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신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야지마 후미오 지음, 김정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로 불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구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식과 사고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는 다시 기독교를 통해 서양 문화와 문명에도 그 흐름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의 이름은 낯익어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들의 이름은 좀처럼 귀에 익지 않은 것이 사실. 이 책은 바로 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화를 정리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건설자들은 수메르인이다. 물론 그들 이전에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전모를 살피는 건 불가능하다. 수메르인은 세계 최초의 문자인 설형문자(쐐기문자)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겼고, 이들은 다시 셈어족에 속하는 아카드인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아카드인들도 수메르인들에게 쐐기문자를 배워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겼다.


이 지역에 흔한 진흙을 말려 만든 점토판에 기록된 이야기들은 건조한 기후 덕에 오랜 시간이 지난 후까지 남았고(일부는 불에 탄 덕분에 더 강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근대의 학자들에 의해 비로소 그 의미가 조금씩 해독되기 시작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그 결과물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깨지고 사라진 것들 때문에 일부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책에는 세상의 창조 이야기부터 다양한 영웅 설화들이 소개된다. 사실 이 지역의 신화라는 것이 각 거점들(도시들)마다 저마다의 전설들이 있었기에, 큰 틀과 인물은 유사해도 내용상 차이가 있는 경우들이 많았을 것이다. 또한 수메르인에서 아카드인으로 주도세력이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의 변용들이 생겼을 것이고. 어느 정도 강력한 중앙권력이 나타난 후에야 어느 정도 이런 것들이 정리되었을 텐데, 책에는 그런 식으로 정리된 결과물들이 실린 것 같다.


메소포타미아의 천지창조 이야기는 확실히 복잡하다.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고, 인간은 부속품으로, 신들의 도구로 창조된다. 신들 사이의 계급이 나뉘고, 자신이 낳은 신들을 불쾌하게 여겨 전쟁을 일으키는 티아마트와 그녀의 몸을 조각내 세상을 창조한다는 이야기는 어질어질하다(종종 이런 신들 사이의 싸움은 그 신을 주신으로 섬기던 도시들 간의 싸움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잘 알려진 길가메쉬 이야기는 홍수에 관한 내용 때문에 창세기의 노아 이야기와 자주 비교된다. 흥미로운 건 이런 홍수 전설은 여기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고대 신화 속에서 전설이라는 모양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점.(예컨대 인디언들의 신화나, 심지어 고대 중국 신화 속에서도 발견된다) 어떠면 이건 인류 공통의 “원기억” 같은 건 아닐까 싶기도. 참고로 길가메쉬의 홍수 이야기는 소재 말고는 세부 내용의 경우 노아와 비슷한 게 없다.





이런 책은 일본인 저자가 쓰는 경우가 많은 게 참 부럽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일본 국내 대학에서만 공부하고 교수까지 된 저자가 쓴 것인데, 이 책이 연구적 수준이 높다기 보다는 기존에 연구된 내용 가운데 본문을 잘 정리해 낸 수준이긴 하지만, 이런 책들이 꾸준히 쌓여야 더 깊은 작업이 나올 테니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7-23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세기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서구에 소개되면서 처음에는 성서의 아류인줄 알았다가 실제 성서시대보다 천년이상 앞선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서구의 학자들이 멘붕에 빠졌다고 하지요,
그리고 해외로 유학을 가지 않은 일본인 학자들이 메소포타미아 신화같은 책들을 저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본의 무지막지한 번역문화때문입니다.실제 온 세계 언어의 책들이 번역되어서 일본의 학자들은 굳이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이건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그러다보니 보통의 일본인들의 외국어 습득능력은 매우 떨어진다고 하네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대단원이다. 이게 일곱 번째 시리즈이고, 각 시리즈마다 3권씩으로 되어 있으니 총 21권, 그리고 여기에 가이드북까지 더하면 모두 22권이었다. 첫 권을 2020년 1월에 보기 시작했으니 햇수로 5년 만에 완결까지 이르렀다. 마지막 리뷰는 시리즈 전체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해 볼까 한다.


먼저 각 시리즈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1) 로마의 일인자 - 호민관 드루수스(小 드루수스), 마리우스

2) 풀잎관 - 마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3) 포르투나의 선택 - 코르넬리우스 술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4) 카이사르의 여자들 - 율리우스 카이사르

5) 카이사르 - 율리우스 카이사르

6) 시월의 말 - 율리우스 카이사르

7) 안토니우스의 클레오파트라 -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확실히 카이사르가 중심인물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의 시작 시점은 BC 1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포에니 전쟁에서 승전하고 로마가 지중해 서부의 패자로 발돋움한 시기, 하지만 여전히 로마라는 작은 도시(그리고 그 도시를 주도하는 원로원)만이 모든 힘을 독점해야 한다고 여기는 소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득권 세력들에게 저항하며 최소한 이탈리아 반도 안의 동맹시에는 로마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 호민관 드루수스였다. 하지만 결국 그의 암살로 계획은 실패했고, 이에 절망한 동맹시민들은 결국 내전을 선택한다.


카이사르 역시 한편으로 드루수스와 유사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더 이상 작은 도시 중심의 국가가 아니고 제국의 길로 나아갔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기득권층에게만 로마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여기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은 아닌 듯하다. 작가는 바로 그 드루수스의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카이피오를 등장시켜 서로의 여동생과 결혼을 했던 그들의 관계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카이피오가 드루수스의 동생 리비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카이사르의 애인이었던 세르빌리아(브루투스의 어머니다!)였고, 카이피오와 이혼 후 재혼을 한 리비아가 낳은 아들이 소 카토(카이사르의 정적)과 포르키아(브루투스의 아내)였다. 그리고 아들이 없이 죽은 드루수스의 양자가 낳은 딸이 옥타비아누스의 아내가 된 리비아이고. 물론 고대 로마 귀족들의 결혼이라는 것이 유력한 가문들 사이의 연합이었기에, 유명한 사람들은 대충 다 인척관계로 이어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작가는 한 인물만이 아닌 좀 더 큰 맥락에서 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인물들을 배치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작가는 한 인물, 한 인물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어떤 인물이 그리 유명하지 않은데도 그에 관한 개인적인 서술이 길게 나오면, 그는 반드시 뒤에서 떤 중요한 결정이나 사건의 방아쇠를 당기는 인물이 되는 식이다. 아무래도 역사 소설이다보니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자유롭게 인물들을 사용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 단순히 역사 기록으로만 남은 건조한 문장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큰 바람을 일으키게 만드는 능력은 확실히 탁월한 글솜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마지막 권은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사이의 최후의 결전을 다룬다. 앞서 두 권에 걸쳐서 이들이 제2차 삼두정치를 시작한 후 각각 서로를 견제하며 어떻게 준비해왔는지를 길게 다루었던 저자는, 마침내 두 사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하지만 그 모습이 영 지리멸렬하다. 가장 주된 원인은 이미 이 시기 젊은 시절을 방탕하게 보낸 결과로 안토니우스의 심신은 피폐해져있었고, 그 틈을 파고든 클레오파트라가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투에 관해선 문외한이었던 클레오파트라가 설치면서 안토니우스 주변의 인물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결국 첫 대결 이후 대거 이탈을 하게 된다.


작가는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을 클레오파트라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거듭 언급하는데, 생각해 보면 고대 로마에서 여성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비공식적으로) 서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있어도, 군사 지휘에 나선 적은 없으니 그렇게 봄직도 하다. 물론 그녀의 군사적, 정치적 식견이 상당히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오직 아들(카이사르와의 사이에서 낳은 카이사리온)을 전 세계의 통치자로 세우겠다는 단견밖에 갖지 못했던 클레오파트라의 계획이 실패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상대하고자 했던 로마는, 벌써 수백 년 동안 수없이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무엇이 최선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때로는 무력을 동원한) 토론의 결과로 나온 결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클레오파트라의 계획은 오히려 망상에 가까웠다. 얼마 전 있었던 계엄처럼.






좋은 작품이었다. 흡입력이 대단하고, 스물한 권의 대적임에도 전체를 두고 봐도 구성이나 설정이 크게 무너지는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공화정 말기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둬야 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족 시대 - 로맨스 판타지에는 없는 유럽의 실제 역사
임승휘 지음 / 타인의사유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주주의는 특권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가 잘났든 못났든, 키가 크던지, 얼굴이 못생겼는지, 정치의식이 바르든지, 아니면 왜곡되고 심지어 삐뚤어진 사고를 가지고 있든지 간에 모두가 한 표씩 행사하는 제도니까. 물론 사실 엄밀히 말하면 모두에게 한 표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법률에 따라 선거권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으니.(주로 범죄관련)


하지만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는 이런 종류의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특별한 계급, 나면서부터(이점에서는 시대에 따라 다른 관점들이 좀 있지만) 평민들과는 다른 이른바 고귀한 계급이 있다고 생각했다(적어도 그런 척 했다). 바로 귀족이다. 이 책은 유럽의 귀족에 관한 다양한 상식들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책이다.





1부는 가볍게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흥미를 돋우고, 2부에서는 귀족들의 일상을, 3부에서는 유명한 귀족들의 이야기를 몇몇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놓는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4부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전반적으로 교양역사서라고 할 만한 구성 가운데서 그나마 조금은 학술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부분이다. 어떻게 귀족이 되고, 귀족이 된 후에 했던 일은 무엇인지 같은 내용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 그들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피를 따로 타고났겠는가. 오히려 그렇기에 블루 블러드니 프랑크족 전사의 혈통이니 하는 것들에 집착을 하고, 엄청난 양과 진기한 향신료를 들이부은 음식을 준비해 파티를 열고, “수준”을 맞추기 위해 과시적이고 소비적인 삶을 살고 하는 것들은 그런 허구를 둘러싸서 깨지지 않게 하려는 포장재였던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그 안에는 단순히 허위의식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가치들, 이를테면 명예와 충성,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은 책임감과 자선 같은 것들이 있었고, 그것까지 함께 내다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우리 시대의 문제는 다분히 왜곡된 겉치레를 버리면서 그 안의 선한 가치들마저 무시하는 데 있다).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외피가 이미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귀족”들이 민주사회 안에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귀족의 특권이라는 건 국가의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받고, 범죄를 저질러도 종종 무마되거나 가벼운 처벌로 넘어가고, 자기들만의 혼맥과 학맥을 통해 특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계급을 공고화 한다는 부분일 것이다. 우린 이런 무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중세 유럽에서 귀족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혈통에 따라 전통적으로 귀족으로 인정되었던 이른바 대검귀족이고, 다른 하나는 국왕의 임명으로 주로 법관이 됨으로써 귀족계급의 문 안으로 들어갔던 법복귀족이다.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철폐되고, 얼마 안 가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소수의 친일파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 국민이 노예화되었던 우리나라에서는 대검귀족에 해당되는 신분은 거의 사라진 것 같지만, 이제 그 자리를 막강한 권력을 지닌 새로운 법복귀족들이 차지한 것 같다.


당연히 이런 존재는 민주공화정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요소들인데, 이들을 해체하는 일이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제 혈통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자본에 기반해 그들의 권력은 점점 더 공고해져만 가는 것 같다. 중세의 귀족 이야기야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겠지만, 우리 시대의 귀족들의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 없으니 씁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전히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는 정면대결을 하지 않고 있다. 제2차 삼두정치의 결과물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제국의 서방은 옥타비아누스가, 동방은 안토니우스가 지배하고 있었다. 나머지 삼두의 한 머리인 레피두스는 북아프리카에서 나름 힘을 키우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주목하지는 않았으니...


하지만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으니,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가 죽기 직전 추진했었던 파르티아 원정에 나섰다가 대패를 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반대로 섹스투스 폼페이우스가 이끄는 해적집단 때문에 시칠리아와 북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곡물길이 막히며 극심한 민심의 동요를 마주하고 있던 옥타비아누스는 마침내 안토니우스로부터 해군력을 지원받아 섹스투스를 궤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덤으로 마침내 북아프리카에서 나와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던 레피두스까지 무너뜨리며 확실히 우위에 섰다.






사실 이번 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 가운데 하나는 카이사리온이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 그는 어머니 클레오파트라의 막대한 기대 속에서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번 편에서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카이사르의 아들이라는 자의식이 확고하게 자라면서, 이집트를 로마와 비슷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자신의 계획을 시작한다.


만약 그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지 사뭇 궁금해지긴 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었던 이집트에서 로마식 공화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작가가 의도적으로 카이사르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게 묘사하는 카이사리온은, (아마도 다음 권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바로 그 유사성 때문에 결국 채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숙청되고 만다.





여기에는 결국 그의 어머니였던 클레오파트라의 권력욕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반면 그녀의 욕망을 이루는 데 필요한 현실감각이나 특별히 군사적, 전략적 능력은 너무나 부족했다. 대신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전형적인 동방의 여성이 선택할 법한 행동을 했는데, 바로 자신 대신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꼭두각시 남성을 쥐고 흔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비장의 무기 역시, 그녀의 안목의 부족 때문이었는지 하필 안토니우스 같은 인물을 선택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그렇다고 옥타비아누스의 성향과 자질을 보면, 그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는 없었을 게 분명하지만. 그리고 애초에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는 남성은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이야기는 대단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리즈의 마지막 한 권만 남았다. 이제 대파국이 나타날 텐데, 저자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이걸 어떻게 그려낼 지 기대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6-2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연합은 안토니우스측에서는 이집트의 국물과 군사지원,클레오파트라측에서는 당시 최강 로마제국의 지배자의 부인이 될 기회였기에 서로 윈윈하는 관계였지요.다만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져서 자신의 병력을 클레오파트라에게 지원(동생과 왕귄다툼중)하는 바람에 옥타비아누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지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이사르를 암살한 자칭 “해방자들”을 궤멸시킨 후, 카이사르의 후계자 자지를 두고 벌어진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사이의 싸움은 간신히 두 번째 “삼두정치”라는 형태로 봉합되었다. 제국의 서방은 옥타비아누스가, 동방은 안토니우스가 나누어 지배하는 식이었다. 사실 이 선택부터가 안토니우스의 정치적 감각의 부족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분명 동방이 서방보다 재정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는 서방에 포함되어 있는 “로마시”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마지막 일곱 번째 시리즈인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동방과 서방으로 나뉜 두 사람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는 안토니우스가, 다음으로는 옥타비아누스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리즈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는 안토니우스로 추정되는 로마식 복장의 남성과 (클레오파트라로 보이는) 파라오 복장의 여성이 서로 안고 있는 가운데, 그들을 거대한 뱀이 둘러싼 일러스트가 큼직하게 박혀 있다. 아마도 뱀은 로마에서 출산을 담당하던 여성들만의 여신이었던 보나 데아의 제단에 산다는 뱀이 아니었을까. 이번 권에서 그 뱀은 옥타비아누스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아내 리비아가 옥타비아누스를 만나기 얼마 전, 제단에 제물을 바치던 리비아 앞에 나타난다.





흔히 그저 근육만 잔뜩 있지만 지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힘캐로만 알려져 있는 안토니우스에 관한 입체적인 묘사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에게는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결단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고(안 그랬다면 진작 파르티아 원정에 나섰을 게다), 결국 클레오파트라에게 휘둘리다 자멸한다는 역사 기록에 맞춰 여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그늘 안으로 몰려온 다양한 사람들을 부리며 세력을 유지해 가는 모습은 나름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여자에게 약한 부분에서는 남의 부인을 강제 이혼시키고 자기 부인으로 삼은, 또 그러기 위해서 거짓 사유로 자기 부인과 이혼까지 했던 옥타비아누스도 뒤지지 않긴 한다. 몇 편 전부터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세상에! 이후 로마 황제 3인의 이름이 다 모였다)가 종종 등장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좀 야박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이 책에서는 “제2의 카도이되 지성이 없는 카토”라는 표현으로 평가한다), 이번 편에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후에 옥타비아누스가 뺏은 리비아의 남편이었고, 옥타비아누스를 옹호하기 위해선 네로를 무능하고 인격에 문제가 있는 인물로 묘사해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달랐던 결정적인 부분은, 대국을 읽어가는 능력이다. 그는 언제나 안토니우스보다 더 멀리까지, 그리고 더 오랜 후까지 보고 있었다. 이 부분은 옥타비아누스가 20년은 더 젊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기도 했으나, 그처럼 젊은 나이에(겨우 20대 초반이었다) 그 정도의 정국을 구상할 수 있었다는 건 확실히 천재적인 면모이긴 하다.





이번 권에서는 두 사람의 정면대결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옥타비아누스의 상황이 퍽 위태로웠고(동쪽에는 안토니우스가, 남쪽에는 폼페이우스의 아들 섹스투스가 시칠리아를 근거지로 삼아 바다를 장악해 곡물수입을 막고 있었고, 히스파니아와 갈리아에서는 소규모 반란까지..)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옥타비아누스의 결단이 특별히 인상적이다. 결정적으로 안토니우스와의 평화를 위해 누나인 옥타비아를 그에게 아내로 주기까지..(과거 카이사르가 자신의 딸 율리아를 폼페이우스와 결혼시켰던 것처럼)


국가적 단위의 사건들과 개인적인 판단과 결정들이 쉴 새 없이 서로 얽히며 복잡한 무늬의 태피스트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확실히 이 시리즈의 장점인 것 같다. 캐릭터 하나가 버려지지 않고 있다가, 몇 편이 지난 후 작가가 왜 그 인물을 그러게 묘사했는지그 꿰어맞춰지는 걸 보는 게 퍽 재미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4-3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소시민들은 눈앞의 이익만 쫒아가기도 매우 힘든거같아요

노란가방 2025-04-30 09:54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가진 자질은 다 다르겠지요.. 그러고 보면 지도자의 자질이라는 것도 분명 있는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