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추억.


올해 초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반가웠다. 그 제목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작품이니 말이다. 전화선에 연결한 모뎀을 통해(덕분에 전화요금 폭탄이 터지는 일도 종종..) PC통신 시절,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초창기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연재되기 시작해서, 책으로 출판되고 공전의 히트를 쳤던 바로 그 작품.


나도 그 PC통신시대의 끝자락에 닿았지만, 이 작품을 본 건 책으로 출판된 이후였다. 한 편 한 편 보기 시작하던 것이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등등 전 시리즈를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수년 전에 그 책들이 재출간 되었을 때도 반갑게 읽었었고.


이 영화가 나왔을 때도 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샌 좀처럼 영화 한 편에 집중할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해서 놓쳤다. 결국 OTT를 이용해서 이렇게 보게 되었고.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여러 모습들을 영상화해서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한 느낌.





생각보다 괜찮았던 퀄리티.


사실 퇴마록이라는 작품은 오래 전 실사 영화로 한 번 만들어졌던 적이 있었다.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 같은 쟁쟁한(다만 영화가 제작될 당시에는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었지만, (아마도) 그 땐 기술적 한계로 졸작이 되고 말았었다. 그래도 팬심으로 보긴 했는데, 워낙 좋아했던 배우들이기도(특히 추상미 배우!) 했고..


아무튼 그 덕분에 이 작품도 살짝 우려가 됐지만, 막상 보니 걱정했던 것보단 훨씬 잘 빠진 것 같다. 그래픽도 꽤 좋은 퀄리티이고, 애니메이션화 하면서 소설 속 다양한 특수 능력들을 큰 제한 없이 그려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야기의 구성도 원작을 적절하게 소화해 내서, 소설을 보지 않았던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고. 영화의 첫 편인지라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승희가 출현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큰 지장을 주는 건 아니었다.


영화의 내용상 이번 한 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 후속편은 극장에서 한 번 보고 싶다.





아쉬운 건.


원작 자체가 워낙에 대작인지라, 또 주요 에피소드는 영화 한 편에 다 담기에는 조금 내용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각색된 면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부분이 원작의 팬들에게는 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부분이 다를 테니까.


그래서 이런 영화는 드라마 형태로, 대신 한 편의 상영시간을 좀 줄여서 이야기를 좀 더 길게 빼주면 어떨까 싶은 욕심도 좀 들긴 한다. 물론 이게 돈이 문제인 거고,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을 했다면 고려해 볼 수 있을 만한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상영관에서 그렇게 흥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한국영화계가 폭망한 해이기도 했다는 게 아쉽.


사실 올해 히트했던 케데헌보다 (참고로 전편을 보지는 못했다) 훨씬 내용도 풍성하고, 이야깃거리도 많다고 보는 영화이니, 넷플릭스 같은 데서 돈을 좀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꿈도 꿔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 부디 제작사가 후속편들을 계속 낼 수 있도록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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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2-12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퇴마록 팬이라 시리즈 다 읽었는데 이후 추가로 번외편이 한두권 더 나온거 같더군요.그리고 퇴마록의 경우 장르 특성상 실사화시 CG처리가 많이 들어가 제재비가 폭등해서 힘들겁니다.그러니 퇴마록은 실사영화보다 애니가 맞는데 이것도 대하장편이라 애니영화보단 시리즈제작이 맞는데 국내에서 애니제작에 투자할 곳이 없어보입니다.제일 좋은 방법은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것이정답일거 같아요^^;;;;;

노란가방 2025-12-12 22:07   좋아요 0 | URL
세상에.. 퇴마록 팬이셨군요!!
 
나를 살리는 기도 - 기도할 수 없는데 기도한 한 사람 이야기
서진교 지음 / 아가페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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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로 실려 있는 “기도할 수 없는데 기도한 한 사람”이란 중의적인 표현이다. 하나는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누가복음 2장의 “안나”이고, 다른 한 명은 저자 자신을 가리킨다. 책은 기본적으로 안나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워낙에 본문 자제가 짧은 안나 이야기보다는 저자 자신이 경험한 일들에 대한 소개와 간증이 좀 더 많은 페이지를 채운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한두 번 같은 행사에 참여해서 가까이서 본 적은 있지만, 대화를 해 본 경험은 없고, 책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 기독교채널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많이 알린 듯한데, 책 곳곳에 실려 있는 개인사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일들을 결국은 극복해 내고, 여기에 신앙의 힘이 있었다는 간증이라면, 그리고 지금도 단순히 성공주의 신화팔이가 아니라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꽤 읽어볼 만한 책이겠다 싶다.





제목에도 나오듯, 이 책의 주제는 “기도”이다. 앞서도 언급했던 안나의 이야기를 도입으로 사용하지만, 그보다는 저자가 경험한 수많은 기도의 능력에 대한 간증들이 잔뜩 실려 있다. 결혼한 지 몇 년 만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수십 년을 성전에서 기도했던 안나의 모습에서, 저자는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삶을 읽어낸다.


책 전반에 걸쳐서 저자는 여전히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 특별히 고난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그로 인해 우리의 고난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로서의 기도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막막해 보이는 상황 가운데서 힘써 기도하는 사람들을 통해 일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 다시금 독자를 기도의 자리로 이끄는 힘이 있다.






사실 기도는 잘 티가 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실제로는 잘 기도하지 않으면서) 기도해 주겠다는 “인사치레”를 쉽게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기도를 소홀히 하면서도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과시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이상(예수님이 극혐하셨던 모습이다), 내가 기도를 하고 일을 하는지, 그저 일에 몰입되어 있을 뿐인지 알 도리가 없다.


기도는 어떤 공식을 따르는 일이 아니다. 마치 낚시처럼, 적당한 도구와 미끼와, 자리까지는 안내해 줄 수 있으나, 고기를 낚아채는 손기술은, 어느 정도 줄을 감고 당기고 해야 하는지는 직접 해보며 익혀야 한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좀 막막할 수 있지만, 그런 어려움 또한 기도를 배우는 과정일 것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능숙하게 기도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저자의 기도에 대한 관점은 다분히 어린 시절 경험했던 순복음교단의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여기 실린 기도가 기도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신학적 원리를 따르든, 기도는 신자의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기도에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여기 나온 다양한 기도의 사례를 붙잡고 우선 기도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는 내 뜻을 하나님께 강요하는 기도가 아니라, 그분의 뜻을 구하는 기도가 참 중요한 시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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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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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서울대학병원에서 종양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교수다. 물론 다른 의사들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암을 주로 다루는 종양내과라는 특성상 죽음을 꽤나 자주 가까이에서 겪는 직업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식이니까, 그 과정에서의 감정적 변화라든지, 환자의 상태가 꽤 크게 와 닿지 않을까 싶다.



책은 저자가 의사로 살아가면서 만났던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결국에는 죽음으로 끝난 치료 과정이었던 이들도 있고, 몇몇은 다행히 완치가 되어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책으로 엮으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모았겠지만, 확실히 죽음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모양은 아니구나 싶다.


끝까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환자나 가족)이 있는가 하면, 소위 “죽을 날짜”를 받아 놓고서도 가족과 함께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이들도 있다. 저자의 환자였던 한 택시기사는, 암에서 나은 후 덤으로 사는 인생에 감사하며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게 되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기대여명이 1년도 남지 않은 한 젊은 여성 환자에게서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에피소드에서는 찡하기도 하다. 버킷 리스트 달성을 위해 서핑을 배우러 나갔다가, 서핑 강사와 결혼까지 이른 것이다. 물론 남편도 아내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쳤다고 묘사한다.






책 전반부가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들이라면, 후반부는 의료계의 상황에 대한 조금은 안타까움을 담은 내용들이다. 한 명의 의사가 한 달간 6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에게 환자 한 명은 600명 중 하나이지만, 환자에게 의사는 어쩌면 유일한 한 명이라는 이야기는 저자에게 작은 충격이었다.


자신의 제자였던 젊은 의사에게 문진을 받으면서, 그 의사가 단 한 번도 눈을 환자에게 돌리지 않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걸 보면서 씁쓸해 하는 저자지만,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한다. 어떻게든 환자의 숨을 붙여놓는 것이 절대적 사명인 상황에서, 뻔히 죽을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젊은 인턴과, 그에게 ‘살살 하라’고 충고하는 주치의의 상황은 답답하기도 하다. 그걸 ‘쇼피알’이라고 부른단다. (쇼+CPR)


또, 치료로 인해 병세가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에 대한 완화의료가 여전히 대접을 받지 못하고, 어떻게든 항암치료로만 내몰리는 (보호자에 의해서, 또, 그래야 돈이 되니까) 상황에 대한 지적도 보이고. 이런 내용은 이미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양한 책들에서도 지적되지만, 존엄함 죽음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먼 것 같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찬송가 중에서 특별히 마음을 울리는, 그래서 좋아하는 곡들은 대부분 흔히 “장례 찬송”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고(살다보면 이 당연한 진리를 잊고서 눈앞의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동시에 새로운 소망을 품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어쩌면 이 세상에서의 삶은 일종의 준비운동쯤일 수도 있다).


가끔 죽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들을 읽는 것도 좋다. 책 속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음을 인식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은 불만들, 내 뜻대로만 돌아가지 않는 현실들, 불안과 염려를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 이 책도 썩 괜찮다.


언뜻 드러나는 문장으로만 보면, 저자가 살뜰히 사람들을 챙기고 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지만, 그리고 공치사를 굉장히 쑥스러워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의사로 살려는 고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쓴 책은 확실히 읽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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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 패밀리라도 괜찮아 - 어느 조울증 가족이 정신질환과 동행하는 법
고직한.김정희 지음, 이범진 정리 / 잉클링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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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라는 단어는 그냥 영어로 보면 “정신적인”이라는 뜻이다. 어원인 그리스어의 “프시케”는 “영혼”이라는 의미다. 물론 “정신병적”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이건 그 자체보다는 “사이코패스”나, 각종 정신병적 질환을 가리키는 병명의 접두어로도 이 단어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듯하고.


이 책에 나오는 “싸이코 패밀리”는 그래서 조금은 무시무시(?)하고, 염려도 되고 그런 단어다. 이 가족 괜찮은 건가? 저자로 실린 두 명의 이름은 사실 인터뷰이이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두 사람은 부부로, 학창시절 모두 조울증 증세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역시 심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일가족 모두가 정신병력을 지녔다는 의미에서 “싸이코 패밀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들 스스로 붙인 이름이자, 이 단어에 실려 있는 혐오를 바꿔내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단어라고 한다.





책에 드라마틱한 사건을 나오지는 않는다. 그저 이 부부가, 그리고 이 가족이 어떻게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 왔는지 차분하게 묘사한다. 그래도 저자인 두 부부는 학창 시절 정신 병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거의 기적적으로 지금은 특별히 재발걱정을 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두 아들 역시 완전히 치료가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을 잘 이해해 주는 아내와 결혼도 하고(두 며느리가 자매라고 한다. 겹사돈인 셈)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다니 나보다 낫다.


사실 이 가족이 알려진 건 책보다 유튜브 채널이 먼저라고 한다. 세상은 물론, 심지어 교회에서도 이런저런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이 채널에 와서 위로를 받고, 서로를 격려하고, 나아가 현재 자신이나 가족이 앓고 있는 질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일종의 대안 공동체, 교회라고 부를 수 있을 것도 같다.





책 속에는 쉴 새 없이 정신질환에 관한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그 중 적지 않은 건 교회 사람들, 목회자이기도 하다)가 등장한다. 참 안타까운 일. 몸에 생긴 온갖 질병과 달리 정신(뇌)에 생긴 질병은 왜 그렇게 특별대우(?)를 하는지 말이다.


결국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무지는 오해를 낳고, 오해가 쌓이면 혐오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면 더 배우고 공부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의 폭을 깊게 하는 공부대신, 그냥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대개는 불분명한 출처에서 그저 들은) 지식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게 자기 혼자 사는 데만 적용된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바꾸고, 변해야 한다. 고집 부릴 일이 아니다.


가장 먼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일로 시작해 보자. 이 책은 그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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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교회의 7가지 디테일 - 새들백에서 배운 성장 원리
케빈 리 지음 / 두란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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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새들백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한인 목회자가, 그 교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를 일곱 가지 항목으로 정리한 책이다. 여기 좋은 문화가 있으니 한 번 읽고 적용해 보는 게 어떠냐는 의도인데, 굳이 분류하면 (교회)실용서라고 할 수 있으려나? 이런 책은 빙빙 돌리지 말고 핵심만 간명하게 전하면 좋겠다 싶은데, 이 책이 딱 그렇다.


목차에 나온 일곱 가지 원칙만 읽어봐도 핵심은 금세 파악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1 무슨 사역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2 성장하는 교회는 전도의 끈을 느슨히 하지 않는다

3 소그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4 영적 건강만큼 정신 건강을 돌봐야 한다

5 건강한 교회는 사모가 행복하다

6 교회가 성장하려면 내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

7 사역자에게 쉼은 사역보다 더 중요하다






저자는 문화의 힘을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교회 프로그램, 시스템을 가져다 도입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스템은 문화 위에 구현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새들백 교회가 갖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도 그 교회가 일찍부터 세우고 길러온 문화 때문이리라. 사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문화가 시스템을 만들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문화를 지탱하고 유지시키기도 한다. 예컨대 사모 수련회 같은.


하나하나가 꽤 인상적인 원칙들이다. 특히 한 가지 사역을 더하면 기존에 진행되던 한 가지 사역은 뺀다는 원칙이라든지, 매년 사모들을 위한 수련회를 진행한다든지, 전도를 위한 끊임없는 관심과 이를 위해 교회의 모든 부분을 여기에 맞춰가는 의지 등은 이런 것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흥미롭다.


여기에 책에 소개된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데, 교회의 최선임 목사가 데려온 신입 사역자를 두고, 이 사람이 훗날에는 나보다 높이 올라 내가 그의 지시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연공서열을 사역적 능력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교회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 비단 교회만이 아니라, 자기보다 아래 기수가 조직의 최고수장이 되면 줄줄이 사직을 하고 퇴임하는 법조계를 비롯해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체면 문화이기도 하다.






저자의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내용을 설명하면서 굳이 빙빙 돌리거나 미사여구를 잔뜩 붙이는 것 없이, 핵심적인 내용을 담백하게 서술해 나가는 게 참 좋다. 무엇인가 배울 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글쓰기 방식이다.


다만 여기 나온 요령들은 새들백 교회 같은 대형교회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까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작은 교회에서 여기 나온 원칙들을 얼마나 시도해 볼 수 있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변용과 적응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고.


또 한 가지 질문은 반대로 이미 이런 문화 없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게 된 교회들의 경우 과연 문화를 바꿔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문화라는 게 초기부터 만들지 않으면,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기도 하니까.


교회에 관한 건강한 고민들과 나름의 제언들이 많이 담겨 있다. 사역자들, 중직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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