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카인드
잉그리드 뉴커크.진 스톤 지음, 김성한 옮김 / 리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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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우주를 연구하고 다양한 과학기술의 연구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정작 지구 자체와 인간 자신,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종에 대한 연구는 완벽하지 않다. 지구상엔 약 900만종의 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간은 그 중 15%정도만을 알고 있다. 인간의 환경파괴로 생물들은 꾸준히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이 발견도 하지 못한 생물종을 이미 절멸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책 애니멀 카인드는 크게 두 부분을 나뉜다. 앞부분은 동물의 갖고 있는 놀라운 능력에 대한 설명이다. 그들이 진화과정에서 갖게됨 다양한 능력을 이해함으로써 경이로운 대상이자 동등한 존재로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시도같다. 뒷부분은 동물에 대해 인간이 하고 있는 행위다. 그것이 얼마나 굳이 필요없고, 쓸모가 없으면서도 매우 잔학한 행위임을 보여줌으로써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용과 학대를 멈추려는 시도다. 

 인간은 새를 멍청이 취급한다. 그들의 뇌가 작고 지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는 뇌는 비교적 작으나 지적능력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들은 뇌가 작은 대신 무게당 뇌세포 수가 대부분의 포유동물보다 높으며 문제해결력이 영장류의 유사한 수준이다. 새는 뼈가 비어있고 그 안에 심지어 산소를 받아들이는 공기주머니까지 있다. 깃털이 있어 공기가 날개의 위보다는 아래로 더 빠르게 흘러 양력이 형성되어 새는 쉽게 떠오를 수 있다. 여기에 새가 날개를 아래로 펄럭이면 날개 아래의 고압의 공기가 날개 위의 저압의 공기로 이동해 상승기류가 생겨난다. 이래저래 날기 좋기 위해 진화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새들은 집단적으로 날면서 편대를 이룬다. 사람도 올림픽에서 달리기를 하면 앞사람이 공기저항을 받게 되는데 새는 이 공기저항을 잘 흐트려 뒷 부분의 새들은 이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때문에 일부 새들은 제대로 된 날개짓 하나 없이 상당히 먼 거리를 날아가는게 가능하다. 

 제왕나비의 진화는 무척 신비롭다. 이들은 이주하면 살아가는데 그것이 무려 4세대에 걸쳐 이뤄진다. 1세대 제왕나비들은 3-4월에 탄생한다. 2-6주간 살아 번식한다. 2세대 제왕나비들은 5-6월에 탄생하고 역시 2-6주 살아 번식한다. 3세대 제왕나비들은 7-8월에 태어나고 역시 2-6주 살아 번식한다. 9-10월 탄생하는 개체들이 대단한데 이들은 무려 6-8개월을 생존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지역을 찾아 무려 4000km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동부에서 일어나는 이동도 신비롭다. 아프리카 동부해안에서는 매년 대 이주가 일어난다. 매년 누 150만 마리, 얼룩말 20만 마리, 가젤 40만 마리가 아프리카 응고롱고에서 케냐 마사이마로 이동한다. 누는 1-2월 탄자니아에서 몇 주간 35만 마리의 새끼가 일거에 태어난다. 포식자들로썬 파티인 셈인데 누들이 한꺼번에 새끼를 낳기에 생각만큼 많이 먹지 못한다. 새끼를 살리려는 누 집단의 행동인 셈이다. 새끼누는 3월이면 가뭄이 시작되므로 바로 이동한다. 6월에 이동해 8월이면 케냐에 도착하고, 기력을 회복한 후 10월에 다사 돌아가서 번식을 준비한다. 

 동물은 기억력도 인상적이다. 자연환경에서 닭은 쪼는 서열이라는 복잡한 계층을 형성한다. 그래서 모든 닭은 무려 100마리 이상의 다른 닭의 얼굴과 서열을 기억한다. 이를 통해 사회 위계질서 속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한다. 닭은 30가지 이상의 발성 방법ㅇ로 육지나 상공에서의 위협도 구분한다. 고래는 인간처럼 일정한 공통의 지적능력이 있다. 그들은 수생 포유류 중 뇌 대 신체비율이 가장 크며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한다. 일부 돌고래는 도구를 이용해 사냥하며 돌고래는 매우 사회적이라 12마리가 소집단을 이룬다. 돌고래는 피부가 민감해 수중 음파를 탐지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울음소리를 낸다. 돌고래는 무려 20년전에 한 번 들은 다른 돌고래의 휘파람까지 기억한다. 이는 인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사회적 기억이다. 연구에 의하면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생각보다 인간의 발화패턴과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큰 귀박쥐, 십자매, 돌고래의 울음소리가 그러하다. 어쩌면 소음 같은 동물의 소리는 사실 무한정 복잡한 언어일 가능성도 있다. 

 동물의 성생활도 인간과 유사하다. 새들은 일부일처가 많은데 조류의 90%이상이 일부일처제다. 고니는 평생 같이 하는 비율이 무려 95%이고 비둘기도 평생 짝을 바꾸지 않는다. 거대새 알바트로스는 알을 하나낳고 새끼의 성숙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인지 그들 역시 일부일처제를 강하게 고수한다. 설치류중 드물게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건 프레리들쥐다. 이들은 새끼를 낳은 후 열성적으로 지키고 서로 긴장의 순간에 파트너에게 위안을 준다. 이 쥐들은 배우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들 특유의 키스와 포옹으로 위안을 준다. 설치류는 단 3%만이 일부일처다. 자연속엔 동성애도 나타난다. 일본 눈 흰 원숭이, 수컷 초파리, 알바트로스, 침팬지, 보노보가 동성애를 보인다. 이들은 서로간의 유희와 친밀감 향상을 위해 동성애를 즐긴다.

 동물은 자신의 감정 뿐만 아니라 상대의 고통을 느끼는 공감 능력도 있다. 개의 2/3은 친구의 사망 이후 식욕저하, 집착, 무기력증 등 사람이나 보일 법한 슬픔의 징후를 보인다. 무려 60%의 개와 63%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낮잠을 자던 장소를 다시 계속 차즌다. 개들은 연구결과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 보다는 슬피 우는 사람에게 더 많이 접근하였는데 이는 그들의 선천적 고통 이해능력을 보여주는 결과다. 1959년 러셀 처치는 레버를 누르면 인접 우리의 쥐가 전기 충격을 받는 실험을 설계하였는데 이 사실을 깨달은 다른 우리의 쥐들은 더 이상 레버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1962년 아그네스 스콧갈리의 연구원은 쥐가 벨트를 내리는 레버를 작동시켜 인접 방의 다른 쥐들을 풀어주려 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한 연구에서 붉은 털 원숭이는 친구를 감전시키면 음식을 얻을수 있는 실험에서 차라리 11일간 단식하는 것을 선택했다. 또한 쥐들은 다른 쥐가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면 향후 상당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은 놀이를 한다. 놀이는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자 학습 및 인지를 강화한다. 놀이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뇌의 뉴런 연결을 강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다. 즉, 놀이는 진화상 강한 이점이 있는 것이다. 영장류를 혼자 공 같은 것을 가지고 즐겨 노는데 이런 비사회적 놀이는 도구사용법과 창의성을 강화한다. 같이 하는 놀이는 사회의 위계질서를 탐색하는데 활용되는 속임수 같은 복잡한 행동과 연관이 있다. 영장류들은 놀이를 같이 하면 할수록 피질-소뇌 시스템의 크기가 커진다. 이 부분은 감각 정보로 공유기억을 발달시키는 학습 영역으로 놀이를 통해 개체를 더욱 똑똑하게 만든다. 개는 놀이를 통해 몸쓰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먹이를 찾고 자신의 방어법을 배운다. 고양이는 포식자 본능 놀이를 하는데 어려서부터 설치류 잡기를 흉내내어 형제의 목덜미를 무는 놀이를 한다. 고양이는 성체가 되어서도 놀이를 하는데 이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억눌린 에너지를 방출한다. 고양이는 잡은 먹이를 가지고 노는데 얼핏 잔인해 보이는 이 행동은 고양이의 신체구조와 관련한다.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주둥이가 짧다. 때문에 먹이의 힘을 충분히 빼놓지 않는 경우 눈을 포함한 얼굴 주변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고양이는 포식전 안전해질때까지 먹잇감의 힘을 충분히 빼어놓는 것이다. 

 문어도 놀이 행동을 보인다. 문어는 매우 영리하며 미로를 잘 통과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모양과 무늬도 구별한다. 관찰을 통한 학습도 가능하다. 일부 문어는 심지어 서로의 안면도 인식한다. 문어는 피부세포의 색과 패턴 변화로 의사소통을 한다. 이런 대단한 문어는 뇌라고 할만것이 없다. 다만 신경계가 사방으로 퍼져있을 뿐이며 뉴런의 2/3이 몸과 다리의 신경절에 분포한다. 때문에 문어의 다리를 산채로 자르는 것은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 일이 된다. 문어는 무척추 동물중 뇌대 신체질량 비율이 가장 높으며 일부 척추동물을 능가하기도 한다. 

  

 이런 놀라운 동물을 인간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필요이상으로 잔학하게 남용하며 살해한다.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동물실험, 의류 및 상품 제작, 의약품 및 화장품의 임상 실험, 먹이로의 이용등이다. 

 의학의 발전 이후로 동물은 꾸준히 의학 실험에 사용되어 왔다. 수술의 대상, 새로운 처치의 대상, 장기 이식의 대상, 약물의 대상 등등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7만 마리의 영장류가 연구에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좁고 고립된 작은 우리에 수용된다. 또한 연간 6만 마리의 개가 실험에 사용된다. 쥐는 무려 수천만 마리다. 현재 미국법은 화장품 동물 실험을 요구하지 않으나 금지는 하지 않으므로 많은 회사들이 이를 실행한다. 

 영국은 최초로 동물 보호법을 만들었다. 3R로 대표되는데 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로 대체, 감소, 개선을 의미한다. 이는 이후 세계적으로 채택되었다. 최근 인간 대상 임상 실험 기술의 발달로 보건상의 발전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동물 연구는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 투여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신약실패가 일어나고 있다. 효용이 있는지 의문이다. 

 동물은 인간의 오랜 의류였다. 밍크는 작은 우리에 갇혀 살며, 밍크의 생가죽을 최대한 깨끗이 얻기 위해 업자들은 밍크가 있는채로 우리를 고압 세척한다. 밍크는 일산화탄소가 가득한 통으로 들어가 질식사하며, 운이 좋게 살아있다면 다시 탱크행이거나 아니면 목을 부러뜨린후 가죽을 벗긴다. 물론 산채로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소는 고기와 우유를 위해 사육되나 가죽 제공도 적지 않게 한다. 자동차나 소파등 큰 제품에 소가죽이 흔히 사용된다. 2015년 세계 3대륙에 26개 공장을 보유한 JBS는 세계 최대 가죽 생산업체로 천만개 소가죽을 자동차 업체에 공급했다. 타조도 가죽이 이용되는데 의식이 있는체로 거꾸로 매달라 전기로 기절시킨 후 목을 베고 가죽을 얻는다. 물론 그전에 산채로 깃털부터 뽑아낸다. 악어도 가죽으로 이용되는데 배설물이 넘쳐나는 콘크리트 우리에 갇혀 있다. 등 윗 부분이 칼로 베어지고 업자들이 척추에 쇠막대기를 박아넣어 도살한다. 가죽손상을 없게 하기 위함인데 다수의 악어가 이 과정에도 살아남아 상당기간 의식을 유지하다 죽는다. 

 양은 인간에 의해 교배되어 털이 무한정 자라난다. 양털깎기는 수익성을 위해 빠른 시간안에 이뤄진다. 때문에 양을 매우 폭력적으로 다뤄지고 상처를 입는다. 심지어 털을 깎기 수일전부터 음식과 물을 주지 않는데 겁먹은 양이 배설물을 지려 털이 오염되는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양은 어릴때 털을 위해 뮬싱을 당한다. 양은 배설하면 항문 주의 털이 오염되고 여기에 파리가 알을 낳아 양의 털과 해당부위가 손상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때문에 새끼때 마취없이 해당 부분을 도려내는 뮬싱을 행한다. 

 다운은 거위의 털로 구스다운으로 잘 알려져있다. 점퍼와 이불에 많이 사용된다. 다운은 일반 털이 아니라 새들의 두꺼운 외부 깃털 안에 있는 단열 기능의 부드러운 깃털이다. 보통은 새가 털갈이를 할때 이 부분이 드러나 채취하곤 하는데 때로는 그냥 뽑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새는 엄청난 공포와 고통을 느끼게 된다. 한 농장에 연간 구스다운은 15톤 생산하는데 거위 한 마리당 57g미만이 나오므로 25만번의 채취가 행해져야 가능한 수치가 된다. 

 견직물은 곤충을 향해 행해지는 행위이므로 의외로 비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역시 잔인하다. 견직물을 얻으려면 고치 안의 누에를 산 채로 삶아 죽이고 견사를 감아내야 한다. 450g의 견직물을 얻는데 누에가 무려 3천마리 필요하다. 옷 한벌이라면 누에게 무려 5만 마리 산채로 삶아져야 한다는 말이다. 

 동물은 유희거리이기도 하다. 동물원이 대표적인데 동물원은 그 서식지를 아무리 훌륭하고 넓게 꾸밈에도 절대 원래의 서식지 기능을 하지 못한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은 자유롭게 놀거나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원하는 짝과 짝짓기도 하지 못하며, 대개 자기가 낳은 새끼를 바로 빼앗긴다. 코끼리는 자연수명이 56세 정도이지만 동물원에서 자라날 경우 17세 정도까지 밖에 살지 못한다. 경마는 평생에 걸쳐 말을 학대하는 행위다. 말은 뼈가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을 투여해가며 경주에 참여한다. 그 결과 평생에 걸쳐 부상, 긴장, 스트레스에 시달리가 결국은 대부분 뼈가 부러져 사망하게 된다. 북미에서는 매일 3마리의 말이, 연간 수백마리의 말이 이 과정을 통해 죽는다. 살아남아도 그 말은 대개 5세면 퇴물이 되고 이후 도살장으로 향하여 말고기가 되고 만다.

 동물은 인간의 식량이기도 하다. 단백질과 지방이 인간에게 준 진화상의 혜택은 상당히 클 것이다. 하지만 산업과 기술이 발달한 지금 인간은 이 모든걸 식물에게서 얻어낼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은 잡식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채식동물이다. 육식동물을 먹이를 통째로 삼키고 강한 산성으로 살코기를 분해 살균하며 장이 짧아 신속히 소화가 이뤄진다. 이는 고기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영장류처럼 길고 구불구불한 내장을 가졌다. 이는 과일과 채소의 소화에 적합한데 실제 침팬지는 식단에서 3%만이 육식이다. 인간은 위산이 충분히 강하지 않기에 고기의 살균이 충분치 않다. 또한 고기가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 이로 인해 장안에서 부패하여 감염과 대장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억 마리, 전세계로는 연간 500억 마리 동물이 인간의 먹이로 희생된다. 지난 세기 공장식 축산과 저가 동물 제품은 크게 성장해는데 이는 사실 거짓 가격으로 보조금에 의한 것이다. 미 정부는 육식을 줄이라고 하면서도 육류와 유제품 업체에 매년 380억 달러의 보조금을 사용한다. 이는 낙농가 수익의 73%에 달하는 수준이다. 어류의 사육도 문제인데 어류는 양식장에서 과밀, 부상, 굶주림,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기생충과 부딪힘도 상당하다. 양식장은 폐기물과 살충제, 기타 화학물질 배출로 주변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환경 부담도 큰데 양식장에서 물고기 1t 사육을 위해 8t의 물이 필요하다. 새우 사육에는 무려 80t이 필요하다. 

 책은 동물실험, 동물포식, 동물의류, 동물학대 및 유희를 모두 반대하며 이것을 자행하는 업체를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대체할만한 충분한 수단과 방법을 제공한다. 사람들에게 의지만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방법도 알려주는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동물을 생존을 위해 쓸수 있는 수준을 오래전에 넘어섰다. 그리고 이는 동물의 행복 및 살아갈 권리와 인간 자신의 생존, 그리고 지구환경을 위해 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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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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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참여정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이 대선 참패 이후 이명박의 집권을 바라보며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 펴낸 첫 번째 책인듯하다. 이후 헌정질서 유린의 9년간 유시민은 참 좋은 책을 많이 펴냈다. 정말 야인 초기 시절이라고 느껴지는게 책에선 아직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고 살아있다. 가까운 시일내에 일어날 참극을 아직 모르는 저자를, 독자인 나는 그 사실은 안 채로 책에서 만나니 가슴이 좀 먹먹했다.

 책 제목인 후불제 민주주의를 보고서는 선분양 아파트, 후분양 아파트 같은 개념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린 늘 정치인을 선거때의 유세와 그 소임을 맡기전 이미지, 그리고 소속 정당만 보고 막연히 뽑았다 그 부실에 대한 대가를 혹독히 치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시민이 아마도 이런 선분양 정치인을 비난하고 후분양식의 어떤 정치나 선거체계를 제시하지 않을까나 싶었다.

 물론 예상은 늘 빗나간다. 책에선 말하는 후불제 민주주의는 사실 시민사회의 미성숙도와 그 궁극적 원인인 시민 개개인의 정치적 미숙과 자각, 앎의 부족에 대한 지적이다. 한국은 미군의 점령으로 인한 미국법의 도입, 그리고 독일의 첨단 법을 베낀 일본의 법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역사적 기반도 없이 상당히 선진적인 법체계를 광복후 도입했다. 그래서 수십년이 흐른후 한국의 선진적인 노동법이 현실에서는 하나도 적용되지 않음을 깨달은 전태일은 분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명시적인 법이었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완성된 법상으로만의 선진적 민주주의 였기에 한국 시민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치뤄냈다. 4.19 혁명과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항쟁, 2017년의 촛불혁명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불제 민주주의가 된다. 민주적 법의 실제 실천을 위해 시민사회가 뒤늦게 막대한 비용을 치루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지불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서구 사회에서 경제적 선진화와 상당 수준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나라로 꼽히지만 갈 길이 멀다. 이번 대선에서 대결했던 두 후보는 대장동 사건과 고발사주라는 큰 두 개의 아킬레스 건을 갖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양자는 비슷한 수준의 논란이 될만한 문제라고 본다. 하나는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부패를 다른 하나역시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정치적 부패였다. 하지만 시민 사회의 반응은 일방적으로 전자에 집중되었다. 물론 여기엔 보수 언론과 지난 정권에 대한 실망, 그리고 목도한 집값폭등이란 절망감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양자를 비슷한 수준으로 보지 못하는 오히려 정치적 부패를 더욱 심각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시민 개개인의 미성숙이 더 근본적으로 자리한다. 

 대선과 총선, 지선을 대하는 한국민의 자세에서도 지불이 끝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한국인은 거의 동등한 세 가지 선거에 대해 대선과 총선, 지선의 순으로 관심을 가지며 실제 그 반영인 투표율도 딱 그 순서대로이다. 하지만 실제 나의 삶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치자면 지선, 총선, 대선의 순이 맞다. 대통령은 막강하고 큰 것을 정하지만 그가 대단한 독재자라도 되지 않는한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거주하는 마을의 구청장, 시장, 지역의원이 미치는 영향은 나의 삶에 매우 직접적이다. 선진사회로 갈수록 시민 개개인의 자각수준이 높아질수록 관심사는 이렇게 가야한다.

 유시민은 책에서 후불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한국의 헌법 가치 하나하나를 제시하며 그것의 완성을 위한 노력과 이를 파괴하는 보수세력을 비판한다.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허가제로 바꾼 것, 직무상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수 있게끔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아야 할 공무원들에게 그것을 꺼꾸로 의무로 바꾸어 버린 것, 사실상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대통령이 마치 메시아라도 되는 것처럼 그가 모든 것을 바꿀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태도, 진정한 애국이 국가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 헌법가치를 수호해야한 다는 것 등이다. 

 법치주의는 부패세력이 행하는 것처럼 나의 반대자나 지배하려고 하는 집단을 억누르기 위해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은 이 같은 자의적인 권력행사와 공평하지 못한 법집행을 금지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본질이다.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무너지면 법치주의가 설곳이 없어진다. 이 원리가 무너지면 법률은 큰 고기는 정작 모두 빠져나갈수 있음면서도 약자만 잡아내는 촘촘한 그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무려 13년전에 펴낸 책의 이 구절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유효하다. 역사는 앞서가나 뒤쳐지거나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만 때론 정말 뒤로만 가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유시민은 책에서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쟁력과 수준은 해당 국가 시민의 그것은 넘지 못하며 권력의 도덕과 능력도 장기적으로 대중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며 시민들은 자신들의 평균적 수준 정도의 정치집단과 정부를 소유할 수 있다. 더 나은 집단을 선택하여 이들을 도태시키는 안목과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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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과 경쟁은 오랜 생존원리다. 인간사회와 문명은 양 요소를 모두 갖고 있으며 시대나 상황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이 달라진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 이후 협력보다는 적자생존의 논리로 경쟁이 보다 우선시되어왔다.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자유시장의 맹신, 정부무용론, 다인구 집단의 소인구 집단에 대한 열등 평가 근거, 그리고 그 평가가 일으키는 참혹한 학살과 차별에 대한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다윈은 자연에서 친절과 협력을 끊임없이 관찰해내었고 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윈은 자상한 구성우너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말했다. 즉, 협력은 적응력을 높이는 행위라는 것이다. 공격성은 생존에 유리한 면도 있지만 불리한 면도 상당하다. 우선 항상 싸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비용이 높다. 행위 자체도 비용이 높을 뿐더러 이기든 지든 개체는 죽거나 부상당할수 있다. 여기에 항시 나를 노리는 타개체로 인해 사회적 스트레스가 크고, 이로 인한 에너지의 고갈과 면역력의 약화를 불러온다.   

 때문에 다정함은 집단생활을 하는 많은 생물들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실제 다정함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는 종은 자연계에서 상당히 많이 관찰되며 우리 인간도 예외가 이나다. 이처럼 협력은 생존의 핵심이다. 

 협력의 역사는 어쩌면 경쟁만큼 오래되었을지 모른다. 지구상 동식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소는 협력의 가장 오랜 증거다. 우리 몸의 미생물 군집, 개화식물과 곤충, 그리고 거대 개미군이보여주는 양태들은 모두 협력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이 협력은 인간이 공존했던 다른 사람종을 제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인간은 최소 4종 이상의 다른 사람종과 공존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사람종이 네안데르 탈이다. 이들은 인간보다 두뇌가 더 컸으며 근육질이었고 생존력이 강했으며 도구를 다루고 서로를 돌보기도 했으며 동굴벽화를 그리고 언어를 아마도 사용했을 빙하기의 지배자였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은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사냥방식때문에 중간포식자의 역할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들과 비슷한 위치이던 인간은 5만년전 역전을 시작했다. 인간은 네안데르탈의 나무창을 강력한 투창기로 발전시켰는데 시속 160km 속도에 사거리가 1km나되는 무기였다. 이를 통해 위험하고 크고 강력한 동물들을 안전하게 사냥할수 있었고 마침내 최상위포식자로 등극하게 된다. 2만5천년전이 되자 인간은 마침내 대세가 되었는데 책은 그 이유로 초강력 인지기능인 협력적 의사소통인 친화력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친화력을 바탕으로 인간은 전혀 모르는 인간과도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협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친화력은 타인과 마음을 연결하고 지식의 세대물림을 가능하게 한다. 복잡한 언어 발달의 배경이자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의 기반이 되며 뛰어난 기술의 발명을 가져온다. 

 책은 이 친화력을 인간종이 스스로 자기 가축화를 통해 실현하여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형질이 획득되려면 당연히 더 친화적인 사람 개체가 후손을 얻는데 더욱 성공적이었어야만 한다. 또한 이 친화력의 전제조건은 상당히 고강도의 자제력이다. 한 실험에서 여성들에게 제법 무시무시한 환경에서 놀람 반응을 일으킨 후, 그 반응의 정도에 따라 게임을 해서 승자가 패자에게 벌칙을 주느냐 마느냐의 결과를 살폈다. 자제력과 관련하여 놀람에 격한 반응을 보인 집단 일수록 공감반응의 부위가 덜 활성화 되었으며 놀람에 약한 반응을 보인 집단 일수록 공감 반응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인데 고도의 자제력은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이해라는 친화력을 발휘하는데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해 친화적이기 위해서는 낯선 믿을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공포과 경계심을 억누르는게 필요하다. 또한 그와 관계를 맺음에 있어 눈앞의 단기적 이익을 탐하지 않고 참아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같은 능력이 없다면 낯선 타인 개체와의 관계는 당연히 망가질수밖에 없다. 즉, 친화력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제력이 필수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자제력은 뇌에서 전전두엽피질이 담당한다. 이 부분의 뇌의 경영관리부로 도박을 하라고 꼬드기는 측좌핵과 무모한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편도체의 활성화를 제어한다. 실제 투명원통막 먹이 실험에서는 뇌가 작은 동물일수록 자제력이 떨어졌으며 뇌가 큰 동물일수록 높은 자제력을 보였다. 하지만 뇌가 크다고 해서 모두 우수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인간은 뇌자체도 상당히 큰 편이지만 동물중 네 번째 정도의 뇌 크기를 가졌고, 신체 뇌 비율에서도 의외로 다섯 번째다. 크기 뿐만 아니라 효율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뇌가 커질수록 신경세포수는 많아지나 그 밀도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영장류는 이 신경세포를 더욱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쪽으로 진화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영장류의 다른 비슷한 뇌 크기를 가진 동물에 비해 신경세포가 6배나 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영장류보다 2-3배 더 큰 뇌를 갖는다. 자제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조건인 셈이다.

 이렇게 고도의 자제력을 갖춘 상태에서 인간의 친화력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동물은 자기가축화를 통해 신체의 변형을 보인다. 러시아의 여우 가축화 실험에서 여우들은 가축화하며 탈색이 되고 머리는 작아졌으며 주둥이가 짧아지고, 송곳니가 작아지며 꼬리는 위로 말리고 뼈대가 가늘어지며, 펄럭이는 귀를 갖고 사시사철 짝짓기를 하는 형태로 변화가 일어났다. 호르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보통 여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 스테로이드가 생후 2-4개월 사이 증가해 생후 8개월이면 성체가 된다. 하지만 가축화한 여우는 코르티코 스테로이드의 증가기간이 지연되어 진화할 수록 그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즉, 포식성과 방어적 호전성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세로토닌은 무려 5배나 증가했다. 

 인간도 해부학적 변화가 일어났다. 두개골 분석 결과 인간이 친화력을 획득해 대세가 된 시점으로 판단되는 플라이스토세(3만 8천년-1만년전)에서는 눈썹활 높이가 이전보다 무려 40%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은 얼굴 길이와 눈썹활의 돌출 정도를 조절하는데 이 호르몬이 사춘기에 만이 분비될수록 눈썹활이 두드러지고 얼굴이 길어진다.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으로 호전성과 공격성을 나타내는 호르몬이다. 즉, 이 시기 공격성의 호르몬이 줄어들고 해부학적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현대수렵채집인 농경민에 이를 수록 더욱 인간의 얼굴은 동안으로 변화했다. 또한 인간은 네안데르탈에 비해 검지 약지 비율이 가장 여성적이다. 검지 약지 비율 역시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약지 비율이 클수록 남성적이고 공격적이며 약지 비율이 클수록 관대하고 친화적이다. 인간의 뇌의 크기 역시 지난 2만년에 걸쳐 5%가 줄어들었으며 여기엔 세로토닌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세로토닌은 뇌의 크기를 줄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 네안데르 탈의 두개골은 미식축구공 모양인데 반해 현생 인류는 지금 같은 풍선형의 구형의 머리를 갖게 되었다.영장류중 유일한 하얀 공막도 친화성 진화의 해부학적 증거다. 오직 인간만이 눈을 통해 서로의 감정과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인간의 뇌에는 눈을 볼때의 반응만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이 기능은 생후 초기부터 발달해 고작 4개월만 되어도 상대의 눈을 보고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동반자 개 역시 인간에게 본격적으로 길들여지기 전 자기가축화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우실험 결과 가축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10세대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늑대는 매우 크고 위협적이며 호전적인 동물로 인간만의 힘으로 가축화가 일어나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늑대의 개로의 가축화는 늑대 자신의 자기가축화와 인간에 의한 자기가축화가 같이 일어나며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렵채집인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배변이 시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늑대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것으로 지금도 개는 배변을 섭취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나 인간은 요리를 하는 동물로 그 배변과 음식물 쓰레기는 맛과 영양이 야생의 것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 인간에 대한 공포심을 억누를수 있는 비교적 친화적인 개체들이 인간의 부락에 자주 어슬렁 거렸을 것이고 이런 행위들을 할 수 있는 친화적 개체간에 교배가 자연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세대가 거듭되어 이들이 더욱 친화적이 되고 거둘수 있을 만한 시점에 인간에게 길들여져 본격적인 가축화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여우, 개, 인간처럼 자기 가축화하여 형질변화가 일어나는데는 신경능서세포의 역할이 크다. 신경능선세포는 모든 척추동물의 배아에 잠깐 나타난다. 이후 이 세포들은 신경관 표피에서 떨어져나가 독립세포집단을 형성한다. 여기서 뇌와 척수가 형성된다. 신경능선세포는 줄기세포로 다양한 분화가 가능하며 이동 능력이 있어 목적에 따라 전신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신경능선 세포는 부신 수질 발달에 관여하는데 부신수질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데 부신수질을 작게함면 분비를 줄여 공격성과 두려움을 완화할수 있다. 신경능선세포는 귀를 움직이는 이개연골, 주둥이, 뼈, 치아, 피부에 관여한다. 즉, 가축화로 드러나는 모든 형질에 관여가 가능한 것이다. 

 결국 인간은 뇌의 발달로 획득한 고도의 자제력을 바탕으로 친화력까지 얻어 높은 인구밀도와 하나의 목표를 위한 집단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문화와 학습, 기술의 지수적 증가가 이뤄져 지구의 지배자가 될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친화력에는 적잖은 부작용도 있다. 바로 타집단에 대한 강한 공격성이다. 인간은 어찌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관대하면서도 가장 잔인한 동물이다. 인간의 사회적 범주 진화에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관여하는데 옥시토신은 세로토닌을 활성화하고 공감능력을 높인다. 하지만 역으로 공격성도 증가시키는데 바로 자신과 가족, 내집단을 위협하는 타인에 대한 것이다. 실제 갖 아기곰을 낳은 엄마곰은 옥시토신 분비가 매우 왕성하다. 그는 자신의 아기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사랑이 넘치지만 접근해오는 칩임자에겐 그 어느때보다 위험하다. 바로 옥시토신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이론은 발달하며 친화성을 만들어내었지만 동시에 이 특별한 능력을 둔화시키는 능력도 같이 만들어낸것으로 보인다. 타인을 비인격, 비인간화하는 능력이다. 옥시토신을 흡입한 한 민족 집단은 다른 민족집단 구성원이 드러내는 얼굴의 공포나 고통에 대한 공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질적으로 민족갈등이 있는 지역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높은 옥시토신 수치를 보이며 상대 민족 집단에 대해 거의 공감하지 않았다. 

 크레일리는 연구에서 미국인이 다른 민족 집단에 대해 얼마나 사람으로 느끼는지를 수치화하였는데 미국인들은 유럽인은 100 일본인은 98 중국인과 한국인은 90대 중반으로 본 반면 무슬림은느 90정도로 파악했다. 또한 사회지배성향이 높은 대안 우파는 페미니스트와 언론인, 민주당 지지자를 영장류에 가까운 수준으로 평가했다. 백인과, 아시아인, 흑인, 라틴 그룹 모두 미국내에서 무슬림을 가장 비인간화했다. 서로를 증오하는 백인과 흑인은 서로를 비인간화하였는데 이를 보복성 비인간화라 한다. 

 책은 이런 비인간화에 대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선 교육공간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초반 교육에서의 흑백분리를 철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한 철폐이후 소수의 흑인들은 백인 학생들에게 무시받거나 차별받았다. 그들을 같은 그룹으로 편성하여 서로 의지하게 하는 직소모형의 수업을 도입하고나서야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처럼 잘 설계한 교육공간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우호적인 접촉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상적인 공간이 된다. 의외로 군대 같은 공간도 미국에서는 인종적 편견을 감소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하였다.

 평화적 시위도 좋은 방법이다. 1900년이래로 정권교체 시도에서 평화시위의 성공률은 무력 시위에 비해 2배나 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폭력에 의한 국가정권 교체는 그 체제가 다시 붕괴할 가능성이 무려 4배나 되었다는 것이다. 폭력 시위는 성공해도 다시 폭력적 징후를 불러왔으며 평화시위는 성공하면 대개 민주적 체제를 성립해 다시 내전으로 치닫는 경우가 드물었다. 여기에 평화적 시위는 공개적이고 다수가 참여하는 반면 폭력적 시위는 당연히 은폐되고 소수가 참여하며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도시의 공감을 잘 짜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은 다양한 국가와 민족, 인종, 성정체성이 섞인 활기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런 도시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볼수 있는 12층 이하의 건물로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공간에서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다양성이 생겨나고 이는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 혁신과 경제성장을 일으키고 사회적 관용을 상승시킨다. 반면 고층건물로 이뤄진 도시는 서로간의 접촉을 차단한다. 적대적 건축은 경사진 창턱, 날카로운 쇠붙이, 경계석등으로 구성되어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여 적대성을 높인다.  

 책은 서두에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예를 든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원들은 서로 친했다고 한다. 그들은 같은 동네인 워싱턴에 거주하며 아이들을 같은 학교에 보내고 테니스등 비슷한 취미생활을 공유했다. 의회에서 불같이 토론하고서도 같이 술을 마시고 공감하며 교류했다. 때문에 미국은 치열한 양당제임에도 당시까지 사회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치적 시도가 이뤄질수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지속적으로 열세에 놓이자 깅리치란 자가 등장한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민주당 의원을 증오할 것을 요청했고 그러지 않으면 배신자 취급을 했다. 또한 공화당 의원들을 지역으로 이주시켜 지역을 살피게하여 민주당 의원들과의 교류를 차단했다. 이에 민주당도 맞불을 놓아 이후의 모습은 지금의 강대강 국면이다.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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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1~2 세트 - 전2권 (스페셜 에디션) - 고흐의 시선과 열정을 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박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 예술가는 아마도 거의 반고흐일 것이다. 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마 안되는 예술가와 그 자품 목록 에 가장 먼저 고흐의 이름과 작품들이 떠오르는 건 확실하다. 이는 어른들 뿐만 아니고 학생들도 대개 마찬가지인데 특별히 여러 다른 예술가나 그들의 작품들을 언급해주지 않으면 각종 감상 미술 과제에서 반고흐는 손쉬운 선정 대상이 된다.

 그는 귀를 자르고 친했던 고갱과 결별했으며 워낙 평생 불우하게 살아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해바라기' 등이 유명하고 그의 괴팍한 얼굴을 더욱 괴팍하게 그린 자화상도 못지 않게 유명하다. 이런 괴팍함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본 두 책은 반고흐가 동생 테오 그리고 같은 예술가 친구인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1권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것이라 십년 정도의 기간이 수록되어 있고 2권은 라파르트에게 보낸 것이라 5년정도만 수록되어 있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끝난 것은 반고흐가 의문이 많은 자살을 해서이고,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가 끝는 것은 둘의 우정이 사실상 끝나서였다. 

 편지를 보면 보면 고흐는 상당히 예민하고 감수성이 높으며, 예술가로서의 진정성을 꾸준히 실천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사는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는 수준이다. 37세까지 밖에 살지 못했지만 처음엔 집안 전통처럼 화상으로 출발했다, 목사가 되었다가, 대학에 다녔다가 아카데미를 잠시 다녔다가 결국 화가가 되었다. 집안에 사정도 순탄치 못했다. 이리저리 방황하는 고흐를 그의 아버지는 현실감각 없는 철부지로 취급했던 것 같으며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집안에 다시 들어와서도 누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다리 다친 어머니를 돌보고서야 겨우 밥값을 했다는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동생 테오에게 만큼음 달랐다. 테오는 평생 고흐를 돌보고 그의 그림을 팔았으며 경제적 지원을 해주었다. 형제간 우애가 남달라서인지 테오는 고흐가 죽자 반년도 안되어 31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고흐는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어지간한 고백은 모조리 거절당했고 고흐의 마음을 받아준 것은 남자에게 임신한체로 버림 받은 매춘부와 10살 이상의 연상녀뿐이었다. 그나마도 오래가지 못했다. 매춘부 여성은 2년가까이 지났지만 결국 고흐와 멀어졌고 10살 이상의 연상녀는 가족들의 반대로 맺어지지 못했다. 고흐의 또래나 일반적 여성은 고흐의 고백에 모조리 퇴짜를 놓았는데 그는 괴팍하고 외모도 준수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했기에 그리된게 아닌가 싶다.

 고흐는 예술에 대한 비타협성과 성격의 괴팍함으로 여러 예술가들과도 오랜 관계를 지속하지 못했다. 고흐는 그들에게 자주 화를 냈고 폴고갱과는 잠시 동거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견해차이로 헤어진다. 책에는 고흐가 길에서 반난 고갱에게 화를 내며 면도칼을 들이댔다는데 맨정신에 할일이 아니다. 하여튼 2권에서 이런 고흐를 길게 견뎌내준 라파르트와도 결국 결별한다. 고흐가 죽자 라파르트는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성격이 그런 고흐란도 예술가로써 인정할 만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보면 그림과 그의 기괴한 성격으로 인한 사건으로만 알려진 인간 고흐에 대해 잘 살펴볼수 있다. 항상 경제적으로 곤궁함을 고민하며, 동생에게 신세짐을 미안해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여성에게 차일때마다 고민하는 그의 모습이다. 예술가로써 자연과 일반인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사랑, 인상을 그려내고자 고민한다. 색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느껴지는데 밝은 색채, 그리고 이를 돋보이게하기 위해 푸른 계통의 대비를 주는 그의 특유의 그림은 이런 마음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고흐는 그 기괴함에도 편지에선 상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하긴 글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행위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그리고 부치기 전까지도 고민하며 고쳐나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책에 나오는 고흐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괜찮다. 유명한 작품 외에도 스케치와 석판작품, 수채화 작품도 많이 남겼으며 유명한 그의 말년 작품들과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처럼 계절이 좋은 날에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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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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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난화는 매우 잘 알려져 있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책은 드물다. 이 책은 그 드뭄을 대한 갈증을 충족시켜주는데 설명이 매우 자세하여 온난화 과정과 그 원인에 대해서 많은 과학적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책은 인간에게 매우 소중한 지구가 인간과 생명에 어쩌다 우호적 환경을 선사했는지 부터 설명한다. 그리고 이는 알다시피 기적적 우연에 가깝다. 일단 태양계의 위치인데 은하계에서 가장자리다 중심이 아니라 슬퍼게 느껴지지만 만약 태양계가 은하계의 중심에 위치했다면 블랙홀의 강한 복사에너지 때문에 행성들이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즉, 생명의 발생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태양계는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그리고 태양계 내에서 지구는 다행이 위치가 적절하다. 지구와 형제인 금성과 화성은 생성 초기 대기조건이 매우 유사했다. 다만 금성은 태양과 가까워 복사에너지가 지구의 2배에 달하고 이로 인해 물이 기화되고 강한 자외선으로 수증기가 산소, 수소로 분리되었다. 가벼운 수소는 우주로 모두 날아가버리고 산소는 금성의 암석을 산성화시켰다. 때문에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화성은 질량이 지구의 1/10에 불과하다. 낮은 중력으로 기체가 거의 우주로 날아가버렸고 복사에너지도 적어 물이 없고 있다해도 지하나 일부 표면에 얼음으로만 존재한다. 

 반면 원시 지구는 달랐다. 초기엔 수증기만 존재했지만 소행성충돌로 고온상태가 끝나고 수증기가 응결하여 비가 내려 바다가 형성되었다. 당시 지구는 이산화탄소만 60기압에 달했는데 이 이산화탄소를 생성된 바다가 흡수했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10기압까지 하강했는데 지구의 판구조로 인해 대륙의 갈라진 틈으로 칼슘과 마그네슘이 공급되었고 바다에 녹은 탄소가 이들과 결합해 탄산칼슘과 탄산마그네슘을 형성하여 초기 대륙의 재료로 쓰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35억년 전 엽록소를 가진 생물이 탄생하여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화하였다. 산소는 대기 중 수소와 만나 물을 형성하였는데 이를 통해 지구는 가벼운 수소가 물로 붙잡혀 상당량 남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초기에 무척 높던 이산화탄소는 지금처럼 적정하게 낮아지게 되었다. 

 생성된 산소는 위로 올라가 성층권에서 오존을 형성하여 자외선을 차단하게 되었다. 오존은 자외선으로 산소와 산소라디칼로 분리되지만 둘은 불안정하여 곧바로 다시 오존으로 결합한다. 5억8천만년이 되어서야 오존의 충분한 형성으로 자외선 량이 지금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성층권은 열구조가 대류권에 비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때문에 지구 대기는 지구의 약한 중력에도 불구하고 탈출이 어렵다.

 달도 지구의 안정적 환경에 한몫을 했다. 원래 지구의 자전 주기는 6시간이었지만 달의 중력으로 인해 서서히 느려져 24시간이 되었다. 하루가 6시간이라면 진화는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달은 지구의 자전축을 기울여 계절을 발생시켰다. 계절로 인해 생명체는 안정적 진화가 가능해졌다. 만약 자전축이 기울지 않았다면 극한의 여름과 극한의 겨울만이 발생한다. 

 지금의 지구 환경엔 빙하가 큰 역할을 한다. 3500만년전 남극 대륙이 분리되어 남으로 이동하여 강한 해류가 주변에 생성되었다. 그로 인해 남극 주변으로 따뜻한 물이 유입되지 않기에 이르렀는데 그래서 남극에 거대 빙하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북반구에는 거꾸로 따뜻한 물의 유입이 빙하를 형성했다. 300만년전 대서양 열대 해류가 멕시코 만류를 통해 북극으로 흐르기 시작했는데 이 해류가 눈을 많이 내리게 해 북반구에 빙하게 형성된 것이다. 

 이 빙하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북반구의 여름이 약해지면 고위도 지역의 눈이 여름에도 안 놓고 쌓여 빙하를 생성하고 성장한다. 그러면 빙하가 무거워져 그 압력으로 아랫부분이 녹아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빙하는 점점 성장하며 퍼져나간다. 이 빙하는 햇빛을 더욱 반사하여 기온을 하강시키고 대양은 차가워져 이산화탄소 흡수를 더 많이 하게되어 온실효과가 약해져 빙하가 더욱 성장한다. 음의 되먹임 효과다. 

 반면 여름이 강해지거나 화산의 분출등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면 기온이 상승하고 빙하는 후퇴한다. 대양은 뜨거워져 이산화탄소를 녹여내지 못하고 대기중으로 방출하여 기온은 더욱 상승하고 빙하는 점점 적어진다. 양의 되먹이 효과다.

 이런 빙하는 현재 지구의 10%정도다. 빙하기 때는 25%였고, 두께도 2-3km였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40ppm이면 빙하기로 전환되는데 현재는 산업화로 인해 무려 405ppm이다. 인간이 100ppm이상을 올려 놓았고 빙하기 간빙기 전환때 1만년간 4-5도가 상승하기에 지금의 온난화 속도는 이것의 20-25배에 해당한다.  

 인간은 20만년 전 등장했지만 문명은 겨우 7천년 정도 전에 형성되었다. 이는 빙하기와 관련이 깊다. 빙하기때는 기온이 낮아 증발량이 적고 사막이 많았다. 물론 해수면이 지금에 비해 크게 낮아 땅이 많았지만 대부분 빙하로 덮히거나 사막이 많아 거주할 만한 곳은 더 적은 셈이었다. 거기에 극지방과 저위도간 온도차가 커서 바람도 매우 세게 불었다. 이런 환경에선 사실상 농업은 거의 어렵고 채집과 수렵경제만이 가능하다. 그러다 2만년전부터 간빙기가 도래했고 인간은 그제서야 계절에 따른 식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간빙기에 상승하던 해안선은 7천년전에야 지금모습으로 안정화하였는데 이 시기가 문명 발생시점과 일치한다. 즉, 자연환경이 안정되었기에 문명의 발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문명 이후에도 기후는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 기원전 400-기원후 200년은 기후가 매우 온난하고 안정적인 기후 최적기로 불린다. 이 시기 서양에서는 로마제국이 동양에서는 한 제국이 번성했다. 하지만 이후 가뭄이 닥치자 양 제국은 경제가 붕괴하고 이민족의 침략으로 멸망한다. 이는 역사의 법칙인데 기후가 좋아지면 농경제국은 번성하고 유목민족은 침공하거나 제압한다. 하지만 기후가 안좋아지면 농경제국의 경제는 붕괴하고 역시 목초지의 환경이 나빠진 유목민이 농경제국을 침공하여 위기에 빠뜨린다. 제국은 망하기도 하며 유목민제국으로 교체되기도 한다. 

 14-19세기는 소빙기로 동아시아는 서늘했고, 유럽은 17세기 북미는 19세기가 추웠다. 소빙기는 16세기의 잦은 화산활동으로 생겨났는데 인구감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유럽은 흑사병, 북미는 원주민의 전염병으로 인한 절멸, 중국은 기아로 인구가 1억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목초지 및 농경지를 숲으로 회복하는 결과를 가져와 식생에 의한 대기중 이산화탄소 감소를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온난화 효과를 줄여 소빙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소빙기엔 왕조간 다툼 및 종교분쟁으로 전례없는 폭동과 전쟁이 생겨났다. 농업생산량 감소로 곡물가격은 폭등했고 인간의 신장은 작아지고 영양수준이 낮아 면역력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전염병이 창궐했고 농민은 이를 피해 도시로 유입하여 전염병을 더욱 악화시켰다. 프랑스는 이로 인해 결국 혁명이 일어난다. 소빙기에 유럽엔 난방을 위한 목재수요가 급증했고 공급이 달려 어쩔수 없이 하급재료인 석탄에 의존하게 되었다. 석탄 수요가 급증하자 광산에서 이를 캐내기 위해 증기기관이 발명되었고 이는 곧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기후는 인간의 역사와 문명의 흥망성쇠에 지대한 역할을 미쳤다. 그런데 인간이 산업화로 인해 그 기후를 바꾸고 있다. 온난화는 온실가스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질소나 산소등 이원자 분자나 아르곤 같은 단원자 분자는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나 메탄같은 다원자 분자가 적외선 복사와 같은 진동수로 진동하며 적외선을 흡수해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사실 수증기가 가장 큰 온실효과를 일으키지만 인간에 의한 증가가 적고 어쩔수 없는 부분이기에 온실가스로 치부하지 않는다. 

 온실가스의 대표주자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의 74%를 담당하며 한번 대기에 방출되면 사라지는데 수백에서 수천년이 소요된다. 즉, 우리가 뿜어낸 이산화탄소는 한창 뒤의 후손들이 계속해서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메탄가스는 온실효과의 19%를 기여하나 12년정도만 대기에 머무른다. 아산화질소는 8%를 기여하며 대기중에 114년이나 머문다. 

 사실 인간이 내뿜은 온실가스에 의한 온실효과는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 1초마다 히로시마 원폭의 4개, 하루 35만개 정도의 에너지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이 에너지는 바다가 90%, 육지 5%, 대기2%에 흡수되기에 온난화 효과가 적게 나타난다. 바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셈인데 이는 어떻게 보면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바다는 매우 순환이 느리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육지에 비해 변화가 오래 걸린다. 현재 열대 아열대의 바다는 표층이 늘 따뜻하다. 거센 폭풍이 불면 표층의 열이 깊은 바다로 전달되는데 이는 20-30년정도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북극의 차갑고 밀도 높은 바닷물은 빙하를 형성하고 염분이 높아져 깊은 심해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이 물이 대서양을 남북으로 갈로질러 남극 심층수와 합쳐지고 이 물이 동으로 올라가 북태평양에 도달한 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를 거쳐 멕시코 만류와 합쳐져 다시 북극으로 이동한다. 이 거대한 순환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온난화로 인한 변화 역시 상당한 훗날에 갑작스레 크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 순환이 약화하거나 사라진다면 지구기후가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유럽 지역은 위도가 매우 높음에도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 해수의 흐름때문이다. 이것이 사라진다면 유럽지역은 빙하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온난화가 일어나면 증발량이 늘어 수증기가 늘어난다. 습한 공기가 더 많이 상승하는데 이는 응결하여 비를 많이 내린후 건조해져 하강한다. 호우와 가뭄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 지구는 열대지역에서 강한 상승기류가 형성되어 열대호우가 발생하고 아열대 고압대에 하강기류가 생겨 이지역이 건조하다. 온난화는 열대호우는 강화하는 한편 그 반대급부로 하강기류도 강화한다. 즉, 건조지역이 확대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지역에 해당하는 유럽 남부와 미국 서부는 건조의 확대로 매년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산불이 온난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자명하다.

 제트기류는 중고위도의 날씨를 제어한다. 온난화로 고위도 저위도간 기온차가 감소하면 제트기류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한다. 상층흐름이 정체되면 지상날씨도 정체되는데 그 결과 지상의 고기압 저기압이 더욱 강화한다. 이는 고기압 지역은 폭염, 저기압 지역은 홍수를 의미한다. 제트기류는 북극권의 공기와 중위도의 공기를 분리하는 역할도 하는데 이게 약해지면 북극권의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흘러내린다. 혹한이다. 

 태풍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장치다. 중위도의 고기압 저기압은 열대의 공기를 북으로 이동시키고,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는 남으로 이동한다. 해양에서도 열대의 뜨거운 물이 북으로 이동하는데 그래도 에너지가 해소되지 못하면 태풍이 생겨난다. 대규모의 수증기가 응결하면 이 과정에서 대기로 열을 방출해 팽창한 공기가 상승한다. 상승한 공기는 태풍 상부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중심기압이 낮아져 외부 공기가 태풍의 하부로 밀려 상승한다. 이때 수증기가 공급되며 이 과정이 반복해 태풍이 지속되거나 커진다. 태풍은 기압이 낮아 해수면은 누르는 힘이 약해져 해수면이 상승하는데 이로 인해 태풍이 불면 저지대가 침수된다. 온난화로 태풍은 강해졌는데 그 결과 저지대 침수가 잦아졌다. 또한 온난화는 열팽창으로 대양 자체를 팽창시켜 지난 백년간 해수면은 20cm나 상승했다. 

 온실가스가 계속 누적되어 온실효과를 가속화하면 지구는 티핑포인트를 넘어 대양과 토양, 식생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찜통지구로 변모한다. 학자들은 지구가 찜통지구로 진입하면 기온은 4-5도 가 높아지고 해수면ㅇ느 10-60m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를 막기위해 2018 IPCC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1.5도이내로 제한하는 것과 2도로 제한하는 것을 비교했다. 여름철 해빙은 전자의 경우 1세기에 한번 모두 녹고 후자라면 10년에 한번 사라진다. 산호초는 70-90%전멸에서 완전 전멸이 되고, 기후에 적합한 영역을 상실할 식물은 8%에서 10%가 된다. 극심한 폭염에 노출된 인구는 양자가 4억2천만이 차이가 나고 어획량도 150만톤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의 45%수준으로 감축해야하고 2050년엔 탄소제로시대를 만들어야만 한다.

 온난화는 수자원의 상실도 가져온다. 온난화는 증발량을 크게 해 집중호우를 불러온다. 집중호우는 강우량 자체는 늘리지만 하천의 유출량을 크게하여 물의 보관 및 이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 물의 저장효율은 떨어지지만 토양침식이라는 부작용만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인구의 무려 25%가 산악 빙하에 식수를 의지한다. 온난화는 이 산악빙하를 모두 녹여버려 사실상 이 지역의 수자원을 고갈시킨다. 대표적 산악빙하는 히말라야 산악빙하인데 이는 인도 갠지스, 인더스 강, 동남아사아 메콩강, 중국의 양쯔강과 황하강의 발원지이다. 그리고 이에 의존하는 인구는 무려 10억이 넘어간다. 수자원엔 한국도 긴장해야한다. 가상수란 개념이 있는데 식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물의 양이다.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25%에 불과한데 한국의 가상수 수입은 그래서 연간 무려 288억톤에 달한다. 이는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온난화로 인한 각국의 물부족이 한국의 어떤 치명타를 불러올지 쉽게 알려주는 대목이다. 

 온난화의 또 다른 문제는 공평하지 못함이다. 온실가스의 70%는 세계인구 20%이하의 공업선진국이 배출한 것으로 이들은 그래서 기후변화 무임승차국이된다. 반면 그 피해는 고작 3%이하를 배출한 저위도의 가난한 10억에게 집중한다. 이들은 기후변화 강제승차국이다. 또한 기후 변화는 선진국내에서도 더욱 가난한 이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 2009-2012년 서울의 전체 사망자 335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난할 수록 온난화에 의한 폭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 폭염발생때 가난하면 사망위험이 18%높았고, 녹지공간이 적은 곳에 살면 18%가 높았고 근처에 병원이 없다면 19%가 높았다. 때문에 기후변화의 정당한 대응원칙이 중시된다. 이는 형평성, 공동이지만 차별화된 책임, 개별 국가의 역량을 주장한다. 공동책임이지만 배출량이 많은 국가가 더 많은 책임을 지고, 기후 변화에 드는 비용은 각 나라의 지급능력에 따라 부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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