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부인
김경한 지음 / 베드로서원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는 순간 눈에 딱 들어왔다. “전도부인”이라니, 간명하면서도(요새 책 제목들이 너무 늘어지는 감이 있다) 강렬한 제목에, 표지도 과함이 없이 몇 개의 선으로만 구성된 디자인이 딱 마음에 든다.


한국교회 초기 활동했던 여성 사역자들을 부르는 이름인 “전도부인”은 그 이름의 생소함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오늘날 그 사역과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1차 사료들을 중심으로 전도부인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사역들을 했는지를 차분하게 정리해 나간다.





사실 저자는 이들의 사역과 활동을 통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대 교회의 전도에 관해 어떤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표현한다. 물론 100년 전 전도의 ‘방식’에서 오늘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무엇을 얻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었던 열정과 본질에 충실한 사역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엎드려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간명하면서, 빙빙 돌려가며 온갖 종류의 과도한 양해를 담은 미사여구를 배제한 채, 바로 해야 할 말을 하는 100년 전 글들은 오히려 울림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1차 사료들을 잘 정리해두었다는 점만 해도 이 책의 점수를 높게 주고 싶다. 당시 전도부인들의 사역 과정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이적들(축귀와 병 고침 등등)은 이 땅 가운데서 일하셨던 하나님에 관한 생생한 증거들이다. 무슨 탁월한 해석과 적용을 덧붙이지 않아도, 이런 식으로 오래된 일들을 오늘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하기만 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명히 고대 이스라엘에는 독특한 ‘종교적 태도’가 있었다.

그들은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큰 제국의 문물과 종교적 상징을

무작정 받들고 섬기지 않았다.

자신들의 신앙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성찰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그 기준에 따라 고대근동의 하늘신, 달신, 강신 등을

야훼 하느님의 피조물로 고백하였다.


주원준, 『구약성경과 신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K CHANGE - “바꾸면, 기회가 된다”
김대성 지음 / 좋은땅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 이 책의 저자가 인스타그램의 DM으로 연락을 취해 왔을 때 살짝 놀랐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도 아니고, 심지어 이웃도 아니었으니까. 어떻게 나를 알고 책을 보내주겠다고 하시는 건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주시는 책은 거절하지 않는 게 내 신조(?)인지라 감사히 받았다.


사실 저자가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라고 해서, 그 부분에 워낙에 아는 게 없는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리뷰를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답장을 보냈었는데, 곧바로 디자인 책이 아니라는 답변이 왔다. 그럼 이 책은 무슨 내용일까.


책은 디자인 책이 아니면서 디자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가르치는 디자인이라는 기술이나 학문 분야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디자인 해보라는 강한 도전이 담겨 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더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시각의 변화를 강조한다. 저자의 영역인 디자인이라는 세계를 재료삼아 쓴 에세이니, “디자인 책은 아니”라는 말도 틀리지는 않다.





그래도 역시 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디자인적 아이디어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살짝 찾아본 저자의 작업물들은 디자인과 예술을 오고가는 느낌이었다. 디자인과 예술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실용성이 아닐까. 실용성 따위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예술과, 일단 실용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실패인 디자인.


물론 실용성도 있으면서 멋지기까지 한 작품들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으니, 둘 사이의 간격은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저자부터가 그 둘 사이를 잇는 작업에 주력하는 듯하고. 그리고 어쩌면 이 책 역시 그런 작업물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책의 만듦새부터가 예술-디자인이라는 느낌이다. 제목의 일부인 BLANK라는 글자에서 A를 의도적으로 배경색과 같게 적어서(엠보싱으로 구분은 되게 했다) “빈 공간”을 만들었고, 그 아래 CHANGE라는 글자는 위아래를 뒤집어 적어서 G를 C처럼 읽게 만들어놓았다. “변화(CHANGE)”가 “기회(CHANCE)"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책장 일부를 반으로 접어야 다음 페이지에 실린 글자와 연결해서 온전한 페이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는 거울에 비춰보아야 정상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 두기도 했다. 재미있는 구성.





책의 내용을 다 기억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역시 틀에 박힌 생각을 넘어서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내 삶 속에 이런 변화를 녹여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일 것이다. 매일 반복되고, 틀에 박힌 생활을 이어가는 가운데서, 변화에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욕먹을 각오하면서 해봐.

욕을 먹으면 기분이 상하고 낙심이 크잖아.

그러니까 욕을 적게 먹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차곡차곡 ‘나만의 방식’으로

욕을 앙증맞게 먹으면서 해보라는 거야.


- 한명수, 『말랑말랑 생각법』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칼빈주의 설교와 목양 2 - 존 맥아더, 존 찰스라일, 존 칼빈을 만나다 칼빈주의 설교와 목양 2
도지원 지음 / 아가페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교회의 위기는 부분적으로(아니 어쩌면 절대적으로) 목회자의 위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목회자의 위기는 결국 설교의 위기로 귀착된다. 설교는 목사의 사역 중에 가장 외적으로 두드러지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의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좋아져서(?) 오늘날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얼마든지 먼 곳에 있는 설교자의 설교를 들을 수도 있게 되었다. 텔레비전의 기독교 채널만 보아도, 유튜브의 다양한 영상들 가운데에도 설교 영상은 말 그대로 넘쳐난다. 이른바 레퍼런스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넘쳐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를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단순히 시간이나 경험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오랜 시간 사역을 해 온 노령의 목사들 가운데서도 좀처럼 설교의 발전이나 성숙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은 이들이 적지 않다. 그저 소리만 높이면서 뭔가 있는 것처럼 블러핑을 하지만, 정작 내용은 없는 경우도 많다. 그건 이른바 대형 교회 목사들에게서도 발견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의 “칼빈주의 설교와 목양”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는 세 명의 설교자들의 설교와 사역을 조명하는데, 존 맥아더와 존 찰스 라일, 존 칼빈이 그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존 찰스라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이미 익숙한 인물들이다.(“칼빈주의”를 다루는 책에 칼뱅 본인이 등판해도 되는지, 그게 두 번째 책까지 미뤄진 이유는 뭔지..ㅋ)


존 맥아더에 관한 부분에서 가장 강조되는 건, 바른 교리(원리)에 대한 집요한 추구다. 그는 “원리의 명백한 일반적 적용 없이 설교자는 청중에게 구체적인 적용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본문 자체가 담고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서, 지나치게 빨리 일상적 적용으로 넘어가는 경향에 대한 경고다. 이럴 경우 그 “적용”이라는 건 성경적 원리보다는 현대에 익히 알려진 주류 사상을 따라갈 공산이 크다.


존 찰스 라일도 마찬가지다. 그는 설교에서 “선명하고 잘 정의된 교리의 결핍은 오늘날의 가장 나쁘고 가장 위험한 증상 중 하나”라고 말한다. 또 “교리가 없는 기독교는 무기력한 종교”라고도 덧붙인다. 이를 위해 (이 책에 소개된 다른 두 명과 마찬가지로) 그는 엄청난 독서와 공부를 한다. 당연히 하루 이틀 만에 완성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고, 오랜 시간 쌓아야 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 시대의 젊은 목회자들이 이런 고민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저자는 칼뱅에 관해서도 우리가 그를 신학자로만 보려는 시각을 돌려 무엇보다 그가 훌륭한 설교자였음을 강조한다. 칼뱅에 관한 서술에서 가장 강렬하게 와 닿았던 문장은 “만일 설교자가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힘써 따르지 않는다면, 강단에 오르면서 목이 부러져 죽는 것이 낫다”고 했다는 그의 말이다.





책 내용이나 구성이 그리 어렵거나 까다롭지 않다. 문장도 대체로 짧고 명확하고, 괜히 어려운 표현이나 빙빙 돌리는 감도 없다. 물론 이 짧은 요약적인 책이 한 인물에 관한 깊은 이해까지 주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인상을 전달하는 데는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았나 싶다. 설교자들에게 좋은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