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브처치 - 권력에 저항하고 치유를 촉진하는 선한 문화 만들기
스캇 맥나이트 외 지음, 김광남 옮김 / 야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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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짧은 전반부는 윌로우크릭 교회의 설립자였던 빌 하이벨스의 성범죄와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교회가(그리고 아마도 빌 하이벨스가) 시도했던 다양한 공작들을 고발하고 있고, 좀 더 긴 후반부는 좋은(히브리어로 “토브”) 교회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한 때 유명했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목회자들이 성범죄로 무너지는 모습은 더 이상 드물지 않게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청년들이 많이 모이기로 유명했던 서울의 한 대형교회의 J목사가 많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나 결국 사임을 했던 사건이 있었다.(물론 이런 일은 비단 그곳 한 곳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런 일들이 터져 나올 때마다 단골로 써먹는 변명이 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특정한 일부 교회의 일탈이라고 문제를 축소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교회에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벌어지고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을 보면, 이 문제가 단순히 한 교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J목사는 사임을 하면서 수 억 원의 전별금을 받아 챙겼고, 이후 홍대 쪽에 새 교회를 개척했다. 이 과정에서 그를 목사 면직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노회의 성범죄 동조자들(이들도 다 늙은 목사다)에 의해 무시되었고, 그 무시의 이유라는 것이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 이루신 부흥은 인정해야 한다”는 헛소리였다.


비단 이런 문제가 교회 안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비슷한 문제는 가톨릭에서도, 불교에서도 일어난다. 그럼 종교만의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다. 크고 작은 기업에서도, 정부 부처에서도, 각급 학교에서도, 아니 그냥 가정에서도 늘상 일어난다. 또,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생한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그러니 교회만 뭐라 하지 말라는 반응은 최악이다. 그건 교회를 다른 여느 세상의 기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조직으로 축소하고 나아가 왜곡하는 행위다. 교회는 달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교리와 신조들은 다 헛것이 되고 말 테니까. 문제를 개개의 인간에게만 국한 시키려 해서도 안 된다. 이런 일이 이렇게 자주 발생한다는 건, 그게 개인의 문제를 너머(물론 개인의 책임은 무겁게 져야 한다) 교회라는 조직의 문화에 근본적인 비틀림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개인의 생각을 바꾸는 일도 물론 간단하지만은 않다.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오랜 훈련이 필요한 작업인지에 대해 충분한 기록을 남겨둔 바가 있다. 어쩌면 그건 평생이 필요한 훈련이다. 개인도 그런데 하물며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의 생각, 즉 문화를 바꾸는 일은 또 얼마나 힘들까.


이 책의 저자들은 7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이 원칙을 교회에 이식하기 위해 어떤 작업과 훈련이 필요한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각각의 원칙에는 피해야 할 태도와 길러야 덕목이 쌍으로 제시된다. 개인적으로는 자아도취의 문화와 충성의 문화, 셀럽 문화에 저항해야 한다는 도전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이런 훈련은 개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차원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당연히 교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문화를 바꾸는 훈련은 쉽지 않다. 최근 한 유명한 기업의 직장 내 문화를 담당하는 책임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백 명으로 직원이 늘어난 상황에서는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문화는 좀 더 일찍, 소규모일 때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 물론 이 또한 규모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바뀔 수 밖에 없다.


저자들이 책에서 제시된 새로운 문화들도 이런 면에서 비춰보면, 초대형 단위의 교회에서 과연 실현이 가능할까 싶은 것들이 몇몇 보인다. 어떤 덕목은 규모로부터도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주님이 열두 명의 제자들과만 함께 다니셨던 것은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주님을 따르기로 할지, 아니면 우리의 길을 가기로 할지. 저자들이 너무 이상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쪽이라면 우리 주님이 월등히 앞서 나가셨던 분이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그분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희망이 없다, 될 리가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것들을 가르치셨고, 나아가 그렇게 사셨다.


주님을 따르는 길이 쉬운 길일 리가 없다. 그 길은 좁은 길이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우리가 너무 편하고 즐겁기만 하다면, (몰론 그건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우리 삶 어딘가 타협이 일어나고 있다는 징조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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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가 이단을 위험한 존재로 간주한 것은

이단이 교회의 권위나 구조에 제기하는 도전 때문이 아니라,

기독교의 미래에 주는 의미 때문이었다.

정통파 기독교 신학자들은 이단을 언급할 때

종종 거창하고 과장된 언어를 사용했다.

이런 거슬리는 어조와 공격적인 어휘는

사실 기독교가 그처럼 빈약하고 메마른 유형의 기독교에 의해

오염되거나 훼손당하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염려하는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단은 후기 고전시대의 다원적이고 경쟁적인 세계 안에서

소멸될 수밖에 없는,

결함이 있고 무기력하고 진정성이 없는 기독교의 한 부류였다.


앨리스터 맥그래스, 『그들은 어떻게 이단이 되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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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브라함 카이퍼의 "칼빈주의 강연"은 100년이 넘게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연설입니다.
■ 이 책은 그 내용을 현대적 관점에서 읽으며 재평가하며 확장적 읽기를 시도하는 책입니다.
■ 칼빈주의 강연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 책 역시 마음에 드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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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 - 인간의 모든 삶에 미치는 하나님의 주권 Abraham Kuyper Series 1
아브라함 카이퍼 지음, 박태현 옮김 / 다함(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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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카이퍼의 대표적인 정치 사상 가운데 하나가 영역주권 이론이다. 다양한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발언을 했는데, 이 책은 1880년 자유대학교를 설립하고 했던 개교 연설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카이퍼는 다방면에서 강력하게 도전해 오는 세속주의의 물결에 강력하게 저항하려 했던 인물이다. 네덜란드는 일찍이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칼뱅주의 국가로 태어난 바 있었지만, 이미 벌써 카이퍼의 시대에는 국가 운영에 있어서의 세속주의적 영향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특히 카이퍼는 교육 영역에 있어서 기독교적 이념을 반영하는 것을 약화시키는 일체의 시도에 반대한다.(그게 자유대학교의 설립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각각의 영역에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주권적 권한이 있다는 영역주권 이론은, 다분히 이런 교육 기관의 자유를 강하게 주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학문의 전당인 대학은 국가나 교회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했다. 국가가 대학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끼칠 경우, 기독교의 독특한 성격은 필연적으로 “여러 종교들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종교중립성이라는 세속화의 길을 걷게 된다. 또 교회가 대학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대학의 학문적 자유가 필연적으로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영역주권 이론은 정치이론이라기 보다는 대학의 자유에 대한 빛나는 선언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영역주권론은 하나님께서 창조주시라는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다. 당연히 이런 신앙적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면은 카이퍼의 시대보다 훨씬 더 세속화, 다원화 된 오늘날에는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연설의 말미에 이런 상황에 대한 카이퍼의 의견이 실려 있다. 그는 얼마든지 자신의 주장을 경멸해도 좋다고, 그 또한 칼뱅주의 신조에 따르면 보장된 권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하는데, 바로 당신들이 조롱하고 경멸하는 바로 그 믿음/사상이 과거 (아마도 앞서 말한 독립전쟁을 말하는 듯) 사람들을 위로하고, 영감을 불어넣어, 오늘날 당신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한 존중 말이다. 멋지다. 한국 교회도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때 이 책이 극우집회에서 소문이 나서 판매고가 높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국가가 교회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누군가 영역주권론을 가져댔기 때문이란다. 당시 집합금지 명령으로 교회 대면예배가 중단된 것이 어지간히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그 조치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관해 이견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영역주권론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던 양반들이 교회의 이름으로 대정부 투쟁을, 그것도 한물 간 색깔론 공세와 음모론에 빠져 그런 짓을 하고 있으니 퍽 안쓰러운 모습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교회의 주권은 국가보다 위에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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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씨네마인드
박지선.황별이.최윤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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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유튜브 콘텐츠였다가 나중에는 동명의 TV 프로그램으로까지 나왔던,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영화를 보며 그 안에 담긴 코드를 읽어내는 책이다. 각 장마다 한 편씩, 모두 14편의 영화들을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저자가 보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뽑아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소개된 14편의 영화 중 10편을 이미 봤던 지라,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책의 설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속 그 장면이 떠오르니까. 확실히 이런 책들은 소개되는 영화를 보았느냐의 여부에 몰입도가 크게 달려 있는 듯하다. 유튜브나 텔레비전과 달리 설명하는 장면을 직접 보여줄 수가 없으니 말이다.





저자가 저자다 보니, 여느 영화 소개/분석 책처럼, 영화의 미장센이라든지 하는 예술적 측면은 거의 그냥 지나친다. 대신 영화가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라든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언행에 대한 심리적 분석이 주가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좀 더 잘 와 닿는 느낌이다.


범죄심리학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 실린 모든 영화가 범죄영화는 아니다. “신세계”라든지, “밀양”, “타짜”, “올드보이” 같은 잘 알려진 범죄 영화들도 있지만, 음악영화라는 인상이 강한 “위플레시”(물론 여기에서 가스라이팅을 읽어내긴 한다)라든지, 연애영화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같은 영화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버닝”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흥미로웠는데,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이게 뭔 소리지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스티브 연이 연기한 벤이라는 캐릭터의 사고방식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는데(동의가 안 됐는데), 저자는 몇몇 대사들을 인용하면서 자신도 ‘벤에게 친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한다(반가웠다). 반면 전종서가 연기한 해미라는 캐릭터 역시 이해가 안 되는 면이 많았는데(지나치게 상징화된 느낌이랄까) 이 부분에 관해서는 그다지 언급이 없다.



영화를 보는 방식이 한 가지만 있을 리 없다. 여느 영화평론가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접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던 책이다. 너무 깊게 들어가거나, 학문적/이론적 설명이 길게 늘어지지 않으니, 겁내지 말고 읽어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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