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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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국의 노동에 관한 책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경제선진국 기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직장 내 문화도 문제다. 많은 사람이 충분한 지원과 협력은 받지 못하면서도 실적위주의 개편으로 업무와 책무성은 높아지는 실태를 경험하고 있다. 직장 내 민주성도 부족하여 상사와 여러 손님 및 동료에게 갑질을 경험하고 있으며, 위험성도 매우 높아 여전히 하루에 6-7명이 출근하여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의 디지털화는 이런 위험성과 악영향을 완화하지 않고 더욱 부추긴다. 책에서 주로 지적하는 내용이다. 책은 여러 모음글을 소주제로 묶은 것이다. 그래서 다소 파편화되어 있지만 지적하는 부분은 일관된다.

 2020년에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김덕준씨가 사망했다. 그는 젋었는데 근무 1년여만에 몸무게가 15kg이나 줄었다. 그는 매우 활동적이고 배려가 있어 힘든 작업환경에서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쿠팡은 그가 사망하자 주당 노동시간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는 야간 근무를 했는데 야간 근무시간은 30%시간이 가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간 노동은 국제암연구소가 2급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다. 

 영국의 경제학자 제이슨 히켈은 자본주의는 태생이 식민주의적이라고 분석한다. 많은 사람들은 초기 자본주의가 특별한 기술 개발이나 상행위 등으로 자본을 축적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본의 기원은 기본적으로 탈취에 의한 축적이고 그 과정에서 반발이 있기에 폭력이 동원된다. 자본가는 기존의 공유재를 빼앗아 사유재로 만들고, 평민의 사유재산인 노동력을 마치 공유재 마냥 헐값에 사용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강도 높게 노동하고, 끊임 없이 소비해야 기능한다. 그렇기에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임금은 노동의 가치에 비해 충분하지 않아야 한다. 충분하다면 노동자는 적당히 일하고 남은 시간은 자신의 사유재로 쓰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히 기호를 제공하여 욕망에 의한 소비에 빠지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생산력의 발생은 인위적 희소성과 그 유지이며 희소성과 굶주림의 위협이 자본의 성장동력이 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간 국내 과로사 사망자는 2503명이다. 산재보험 가입이 안된 1인 자영업자와 택배기사는 제외된다.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근본적 피로다. 땀흘린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탈진상태가 아니다. 능력의 상실이 아닌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다른 하나는 분열적 피로다. 성과사회에서 스스로를 극단적 피로와 탈진상태로 내몰면서도 오히려 일시적 성과에 도취되는 자기 긍정성의 과잉이다. 전자가 발전적이고 회복가능하다면 후자는 자기파괴적이며 회복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사람이 아파도 일을 하는 프레젠티즘이 논란이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어는 노동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로 구분한다. 경제적 가치는 노동에 부여되는 돈이고, 사회적 가치는 그 노동이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부담하는 사람이 제공하는 소위 부불노동은 경제적 가치는 없어 심지어 GDP에도 산입되지 않지만 그것이 없다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을 만큼 사회적 가치는 높다. 청소노동자의 청소노동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는 낮다. 반면 변호사는 금융종사자, 악덕 기업의 CEO는 경제적 가치는 지나치게 과도하나 오히려 사회적 가치는 낮추기 까지 한다. 이처럼 불행히도 양자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한국의 콜센터 노동자는 AI도입으로 대량실직이 예고 되었으나 의외로 아직까지 실직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단기적 현상이다. 장기적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놀랍게도 콜센터들은 AI상담사의 음성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상당사의 실제 고객 응대내용을 적절한 동의절차 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를 인사고과 및 수당에 반영하여 사실상 인간 상담사의 선택권도 배제한다. 매우 잔혹하게도 인간상담사로 하여금 절적한 보상없이 그들의 노하우를 싸게 획득하여 그들 스스로의 직장을 없애버릴 도구의 개발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 상담상담사들은 AI상담사의 도입 이후 그것의 기술오류로 인해 고객의 민원이 증대하고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한다. 상담사 45%가 AI상담사 도입으로 인해 전체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어떠한 보상이나 인력충원은 없다. 

 놀랍게도 독일은 노동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올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2017년 노동백서 4.0을 발표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전문가, 중소기업인, 학생, 견습생, 언론 등 관련 당사자가 모여 논의를 한 것이다. 22개의 도시에서 무려 175차례 토론이 이뤄졌다. 반면 한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도입과 발전에만 몰입한다. 뒤쳐지지 않으려고만 할 뿐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후과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없다. 

 한국은 소위 명예로운 때를 위해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고 살기를 종용하며 그로 인해 늘 시간이 부족한 삶은 살게 된다. 한국 사회는 그래서 시간의 빈곤과 이중빈곤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시간 빈곤은 글자 그대로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이중 빈곤은 경제자원의 부족과 시간의 부족 두 가지의 결합이다. 특히 여성노동자, 미숙련 서비스 제공자, 비정규직이 이중 빈곤에 취약하다. 

 한국의 산재사고 치명률(노동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재 수)는 1994년 34.1로 최대를 찍은 후 하락 추세다. 하지만 산재 사망자 수는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으로 상당히 많다. 노동시간도 엄청나다. 2022년 기준 연간평균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경제선진국 평균 1752시간보다 많다. 여기에 주당 55시간 이상 노동에 노출된 인구비율이 8.1-9.2%나 된다. 한국은 정신질환자의 수가 최근 5년 간 37%증가했다. 2022년엔 우울증 환자 100만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초중고 학생의 우울증은 같은 기간 50.1%나 증가했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공유경제에서 긱노동, 온디맨드, 크라우드 노동, 고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어쨌든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다. 플랫폼은 복수의 집단이 교류하는 디지털 인프라 구조다. 데이터에 기반하면서 데이터에 최적한 유사시장이자 데이터 채굴에 힘쓴다. 플랫폼은 크게 5가지로 구분한다. 

1.광고 플랫폼-구글이나 메타

2.클라우드 플랫품-아마존 클라우드 애저

3.산업 플랫폼-제조업 분야에서 산업 인터넷의 활용

4.제품 플랫폼-스포티 파이

5.린 플랫폼-우버

플랫폼에서 일하는 소위 플랫폼 노동도 5가지로 구분한다. 

1.호출형-대리운전, 음식 배달 등

2.관리형-가사, 청소, 컴퓨터 수리 등

3.중개형-디자인, 번역, 문서 작성 등

4.전시형- 유튜브, 웹툰, 웨소설 등

5.미세작업- 자료수집, 검수와 검증 등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2018년 기준으로 2% 수준이나 지금의 그 배이 상이 될 거이고 미래의 노동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플랫폼 노동은 경쟁의 가시화, 통제의 비가시화, 노동시간의 불명확화라는 극단적인 노동 유연성을 자랑한다. 이들은 알고리즘 노동으로 노동의 모든 과정을 수치화하며 인센티브로 책정하여 높은 수치를 노동자가 쫓도록 개입한다.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생산과 소비, 노동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소비자는 넘어 직접 상품화되는 생산소비자로서 디지털노동에 연루된다. 인터넷 이용자는 자발적으로 웹상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정체성을 확인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여 정체성 노동을 한다. 기업은 개인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플랫폼 노동을 만들어내고, 각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알고리즘 노동을 만들어내며, 그런 모든 것을 전시하여 정체성 노동을 하게 만든다. 

 기업은 이런 걸 하면서도 노동에 대응하는 방식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1990-2000년까지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의 자살에 대해 거의 대응하지 않았다. 말하면 곤란해진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2000-2010년에는 노동자의 자살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말을 하기 시작해서 면피를 하기 시작했고 2010-지금까지는 노동자가 자살하면 그 자신이 원래 가정이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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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필
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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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맞은 집중력의 요한 하리가 이번엔 비만 치료 신약에 대해 썼다. 역시 필력이 뛰어나며 책 전반에 걸쳐 여러 전문가 의견과 각 계의 연구결과 및 사회문화적 현상을 토대로 도출한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준다. 가독성이 뛰어남은 물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식시장에선 노보노디스트와 일라이 일리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들은 원래 유명한 회사였지만 바로 비만 치료 신약을 개발했기에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비만 치료 신약은 이미 상당히 일반화하였다. 국내에서도 시판중이고, 유명한 건강방송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이를 다뤘다. 그리고 헐리우드 및 세계의 유명인사들은 갖은 방법으로도 안되던 몸매관리를 비만 신약을 통해서 드디어 해내고 있다.

 요한 하리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늘 그렇듯 그는 사회의 여러 저명인사와 모임에 나가곤 하는데 자기와 친숙한 몸매를 보이던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날씬해져 있던 것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더구나 이들은 파티에서 자신과 같이 탐식을 하곤 했는데 정말 음식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한 하리는 그들이 비만 신약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효과는 매우 우수했으며 이에 자신도 이를 처방받기 시작한다. 효과는 놀라웠다. 그는 항상 먹을 것을 탐했고, 그 중에서도 건강에 좋지 못한 것들만 먹었는데 이런 음식의 섭취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글루카곤은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글루카곤 유전자는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기다린 사슬 같은 구조로 이 중 작은 한 토막이 GLP-1이다. 그리고 이는 인슐린 생성을 촉진한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나면 장에서 GLP-1 수치가 급증한다. 이는 배불러 먹었다는 신호로 뇌에 그만 먹으라는 신호, 즉 포만감을 보낸다. 이로 인해 GLP-1은 발견되자마자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보았다. 당연히 약제로서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GLP-1 체내에 투입하면 고작 수분만에 분해가 되어 효과가 극히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한 발견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 GLP-1의 유전자 코드가 할러몬스터라는 도마뱀의 독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GLP-1 유사물질은 독인 만큼 당연히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수 시간을 지속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더욱 개선하여 급기야 GLP-1 유사물질이 일주일이나 체내에 머무르게 개선했다.

 처음에 GLP-1 유사물질은 당뇨 약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당뇨 개선 외에도 처방 환자들의 체중이 무려 25-30kg이나 감소하는 현상이 다수 관찰되자 2022년 노보노디스크 경영진은 비만환자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하는 대규모 임상실험을 진행한다. 68주 임상에서 실험군의 체중은 무려 15%나 감량되었다. 하지만 투약을 중단하자 1년만에 감량 체중의 66%가 회복되었다. 이는 이 약을 평생 복용해야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환자에겐 재앙이나 제약회사에겐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지금 노보노디스트는 두 가지 형태의 세마글루타이드를 판매한다. 당뇨환자에겐 오젬픽, 비만환자에겐 위고비를 처방한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GLP-1과 GIP라는 다른 장호르몬도 자극한다. 마운자로는 평균 체중을 21%감량시킨다. 그리고 개발중인 트리플 G는 이름처럼 무려 3가지 호르몬을 자극한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주사형태다. 가격은 비싸다. 한달에 수백달러가 필요하다. 경구약이 개발중인데 이는 비용을 하루 1-2달러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이 신약은 매우 효과가 강력하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으로 인해 벌써부터 패스트푸드 업계와 고관절과 무릎 관절 기기 기업이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비만치료제엔 부작용이 있다. 우선 메스꺼움이다. 음식에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변비와 트림이다. 음식이 적게 들어가고 노폐물이 이로 인해 오래 머물러 나가기 어려워 생기는 현상이다. 또한 갑작스런 심박수 상승도 있다. 

 비만치료제가 각광 받는데는 바로 세계적 비만 유행이 자리한다. 세계 보건 기구에 의하면 1975년 이후 전 세계의 비만은 3배나 증가했다. 여기엔 인간의 먹을 거리의 변화가 자리한다. 즉, 초가공식품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과 비만의 증가는 일치한다. 

 가공식품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진열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해 유통과 판매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킨다. 그래서 이들이 제조한 음식에는 설탕과 지방, 소금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야 박테리아가 덜 자라 오래 보관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량 제조과정에서 식재료는 고온의 열과 상당한 스트레스를 거치며 본연의 맛과, 향, 색을 상실한다. 그리고 금속 맛과 쓴맛이 생성된다. 이를 감추기 위해 수 많은 색소와 향이 첨가된다. 이 밖에 향료, 광택제, 방부제, 응고방지제, 요해제, 보존제, 착색제, 산유화제, 표백제 등 6천가지 화학물질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육류는 박테리아를 죽이고 유통해야 오래 가기에 수산화암모늄 가스를 주입한다. 이걸 핑크슬라임이라 한다. 내가 산 고기가 지나치게 냉장고에서 오래 보틴다면 핑크슬라임을 의심해야 한다. 액화 닭고기에 유화제를 첨가하여 너겟의 주재료로 삼는 것은 미트 슬러리다. 육류는 물을 넣어야 오래 지열되기에 물의 증발을 막는 육류용 접착제도 첨가된다.

 이런 초가공식품은 본연의 맛은 전혀 없음에도 각종 첨가물과 향미료, 설탕, 지방, 소금의 첨가로 사람을 가장 기분좋고 행복하게 하는 블리스포인트를 마구 자극한다. 그래서 이들은 웬만큼 먹어도 포만감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과식하게 되는데 비만 식약은 바로 이 포만감을 자극한다.

 초가공식품이 포만감을 못느끼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덜씹기 때문이다. 초가공식품은 대개 매우 부드러워 거의 씹을 필요가 없다. 때문에 지나치게 빨리 위장간으로 내려가 사람은 미쳐 멈추라는 신호를 받기 이전에 과도하게 음식을 섭취한다. 다음은 설탕, 지방, 탄수화물의 강력한 조합이다. 그리고 식이섬유 및 단백질은 거의 없고 단순당 위주로 구성되어 인간의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급격히 낮추는 작용을 일으키기에 많이 먹었음에도 금새 허기지게 하여 더 먹게 한다. 또한 언급한 것처럼 단백질과 섬유질이 현저히 부족하다. 이는 인체에 필수 요소이기에 사람은 이것의 최소량을 채우기 위해 가공식품을 정말 많이 먹게 된다. 그리고 음료형태다. 가공식품은 음료수도 많은데 상당히 고열량이다. 인간은 고체형태로는 과독한 열량섭취에 거부감을 느끼나 놀랍게도 음료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제로 음료도 그렇다. 제로 음식은 섭취시 열량이 거의 없지만 단맛이 강해 인체의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당이 들어오지 않으면 뇌는 속았다고 생각해 몸을 더욱 허기지게 만들어 더 많은 당분을 먹게 만든다. 가공식품은 또한 영양교란을 일으킨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자연의 음식을 맛보고 필요한 영양분을 얻어왔다. 누구나 특정 영양분이 부족하기에 특정 음식을 갈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공식품의 맛과 향은 영양과 무관하다. 이것이 인간의 오랜 시스템을 교란한다. 마지막은 장기능 문제다. 인간의 장에는 장내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한다. 이들은 음식을 분해하고 인간에게 필요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다양성이 중요한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30가지 이상의 채소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가공식품은 식이섬유가 없다. 그나마다 매우 단순하여, 밀과 콩, 옥수수가 거의 전부다. 이로 인해 현대인은 장내마이크로바이옴의 40%를 상실한 상태다.  

 이런 가공식품은 온 세계를 둘러싸 인간은 비만하기 매우 쉬운 상태다. 진짜 음식은 찾기 어려우며 상당수 저소득층은 서민들은 진짜 음식은 없는 식품 사막에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양결핍에 시달리면서도 하루에 500kcal를 추가로 섭취한다. 이는 빅맥하나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즉, 평생 하루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 빅맥하나만큼을 더 먹는 셈이다.  

 비만이 야기하는 건강상의 문제는 상당하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인체의 주요 에너지원인 글루크스가 세포에 들어가게 돕는다. 당뇨가 생기면 인슐린 저항성으로 작용을 잘 하지 못해 바로 글루코스가 세포에 침투하지 못한다. 그래서 신체의 핵심부위가 위험해지는데 바로 심장, 신장, 신경, 눈이다. 당뇨로 인해 사람들은 시력을 상실하고 , 미국에서만 매년 당뇨합병증으로 12만이 다리를 절단한다. 시력 상실, 신부전증, 뇌졸증으로 수명이 무려 15년이나 감소한다. 

 비만이면 이 무서운 당뇨의 발병률이 남성의 경우 6배, 여성은 15배나 증가한다. 비만은 또한 허리와 무률, 고관절을 혹사시킨다. 남성은 과체중인 경우 무릎이나 고관절 수술 가능성이 176%증가하고 비만인 경우 320%나 증가한다. 체질량지수가 5% 증가할 때마다 심부전의 위험은 41%나 증가한다. 과체중과 비만은 허혈성 뇌졸종을 각각 22%, 64% 증가시킨다. 그리고 비만은 4-8%의 암과 관련한다.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세포가 팽창하는데 그 한계에 도달하면 몸이 이를 손상이라 인지하여 신체 각곳에 염증을 발생시킨다. 항상 염증상태이기에 면역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실제 병이나 암세포에 대응역량이 약화되기에 각 종 암과 병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과체중이면 그래서 10년내 사망률이 20-40% 증가하고 비만이면 200-300%나 증가한다. 

 이렇게 비만이 위험하기에 비만 신약은 하나의 구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GLP-1 신약의 잠재적 위험도 하나 둘 보고 되고 있다. 

 우선 급작스런 감량으로 인한 얼굴과 엉덩이의 처짐 현상이 있다. 그리고 갑상선 암 위험이 있다. GLP-1 수용체가 갑상선에 많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췌장이상이다. GLP-1 작용제는 소화효소를 생상하는 췌장세포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췌장염 유발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위장 마비다. 음식 섭취의 저하로 소화기관이 느려져서 음식물을 소장으로 내려보내기 어렵다. 다음은 근육량 감소다. 급격한 체중감소는 근육량 감소로 이어진다. 만약 근손실이 심각한 노년층이 GLP-1 신약 복용으로 이게 가속화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영양손실도 야기될 수 있으며 GLP-1의 수요증가는 약 공급이 이에 못미칠 경우 가격상승으로 인해 건강상 반드시 필요한 이들이 이것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유사품을 저렴하게 이용해 건강의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다.  

 GLP-1 신약의 다른 효과는 바로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다. 2013년 쥐의 뇌의 측좌핵에 GLP-1을 주입하는 실험이 있었다. 이 부분은 보상중추의 핵심이다. 보상중추는 특정 행위에 쾌락을 주어 생명의 유지와 번식을 가능하게 한다. GLP-1을 주입한 쥐는 정크푸드 섭취는 줄었으나 정상식품 섭취엔 영향이 없었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 쥐에게 GLP-1을 주입하자 놀랍게도 알코올 섭취가 60%나 감소했다. 헤로인이나 펜타닐에 중독된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이는 GLP-1이 생존에 필수적인 욕구는 어느정도 유지시키면서 중독의 치료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GLP-1을 이용한 중독 치료 연구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GLP-1 신약이 인간의 보상시스템 전체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상당히 우려스럽게 제기된다. 보상시스템은 생명유지와 번식 이외에도 그것 이상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간의 욕망과 깊게 관련한다. GLP-1은 이것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사람의 우울증을 증가시킬 수 있고 사회 문화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려 생산성과 문명의 발전 자체를 저해시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3년 유럽 의약품청은 오젬픽에 대해 일부 사용자에게 자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임산부가 복용할 경우 태아의 뇌에 작용해 자녀의 장기적 보상시스템에 영구적 변화를 일으킬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비만 치료 제의 우려로 인해 저자는 또 다른 해결책을 탐색한다. 우선 사람이 탐식하는 이유는 생존과 즐거움, 마음의 위안, 과체중에 대한 심리적 보호 역할, 어릴 때 학습한 음식에 대한 생각과 감정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1950년대만 해도 대부분이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만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미 남성의 70%, 여성의 90%가 불만족한다. 이는 상업적 광고와 소셜미디어 때문이다. 이들은 물건의 판매를 위해 사람들에게 계속 그들이 뭔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런던 세인트 조지 병원의 100명 대상 조사결과 자신의 허리를 25%, 엉덩이는 16%나 더 크게 생각한다. 그래서 긍정적 신체 이미지를 갖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신체로 가능한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로 인해 사람은 걷거나 ,산책하거나, 책을 읽거나, 등산하는등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를 당연시 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신체 이미지는 구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즉 운동을 하는 것인데 축구, 댄스, 농구, 등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일본을 찾는다. 일본은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부유해졌지만 비만해지지 않은 나라다. 일본의 비만률은 겨우 4.5%에 불과하며 심지어 이마져도 매년 0.8%씩 감소하고 있다. 일본음식은 매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한끼에 보통 60-65가지 재료가 들어가며 프랑스 음식은 고작 20개이며 가공식품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음식은 5가지 맛과 5가지 조리법, 5가지 색을 중시한다.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 신맛이며, 썰고, 굽고, 끓이고, 튀기고, 찌는 것, 검정, 흰색, 초록, 노랑, 빨강이다. 이는 영양소의 균형을 확보하는 건강한 방안이다. 일본은 음식가 사회문화 자체가 과식을 매우 어렵게 한다. 이들은 이렇게 먹을 뿐만 아니라 소식을 하는 특유의 풍습이 있다. 그렇기에 평균수명이 세계 1위이며 건강수명마저 그렇다. 요한하리는 일본의 이런 비만과 거리가 먼 음식문화가 하나의 답이라 생각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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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반 공산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서구 진영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면서 세계는 가까운 시일 내에 모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뒤덮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계를 뒤덮은 것은 자본주의 하나 뿐이다. 권위주의 정권은 자본주의 하나만 취사 선택했고 민주주의는 시늉만 냈을 뿐이다. 그리고 굳건해 보이던 서구 진영에서도 이 자본주의로 인해 민주주의가 크게 쇠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후유증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되며 서구사회의 중산층은 제조업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극우주의적인 포퓰리스트들이 각 서구사회에서 득세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이탈리아나 미국의 경우처럼 정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의 자양분은 소위 말하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다. 불우한 처지에 놓인 이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찾기 시작했는데 극우주의자들이 제공한 혐오의 대상이 그 사회 내의 소수자, 이민자, 이들을 품고자 하는 좌파엘리트와 사법기구들이었던 것이다. 

 책 '혐오사회'는 이런 움직임이 아직은 발흥기로 보였던 2016년의 책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는 오히려 악화했다. 책은 혐오의 근원과 그 근거 없음을 보이는데 주력한다. 저자가 독일인이고 성소수자인만큼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많다.

 혐오와 증오는 개인적인 것이거나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단순실수나 궁지에 몰려 나오는 막연한 감정이 아니며 특정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다. 즉, 미리 정해진 양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혐오나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연상과 이미지가 범주화 되어 있으며 이를 평가하는 인식틀이 있고 오래도록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지는 방식으로 훈련 및 양성된 것이기에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다. 

 혐오와 증오는 매우 협소한 시각을 갖고 있다. 혐오와 증오의 대상에 대해서는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다양성이 모조리 제거된다. 그저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상상력의 축소로 이어지는데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감정 이입의 여지가 크게 사라진다. 이런 증오와 혐오의 대상은 그저 무슬람이나 이주자, 흑인, 성소수자에 대한 좋지 못한 관념의 틀에 끼워 맞춰져 그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실한다. 남게 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만들어진 묘사화 평가에만 의존한 축소된 사고 뿐이다. 이로 인해 혐오와 증오가 가능해진다. 

 이런 인식 패턴은 새롭거나 독창적인 것은 아니며 많은 역사적 선례를 갖고 있다. 이렇게 혐오로 구성된 세계에서는 유희적이거나 우연적인 것은 없다. 모든 사건은 모종의 의미와 의심스러운 배후가 있으며 외도가 있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리고 이것들은 자신들의 집단을 해하려는 음모로 해석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몰락과 억압에 대한 구태의연한 옛 이야기를 끌어와 극적으로 표현해 배경으로 깔아두고 그 앞에서 자신들의 사명을 특별히 중대하고 운명적인 것으로 표현된다. 

 이들의 세계는 매우 이분법적으로 자신들이 축소되거나 죽어가는 국가의 시민이며 다른 한 쪽은 자신들의 멸망을 적극적으로 추전히고 있는 사람들이 된다. 그래서 그들을 적으로 삼게 되며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신념과 관념에 대한 외부의 의식과 비판은 결코 논의에 대상이 되지 않는 모순을 보인다. 이런 비판은 유일하고 진실한 투쟁을 이끌어가는 사람에 대한 검열과 억압, 조롱으로 치부된다. 

 작금의 혐오, 증오를 조장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동질적인 것, 본원적인 것, 순수한 것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동질적 국가와 국민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소위 현대국가 성립 시기에 형성된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이 아니다. 이런 헌법적이고 공통의 행동에 기반하는 것 보다는 정확한 기원과 근거를 알 수 없는 종족 및 민족으로 협소히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믿음은 일종의 건국신화를 주장하는 이야기에 뿌리를 둔다. 그것을 과거지향적인 것으로 사회가 같은 가치와 관습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를 생각하고 그 때가 더 참되고, 옳고, 진정하다고 생각한다. 

 성별과 관련하여 본연의 특성이 있다는 생각은 기독교의 상상력을 통해 전승되었고 신의 뜻이라는 표상과 결부한다. 하지만 본연성과 본원성, 순수성은 그 근거가 사실상 매우 빈약하다. 트랜스인이란 타고난 외적 성장과 호르몬의 범위가 본인이 몸소 느끼는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 또는 할당된 소속 성별이 본인이 느끼는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장벽은 매우 높다. 외적인 성별동화 외에도 행정적, 재정적, 정신의학적, 법정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조금 이상하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존재와 성적정체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트랜스인들은 그 모든 것을 인정받기 위해 그 이유를 대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명하고 정당화할 의무가 없다. 독일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성전환법에 의해 자신이 성전환자임을 여러 차례의 감정을 통해 입증받아야 한다. 저자는 이것을 감정이 아닌 신청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S는 증오와 혐오로 가득찬 집단이다. 놀랍게도 이들에게서 눈에 띄는 것은 평등주의다. IS 지하드에 가담하라는 선전 선동을 하면서도 국적이나 신분, 인종도 가리지 않는다 .그저 알 바그다디가 선전한 교리에 충성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자유를 주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 위의 군림을 약속하며 그 안에서는 절대적 위계 관계가 존재하고, 일절의 자유없이 충성해야 한다. 즉, IS는 경계를 없애는 동시에 경계를 긋고, 포용하는 동시에 배제하는 존재다. 이런 모순된 포용성이 자기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역사적 과업에도 동참하지 못하는 유럽의 무슬림에 소구력을 갖는다. 하지만 막상 IS에 들어가게 되면 반개인적이고 권위적인 곳에 속하게 되며 모든 개인의 고유함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견 IS는 무슬림 난민들이 유럽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무슬림 난민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포용적 환영, 유럽에서의 실질적 기회 제공은 오히려 IS에게 상당한 위협이 된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곳에 같은 형식의 증오와 폭력을 분출하기 그것이 일어난 곳과 구조를 찾아서 경제, 사회적으로 개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인간은 보편적 우리에 공통으로 소속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유일무이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에는 복수성이 중요하다. 이것인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를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허용함으로써 자유를 보장한다.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은 동질적이고 본원적이고 순수한 집단을 추구하고 그것이 더 큰 보호와 안정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기에 안정성을 해치고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 물론 세속주의 민주주의가 모든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종교적 도그마나 그것으로 인해 인권을 해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개별적인 다름을 허용하기에 논란이 일어나기 쉽지만 이로 인해 공적 논쟁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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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투자의 정석 - 6,000만 뷰 유튜버 '미주은'의 투자 교과서
최철 지음 / 황금부엉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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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집권으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년 간 상승세를 멈출 줄 모르던 미 증시는 하락세로 확실히 전환한 느낌이고 올초 상승하던 국내 시장도 자동차 관세 폭탄을 맞고 멈춤 상태다. 앞으로의 추세는 상당히 불확실한 느낌인데 그런 의미에서 투자책을 하나 살펴보았다.

 책은 우선 주식 투자의 타이밍을 맞추지 말라고 한다. 주식시장은 상당히 많은 변수가 개입되는 복잡계라 미래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타이밍보다는 다각화된 장기투자법이 더 좋으며 시장에는 웬만하면 머무르는게 더 낫다.

 실제 2003-2022년까지 20년간 1만 달러를 S&P 지속 투자시 64844$의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10일을 놓치면 수익은 29708$, 20일을 놓치면 17826$, 40일을 놓치면 8048$로 이득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손실을 기피해 시장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이런 날짜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머물러서도 안된다. 시장엔 상폐가 되거나 회복하지 못하는 손실을 입히는 주식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 무려 559$까지 올랐던 기업 줌은 주식은 현재 83$에 불과하다. 

 저자는 주식투자의 고려조건으로 4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시장의 크기다. 다음은 시장침투율이다. 특정제품 소비스가 전체 잠재 시장 얼마나 보급되었는가다. 세 번째는 시장 점유율이다. 특정 시장에서 한 기업의 제품 서비스가 차지한 비율이다. 마지막은 성장률이다. 즉, 시장이 매우 크면서도 그 시장의 성장률이 커야하며, 그 시장에서 시장 침투율은 현재 낮고 시장 점유율은 높은 기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년 정도 전의 애플이 그러하다. 당시 스마트폰은 매우 초창기로 시장이 매우 크고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한 애플은 시장 점유율은 매우 높았는데 아직 전화기 시장의 침투율은 낮은 상태였다. 그리고 2023년의 테슬라가 그러하다. 전기차는 시장이 매우 크고 성장율도 높다. 이 시장에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매우 높은 상태지만 아직 전기차의 보급이 미약한 상태였다. 

 다음은 기업에 대한 고려다. 기업은 경제적 해자가 있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브랜드 인지도, 전환 비용, 무형자산, AI시대의 데이터가 기업의 해자로 작용한다. 기업의 PEG도 중요하다. 이는 주가 수익성장비율로 PER/EPS다. 피터린치는 PEG비율 0.5에서 주식을 매수하여 1.5부근에서 매도하라고 하였다. 

 지난 20년간 S&P 500에서 21개의 텐베거 종목이 있었다. 이는 지수 전체의 약 4.2%에 해당한다. 이런 종목을 찾는 것이 주식 투자의 성패인데 문제는 미증권거래소에만 2240개, 나스닥에는 3450개의 종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부석할 만한 도구가 필요하다. 저자는 그런 도구를 추천한다.

 먼저 스마트 머니다. 기관이나 큰 손들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데 이들은 주식 및 기타유가증권 내역을 공개보고해야 한다. 최소 1억달러 이상의 자금은 운용할 때 그렇다. 이런 보고서가 13F 파일이다. 상위 헤지펀드가 가장 많이 매수한 주식은 단기 급등하는데 이것이 구루 효과이다. 13F보고서는 45일 후행이라 현재 보유자산을 반영하진 않지만 큰 손들의 혜안을 얻기엔 충분하다.

 다음은 시킹알파다. 이 플랫폼은 퀸트 시스템으로 수학적 통계적 모델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시킹앞파는 사용자가 2천만으로 일종의 커뮤니티에 가깝다. 벨류에이션, 성장성, 수익성, 모멘텀, EPS 의 5가지 주요 요소로 자신의 투가 종목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시킹알파의 퀸트전략을 따르면 총 수익률이 140%로 이는 S&P500의 66%를 상회한다. 

 초이스 스탁은 100% 한글 미국 주식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이스 스탁은 AI매매 타이밍 서비스도 제공한다. 단순 보유 이외에도 AI매매 신호에 따른 실제 수익률도 알려준다. 메타의 경우 2020년부터 단순 보유의 경우 144%수익이 나오지만 AI매매 신호에 따라 매도와 매수를 했으면 327%의 수익이 나오게 된다. 초이스스탁 AI는 20년간 종목별 벨류에이션 데이터를 분서갛고 종목별 가장 적합한 벨류에이션 계산법을 추출한다. 

 인베스팅 닷컴은 전 세계 25개 거래소의 실시간 데이터와 시세, 차트, 금융도구, 최신 뉴스와 분석을 제공한다. 매월 1억 이상의 방문자가 있고 투자 종목 발굴을 위해서는 유료 소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PROPICKS는 AI기반 주식 추천 서비스다. 이것에 제공하는 테크타이탄 전략은 기술 분야에서 현재 업계를 선도하거나 빠르게 부상하는 15개 기업을 선별한다. 이외에도 S&P500 지수 이기기, 다우지수 이기기, 상위 가치주 전략, 워렌 버핏 보유최고 종목 등의 서비스가 있다.

 팁랭크는 재무책임 엔진을 제공한다. 이는 에널리스트, 금융블로거, 기업 내부자, 헤지펀드 매니져 등 96000명의 금융전문가의 투자 성과와 7만 6천의 개인 투자자가 공개한 포트폴리오 현황과 투자성과 투자 종목을 실시간 확인한다.  

 책에서 중시하는 것은 거시경제 환경 즉 매크로 분석이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금리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차입비용이 증가해 수익이 줄고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하여 주가가 하락한다.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 차입비용이 줄고 수익이 늘며 비즈니스 환경이 좋아져 주가는 상승한다. 

 다음은 채권 금리다. 미국 국채 10년 물은 주식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경제성장과 투자 심리의 지표다. 채권 수익률은 주식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식 가치는 해당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원하기 위해 할인을 적용하는데 이 때 채권 수익률이 바로 할인율이다. 1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이 2%이고 기업의 미래수익이 연간 100$라면 주식 가치는 100달러/0.02로 주당 5000$가 된다. 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5%로 상승하면 100달러/0.05로 주당 2000$까지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이런 효과의 대부분의 수익이 미래에 발생하는 성장주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채권수익률과 주가는 반 비례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채권은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그래서 채권의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경제의 불안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경우 채권의 인기가 높아져 수익률이 하락하지만 주가는 높아지지 않게 된다. 

 통화량은 유동자금은 의미한다. 통화량의 증가는 기업 활동의 확장을 의미하며 이는 주가 상승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과도한 통화량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의 선행지표이기도 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은 미국의 최신 M2통화량 데이터를 제공한다.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도 경제건전성과 소비와 소비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거 PCE다. 이는 미국의 가계가 상품과 서비스에 지출하는 총금액이다. 연준은 PCE를 인플레 주요 척도로 삼는다. 적용범위가 넓고, 가충치가 업데이터 되기 때문이다. 

 GDP는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합산이다. GDP의 성장률은 향후 기업의 수익 잠재력의 지표가 된다. 주식 수익률은 최대 4개 분기 후의 GDP성장률을 예측한다고 한다.

 미국 고용보고서는 매월 발표되는 것으로 실업률, 비농업급여고용, 평균시간당 수입, 노동력 참여율을 포함한다. 6만 가구와 14만 5천개의 사업체와 정부 기관을 조사하기에 다양한 부분의 일자리가 조사된다. 고용보고서는 고용수준이 미 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과 밀접히 관련하고 시간 당 평균 수익의 변화는 임금 상승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 실업률관련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주 1회 보고되며 신규건수와 계속 건수가 있다. 신규 건수의 증가는 경제의 침체를, 감소는 경제의 호전을 의미한다. 

 소비판매리포트는 미 전역 소매업소의 상품 및 서비스 총판매량 측정 월간 지표다. 

 ISM PMI리포트는 신규주문 생산, 고용, 공급업체 납품, 재고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한 지수다. PMI가 50이상 이면 경기 확장, 50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CSI다. 이는 경제성장의 선행지표다. 투자자들은 경제 사이클의 잠재적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소비자 심리 변화를 모니터링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미래지향적 지표다. 소비자, 기업, 금융시장, 정책 입안자들이 예상한 인플레이션 수치다. 기대 인플레가 안정되면 경제와 주가는 상승하고, 변동이 심하면 경제와 주가가 내려간다. 

 AA2 투자자 심리설문조사는 향후 6개월 간 주식시장이 강세, 중립, 약세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다. 과거 평균 수치는 강세가 3.5%, 중립이 31.5%, 약세가 31%였다. 극단적 강세 신호는 시장의 과열 조짐을 의미하고, 약세신호는 매수 시점을 의미한다. 매주 목요일 자정에 설문을 한다.

 공포지수는 VIX다. 이것이 20아래면 평온하고, 20-30이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30을 넘어서면 변동성이 높고 공포가 높음을 의미한다. 

 공포탐욕지수는 7가지 지표를 결합한 것이다. 시장모멘턴, 주가폭, 풋과 콜옵션 비율, 시장 변동성, 안전자산수요, 정크본드수요다. 0이면 극도의 공포 100이면 극도의 탐욕이다. 

 다음은 차트 분석이다. 차트는 위의 요소들과 결합하여 매도와 매수의 시점을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차트의 주연배우는 캔들이다. 캔들은 특정 기간의 주가 정보를 담고 있으며 초를 닮아서 이름이 캔들이다. 캔들의 몸통의 길이는 그날 주식시장의 시작가격과 마지막 가격의 차이다. 그래서 캔들 몸통이 길면 시작가와 종가의 차이가 컸다는 의미다. 캔들의 꼬리는 해당기간 최고가격과 최저가격의 차이다. 차트 아래쪽의 막대를 거래량이다. 길면 거래량이 크고 짧으면 거래량이 작은 것이다. 이동평균선은 주가의 평균적 변화를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추세선은 주식 가격의 전반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이다. 저항선은 주식 가격이 올라가다가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멈추는 지점 연결선이다. 지지선은 반대로 주식 가격이 떨어지다가 더 이상 떨어지지 못하고 반등하는 지점을 연결한 선이다. 그래서 저항선의 돌파는 주식 가격의 상승을, 지지선의 돌파는 주식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거래량이 많은 것은 주식 가격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합의다. 거래량이 적을 때 가격이 변동하면 확인이 부족한 것이다. 건전한 추세는 거래량이 증가하며 가격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높은 거래량을 동반한 하락은 강한 매도 신호다. 

 미국 시장은 정기적으로 조정이 온다. 조정은 고점대비 10-20%의 하락으로 평균 2년에 한 번 발생한다. 그리고 20%이상의 넘는 하락장이 베어마켓이다. 이는 약 4년에 1번 온다. 하지만 미증시는 상승장으로 70%의 기간에 상승하고 30%의 기간에 하락한다.

 이런 변동성에 이동평균선은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을 알려준다. 이동평균선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20일이 단기, 60일이 중기, 120일이 장기로 적용된다. 매수조건은 이동평균선이 단기-중기-장기의 순으로 상방향 배열될 때다. 반대로 매도 조건은 이동평균선이 장기-중기-단기로 역배열 될 대다. 

 이동평균선이 중기-단기-장기의 순일 때는 단기선이 하락전환이면 일부 매도를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중기 장기선이 여전히 상승중이면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중기-장기-단기의 순으로 배열되면 단기선이 장기선을 하향한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상황으로 매도해야 한다. 장기-중기-단기로 배열되면 모든 선이 하락추세로 중기, 장기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해 주가 상승이 어렵다. 장기-단기-중기의 순으로 배열되면 단기선이 상승전환 한 것이지만 아직은 확실한 상승이 아니다. 단기-장기-중기의 배열이면 단기선이 장기선을 상향돌파한 골드크로스 상황으로 상승장의 시작이다. 이 경우 매수를 시작해야 하며 중기선이 장기선을 넘어야 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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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에 따랐을 뿐!? - 복종하는 뇌, 저항하는 뇌
에밀리 A. 캐스파 지음, 이성민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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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은 여럿이 같이 협력하여 살아가는 것이 진화상 이점임을 깨닫고 사회성을 발달시켰다. 그리고 인간의 도덕성은 이런 사회성을 잘 발현하는 도구 중의 하나다. 그래서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며, 상대방을 잘 믿고 협력하며 집단 속에서 폭력성을 자제한다. 하지만 사회성을 위해 인간은 또 다른 도구도 발달시켰는데 바로 집단에의 소속 욕구와 복종이다. 집단에 속하는 것이 생존에 압도적으로 이득이기에 인간은 집단에 속하려 하고 매우 친화적이며 따르는 태도를 보이며 집단에서 인정받을 때 행복을, 반대로 배제당할 때 압도적 불행을 느낀다.  

 여기서 상충 지점이 발생한다. 비도덕적 행동임이 분명한데 이것이 나의 소속 집단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이다. 역사상 그런 사례는 많았다. 십자군 전쟁에서의 학살, 나치의 유대인 학살, 캄보디아에 크메르 루주의 학살, 르완다 학살 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 경우 절대 다수의 인간은 도덕성과 복종의 갈등에서 압도적으로 학살을 선택했다. 

 책 명령에 따랐을 뿐은 바로 이런 지점을 고민하고 연구한 책이다. 학살 현장에서 대부분의 학살 동참자의 변명은 자신은 그저 명령에 따랐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르완다와 캄보디아 학살에 동참한 자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통해 연구를 하며 책을 진행시켜 나간다.

 저자는 우선 사람 행동이 유발되는 3가지 형태로 복종, 순응, 사회적 동조를 제시한다. 동조는 어떤 집단에 발맞추기 위해 개인이 그 의견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복종은 권위 있는 인물의 직접적인 지시나 명령에 의심없이 따르는 것이다. 순응은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요청을 따르는 것이다. 순응과 복종은 구분이 다소 어려우나 그 집단이나 집단 권위자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느냐로 구분한다. 

 밀그램은 사람들이 실험자의 명령에 따를 때 자신의 주체성과 책임을 실험자에게 넘긴다고 파악했다. 이 경우 사람은 생각없는 행동주체로 일종의 대리적 상태가 된다. 사람은 일단 따르기로 하면 뇌가 정보를 다르게 처리하기 시작하며 이로 인해 복종 행위에 대한 책임감과 주체성이 감소하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우선 뇌의 과부하를 막고자 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인간은 대부분의 행동을 자신이 주체성을 가지고 처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이 주체성 즉 의식을 켜놓고 행동하는 경우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거나 위기 상황 등으로 상당히 한정된다. 그 외에 많은 것들은 업무처리 부터 학습까지 상당 부분이 무의식상태, 즉 자동화 된 상태로 처리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에너지 소모 부분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많은 것을 자동화하여 처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집단적 결정에 의하여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고 위계적 존재에 의한 명령은 소속 집단에 대한 자신의 소속감을 높이고 자동화한 결정이기에 인간은 선택하기 쉽다. 

 인간이 집단이나 권위자의 명령을 따를 때 주체성이 감소한다는 증거는 시간 인식에 대한 영향으로 알 수 있다. 인간은 주체성을 갖고 바쁘게 행동할 때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실험결과 전기 충격 누르기 버튼에서 자유선택으로 누르는 경우와 실험자에 의한 강압이 있는 경우 실험참가자들은 자유선택 때가 시간이 길었다고 느꼈으며 강압이 있었던 경우는 시간이 짧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즉, 강압이나 명령에 따르는 경우 주체성이 감소한 것이다. 

 인간이 명령에 복종하여 비도덕적 행동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의 공감 감소 능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언급한 것처럼 사회성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공감능력에 기반한 도덕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공감수준은 의식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경우 통증네트워크의 일부가 활성화하는데 이는 직접적인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고 감정 정서를 유발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인간은 감정적 공감을 줄이고 인지적 공감으로 이를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의사는 자신의 업무 수행을 위해 매일 같이 경험하는 환자의 고통에 대해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않고 인지적으로만 공감한다. 특히 이 같은 공감의 전환은 같은 종의 구성원 보다는 다른 종의 구성원에게 보다 손쉽게 작용한다. 인간은 집단에 소속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로 인해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부정적 편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실험결과 인간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외집단 구성원으로 판명되는 경우 신경적 공감반응이 약화하였다. 

 그리고 사회적 위계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록 집단 간 공감 편향을 커졌다. 때문에 극우정당은 이런 인간의 성향을 이용하여 외집단 소속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분노를 조장한다. 모든 집단 학살정권은 선전을 통해 우리와 그들 사이의 차이를 부각시켰으며 과장하였다. 전쟁이나 집단 학살에서는 가해자들이 표적이 된 인간을 하위 인간이나 짐승 같은 존재로 격하시켰다. 그래서 표적의 비인간화, 다른 집단에 대한 공포주입, 대량학살 정부에 대한 권한의 부여는 집단학살의 주요 매커니짐이 된다. 

 집단학살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책임의 분산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가 자기 책임이라고 분명이 입증되고 자각하는 경우 비도덕적 행동을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의 집단은 많은 위계를 갖는다. 이런 계층적 상황에서 개인의 책임 입증과 부여는 쉽지 않다. 많은 조직에서 명령은 전 지휘 계통에 파묻혀 상관의 것이 다양한 행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는 행위나 명령을 직접 내리는 사람, 중간 계급의 사람, 직접 실행하는 행위자에게 모두 다양하게 나타난다. 중간 계급의 사람은 직접 행위를 내리지도 않고, 직접 행위를 하지도 않기에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하며 책임감도 가장 적게 느낀다. 그리고 행위를 직접 하는 사람은 단순히 명령에 따랐다고 할 수 있기에 그 역시 책임이 분산되어 책임을 적게 느끼고 변명거리가 생겨난다. 놀랍게도 행위를 직접 내린 사람 역시 자신의 명령을 중간계급이나 직접 실행하는 사람이 따르지 않을 수 도 있으며 자신이 직접 비도덕적 행위를 한 것은 아니기에 주체의식이 낮고 책임감을 덜 느끄게 된다. 즉, 조직으로 명령이 하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책임의 분산에 따른 주체성을 약화시켜 비도덕적 행동을 더 잘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집단에 소속하게 되려는 욕구와 외부집단 일수록 공감을 줄이고 전환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집단의 위계를 통한 비도덕적 명령의 전달과 실행을 통한 책임의 분산은 도덕적 인간으로 하여금 집단학살과 범죄를 가능케하는 주요 요인이다. 때문에 저자는 인간이 항상 주체로 놓이게 하고, 외부 집단과 평소 교류를 자주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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