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아이들을 화성에 보내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화성에 사람들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거대 기업 운영자도 있지만, 그것이 가능해졌다 치자. 화성은 지구와 중력도 환경도 모두 다르다. 그런 곳으로 당신 자녀를 보내겠느냐고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 것인가?
지구에 적응된 몸이 화성에 가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모른다. 아무리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든다고 해도 지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몸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어른들도 많은 변화를 겪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더욱 커다란 변화,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몸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당신 자녀를 화성에 보내겠느냐는 질문.
뜬금없이 화성이 나온 것 같지만 아니다. 화성에 이주하는 것이 지금 과학기술로 어느 정도 가능해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이 지구에 그러한 화성이 만들어졌음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런 질문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지구에 있는 화성, 즉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지구와 달라진 지구를 만든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디지털이다. 더 범위를 좁히면 '스마트폰'이다. 내 손 안에 있는 컴퓨터이자 고해상도의 사진기, 음악 플레이어, 텔레비전 등등의 역할을 모두 하는 기기. 언제 어디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니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신을 보게 만드는 기기.
이 기기에 잠식당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은 화성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편리함에 눈을 감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2010년 이후에 전세계에서 청소년들의 우울과 불안이 급증한 이유가 무엇인지 찾다가 바로 '스마트폰'에서 즉 '디지털 세상'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상관관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것은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라고 한다.
그만큼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 증세가 심해졌고, 그것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라는 것인데... 단지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변한 세상이라고 하겠다.
놀이를 중심으로 하던 아동기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아동기로 바뀌었고, 이를 '아동기 대재편'이라고 이름짓는다.
아동기가 대재편되었는데, 이것은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26쪽)'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는데,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는 미국에서 아동을 홀로 두게 하지 못하는 법만 봐도 알 수 있다. 자녀를 차에 홀로 두고 쇼핑을 해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현실, 아동이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어도 아동학대가 되는 과잉보호.
그런데 반대로 가상 세계, 스마트폰으로 들어가는 다른 세계에는 보호를 거의 하지 않는다. 연령 제한이 있는 사이트도 감시를 별로 하지 않아 자유롭게 아동들이 접속할 수 있으며, 어른들이 규제를 한다고 해도 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해, 가상 세계에서는 보호가 거의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만 그런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 역시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현실 세계 과잉보호는 지금 심각하다. 특히 학교에서... 걸핏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교사들을 보라. 신고당하는 부모보다 교사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데...
아이를 남게 해서 상담을 했다고 정서 학대로 신고하는가 하면, 무단 외출을 하는 아이를 막고 나가려는 아이 팔을 잡았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진술서를 쓰라고 했다고 학대라고 신고하는 부모들도 있는 현실. 학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죽하면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거부하겠는가. 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나면 신고당하는 사람들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교육적 활동에서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는데,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무엇도 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니 체험학습같이 학교를 벗어난 다양한 활동을, 또 또래끼리 방을 함께 쓰면서 잠을 자고 함께 이야기하면 활동을 하는 경험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과잉보호다. 아이들을 이렇게 현실 세계에서는 과잉으로 보호하면서, 스마트폰의 사용은 어떤가? 부모들이 감시하기 힘들다. 또한 스마트폰을 주어서 부모들의 돌봄 노력을 줄이려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온갖 문제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일어난다.
저자는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의 네 가지 기본적인 해악은 ... 사회적 박탈, 수면 박탈, 주의 분산, 중독'(174쪽)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너무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스마트폰에 눈을 주고 주변을 살피지 않는다. 게임을 함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스마트폰 세계 즉 가상 세계 속에서다. 현실 세계에서는 더 많은 접촉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수면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수업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하려고 애를 쓰는 아이만이 아니라 많은 아이들의 정신이 스마트폰에 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이는 중독 수준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해악을 주는 스마트폰 세상은 가히 '화성'이라고 할만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화성으로의 이주'를 완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저자는 빨리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어른들이 먼저 정신차려야 한다고... 부모와 학교와 나라(정치)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해주고 있는데...
그 방법은 참 단순하다. 사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이 가장 힘들다. 왜냐하면 기업이 이윤을 위해서 수많은 어린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또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의 힘이 필요하다. 법률로써 제도화해야 한다. 이 점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에 넘어갔다고 하는 판에, 가능할지... 참.
그래도 저자가 주장한 아주 단순한 해결책을 보자.
1.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 금지
2. 16세가 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 금지
3.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
4. 감독하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더 많이 보장하기
이것을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말하라, 연결하라'고 한다. 알려야 한다. 사실 알고는 있지만 먼저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과감하게 먼저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그 역할을 하라고.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라고. 홀로 할 수는 없으니.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홀로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부모가 있으면 아이 역시 고립되지 않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법으로는 현실 세계에서 걸핏하면 아동학대로 신고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로 정비해야 한다고... 이것을 말하고 연결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가상 세계에서 아이들이 벗어나 현실 세계에 발딛고 지낼 수 있게 하는 방법, 이것은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방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방법에는 비용도 들지 않는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문제는 실행 의지다. 부모와 학교, 나라(사회)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지니고 이것을 실행하느냐다.
이 실행이 더 늦어지면 우리 아이들은 '화성'에서 살게 된다. 몸과 마음이 '화성'에 맞게 변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지만 그들이 실제 살고 있는 세상은 '지구'다. 그러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불안과 우울에 시달릴 수밖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느껴왔던 스마트폰으로 인한 문제들을 잘 정리했다는, 해결책 역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는, 그래서 더더욱 우리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교육에 목을 매달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정책이지만,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것 아닌가 한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연결이 되겠지. 적어도 이 책은 문제를 크게 말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은.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이들이 정치인에게 압력을 넣어야 법과 제도가 바뀔 테니. 최근 교육부에서 학교 수업시간에 스마트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청소년 단체로 있다고 하고, 인권과 책임, 그리고 사회의 미래.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 (관련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과 같은 책들을 참고 서적으로 하여 더 깊이 있는 토론을 하면 좋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