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회주택 - 당신의 주거권은 안녕하십니까?
최경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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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지난 반 세기 동안 근대화와 더불어 엄청난 도시화를 이뤄냈다. 가족은 핵가족화 되었고, 대개 가장이 제조업에서 일을 했으며, 직장과 산업장이 분리되는 구조였다. 현재 한국의 자가주택거주비율은 55-60%다. 한국정부는 한 때 이를 100으로 만드려 했으나 전 세계 어디에도 그런 나라는 없다. 일단 집값은 차이는 크지만 어느 나라나 비싸다. 땅과 막대한 건축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자가를 가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경제적 이유로 혹은 자신의 생각에 의해 임차를 선택한다. 

 한국은 주거 형태가 또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1995년 자가거주는 53.5%였으나 2019년에는 58%로 늘었다. 하지만 전세는 29.7%에 달하던 것이 15.1%로 크게 줄었고 월세는 14.5%였던 것이 23%로 늘었다. 자가 비율을 조금 늘어나가 전세가 월세로 크게 전환한 것이다. 

 여기엔 도시화율이 크게 관여한다. 도시화율이 증가하면 농민이 도시로 모여들며 신규 주택이 대규모로 필요해진다. 주택 수요도 늘고 건축이 이뤄지는데 다주택자들이 신규주택을 대거 매입하며 이를 세입자에게 공급한다. 하지만 도시화율이 정체하면 신규 주택 건설이 잦아들며, 이 순환이 깨어지게 된다. 

 한국의 전세는 거의 한국만의 유일한 제도다. 한국에 전세가 정착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강제 저축 효과다. 전세 기간이 짧고, 전세 보증금의 상승에 거의 제한이 없었기에 세입자는 전세 기간중 저축을 많이했다. 또한 전세 보증금 자체도 저축이라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주택의 품질이다. 도시화로 신규주택이 계속 공급되고 다주택자들은 이를 사면서 자금의 상당부분을 전세로 충당했기에 전세 주택은 대개 신규인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안정성이다. 전세는 사실 상당한 금액을 채무로 내주는 것이지만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한 과거에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마지막은 사회적 인식이다. 신혼부부가 흔히 특히, 남자가 많이 듣는 말은 자네 전세집이라도 있는가였다. 즉, 한국인은 월세보다는 전세를 갖고 있는 것을 주거면에서 더 좋게 인식했다.

 하지만 이런 전세 시장은 한계를 맞고 있다. 한국민 상당 수가 주거를 전세에 의존하다보니 정부는 1900년대 부터 전세자금보증대출을 시작했다. 이후로 전세자금보증대출이 크게 증가해왔는데 2021년에 이르러서는 그 금액이 180조에 이르렀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와 반전세의 보증금 총액은 1056조다. 180조가 공적자금인 셈이므로 17%에 해당하는데 이 정도의 금액이 우리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서민을 위한 공적 주거 안정자금이 실상은 집주인과 투기자를 배불리는 금액으로 자산시장을 고가로 형성하게 이바지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전세에 대한 대안으로 3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기존의 전세 보증금은 내리도록 임대인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반면 월세로 전환되는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월세 보조를 확대하여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이자와 월세가 비슷하게 만들어 자연스레 월세 전환을 유리하게 여기게 하는 것이다. 비슷하다면 전세는 항상 보증금에 대한 위험이 따르기에 세입자들은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그리고 집주인들에겐 전세자금 목돈 대신 비교적 저리로 대출을 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방안은 환매보증부 지분 공유형 주택의 확대다. 공급자나 공공이 지분의 50% 임차인이 50%를 소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세가 집값의 50%를 넘어가므로 세입자는 자기 집을 전세보다 싸게 마련할 수 있다. 지분획득은 수년에 걸쳐 분할납부하게 되면 자금이 안정적 일 수 있고,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이미 세입자가 지분을 소유하기에 이것을 같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은 사회주택으로 이 책의 주제다. 사회주택이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관련 사회적 경제적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등을 말한다. 사회주택은 유형이 한국의 경우 매우 다양하다. 전대형은 타인의 건물을 전체 임대한 후 개조하여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도시에 버려진 호텔이나 낡은 고시원을 리모델링하여 임대하는 방식이 그렇다. 위탁운영형은 공공주택의 운영관리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다. 토지임대부형은 토지 개발은 공공소유고 건물지분은 사업자가 소유하는 것이다. 공동출자형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분리하지 않고 그 지분은 공공과 사업자가 같이 소유하는 것이다. 자체소유형은 모든 사회주택 사업자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사회 주택의 선진국은 유럽의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가 있다. 네덜란드는 약 300개의 주택협회들이 사회 주택을 무려 240만호를 공급했다. 이는 비율 상은 세계1위에 해당하고, 절대량으로도 3위다. 네덜란드의 인구가 1700만인 것은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네덜란드는 수도 암스테르담에 전체주택의 40%인 19만호를 사회적 주택으로 공급했다. 이런 주요 도시의 사회주택 공급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계층 분리와 슬럼화를 방지해 사회 통합의 주요 물리적 조건이 된다. 오스트리아는 사회 주택이 92만 3천호로 전체 주택의 17%다. 역시 수도 비엔나에 43%의 비중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덴마크는 임대자 전체의 43%이데 그 중 절반이 사회주택을 임대한다. 특이한 점은 임차인이 임차주택을 재임대하는게 제한적 조건하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세 나라는 사회주택과 사회 통합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세 나라는 임대료 체계도 매우 단순한데 주택의 품질이 비례하여 임대료를 책정한다. 물론 좋은 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높아지므로 이에 대한 주거 보조비를 나라가 지급한다. 사회 주택의 공급자도 매우 다양하고, 여러 수요를 만족시키면서도 접근이 쉽고 단순하다. 반면 한국은 공급자가 지방 공기업이나 LH 로 매우 소수이지만 임대료 체계와 입주 조건과 시기가 매우 제각각이다.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도 누가 언제 어디에 입주하느냐에 따라 주거비와 장소, 기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단점이 있다. 

 주거권의 기본 요소로는 안정적 거주 기간과 부담 가능한 거주비가 있다. 사회 주택은 2015년 도입 당시 2년 단위 계약 갱신이 4회까지 가능해 최대 10년의 거주가 가능하다. 또한 2년 갱신마다 최대 5%이내의 임대료 인상이 가능해 예측 가능하면서도 부담이 가능한 거주비를 확보했다. 사회 주택은 계속 거주 뿐만 아니라 적시 이주도 가능해야 하고 안전하고 최소한의 면적과 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사회주택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주체가 건물의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향후 운영까지 책임지게 되면 매우 다양한 형태의 건물과 운영 방식이 조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 과거 한국은 1980년 재정한 택재개발촉진법에 의해 중앙에 의해 대규모 그리고 천편일률적 주택 공급을 단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화율이 정체되고 1인가구와 고령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여 매우 다양한 형태의 주거형태가 요구된다. 때문에 사회주택은 도시와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물리적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의 사회 주택은 단순 주상 복합에서 벗어나 주거와 카페, 오피스 기능과 역할을 결합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유기적 연계와 통합도 같이 하고 있다. 사회 주택은 주거민들 간의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 경우가 많다. 가장 단순한 것은 부엌과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이나 최근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커뮤니티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 주체가 제공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공동체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사회 주택 내 공동체가 활성화 하면 운영 사업자 입장에서도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줄고, 만족도가 높아 공실이 줄며, 주택 관리 비용이 줄고, 주택의 품질이 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사회 주택의 한 예로 유니버셜 하우징이 있다. 이는 성별, 나이, 장애, 국적에 관계 없이 모두가 차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택을 이용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현관, 복도, 엘리베이터, 복도에 이르기까지 휠체어 이용자가 가능한 설계를 한다. 한국은 현재 등록 장애인이 전국민의 5%이며 거동이 불편해지는 75세 이상 고령자가 10%이다. 양자를 합치면 15%에 달하고 양자는 점차 늘어나는 경향이 크기에 유니버셜 디자인은 점점 보편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저런 시설로 인해 주거 면적이 줄어들게 되므로 양자를 적절히 조화하는게 사업성의 핵심이다.

 2022년 10월 건립한 은평구의 다다름하우스는 성인 발달 장애인을 위한 사회 주택이다. 성인 발달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보통의 성인 발달 장애인은 부모에 의지하거나 장애인 거주 시설에 입소한다. 하지만 2019년 기준 서울시의 발달 장애인 수는 약 2만인데 비해 그들을 수용할 시설은 182개소로 720명만 가능하다. 96%가 가족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 주택에는 중간 집도 있다. 중간 집은 병원에선 퇴원했으나 아직 가정에서 정상 생활은 무리 인 사람들이 단기간 거주하는 집이다.

 사회 주택은 도시 재생과 딱 어울린다. 과거 급격한 도시화에 생선된 주택은 천편일률적이고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은 재개발의 시기가 도래했는데 과거 처럼 재개발은 더 이상 경제적 수익이 나질 않는다. 때문에 대규모이든 소규모이든 다른 형태의 재생이 필요하며 사회주택은 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살기 좋은 도시는 다양성과 선택권이 보장되고 편의시설이 구축되어 구성원들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한 주민이 살아야 상권이 건강하게 활성화하고 각종 서비스도 다양하게 제공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도움이 된다. 

 사회경제적 기반의 미래도시는 공동체와 건물, 도시의 3요소다. 공동체는 사람, 건물은 하드웬어, 도시는 철학에 해당한다. 녹색탈탄소로 사람은 지역워킹그룹, 제로웨이스트, 다운 에너지가 필요하며, 건물은 에너지 전환(수소), 친환경공법, 스마트시키가 필요하다. 공동체 관계의 철학으로 사람은 주택협동조합 공동체와 지역 그룹, 돌봄과 세대 간 연결이 건물은 연결의 건축, 돌봄, 제로 에너지 발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에서 사람은 청년 스타트업, 마을기업, 소셜섹터(공유)가, 건물은 공유(교통공간), 유통(도농 1인가구), 금융의료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런 미래 도시를 충족시키는 형태가 사회 주택이다. 즉, 사회주택의 미래 사회의 변화로의 대응(인구나 산업, 문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그리고 끝없이 안정되기를 바라면서도 올라야만 유지되는 집값의 상승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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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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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구조가 좀 독특하다. 크게 2장 정도로 구성했는데 그 전개가 독특하다. 첫 장은 한 아이, 특히 그 녀석이 사내라고 생각하고 이름마저 요하네스라고 정해버린 한 어부 올라이의 기다림이다. 그는 아들의 탄생을 갖가지 걱정과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으며 아들이 자신처럼 강인한 어부라 자랄 것이라 확신한다. 

 두 번째 장은 그 요하네스가 어느 덧 노인이 되어 버린 이야기다. 그는 아내와 7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 중 딸 싱어가 근거리에 살며 늙은 요하네스를 챙긴다. 아내 에르나는 이미 죽었다. 7명의 아이를 낳아줬고, 금슬이 좋았다. 그들은 나이가 들며 각방을 쓴듯 한데 다락방에서 자던 아내가 어느 날 아침 늘 그런 것처럼 내려와주지 않았다. 잠들며 죽은 것이다. 매우 편하고 축복 받은 죽음이지만 죽음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가족과 남편, 본인에겐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쓸쓸한 노년을 보내던 요하네스는 늘 그렇듯 어느 날 아침 일어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몸이 가볍다. 일어나는 것도 쉬웠고, 부담스럽던 담배와 커피도 젊은 날 처럼 잘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행사였던 속을 게워내는 일도 없었고, 늘 자신을 괴롭히던 노르웨이 어항의 추운 날씨도 이상스레 따뜻했다. 그는 바깥으로 나가 마을을 돈다. 마을은 여느 때와 같은 게 분명했으나 모든 것이 여느 때와 이상하리만치 달랐다.

 그리고 친구 페테르를 만난다. 요하네스와 페테르를 서로 머리를 잘라주며 돈을 아끼던 오래된 어부 친우다. 요하네스는 그가 오래전에 죽었음을 알지만 차마 그에게 말하지 못한다. 페테를는 안타까워 보일정도로 늙고 쇠약했다. 그와 이야기하며 요하네스는 어느 새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잊고 다시 생각해내고 또 잊곤 한다. 그러면서 오래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만나고 심지어 젊은 날 관심을 보였던 처자, 그리고 죽은 아내도 다시 만난다. 

 마지막으로 이 이상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딸 싱어를 만나다. 자신을 못본체 지나가려던 싱어를 막지만 싱어는 자신의 몸을 통과해버린다. 한편 딸 싱어는 오늘 유독 바빴다. 그런데 아버지 요하네스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루종일. 그것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불길해 아버지 집으로 향한다. 집에 들어서 인기척이 없고 요하네스는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싱어는 아버지의 죽음을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 침대로 다가가자 싸늘하게 식은 요하네스를 발견한다. 의사는 그가 아마도 새벽이나 오늘 아침에 죽었을거라 한다. 

 결국 요하네스가 느낀 이상한 하루는 자신의 죽은 하루였으며 자신은 싱어가 올때까지 저 세상을 기다리며 죽음이 그리 놀라지 말라고 보내준 친구 페테르와 아내 에르나, 그리고 젊은 시절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책은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 단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안에 그 사람이 살아온 지리하고 고난하며 즐거운 삶이 죽음의 첫 날 응축되어 드러난다. 이런 식으로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은 드러낸 것은 저자의 대단한 점이라 생각된다. 짧아서 굉장히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흡입력 있고 생애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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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에 확신을 더하다 - 여섯 명의 현직 초등교사들이 이야기하는 메타인지 측정 확신평가
강동훈 외 지음 / 북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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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평가는 대입 시험인 수능이 객관식 평가인 만큼 사실상 선다형 평가 문항이 지배하고 있다. 혁신교육이나 IB등 여러 가지 교육 방안이 도입되고 있지 않지만 아직 까지 그리고 앞으로 적지 않은 기간 선다형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이 진학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선다형 평가는 지배적인 것이 문제여서 그렇지 그 자체가 그리 나쁘진 않다. 점수로 학생의 성취도가 수치화 되고 수학 계산 능력이나 고등 사고력이 아닌 단편적 지식의 측정엔 그런대로 쓸만한 도구다. 

 선다형은 고등사고력이나 진짜 실력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문제 외에도 소위 찍기의 문제가 있다. 선다형은 보기가 4개이면 25% 5개이면 20%라는 행운의 정답률이 문제다. 물론 이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의 찍기이고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학생이라면 거의 두 개정도로 답을 좁혀 고민하여 찍기에 정답확률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게 선다형의 최고 문제점이다.

 확신 평가는 이런 선다형 평가의 고민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제시한다. 토니 가드너 메드윈은 1995년 확신평가를 적용하고 연구했다. 확신 평가는 매우 간단하다. 자신이 푼 문제에 대해 확신 수준을 기입하고 그것에 대한 반대 급부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은 자신이 푼 문제에 대해 확신수준은 1-3점 정도로 부여한다. 그리고 채점하여 맞추면 그대로 점수를 부여하고 확신이 강하면서 틀린 경우 큰 마이너스 점수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런 확신 평가로 학생 점수가 부여되면 학생은 요행으로 맞추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되어 선다형 평가의 큰 단점인 찍기에 대한 시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확신평가는 평가결과를 보고 학생의 정의적 피드백이 가능하며, 문제 해결과정에서 학생이 정확히 알고 풀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게 가능하고, 문항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기초적 선다형이므로), 개별 맞춤형 피드백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확신 평가를 학습자 유형을 8개로 분류한다. 1차 평가를 통해 확신도 높고 정답이 높으면 심화 문제를 부여한다. 여기서 심화도 맞추면 완성형 학생, 틀리면 보류형으로 분류한다. 1차 평가에서 확신은 있었는데 정답이 아니라면 동형 문항을 낸다. 이걸 맞추면 과신형, 틀리면 오류형으로 분류한다. 1차 평가에서 확신이 없었는데 정답이라면 역시 동형문제를 낸다. 이걸 해결하면 신중형이되고 틀린다면 행운형으로 분류한다. 마지막으로 확신과 정답이 모두 없었다면 기본형 문제를 제시한다. 이것을 해결하면 기초형으로 틀리면 지원형으로 분류한다.

 확신 평가에서는 완성형과 보류형, 그리고 기초형과 지원형이 적어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즉 메타인지는 있기 때문에 과신형과 오류형, 신중형, 행운형을 진짜 실력에 따라 이 쪽으로 분류하려는 노력을 한다.

 책에는 확신 평가에 대한 예와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웹 등이 소개된다. 재미 있는 평가 방식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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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지방의 역설 - 비만과 콜레스테롤의 주범 포화지방, 억울한 누명을 벗다
니나 타이숄스 지음, 양준상.유현진 옮김 / 시대의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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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다. 탄수화물은 에너지원, 단백질은 몸의 구성 재료, 지방은 에너지의 저장과 체온 보호, 몸의 구성 재료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3대 영양소인데 이 중 사람들이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지방일 것이다. 지금은 조금 분위기가 바뀌어 탄수화물을 먼저 피하고 단백질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지방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는 여전하다. 지방은 기름이기에 심혈관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지방이 지방을 만들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이런 우리의 통념은 거의 반 세기를 지배한 미국의 통념에서 비롯되었다. 


1. 포화지방에서 불포화 지방의 시대로

 20세기 초반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전례 없던 심장병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18-19세기만 해도 심장병을 앓는 사람은 거의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그에 따른 식품, 의학계의 대처가 필요했다. 심장병이 갑작스레 늘어난 이유는 분명치 않다. 농업 혁명으로 식량 사정이 좋아져서 일 수도 있고, 늘어난 평균 수명 때문일 수도 있으며, 환경오염이나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나 술과 담배, 마약 같은 중독 물질의 사용 증가가 원인일 수 도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지목한 것은 앤설 키스라는 사람이 주장한 포화지방이었다. 지방은 수소 원자로 둘러싸인 탄소 원자의 사슬로 구성된다. 사슬 내 이중결합이 하나만 있으면 단불포화 지방산이고, 이중 결합이 두 개 이상인 경우 다불포화 지방산이 된다. 이중 결합은 덜 안정적 구조라 언제라도 풀려서 다른 원자와 결합하기 쉽다. 여기에 탄소사슬이 구부러져 이웃한 사슬과 나란히 있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중 결합 분자들은 성긴 형태로 구성되어 액체상태의 기름으로 존재한다. 반면 포화지방산은 단일 결합 수소 원자로 포화되어 새원자로 결합하지 않고 직선으로 밀도 있게 있어 상온에서 고체 형태를 유지한다. 

 포화지방은 주로 동물성 지방이다. 반면 불포화 지방은 식물성 지방이다. 앤설키스는 심장병과 콜레스트롤과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콜레스트롤은 혈관 내에서 용해되지 않고 단독으로 혈관 안팎을 드나들지 못한다. 이런 내부의 콜레스트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작은 잠수정이 지단백이다. 이 지단백이 운반하는 콜레스트롤의 종류에 따라 HDL과 LDL로 구분된다. HDL 지단백은 동맥 벽을 비롯한 인체 조직의 콜레스트롤을 청소하고 간으로 운반한다. LDL지단백은 콜레스트롤이 동맥 벽에 붙게 만든다.

 콜레스트롤은 동물성 지방을 성취하면 명백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심장병과의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 연관이 미흡했는데 앤설키스와 그를 옹호하는 자들은 이를 밀어붙였다. 여기에 심장협회가 편승했고, 미디어가 가세했다. 그리고 식품업계와 의약업계도 이익을 보고 따라 붙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미국에서 1920년대 식물성 기름이 식품화하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만병통치약으로 권장되었다. 식물성 기름의 소비 상향 곡선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증가했으며 이는 심장 질환의 증가 추세와 일치한다.

 식물성 기름은 1910년 이전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에 이르면 미국은 총 열량의 7-8%까지 상승하게 된다. 식물성 기름은 두 가지 경로로 식탁에 올랐다. 웨슨, 바즐라 같은 브랜드에서 병에 담아 판매한 시판 샐러드용 기름과 조리요 기름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마가린, 크리스코, 쿠키, 크래커, 머핀, 빵, 튀긴 과자, 즉석기품, 프림, 마요네즈 등에 상용한 고체 상태의 기름인 경화유다. 둘 다 건강상 치명적 문제가 있는데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은 가열하면 산화물질이 나와 발암 가능성이 있고, 경화된 상태의 기름은 트랜스 지방을 함유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런 사실은 입증되지도 문제되지도 않았다. 

 식물성 기름은 액체보다는 수소화 과정을 통해 다불포화 지방산을 단단히 만든 경화유 형태로 제조 유통되었으며 그 영향은 수십년 간 이어지게 된다. 1차 대전 당시 미국 정부는 유럽에 동물성 지방은 라드를 수출하였는데 국내 동물성 지방이 모자라자 식물성 쇼토닝의 사용을 권장한다. 그 결과 나라의 요리 책에서 라드와 버터는 거의 사라지고 크리스크와 마가린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의약업계는 콜레스트롤 중 HDL보다는 LDL에 주목했다. HDL은 그 상승을 막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반면 LDL을 내리는 약물은 쉬웠기 때문이다. LDL의 상승을 막는 약물인 스타틴은 2011년에만 9560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HDL은 높은 것 보다는 낮은 것이 문제였다. HDL이 낮은 경우 높은 사람보다 오히려 심장발작의 위험이 무려 8배나 높았다. 하지만 당시 이런 것은 거의 주목되지 않았다.

 사실 반대의 결과는 많았다. 세계에는 동물성 지방을 마구 섭취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에스키모는 거의 동물성 지방만을 섭취했지만 이들은 심장질환은 커녕 이렇다할 암이나 대사 증후군, 퇴행성 질환이 전혀 없었다. 오직 전통세계를 떠나 미국식 식단에 노출된 이들만이 그러한 병에 걸렸다. 아프리카엔 마사이가 있었다. 인근엔 채식주의자인 아키쿠유족이 있었는데 이들은 골격기형, 충치, 빈형, 폐질환, 궤양, 혈액질환등의 질병이 많았다. 반면 마사이 족은 류마티스 관절염 만이 있었을 뿐 매우 건강했고 심장질환이 없었다. 여기에 마사이들은 아키쿠유보다 키는 13cm몸무가넨 10kg이나 많이 나갔다.

 그리고 멀리 갈 것도 없이 19세기 미국인들과의 비교도 가능했다. 구세계나 아시아인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본격적 산업화 이전인 19세기 부터 육류 섭취가 많았다. 이는 미대륙의 광활함과 풍요로움때문이었다. 지천에 널린 게 잡아먹을 만한 동물이었다. 1909년 미 도시인 8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빈곤한 사람이 연간 136파운드에 육류를 먹었고, 가장 부유한 자는 200파운드에 달했다. 심지어 18세기의 흑인 노예조차 150파운드를 먹었다. 현대 미국인들은 육류 제한권장으로 고작 연간 100파운드를 먹으며 그 중 절반이 가금류인 닭이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적색육류의 섭취가 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19세기 심장병 환자는 기록상 매우 드물다. 

 당시 사람들은 냉장 트럭과 선박이 개발 되기 이전이라 신선한 과일을 접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지천에 고기가 많았던 지라 굳이 작물 재배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질 않았다. 실제 당대의 미국인은 영국인보다 육류 섭취가 두 배에 달했다.


2. 지중해 식단의 등장

 포화지방에 대한 경계로 지방을 강하게 경계하는 상황에서 지중해 식단이 등장했다. 여기엔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리스계 안토니오 트로포촐라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지중해 식단이 올리브 유를 듬뿍 사용하여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민들이 심혈관 질환이 낮음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에 해당 지역이 적극적으로 응했다. 이들은 남유럽식 식단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전 세계로 퍼진다면 올리브 유 뿐만 아니라 토마토, 감자, 과일, 채소등의 판매와 이미지 상승으로 커다란 수익이 창출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의 전문가들을 구슬렸다. 아름다운 지중해 지역에서 축제 같은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경비를 제공했다. 그 결과 많은 미국내 과학자, 음식전문가, 기자들이 지중해식을 극찬하기 시작했다. 

 건강 전문가들은 과일과 채소 섭취 외에도 새로운 식이 방법이라 환영했다. 그리고 지중해식 식단은 기존의 미국 건강식단에 비해 맛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지중해식 식단처럼 올리브유를 샐러드와 튀김에 적극 사용하기에 이른다. 오늘날 미국인의 일일단 올리브유 소비량은 1990년 당시의 3배에 달한다. 

 올리브유는 식물성 기름이기에 다불포화지방산이다. 하지만 대두유를 비롯한 다른 식물성 기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기에 조리용으로 적합하다. 이는 장점이다. 올리브유는 혈압강하와 유방암에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입증되지 않았다. 올리브유는 지중해의 강한 햇살에 적응해 색소를 지녀 안토시아닌과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을 함유한다. 하지만 올리브유는 통념과는 다를게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 않다. 올리브유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누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야 지중해 식단에 합류한 것이다. 

 여기에 지중해 식단과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는 증거도 사실상 부족하다. 지중해는 온화한 기후조건에 서로 의지할 대가족 제도, 시에스타 같은 건강에 좋은 조건들이 많다. 그들의 수명을 단지 음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들이 심장질환이 드문 것은 올리브유보다는 식단에 설탕이 적게 사용되기 때문이란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지중해식 식단은 포화지방을 거의 금지해 매우 금욕적이고 제약이 많았던 시대에 맛을 살리는 먹거리로 위안을 주었으며 지방을 먹는 것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를 가져왔다. 또한 올리브유 자체는 언급한 것처럼 산패하기 쉬운 액체식물성 기름에 대한 역사적으로 검증된 좋은 대안이었다. 


3. 트랜스지방 금지의 시대

 동물성 지방의 금지 이후, 식물성 지방이 식품 업계에 공고히 자리 한다. 경화유는 저렴하면서도 다용도이기에 대형식품회사와 동네빵집까지 모두 사용하기 용이하다. 경화유는 지방 결정이 작아 반죽안에 기포가 오래 머물러 폭신한 케이크 제조가 가능하다. 경화유는 수소화를 적게하면 부드러운 형태로 폭식한 식감을 주고, 수소화를 많이 하면 단단해져 초콜릿이나 캔디의 코팅처럼 형태를 잡아주기에 적합했다. 

 과거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 푸드 업체들은 프렌치 프라이를 튀기는데 우지 같은 동물성 기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공익과학센터의 압박으로 1980년대 수지, 라드, 팜유대신 경화대두유가 프렌치 프라이 제조에 사용된다. 

 식물성 기름의 시대가 도래하며 미 대두협회는 강력한 경쟁자였던 열대성 기름을 공격한다. 주 대상은 팜유였다. 말레이시아 팜유는 미국에서 생산한 대두유보다 15%나 저렴해 큰 경쟁자였다. 이들은 열대성 기름의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부분을 집중 공격하여 미국의 거의 모든 기업이 식품에서 열대기름 대신 대두유를 사용하게 만든다. 

 이런 시기에 프레드 쿰머로우란 사람만이 트랜스지방에 대한 7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며 경계한다. 그는 1957년 사이언스지에 첫 논문을 발표한다. 24구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몸 전체에서 축적된 트랜스지방의 발견에 대한 것이었다. 이는 트랜스지방이 완전대사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실제 트랜스지방은 인체세포의 정상적 지방산을 대체한다. 그리고 칼슘흡수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석회화를 유발하여 혈관의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1997년 쿰머로우의 동료인 랜들우드는 기름을 수소화하면 트랜스 지방 외에도 50가지의 인공지방산이 생성됨을 입증했다. 이들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당연히 미지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의 1980년대 트랜스지방의 섭취는 하루 12그램에 달했다. 과거 지중해 식단에 관여했던 하버드의 역학자 월터 필렛은 트랜스지방이 매년 3만명의 심장질환을 야기한다고 기고했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었던 것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가장 먼저 움직은 것은 유럽의 덴마크였다. 이들은 식물성 지방에 대한 경고 신호를 꾸준히 감지하고 있었는데 긴급회의를 열고 세계최초로 트랜스 지방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분위기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되었다. 미 식품 협회는 식물성 지방의 안정성을 알리고자 대규모 연구를 학자 주드에게 의뢰했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당연하게도 식물성 지방의 위해가 입증되는 결과로 나왔다. 결국 미국의 분위기도 반전되어 2006년 1월 1일부터 모든 가공식품의 영양 성분표에 트랜스 지방 함량 표기가 의무화되었다. 

 규정 발표 날 시중 경화유 포함 제품은 무려 42720종이었다. 크래커는 100%, 쿠키85%, 베이킹 믹스는 75%, 칩 모양 스택은 70%, 마가린은 65%, 파이와 초콜릿 칩은 65%가 경화유를 포함하고 있었다. 식품 업계는 편리하고 가공이 편한 고형지방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것이 없으면 가공식품의 생산이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여기에 미 기업은 좋은 대체재인 팜유도 거부한 상황이었고, 동물성 지방은 오래전에 버렸다. 

 업계가 찾은 답은 에스테르 교환 방식이었다. 모든 지방산 사슬은 세 개씩 한 묶음인데 글리세롤이라는 분자가 이 셋을 하나로 결합시켜 삼지창 모양을 만들고 이것을 트리글리세라이드라 한다. 트리글리세라이드는 용해되지 않고 혈액에 존재하는데 그로 인해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에스테르 교환 방식은 삼지창 분자의 순서를 바꾸는 것으로 수 많은 새로운 트리글리세라이드를 생성하나 트랜스지방은 아니기에 법적 문제가 되질 않는다. 현재 이 방식이 트랜스지방의 퇴출 이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초기에 트랜스지방이 그랬던 것처럼 이 것들은 인체에 대한 위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트랜스지방은 퇴출되었지만 액상 식물성 기름은 그대로 사용된다. 식물성 기름의 리놀렌산은 분해되면서 활성산소, 트리글리세라이드, 기타 산화부산물을 배출한다. 산화부산물은 1970년대에 주목받았다. 그 중 하나인 알데히드는 높은 화학적 반응성으로 조기 세포사망을 일으키고 유전자를 손상하며 기본세포기능을 저하시켰다. 다양한 식물성 기름은 튀김에 사용하는 온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산화부산물을 발생한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해결책은 올리브 기름의 사용과 동물성 지방으로의 회귀일지도 모른다고 제안한다. 물론 동물성 지방의 사용은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하는 가축의 대규모 사육과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하지만 저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초래하는 비용과 그 비용은 서로 상충할만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 지방에 대한 편견과 그 근원과 문제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단순 건강책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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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 김누리 교수의 대한민국 교육혁명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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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생각보다 병들어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은 겨우 24%만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59%는 더 벌어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공정한 운동장에서 능력에 따라 배분하는게 옳다는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답니다. 또한 자녀에게 관용을 가르쳐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겨우 45.3%가 찬성했는데 이는 조사 52개국 중 당연히 5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누리 교수는 한국이 이런 정신병에 빠진 야만의 트라이 앵글로 경쟁-능력주의-공정을 말한다. 한국인은 이런 야만을 내면화시켜 약탈적 자본주의와 천민 자본주이에 허덕여 고통받으면서도 그것을 놀랍게도 자신의 무능과 노력 부족으로 치환시켜 내면화해 저항조차 하지 않는다. 이는 에리히 프롬이 말한 정상성의 병리성 현상이다. 

 한국은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데 이렇게 된 이유로 저자는 3가지 정도를 꼽는다. 우선 일제국주의에서 시작한 사회적 다윈주의와 이후 미국의 시장 자유주의의 혼합이다. 둘다 무한한 경쟁을 옹호하는 체제로 이 둘은 한국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둘째는 사회 자체가 너무 불평등해 경쟁이 격렬하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자산을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을 피케티 지수라 하는데 이 값이 높을 수록 자본이 유리하고 노동이 불리한 세습자본주의 사회다. 한국은 이 수치가 무려 9인데 프랑스 혁명 당시 불평등했던 프랑스의 수치가 7.2에 불과하다. 마지막은 한국이 강력한 평등지향적 사회라는 점이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기존 기득권 세력이 완벽히 몰락하였는데 그렇다보니 강력한 평등지향과 경쟁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의 병리에 저항해야하는 사회의 주요 조직 중 하나가 대학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은 그런 일을 하기는 커녕 자본의 시녀로 완벽히 종속되어 있다. 물론 대학이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독재정권까진 대학은 권력에 저항했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대학은 지적 세계의 거주자가 아니라 시장의 소비재로 전락했다. 진리 탐구는 사라지고 기능적 정보만 넘쳐난다. 학생은 취업을 위해 소위 스펙 쌓기에만 열중한다. 그래서 지금의 대학은 학생회가 서지도 않고 온갖 사회 비리와 국제 문제가 터져도 조용하기만 하며 대자보하나 붙질 않는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신문사들이 감히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적 탐구가 아닌 딱 재별이 대학에 원하는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취업률이 얼마나 높냐, 영어 수업은 얼마나 뒤느냐 등의 식이다. 거기다가 자본 권력은 대학자체를 구매하기도 한다. 삼성은 성균관대를, 두산은 중앙대를 매입했다. 그러다보니 교수마저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했고 학생은 자본의 도구로 기능하면서 그것이 어느 순간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자본은 직접 대학을 인수화하거나 대학 평가로 이데올로기를 장악하면서 대학을 탈정치화해버렸다.  

 특히나 한국은 대학의 공영성이 매우 낮다. 대부분의 대학이 사립대학이며, 그 사립대학 마저도 공공의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OECD국가들의 경우 대학재정의 90%이상을 정부재원으로 충당받아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자유로운 학풍을 추구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고작 15%에 불과하다. 자본의 노예가 될 수 없으며 학생에게 막대한 등록금을 부과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과거 이승만의 잘못이 크다. 그는 북한에 맞서 토지 개혁을 단행한다. 유상매수, 유상분배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지주 자본들이 산업자본으로 전환하였다. 다만 학교설립을 하면 땅의 소유권을 유지하고,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였는데 그러다보니 한국이 이처럼 사립학교가 난무하게 된 것이다. 이는 각종 사학 비리와 교육의 자본 종속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 지나치게 공정에 몰두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각종 학벌과 인맥의 부작용을 경험했기에 그에 대한 반발이라 생각된다. 오죽하면 지난 대선의 화두가 공정이었을까. 하지만 공정을 불공정과 특권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공정하기만 하면 그 게임의 패자에겐 막대한 불평등과 차별이 부여되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공정은 사실 정의 구현의 수단이자 과정에 불과하다. 공정은 규칙이지만 정의는 원칙이며, 공정은 상식이나 정의는 철학이고, 공정은 수단이지만 정의는 목적이며, 공정은 시장논리이지만, 정의는 사회의 논리다. 지금 한국에서 이런 기만적 공정을 가장 정당화하는 분야가 교육이다. 공정을 명분으로 기계가 채점하는 수능은 자유와 개성, 사유를 말살한다. 그리고 상대평가로 인해 학생은 경쟁을 하게 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대와 공감을 잃고 인간성을 상실한다. 이처럼 경쟁교육은 한국인을 잠재적 파시스트로 만들고, 능력주의는 헬조선으로 만들었으며, 공정주의는 불평등과 차별의 사회를 고착화한다. 

 저자는 대안으로 독일의 사례를 제시한다. 독일은 2차 대전의 전범국이지만 68혁명 이후, 교육혁명을 이뤄내며 진보적, 도덕적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2015년 시리아 난민을 무려 117만이나 수용한다. 이는 독일의 경제가 튼튼한 덕분도 있지만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관용의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를 시민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은 재집권이 어렵기에 철학이 있어도 시행하질 못한다. 독일은 실제 2017-2019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가로 선정되었으며 2015년 이후 무려 400만의 난민을 수용했는데 이는 전국민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일은 과도한 학습도 노동으로 치부하여 과도한 학습 노동을 법으로 규제한다. 대개 초1-2학년은 하루 30분, 초 3-4는 40분, 5-6학년은 92분, 7-10학년은 120분 이하다. 시험도 1주일에 2과목 이상을 실시 할 수 없으며, 하루에 1과목 이상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대부분의 학교가 1시에서 3시면 수업이 끝나고 오후에 학생들은 영화나, 연극, 공연, 연애 등 철저한 자유시간을 보낸다. 

 독일의 대학 시험은 아비투어는 90%이상의 학생이 합격한다. 독일은 대학 희망 3원칙이 있는데 학생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 원하는 시기의 진학이다. 물론 독일도 국문과, 법대, 의대 등 지원희망을 많은 학과가 있다. 국문과가 인기 있는게 특이한데 독일은 방송, 출판, 언론 등 글쓰기와 관련한 지적 영역이 넓어 이 분야의 직업이 폭넓기 때문이다. 의대의 경우 인기가 많아 대부분 대기 시간이 7년이며 이 정도를 기다리면 거의 대부분이 입학이 허용된다. 그래서 독일엔 어린 대학생이 적은 편이다. 또한 놀랍게도 학과 대기시간이 길수록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다. 

 독일이 이렇게 된 것은 68혁명 때문이다.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독일 역시 전후 자신을 철저히 반성하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진 못했다. 상당한 나치협력자들이 정재계에 가득했다. 하지만 68혁명이후 사회 개혁을 이뤄내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당시 독일은 긴급조치법으로 68혁명을 주도하는 대학생을 대학에 가두었는데, 그들의 영역이 대학내로 제한되며 역설적으로 대학 개혁부터 시작해 사회개혁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독일에 68세대가 있다면 한국엔 86세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독재와는 잘 싸웠을지 몰라도, 이후 제대로 된 사회를 구축하지 못했다. 한국의 86세대는 군부독재하의 비정상사회를 민주정부하의 비정상사회로 바꿨을 뿐이다. 이들은 정치적 정당성을 가진 새로운 기득권이 되어 많은 영역에서 비정상성을 심화시켰다. 86세대는 결국 한국교육의 경쟁주의, 능력주의 우열사고, 권위주의를 척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신자유주의 식으로 왜곡하고 악화시켰다. 

 저자는 교육개혁을 위해 교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실제 독일의 교육개혁과 사회개혁에도 교사의 역할이 지대했다. 독일의 연방의회의 경우 13-15%의 의원이 교사출신이다. 또한 OECD 평균 교사 출신 의원도 10% 정도이며 핀란드가 20%로 최고다. 하지만 한국은 사실상 0명이며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에 대한 사회적 주목이 이뤄지며 이번 총선에서 간신히 2명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한국의 교사는 정치적 권한이 모두 사멸된 상태다. 이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때문이다. 이승만정권은 정권을 위해 교사를 마구 정치운동에 강제 동원하였는데 교사의 정치 중립 의무는 이런 행위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생겨났다. 하지만 박정희가 이것을 악용하면서 정치적 권리를 박탈한다. 저자는 교사는 지적으로 훌륭하고 직업적으로 높은 윤리성을 요구 받는 집단이기에 교사는 이대로 정치적 금치산자로 묶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정치영역에서 사회적 손실이라 주장한다.

 저자는 대학의 개혁을 주장한다. 대학 개혁 방안으로 국가 차원의 대학 재정지원을 주장한다. 그리고 대학 차원의 대학 개혁도 요구하며 교수가 대학개혁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대입시험의 폐지, 대학서열의 폐지, 대학등록금 폐지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 교육의 대전환도 주장한다. 능력주의에서 존엄주의로, 성장을 위한 교육에서 성숙을 위한 교육으로, 경쟁교육에서 연대교육으로, 지식교육에서 사유교육으로의 전환이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 한국의 과제는 인간 존엄성 회복과 사회 정의의 실현이다. 그리고 존엄교육은 능력주의 교육을 대체하는 것으로 자신이 얼마나 존귀하고, 타인 역시 얼마나 존귀한지를 인식하게 하는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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