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전
루이스 카우언 & 오스 기니스 지음, 홍종락 옮김 / 홍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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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는 고전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미 그의 시대(20세기 초중반)에도 학생들은 최신의 이론만 따라다니며, 더 이상 고전을 읽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정작 그 책 자체는 읽지 않은 채 그저 평론가와 해설자들이 하는 말만 주워섬기고 있을 뿐이었다.


루이스는 이런 태도에 이른바 “연대기적 속물주의”가 깔려 있다고 비판한다. 어떤 생각이 좀 더 현대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더 나은 것이라는 착각을 가리킨다. 과거는 케케묵은 것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되고 밀려난다. 새로 나오는 것을 따라가기도 바쁜데 뭐 하러 낡을 것을 들여다보고 있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이런 생각을 뒤집어 이렇게 말한다. 고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것이고, 최신의 이론이란 아직 충분히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어쩌면 조만간 버려지고 말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그래서 루이스는 현대의 책과 고전을 한 권씩 번갈아 읽거나, 최소한 오늘날 쓰인 책 세 권을 읽으면 고전 한 권을 읽으라고 권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은 우리에게 어렵다. 고전과 우리 시대 사이에 놓여 있는 깊은 시간과 문화의 골짜기는 아무나 쉽게 뛰어넘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을 읽는 데에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그 노력을 제대로 했을 때 얻어지는 기쁨은 몇 배는 거 크겠지만.


우선은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부터 어렵다. 뭔가 바닷가에 가서 내가 원하는 색깔의 조개껍질을 찾는 일 같달까. 막상 주웠는데 그냥 별 가치 없는 오래 된 플라스틱 조각일 수도 있는 거다. 이 책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서양 고전 65편(저자 중심이라 실제로는 몇 권이 더 포함된다)을 시대 순에 따라 한 편씩 골라 간략한 설명과 함께 소개한다.


여기에 중간 중간 각 시대별 흐름과 그 흐름을 잘 보여주는 따로 더해서 설명해 주니, 감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방대한 내용을 공부해 나갈 때는 이런 식으로 간략하게 나마 전체적인 흐름을 확인하고 기억해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공동 편집자로 두 명의 이름(그 중의 한 명은 “소명”의 작가이기도 한 오스 기니스다)이 올려 있지만, 이런 방대한 작업물을 두 사람의 힘으로만 완성하는 건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각각의 항목은 주로 영문학 교수인 기고자들의 글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이 분야 종사자들의 컨센선스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이 작업, 그러니까 여기 소개된 고전의 선정뿐 아니라 그 해설과 해석에 기독교적 관점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학에 대한 평가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고, 작품의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괜찮은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다만 이렇게 방대한 내용들을 읽는 건, 일종의 백과사전처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관한 내용들이 그런데, 나 역시 견문이 짧은지라 근현대로 올수록 점점 아는 내용이 적어지니 집중도가 좀 떨어지기는 했다.


그래도 이런 책을 한 권 두고 있으면 앞으로 읽을 책들을 고를 때 톡톡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나온 지는 8년쯤 지났지만, 최근 몇 년 고전 문학에 대한 기독교적 소개라는 콘셉트로 나온 책을 몇 권 본 것 같다. 의미 있는 작업이다. 참고로 이 책은 결국(?) 절판되었지만(일단 판형부터 꽤 크고, 두껍다), 다행이 전자책으로는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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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우리가 예배와 기도 가운데 알고 부를 수 있는 분이시다.

우리가 이 인격적 하나님의 개념을 놓친다면,

기독교는 신앙이 아니라 종교 철학이 된다.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러턴은 이 점을 아주 산뜻하게 표현했다.

“철학자들의 신은 세상 뒤로 사라졌다.

그들이 그를 3인칭으로 묘사할 뿐 2인칭으로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알리스터 E. 맥그래스,  『C. S. 루이스 길라잡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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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고통이 의미를 상실할수록

경미한 고통조차도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에게는 고통을 지붕으로 덮어주고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어떤 의미연관도, 서사도, 더 높은 심급이나 목적도 없다.

고통을 주는 완두콩이 사라지면

인간은 부드러운 매트리스로 인해 고통 받는다.


- 한병철, 『고통 없는 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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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다운 교회 - 영광스런 목회와 가슴벅찬 신앙생활 설명서
신호섭 지음 / 다함(도서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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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이미지가 그 어느 때보다 처참하게 훼손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최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유독 막말을 일삼는 목사들이 전면에 나서며 교회의 얼굴이 된 탓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이전부터 이미 한국교회는 온갖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물론 지나치고 편파적인 비판도 분명 있었지만(어느 비판이 그렇지 않으랴), 또 그런 말들이 나온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도 했다.


교회란 무엇인지, 교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아니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교회에 관한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이른바 몸으로 부딪히면서 익혀온 교회관을 갖고 있는 케이스다. 교회마다 다른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라, 종종 어떤 전통은 외부인이나 신입에겐 이해가 되지 않은 모습일 때도 있다.


하지만 교회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은, 그저 개별 교회에 속한 사람들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 위에 세워졌고, 그에 따라서 운영되어야 하는 조직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름은 교회라고 해도 실제로는 하나님의 이름을 붙인 친목모임에 불과할 수 있다. 이 책은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에서 설명하는 성경적인 교회론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준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교회란 무엇인가 하는 정의를, 2부에서는 교회 내 각 직분에 관한 설명을, 3부는 예배의 요소를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앞서 포함되지 못했던 가정, 사회, 국가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설명한다.


전반적으로 교회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잘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 일선 목회 현장에서 저자가 듣고 경험한 실제적인 이야기들까지 섞어서 풀어내고 있어서 지루함도 덜어준다. 결국 이런 책은 교회에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책이니 좋은 방향 설정이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교회 내 직분을 다루는 2부가 가장 흥미롭게 와 닿았다.


이론과 현실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조언들이 담겨 있어서, 실제 목회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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