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 생명과 죽음의 심오한 화학
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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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은 매우 흥미롭다. 나는 지리학과 진화론, 우주론, 생물학 책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모든 학문이 훌륭하고 재미있지만 위의 것들이 모든 것이 일어난 근원을 가장 잘 설명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진화론은 이 중에서 지구상의 생물과 인간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를 가장 잘 설명한다. 이런 진화과학을 세계 최고의 물질 국가인 미국인은 고작 35%만이 믿는다고 한다. 웬만한 경제 중진국보다도 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무척 역설적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진화과학은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일단 생겨났고, 그 이후의 변화 양상과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게 중점이다.

 책 트랜스포머는 생명이 생겨난 과정을 설명한다. 그래서 올 상반기에 본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물론 책은 어렵다. 저자는 교양 과학서를 쓰는 다른 저자들과 다르게 화학식을 본인 입장에서는 매우 쉬웠겠지만 일반인이 보기엔 어렵게 썼다. 그래서 나도 읽는 게 쉽지는 않았다. 

 

1.크레브스와 역크레브스 회로

 자손을 남기려면 세포는 성장과 수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번식과 유지를 위해 궁극적으로 자신을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온전히 기능하는 물질대사의 연결망이 필요하다. 결국 살아 있다는 것은 이런 연결망을 통해 물질과 에너지가 끊임없이 흐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물질과 에너지를 흐르게 하는 것이 크레브스 회로다. 한 방향으로는 에너지를 만들고 반대방향으로는 물질을 만든다. 정방향 크레브스 회로는 먹이의 탄소골격에서 수소 원자를 뜯어내어 산소와 이를 결합하여 에너지를 만든다. 즉, 산화를 하는 것인데 이것이 세포호흡의 과정이다. 이 각 단계마다 방출되는 에너지는 절묘하게 포착되어 세포에 사용되고 활성이 없는 물과 이산화탄소는 배출된다. 그리고 역방향으로 작용하면 대부분의 아미노산이 여기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역크레브스회로는 세포의 성장과 재생을 일으키는 생합성 엔진 역할도 한다. 여기서 축적되는 분자들은 세포의 상태를 유전자에 알려서 수 백개에서 수 천개의 유전자를 켜거나 끈다. 그래서 생명은 같은 경로는 통한 에너지의 생산과 분자의 합성이라는 상반된 과정을 균형있게 잘 해결해야 한다.

 아미노산이 질소를 잃으면 카르복실산이 되고 포도당이 분해되어도 카르복실산이 된다. 즉, 카르복실산은 생합성과, 에너지 생산의 단계에 중첩된다. 그리고 피브루산을 물에 넣으면 카르복실산이 된다. 크레브스 회로에서는 탄소6개의 포도당이 탄소3개의 피브루산 2개로 쪼개지고 각각의 피브루산이 아세틸CoA로 분해되어 크레브스 회로에 공급된다. 그래서 이 회로가 한번 돌면 이산화탄소 분자 3개와 수소분자 5개에 해당하는 것이 생성된다. 이 수소는 산소에 공급되어 세포 호흡을 거쳐 ATP를 생산한다. 포도당은 수소가 12개지만 크레브스 회로를 한 번 돌면 그 이상인 수소 20개를 얻는다. 8개는 중간에 투입되는 물을 쪼개 얻는 것이다. 그래서 대사를 활발히 하려면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세포막은 지질로 이뤄졌고, 6나노 두께다. 입자의 이동을 차단해 양성자조차 통과가 안딘다. 하지만 크레브스회로에서 생긴 2H를 태우려면 막이 필요하다. 2H들은 NAD+ 와 결합해 NADH가 된다. NADH는 2H를 산소에 전달하여 물을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포획한다. NADH는 직접 세포로 전달하진 못하고 막자체와 연결되고 줄줄이 이어져 있는 운반체를 따라 전자가 이동한다. 이것이 호흡연쇄다. 전자는 운반체를 따라 세포내로 이동하는데 이러면서 세포 막과 밖의 양성자 농도차가 생긴다. 즉, 전위차가 생겨나고 양성자가 막 안쪽의 단백질 터빈을 돌리며 ATP가 합성된다. 동물마다 조금 다르지만 인간은 8개의 양성자를 돌려 3개의 ATP를 생성한다. 그리고 1개를 사용하고 2개를 다음 ATP생성을 위해 저장한다.ATP합성효소는 모든 미토콘드리아에 수천개씩 박혀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초당 500회가 넘는 회전을 한다. 

 세균도 세균 세포를 둘러싼 막이 하전되며 세포의 힘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ATP보다 강한 에너지를 합성한다. 이러한 양성자 동력은 가장 오래된 세균 중 일부에서 이산화탄소 고정을 일으킨다. 

 작은 황세균은 아무 문제 없이 크레브스 회로를 역으로 돌린다. 이때 작고 붉은 단백질을 이용하는데 이것을 패레독신이라 하며 광합성에서 ATP생산과 이산화탄소 고정에 필수다. 이는 철을 함유해 붉은 색이다. 패레독신은 몇개의 원자로 이뤄진 작은 광물 격자 한 두개와 결합하여 이를 황-철 클러스터라고 한다. 페레독신과 이 클러스터가 결합하면 전자를 전달하는 강한 능력이 생긴다.

 페레독신은 가장 반응성이 없는 분자에도 전자를 넣을 수 있는데 여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페레독신이 산소와 자발적으로 반응하여 산소 농도가 낮을 때도 산화하는 것이다. 산소가 페레독신에게 홑전자를 잃으면 반응성이 있는 자유라디칼이 된다. 산소자유라디칼은 세포막의 지질을 산화시키고, 단백질 불활성과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래서 식물은 페레독신을 사용하지만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그 사용을 엄격히 한다. 페레독신의 전자는 NADP+로 전달되어 NADPH를 형성한다. 자유라디칼 생성을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에 직접 전자를 넘기지 않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식물에는 루비스코 단백질이 있는데 이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사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날이 더우면 식물은 기공을 닫는데 그러면 루비스코는 이산화 탄소 공급은 줄고 대사에서 생겨나는 산소가 많아져 페레독신이 산소와 만나 자유라디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비효율적으로 산소로 광호흡을 하여 산소농도를 줄여 이 과정을 막게 된다.   

 

2. 생명의 시작

 크레브스 회로가 생명의 기원과 관련하려면 이것은 열역학적 선호가 있어야 한다. 역크레브스회로는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필요한데 초기 지구는 이산화탄소가 다량 존재했고 열수분출구 근처로는 수소가 꾸준히 공급되었다. 세균과 고세균에서 모두 발견되는 이산화탄소 고정 독립영양 경로는 아세틸 CoA뿐이다. 이는 이 경로가 양자의 공통조상에서 유래했음을 의미한다. 

 아세틸 CoA 경로는 크레브스처럼 수소와 이산화탄소에 의존하나 더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로는 짧은 선형 경로이고 이산화 탄소 고정을 위해 ATP가 필요없으며 고대의 철황 단백질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로는 크레브스 회로와는 다르게 당과 아미노산을 합성하지 못한다. 

 이런 선형반응은 의미가 있으려면 흩어지는 것보다 모이는 게 빨라야 하고 그런 장소가 광물의 표면이 될 수 있다. 전자 1쌍이 광물 표면에서 광물과 아주 가까이 있다면 인근의 이산화탄소의 탄소로 전달되게 된다. 그러면 공유전자쌍 1개가 탄소에서 이산화탄소의 산소로 이동해 음전하가 발생한다. 이 불안함으로 인해 산소의 전자가 광물 표면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은 세포의 페레독신이 이산화탄소로 전자를 전달하여 안정화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광물에서 탄소 원자로 전자 1쌍이 이동하면 삼중결합 산소가 전자를 돌려받고 탄소의 음전하에 주변의 양성자가 결합하여 수소가 생겨난다. 그리고 이 수소와 탄소가 결합해 유기분자가 생성되는 것이다. 포름알데히드다. 이 포름알데히드에서 산소의 전자쌍이 인근 양성자와 공유되어 OH가 형성된다. 산소가 마지막 전자쌍을 만타 OH- 가 되어 떨어져 나가고 광물표면에는 에틸기가 남는다. 

 이 반응은 양성자가 풍부한 산성환경에서 잘 일어나면 물이 생성되는 탈수반응이다. 메틸기가 CO 옆에 있으면 아세틸기가 생성되고 아세틸기가 산소음이온과 반응해 아세트산 이온이 방출된다. 그리고 전자가 광물사이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렇게 광물에서 전자가 다시 채워지기에 광물에서 전자가 나오면서 생기는 처음의 반응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진다. 

 수소와 이산화탄소의 반응은 어렵다. 그래서 촉매인 황-철광물이 필요하다. 촉매가 지속되려면 수소에서 전자가 보충되어야 하는데 수소는 매우 안정적이라 이것이 어렵다. 하지만 심해열수분출구에서는 압력이 높아 수소의 농도가 높아 이것이 가능해진다. 수소와 이산화탄소의 국지적인 H+농도인 Ph로 결정된다. 이산화탄소의 경우는 산성이 유리하나 수소는 그렇지 않다 수소는 전자를 황철광물로 전달하면 산성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는 열역학을 거스르므로 일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세포는 자신의 산성도를 조절한다. 모든 세포는 H+를 세포바깥으로 퍼내어 세포의 밖을 더욱 산성으로 만든다. 

 양성자 동력의 가장 본질적 요인은 이산화탄소 고정이다. 그 예가 에너지전환 수소화효소다(Ech). 이 막단백질은 수소에서 페레독신으로 전자를 전달하는 철-니켈-황 클러스터로 이뤄진다. 이 클러스터중 2개는 막에 있는 양성자 통로 바로 옆에 있으며 그 성질을 결정하는 것이 양성자와의 결합으로 국지적 PH다.Ech는 양성자와 결합하고 수소에서 전자를 받아들 일 수 있다. Ech는 반응성이 더 커져 자신의 전자를 페레독신에 넘길수 있고, 페레독신은 그 전자를 이산화탄소로 보낸다. 

 Ech는 일종의 스위치로 산화상태에서는 수소에서 전자를 추출하고, 환원상태에서는 패레독신에 전자를 넘긴다. 그런데 이것과 비슷한 현상이 열수분출구에서 가능하다. 열수분출구에서 서로 가까이 위치하는 미세한 구멍이 2개 있으면 그 구멍이 각각의 세포 역할을 한다. 알칼리 열수에서는 수소의 반응성이 높고, 산성바다에서는 이산화탄소의 전자수용이 높다. 두 위상을 분리하는 얇은 장벽이 황화철 광물이면 이 장벽을 통해 수소전자가 반대쪽의 이산화탄소로 전달이 가능하다. 

 저자는 이것을 세포의 탄생으로 본다. 이렇게 생겨나는 것이 많아지고 구멍대신 세포막 역할을 하는 지방산은 자연상태에서도 매우 쉽게 세포막처럼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기물이 보호되고 더욱 농축되면서 세포가 되어버린 것이다. 

 뉴클레오티드는 이산화탄소를 고정하고, 수소 전달에 관여한다. 그래서 이것이 나타나면 유기물 합성에 엄청난 양의 되먹임을 갖고 온다. 유기물이 농축되고 더 많은 물질이 화학반응으로 생겨나며 우연히 뉴클레오티드가 합성되면 여기서 무작위로 RNA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러 형태의 RNA 중 화학반응의 양의 되먹임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 것은 자연선택으로 더욱 선택되었을 것이고 반대역할을 하는 것은 세포가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물과 친화력이 적은 소수성 RNA와 소수성 아미노산은 상호작용하여 소수성 펩티드를 형성한다 .이것이 원세포의 막을 분할한다. 즉, 최초의 번식이 시작 된 것이다.


3. 산소의 등장

 산소가 생성되는 환경에서 생명체가 출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소는 이산화탄소와 반응해야 유기분자가 생겨나는데 수소는 이산화탄소보다는 산소와 격렬히 반응해버리기 때문이다. 산소는 짝을 이루지 않은 전자를 두 개나 갖고 있어 폭발적인 반응 잠재력을 갖는다. 하지만 녹슨 철의 경우처럼 홑전자를 제공하는 분자와만 반응을 하고 안정적인 것과는 반응하지 않기에 생각보다 쉽게 반응하지 않아 대기에 안정적으로 축적된다. 

 캄브리아 대폭발기에는 생명이 갑작스레 커지고 다양하게 분하했다. 저자는 이것을 산화 크레브스회로의 덕으로 본다. 호기성 호흡은 약 40%의 에너지 효율을 갖지만 혐기성 호흡은 10%의 에너지 효율만을 갖는다. 에너지 효율은 먹이 그물의 영양 단계수를 제한한다. 그래서 호기성 호흡이 없으면 먹이 사슬 단계가 없거나 무척 적기에 생물체의 크기가 커질 수 없다. 

 따라서 광합성 이전에는 생명의 동력인 전자의 흐름이 열수분출구나 화산 정도의 지구 내부 물질 분출로만 가능했기에 지구 생명은 커질 수없고, 다양화할 수 없었다. 초기의 전자수용체는 산소가 아닌 이산화탄소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산화탄소로 수소의 전달이 반복되면 CH4와 물이 폐기물로 형성된다. 2개의 수소가 이 과정에서 양성자를 퍼내는데 이는 호기성 호흡의 1/5수준이다.   

 영양이 이처럼 낮으니 고세균들은 서로의 폐기물에 의존했을 가능성이 높다. 메탄생성고세균은 메탄을 폐기물로 내놓고, 메탄영양세균은 메탄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으며 양자가 공생하는 것이다. 결국 세균들은 혼자서 살지 않고 서로의 물질대사를 최적화시키는 방식으로 긴밀하게 협동하며 살아간다. 

 산소는 일종의 폐기물이고 최초의 대규모 오염물질이라 할 수 있다. 물에서 수소 두개를 추출하기 위해 물이 쪼개지는데 이 과정은 매우 어려우나 엽록소가 이를 해낸다. 엽록소는 붉은 광자를 흡수하여 전자를 들뜨게 한다. 들뜬 상태의 전자는 원래 주인을 벗어나서 막속에 박혀 있는 전자 전달을 통해서 빠르게 도망친다. 그리고 엽록소는 전자 대신 물을 채워넣으며 이렇게 빛을 전기로 전환하게 된다. 

 23억년 전 대산화사건이 일어난다. 이는 대규모 광합성의 증거로 엽록소의 등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온실기체인 메탄이 산소와 반응하며 지구가 냉각화한다. 대기 중 산소농도는 광합성으로 인한 공급과 호흡, 부패, 광물의 산화로 인한 소비의 차이로 결정된다. 그래서 산소가 축적되려면 산화되지 말아야 하는데 이유는 알수 없지만 대산화사건 이후 10억년간 산소는 산화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다 5억 6천만년전 대산화사건 이후로 축적된 황산염이 대량으로 해양에 유입되며 황철석을 형성한다. 황철석이 유기탄소에서 뜯어낸 전자와 같이 파묻혔는데 여기서 C12가 대량으로 발충되었다. 이것이 산화를 일으켜 산소농도가 감소한다. 그래서 2억 5천만년전은 지구 온난화의 시기가 된다. 산소가 감소하고 이산화탄소가 늘어났으며 악취가 나는 황화물 바다가 독소를 뿜어 대양에서 95%의 생물이 멸종하낟. 살아남은 5%는 호흡계와 순환계를 갖고 있어서 능동적으로 산소를 공급해서 살아남아 지금 모든 생물의 조상이 된다. 

 이 살아남은 동물들은 초기 좌우대칭동물로 미소글로빈과 헤모글로빈 같은 색소를 이용하여 산소를 저장하고 순환시키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그리고 구시대적 방식은 적당한 황화물도 다룰 수 있다. 이들은 효소로 황화수소에서 전자를 떼어내어 산소에 전달하여 황화물을 해독한다. 이 방법으로 저산소환경에서 생존한 것으로 보인다. 

 역크레브스 회로에서는 푸마르산을 숙신산으로 전환하는 푸마르산환원효소가 있다. 이효소는 미토콘드리아의 막에 박혀서 호흡연쇄에서 전자를 포획한다. 따라서 산소가 없으면 푸마르산이 최종전자수용체가 되어 버린다. 그러면 폐기물로 숙신산이 생기고 약간의 양성자를 퍼내어 ATP합성이 가능하다. 숙신산의 축적은 저산소 상태에서의 생리적 적응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많은 유전자를 활성화한다. 산소가 풍부하면 푸마루산 환원효소의 스위치가 꺼지고 숙신산 탈수효소가 활성화하여 정반대의 작용이 일어난다. 즉, 숙신산은 산소조건에 따라 크레브스의 유동방향을 바꾸는 하나의 분기점작용을 한다.  

 23억년 전의 대산화사건 이후 20억년간 산소농도는 낮게 유지되었다. 대부분의 세균과 고세균은 크레브스를 회로가 아닌 선형으로 이용했다. 미생물은 변화하는 환경에 휘둘리고, 이들은 생존을 위해 유전자를 상황에 따라 켜고 끄며 물질대사의 방향을 조정한다. 

 동물의 다세포구조는 물질대사 상태를 동시에 개별적으로 바꾸는 병렬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단세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러면서도 각 조직의 유동유형은 서로 균형을 이룬다. 세균과 고세균은 서로 공생하며 이를 부분적으로 해냈는데 동물의 다양한 조직은 같은 신체내에서 이와 비슷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조직의 폐기물이 다른 조직의 대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4. 노화와 암

 유전자가 물질대사를 조절한다는 생각은 단순하다. 그보다는 조직들간의 섬세한 공생이 동물의 건강과 수명을 좌우한다는게 지금의 생각이다. 저산소증, 감염, 돌연변이는 수백, 수천의 유전자를 끄거나 켠다. 세포와 조직이 안정된 상태가 변하며 조직의 기능이 문제가 생기고 생합성 경로가 주춤하고 ATP합성이 줄고, 조직간의 섬세한 공생망이 파괴되는 것이 노화다.

 암은 통념과 다르게 유전체병이 아니다. 암유전자의 효과는 확정적이지 않고 잠정적이다. 암이 불량한 세포하나에서 유래한 것이라면 그 돌연변이가 모든 종양세포에서 발견되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많은 종양의 같은 위치에서 다른 돌연변이가 관찰되며 이는 종양이 유전체보다는 살아가며 축적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즉,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실제로 종양을 채취하여 건강한 개체안에 넣으면 종양은 번식하지 못하고 대개 사멸한다. 

 암세포는 효모처럼 산소가 있을 때에도 포도당으로 호흡하기 보다는 발효하는 경향이 있다. 젖산은 카르복실산의 일종으로 쉽게 양성자 하나를 내놓고 이온을 형성한다. 동물에게서 젖산은 피브루산에서 형성되며 포도당 발효의 폐기물이다. 그리고 젖산의 누적은 대개 산소의 부족을 의미한다. 즉, 크레브스 호흡을 통한 충분한 ATP생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발효도 호흡처럼 ATP를 생성하나 그 양이 10%에 블과하다. 포도당을 피브루산 이온으로 분해하면 보통 ATP2분자,  NADH 2분자가 만들어진다. 산소 부족에서의 문제는 너무 많은 NAD+가 2H를 받아들여 NADH가 된다는 점이다. NADH가 산화되어 NAD+로 돌아가지 못하면 해당과정에서 포도당이 분해되어 나오는 2H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게되어 ATP생성에 문제가 생긴다. 

 NAD는 2H를 호흡하여 ATP를 생산하고, NAPDH는 주로 생합성을 일으켜 새로운 분자를 생성한다. 세포가 충분한 NAPDH를 생성하지 못하면 산화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프로그램된 세포 죽음에 의한 자살가능성이 커진다. 암세포는 더 많은 NAPDH를 생성해 세포자살을 회피한다. 암세포는 단백질을 덜만들고 덜 작동시켜 ATP생산을 버리고 ,호기성 해당과정으로 바꾼다. 

 산소가 부족하면 푸마르산이 대체 전자 수용체로 이용된다. 푸마르산환원효소가 미토콘드리아의 내막에 박혀 이것이 가능하다. 이 전자가 푸마르산 이동으로 흘러 숙신산 이온을 폐기물로 내놓고 양성자 4개를 퍼내어 약간의 ATP를 합성한다. 폐기물인 숙신산이 축적되면 미토콘드리아에서 나가질 못한다. 숙신산은 숙신산의 정상작용을 차단하는 프롤린수산화효소와 결합한다. 이것은 저산소증 유도이자 또는 HIF1a이라 불리는 다른 단백질을 표적으로 분해한다. 

 HIF1a는 생성되지 마자 프롤린 수산화효소에 의해 분해되기에 반감기가 고작 5분이다. 저산소 농도로 숙신산이 축적되면 HIF1a의 분해가 차단된다. 그러면 HIF1a는 세포의 핵으로 이동하여 여러 유전자를 켜서 세포의 질식을 막는다. HIF1a켜는 유전자는 성장과 염증을 을이크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의 저산소증은 감염이 유발한다. 증식하는 세균과 면역세포는 산소를 공급보다 빨리 소비하여 부종과 손상, 부분적인 혈관의 폐색으로 이어진다. 염증신호는 새로운 혈관의 성장과 면역세포의 증식, 더 많은 세포의 죽음에 대한 방관자 세포의 내성을 촉진한다. 

 결국 숙신산은 호흡에서 전체의 상태를 실시간 체크하고 평가 반영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숙신산탈수효소나 푸마르산수화효소같은 효소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건강한 세포에 숙신산이 축적된다. HIF1a와 그와 연관된 단백질은 후성유전효과를 일으킨다. 이들은 산소가 있을 때도 해당과정의 스위치를 활성화시켜 세포가 성장한다. 초기 동물의 이 장치는 그 자리에 내내 있었으나 필요할 때까지 스위치를 끈다. 하지만 크레브스회로의 돌연변이가 이 장치를 켜고 다시 끄기가 어려워 암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간이 쉬고 있어 ATP요구량이 낮아지면 양성자가 ATP합성효소로 흐르지 않고 외부에 남게 된다. 그러면 막 전위가 높아진다. 효흡은 지나치게 높으면 막 전위를 거스러게 되어 양성자를 퍼내기 어려워진다. 산소로의 전자 전달속도가 느려지고 이는 NADH산화하지 못함을 의미하며 크레브스 회로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렇게 NADH의 농도가 높고 세포막 전위가 높으면 전자가 호흡연쇄롤 빠져나와 산소와 직접 반응하여 반응성 산소종을 형성한다. 반응성 산소종은 지절과 단백질,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몸은 과도한 막전위를 동력으로 삼아 NADH를 NAPDH로 전환한다. 

 암은 글루타민을 좋아한다. 혈관을 돌아다니는 암모니아의 농도가 증가하면 근육의 분해를 통해 새로운 글루타민을 합성해 이를 제거한다. 그래서 암은 글루타민을 얻기 위해 신체를 분해한다. 암이 심각해지면 살이 빠지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호흡이 감퇴한다. 그러면 미토콘드리아에서 반응성 산소가 증가하고 이들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줄어든다. 그래서 크레브스의 속도가 느려진다. 정방향 크레브스회로의 작동으로 소화되지 못한 시트르산은 CoA와 옥산로산으로 분해된다. 그러면 히스톨이 아세틸화하여 후성유전 스위치가 켜지고 성장과 세포가 증식하는 염증이 축진된다. 식욕저하와 근육의 약화, 단백질 섬유가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방출되고 글루타민으로 다른 곳에 사용된다. 결국 이산화탄소가 고정되어 흡수해 지방이 되어 살이찐다 이것이 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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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전기화하라 - 100% 전기에너지의 시대
사울 그리피스 지음, 전현우.김선교.권효재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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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환경 책에서 전기의 과다한 사용은 비판을 받는다. 화력 발전의 경우 전기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열로 인해 상당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난다. 그리고 송전 과정에서 다시 에너지 상실이 일어나며, 전기 기기가 동력이든, 열이든, 냉각이든 기기의 용도에 맞게 다시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또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덕션이나 전기 용광로, 전기 밥솥 등은 환경론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이 낭비성이 심한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책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는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물건의 작동과 생산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탈탄소를 실천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비판만 받는 전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니 상당히 관심이 갖다. 

 2016년 인류는 파리 협정은 통해 21세기 내의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구체적 실천방법도 구속력도 없기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은 탄소배출량을 조금도 줄이지 못했다. 심지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탄소 배출량은 놀랍게도 증가했다. 허송세월한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 2000년부터 탈탄소를 시작했다면 30년 내 50%를 감축했으면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 시간이 기니 할 만한 느낌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라면 10년내 50%를 감축해야 하고 2026년 시작이라면 수 개월 안에 50%를 감축해야 한다. 이미 세 번째 시나리오로 가는 것이 확실한데 그렇다면 1.5도 감축은 경천동지할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의 급격한 전기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이 쓰는 전기 제품이나 시설은 수명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자동차는 10년, 냉장고 12년, 온수기 10년, 의류건조기 13년, 옥상구조물 15년, 보일러 18년, 발전소는 50년의 수명을 갖는다. 그냥 두면 교체주기가 이처럼 길다. 그리고 바꿀 때 전기제품으로 바꾼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인센티브 및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저자는 모든 것의 전기화를 위해 5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1. 공급에너지, 최종 사용에너지를 모두 전기화한다. 그리고 그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다.

 2. 거대 사회 기반 인프라는 물론, 개인 인프라도 변화시킨다.

 3. 새 구매하는 모든 자동차는 전기차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 구매하는 모든 보일러도 히트펌프여야 한다.

 4. 정치가는 인프라 교체를 유도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5. 은행가와 금융당국은 비상 대응을 위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저자는 아직 미국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대전 제로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지 않는다고 본다. 실례로 미 정부는 기후 위기 및 기술에 연간 30억 달러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는 미국이 냉전때 총력을 펼친 아폴로 프로그램의 1/50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정책과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 미국은 과거 1970년대에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처음으로 각 경제 주체의 에너지 흐름을 파악하고 효율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 때 사람들로 하여금 물건의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라는 지금도 통용되는 마법의 주문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는 실패했다. 사람은 당장 죽을 위기가 아니라면, 혹은 매우 소수의 적극적인 환경 운동가가 아니라면 이와 같은 행위를 전면적으로 하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앞으로의 환경운동은 효율성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분히 자신의 욕망을 위해 물건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전기화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내의 모든 기계 설비를 전기화하면 오히려 효율이 많이 올라간다. 그래서 필요로 하는 1차 에너지량이 무려 절반으로 줄어든다. 

 우선 발전부분이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발전이 낭비가 심하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은 기본적으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열로 에너지가 많이 손실되어 열-전기 전환에서 50%의 에너지가 사라진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은 절차가 더 간단하여 화력발전의 경우보다 효율이 15%이상 높다. 

 교통수단에서도 전기화는 효율을 높인다. 내연기관은 화력발전보다도 에너지 효율이 낮다. 내연기관은 연료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비율이 고작 20%에 불과하다. 그 전환과정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하여 낭비되기 때문이다. 전기차로 전환하면 차량 운행 에너지 소비를 내연기관의 1/3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사람들은 잘 주목하지 못하지만 화석연료는 얻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채굴, 탐사, 정제, 운송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때문에 모든 기기를 전기화하고, 에너지 생산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게 되면 이 막대한 손실이 당연히 제로가 된다. 미국은 석유와 가스추출공정에 미국 전체 사용에너지의 2%, 천연가스 수송에 1%, 석탄 채굴 장비와 운전에 0.25%, 철도로 석탄 광산에서 발전소로의 수송에 0.25%, 원유를 정제하는데 3-4%, 합계 8-11%가 소모된다. 화석에너지는 이처럼 사용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많기에 투입대비 획득에너지가 7-8정도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그것의 두배에 달한다. 

 건물의 전기화도 6-9%에너지를 절감한다. 현재 난방과 온수는 보일러에 의존한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나 집 아래의 지열과 같은 풍부한 원천에서 열에너지를 집중시켜 가전이나 환기, 난방, 냉방 장치에 공급을 한다. 그래서 보일러에 비해 3배 이상의 냉난방 효과가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의 전기화는 막대한 에너지 이득을 준다는게 저자의 계산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전기화하려면 전기의 생산을 지금의 3배로 늘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곳을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으로 덮어야 하며, 미국의 전력망도 지금보다 훨씬더 촘촘히 해야하고 서로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에너지 수요 전체를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하려면 대충 미국토의 무려 1%가 태양과 패널로 덮여야 한다. 광대한 면적 같지만 이는 현재 미국내의 도로와 건물의 지붕 면적과 비슷하다. 즉, 이 부분만 덮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약 6만 7.3km2정도인데 이는 태양광 패널이 땅을 덮는 비율 60%, 전기전환 셀효율 25%, 설비이용률 24%를 고려한 값이다. 풍력 터빈만으로 전기를 충당하낟면 40만 4868km2이 필요하다. 일부 사람들은 태양광 패널의 효율과 빈땅이라는 장점으로 미국의 광대한 사막이 태양광발전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곳은 소비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송전과 배전의 문제가 상당하여 발전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 시대에도 필수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지역 편재성을 띄고 있으며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자력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적합하지 않거나 기후를 대비해 어느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관련 설비와, 방사능 폐기물, 그리고 안보상의 문제로 단가 자체가 재생에너지에 비해 높기에 중심이 될 수 는 없다. 

 재생에너지 시대에는 시간, 지리적으로 분산된 에너지 소비자들을 서로 연결하여 각자가 가진 발전 및 전력 저장 용량을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은 대개 낮보다는 구성원이 모이는 저녁에 에너지를 소비한다. 하지만 사무실과 공장은 낮에 에너지를 주로 소비하고 밤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산업화시대에는 전력이 정전 방지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항상 발전 상태였다. 그리고 화력발전은 전기를 쓰지 않는다고 끌수도 없다. 다시 켜는데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낭비스럽더라도 그냥 켜놓는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력발전 전기는 저녁에 싸다. 때문에 많은 국가들에게 야간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급여를 더 주더라도 전기값이 싸서 이윤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낮에는 에너지 생산이 많으나 저녁과 아침엔 약하다. 이를 풍력터빈이 보완한다. 풍력은 아침과 저녁이 바람이 많이 불러 발전용량이 더 높기 때문이다. 계절적 요인도 마찬가지다. 태양광은 당연히 여름이 강하고, 겨울이 약하다. 하지만 풍력은 여름보다는 겨울이 바람이 더 쎄서 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동성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필연적 약점인에 이를 보완하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다. 각 가정에는 전력수급이 모자람을 대비해 일정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며, 각 가정에서 충전상태로 놀고 있는 전기차의 배터리도 이에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각 지역, 국가간의 그리드 연결로 대비하게 된다. 그래서 전기화 시대의 송전망은 지금보다 지역, 국경을 넘어 더욱 촘촘해야 한다.

 저자는 좀 획기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보상도 주장한다. 현재 미채굴 화석 연료의 시장 가치는 10-100조 달러에 이른다. 편차가 굉장히 큰데, 아직 발견되지 않거나 기술 발전으로 채산성이 생길 수 있는 것들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돈이 된다면 화석 연료 기업이나 산업체들은 각종 핑계를 대며 이를 지속 생산할 수 있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국가차원의 보상은 그것을 막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화석 연료 기업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기업이다. 이들은 막대한 보상금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재생 에너지 인프라나 첨단 산업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규제의 철폐도 해결방안의 하나다. 호주에서는 지붕 태양광 패널 설치비용이 와트당 1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은 3달러다. 이유는 지붕의 설치물에 대한 규제, 허가, 검사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샌프란 시스코의 경우 비중 태양광 패널은 가장자리에 설치하지 못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지진 다발 지역으로 1906년 지진으로 인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각 가정과 건물은 가스등을 사용했는데 지진으로 인한 가스가 지붕으로 인해 외부로 배출되지 못해 폭발과 화재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가스의 누출을 위해 지붕에 구멍이 뚫리게 되었고 이로 인해 태양광패널이 지붕을 완전히 덮지 못하게 되었다. 시대착오적이다. 가스등을 마감한지는 매우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세기는 화석 연료의 시대로 대부분의 규제, 인센티브, 세금, 보조금, 규칙이 화석연류에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전면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은 공화당 우세 지역이 재생에너지에 반대하며, 화석 연류 체계가 주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에 적합한 빈 땅은 공화당 우세지역이 많다. 저자는 공화당 우세지역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신재생 에너지의 설치와 전력망의 대규무 설치는 해당 지역에 막대한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2500만개로 예상한다. 물론 장기적인 일자리를 아닐 수 있으며, 로봇에 대체할 요인도 감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장점은 인간의 소비와 욕망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탈탄소를 할 방법을 제시한 부분이다. 답은 전기화다. 전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었고, 한국의 사정에 맞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우린 미국보다도 국토가 좁고 재생에너지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보다 나라가 작아 촘촘한 그리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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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도 설계하는 시대가 온다 - AI와 바이오 혁명이 바꾸는 노화의 미래
박상철.권순용.강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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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10년 전부터 미래 관련 책을 꾸준히 보고 있다. 당연히 인간 수명의 연장도 미래 주요 과제 중 하나인데 인간이 영생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유전자든, 세포대사든 생물학적 접근으로 노화 및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아 영생에 가까워지는 것, 두 번째는 신체의 많은 부분, 혹은 심지어 두뇌까지 기계와 결합하여 사실상 사이버네틱스가 되는 것 마지막은 의식 자체를 디지털화 해 디지털 공간에서 영생하는 방법이다. 

 책은 영생까지 다루진 않지만 현재 세계 여러 기업과 과학자들이 시도를 소개한다. 이는 노화를 최대한 늦추어 늙어서도 삶의 활력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삶의 질을 높이며 살아갈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다. 책은 이를 노화디자인이라 한다. 

 노화설계에는 3가지 혁신적 접근이 있다. 생물학적 혁신은 크리스퍼-캐스9 기술로 노화 관련 유전자를 정교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줄기세포와 합성생물학으로 손상 조직의 재생과 새로운 생체구조 설계가 이에 해당한다. 생화학적 혁신은 표적 약물로 노화 세포만을 정밀 제거, 회복하는 것이다. 나노로봇을 활용해 초미세의사처럼 몸속을 순찰하여 노화 징후를 감지하여 대응한다. 기계공학적 혁신은 엑소스켈레토으로 신체기능을 보조하고, 인공지능과 뇌-컴퓨터 접속으로 인지능력을 보완하고 인간의 정신을 확장하는 것이다. 

 수명연장연구는 크게 3가지다. 노화 또는 노화 진입 세포의 기능조절로 젊게 몸을 유지하는 것으로 텔로미어 조절, 대사조절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생체조직에서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호르몬 대체 및 최적화 요법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말단으로 반복적 DNA서열이다. 세포분열과정에서 유전자 복제의 안정화를 꾀하고 염색체를 보호한다. 문제는 세포분열마다 텔로미어가 점점 닳는다는 것이다. 신생아는 텔로미어 길이가 8.5-13.5kbp이나 40세이면 6.7, 60세면 6.1, 80세면 5.5, 사망하면 5정도까지 줄어든다. 그래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하거나 줄지 않게 막는 것은 초기 노화연구에서 핵심과제로 여겨졌다. 텔로미어의 조절은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하거나 약물로 길이를 조정하는 방안이 있다. 다만 최근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은 노화의 결과물로 생각되는 경향이 많아졌으며 대사조절로 노화연구의 초점이 옮겨졌다. 

 대사조절은 4가지 방안이 있다. 첫 번째는 칼로리 제한 모방 약물로 레스베라트롤, 메트로포민이 있다. 다음은 몸의 활력을 주는 NAD+부스터로 NMN, NR등의 물질이 있다. 세번째는 mTOR억제제로 라파마이신이 있다. 네번째는 AMPK활성화제로 메트로포민이 있다. 

 호르몬 대체 및 최적화 요법은 6가지다. 성장호르몬과 테스테스테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DHEA, 멜라토닌, 갑상선 호르몬이다. 호르몬 요법은 근육량, 골밀도, 피부탄력 같은 신체적 노화 현상을 완화하고 인지기능과 정서적 안정, 전반적 웰빙을 제공할 수 있다. 

 미네소타의 커쿠우드는 노화세포만을 선택저그올 제거하는 제노제를 개발했다. 노화유전자인 p16과발현 세포만을 제거한 것이다. 늙은 동물에 이를 적용하니 동물의 활동성이 증가하고 심지어 외모도 젋어졌다. 노화세포는 세포 자연사에 강한 저항성을 갖는다. 하지만 퀘르세틴과 다사티닙을 함께쓰는 칵테일 요법이 여기에 의미있는 노화억제 효과를 보였다. 

 복제기술은 단순히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차원을 넘어 생명현상 자체를 조작하는 수준이다. 체세포 복제술과 만능줄기세포가 여기 해당한다. 자연상태에서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가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추출되며,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고, 대량 배양이 되고 다른 인종 및 혈액형에도 거부반응이 없다. 또한 세포 하나가 성체로 자라나는 전능성이 있고, 모든 조직, 기관으로 분화하는 만능성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인 신체의 각 조직, 기관에 있으며 계통분화적이고 안정적이며, 암세포로 발현하지 않는다. 다만 배양이 어렵고, 거부반응이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태아가 아니라 놀랍게도 일반 성체의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린 것이다. 이는 일반세포에는 거의 없지만 줄기세포에만 많은 인자를 일반 세포에 주입하여 해낸 일이다. 

 조직공학은 생명과학과 공학의 융합분야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하고 대체하는 기술이다. 세포, 생체세포, 생리활성물질은 정교하게 포함하여 원하는 조직을 만들고 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라는 3차원 구조제를 설계한다.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한 개인 맞춤형 장기가 주요 방법인데 이는 장기이식의 거부반응과 장기의 부족이라는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다. 

 뇌의 가소성은 노화에 중요한 요소다. 인간은 곧 뇌자체이기 때문이다. 노화를 뇌의 신경세포수를 감소시키는데 이로 인해 기억 담당 해마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에서 감소가 두드러진다.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도 감소하여 뇌의 정보전달이 느려진다. 노화하면 뇌의 혈류가 감소하여 산소와 영양공급이 줄어들고, 만성염증으로 신경세포 손상이 가속화해 인지능력이 줄어든다. 해결책은 약물치료로 신경퇴행성 질환의 속도를 늦추고, 체계적인 인지훈련으로 뇌의 가소성을 높이고, 유산소 운동으로 뇌의 혈류량을 높이고,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한 식단, 충반한 수면과 스트레스 조절이 있다. 

 뇌 가소성은 시냅스 가소성과 구조적 가소성이 있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강도를 조정해 정보전달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구조적 가소성은 신경세포간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여 불필요한 연결을 제거해 뇌의 회로를 재편성하는 것이다. 뇌의 가소성 향상 방안은 신경영양인자 생성촉진 약물 투입, 경두개 직류자극, 경두개 자기 자극, 컴퓨터 기반 인지훈련이나 게임이다. 

 BCI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여 뇌의 신호를 해독하고 이를 이용해 외부장치를 제어하거나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혁신적 기술이다 이 기술은 신경신호해독, 신경신호 인코딩, 신경인테페이스 기반으로 이뤄진다. BCI는 뇌기능 저하 극복, 치매치료, 인간능력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엑소스켈레톤은 강화외골격을 말한다. 즉, 인간이 입는 로봇이다. 엑소스켈레톤은 사람의 근력과 지구력을 보완하여 보행을 강화하고 낙상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린다. 다만 고가이기에 개인 구매가 어렵고, 무거워서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지며, 장기적 안전성과 효과검증이 필요하다. 엑소슈트는 기존의 딱딱한 외골격대신 유연한 직물과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으로 5kg미만으로 가볍다. 

 크리스퍼 캐스9은 캐스9 단백질이 두 개의 RNA 가이드를 통해 특정 DNA서열을 인식하고 절단하는 것을 활용한 기술이다. RNA 이용 방식으로 설계가 간편하고, 비용이 낮고 효율은 높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질병치료, 농작물 개량, 새로운 생물 소재 개발에 활용된다. GMO 농작물은 외부 유전자를 도입한 것으로 부작용 논란이 있지만 유전자 편집 농산물은 생물체 내부의 유전자 편집이기에 이런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CAR-T 세포치료는 살아 있는 약으로 불리는 혁신적인 암치료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강화하여 암세포를 정말 공격한다. CAR은 키메릭 항원 수용체로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찾아내도록 설계된 유전자 조직 수용체다. 환자의 몸에서 면역 세포를 T 림프구에서 채취한 후,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게 유전적으로 조직한다. CAR-T는 혈액암 치료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고형암은 덩어리라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나노로봇은 생물학적 시스템을 모방하는 바이오미메틱 접근법과 인공설계 접근법이 있다. 나노로봇은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고 직접 치료를 수행한다. 나노로봇은 혈액이나 체액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이동하거나 자기장, 화학적 추진, 초음파를 이용해 스스로 이동하기도 한다. 나노로봇은 종양조직에만 약물을 전달하거나, 혈관-뇌장막을 통과하는 게 가능하여 뇌종양, 알츠하이머 치료에 이용이 가능하고, 혈전제거나 동맥 플라크를 제거할 수 도 있다. 

 최근 양자컴퓨터의 실용화가 현실성 있게 다가오고 있고, 신경인터페이스 기술이 발달하며 의식의 디지털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신경망 매핑은 인간 뇌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해독하여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도다. 이는 인간을 디지털 언어로 해독하는 일이다. 의식을 디지털 공간에서 유지하고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양자이론에서는 인간 의식을 디지털화하려면 단순히 신경망 복제를 넘어서서 뇌에서 일어나는 양자 상태까지 재현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는 디지털 기기를 인간이 지시와 통제했다면 이제는 인간이 초지능 시스템에 의존하는 숙주시스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간은 기억하고 정보처리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초지능이 제공하는 방대한 지식과 통찰을 활용하여 여기서 가치창출을 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초지능에 대한 현명한 의존이 중요해지며 인간 고유의 감성, 창의성, 직관이 중요해진다. 이미 나타나는 문제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과한 의존은 인간 자체의 독립적 사고력과 판단력을 약화한다. 

 한국은 초고령 국가이면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하려는 국가다. 때문에 저자는 위기이면서도 이런 기술을 활용해 시니어가 많은 상태에서도 국가의 활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2050년이면 한국은 65세이상 인구가 40%에 달하고, 2067년이면 46.5%다. 거의 절반이 노인인 셈이다. 물론 이 때쯤 되면 외향은 더욱 젊어지고, 활력도 크고 수명도 더욱 늘어나 노인의 기준은 더욱 뒤로 갈지 모를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령인구인만큼 이들의 활력을 유지하여 국가의 재정을 아끼고, 경제인구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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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3 - 지리는 어떻게 우주까지도 쟁탈의 대상으로 만드는가 지리의 힘 3
팀 마샬 지음, 윤영호 옮김 / 사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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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아프리카를 빠져나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아직 기술과 문명은 미약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긴 했지만 서로의 존재를 몰랐고, 텅 빈 땅도 많았다. 그러다 항해 기술이 발달하며 다른 사람들이 도착해 살고 있는 땅을 새로 발견하기도 했고,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인구가 불어나며 빈 땅도 점차 채워나가게 되었다. 땅과 바다엔 자원이 풍부하거나, 교통의 요지이기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지점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가장 강력한 나라가 차지하게 되었다. 처음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었고, 다음은 영국이었으며, 현재는 미국이 그렇다. 유럽의 강국들은 자기 나라와는 매우 동떨어진 곳에 속령을 갖고 있곤 한데 모두 과거의 흔적이다.

 어쨌든 지구는 각 나라들의 영토와 사람으로 꽉 찼다. 바다도 완전하진 않지만 거의 교통정리가 되었다. 다음 곧 다가올 쟁탈지는 바로 우주다. 그래서 우주에서는 새로운 지정학과 쟁탈전,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리의 힘 3편은 바로 이 우주에 집중한다. 3년 정도 전에 나온 지리의 힘2권에서 우주편을 적지 않게 마지막 부분에 서술했는데 3권은 우주에만 모든 내용을 할애한다. 

 2차대전 당시 로켓이 발명되고 2차 대전 이후 냉전이 펼쳐지며 로켓기술은 자연히 우주로 연결되었다. 소련과 미국은 각축전을 벌였는데 승리자는 기술적 우위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우주개발은 이렇다할 경제적 이득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우주는 잊혀져가다 21세기 들어 상황이 달라진다. 인공위성 발사되고, 그것이 군사적 상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점을 가져왔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우주를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시화 되면서 각국은 다시 우주개발에 전력을 쏟기 시작한다. 

 우주는 자그마한 지구에 비해 매우 광활하지만 지구 가까운 우주 역시 지리적 요소가 많다. 방사능이 강한 곳, 행성의 중력이 발사체를 가속화하는 수퍼하이브웨이 지역, 군사 상업적 장비를 배치할 수 있는 전략적 회랑, 천연자원이 풍부한 곳들에 제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로켓 기술과 로켓 발사에 적합한 땅이 필요하다. 로켓 발사에 적합한 땅은 적도에 가까운 지역이다. 적도는 자전 속도가 가장 빠르기에 로켓의 자전의 힘을 실을 수 있고, 이를 위해 로켓은 동쪽으로 발사된다. 

 인공위성은 1.3kg에서 1톤까지 그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태양전지판을 갖고 있고, 전자장비를 갖고 있다. 위성은 목표 궤도에 진입하면 지구 자전방향을 따라 서에서 동으로 비행한다. 위성은 대개 지구 중위도나 저위도 상공에 머무는 데 극궤도 위성은 발사 때 연료소모가 크기에 많이 발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성은 지구와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그 궤도의 높이에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90분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 

 보통의 민간 기상 위성은 1km의 해상도를 갖는다. 1km보다 작은 대상물을 관찰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개 해상도가 50m이하면 저해상도 위성으로 분류한다. 현대의 최첨단 인공위성은 0.15m의 해상도를 갖는데 사람이 쓴 안경의 상표를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저궤도 위성은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한다. 저궤도는 보통 지상에서 160-2000km의 범위다.

 중궤도는 지상 2천에서 35768km의 범위다. 여기는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대략 12시간 걸린다. 중궤도 위성은 지구의 위치 확인 및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개 원자시계가 부착되어 있는 데 원자의 진동에 따라 시간을 측정하므로 오차가 수백만년간 1초 미만이다. 스마트폰과 차량의 내비게이션과 소통하며 위치추적장치로 사람의 위치도 파악한다.

 35768km이상이 고궤도다. 여기서는 지구와 같이 위성이 도는 정지궤도이며 통신용으로 적합하다. 고궤도는 군사용 통신위성, 도청위성, tv위성, 라디오 위성, 광역 기상 위성이 체류한다. 고궤도는 무척 광활하여 자리는 많지만 아래에 위성이 많아 전파간섭이 심해 쓸 수 있는 주파수가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un국제전기통신엽합은 고궤도 위성의 위치와 주파수를 지정한다. 정지궤도에서 미국은 군사, 민간상업용 고주파 위성 6대를 운용한다. 이 위성들은 차후 전투기를 비롯해 동맹국의 군대와 통신하고 미국의 핵조기경보시스템과도 통신한다. 

 고궤도에서 벗어나면 라그랑주 포인트가 나온다. 이곳은 지구와 달의 중력이 서로 상쇄되는 곳이다. 그래서 위성이 최소한의 연료소모로 머무를 수 있기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점이다. 그리고 두 개의 천체는 5개의 라그랑주 포인트를 갖는다. L1은 지구와 태양사이에 있으며 지구에서 150만km로 유럽과 미국이 공동제작한 태양관측위성인 소호가 근처에 위치한다.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은 2022년 L2에 도착했다. L2는 태양과 지구, 달의 반대편에 위치하여 머나먼 우주 관측에 적합하다. L3-5는 아직 미활용중이다. L3는 태양의 반대편이고 무척 멀어 관심이 거의 없다. L1과 2는 가깝기에 달개발의 전초기지 가능성이 높다. 특히 L2는 달의 반대편에 위치에 전파방해가 거의 없는 장점이 있다. L2는 각축전이 벌여질 가능성이 높으나 폭이 80만 km나 되어 넉넉하다. 

 달은 지구에서 38만 5천km 떨어져 있다. 보통 지구에서 우주선으로 3일 거리이나 가장 빠른 기록은 뉴호라이즌스호가 세운 8시간이다. 달은 지구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밝은 곳은 고지대로 태양 빛을 잘 받아 밝아 보이는 것이고 어두운 지역은 과거 용암이 흘러 철이 있어 어두워 보이는 것이다. 달에는 규소와 알루미늄, 티타늄, 희토류가 다수 매장되어 있다. 달에는 무엇보다 헬륨3가 100만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핵융합의 원료가 되나 고작 1g의 헬륨3 채취를 위해 150만톤의 달 토양과 암석을 채취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달은 적도에서 남으로 2700km 거리에 2500km폭에 깊이가 13km인 남극 에어컨 분지가 있다. 여기는 주변에 우뚝 솟은 산이 있어 그곳이 햇빛을 막아 분화구 인근에 거의 햇빛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 곳에 얼음 결정이 다소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달의 극지점에는 6억 kg의 얼음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달에는 적도가 태양 노출이 더 강해 헬륨3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딘다. 달은 자전이 한달이나 되는데 그래서 낮이 14일 밤이 14일이다. 이는 극심한 온도 차이를 낳아 낮에는 132도, 밤에는 -179도에 이른다. 이는 달 기지의 금속이 팽창과 수축을 극심하게 반복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밤에는 배터리 충전도 어렵다. 그래서 기지는 적도보다는 춥지만 기온 변화가 적은 극지방이 추천된다. 달의 개기는 희박하여 방사능이 지구의 200배에 달한다. 하지만 달의 토양은 태양 복사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낮은 열전도성으로 인해 기지건설 마감재로 적합하다.  

 화성은 최신형 우주선으로 7개월이면 도달한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지구로 가기 위한 정밀한 계산을 해야하기에 귀환 준비만 2년 가까이 소요된다. 화성과 지구는 평균 2억 2500만km 떨어져 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울 때면 5460만km이고 가장 멀 때는 4억 km거리다. 즉, 탐험은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이 아니고 그나마 지구와 화성이 근접할 때를 노려야 한다. 

 우주는 곧 아니 이미 세계 강대국의 각축장이지만 우주에 대한 국제 조약은 미미하다. 우주조약이 1967년에 이뤄졌는데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우주 공간은 주권 주장에 의해 또는 이용이나 점유에 의해 또는 기타 다른 수단에 의해서라도 한 국가의 전용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강제성이 없기에 문제다. 

 2019년 나토는 지상, 공중, 해상, 사이버 공간에 우주를 작전 영역으로 추가했다. 이듬해 우주센터의 설립에도 합의한다. 그리고 2021년 나토는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을 받으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 방위 조약 조항에 우주를 추가했다. 나토 회원국 중 하나의 위성이나 우주기지가 공격 받으면 집단 방위권이 발휘될 형국인 것이다. 

 우주에는 그간 위성을 발사한 나라들로 인해 쓰레기가 넘쳐난다. 나사는 지구 궤도 주변에 지름 10cm가 넘는 파편이 2만 3천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1-10cm크기는 50만개, 1mm이상이면 총 1억개다. 대부분의 파편은 크기가 작다. 하지만 이들은 시속 2500km로 공전하고 있어 고작 1cm의 파편과 충돌해도 시속 40km로 달리는 자동차와의 충돌 충격과 비슷한 타격을 입는다. 

 지금은 대 위성 무기가 많다. 탄도 미사일, 레이져, 고출력 마이크로파, 사이버 공격등이 있다. 여기에 상대위성에 화학물질을 분사해 카메라 시야를 차단하거나 유압식 로봇 팔을 이용하여 상대 위성을 궤도 바깥으로 던져버리는 방법도 있다. 

 중국은 1970년 최초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5번째 였다. 중국은 고비사막과 쓰촨성 시창, 하이난 섬 윈창, 닝보에 발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GPS에 해당하는 베이더우 항법시스템을 갖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은 GPS를 개발하여 토지활용의 극대화, 배송서비스의 효율화, 금융기관의 거래 시간 기록등 경제부양에 1조 4천억 달러의 효과를 보았다. 이러니 세계 각국이 그들만의 GPS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향후 10년 간 1천개의 위성을 더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러시아와 달에 공동기지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26년 3차례의 달 착륙 후 유인 임무 후 지구귀환이 목표이며 2036년 달기지 건설과 사람 거주가 목표다. 2028년엔 창어 8호가 3D프린터로 달의 토양으로 벽돌을 만드는 설계 로봇을 싣고 달에 착륙할 예정이다. 그리고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인 텐궁 3호를 운용중이다. 

 미국은 이에 대항해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한다. 4성 장군이 지휘하며 타국 미사일발사를 감지하고, 적대국 인공위성의 전파를 차단하며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우주군의 예산은 연간 260억 달러에지만 병력은 아직 1만 6천명 정도 수준이다. 2023년 기준 미국은 4900개 위성 중 3000개를 가지고 있어 500개의 중국을 압도한다. 그리고 2028년가지 100대의 조기경보위성시스템을 구추가려 한다. 나사는 선외활동탐사복을 새로 개발했는데 움직임이 크게 개선되었다. 새 우주복은 이산화탄소를 배추라고, 전자장비가 소형화되어 안전장치가 강화되었다. 헬멧엔 통신장비, 고속 데이터 링크, 카메라, 음성인식 마이크가 있고 방사능과 -150-120도를 견디고 6일간 생명유지가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러시아는 우주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경제력과 부정부패의 만연이 큰 문제이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100만의 러시아인이 자국에서 이탈하였는데 이 중에서는 과학자도 많다. 러시아는 1992년 우주군을 창설했고, 글로나스 군집위성이 GPS역할을 한다. 러시아의 크로나 단지는 타국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레이저 시스템을 보유한다. 러시아는 우주정거장, 재사용가능로켓, 우주예인성 등을 목표로 하나 실천이 어려워 보인다.

 인도는 2019년까지만 해도 주요 강국들의 우주 야망을 비판하고 국제 공영을 외쳤으나 돌변한다. 인도는 2023년 챤드라 3호가 달에 착륙하여 4번째 달착륙 국가가 된다. 그리고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에 참여중이며, 아르테미스 협정국이다.

 호주 역시 2030년까지 우주전력 중위권 강국이 목표다. 남반구라는 지리적 위치로 정보수집과 우주추적에 유리하여 우방국들의 관심이 많다. 호주는 외딴 곳에 우주기지 건설이 가능하고, 이는 보안과 주파수 방해를 방지한다. 1961년 호주는 미국과 협정하여 자국내 여러 개의 우주 기지를 건설한다. 이중 파인 갭 기지가 유명하며, 여기는 미국의 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 지상 중계국이 탄도미사일을 감지한다. 호주는 2022년 우주방위사령부를 창설한다. 

 이스라엘은 1970년대 자국 군대가 시리아와 이집트의 기습 공격을 포착하는데 실패하자 우주에 관심을 보인다. 1982년 우주국을 설립하고 6년후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다른 국가와 다르게 이스라엘은 서쪽으로 로켓을 발사하는데 동으로 쏠 경우 인근 국가에 공격으로 오인받을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연료를 30%나 더 필요로 하여 필연적으로 위성이 경량화되었고, 여기에 기술을 집약하였다. 이스라엘은 편대 비행이 가능한 나노 위성을 개발했고 UAE와 협력중이다.

 UAE는 2009년 카자흐스탄에서 첫 위성을 발사한다. 2021년에는 화성의 대기를 조사하는 호프 우주선이 화성궤도 진입에 성공한다. 자체 위성 제작이 가능하고, 소규모 군집위성도 개발했다.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국이지만 중국의 5G기술을 이용하는 바람에 미국의 제재를 받아서 우주 개발이 늦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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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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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국의 노동에 관한 책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경제선진국 기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직장 내 문화도 문제다. 많은 사람이 충분한 지원과 협력은 받지 못하면서도 실적위주의 개편으로 업무와 책무성은 높아지는 실태를 경험하고 있다. 직장 내 민주성도 부족하여 상사와 여러 손님 및 동료에게 갑질을 경험하고 있으며, 위험성도 매우 높아 여전히 하루에 6-7명이 출근하여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의 디지털화는 이런 위험성과 악영향을 완화하지 않고 더욱 부추긴다. 책에서 주로 지적하는 내용이다. 책은 여러 모음글을 소주제로 묶은 것이다. 그래서 다소 파편화되어 있지만 지적하는 부분은 일관된다.

 2020년에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김덕준씨가 사망했다. 그는 젋었는데 근무 1년여만에 몸무게가 15kg이나 줄었다. 그는 매우 활동적이고 배려가 있어 힘든 작업환경에서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쿠팡은 그가 사망하자 주당 노동시간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는 야간 근무를 했는데 야간 근무시간은 30%시간이 가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간 노동은 국제암연구소가 2급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다. 

 영국의 경제학자 제이슨 히켈은 자본주의는 태생이 식민주의적이라고 분석한다. 많은 사람들은 초기 자본주의가 특별한 기술 개발이나 상행위 등으로 자본을 축적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본의 기원은 기본적으로 탈취에 의한 축적이고 그 과정에서 반발이 있기에 폭력이 동원된다. 자본가는 기존의 공유재를 빼앗아 사유재로 만들고, 평민의 사유재산인 노동력을 마치 공유재 마냥 헐값에 사용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강도 높게 노동하고, 끊임 없이 소비해야 기능한다. 그렇기에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임금은 노동의 가치에 비해 충분하지 않아야 한다. 충분하다면 노동자는 적당히 일하고 남은 시간은 자신의 사유재로 쓰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히 기호를 제공하여 욕망에 의한 소비에 빠지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생산력의 발생은 인위적 희소성과 그 유지이며 희소성과 굶주림의 위협이 자본의 성장동력이 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간 국내 과로사 사망자는 2503명이다. 산재보험 가입이 안된 1인 자영업자와 택배기사는 제외된다.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근본적 피로다. 땀흘린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탈진상태가 아니다. 능력의 상실이 아닌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다른 하나는 분열적 피로다. 성과사회에서 스스로를 극단적 피로와 탈진상태로 내몰면서도 오히려 일시적 성과에 도취되는 자기 긍정성의 과잉이다. 전자가 발전적이고 회복가능하다면 후자는 자기파괴적이며 회복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사람이 아파도 일을 하는 프레젠티즘이 논란이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어는 노동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로 구분한다. 경제적 가치는 노동에 부여되는 돈이고, 사회적 가치는 그 노동이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부담하는 사람이 제공하는 소위 부불노동은 경제적 가치는 없어 심지어 GDP에도 산입되지 않지만 그것이 없다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을 만큼 사회적 가치는 높다. 청소노동자의 청소노동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는 낮다. 반면 변호사는 금융종사자, 악덕 기업의 CEO는 경제적 가치는 지나치게 과도하나 오히려 사회적 가치는 낮추기 까지 한다. 이처럼 불행히도 양자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한국의 콜센터 노동자는 AI도입으로 대량실직이 예고 되었으나 의외로 아직까지 실직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단기적 현상이다. 장기적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놀랍게도 콜센터들은 AI상담사의 음성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상당사의 실제 고객 응대내용을 적절한 동의절차 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를 인사고과 및 수당에 반영하여 사실상 인간 상담사의 선택권도 배제한다. 매우 잔혹하게도 인간상담사로 하여금 절적한 보상없이 그들의 노하우를 싸게 획득하여 그들 스스로의 직장을 없애버릴 도구의 개발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 상담상담사들은 AI상담사의 도입 이후 그것의 기술오류로 인해 고객의 민원이 증대하고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한다. 상담사 45%가 AI상담사 도입으로 인해 전체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어떠한 보상이나 인력충원은 없다. 

 놀랍게도 독일은 노동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올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2017년 노동백서 4.0을 발표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전문가, 중소기업인, 학생, 견습생, 언론 등 관련 당사자가 모여 논의를 한 것이다. 22개의 도시에서 무려 175차례 토론이 이뤄졌다. 반면 한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도입과 발전에만 몰입한다. 뒤쳐지지 않으려고만 할 뿐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후과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없다. 

 한국은 소위 명예로운 때를 위해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고 살기를 종용하며 그로 인해 늘 시간이 부족한 삶은 살게 된다. 한국 사회는 그래서 시간의 빈곤과 이중빈곤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시간 빈곤은 글자 그대로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이중 빈곤은 경제자원의 부족과 시간의 부족 두 가지의 결합이다. 특히 여성노동자, 미숙련 서비스 제공자, 비정규직이 이중 빈곤에 취약하다. 

 한국의 산재사고 치명률(노동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재 수)는 1994년 34.1로 최대를 찍은 후 하락 추세다. 하지만 산재 사망자 수는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으로 상당히 많다. 노동시간도 엄청나다. 2022년 기준 연간평균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경제선진국 평균 1752시간보다 많다. 여기에 주당 55시간 이상 노동에 노출된 인구비율이 8.1-9.2%나 된다. 한국은 정신질환자의 수가 최근 5년 간 37%증가했다. 2022년엔 우울증 환자 100만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초중고 학생의 우울증은 같은 기간 50.1%나 증가했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공유경제에서 긱노동, 온디맨드, 크라우드 노동, 고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어쨌든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다. 플랫폼은 복수의 집단이 교류하는 디지털 인프라 구조다. 데이터에 기반하면서 데이터에 최적한 유사시장이자 데이터 채굴에 힘쓴다. 플랫폼은 크게 5가지로 구분한다. 

1.광고 플랫폼-구글이나 메타

2.클라우드 플랫품-아마존 클라우드 애저

3.산업 플랫폼-제조업 분야에서 산업 인터넷의 활용

4.제품 플랫폼-스포티 파이

5.린 플랫폼-우버

플랫폼에서 일하는 소위 플랫폼 노동도 5가지로 구분한다. 

1.호출형-대리운전, 음식 배달 등

2.관리형-가사, 청소, 컴퓨터 수리 등

3.중개형-디자인, 번역, 문서 작성 등

4.전시형- 유튜브, 웹툰, 웨소설 등

5.미세작업- 자료수집, 검수와 검증 등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2018년 기준으로 2% 수준이나 지금의 그 배이 상이 될 거이고 미래의 노동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플랫폼 노동은 경쟁의 가시화, 통제의 비가시화, 노동시간의 불명확화라는 극단적인 노동 유연성을 자랑한다. 이들은 알고리즘 노동으로 노동의 모든 과정을 수치화하며 인센티브로 책정하여 높은 수치를 노동자가 쫓도록 개입한다.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생산과 소비, 노동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소비자는 넘어 직접 상품화되는 생산소비자로서 디지털노동에 연루된다. 인터넷 이용자는 자발적으로 웹상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정체성을 확인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여 정체성 노동을 한다. 기업은 개인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플랫폼 노동을 만들어내고, 각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알고리즘 노동을 만들어내며, 그런 모든 것을 전시하여 정체성 노동을 하게 만든다. 

 기업은 이런 걸 하면서도 노동에 대응하는 방식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1990-2000년까지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의 자살에 대해 거의 대응하지 않았다. 말하면 곤란해진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2000-2010년에는 노동자의 자살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말을 하기 시작해서 면피를 하기 시작했고 2010-지금까지는 노동자가 자살하면 그 자신이 원래 가정이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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