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에 관한 글들 

녹색평론 120호를 읽다.  

이번 호까지 벌써 세 번째, 원자력에 대한 글들이 눈에 띈다. 물론 예전에도 원자력을 반대하는 글들이 실렸지만, 거의 6개월이 흐른 지금에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책은 내가 읽은 바가 적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녹색평론이 앞서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원자력이라는 괴물은 핵무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이는 가장 비민주적인 발전임을 수차례 주장해왔는데도,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이 있고 잠시 동안만 언론이 다뤄줄 뿐... 그 다음에는 게 눈 감추듯 원자력에 관한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  

왜 안 다루고 있는지, 못 다루는 것은 아닌지는 이 책에 '방사능과 언론'이라는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반감기가 아무리 짧아도 몇 십년에서부터 몇 십만년 아니 몇 십억 년까지 있는 이 방사능 물질이 유출이 되었는데,,, 몇 달만에 관심을 접다니... 아무렇지도 않은양 지내고 있다니... 

이것은 지식인들의, 언론인들의 책임방기 아닌가. 

왜 자꾸 문제를 제기해 불안을 조성하냐고? 허... 바다에 유출된 방사능이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바다 생물들이 제 자리만 지키고 있단 말인가? 바람이, 공기가 일본에만 머문단 말인가? 

보이지 않기에, 그 부작용이 몇 년에서 몇 십년이 지나야 나타나기에 우리가 느끼고 있지 못할 뿐 위험은 지금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방사능의 위협을,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요나스의 이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적 지식은 점점더 비교적인 것이 되어 일반인들에게 전달하기 어렵게 되고,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에서 소외된다. (요나스, 책임의 원칙:기술 시대의 생태학적 윤리, 서광사  278쪽) 

그러니 일반인들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모를 수밖에.

하지만 위험을 녹색평론이 계속 경고음을 내어 알려주고 있다.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경고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지 않나?

따라서 녹색평론은 요나스의 이 말을 실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정은 최고의 선을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최고의 악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후자의 생각만이 항상 우선권을 가지며, 또 필연성이라는구실을 가진다.(요나스, 같은 책 79쪽) 

우리는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 최악의 상태를 생각하고, 이 최악의 상태가 도래할 가능성이 0.00001%라도 있으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난 이 생각에 동의한다. 

녹색평론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최소한 우리는 최악의 경우가 예상되는 일들은 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리를 울린 글 

배병삼의 글이다. 유교와 시장이라는. 

이 글에서 맹자가 양혜왕에게 했다는 말, 하필왈리(何必曰利)잇고?  

하, 왜 하필이면 이로움을 말하냐?  

의로움을 말해야지 하는 이 맹자의 첫구절에서 유교는 시장을 반대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배병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유교도 시장을 반대하지 않는다. 상당히 긍정한다. 다만 시장은 시민의 영역이고, 정치의 영역은 아니라고 말한다. 

맹자가 양혜왕에게 한 말은 왕은 시민사회의 영역에 관여하지 말고, 정치의 영역에, 즉 공공의 영역에 힘써야 한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한다. 왕이 시장의 영역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그 나라는 힘들어진다는 이야기... 

머리에 갑자기 대통령이 떠올랐다. 

최고경영자를 자처하는 대통령. 맹자가 그 분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허... 몇 천 년 전 맹자가 어찌 이리도 시대를 앞서갔을꼬?  

공자, 맹자를 배운 사람이 이리도 많은데.. 왜 대통령에게 하필왈리(何必曰利)잇고 하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하는 생각. 

맹자를 가까이 불러 이야기를 듣지 않아서 그런가?   

 

덧글 

요나스의 책은 과학자들, 기술자들,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아니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우리는 너무도 앞선 첨단 과학기술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 인간이 지녀야 할 책임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한 책은 없다. 

요나스, 책임의 원칙 : 기술 시대의 생태학적 윤리, 서광사, 1994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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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보이는 창 82호를 읽다. 

아직도 여러 군데서 삶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한 곳에 삶이 보이게 조그만 창을 하나씩 내주고 있는 책이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따뜻한 눈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려 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고, 일터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도 있고, 요즘은 옛날 잡지에 난 글을 다시 소개하는 꼭지도 있어, 그 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않은 포이동 사람들의 삶. 

강남이되, 강남이 아닌 곳, 우리 국민이되, 국민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 곳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호에 있다.  

무엇보다 이번 호는 종합편성채널에 관한 이야기가 특집으로 실려 있다. 

지금 제주도에서 강정마을이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고, 김진숙은 아직도 크레인 위에 있으며, 명동에서도 철거 작업이 시작되고 있고... 등등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도, 방송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까지 거대 보수 언론의 손에 들어간다면, 우리가 보고 듣고 하는 내용들은 다양성을 잃은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되기 십상이다. 

다양성을 상실한 사회, 이것은 위험하다.  

종편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 호를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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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용산, 두리반, 한진중공업, 포이동, 그리고 강정 마을... 

쫓겨가는 사람들이라고 제목을 붙여야 하나. 

자신의 고향, 삶터를 잃고, 어디론가 가야 하는 사람들. 

이들은 노마드의 삶을 선택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노마드가 되고 만다. 

호모 노마드. 세상을 발전시키는 주역이어야 할 이들이, 세상에서 내던져지고 버려지게 된다. 

우리는 사실, 노마드보다는 정착민의 삶을 더 좋아하지 않던가. 

그래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던가.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52호에서 강정마을과 그밖의 다른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처음 시작이 강정마을이고, 거의 끝부분이 다시 강정마을이다. 

아니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밭레츠를 다룬 부분도, 협동조합을 다룬 부분도 다 강정마을과 연결이 된다. 

그리고 한진중공업을 다룬 부분도 마찬가지고... 

류은숙의 글 '고향에 대한 권리'에서 국가안보라는 말 대신에 인간 안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무기와 군사기지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존엄성에 대한 관심사에서 지켜진다'(179쪽)고 한다. 

우리가 우리의 삶터를 지키는 행위, 그 자체가 바로 인간 안보이고, 이는 바로 인권을 지키는 행위가 된다는 이야기다. 

인권은 인간의 권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존재의 권리를 존중하고, 인간과 그 존재들이 공생을 해야하는 권리로 해석이 된다. 

가장 이기적인 유전자는 자신을 위해서 다른 유전자와 공생하기를 선택한다고 한다. 가장 이기적인 행위가 결국은 이타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그리고 다른 존재들을 위해서도 고향을, 삶터를 지켜야 한다. 

이번 호는 이를 말하고 있다. 

제목처럼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또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세상은 아직도 희망이 넘친다고...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고, 이번 호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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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내가 뽑은 나의 시 -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신경림.도종환 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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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누가 누가 시를 더 잘 쓰나 

싸우는 나라 

 욕심쟁이 거인 이야기가 

국민교육헌장인 나라 

사법시험이 시 창작인 나라 

그런 나라에 가고 싶다                         (김율도, 율도국에 가고 싶다 2,3연. 이 책 76쪽)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에서 내가 뽑은 나의 시를 선보였다.  
  
다른 시선집들이 선정위원이 있고, 이 선정위원들이 한 해 동안 나온 시들 중에 괜찮다고 여기는 시를 뽑아 선집을 만들었다면, 이 시집은 직접 시인들에게 자신들이 한 해 동안 쓴 시 중에서 남에게 알리고 싶은 시, 자신이 아끼는 시 등 한 편을 선정해 보내달라고 하여 그 시들로 책을 엮었다.  

한 시인이 자신의 시들을 엮어 낸 시집을 대학 동창회에 비긴다면, 이렇게 여러 시인들이 보내준 시들을 엮어 만든 시집은 초등학교 동창회에 비길 수 있다. 

대학 동창회는 사는 모습도 엇비슷하고, 생각도 엇비슷해, 그 집단의 경향을 읽어낼 수 있다면, 초등학교 동창회는 서로들 다들 한 시기를 함께 했다는 공통점 외엔 사는 모습도, 생각하는 경향도 매우 다르다. 

이들은 함께 했던 시기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만나 자신들의 삶에 대해, 생각에 대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자유롭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또 누구의 비난도 받지 않고. 

이 시집이 그렇다. 

다양한 시인이 한 해 동안 그 시기를 함께 했다는 공통점 외엔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를 썼고, 자신만의 시를 보내 시집으로 엮었다. 

그렇다고 이 시집의 시들이 다 다르지는 않다. 초등학교 동창회의 다양함 속에서도 나름 비슷한 삶을 사는 동창들이 있듯이 이 시집에도 경향이 비슷한 시들이 있고, 정말로 다른 삶을 사는 동창이 있듯이 아주 다른 경향의 시들도 있다. 

말 그대로 시의 백화점이요, 다양한 시가 준비되어 있는 뷔페다. 

우리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면 된다. 그리고 그 시를 맛있게 먹으면 된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친구들의 말을 재미있게 듣듯이, 그들의 삶에 공감하듯이, 나와 다른 삶을 산다고 배척하지 않듯이, 다양한 시들에서 재미를 느끼고, 마음의 위안을 받고, 정신의 포만감을 느끼면 된다. 

그것이 어느 시든 상관없다. 뷔페에서 모두가 똑같은 음식을 먹지 않듯이, 맛에 대한 품평이 다르듯이, 초등학교 동창들의 삶에 우열을 가르지 않듯이, 그냥 내 맘에 드는 시를 고르면 된다. 

이런 마음이 계속되면 시는 즐거운 내 일상이 된다. 

다양한 경향의 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우리 사회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네 하는 시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시는 결코 어렵지 않다. 이런 말을 누차 하지만... 사실, 아직도 시는 우리에게 어렵게 다가온다. 그럴 때 이런 시집을 보자.  

잘 보이는 곳에 시집을 두고 눈이 갈 때마다 집어들자. 집어들고, 아무 곳이나 펴자. 아무 시나 읽자. 

시집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을테니까. 빨리 읽을 필요도 없을테니까. 

시간이 날 때, 눈이 갈 때 내가 펴본 시들이 어느 순간 내 맘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러면 성공이다. 

시는 바로 그 때 내 것이 된다. 그리고 계속 내 눈을 끌고, 내 손을 자기 쪽으로 이끌게 된다. 

나를 앞세우는 시대에 이 시집에 나와 있는 이 시... 이성준의 사진을 찍으며 중 한 부분(256쪽) 

(전략) 

나보다는 

카메라 앞의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했고 

대상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 

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피사체와 촬영자와의 함수관계 

나와 나의 의지를 지우고 

배경과 빛과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며 

상대 중심으로 나를 움직이다 보면 

(중략) 

나도 어느새 상대와 하나가 되었음을 

끄덕임 속에서 알게 되었다 

시는 이렇듯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때로는 지성을 자극하고, 때로는 감성을 자극하고, 시는 천의 얼굴도 우리에게 다가온다.

특히 이런 시집들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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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좌돌 - 중도의 재발견
김진석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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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 포퓰리즘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수구적 발상이다, 현실성이 없다, 이상적이다,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등등.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 

아니, 사상들이 난무하는 시대. 가히 백가쟁명의 시대라 할 만하다. 

여기에 좌파는 좌파대로, 우파는 우파대로 자신들의 선명성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좌파에 대한 규정도, 우파에 대한 규정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상대방을 좌파다, 우파다, 다른 말로 하면 빨갱이다, 수구꼴통이다 하고 비난을 일삼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이럴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도대체 좌파는 우파는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은 어디에 있는지. 

제목이 특이하다. 우리말에 있는 좌충우돌을 뒤집었다. 우충좌돌이다. 말 그대로 오른쪽에 부딪치고, 다음에 왼쪽에 부딪친단 말이다. 

오른쪽에 먼저 부딪친다는 말은 작가가 왼쪽의 입장에 더 많이 서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즉 비판받을 사항은 우파 쪽에 더 많이 있다는 말인데, 우파에 대한 비판은 많이 있으니, 우파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좌파 쪽에 쓴소리를 하겠다는 말이다. 

쓴소리를 무서워하면 발전이 없으니...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내게 도움이 되는 말은 듣기에 괴롭다고. 

우리는 비판을 비난으로 치환하고, 감정에서부터 거부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부터 하고 본다. 

처음 시작이 좋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만 날지 않고, 몸통도 있어야 난다고.. 몸통이 있어야 중심이 잡힌다고. 

즉 잘 나는 새는 좌우 날개가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 균형을 바로 몸통이 잡아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몸통. 사상적 경향으로 글쓴이는 중도를 이야기한다. 이 중도라는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 아니 고정되어 있지 않다. 중도는 때와 장소에 따라서 변화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중도라는 개념에는 생명력과 역동성, 불확정성이 있다. 

이 중도의 개념을 좀더 세분하면 중도우파, 중도, 중도좌파로 나눌 수 있다. 우파에 가깝게 가는 사람들을 중도우파라고 하면, 좌파 쪽에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중도좌파라 할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의 입장을 지닌 사람을 중도라 하겠지만, 이 중도는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고 중도 좌,우파가 명확히 갈리냐면 그도 아니다. 이들 역시 생성, 변화하는 집단이다. 딱히 이거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실체가 있다. 즉 명확한 경계를 이야기 하기 힘들지만, 이들도 하나의 집단으로 실체를 형성하고 있으면, 나름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구름을 생각하면 구름은 분명히 하나의 실체로 존재하고 또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가까이 가며 갈수록 구름의 경계를 확인할 수 없다. 내가 읽은 바로는 중도는 바로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집단이다. 

따라서 좌파나 우파는 선명성을 내세워서 자신들의 정체를 잘 드러내지만 중도는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내지 않지만 자신들의 힘을 발휘한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선거에서 투표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중도의 힘을 인식하고, 또 중도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좌파는 집권을 할 수 있다고 글쓴이는 주장한다. 사실, 중도의 지지를 받지 않는 좌파는 결코 집권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글쓴이는 좌파가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좌파의 여러 정책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좌파 쪽에서는 감정은 상할지 모르겠으나, 분명 비난이 아닌 비판에는 애정이 담겨 있기에 그 비판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우파 역시 이 책이 좌파를 비판한다고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된다. 이 책은 우파는 좌파보다 훨씬 더 문제가 많기에 더 얘기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비판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파 쪽에서 오히려 이 책을 자신들이 참조해서 정책방향을 정하면 진정한 보수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문제는 여러가지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이기도 하다.  

등록금 인하 문제, 대졸자 대량 양산 사회 문제, 무상급식으로 사회 이슈가 된 복지 문제,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문제, 신자유주의 문제, 그리고 경쟁에 관한 문제 

좌파와 우파가 명확히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고, 서로 선명성 경쟁을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서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서로 가능하다고만 하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글쓴이는 말하고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면 안된다는 얘기다. 좋은 게 좋은 게 되려면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당연히 실천가능한, 지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하고 말이다. 

글쓴이는 이 책에서 좌파는 그러한 세부적인,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는데 실패하고 있지 않나 하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한 번에 세상을 바꾸면 좋지만, 과연 가능하냐를 생각해야 하고, 가능하지 않다면 점진적으로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글쓴이는 그 방법은 좌파만으로 되지 않고, 좌파와 중도, 중도좌파가 연합해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문제에 대한 자신의 실천방안도 이야기하고 있어 좋은 참고거리가 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우파와 좌파의 주장이 모두 우리의 현실에서 멀어질 수도 있단 생각에 동의한다.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중도를 끌어들일 때 좌파는 좌파의 이념을 잊으면 안된다. 좌파가 중도에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중도를 좌파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이념을 견지하되, 현실에 맞게 이념을 조정해야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만이 아니라, 몸통으로도 난다고 할 수 있지만, 몸통이 너무 비대해지면 날지 못한다. 몸통에 있는 살들을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파가 좌파의 이념에 갇혀서는 안되지만, 또 좌파의 이념을 잃어서도 안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어렵기 때문에 여러 사상이 등장하고, 이 사상들이 서로 부딪치며 현실성을 획득해나가는 것이리라. 

자신의 틀에 갇히면 안된다.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날고 싶다면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날 수 있다. 글쓴이가 하는 말이 이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났다. 글쓴이가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니, 읽기에 불편하다. 정말로 어떤 방법이 최선일까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리라. 

또 이 책을 쓴 글쓴이를 바둑이나 장기의 훈수꾼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바둑이나 장기는 자신이 둘 때는 수가 잘 안 보인다. 그러나 옆에서 보는 사람은 직접 두는 사람보다 수가 잘 보인다. 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사람에게 수를 가르쳐주는 순간, 그는 훈수꾼 소리를 듣고, 곱지 않은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이 좌파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런 기우도 참... 

오히려 이 책을 바둑이나 장기에서 해설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훈수꾼은 곱지 않은 시선을 맞닥뜨리지만, 해설자는 더 좋은 바둑, 장기를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대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해설자의 해설을 잘 들으면 그 때보다는 더 좋은 수를 둘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 좌파는 이 책을 해설자의 말로 읽어야 한다. 물론 우파도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발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설자의 말이 모두 옳다고만 해서는 안된다. 해설자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건강한 새는 글쓴이의 말처럼, 좌우의 날개, 그리고 몸통이 조화를 이룬다.  

우리가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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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5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nye91 2011-10-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괜찮습니다.

우마왕 2011-10-07 10:1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책 읽기 정말 좋은 날씨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