 브론테의 그 시대상황의 편견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밖에 없었던 점들을 지적했던 것처럼, 나 역시 교수를 읽으면서 아쉬운 지점들이 있었다. 이야기 속에 여성혐오자가 등장한다면, 그것은 작가가 여성 혐오를 하는 사람이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 범죄가, 살인이, 마술사가, 공룡이, 아동학대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고 가해자가 등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작가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러나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를 통해서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교수를 읽으면서 나는 샬롯 브론테가 인종차별을 하고 있음을, 장애인 비하를 하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반트(벨기에를 달리 이르는 이름:역주) 젊은이들의 특성을 알아내는 데는 예리한 관찰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방식을 학생들의 능력에 적용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의 요령이 필요했다. 그들은대개 지적으로는 저능했고 동물적인 면은 강했다. 따라서 그들의 본성 속에는 무능함과 어떤 둔중한 힘이 동시에 존재했다. 그들은 멍청했지만 묘하게 고집이 셌고 납처럼 무거웠으며 납처럼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이런 형편이었기 때문에 주로 정신적인 노력을 요하는 식으로 그들을 시험하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기억력이 나쁘고 지적으로 우둔하며 사색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그들은 꼼꼼히 공부해야하거나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반발하며움츠러들었다. 그들이 혐오스러워하는 노고를 선생이 분별없이 마구 이끌어 내려고 하면, 학생들은 돼지만큼이나 단호하고 시끄럽고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학생들은 혼자서는 용감하지 못했지만 en masse (떼 지어) 행동할 때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 《교수》, 샬롯 브론테, P88



나라고 결백한 인간이 아니고 나에게도 역시 인종차별적인 감성과 수많은 '나와는 다른' 어떤 것들에 대한 혐오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바깥으로 나올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벨기에 사람에 대한 윌리엄의 저 생각이 윌리엄의 것인지 샬롯 브론테의 것인지 고민해야 했지만, 제인 에어에서의 버사 부인을 생각해보면, 저 부분에서의 샬롯 브론테는 그것이 인종차별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저 써낸 것인것 같다. 작품 해설을 보노라면 저 문구 자체가 당시 상황의 인종차별이나 혐오를 비판하기 위해서 나온 것일 수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딱히 그렇게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나를 불편하게 한 지점은 또 있다. 예쁘지도 않은 프랜시스 앙리 양을 사랑하면서 윌리엄은 그러나 자신이 그녀를 사랑함에 있어서 그녀의 내적인 면만에 끌렸던 것은 아니다, 내가 그녀에게 열정을 갖고 있는 것은 그녀의 육체도 원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을 하는거다. (지금 책이 없고 그 내용은 사진을 안찍어놨네 제기랄...)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그녀가 어떤 모습이었어도 자신은 그녀를 사랑했겠지만, 그러나 자신이 가르치는 학급의 기형아 같은 그 여자아이였다면 열정이 생기지 못했을 거다, 라고 말하는 거다. 프랜시스에게 욕망을 얘기하기 위해서 굳이 '기형아 제자'를 가져와야 했을까? 내가 결혼할 상대가 신체가 건강하길 바라는 것은 물론 잘못이 아니다. '만약 그녀에게 장애가 있다면'이라는 생각은 누구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르치는 학급의 기형아 아이를 콕 찝어 '그 아이처럼 기형아라면 욕망 안생겨' 는 내게 좀 아쉬운 지점이었다. 샬롯 브론테가 당당하게 살게 만들고 세상 밖으로 내보내서 남자와 똑같은 것들을 누리게 해주고자 했던 대상은, 그렇다면, 가난하고 배움이 짧을 지언정 '백인 비장애인 여성'이었던건가 싶어지는 거다. 


물론, 나는 소설속 인물들이 완벽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인간 자체가 완벽하지 못한데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그녀가 경험한 세상이 그녀에게 자연스레 편견을 갖게 했을 것이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나 특별한 '악의 없이' 썼다고 해서 그것이 괜찮은 게 되는건 아니지 않나. 나는 항상 '무지는 죄다' 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 편견은, 교수의 작품해설에서 마찬가지로 언급된다.



작가에게는 편견도 많아 보인다. 그가 저지대, 브라반트, 혹은 플랑드르라며 다소 비하하고 있는 지금의 남프랑스와 벨기에 연안은, 사실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할 무렵까지만해도 영국령이었으며, 영국의 입장에서는 대륙으로의 교두보나 다름없는 중대한 지역이었다. 그 지역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경멸감, 가톨릭 교회의 타락상, 물질주의에 대한 혐오는 그 깊이가 매우 깊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에 만연하던 물질주의와 종교의 타락상에 대한 맹렬한 비판으로 해석해야할 것이다. 아일랜드이민 2세로서, 가난한 목사의 딸이었고 외국 경험을 많이 한 작가는 분명 천성적으로 경험적으로 독특한 이력의 작가임에는 분명한데, 그런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데 그의 탁월함이 있다. 목사의 딸임에도 신화와 전래 민담 등을 풍부하게 언급하고, 비교적개방적인 종교관을 보여 주고 있으며, 계급 의식에 있어 유연하고(거의 급진적이기까지 하다), 아주 실질적인 경제관을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 소설을 읽는 가운데 놓치지 말아야할 대목들이다. - 《교수》, 샬롯 브론테, P359 (작품해설 中)



교수를 읽으면서 이런 내용은 대체 뭘 뜻하는 걸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걸까, 했던 부분들이 있다. 끝에 말해주겠지 싶었는데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던 것들. 윌리엄의 우울증이 그랬다. 그가 혹독하게 우울증을 앓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그 뒤에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한 복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나오진 않았다. 어쩌면 그들의 아들 '빅터'의 어떤 성향에 대한 암시인걸지도 모르겠다고 뒤늦게 생각할 뿐. 그리고 광견병에 걸린 자신의 개를 쏘아죽이는 장면도 그랫다. 그 개를 윌리엄이 쏘아 죽이고 그 장면을 어린 아들이 보고 흐느끼는 장면, 아버지가 잔인하다고 원망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이야기속에 들어갔다면 그것은 필히 무언가 말하고자 함일텐데, 그건 뭘까 싶었는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언급된다.



헌스든과 이름이 같은 빅터의 맹견 요크가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렸을 때 크림즈워스는 지체 없이 아들의 반려견을 쏘아 죽인다. 이에 격노한 빅터는 '치료될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25장] 그 사건은 이야기를 진전시키기보다는 브론테의 상징성을 명로하게 밝히는 역할을 한다. 크림즈워스는 개를 죽이고 싶어할 뿐만 아니라 개가 나타내는 것을 죽이고 싶어한다. 이제 완전한 가부장이자 교수가 된 그는 요크 헌스든과 개 요크를 그의 삶에 있어서 병들고 광적인 요소로 보는 것이다. -p.593~594



정말 그런가? 가부장제에 반항하는 것들을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욕망이 크림즈워스에게 발현된 것인가? 

아무튼 교수를 읽고나서 읽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엄청 재미있다.



교수도 재미있었다. 고아로 자란 윌리엄의 세속적인 외삼촌들의 지원에 안녕을 고하고 형의 밑에서 일하고자 하지만 자신에게 일이 맞지도 않을 뿐더러 형이 너무 폭군이라 형과도 세이 굿바이 하고, 헌스던의 추천대로 벨기에로 슝 날아가서 학교의 교사가 되고, 그 과정에서 프랜시스를 만나 사랑하면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이루고 아이도 낳고 뭐 그러는데, 나는 이 이야기속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윌리엄이 벨기에로 날아가 낯선 곳에서 눈뜨고 그곳을 한껏 즐기는 장면이었다. 너무 씐났다. 그래, 바로 그런거지, 그러취!! 그리고 브뤼셀에서 행방을 모르겠는 프랜시스를 한달동안 찾아다니는 장면. 크- 당연히 그녀를 찾아야 이야기가 진행되니 찾을것이라는 건 짐작가능하지만, 그래도 쫄깃하지 않습니까.. 아무튼, 윌리엄은 브리쉘에 처음 가고나서 자신을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에, 새로운 곳이라는 사실에 흥분하는데, 그래서 이렇게 얘기한다.


독자여, 당신은 벨기에에 가본 적이 없을 것 같은데? 아마 그 나라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것이다. - P73



허라. 이 건방진 녀석을 보았나. 잘난척 하지 마라, 내가 다녀왔다 벨기에!!! 볼래?








아, 저 부분 읽을 때 어찌나 짜릿하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다녀왔다, 나는 안다! 어디 건방지게 못가봤을 거라고 깝치는거야? 나 다녀왔다니까? 기차역의 찌린내도 기억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뜨거운 햇살 아래 썬글라스 끼고 홍합 먹었던 것도 기억한다, 이 밥통아!!!



그리고 덧붙여, 샬롯 브론테 언니 유치함을 좀 언급해주자. 


나는 그녀를 내 가슴에 좀 더 가까이 당겼다.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이제 우리 사이에 이루어진 서약을 그 입맞춤으로 봉인했다. - 《교수》, 샬롯 브론테, P295


그래, 여기까지는 알겠다. 입맞춤으로 봉인.. 알겠어. 사실 청혼할 때 그전까지 한 번도 스킨십 안해봤으면서 갑자기 그녀를 확 끌어당겨 무릎에 앉히는 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남자들은 여자의 사이즈가 작기를 원하는가? 나같은 여자 무릎에 앉혔다가 뼈 아작날까봐?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말하면 되지 무릎에 앉히긴 왜 앉힌담? 아무튼 무릎에 앉혀가지고 저렇게 입술에 입을 맞췄단 말야? 그런데, 다음 부분을 보자.



정말 맞는 말을 하는군. 마침내 내가 말했다. 당신 뜻대로 해요, 그게 최선의 길이니까. 자, 이렇게 즉석에서 동의를했으니 그 보답으로 자발적으로 입 맞추어 주어요.」그녀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 맞추는 솜씨에는 초보자인 사람이 당연히 그런 것처럼, 내 이마에 아주 수줍고 부드럽게 입술을 갖다 대었다. 나는 그 작은 선물을 빌린 것으로 치고 후한 이자를 붙여 재빨리 되갚았다. -《교수》, 샬롯 브론테, P297


아 미치겠다. 오글거림이 하늘까지 뻗어오른다. 후한 이자를 붙여 재빨리 되갚았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마에 입술 댄 것에 후한 이자를 붙여 재빨리 되갚았으면, 어디에 뭘 어떻게 한건데요? 내 생각엔 아무리 해봤자 후한 이자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그만하자, 이런 얘기... 


아니, 그리고 그녀는 야생 딸기래. 나는 맨날 남동생에게 나는 밤에 피는 장미라고 하는데, 야생 딸기.. 신선하다.


「그러면 당신은 물론 그녀와 결혼할 거고? 아니라고 하지말게.」「결혼요! 운명의 여신께서 우리에게 10주만 더 허락해 주신다면 그럴 생각입니다. 그녀는 내게 자그마한 야생 딸기죠, 헌스던, 그 달콤한 맛이 당신의 온실 속 포도에서 내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어요.」 - 《교수》, 샬롯 브론테, P304



나도 앞으로 혹여라도 연애하게 된다면 딸기라고 애칭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모를 나의 미래의 연인아, 너는 이제 나의 야생 딸기야. 찡긋~



그럼 이만.




나는 현실 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을 봐왔던 그대로 내 주인공도 평생을 일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자기가 번 것이 아니면 한 푼도 가져서는 안 되고, 갑작스런 반전으로 일순간에 부와 높은 지위로 상승해서도 안 된다고 마음속에 새겼다. 내 주인공은 아무리 조그만 수입을 얻게 되더라도 제이마의 땀으로 그것을 사야 하고, 그늘진 정자에서 쉴 만한곳을 찾기까지 그는 반드시 <고난의 언덕길>의 오르막을 최소한 반은 올라야만 하며, 그전에는 아름다운 여성이나 지위높은 귀부인과 결혼조차 할 수 없다고 나는 다짐했다. 내 주인공은 아담의 아들로서 아담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며 일평생 기쁨이 섞인 절제된 물을 마셔야만 하는 것이다. - P5

그 다음날 아침 나는 길고 깊은 휴식에서 깨어나 아직도X시에 있다고 생각하고는 낮이 환하게 밝은 것을 알아차리고 늦잠을 자서 회계 사무소에 지각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벌떡 일어났다. 일시적이고 고통스런 억압의 기억이 되살아났으나 환희를 띠는 자유에의 의식 앞에서 사라져 버렸고, 침대의 하얀 커튼을 젖혀 넓고 천장이 높은 이국의 방을 바라보았다. - P76

나는 생각했다. <딱딱한 노처녀일 것이고, 로이터 부인 딸이라고 해도 마흔은 넘은 나이일 거야. 그리고 만일 그렇지 않고 그녀가 젊고 예쁘다면, 나는 잘생긴 편도 아니고 옷을 잘입는다 해도 더 나아 보일 것도 없으니 지금 이대로 가자.>그리고 나는 출발했으며, 거울이 걸려 있는 화장대 테이블을지나치면서 대강 옆으로 훑어보았다. 넓고 각진 이마 아래 푹 꺼지고 검은 눈이 달린 마르고 못생긴 얼굴을 보았다. 한창인 것도 아니고 매력적이지도 못한 용모였다. 젊기는 하지만 젊은이다운 활력은 없었다. 여인의 사랑을 얻을 만한 대상도 아니었고 큐피드의 화살이 꽂힐 만한 과녁도 아니었다. - P101

나에 대한 그녀의태도는 내가 그녀를 딱딱함과 무관심으로 대하기 시작했을때부터 변했다. 그녀는 온갖 일에서 내게 거의 알랑거리는태도였다. 그녀는 끊임없이 내 표정을 살폈고 수도 없이 사소하게 참견하여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노예 근성은 압제를 만들어 내는 법이다. 이런 노예 같은 충성심은 내 마음을누그러뜨리는 대신, 내 기분 속의 가차 없고 가혹한 것은 무엇이든 더 커지게 만들었다. 마법에 걸린 새처럼 그녀가 내주위를 날아다니는 바로 그런 상황은 나를 단단한 돌기둥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아첨은 내 경멸감을 들쑤셨고, 그녀의 아양은 나를 더욱 침묵하게 했다. - P171

그날 오후에는 바람뿐만 아니라 그 변덕스럽게 방랑하던 대기까지마치 담합을 한 것처럼 이곳저곳에서 잠에 빠져 있었다. 북쪽은 입을 다물고 있었고 남쪽은 침묵하고 있었으며 동쪽은흐느끼지 않았고 서쪽도 속삭이지 않았다. - P219

호색가에게는 매력 없을지언정 내게는 보물과도 같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대상.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느꼈다. 내 사랑의 보고(寶庫)를 봉인해 둘 이상적인 지성소. 분별과 신중함, 근면함과 인내, 자제와 극기의 화신. 내가 그녀에게 주고 싶었던 선물, 내 모든 애정이라는 선물을 충실하게 지킬 수호자, 믿음직한 문지기.
진실과 명예의 표본이며, 독립심과 양심의 표본이고, 삶을정직하게 닦아 나가고 지켜 나갈 사람. 관대함이라는 우물을품고 있고, 차분한 만큼 상냥하고 억누를 수 없을 만큼 순수한 열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가정이라는 지성소에 휴식과 편안함의 원천이 되는 자연스런 감정과 자연스런 열정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나는 그녀의 가슴 속에서 그 우물이 얼마나고요하고 깊게 보글보글 솟아오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위험한 불꽃이 이성이라는 눈 밑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타오르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 P223

우리가 다스릴 수 있는 충동도 있지만, 호랑이처럼 도약해서 우리를 덮쳐 버리고 우리가 그 충동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런 충동이 주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를 다스리는 충동도 있다. 그래도 그런 충동이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조용한 만큼 짧고 느끼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그런 과정으로 인해 아마도 이성은 본능이 생각하는 행위의 온전함을 확인해 준 것 같고, 그 일이 일어나는 동안 수동적으로 가만 있는 것이 정당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이치를따지거나 계획을 세웠거나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한순간 테이블 근처의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바로 그 다음 순간에 나는 프랜시스를 내 무릎 위에 끌어당겨재빠르고 단호하게 거기 앉히고 엄청난 끈기로 잡아 두었던것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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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다가 벨기에부터 무장해제 되는군요ㅋㅋㅋ
그리고 야생 딸기ㅋㅋㅋ
제인 에어에서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속삭이는 사랑의 대화 자꾸 생각나네요. ‘나의 꼬마 요정님...‘ 앗 알라딘 꼬마요정님!ㅋㅋㅋ
전 그래서 샬롯 브론테 작가가 굉장히 극과 극을 오가는 성격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때론 선입견에 사로잡혀 편협했다가, 때론 오글거렸다가, 때론 종교적 신앙심이 강했다가..때론 외모지상주의였다가....^^;;;
소설을 읽으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 보이던데 그런 점이 매력인가? 싶기도 하구요.
근데 교수도 읽어야 할 책이로군요^^

다락방 2022-12-13 11:23   좋아요 1 | URL
앗 꼬마요정! 그것도 제인 에어니까 들을 수 있지 이 나이의 저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이네요. ㅋㅋㅋㅋㅋ
냉철하고 당당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장해제 되어 야생 딸기~ 라고 할 수 있는게 또 인간 아니겠습니까. 완벽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묘사를 잘했다고 봐도 되겠네요. 그치요?
저는 교수를 읽어서 속이 다 시원합니다. 그러나 빌레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2-1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한 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교수> 생각만 하면 후한 이자 떠오를 듯요...
고전은 이렇게 대화 속에서 약간 엉뚱하게 빵 터지게 만드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3 12:33   좋아요 1 | URL
도대체 이마 입맞춤에 대한 후한 이자면.. 뭐란 말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한‘ 이자는 아닐 것 같은데 말입니다. 껄껄. 왜 자기 입맞춤이 후하다고 자부하죠? 자뻑쟁이... 뭐, 자뻑은 제가 챔피언입니다만. 후훗.
저는 확 끌어다가 자기 무릎에 앉히는 것도 너무 오글거렸어요. 아 너무 오글거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2-13 14:38   좋아요 0 | URL
후한 이자라고 하니까 전 상상되는 장면이 있는데........ 입 다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4 08:0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 저랑 같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굳이 맞춰보진 맙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2-14 09:49   좋아요 0 | URL
그럽시다. 우리의 이미지를 위해.... 아무튼 그 생각에 찌찌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2-12-13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한 이자 ㅋㅋㅋ딸기님께 찡긋 ㅋㅋㅋㅋ 너무 재밌습니다. 교수는 굳이 안 읽으려고 했는데 동합니다 동해요!
페이퍼 읽으면서 급진적(작품해설에 따르면요)이면서도 무지한 것에 생각이 멈췄어요. 모르는 것에 대해 어떤 자세를 견지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들을 연달아 보고 있어서요.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2-12-13 12:35   좋아요 1 | URL
문제는, 우리가 무얼 모르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알아야 비로소 모르는게 보이는데,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발생하게 되는 실수가 아주 많을것 같은데요, 그게 단순 실수이면 상관없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폭려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지점 같아요. 우리가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부일 것이고, 그것이 바로 책읽기 이겠지요!!

교수 읽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으니까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빌레뜨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래가지고 어디 12월 안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다 읽을 수 있을지.. ㅠㅠ

단발머리 2022-12-13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이 글 좋아요!!! 진정한 본성에서 인종적 편견, 벨기에 그리고 야생 딸기까지요. 물론 ‘후한 이자‘가 제일 기억에 남겠지만요 ㅎㅎ

저는 교수를 끝까지는 읽지는 않은 상태이기는 한데 작품해설의 ‘두 사람이 실은 한 사람‘이라는 해설이 적정한지는 모르겠어요.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만큼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윌리엄이 보통의 남자보다 훨씬 더, 훨씬 더 여성적이라는 면에 대해서는 긍정할 수 있겠지만, 프랜시스에게 남성적인 면모가 보이는가? 전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요. 저는 브론테가 윌리엄으로 자신을 ‘셋업‘하고 있다고 보여요. 순하고 상식적이면서 도덕적인, 젊은 남성이요. 자신을 그쪽으로 확 밀어두고서 속물적인 남성(형)을 비판하고 공부 안 하고 딴말하는 여성(학생들)을 비판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확신은 없습니다. 완독하지 못한 1인인지라.....

다락방 2022-12-14 07:55   좋아요 0 | URL
저는 이 페이퍼에 썼다가 지운 말이 잇어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 해석처럼 ‘양성적이다‘ 라는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였어요. 윌리엄을 양성적으로 해석하석하는 수전 구바와 샌드라 길버트, 그리고 두 사람이 실은 한 사람이라는 배미영의 작품 해설. 전 이 둘 모두 너무 멀리 나갔다고 생각했어요. 샬롯 브론테가 바라는 어떤 인간형이 있고 그리고 이야기를 끌어 나가기 위해 남주를 화자로 내세운 것은 의도적이었음에 분명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양성적‘ 이고 ‘이 둘은 실은 한사람‘이라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 지나친 해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샬롯 브론테가 작품을 쓸 당시에 젠더롤은 분명 더 심했던 것 같고요. 지금도 안심한 건 아니지만, 지금 빌레트 시작했는데 루시가 ‘남자같은 성격‘ 운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남자같은 성격, 여자같은 성격 같은 성별 고정관념이 더 심했던 것 같아요.

저 빌레트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빌레트 읽다 보니 <교수>에서의 윌리엄이 빌레트에서의 루시가 됐네요. 빌레트 먼저 읽었다면 교수는 잘 안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한 번 읽었던 것의 반복인 느낌이에요.

아무튼 저 빌레트 갑니다. 고고!!

독서괭 2022-12-14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지하고 사색적이고 예리한 분석에 이어 내가 다녀왔다 벨기에, 후한 이자, 딸기ㅋㅋㅋㅋㅋ
앞부분도 뒷부분도 넘 좋습니다. 이제 빌레뜨 가시나요? 전 2권 읽다가 요즘 책을 못 읽어서 멈춰있은 중 ㅠㅠ 빨리 읽어야할텐데요. 다락방미친여자도 진도 많이 나가셨네요. 전 완독하려면 하루 100쪽씩 읽어야 할 듯요 ㅠㅠ
그런데 락방님 다른 sns도 하시는군요. 아이디를 보니.. 77년생이신가요?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4 13:47   좋아요 1 | URL
저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 완독이 과연 12월 안에 가능할 것인지.. 그것이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후딱 빌레트에 매진하려고요. 집중집중! 후딱 빌레트 읽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힘이여, 솟아나랏!! ㅋㅋㅋㅋㅋ
독서괭 님도 힘내세요!!

2022-12-14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거에여???
전 안죽고 싶은데여?????

「노처녀의 삶은 틀림없이 공허하고 지루한 삶일 거라고 생각해요. 마음속은 긴장되고 텅 비어 있겠죠. 제가 노처녀였다면 그 공허를 채우고 아픔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면서 삶을 보냈을 거예요. 아마 실패할 수도 있었을 테고, 다른 독신 여성들처럼 경멸당하고 하찮은 대접을 받으며 상심하고 낙담하여 죽었을 거예요. 하지만 전 노처녀가 아니에요.」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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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2022-12-13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샬롯 브론테‘하면 제가 어릴 때부터 읽은 ‘제인 에어‘밖에 몰랐는데 이런 책도 있었네요. 근데 이 대사는 ㅋㅋㅋㅋ 좀 너무하네요. ㅠ 나이든 싱글 여성도 행복할 수 있는데 말이죠.

소설의 어떤 맥락 속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대상을 반영한 것일까요. 동양이나 서양이나 여성이 홀로 살긴 힘든 시대였을 테니. ㅠ

다락방 2022-12-13 09:13   좋아요 0 | URL
네, 사실 노처녀에 대한 혐오는 저 시대만의 것은 아니긴 하지요. 저 어릴 때도 노처녀 히스테리란 말이 심심찮게 들렸으니까요. 그렇다해도 ‘노처녀 되면 죽었을거야‘ 라고 말하고 ‘근데 난 아니지, 결혼했지롱~‘ 이러는거 너무 별로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나는 교수 재미있는데?? 216쪽 읽는데 넘나 짜릿하다. 교수여, 앙리 양을 찾아라!! 윌리엄 교수의 브리셀에서 앙리양 찾기. 깨알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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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1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 브뤼셀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낼 거야. -p.216

단발머리 2022-12-12 18:23   좋아요 0 | URL
찾고 나서 문자 좀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2 19: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찾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뽀뽀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2-12 19: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하지마 하지마요ㅋㅋㅋㅋㅋㅋㅋ그만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2 19:53   좋아요 0 | URL
응? 뽀뽀 그만하라고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2-12 19: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만그만 그만 ㅋㅋㅋㅋ 뽀뽀 그만 ㅋㅋㅋㅋ상상 그만 독서 그만 ㅋㅋㅋㅋㅋ 그만그만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레트 읽으시면 이 흥분의 세곱절일텐데요. (기다린다)

다락방 2022-12-12 19:52   좋아요 0 | URL
빌레트 도전하긴 할건데 다락방을 이달 안에 다 읽으려면 어째야 할지 ㅠㅠ

- 2022-12-12 20:02   좋아요 1 | URL
참고로 빌레뜨 = 브뤼셀입니다. 아 나 루시 스노우 너무 좋아. 제생각엔 다락방님 좋아할겁니다. 빌레뜨. (이렇게 다락방은 다미여를 읽지 못하고...)

다락방 2022-12-12 20:03   좋아요 0 | URL
쟝님 빌레뜨 다 읽었어요? 😱😱😱😱😱

다락방 2022-12-12 20:04   좋아요 0 | URL
나만 안읽었어요, 빌레뜨?? 😱😱😱😱😱

- 2022-12-12 20:52   좋아요 1 | URL
1권 읽는 중이구 2권 무리 없이 읽을거 같아요 ㅋㅋㅋ 다락방님만 안읽은 거 맞아요 메롱~

다락방 2022-12-12 21:01   좋아요 0 | URL
딱 기다려요. 내 곧 가리다. 으르렁-

다락방 2022-12-13 09:21   좋아요 0 | URL
나 어제 빌레트 앞에 조금 읽었는데요, 아니 여섯살짜리 꼬마 여자아이가 열여섯살 소년에게 맹목적 애정을 품는게 보기 너무 괴롭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12-13 10:41   좋아요 0 | URL
주인공은 화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3 11:11   좋아요 0 | URL
네네, 그 화자가 루시 더라고요. 어휴 다행이에요. 그래도 아무튼 싫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2-1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서 읽었어야 했던 교수!!!
온통 도깨비 주문 같은 저 낱말들~궁금하다!!
읽어야겠네~ 읽어야겠어~
그래도 빌레뜨 먼저 좀 읽고요!!^^

다락방 2022-12-12 21:02   좋아요 1 | URL
교수 재미있어요 책나무 님. 근데 별 다섯은 못주겠어요. 좀 걸리적거리는 부분들이 있어서요. 근데 왜 만날때마다 뽀뽀를 하지 않는건지.. 연애하면 원래 만날 때마다 뽀뽀하는 거 아닌가요? 🙄

책읽는나무 2022-12-12 21:06   좋아요 0 | URL
누가 만날 때마다 뽀뽀 한대요?
뽀뽀하면 큰일 납니다.ㅜㅜ

유부만두 2022-12-12 21:28   좋아요 1 | URL
그거 프랑스(문화)식 뺨 뽀뽀 아니에요?

책읽는나무 2022-12-12 21:45   좋아요 0 | URL
아..프랑스식 뽀뽀??
전 진짜 뽀뽀인 줄 알고~ㅋㅋㅋ
저는 뽀뽀하면 결혼해야 하는 줄 알고...ㅜㅜ

다락방 2022-12-12 21:46   좋아요 1 | URL
뺨 뽀뽀 아니에요. 입맞춤 이랍니다 ㅋㅋㅋ 제가 내일 페이퍼 쓸게요! 후훗

얄라알라 2022-12-13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사진, ^^ 오늘 사진인 걸 바로 알아봄.

근데 저 스벅 음료(이름 갑자기 생각 안나네요) 은근 맛있죠?^^ 비오는 저녁에 어울리는 음료네요. 맛으로도, 색감으로도^^

다락방 2022-12-13 09:20   좋아요 1 | URL
네, 바로 어제 였습니다. 음료 맛있긴 했고 그보다 예쁘기도 했지만 너무 비싸요 ㅠㅠ
그래도 어제 책 읽을라고 퇴근후에 부러 까페 가서 좀 읽었네요. 어제 자기 전에 교수 다 읽고 잤습니다. 만세!! ㅎㅎ
 
넌 또다른 나 (아니고요)
















여성 교육의 최종 산물을 불안한 자기 부정임을 브론테는 암시하고 있다. 캐서린, 혹은 모든 소녀들은 자기 이름을 알지 못하고, 따라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될 운명인지 알 수 없다는 것만을 배운다. -p.502



다락방의 미친 여자 8장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다루고 있다. 집안에서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캐서린은 한 번도 기대한적도 예상해본적도 없는 소년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버지가 길에서 데려온 소년. 이 소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절친한 사이가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 소년을 만난 것은 우연이면서 동시에 강제로 주어진 것이었다. 캐서린이 뚜벅뚜벅 걸어가 어딘가에서 만난게 아니라, 가만히 집에 있었는데 훅- 소년이 나타난 것이다. 캐서린은 그날까지 아빠와 오빠 말고는 다른 남자를 본 일이 없다가 이제 낯선 소년이 집에 들어온 것. 그 소년이 아빠와 오빠와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와 친하게 지내고 사랑에 빠진것 같았지만, 저기, 6킬로미터를 건너가서 나타나는 저택의 소년 '에드거'를 만나게 된다. 에드거의 집은 부자이고 교양이 있었고 캐서린을 극진히 대한다. 캐서린은 에드거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다. (자세한 줄거리는 먼댓글 참고하세요.)



















"그렇지만 세상에 잘생기고 돈 많고 젊은 사람은 많아요. 어쩌면 그분보다 더 잘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들은 좋아할 수 없나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 눈앞에는 없잖아. 난 에드거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 -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P130



에드거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고 에드거 같은 남자는 처음인데, 사실 캐서린은 에드거 외의 다른 남자는 본 적도 없다. 세상에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들이 아마도 더 있겠지만, 캐서린은 본 적도 없고 만날 가능성도 없다. 이 집 아니면 저기 멀리 걸어가서 저 집에 사는 남자들만 본 그런 한정적 공간 안에서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꿈꿀 수 있단 말인가. 너같은 남자는 너가 처음이라는 말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너 말고 다른 남자를 본 적이 없는 것 역시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남자라고는 가족 외에 몰랐던 캐서린에게 히스클리프가 나타났고 그는 운명의 상대 같았으나, 조금 더 자란 캐서린 앞에 에드거가 나타난다. 당연하게도 에드거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 후의 캐서린에게는 더이상 남자가 나타날 리 없고, 결혼 후 몇 년이 지나서야 '다시' 히스클리프가 등장한다. 캐서린의 인생에 등장한 남자는 히스클리프와 에드거 둘 뿐이었는데 히스클리프와 에드거 둘 다와 치명적 관계가 된다. 너무...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딱 이정도 뿐이고 그래서 그들과 함께 산다니.. 인생 너무 답답하지 않나. 물론 이건 지금 여기를 사는 내 기준이지만, 세상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캐서린이 다른 곳을 갈 수 있었다면, 다른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면 히스클리프와 에드거가 아닌 다른 남자들이 더 있다는 걸 보고 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히스클리프보다 그리고 에드거보다 더 나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또 더 못난 남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선택지들 중에서 인간이란 그리고 남자란 이런 족속들이구나, 깨닫고 '그렇다면 바로 이 사람' 하고 선택한 게 아니라, 이 사람만 볼 수 있었고 이 사람만 선택 가능한 삶.. 이 되어버린 거다. 게다가 결혼하고 나면 출산하고 출산은 곧 감금이다.



출산은 캐서린이 자기를 주장함으로써 워더링 하이츠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던 가부장적 질서를 소생시키고 있다. 출산은 결국 자아가 겪을 수 있는 최종적인 분열이다. 마찬가지로 '해산'이란 여자에게 결국 감금과 동의어다. -p.519



여성에게 한정적인 공간만 주고 한정적인 사람들만 만나게 한 상태에서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결혼하게 만든다면, 그런 시야가 좁은 여자들을 다루는 것은 얼마나 쉬웠을까. 내가 보는 세계가 이게 전부인데 어떻게 그 다음, 더 멀리를 꿈꿀 수 있단 말인가. 폭풍의 언덕 결말이야 우리가 다 아는 것이지만, 만약 폭풍의 언덕이 아닌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캐서린이 결혼해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가 살고 있었다면 그녀가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있는 다른 상대의 가능성은 없다. 어쩌면 레이디 맥베스 처럼 집에서 일하는 일꾼에게 반할 수도 있고 채털리 부인처럼 사냥터지기와 눈이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고작해야 그런 가능성. 아, 그 뭐지.. 손님이 와서 가능해질 수도 있겠다. 그 뭐냐, 플로베르 소설 보바리 부인 처럼. 집에 찾아든 마을의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 또 하나의 가능성이겠지. 캐서린은 기차를 타지도 않기 땜시롱 브론스키를 만날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주어진 조건으로만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만족할 수도 있고 크게 불만을 갖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 삶을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 한정된 공간 한정된 사람은 치명적으로 답답함을 안겨준다. 샬롯 퍼킨스 길먼이 결혼 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처럼 캐서린이 한정된 공간에서 아프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딱히 교육도 여행도 허락되지 않는 삶에서 그녀가 하는 게 사랑밖에 더 있나. 인생에 사랑이 제일 중요해져 버리는데, 이거 너무 거시기하지 않나...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에는 사춘기 시절 다락방에 감금되는 4남매가 나온다. 그들은 몇 년간 다락방에 감금되어 주는 음식만 받아 먹으면서 서로밖에 알지 못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그 안에서 근친상간이 일어난다. 사랑과 섹스가 남매들에게 일어나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해야 했느냐, 라는 물음은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가능성을 주지 않고 주어진 공간 내에서 심지어 하지 말라는 제약까지 가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공정하고 가혹한 게 아닌가. 



히스클리프에게 반해버리는 이사벨라도 마찬가지. 이쪽 집에 살면서 저쪽 집의 청년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데, 히스클리프 말고 다른 청년이 없다......................................................게다가 교양있고 점잖은 자기 오빠만 보다가 갑자기 어떤 거침과 난폭함을 가지고 뚜벅뚜벅 나타난 히스클리프 라니.. 이사벨라에게 그는 얼마나 멋진가. 그렇게 히스클리프랑 결혼해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가서 사는데, 와 그냥, 에휴.... 나가라, 여성들이여. 일단 그 지역을 벗어나고 그 나라를 벗어나라. 그들이 남자의 전부가 아닌데 그들이 남자의 전부인 줄 알고 사는게 나는 세상 답답한 부분 ㅠㅠ 주어진 공간안에서 살다가 그 공간안에서 만난 남자랑 결혼하는 거, 진짜 너무 혹독하다. 히스클리프도 캐서린도 어느 정도 미쳐있는데, 그렇게 살면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 같다. 넌 여기에만 있다가 이 사람만 만나, 라고 해서 만나게 된 상대가, 과연, 나의 운명적인 사랑인가. 그것이 운명인가. 어휴..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다루는 책들을 일전에 몇 권 읽었었고 그래서 나는 새로운 독서 없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시작했다. 그런데 8장 폭풍의 언덕 부분 읽다 말고 충동적으로 폭풍의 언덕을 읽기 시작했고, 내친 김에 다 읽고 다시 펼쳐든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진짜 너무 재미있는 거다!! 아니, 이거 관련 책을 읽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잖아?! 다른 분들은 관련 책 열심히 읽고 계시던데, 이게 다 이유가 있고 이미 앞서 가신 분들.. 여러분, 정말 잘 하고 계신겁니다. 관련책 읽고난 후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 펼쳐드니 세상에, 내용이 온 몸에 골고루 스며드네요. 여러분이 잘하신 겁니다. 그래서, 나도 관련 책들을 읽고난 후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고 싶은데, 시간은 벌써 12월 12일이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아직 절반도 못읽었고, 읽어야 할 책들을 쳐내고 쳐내도 빌레뜨와 교수가 남아, 게다가 빌레뜨 두 권인데... 나는 이것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아. 왜 진작 관련책들을 읽어두지 않았나. 후회가 뼈에 사무친다.

퇴사하고 싶다. 퇴사한 후에 아주 그냥 미친듯이 빌레뜨 읽고 교수 읽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면 좋을텐데. 퇴사가 너무 급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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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에겐 어디로든 이동할 자유와 가능성이 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3-01-11 08:49 
    이 책을 사둔지는 오래되었는데 영화가 나왔다는 걸 알고 나서야 '영화보기 전에 읽어야지' 하게 되었다. 어느해였나 외국의 서점에서 이 책이 쫙 진열된 걸 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이 책을 올려놓고 너무 좋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로지 헌팅턴 휘틀리는 보통 자신이 만들어 파는 속옷과 화장품을 주로 게시물로 올리는데, 책을 본 건 아마 그게 처음이었지 싶다. 영화 예고편이었나 짧은 영상에서 이 내용 속에 강간이 나온다는 걸
 
 
거리의화가 2022-12-12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하고 같은 부분 읽으셨네요~ㅎㅎ 폭풍의언덕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읽어서 줄거리가 가물가물...ㅋㅋ
저도 시간이 얼마 안남아 교수는 못 읽을 것 같고 뒷부분에 조지엘리엇 부분이 많아서 좀 읽어야 하나 걱정스럽네요ㅠㅠ 다락방님도 남은 분량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2-12-12 09:00   좋아요 1 | URL
저 제 기억이 맞다면 폭풍의 언덕 세번째 읽는건데 완전히 내용이 새롭더라고요. 예전에 되게 음침하고 무섭게 읽은것 같은데 이번에 보니까 딱히 그렇지도 않고요. 물론 초반에 어린 유령 부분에서는 좀 무서웠지만.. 확실히 내용이 기억날 때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니까 재미있어요. 저는 지금 교수 를 읽고 있기는 한데, 욕심 같아서는 빌레뜨까지 읽고 싶어요. 그러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언제 읽죠? ㅜㅜ 좀 더 부지런할걸.. 후회되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님, 화이팅!!

유부만두 2022-12-12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죠.. 교수 읽은 다음에 만나는 빌레트는 더 재미있는데…

다락방 2022-12-12 09:26   좋아요 1 | URL
진짜 어쩌죠. 퇴사할까요? ㅜㅜ

유부만두 2022-12-12 09:43   좋아요 1 | URL
안돼요! 새벽의 캐나다와 책탑과 다이사님 (다이소 아님)캐릭터를 위해서라도?…

다락방 2022-12-12 10:08   좋아요 2 | URL
제가 오늘도 캐나다 뷰를 찍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 뷰 때문에 퇴사를 못하고 있는건가 싶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2-12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둘 중에 하나라면 빌레뜨를 권합니다. 전, 교수는 아직 제자리고요. 빌레뜨 읽어야 마저 반절 읽을텐데 말입니다 🤔🤔🤔

유부만두 2022-12-12 09:42   좋아요 1 | URL
동감이에요. 교수의 많은 모티브들이 빌레트에서 다듬어져 나와요. 교수는 좀 연습 같아요

다락방 2022-12-12 09:43   좋아요 1 | URL
저 교수가 그나마 분량이 적어서 시작했는데요, 이걸로 썽에 안찰것 같아서.. 빌레뜨를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어쩌죠 ㅠㅠ

단발머리 2022-12-12 09:45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 / 그래도 마저 읽어야 ‘<교수>를 읽었어요’ 말할 수 있을텐데요 (자랑 좋아하는 스타일) 어쩌죠? 유부만두님? 🙄

유부만두 2022-12-12 09:45   좋아요 1 | URL
자매님들, 건너 뛰세요. 빌레트로 직행!!!

단발머리 2022-12-12 09:4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 두 작품 다 지루 포인트 있고요. 그래서 저는 시간 관계상 빌레뜨를 권합니다. 저는 어쩌죠?

유부만두 2022-12-12 09:50   좋아요 1 | URL
단발님… 우리, 동전을 던져서 결정할까요? 근데요.. 채털리 부인 애인 남자 말이에요, 그 남자 이혼 안해주는 (전)부인 이름이 “버사”랍니다?! 저 지금 읽고 우왕 이러고 있… 지만 워낙 소설에서 성행위 찬양이 늘어져서 하품 나와요

단발머리 2022-12-12 09:50   좋아요 1 | URL
빌 빌 빌….빌레뜨로……🏃🏻‍♀️🏃🏻‍♀️🏃🏻‍♀️

단발머리 2022-12-12 09:51   좋아요 1 | URL
우아! 완전 신기하네요. 버사라는 이름에 그런 힘(?)이 있나봐요. 저 채털리 읽을까요? 🙄🙄🙄

유부만두 2022-12-12 09:53   좋아요 1 | URL
아뇨! 단호하게 비추천 드립니다. 우리에겐 더 멋진 소설들이 많거든요. 저도 얼렁 헤치우려고요.

다락방 2022-12-12 10:01   좋아요 1 | URL
채털리는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ㅋㅋ
전 그냥 부인 시리즈는 다 읽어두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건.. 그냥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저 교수-빌레뜨-다락방의 미친 여자 완독이 목표인데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아, 교수-다락방의 미친여자 끝내고 빌레뜨를 갈까 싶은데, 그러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덜 재미있게 읽는 것 같아.. 밤을 새며 빌레뜨를 읽을까요? (폭풍의 언덕 새벽까지 읽은 사람이지만 주말이기에 가능했음)

세상엔 왜이렇게 어려운 일들이 많은가요..

햇살과함께 2022-12-12 10:5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저 빌레뜨 안 읽고 어제 12장 루시 스노 읽었는데,, 후회했어요.
빌레뜨 읽고 다시 읽어야 합니다~!!

다락방 2022-12-12 10:28   좋아요 1 | URL
아 햇살과 함께 님.. 저한테 아주 쐐기를 박으시네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 읽어야 되는거네요? 읽겠습니다.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아놔 어떡하지. 좀 더 부지런히 읽어둘걸 ㅠㅠ 게을렀던 저를 반성합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12-12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뭘 굳이 퇴사하면서까지 빌레뜨랑 교수를 읽겠습니까? 퇴사해도 진도 안가는 건 똑같을걸요?ㅋㅋㅋㅋ
전 다락방님의 지난 독서 내공이 무척 부러운 사람입니다. 예전에 다 읽었으니까 난 곧바로 다미여 직진!!!! 전 그게 넘 부럽다죠!!
읽다가, 읽다가 시간이 넘 부족하니까...참나~ 지금 좀 포기할까? 그런 맘이 스멀스멀~ㅋㅋㅋ
나 혼자 내년 1 월까지 연장할까? 그러고 있어요. 관련 도서가 넘나 많네요?
전 폭풍의 언덕도 넘 벽돌이고, 어릴 때 유일하게 읽었던 책이어서 건너뛰려고 했었는데 어제 다락방님 글을 읽고..아!! 그런 내용이었어? 읽어야겠구나! 싶어 2 장까지 읽고 잤어요.
오스틴 단편집이랑 브론테 자매님들 책만 읽으려 하다가 자매님들 책 권수가 많아 살짝 건너뛰려고 했어요. 헌데 빌레뜨 1 권을 읽고 나니까, 중간부분 지루하다가 갑자기 후반부에서 궁금해져, 2 권을 읽고 싶어지고...교수가 빌레뜨의 모티브였다니? 교수도 읽어야 할 것 같고!!!
만두님의 채털리 부인ㅋㅋㅋ
다미여 끝나면 채털리 부인 읽을겁니다ㅋㅋ
맞아요..부인 시리즈는 읽어둬야 합니다.

유부만두 2022-12-12 10:23   좋아요 1 | URL
제가 닉네임 값을 치르는 걸지도 몰라요. “유부”만두. 만두 부인이 어쩔 수 없군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12-12 10:27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넘 재미나게 쓰셔서 읽고 싶습니다. 말씀 드렸죠?
뽐뿌의 신, 지름의 신.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실 듯 합니다. 만두 부인님ㅋㅋㅋ

다락방 2022-12-12 10:30   좋아요 1 | URL
그러나 책나무 님, 예전에 읽었으니까 다락방 직진! 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시 읽는 쪽이 훌륭한 선택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폭풍의 언덕 읽자마자 다락방 읽으니 얼마나 재밌던지요. 하아.. 이 페이퍼 댓글분들의 한결같은 조언에 힘입어, 제가 교수, 빌레뜨,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모두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할 수 있다!!

근데 저 교수 읽고 있는데 말입니다, ‘샬롯 브론테 글 참 잘 쓰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샬롯 브론테의 교육이 벨기에에서 이루어진 것도 너무 좋네 싶었고요. 아무튼 열심히, 계속, 쭉 읽어보겠습니다. 빠샤!!

건수하 2022-12-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캐서린은 그렇다 치고 캐서린 린튼까지 또 그 옆집에 사는 애랑 결혼하는거 너무 싫었어요.
그 캐서린은 말도 탈 수 있던데 다른 데 좀 가라고 좀!

부모나 친척과의 교류가 없으면 스스로의 의지로 멀리 가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시기였나봐요..
제인 오스틴도 말과 마차 이야기 했었잖아요.
현대에는 대중교통이란 게 있지만, 그래서 주변 여성들에게 운전하기를 권하는 저입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행동 반경이 넓어지니까.

읽기 시작한지 오래되었으나 요즘 진도가 안 나가고 있습니다. ㅠㅠ 빌레뜨 읽고 나머지를 다 읽는게 목표인데, 과연 가능할지... 모두 힘내요!

다락방 2022-12-12 14:07   좋아요 0 | URL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수하 님. 뭘 다들 옆집 사는 사람하고 결혼해요 ㅠㅠ 옆집 사는 사람만 보고 옆집 사는 사람하고만 결혼하고. 그들 자식이 옆집 살면서 또 결혼하고. 대체 이게 뭐예요 ㅠㅠ 캐서린 린튼이 말을 탈 줄 알아도 아버지가 멀리 못가게 하고 그러니까 그 시대적 배경이 있긴 하지만 어휴 진짜 답답해서 돌아버릴 것 같았어요.

저는 정말 중요한 게 상상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말고 다른 어딘가, 더 멀리를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이요. 그런데 그 상상력도 사실 그냥 주어지는 건 아니고, 무언가를 보거나 알아야 가능해지는 것이니, 역시 제한된 공간은 정말 지옥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ㅠㅠ

저도 의욕은 막 교수, 빌레뜨, 다락방의 미친 여자인데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려니 답답하네요. ㅠㅠ
자, 모두 화이팅 합시다!!
 

화요일 밤에는 아빠가 입원한 병원의 의사쌤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세번째 수술을 최선을 다해 하기는 했지만 경과가 좋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거였다. 가족들 모두 이 소식에 맥이 빠졌는데 게다가 아빠가 그 날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단다. 격리병동으로 옮기고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짐을 잔뜩 싸서 엄마를 병원에 모셔다드렸다. 병원 절차상 엄마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했고 그 후에 병원 바깥의 대기실에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늦은 밤이라 문을 연 까페도 없었고 대기실은 컨테이너 박스 같았다. 음성이든 양성이든 엄마는 들어갈 것이었고 그래서 나는 집으로 향했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엄마를 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엄마도 곧 일흔이 되실텐데 누군가의 보호자로 병실에 들어가야 하다니. 나는 갑자기 닥쳐온 나쁜 상황들 때문에 무너질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았다. 눈물을 삼키고 집으로 가서는 한 숨도 자지 못했다. 

수요일 아침에는 그래도 기분이 좀 나아져 있었다. 시간이 가면 코로나는 나을 것이고 아빠의 소식도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병원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애기하곤 하니까. 병원에 계신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병원 밥이 아주 맛없다 하셨다. 수요일 퇴근후, 나는 엄마에게 드릴 반찬과 간식 그리고 몇가지 것들을 더 챙겨넣고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를 만나지는 못하고 격리병동 앞에서 간호사쌤을 통해 내가 가져가 커다란 가방을 전해주고 나왔다. 잠시후 엄마는 네가 가져다준 치즈를 아빠와 하나씩 먹고 있다고 전화를 하셨다. 나는 집까지 걸으면서 좋은 것들을 생각했다. 명성교회의 화려하지만 예쁘진 않은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았고 예쁘게 설치된 공중전화 박스를 보았고 새로 생긴 백종원 피자집을 보았다. 

집에 오니 빨래가 한가득이었지만, 이건 나중에 돌리자.

목요일에는 주말만을 기다렸다. 주말이면 그제야 비로소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주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그래, 주말을 기다리자. 그런데 목요일 퇴근후 집에 와 혼자가 되자 갑자기 침울해졌다. 혼자 있는게 무서웠다. 내가 생각한 혼자인 시간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가족들이 병원에 가있어서 맞이하게 된 혼자는 전혀 근사하지 않았다. 나를 자꾸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그러자, 

주말이 무서워졌다.


동생들도 친구들도 그런 나를 알고 자꾸 내게 안부를 물었다. 자기들이 거기 있음을 알렸고 또 내게 주말에 밖에 나가라고도 얘기해줬다. 그런데 나는 누구를 만난다거나 밖에 나가거나 할 아무런 의지가 생기질 않았고 아무런 의지가 생길것 같지도 않았다. 의지가 생기지 않을 내가 무서웠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너는 무너지지 않을거야, 라던 친구의 말을 억지로 계속 떠올렸다. 밀린 빨래를 돌리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이것들을 하는데 너무 큰 힘이 필요했다. 나가야 하는데, 나가서 좀 걷고 오면 나을텐데, 그런데 정말이지 꼼짝도 하기 싫다, 하다가 식탁 위에 놓인 책들을 보았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이었는데 그 책들이 식탁 위에 있는 건 반납을 까먹지 않기 위해 내가 꺼내두었기 때문이었다. 반납일이 토요일이었다. 앗! 나 저거 반납해야 해, 오늘이 반납일이다. 나는 억지로라도 나가야 했다. 도서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가야 했다. 그러자 다행으로 여겨졌다. 과거에 내가 저 책들을 빌려서 오늘을 반납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했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살게 하는구나.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의 '드류'(올란도 블룸) 는 회사에서 일을 망치고 자살을 결심한다. 죽어야 해, 죽는게 답이다, 나는 죽어야 한다, 죽겠다. 그는 자살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데, 막 자살하려던 그 때 전화가 울린다. 그는 이 자살을 진행할 것인가 전화를 받을 것인가 갈등을 하다가 일단 전화를 받고 죽기로 한다. 전화는 드류의 누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드류는 자신의 자살을 보류하고 양복을 챙겨 아버지의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한 여성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런 흐름으로 이어지는데,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자살을 결심했으나 결국은 죽지 않는 드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영화의 첫장면이 내게는 아주 인상 깊었다. 그러니까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서 의도치 않았으나 우리는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달까. 그것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것은 비극이지만, 그러나 죽으려고 하던 사람에게 누군가 우연히 전화를 걸고 그 소식으로 인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딘가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 이건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 사는게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물론 그가 인간세상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애초에 자살을 결심할 만큼 비극에 휩싸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의 주변에는 어떤 식으로든 그와 연결된 사람이 있었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작용을 해서 그에게 삶을 더 연장시키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면 삶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요일의 내 경우에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도서관에 갔던 나야, 칭찬한다. 내가 내게 잘했다. 나는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것이었고, 나갔다 오면 기분은 한결 나아져있을 거야. 타인이 나를 살게 하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살게 하기도 한다. 과거의 나야, 잘했어. 나는 다 된 빨래를 널어놓고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교보문고 바로드림으로 책도 한 권 주문해 놓았다. 도서관에 갔다가 서점에 가야지, 가서 책을 사와야지, 그러면 나는 조금 더 나아져 있을 거야. 그렇게 도서관에 가 책을 반납하고 나와서 걷기 시작했다. 서점까지 걸어가야지. 그렇게 도서관 밖으로 나와 걷는데,


앗.

배가... 배가 아프다. 아... 화..화장실..

안되겠다, 일단 집에 가자. 집에 가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서점을 가자. 아니 왜 하필 내도록 집에 있다 나와있을 때 이러는거야? 나는 집으로 향했다. 

앗.

이게... 강도와 속도가 좀 더 세지는데? 좀 빨리 걷자. 나는 걸음 속도를 좀 빨리해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앗.

이..이건.. 집까지 갈 수 없겠는데? 나는 근처의 지하철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지하철역에 가까워지는데 앗, 이런 속도로는 곤란하다. 나는 숫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하철역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는 힘이 빠져 있었다. 아.. 힘들고 피곤하다. 서점에 걸어서 못가겠다.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탔다. 그러자 이내,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우울해서 바닥으로 떨어지다가 가까스로 끌어올리다가 떨어지다가 끌어올리다가 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 내가 나를 구한다... 같은거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찾아온 변의(便意) 앞에 모든걸 까맣게 잊게 되는.. 아, 이 비루함. 내게 그 당시에 우울함은 없었고 기쁨도 없었다. 그때의 나를 강하게 지배한 건 바로 변의였다. 아 이 진짜 가벼운, 비루한 인간이여. 모든 섬세한 감정이며 모든 철학적 생각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한낱 똥앞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고작 이 따위 인간이라니... 아무리 훌륭한 척 해봤자 변의가 찾아오면 무릎꿇는 인간이란 것.... 




서점에 들러 산 책은 이것이었다.


















나는 분명히 이 책을 읽었고, 그러니까 젊은 시절에 한 번 읽고 트와일라잇의 벨라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 해서 한 번 더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면서 만난 폭풍의 언덕이 대부분 새로운 거다. 그래, 이 책을 다시 읽어보자 했는데 책장에 왜때문에 이 책이 없지? 민음사 고전은 내가 잘 안파는데... 타미 빌려줬나? 어쨌든 타미 빌려줬어도 당장 가져올 수 없으므로 나는 이 책을 샀고, 어제 집에 돌아와 내친김에 바로 자리 잡고 읽기 시작했다. 그전에 내가 이 책에 대해 어떤 감정들을 써놨는지 보고 싶어 내 서재를 검색했는데 으응? 이 책에 대해 뭘 써둔게 없네? 다만, 이런 글을 보게됐다.



☞  연애 소설 읽는 흙표범


흙표범 하딘은 도대체 어떤 지점에서 폭풍의 언덕을 달달 외웠을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다시 읽는 폭풍의 언덕 아주 새롭게 예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장면들에 밑줄을 긋게 되었다. ㅋ ㅑ - 이게 바로 고전을 읽는 맛이구나. 그런데다가 초반부퍼 풉- 하고 웃었던 장면이 있다. 아... 페이퍼 길어지니까 짧게 써야 되는데 ... 난 틀렸어...



"히스클리프 부인, 성가시게 해서 미안합니다만 당신의 미모라면 마음씨가 곱지 않을 수 없겠군요. 제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 수 있게 무슨 표지가 될 만한 것을 가르쳐 주세요. 부인이 런던에 가는 길을 모르듯 저도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지 전혀 모르겠군요." -p.28


그러니까 이 책의 화자인 '록우드'는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를 들어 살게 되면서 집주인인 히스클리프를 만나기 위해 워더링 하이츠에 방문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기 전 엄청난 눈이 내리고 그는 이 눈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할 것 같아 그 집에 살고 있는 히스클리프 부인에게 혹시 이정표가 될 것은 없는지 묻는 거다. 그런데 그의 질문에 히스클리프 부인은 이렇게 답한다.


"오신 길로 해서 가세요." -p.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보다 확실한 정답이 어디있나. 온 길로 가...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워더링 하이츠 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성격이 아주 그냥 장난이 아니다. 어떻게든 탈출하고 싶은 분위기인데 히스클리프가 너무 무서워서 탈출도 힘든... 



그러니까 캐서린의 아버지는 외출하러 가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하는데 집에 돌아온 그의 손에는 남매에게 줄 선물에 더해 한 아이도 있었다. 길에서 굶주리는 아이를 데려온 거라는데 이 아이가 히스클리프고 히스클리프는 또래의 캐서린과 절친, 베프가 된다. 히스클리프를 애정하던 캐시의 아버지가 죽고 그 집의 주인은 캐시의 오빠인 힌들리가 되는데 캐시와 여덟살 차이가 나는 오빠는 엄격한 가부장이 되어 캐시와 히스클리프를 구박하고 괴롭히며 폭군이 되어간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이에 더 유대감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캐서린은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찾아갔다가 그 집의 개에 물리게 되고 그 집 린튼 가족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게 되며 그 집 아들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린튼 가족은 캐서린을 며느리로 맞으면서 그러나 히스클리프 만큼은 철저히 무시하는데 캐서린의 결혼 소식을 듣게된 히스클리프는 집을 나가고 삼년뒤 돈을 잔뜩 벌고 더 강한 남자가 되어 워더링 하이츠에 찾아온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제외한 모두에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 그 복수는 캐서린과 힌들리의 어린 자식들에게도 향한다. 내가 어린 시절 얼마나 괴로웠는데, 니들도 당해봐, 라는 것인데, 그의 어린 시절이 혹독했고 고통스러웠다는 것은 알지만 그러나 아이들에게 대하는 그런 태도와 폭력은 정말로 참기 힘든 것이었다. 


어쨌든 캐서린은 에드거 린튼과 결혼한다. 그와 결혼한 것은 그를 사랑하기도 하고 그가 남들에게 내보일 정도로 근사한 남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와 결혼하면 부자가 될것이고 자신의 오빠로부터 히스클리프를 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히스클리프를 너무 사랑해서 에드거랑 결혼했다는 건데, 그녀가 히스클리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 그녀는 '내가 히스클리프다' 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내게 큰 불행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이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나도 각자의 불행을 보고 느꼈어.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아. 그러나 히스클르프에 대하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되는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 속에 있는 거야. " -p.136



그건 히스클리프도 마찬가지다.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하기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아.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 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 줘. 아! 견딜 수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단 말이야!" -p.274



나는 이 정서가 이해가 안된다.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라고 하는 이 정서. 어떻게 내가 히스클리프가 되는 걸까? 사랑이 극진하면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그런 마음이 생기는걸까? 나는 일전에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고서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감상을 남긴 적이 있다.


☞  <날 네 이름으로 부르지마>




궁극적 사랑은 결국 '내가 너고 너가 나다' 의 형태로 나타나는 걸까? 한 번도 상대가 나라고 생각해본 적 없고 상대를 내 영혼이나 내 생명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던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르는건가? 도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정서다. 이승철이 부릅니다. 넌 또다른 나.. 읭??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음.. 내가 한 번도 상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결코 그렇게 될 수도 없지만 그렇게 되길 원한 적도 단 한 순간도 없다. 내가 너이길 원한 적이 없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음.. 나는 가끔 동굴속으로 들어간다. 그건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그럴 때는 애인조차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기다려준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나는 정말 힘들 때는 내가 혼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그 시간을 혼자 겪어내고 나서 동굴 밖으로 나온단 말이다. 나는 이것이 정석이라고 말하려는게 아니고, 이것이 옳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나란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는 거다. 나는 상대와 분리되어 있고 힘들면 더 분리가 되는 거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틀린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상대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사람이고 아무리 사랑해도 더 분리되기를 원할 때가 생기는 사람인데, 어떻게 나를 네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할 수가 있고, 어떻게 나는 너야... 가 되는걸까? 어떻게 내가 너일까? 나는 나인데?? 나는 나라고!! 아아.. 나는 이런 정서를 맞닥뜨리자 온 몸으로 튕겨져 나오는 거다. 세상에 이런 사랑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아니 그런데 늬들은 왜 니가 쟤가 되고 쟤가 니가 되고.. 그러는거야? 이렇게 되어버리는... 그들의 사랑이 그런 형태라면 그래, 남들의 사랑에 내가 뭐라 할 순 없다. 내가 너무 싫어하는 게 남들 사랑에 끼어드는 거다. 너무 싫어. 그러니까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하는 사랑이 이런 사랑이라면, 그래, 그게 늬들 사랑이라는데야 뭐.. 이러긴 하지만, 아니, 나는 혼자서 생각하는 거다. 어떻게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냐. 어떻게 나를 니 이름으로 불러달라는거야, 대체? 왜그래? 왜 나를 니 이름으로 불러??????????????????? 나는 나랑 섹스해???????????????????? 뭐 혼란의 대수렁에 빠져버리는...


네, 저는 사랑을 아직 모릅니다. 아직 사랑을 모르는 꼬꼬마 다락방 되시겠다. 한 번도 네가 되어본 적 없고 한 번도 네가 내가 되길 바란 적 없는(싫어..) 사랑을 모르는 꼬꼬마 다락방... 

넌 또다른 나 .. 의 정서는 나는 아니고요, 내 정서는 너를 만나.. 되시겠습니다.





토요일 밤에는 책을 읽다 말고 분리수거를 하고 왔다. 그리고 새벽까지 폭풍의 언덕을 다 읽었다.
햄과 치즈와 계란과 설탕과 케첩을 넣고 토스트를 만들어서 커피를 내려가지고 이제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어야겠다.
읽다가, 저녁에는 스테이크를 구워서 와인하고 먹어야지. 그리고 영화 볼거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아, 나 그거 봤다. 노엘의 다이어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할 말 있는데 오늘 페이퍼 너무 기니까, 폭풍의 언덕의 한정된 공간과, 노엘의 다이어리와, 책탑 기타등등은 다른 페이퍼로 나눠서 쓰는 걸로.

책 너무 좋다.
책 최고다.
책 만세!!

이만총총.
샤라라랑~~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이 샐 때까지 뜰을 거닐다가 돌아가지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테니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나도 이제는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사교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버렸으니까요.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과 벗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지요." - P48

"10시까지 누워 계시면 안 돼요. 그때면 벌써 아침의 가장 좋은 시간이 지나 버리니까요. 10시까지 하루 일의 반을 하지 않은 사람은 나머지 반도 못하기 일쑤지요." - P102

"확실히 저 자신을 꾸준하고 분별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산골 구석에 살고 있어서 같은 얼굴과 같은 행돔만 보기 때문만은 아니고, 엄격한 수련을 쌓아서 지혜도 배운 데다 아마 주인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책을 많이 읽어서겠지요. 제가 읽고 무엇인가 배우지 않은 책은 이 서재에 한 권도 없답니다. 물론 저기 죽 꽂힌 그리스어와 라틴어 그리고 프랑스어 책은 빼고요. 하지만 그리스어인지 라틴어인지 구별할 줄은 알지요. 가난한 사람의 딸로서 그 이상 바랄 수는 없지요." - P104

"그렇지만 세상에 잘생기고 돈 많고 젊은 사람은 많아요. 어쩌면 그분보다 더 잘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들은 좋아할 수 없나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 눈앞에는 없잖아. 난 에드거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 - P130

"넬리, 넬리는 내가 지독히 이기적인 여자애라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내가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우리가 거지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내가 린튼과 결혼한다면 히스클리프가 오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도울 수 있어." - P135

"이 세상에서 내게 큰 불행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이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나도 각자의 불행을 보고 느꼈어.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아.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하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되는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 속에 있는 거야. " - P136

"넬리, 아가씨가 미쳤다는 걸 납득시켜 줘. 히스클리프가 어떤 사람인지, 세련된 데라고는 없고 교양도 없는 야만인이며, 퍼즈와 현무암뿐인 메마른 들판 같은 인간이란 걸 말해 줘. 나는 아가씨에게 그를 사랑하라고 권하느니 차라리 저 어린 ㅏ나리아를 겨울 숲에 놓아주겠어! 아가씨가 그런 꿈을 꾼다는 것은 그의 성격을 한심할 정도로 모르기 때문이야. 그가 겉으로 봐서는 무서워도 마음속에는 깊은 인자함과 애정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야! 그는 아직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나 진주가 들어 있는 조개와 같은 촌뜨기가 아니라 사납고 무자비하고 늑대 같은 사내야." - P169

태양이 여름을 연상시키면서 그 잿빛 돌의 꼭대기를 노랗게 비추고 있었어요. 그런데 까닭은 모르겟지만 갑자기 어린 시절의 감회가 왈칵 가슴속에 이는 것이었어요. 이십 년 전에 힌들리 서방님과 제가 즐겨 놀던 곳이라서요. - P179

오, 내 몸이 불덩이 같아! 밖으로 나갔으면, 다시 야만에 가까운, 억세고 자유로운 여자아이가 되어 어떤 상처를 입더라도 미치거나 하지 않고 깔깔 웃을 수 있었으면! 왜 나는 이렇게 달라졌을까? 왜 조금만 뭐라고 해도 내 피는 끓어오를까? 저 언덕 무성한 히스 속에 한번 뛰어들면 틀림없이 정신이 날 텐데. 다시 창을 활짝 열어 줘, 빨리. 왜 가만히 있어?" - P206

의사는 진찰을 하고 나서 만약 주위 사람들이 아주 조용히만 해 준다면 결국에는 나을 것이라고 서방님에게 희망적으로 말했어요. 그리고 제게는 죽지는 않겠지만 영영 정신이 이상해질 위험이 있다는 듯이 말했어요. - P215

"내가 싫어하는 것은 결국 이 부서진 감옥 같은 육신이야. 이런 육신에 갇혀 있는 것이 지칠 대로 지쳤어. 나는 한시바삐 저 영광스러운 세계로 피해 가서 항상 거기에 있고 싶어. 눈물을 통해 어슴푸레하게 보고, 아픈 가슴의 벽을 사이에 두고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것과 함께 있고 그 속에 있고 싶은 거야. 넬리, 당신은 나보다 더 낫고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건강하고 힘이 넘치니까 내가 불쌍할 거야. 그러나 머지않아 처지가 바뀔 거야. 내가 당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나는 당신네 있는 곳과는 비할 바 없이 멀고 높은 곳에 가 있을 거야." - P262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하기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아.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 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 줘. 아! 견딜 수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단 말이야!" - P274

조지프는 캐서린 아씨와 히스클리프가 어릴 때 그의 말대로라면 ‘몹쓸 짓‘을 해서 서방님을 화나게 하여 어쩔 수 없이 술로 위안응ㄹ 삼게 했다고 항상 그들을 비난했듯이, 이제는 헤어튼의 모든 잘못을 그의 재산을 빼앗은 히스클리프의 책임으로 돌렸던 것이지요. - P321

"나도 책이 있을 때는 늘 읽었어요. 그런데 히스클리프 씨가 책을 안 읽거든요. 그래서 내 책을 없앨 생각을 했지 뭐예요. 나는 몇 주 동안 책을 한 권도 구경하지 못했어요. 언젠가 딱 한 번 조지프의 종교 서적들을 뒤적거리다가 굉장히 혼난 일이 있지요." - P497

돈도 내겐 하찮은 물건,
사랑의 신도 내겐 비웃음 거리.
명예욕은 아침이면 자취 감추는
헛된 꿈에 지나지 않고.


만약 내가 기도한다면
나의 유일한 기도의 말은
지금의 내 심장을 그대로 두고
내게 자유를 달라는 그 말!


아무렴, 삶의 끝이 멀잖았으니
그것만이 나의 간절한 소망
살아 있든 죽어 가든 용기를 갖고
견디는 얽매이잖는 하나의 영혼.


-<늙은 금욕주의자> -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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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락방의 미친 여자] 운명
    from 마지막 키스 2022-12-12 09:05 
    여성 교육의 최종 산물을 불안한 자기 부정임을 브론테는 암시하고 있다. 캐서린, 혹은 모든 소녀들은 자기 이름을 알지 못하고, 따라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될 운명인지 알 수 없다는 것만을 배운다. -p.502다락방의 미친 여자 8장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다루고 있다. 집안에서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캐서린은 한 번도 기대한적도 예상해본적도 없는 소년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버지가 길에서 데려온 소년. 이 소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절
 
 
책읽는나무 2022-12-1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고전은 읽다가 저도 한 번씩 빵 터집니다.
처음엔 심각하게 읽느라 빵 터지는 대목인지 모르고, 읽었는데 요즘엔 웃어야 하는 대목이구나! 눈치 채고 웃습니다.ㅋㅋㅋ
의외로 재밌는 대목들이 많더라구요?

시간을 알차게 잘 보내셔서, 조만간 웃으면서 가족들이 좋은 시간 함께 할 수 있으시길^^

다락방 2022-12-12 08:13   좋아요 1 | URL
저 폭풍의 언덕 재미도 있지만 작가가 꽤 날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면서 더 그렇게 생각된 거긴 하지만, 굉장히 작가가 똑똑하게 인물을 제대로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사실 저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그 미친 사랑..은 좀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전은 읽어보면 ‘아 이래서 고전이구나‘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제 교수..를 시작했는데 언제 다 읽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을 수 있을까요? 시간이 부족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2-12 10:02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폭풍의 언덕을 읽고 있고, 교수를 읽어야 하고, 아그네스 그레이를 옆에 두었고, 빌레뜨 2 권을 그 옆에 두었고, 그리고 그 옆에 또....조금이라도 더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런 것이 나의 성격인 것인가? 살짝 고민이 될 정도로 다미여 언제 읽지?? 막 걱정만 하고 있는 와중에 소설이나 시는 또 재미나네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초조한 짜릿함을 즐기는 성격인 것이라고??..ㅋㅋㅋ

아버님은 좀 괜찮으신 거죠?
어머님도 괜찮으시구요?^^

다락방 2022-12-12 10:05   좋아요 2 | URL
짜릿함을 즐기는 성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지금 너무나 초조합니다. 교수-빌레뜨-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12월 내에 완독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세상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 분량은 왜 이다지도 어마어마한가요? 그런데 폭풍의 언덕 읽고 바로 시작하는 다락방은 또 너무 재미있어서 교수도, 빌레뜨도 읽고 싶은데.. 너무나 혼란스럽네요. 저느 그런데 교수 아직까지 재미있어요. 아무튼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교수, 빌레뜨, 다락방의 미친 여자 도전!!

아버지는 오늘밤 격리가 끝나시고요, 간호하시던 어머님께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대요. 미치고 팔짝 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겠죠. 감사해요, 책나무 님.

잠자냥 2022-12-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사가 살리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한 글 읽다가 갑자기 빵 터지는 건 역시 ㅋㅋㅋㅋㅋㅋㅋ

아, 폭풍의 언덕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왔던 길로 돌아가~~~!

오늘은 서점 나들이하세요. 약간 기분이 침체되면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게 답이더라고요.

다락방 2022-12-12 08:13   좋아요 1 | URL
인간이 이렇게 비루합니다. 설사 한 방이면 내 안의 모든 시름과 괴로움 날아가버려요. 일단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요. 화장실을 향해 전진해야 하는 것입니다.

잠자냥 님의 이 댓글 읽고 일요일에 서점 갔다가 백화점 갔다가 소비 여왕 되어서 카드 팍팍 긁고 왔네요? 까르르..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2-11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너무 우울해져서 아 그만 살고 싶다…. 하다가도 아 주워 온 저것들은 어쩌나 싶어서 ㅋㅋㅋㅋㅋ 다시 맴을 고쳐먹습니나. 저 털복숭이들 건져 온 과거의 나를 칭찬해야겠지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2 08:15   좋아요 1 | URL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존재만으로 누군가를 살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극진한 애정을 뿜어내고 그래서가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존재하면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 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삶을 연속시키는 가능성을 제공하게 되는거죠.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가 봅니다. 비록 모든 인간에게 외로움은 필수적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털복숭이들 건져 온 잠자냥 님의 과거를 칭찬합니다~~

감은빛 2022-12-1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께서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폭풍의 언닥, 저도 세번 정도 읽었던 것 같아요. 왜 여러번 읽은 책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날까요?

집에 가면 이 책을 다시 들춰봐야겠어요. 사람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다시 다른 사람들과 만나 풀고 있는 요즘입니다.

다락방 2022-12-12 08:16   좋아요 0 | URL
와, 폭풍의 언덕을 세 번이나 읽으셨어요? 저는 감은빛님이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시는 것도 너무 좋은데 폭풍의 언덕도 읽으셨군요? 후훗. 너무 좋네요. 저는 왜 이런게 좋을까요? ㅋㅋㅋ 저는 확실히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 브론테를 좋아하는 남자사람들에 대해서라면 호감입니다. 후훗.

맞아요, 사람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는 또 다른 사람들과 풀게 되죠. 그게 세상의 순환법칙인 것 같아요. 인간사의 순환법칙... 저랑도 조만간 만나 스트레스 풀어요, 감은빛 님!

감은빛 2022-12-12 18:53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은 아마 10번 이상 읽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특히 소설 쓰겠다고 골방에 박혀 살던 시절에 매일 읽었으니까요.
[폭풍의 언덕]은 한참 시간이 지나버려서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었던 것 같아요.
다락방님과도 조만간 뵙고 싶네요. 연락 드릴게요. ^^

새파랑 2022-12-1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초반부의 진지함이 갑자기 웃으면 안되는데 변의때문에 ㅋㅋ

다락방님 아버님의 무사 퇴원을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넌 또다른 나>라니 세대가 느껴집니다 ㅋ 저도 초딩때 이승철 좋아했습니다 ^^

다락방 2022-12-12 08:17   좋아요 1 | URL
변의, 너무나 사소하지만 그러나 너무나 중요하기도 하죠. 우린 그 앞에 맥없이 무릎 꿇을 뿐. 변의 앞에 어떤 반항이 소용있을까요? 없습니다..

넌 또다른 나.. 세대.. 새파랑 님, 그래도 저보다는 한참 젊은 분 아니시던가요? 넌 또다른 나를 아시다니.. ㅋㅋ 저는 이승철을 좋아한 적은 없는데 제 친구가 이승철의 팬이었습니다. 후훗. 저는 신해철 좋아했어요. 껄껄..

PersonaSchatten 2022-12-1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보다 나은 한 주가 되시길 바라요. 부친께서도 얼른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2-12-12 08:1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러기를 바라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황도 나아지겠지만, 받아들이는 저도 나아지는 거겠죠. 고맙습니다.

따라쟁이 2022-12-1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넌 또다른 나는 아닙니다. 아니죠, 그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아니더라구요. 애초에 될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 뻔한 말이지만, 쾌차를 기도해요.

다락방 2022-12-12 10: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따라쟁이 님. 애초에 너는 내가 될 수 없죠.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일뿐..
설사 그렇게 생각한 적 있다 하더라도, 그러나 결국은 알게 되죠. 너는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고마워요!

건수하 2022-12-1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어머님 힘드시겠다 하고 있었는데.... ....
서점은 그러니까 (힘들어서 집에 가신 줄 알았는데) 버스 타고 다녀오신 겁니까?

예전에 쓰신 콜미바이유어네임 리뷰? 페이퍼 보고 빵 터졌구요.
저도 영혼의 단짝, 나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엄청 공감했어요.

아버님 경과 좋으시길... 근데 어머님께 증상이... ㅠㅠ 두 분 다 호전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2-12-12 14:00   좋아요 0 | URL
서점에 버스 타고 갔다가 걸어서 돌아왔습니다. 하하하하.
토요일에도 서점에 다녀오고 일요일에도 다녀왔습니다. 하하하하하.

저는 아무리 단짝을 만나고 ‘날 니 이름으로 불러줘‘ 는 안할 것 같아요. ‘나는 너야‘ 이것도 안할 것 같아요. 저는 만약 누가 저에게 ‘너는 나야‘ 이러면.. 좀 도망치고 싶어질 것 같네요. 내가 왜 너니???? 정신 똑바로 차려!! 이러면서요. 하하하하하.

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그리고..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노화에 따른 증상들을 말이지요. 그렇지만 받아들이기 전까지 참으로 혹독하네요 ㅜㅜ

독서괭 2022-12-1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이제야 봤네요. 다락방님 힘드실 이유가 있었군요. 어머님도 결국 코로나 걸리신 건가요? 두분 모두 잘 견뎌내시길 빕니다.. 다락방님도요.
그런데 저 정말 어젯밤엔가 문득 배설에 대한 생각을 했거든요. 인간이 아무리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 고상하고 품위있는 양 굴어도 배설 앞에서는 동물과 똑같다는. 그순간에는 정말 세상에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죠. 아 근데, 동물과 달리 남들 앞에서 막 싸도 괜찮지를 않으니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네요. 세상에 그런 위기 한번 안 겪어본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애들 데리고 나갔다가 둘중 하나가 똥마렵다 해서 화장실 찾아 뛰어가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입니다 ㅋㅋ
콜미바이유어네임 감상 기억나요 ㅋㅋㅋ 저도 그건 이해가 도무지 ㅋㅋ 오그라들어서 어이쿠.. 그냥 소울메이트 정도 느낌으로 이해합니다. 다락방님이 동굴 들어갈 때 그걸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애인도 훌륭한걸요??
아무튼 책 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