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육과정, 어떻게 만들고 운영할까 - 교육 전문가를 위한 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피드백 일체화의 모든 것
이은총 지음 / 푸른칠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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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부분의 교사는 수업연구 및 교재연구를 한다. 더 나은 수업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배움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는 형국에 가깝다. 연간 1000회가 넘게 행하는 수업은 개별 나무지만 그것이 모인 교육과정은 숲이기 때문이며 그것을 조망하며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배움도 더욱 의미가 있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교육과정이 국가수준에서 주어지고 그것을 구현한 교과서란 공인된 자료가 있기에 이것을 비틀고 고치는 정도로만 연구란게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은 높은 수준의 통일성과 어느 정도 담보된 질을 제공하며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것을 배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전체의 표준을 상정한 것이기에 당연히 지역에 맞지 않고 더 나아간 마을과 그곳에 소재한 학교에 맞지 않으며, 각 교실에 속한 개별학생들에게도 맞지 않다. 때문에 한국은 오래전인 6차교육과정부터 교육과정 분권화를 명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선언전 명시였고 경기도가 2013년 정도에 경기도교육과정을 만들기 전까진 각 시도에서 이런 시도조차 없었다. 하여튼 시대는 많이 변하고 있으며 학생수도 줄고, 창의적 인재의 필요성, 붕괴하고 있는 지역 사회와 인구수 감수로 인해 지역과 학생의 개별성을 담아낸 교육과정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교사 각 개인이 구현해내는 것이 교사 교육과정이다.  

 교사 교육과정은 학생에게 어느 정도 개별성을 부여할 수 있고, 지역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그리고 교육을 학생의 삶과 관련 지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삶과 배움의 연결은 삶의 맥락에서 배우는 수업, 삶에 필요한 것을 배우는 수업,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수업,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하거나 활용하는 수업을 말한다. 학생의 관심과 흥미가 높아져 학습효과를 높이고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설계되었다. 역량은 아는 것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교육을 전환한 것이다. 혁신교육의 바람과 더불어 현장의 많은 교육은 학생중심의 활동형으로 많이 설계되었다. 그렇다보니 지식교육이 다소 도외시 된 부분도 없지 않은데 실제로 PISA 가 측정하는 한국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전체적으로 꾸준히 하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그리 크지 않다. 확실한 부분은 최하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인데 이는 학생중심활동이 기초적인 내용을 집어넣는 강의식 교육에 비해 이들에게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반면 최상위층의 비율은 늘어나 이런 활동 중심의 역량 교육은 최상위권에 더 잘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이도 한다.

 하지만 역량교육이 지식교육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알지 못하면 할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교사교육과정엔 과정중심평가도 중요하다. 과정중심 평가는 성취기준에 기반한였고, 수업 중에 평가하며, 수행과정에 평가하고, 지식기능태도를 아우르는 평가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며, 학습자의 발달을 위한 평가 결과를 활용한다는 관점의 평가다. 흔히, 과정중심평가라는 용어 때문에 총괄평가나 지필평가등을 과정중심평가라고 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위와 같은 점에 주목하며 평가를 한다면 그것도 과정중심평가로 본다. 

 책은 교사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방법으로 백워드 설계를 추천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백워드 교육과정을 염두에 두고 편성되었는데 그래서 내용체계표가 핵심개념, 일반화된 지식, 내용요소, 기능요소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성취기준을 구성하였다. 즉, 성취기준의 중심의 수업을 하게 되면 핵심개념에 초점을 두어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배운 것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수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뒷 부분에 위긴스와 맥타이가 설계한 백워드 템플릿으로 구성한 교육과정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것의 편성이 사실 어렵기에 현장 교사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성취기준 중심의 백워드 설계 방식도 알려준다. 차이점은 작은 교육과정 수립시 복잡하고 여러 전이목표등을 찾지 않고 그냥 성취기준을 찾는다. 성취기준 자체에 어느정도 전이목표등이 들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행과제를 채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수업내용을 채우는 형식이다. 

 이론과 실천이 자세한 책으로 교사교육과정의 실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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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 전쟁의 기원에서 미래의 전쟁까지, 한 권으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
제러미 블랙 지음, 유나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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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는 동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은 생존을 위해 다른 생물을 죽여야 한다. 다른 종의 개체는 주로 먹이로 이용하기 위해 죽이지만 같은 동족 끼리는 자원을 놓고 경쟁하며 죽인다. 인간은 협력하여 집단 사냥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사냥과 전쟁은 인류사 초기엔 잘 구분되지 않았고 크게 분화되지도 않았다. 전쟁보단 아무래도 사냥을 더 많이 했을테니 사냥했을때의 집단 행동과 양식 전술이 그대로 다툼에 이용되었을 개연성도 크다. 

 그러다 사회가 크게 분화하고 커지면서 서로 경계를 맞닿게 되었고 그러면서 전쟁이 사냥에서 본격 분화하며 전문화하였을 것이다. 인간은 전쟁을 위해 진화하기도 하였는데 전투집단 내에서 인간은 강력한 동료애와 흥분 및 고양감을 느낀다. 이는 광범위한 문화권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진화한 심리이므로 인간이 전쟁을 위한 심리적 적응을 했음을 입증한다. 

 무기로는 초기에 석재가 쓰였지만 광석에서 금속을 분리할 수 있게 되면서 청동같은 금속 무기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말은 기원전 4천년경 흑해 부근에서 가축화하여 기원전 1700년경 전차에 활용되었다. 전차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재갈과 바퀴살이 필요했다. 초기 제국들이 커지면서 전쟁은 점차 대규모화하기 시작한다. 전쟁의 대규모화는 식량과 식수, 숙소, 장비의 보급을 요구했으며 이는 고대엔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에 필연적으로 주변 지역 및 피정복민에 대한 착취가 이뤄졌으며 전쟁과는 다른 갈등을 낳기도 했다. 

 중동지역은 비옥한 충적토 덕에 인구부양 효과가 컸고 그로 인해 초기부터 대규모 전쟁이 이뤄졌다. 이 지역에서 철기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히타이트 였지만 그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철기를 제대로 사용하여 중동을 제패한 것은 아시리아였다. 그들은 단호한 리더십과 군사주의 문화, 아슈르 신의 가호로 무장했으며 공성추와 공성탑 등 이전에 비해 매우 뛰어난 공성 능력을 갖고 있었다. 바빌론과 페르시아가 차례로 무너졌고 말 4마리의 중전차로 화력을 강화했다. 

 중국은 북부지역에 대규모 농경이 시작되며 무력 충돌과 국가가 생겨난다. 기원전 3천년경 이 지역에 성벽을 두른 거주지와 금속 무기가 등장했고 2500년 경에 청쯔야에 성벽도시가 생기고 1800년경 상왕조가 등장했다. 중국에서 전차와 합성궁, 청동으로 창끝을 댄 극과 창이 발달한 것이 기원전 2000년 경이다. 한편 서부 변경의 주나라는 유목민과의 교류로 얻은 저차를 활용하여 상을 무너뜨린다. 주나라까지 중국에서는 귀족들에 의한 소규모 전차전투가 주류였다. 하지만 전국시대부터는 석궁과 같은 무기와 대규모 보병 진형에 의한 전투가 시작된다. 무력충돌이 대규모화했고 이로 인해 전차보다는 보병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도 역시 중국처럼 오랜 문명을 가졌다. 기원전 2800년경 인더스 강 유역에 하라파, 칼리방간, 모헨조다로 성벽이 있었고 기원전 1000년경 펀자브에 요새화한 정착지가 나타났다. 인도는 북부와 남부가 크게 다르다. 인도 북부는 기후가 비교적 시원해 말의 번식과 사육이 가능해 기병의 운영이 가능했다. 반면 남부는 열대로 숲이 울창하고 질병이 많아 말이 건강을 유지하지 못해 기병이 없었다. 이는 침략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인도 북부는 북쪽의 좁은 회랑을 통해 침공을 자주 당한다. 아리아인, 쿠샨, 월지, 스키타이, 샤카등이 그러했다. 인도는 지리적 한계로 경작 지대가 원시림에 가로막혀 잘개 쪼개져있다. 때문에 인도는 이러한 경작지를 소유한 소국이 다양하게 많았으며 좀처럼 하나가 되지 못했다. 지금의 인도에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로마는 물리적 군사적으로 광범위한 환경에서 요새나 도로를 많이 건설해 오래가는 군사인프라를 구축한다. 로마는 행군마다 쉬는 곳에 숙영지를 건설했는데 이는 이후 방어와 연락망을 제공하고 향후엔 정착촌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로마는 강했지만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그들은 남부의 삼니움과 상당히 오래 경쟁했고 기원전 250년이 되어야 간신히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차지한다. 이후 스페인 남동부를 두고 카르타고와 경쟁하는데 로마는 해군력이 열세였음에도 빠르게 만회하여 전쟁에서 승리해 시칠리아를 차지하고 주변 두 섬도 얻는다. 2차 포에니 전쟁에선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로마 본토를 침공한다. 그들은 매우 강력하여 대부분의 전투에서 로마의 주력부대를 궤멸시키고 일부 동맹도 와해시킨다. 하지만 한니발의 군대를 강했으나 알프스를 넘어온 만큼 이렇다할 공성장비가 없었다. 여기에 기다리던 지원군과 해상전력은 로마에 의해 차단되었으므로 한니발은 사실상 퇴각할수 밖에 없었다. 

 로마는 포에니 전쟁 승리이후 기원전 36년에 아우구스투스가 시칠리아 해적을 정발함으로써 지중해를 완전히 손에 넣는다. 이덕에 매우 저렴하게 대규모 해외 무역과 식량 공급이 가능해졌다. 로마는 피정복민에게 로마인이 될 기회를 부여하여 현지인은 자기편으로 만들어 국경을 안정화하였다. 

 방어 구조물인 성은 과거엔 피신처였지만 점차 주거지로 변모한다. 석성은 화재에 강하다. 서구는 석재를 주로 사용하였고 동양은 흙, 벽돌, 목재로 성을 지었다. 석성은 화재에 강하지만 내부의 뼈대 구조물은 목재를 사용하였기에 아래를 파서 불을 붙이는 공격엔 붕괴되기 쉬웠다. 13세기부터 성규모와 높이, 복잡성에 증가했다. 궁수, 투척무기, 땅굴의 위험으로 성벽의 높이는 올라갔다. 

 유목민은 스텝의 동물을 전쟁에 이용했다. 이 동물들은 무척 강인하고 황량한 지형에 잘 적응했다. 유목문화의 생활양식은 대규모 경무장 기동전에 필수적인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그들은 이동이 생활이었기에 병참이 매우 효율적이어서 별도의 인원이나 조직이 필요하지 않았다. 유목군대는 소수이기에 인명손실에 민감했고 그래서 정복보다는 약탈과 초토화를 택했다. 농경제국의 변경을 초토화하면 양지역 사이에 완충지가 생겨났고 희생이 적어 효과적이었다. 

 몽골은 칭기즈칸이 나타난 후 호라즘과 사마르칸트, 금을 정복한다. 송을 멸망시킬때는 해자를 잔해로 메꾸고 중동지역에서 들여온 공성병기를 배치했다. 이는 트레뷰셋인데 인력으로 밧줄을 당겨서 쏘는 방식에서 평형추를 다는 방식으로 개선되었는데 이를 몽골이 도입했다. 

 화약은 중국에서 등장했다. 9세기엔 화약 제조공식이 정확해졌고 11세기에는 화약 생산 상설 병기창이 생겼으며 12세기에는 총신을 금속으로 제작하여 무기를 생산했고 14세기 들어 총과 포가 분리되었다. 초창기 공성용 사석포는 포미와 포신 분리형이었고 무겁고 발사후 열을 오랜기간 식혀야했다. 여기에 연철 이음색 부분을 만드는데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었다. 더 발전한 주조기술과 청동, 놋쇠등의 구리합금이나 주철을 사용하면서 대포는 가벼워지고 쓸만해진다. 1420년 서유럽에서는 알갱이 형태의 화약이 개발되는데 이는 구성성분이 잘 배합되고 파괴력을 높였다. 1400년경 질산칼륨대신 황산칼륨을 사용하면서 화약의 수분 흡수로 인해 품질저하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금속주조술의 향상으로 포신과 일체형의 포이가 도입되었다. 포이는 포신을 받치는 돌출부로 대포의 발사각을 조절하고 기동성과 발사속도를 향상시켰다. 

 총은 활보다 관통력이 뛰어났지만 탄알의 보급,, 연사의 어려움, 기후의 영향, 짧은 사거리, 기마에서의 사격의 어려움, 총기 폭발위험등 기존 궁병에 비해 단점이 무척 많았다. 여기에 총병은 궁병보다 명중률 향상에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때문에 총병은 명중률을 높이는 훈련보다는 전체를 집중시켜 전체발사량을 늘려 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달한다. 총병은 장전에 오랜 시간이 걸려 보호를 해줄 창병이 필요해 같이 편성된다. 하지만 17세기 말에 총에 창검을 부착하게 되면서 창병이 사라진다. 18세기 들어 서양에ㅔ는 보병대열이 중앙에서 일제사격을 하고 양익을 기병이 보조하게 된다. 

 화약대포의 등장으로 성벽에도 변화가 생겨난다. 사각형 모양의 능보를 성벽 전체에 일정 간격으로 배치해 성벽에서도 대포사격을 하게 했다. 또한 성벽은 높이가 낮아졌다. 너무 높으면 포의 공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으면 적이 오르기도 쉬워져 적정한 높이를 유지했다. 화약대포는 고지나 비탈의 성격도 변화시켰다. 고지나 비탈은 전통적으로 전투에 유리하다. 적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위치에너지가 있으니 발사무기 및 돌격의 위력이 크게 강화되었다. 하지만 적의 입장에선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화약대포가 생겨나자 노출된 비탈이나 고지를 지키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해졌다. 때문에 현대전에서도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비탈사면뒤에 병력을 숨기고는 한다. 

 근대에 들어서 전쟁에서는 이동과 보급, 통신기술이 중요해진다. 증기선과 통조림, 전신이 개발되며 혁신적인 변화가 등장한다. 군수물자의 개선은 열대에서 효과가 매우 컸는데 통조림과 분유, 연유, 마가린은 냉장기술이 없던 시기에 등장해 열대에서도 식량의 선도 유지 및 보급 규모 개선이 크게 작용한다. 도로나 철도는 군사와 물자의 보급에 매우 중요했다. 이는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이고 자국은 방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신의 보급으로 전쟁에서 정보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중앙이나 사령부에 전달되게 되었다. 

 이 책은 인류초기부터 현대까지의 전쟁을 무기의 등장이나 전술, 주요 전쟁사를 빠짐없이 다루려고 한 책이다. 하지만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고 책이 그리 두껍지 않다보니 매우 빠르고 짧게 한 소재를 다루며 넘어간다. 이 부분이 매우 아쉬운데 뭔가 이야기를 하다 마는 느낌이 들고 전쟁사 전체를 변화시키는 주요 혁신적 변화를 다루는 면이 아쉬웠다. 원거리 무기의 등장, 기병의 등장, 총기의 등장 등은 꽤나 전쟁을 혁신적으로 바꾸었을 것이다. 좋은 점은 모든 전쟁에서 단순히 무기나 전술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조력과 병참 문제의 해결, 그리고 동맹을 잘 다루고 와해하는게 인류사적으로 공통됨을 보이려고 했다는 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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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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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에 달한다. 엄청난 수치이고 이것 때문에 혹자들은 한국의 군인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던가, 우리 국민의 학력이 세계최고 수준이란 헛소리를 늘어놓곤 한다.(남자 대학생 대부분이 군대를 가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우리 나라 대학이 연구기관으로 입학생들을 학자로 만들어주는 곳이라기 보다는 더 나은 취업 조건을 하나 더해주는 곳에 불과하며, 실제로 학문을 할 만한 적성을 가진 인재가 인구 비율 중 저 정도로 높지도 않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의 대학 진학률은 30-40%정도이고 한국도 대학이 지금처럼 마구 늘어나기 전인 80년대만 해도 그 정도 수준의 진학률을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한국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학을 가지만 대부분 취업이 목적이기에 오히려 적은 수가 대학을 가는 외국에 비해 순수학문을 하는 사람이 적다. 이 책의 저자는 천문학자이고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전공자인데 이걸 하는 사람이 국내에서 본인이 유일하단다.   

 저자는 어쩌다보니 천문학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별에 큰 낭만을 느끼거나 천문학에 대한 꿈을 크게 가져서도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길을 가고 선택을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고,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대학원에 박사까지 하게 되었다. 타이탄으로 박사가 된 후, 달로 연구분야를 옮겨 달을 연구했는데 저자가 타이탄의 대기를 전공했다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달에는 대기란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적도부근의 달 토양이 노화되었고 상대적으로 극지방은 그렇지 않았는데 이를 연구하다 달의 크레이터에 주목하게 되었다. 크레이터는 소행성 충돌로 생겨난 것이기에 그 부분 토양은 모두 같은 시점에 생겨난 것으로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양이 가리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연구하다 달의 토양 노후화에 지구의 자기장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음을 밝혀내었고 이걸로 주목받았다. 때문에 네이쳐지에 논문이 실릴 뻔하기도 했고, 주목받는 미래 연구자로 인터뷰를 당하다보니 과다한 관심을 받게 되어 부담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 책은 천문학자의 이야기이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천문학을 양념으로 그것들을 에세이로 풀어가는데 글솜씨가 훌륭하고 재밌다. 본인은 이공계생으로 글쓰기를 잘 하지 못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글을 쓰는 능력이 훌륭하다. 간간히 나오는 천문학 이야기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난 과학을 잘못하고 특히나 달의 위상이나 일식, 월식 등은 고교때 수능을 대비하면서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냥 싹 외웠고 제발 시험에 나오지 말기 만을 바랬던 편이다. 하여튼 재미난 책이고 더운 여름날에 쉽게 읽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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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엔 근무지를 옮겼다. 소규모 조직에서 큰 조직으로 옮기다 보니 이러저런 의견 조율도 쉽지 않았고 의사 결정도 복잡했다. 다만 일을 나눠하니 편한 점이 있긴 했다. 하여튼 상반기에 읽은 도서의 수가 줄었다는 것은 일이 그만큼 더 어려웠다는 확실한 반증이다. 7월까지 간신히 50권을 읽었다. 다년 간의 경험으로 나의 지적 한계와 시간적 여유, 에너지, 독서에 대한 의지의 총합은 연간 100권 정도의 독서량이다. 7월까지 50권이니 올해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문학을 덜 읽은 탓도 있어 보인다. 


인문철학[6권] 

자유론, 지리기술제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후불제 민주주의, BTS와 철학하기, 무엇이 옳은가


미래[5권]

트렌트코리아2022, 세계미래보고서2022,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NFT 사용 설명서, 수소경제


과학[11권]

생명이란 무엇인가, 암흑물질과 공룡, 열두 발자국, 모든 순간의 물리학, 엔트로피,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비만의 종말, 파란하늘 빨간지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애니멀 카인드,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문학[2권]

클레이의 다리, 소마


교육[11권]

로컬에듀,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진로교육, 어린 시민,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트라이앵글의 심리, 우리는 청소년 시민입니다, 초등6년 글쓰기 캠프,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2025 미래교육 대전환, 교실 속으로 간 이해중심 통합교육과정, 


사회[3권]

생명가격표, 좌우파 사전, 언론혐오사회, 


역사[6권]

중앙아시아사,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폭격기의 달이 뜨면, 역사의 역사, 유라시아 역사기행, 첨단*유산, 


경제[1권]

잠깐 애덤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예술[3권]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1, 반고흐 예술의 편지1-2권, 


지리[1권]

지리의 힘 2


경영투자[1권]

나는 대출없이 0원으로 소형아파트를 산다, 


10. 수소경제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류는 기후변화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중냉전과 우크라니아 전쟁,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주춤거리고 있긴 하지만 이번 세기가 재생에너지의 세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기술발전으로 이미 채산성이 탄소에너지 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다. 전기에너지의 최대 문제인 저장문제를 수소가 해결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수소 경제의 원리와 가능성, 문제점등을 현실성 있게 집어준 책이다. 국내저자가 쓴 책이라 한국 상황에 맞게 쓰여져 더욱 좋았다.


9. 세계 미래 보고서 2022

미래보고서 시리즈를 오랜만에 보았다. 우주시대, 로봇과의 동거, 메타버스, 노화의 종말, 기후 위기의 극복, ESG를 큰 주제로 잡았다. 우주자원 채취와 우주쓰레기 수거 산업, 우주 관광산업 등이 등장한다. 로봇과의 동거는 미래로봇이 메타버스를 관리하고 사람과 섹스하고 예술작업을 하는 등 인간의 생활에 크게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은 유전자를 통한 개선, 컴퓨터와의 결합, 가상세계로의 진출로 사실상 죽음을 피하게 된다. SWB라는 재생에너지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세포배양육 및 수직농업이 기후변화 해결의 핵심이 될 것으로 책은 예측한다.


8. 로컬에듀

한국은 중앙집권형 교육을 하고 있는데 로컬에듀는 여기서 벗어나 지역의 교육의 주제와 소재로 삼자는 것이다. 소위 마을교육공동체와 비슷하다. 지역 교육은 학교를 특색화하고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한다. 여기에 학교에 돌봄 및 방과후 등을 지원해 학교가 교육의 본업으로 돌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지역, 학교, 관이 하나가 되어 하나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도 이 체제의 큰 장점이다.




7. 암흑물질과 공룡

공룡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거대한 소행성으로 인해 멸종된 것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선 딱히 설명이 없는데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그 원인으로 찾은 것이 이 책이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데 우주는 완전 균일하지는 않으며 우리 항성계는 때론 암흐물질이 더 많아 소행성이 몰린 오르트 구름대에 섭동이 가해지는 현상을 주기적으로 겪게 된다. 이로 인해 태양계의 중심으로 소행성대가 향하게 되고 과거에 이것은 지구의 표면을 때려 우리가 금속을 손쉽게 얻게 해주었으며 가장 최근엔 공룡의 멸종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6.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요즘 우영우가 유행하며 자폐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지만 사실 원조는 영화 레인맨이다. 그리고 우영우의 자폐인은 드라마의 전개상 어쩔수 없긴 하지만 상당히 비현실적 자폐인이다. 자폐인중 극히 일부만 갖는 서번트 신드롬을 갖는데다가 의사소통 및 공감이 거의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폐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여튼 이런 자폐의 역사를 미국에서 지난 100년간 살펴본 책이다. 최초의 자폐진단, 그리고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지원을 받기 위한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이 담겨 있다. 


5. 좌우파 사전

한국의 좌우파는 갈등이 매우 심하다. 좌파의 우파를 지지하면서도 그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이 책을 봐야할 것이다. 우파는 경제적으론 자유와 불평등을 당연시 하며 성과를 얻기 위한 공정한 게임을 강조한다. 때문엔 교육은 경쟁구도를 선호하며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동정하나 동등한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북한이나 성소수자 등을 부정하며 잘못된 것으로 여긴다. 반면 좌파는 협력을 강조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소수자를 옹호하고 지원하며 사회적 양자를 보호하는데 주력한다. 이들은 승자와 패자가 없는 교육을 강조하며 경제적으로 분배를 옹호한다.


4. 폭격기의 달이 뜨면

2차대전 영국은 주 참가자이지만 상대적으로 독일과 미국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편이다. 하지만 영국이 주춤하던 미국이 참전할때까지 버텨내지 못했다면 적어도 유럽은 나치화 되었을 것이다. 당시 영국의 수장은 처칠로 그를 중심으로 그가 개전 이후 덩케르크의 실패, 그리고 공군력으 강화하여 어떻게 독일 루프트바페의 폭격에 견디며 미국의 참전을 이끌어냈는지를 서술한 책이다. 분량이 상당하지만 소설처럼 잘 읽히며 폭격의 참상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준다.



3. 생명가격표

생명은 마땅히 값으로 헤아릴 수 없으나 우린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생명을 읽게 한 사람에 대해 보상을 치루게 해야한다. 때문에 생명을 돈으로 치는 가격표는 사실상 어느사회나 존재한다. 책은 놀랍게도 생명 자체에는 값을 매기지 않는 현실과 사회의 강자들이 약자의 생명에 대해 얼마나 가중치를 낮게 두는지를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책은 주로 미국의 사례인데 그나마 이들의 보상치는 한국보다 훨씬 높다. 



2. 지리의 힘2

지리의 힘 1권에 이어 나온 2권이다. 1권이 주요 강대국을 다뤄다면 2권은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나라들이다. 호주, 이란, 사우디, 그리스, 에디오피아 등을 다룬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 그리스, 에디오피아는 모두 인접한 편이라 상당히 연관성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말미에 우주를 새로운 지리의 영역으로 편입하고 다루는데 지극히 당연하며 앞서가는 조치란 생각이다. 현재까지의 전쟁과 지리는 어떻게 보면 평면이었는데 우주 시대로 인해 앞으로는 3차원이 된다. 


1. 엔트로피

우주는 엔트로피로 모든 게 설명된다. 작은 점 같은 것에 엄청난 에너지와 물질이 모여있다가 극히 약간의 요동에 펴져나갔으며 역시 매우 짧은 시간에 매우 커진 후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는 물질과 에너지가 질서정연한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의 이전으로 이것이 확률적으로 더 일어나기 쉬운 상태이다. 우주의 모든 역사는 이 진행과정이며 이것이 모두 끝나는 날이 모든 것의 끝이 된다. 인간과 우리 항성계 같이 엔트로피가 낮은 고도의 것들은 이 법칙을 위협하는 것 같으나 실상은 다른 지역의 엔트로피를 더욱 높여 법칙을 위배치 않는다.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고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며 지구라는 닫힌계의 엔트로피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이는 당연히 다른 생물체를 파괴하는 일이 되며 점점더 낮은 엔트로피를 얻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 문명의 발달과 에너지 소비가 다른 문명의 파괴 및 우주의 파괴를 앞당기는 것이라는 견해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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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01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상반기 50권 완독👍👍
하반기까지 50권 읽으신다면
100🖑🖐
닷슈님 읽으신 목록속에 저도 완독한 책이 있네요
8월 찜통 무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

닷슈 2022-08-01 10:52   좋아요 1 | URL
같이 읽은 책이 뭔지 궁금하긴 하네요. 100권은 아무래도 어려울 듯 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물들은 지구에서 협력하며 살아왔다. DNA의 운반기계로서 생명체 하나하나는 그 본연의 목적 때문에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경쟁 만이 방법 같지만 협력은 DNA를 다음 세대로의 전이를 더욱 수월하게 하기에 생겨났고 경쟁 이상으로 성공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협력하는 개체 수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 개체들의 생활양식과 지능이 우수하고 복잡할수록 당연히 협력 방식과 규칙 역시 같이 복잡해지게 된다.

 때문에 인간의 윤리는 복잡하며 절대적이고도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협력이 주는 막강한 진화상의 이점, 그리고 이를 통해 강력한 문명을 갖춘 인간에게 있어 윤리는 앞으로도 없어질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윤리의 목적이 협력을 통해 인간 개체 하나하나의 적응도를 높이는 것이에 이런 본연의 기능은 절대적인 것으로 사라지기 어렵다. 즉, 목적이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도 진화하기에 상당히 가변적인 면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윤리 또한 상대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인간이 환경이 매우 다른 지구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고 여기에 맞추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하게 적응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은 커다른 뇌의 발달로 또 다른 생존 도구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과학 기술은 인간 사회를 상당히 크게 변화시키는데 이 역시 인간의 윤리를 상대적으로 만든다. 

 책 '무엇이 옳은가'는 이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논의다. 책은 이런 점을 불편해한다. 우선 우리가 과거 우리 조상들이 갖고 있던 윤리적 기준과 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200-300년전 노예 제도는 합법적이었고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 노예제도가 사라지고 모든 이가 평등해진 지금 과거 노예 제도를 옹호하고 이를 이용한 사람들에 대해 우린 매우 비판적인데 그들의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그것을 볼 필요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근세의 노예 제도가 주로 비판 받지만 인간은 농경 이후로 상당히 오랜 기간 노예 제도를 유지해왔다. 다음은 우리의 윤리적 자세다.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금의 우리의 과학기술적 한계와 사회문화적 상황에 걸맞는 윤리를 갖고 있으며 그에 걸맞게 생각하고 행위한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것이 미래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그리고 나만의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과 다른 생물에 큰 고통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일회용품 및 탄소친화적 행위를 하거나 육식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우리는 자각할 수 있는데 적어도 이런 행위는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점이다. 과거 노예제가 당연시 되던 사회에서도 한계는 분명하지만 적어도 노예를 인간으로 여기고 대우하려 노력한 소수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책에서 다루는 구체적인 쟁점들을 살펴보면 우선 인간의 탄생과 종의 개선 문제다. 지금은 믿기 어렵지만 100년정도 전까지만 해도 피임은 불가능했고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로 여겨졌다. 그 흔적은 아직도 남아 일부 종교색이 강한 지역에서는 피임을 여전히 허용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시험관 아기도 등장했다. 최초의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을 때만해도 가장 선진적인 서구권에서도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 하지만 막상 이것이 성공하고 그 아기의 지극히 평범하고 귀여운 얼굴이 신문에 실리자 바로 며칠만에 찬성여론이 60%가 넘어갔다.

 향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탄생과 개선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에 걸맞게 우리의 윤리적 기준도 위의 예시처럼 극적으로 변할 것이다. 인공자궁이 탄생하면 처음에 사람들은 이를 거부할 것이다. 뭐라 하긴 힘들지만 최초의 시험관 아기처럼 꺼림직 할 것이다. 하지만 최초의 아기가 아무런 문제 없이 태어난 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시험관 아기처럼 다른 아이와 전혀 다르지 않게 성장한다면, 사실 인공자궁은 장점이 많다. 모체가 각종 약물이나 흡연, 음주를 해도 영향을 받지 않으며 생체 자궁보다 훨씬 안전하기까지 하다. 각종 사고나 모체의 운동, 사회활동으로부터도 안전하며 이로 인해 유산 가능성도 훨씬 낮을 것이며, 변덕이 심한 모체와 달리 필요한 영양분과 물질을 안정적으로 받기까지 할 것이다. 여기에 여성을 장기간의 임신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고 출산으로 인한 고통과 체형의 변형도 막을 것이다. 아마 이로 인해 출산율이 조금은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이상적인 태교는 물론이다. 이런 인공자궁을 두고도 본인과 아이의 위험 및 온갖 단점에도을 무릎쓰고 자연출산을 감행하는 사람들을 미래 세대는 매우 야만적이라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개선도 마찬가지다. 인공자궁이 생겨나면 인간에 대한 조직이 심적으로 기술적으로 더욱 편해진다. 아이의 유전자를 개선해 지능이 우수하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안전하며 위험한 취약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것을 거부하는게 윤리적인 행위일까? 지금은 치명적 손상을 안고 태어나는 장애아동이나 질병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게 되는 것을 누구의 잘못도 아닌 숙명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부모가 과거의 윤리적 기준이나 종교에 집착에 그런 행위를 한다면, 그리고 장애나 질병을 갖고 태어난 자녀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부모를 고소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세기의 말 혹은 적어도 다음 세기엔 인간은 강력한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우주 식민화 세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인간 개조의 필요성을 매우 강력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윤리적 기준도 이에 맞게 변화할 것이다.

 책은 기후변화 문제도 이야기한다. 인간은 지난 100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300ppm에서 400ppm으로 향상시켰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물론 이는 미래 세대에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과거 우리에게 재생에너지는 너무나도 비쌌고, 탄소에너지는 저렴했으며 기후 변화는 이론상으로 이해했지만 체감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는 탄소에너지의 채산성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역시 체감하고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탄소에너지의 사용이 혹독하게 비판받고 있지 않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는 향후 큰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미 그러한 변화가 서구권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축산업도 문제다. 축산업은 그 자체가 큰 온실가스 배출요인이지만 동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구상엔 돼지가 10억 마리 소가 14억 마리 닭이 200억 마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되며 이들을 먹이기 위해 생산곡물의 절반을 사용한다. 80억의 인간 중 소수가 자신의 입맛을 위해 건강에도 그리 좋지 못한 고기를, 그것도 그 동물의 행복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가난한 다른 인간을 먹일 만한 곡물을 사료로 낭비하며 고기를 탐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매우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일 것이 분명하다.  

 놀랍게도 전 세계 재소자의 절반이 중국과 러시아, 미국에 존재한다. 중국인 인구가 많고 국가사회주의 국가이니 그렇고 러시아도 비슷하니 그럴만 하나 민주주의의 총아인 미국은 상당히 이상하다. 더군다나 미국의 범죄건수는 1991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는데도 재소자 수가 줄지 않으니 더욱 그러하다. 이는 미국의 미국의 재소자가 하나의 경제를 이루기 때문이다. 

 미국은 법체계상 판사의 형량 선고에 대한 재량권이 매우 적다. 죄만을 바라 볼뿐 개인의 사정따윈 허용이 안된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소한 범죄에도 10-20년형의 구형이 가능하다. 삼진 아웃제 같은게 있어 경범죄라도 세 번을 저지르면 중형에 처해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마다 법이 다른 문제도 있다. 어떤 이는 마리화나가 합법인 지역에서 그것을 팔고 불법인 지역에 건너갔다가 그로 인해 40년을 복역 중이다. 아마 삼진아웃에 걸린 듯하다. 하여튼 이처럼 죄인의 양산하고 오래 묶어두는 체계인데 이는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우선 지역 보안관은 주 정부로부터 재소자 1인당 매달 25달러를 받는다. 범죄자를 양산하기 위해 노력할만 하다. 거기에 몇몇 통신업체들은 재소자에게 30분 통화에 무려 20달러의 바가지 통화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정부와 재소자 자신, 그리고 그 가족이 부담하는 비용이 무려 1829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은 교도소 재소자를 노동시장에 투입시킨다. 주정부가 소유한 기업에서 임대되어 일을 하는데 시급이 고작 33센트에 불과하다. 이렇게 이득을 보는 집단이 많으니 이런 거대한 악이 허용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 세대들이 이를 어떻게 평할지 안봐도 자명하다. 

 책에는 이것 이외에도 미국의 의료체계와 현대의 전자문신이나 마찬가지인 SNS, 휴대폰 문제, 교육문제, 환경 오염 등도 다루고 있다. 하나하나가 재밌고 다양한 사실과 논점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인간의 윤리는 과학시술의 변화에 따라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몇 가지 변곡점이 될만한 것들이 있는데 우선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인간보다 훨씬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의 탄생은 인간의 윤리를 크게 흔들어 놓을 만한 것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음은 외계생명체와의 만남이다. 언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것을 통해 인간의 종교는 강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리와 조우할 외계인은 역시 협력을 통한 과학기술 문명을 구축하고 역시 나름의 윤리를 갖고 있을 것인데 그것이 아무래도 인간의 윤리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마지막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패권국의 변경가능성이다. 지금의 우리 윤리 기준의 토대는 사실상 지금의 사회를 구축한 서구 중심의 것이다. 그들이 만든 개인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사회 윤리의 핵심토대로 작용한다. 이런 체제가 잘 굴러가게끔 윤리와 법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패권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중국인 개인보다는 공동체와 사회를 훨씬 더 중요시 한다. 그들의 체계가 승리하고 다른 세계가 이를 따라야하는 운명에 처한다면 윤리 역시 그에 걸맞게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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