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일입니다. ..… 나는 다만 사람들의 슬픈 인생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사랑하려 했을 뿐입니다. … 내가 한번 그 인생을 스쳐지나가면 그 사람은 나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그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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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7-06 1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에 사랑을 가득 품고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살다보면 미운 사람도, 관심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페넬로페 2021-07-06 1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 마음 가득 사랑 품고 살아야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그러면 좋겠지요. 요즘은 거의 집에서 칩거하다보니 사람에 대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예요. 이러면 안되는데....말이죠. ㅠㅠ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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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저씨의 옷장에 잘 개켜진 티셔츠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건 무라카미 하루키작가의 문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똑같은 것을 보고, 읽고, 먹더라도 작가들이 쓴 글은 다르다. 약간의 위트와 담백함, 울림, 그리고 관조하는 인생을 노작가의 문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그런 건 이 책에 전혀 없다.

 

무라카미 T'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하루키가 어떤 계기로 티셔츠를 갖게 되었는가만 나열되어 있다. 서문에서 작가의 말대로 값싸고 재미있는 티셔츠가 눈에 띄면 이내 사게 된다고 했는데, 단지 그렇게 모인 티셔츠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티셔츠의 사진들이 있다. 사진이야 예술가인 사진작가가 찍으면 다 그럴싸하다. 이 책에 있는 티셔츠의 사진들도 하나하나 놓고 보면 멋지다. 하지만 이솝 우화에서 나와 있듯 아무리 재주를 잘 부리고 잘난척하는 원숭이도 그저 원숭이가 아닌가? 티셔츠도 그냥 티셔츠에 불과하다마치 화보집이나 사진집 같은 책의 재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서관의 희망 도서로 신청한 이 책을 읽는데 사실 5분 정도 걸렸다. 그 정도로 내용은 빈약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팬으로서 그의 모든 것을 수집하는 독자에게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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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6 08: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넬로페님과 비슷한 생각이 들어요. 하루키는 에세이파랑 소설파로 나뉘거 같은데 전 소설파 ^^ 작가에 대한 애정 없이는 읽기 힘든 작품 같아요~전 그래도 나름 수집중 😆

페넬로페 2021-06-26 09:47   좋아요 5 | URL
저도 소설파인것 같아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작가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들은 이 책 좋아할것 같아요 티셔츠의 사진 만으로도 멋있더라고요^^

청아 2021-06-26 09: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앗! 페넬로페님의 실망이 전해지네요!! 😭 게다가 5분이라니!저는 광팬까진 아니니 안보는걸로? 아님 도서관가서 5분만 볼까요. 그래도 구매하고 실망한것 보다는 훨 나은데요. 헤헷😳😊

페넬로페 2021-06-26 09:48   좋아요 5 | URL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나봐요. 일단 도서관 가셔서 이 책 한 번 보시고 그때 구매하셔도 좋을듯 해요
사람마다 다 책 취향이 다르니까요^^

레삭매냐 2021-06-26 09: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긴가민가하는 책들은
일단 도서관 희망도서로 갑니다.

마음에 안 드는 책들은 패쑤,
하지만 읽었는데 갠춘한 책들은
또 이미 읽었는데라는 이유로
잘 안 사게 되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6-26 10:09   좋아요 3 | URL
ㅋㅋㅋ저의 딜레마와 정확히 일치하시네용!ㅎㅎ

페넬로페 2021-06-26 10:16   좋아요 5 | URL
저도 일단 애매한 첵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어요^^
도서관 책은 웬만해서는 다 읽는데 그러다보니 제가 산 책은 집에 쌓이고 있다는게 문제예요^^

붕붕툐툐 2021-06-26 1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싶었지만‘의 반전에서 빵터졌습니다. 하루키가 벌써 노작가군요~ 제 머릿속에선 처음 알았을 때 그 모습 그대로여서..(상실의 시대가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ㅎㅎ) 세월의 흐름 느끼고 갑니다~ㅎㅎ

페넬로페 2021-06-26 10:21   좋아요 4 | URL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49년생이시니 우리나이로 벌써 73세가 되었어요. 근데 이 책에 나오는 티셔츠처럼 젊은 이미지로 저한테도 계속 남아 있어요^^

2021-06-26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6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1-06-26 13: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5분!!!! 중요한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6-26 14:07   좋아요 3 | URL
네~~ㅎㅎ^^

파이버 2021-06-27 14: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방금 예쁜 티셔츠 없나 인터넷 서핑을 하다 왔는데, ˝티셔츠도 그냥 티셔츠에 불과하다˝는 말씀이 너무 멋있는 명언처럼 느껴졌어요~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셔서 그나마 다행^^;;

페넬로페 2021-06-27 15:08   좋아요 2 | URL
혹시 제 글로 파이버님의 예쁜 티셔츠 득템의 기회를 막은 건 아니겠죠 ㅎㅎ
티셔츠가 일단 편하다는 장점이 있는것 같아요.
도서관 희망도서 제도도 이래저래 장점이 많아 많이 애용하는 중이예요**
 
















<티끌 같은 나>

 

한 때, 대기업의 입사시험과 TV의 퀴즈 프로그램에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라는 단어가 단골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개혁이라는 단어로 소련의 변화를 온 세계에 알렸고, 그것의 다른 이름은 자유라고도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이없게 보리스 옐친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만다. 옐친은 소련연방을 해체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로 국민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었다.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소설집, ‘티끌 같은 나페레스트로이카이후 러시아에서 신흥부자가 늘어나고,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자들의 삶엔 모든 것이 넘쳐나고 안나 카레니나처럼 할 일이 없어 무료함에 지배당한다. 자기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엔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들의 삶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수가 되고 싶어 무작정 모스크바로 상경한 <티끌 같은 나>안젤라는 그 모든 것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지금의 안젤라는 노래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학 한 마리를 잡겠다며 남이 싸 놓은 똥을 치우고 끊임없이 닦고 청소하느라 세월을 낭비하고 있었다. -p75]

 

물론 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런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킬리만자로의 눈이란 말이 좋아 그녀의 꿈도 킬리만자로의 눈처럼 빛나기를 바랬지만, 이 세상의 티끌 같은 그녀, 또는 우리들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쉽게 반짝이지 않는다.

 

소련 연방의 해체로 민족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여러 민족들이 어우려져 사는 곳에서 묵은 감정의 결과로 폭력이 발생하고,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야 하는 러시아 사람도 있다. 중편소설 <이유>에서 마리나 이바노브나 구시코는 다양한 민족이 모여서 사이좋고 평화롭게 사는 다민족 도시인 바쿠에서 산다. 교사인 그녀에겐 떠난 남편과 남매와 애인인 아제르바이잔 사람인 루스탐이 있다. 루스탐은 그 후 결혼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숨긴 채 여전히 마리나를 사랑한다. 그렇게, 그냥 그렇게 살아도 별로 나쁘지 않은 삶이었지만, 페레스트로이카 이후로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아르메니아인을 죽이고 러시아인들에게도 폭력을 가한다.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 애인을 떠나 모스크바로 온 마리나의 삶 역시 녹록치 않다. 그녀 역시 안젤라와 마찬가지로 부잣집에서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 수 밖에 없다. 자식들 역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다들 힘들게 산다. 돈을 가진 쪽은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골라 쓰면 그만이다. 스탈린의 폭정의 희생양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스탈린의 시대를 그리워한다.

 

[왜 다른 이들은 사람답게 사는데 그녀의 자식들만 그 모양일까? ...도대체 그녀가 뭘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러시아 지식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인 누구의 잘못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가 떠올랐다....클라스의 유해가 틸 오일렌슈피겔의 가슴을 두드리듯이 불공평이 그녀의 가슴을 두드렸다....그녀는 1917년 볼셰비키 당원들이 국민들을 혁명으로 내몬 이유를 이해했다. 당시 레닌은 약탈자들을 약탈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금 새로운 레닌이 나타나서 함께 힘을 합치자고 한다면 그녀가 선두에 설 것 같았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소련이여,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p269~275]

 

2편의 중편과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에는 사건과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여러 소설들에 나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친근하다. 우리나라의 주말드라마나 일일연속극에서 다루어지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영상들의 내용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은 빅토리아 토카레바 작가의 말들이다. 인물들의 대화나 생각에 은근슬쩍 붙어있는 그 말들에서 이 소설의 매력이 발산된다. 작가의 설명으로, 소설속의 인물들이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것에서 벗어나더라도 이해된다. ‘위대한 개츠비의 첫 구절이 연상될 만큼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고 평가할 때 그 어떤 잣대를 들이밀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어떤 말엔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하고, 결국 한숨짓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권력에서 밀어낸 옐친에 대한 감정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주책없이 내 친구의 데이트에 끼인 적이 있다. 그때 내 친구의 남자 친구는, 남자들 사이에서 그냥 시시한 농담처럼 옐친 같은 놈이라는 욕을 한다고 그랬다. 그들은 그 후 결혼했고, 암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내 친구 곁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의 남편은 없었다. ‘옐친 같은 놈이라는 말을 가르쳐 준 그 사람은 옐친 같은 놈이 되어 있었다. 내 친구는 마라처럼 저세상에 가 있다.

 

<첫 번째 시도>의 라리사는 마라 앞에만 가면 한없이 약해지고, 초라해진다.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모질게 다짐하며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나면 이상하게 씁쓸함도 느껴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냥 죄책감도 들고 미안함도 있다.

 

어느 곳에서나 사람 사는 모습들은 거의 비슷하다. 가진 것이 없어 티끌 같고 재만 남은 삶일지라도 안젤라와 마리나는 결국 자신의 삶을 산다. 남들이 뭐라 해도 사랑을 선택하고, 과거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킬리만자로의 눈은 다시 빛날 수도, 영원히 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안티포바는 바다가 거대한 슬픔의 접시라고 상상해 보았다. 저마다 자기 숟가락을 들고 자기 몸의 슬픔을 떠 마시면 된다. 몸싸움은 없다. 자리도 충분하고 슬픔도 충분하다. 접시는 크기 때문이다.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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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6-19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잘 쟁여 놓았습니다.

읽던 책들이 정리가 좀 되면
그 때 읽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1-06-19 23:49   좋아요 6 | URL
서재 친구분들이 좋은책이라고 소개한 것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는 재미가 참 좋아요^^
레삭매냐님께서 올려주신 책들도 열심히 천천히 잘 따라가고 있어요~~
감사해요^^

청아 2021-06-19 23: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반짝반짝~♡ 고르바초프 머리에 마치 지도같은
점? 흉터? 있었잖아요. 인상적이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보고 찾아보니 올해 90세네요. 이 작품 읽으면 그 시기의 일면도 읽을 수 있겠어요!
그리고 친구분 얘기 너무 슬퍼요. 힘들때 그러는거 아닌데ㅠㅇㅠ

페넬로페 2021-06-19 23:51   좋아요 5 | URL
네 맞아요~~ 머리에 있는 점이 트레이드 마크였죠.
이 책의 배경이 낯설지 않아 읽기에 좋았어요. 유머도 있어요~~
내친구를 생각하면 저도 항상 마음이 아파요 ㅠㅠ

새파랑 2021-06-20 0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읽으니 새롭네요 ㅎㅎ 한번 더 읽고 싶어지네요~!! 주인공들 성격이 너무 맘에 들었던 책이었어요. ˝엘친 같은 놈˝ 표현은 너무 재미있네요 😄

페넬로페 2021-06-20 00:07   좋아요 5 | URL
저도 재미있게 읽다가 또 살짝 울기도 했네요. 여자들 삶이 너무 힘들어보여서요. 그런것들 다 쓰려니 너무 양이 많아져 그냥 줄였어요~~
이 책이 뜬금없이 추억도 불러 주네요 ㅎㅎ

2021-06-20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0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1-06-20 0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도 이 책 꼭 읽을 책으로 담아뒀네요. 사는게 너무 힘들어 스탈린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었군요. 러시아 여성들은 참 강인한거 같아요. 더욱 기대가 됩니다.

페넬로페 2021-06-20 09:08   좋아요 3 | URL
그당시에 러시아 경제 사정이 안좋아 아마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슬라브 민족들은 강인하고 알콜 중독자도 많고 정열적인거 같아요. 쿨캣님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han22598 2021-06-20 12: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티끌 같고 재만 남은 삶일지라도 안젤라와 마리나는 결국 자신의 삶을 산다˝ ..이 문장을 보니. 요즘 저도 참 그런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하찮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삶이 우리의 삶인 것 같은데. 그런 삶이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것 같다는..으흐흐흐. 그래서 조금 알 것 같아요. 하찮은 삶이어도 괜찮다는 거.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 이책은 이미 제 장바구니에 있더라고요 ㅋㅋ

페넬로페 2021-06-20 13:04   좋아요 3 | URL
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모두가 티끌 같은데, 그럴지라도 자기 길을 가며 자기 식대로 살아야 할것 같아요. 어렵지만 힘내서요 ㅎㅎ

초딩 2021-06-20 1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비슷한 이야기에 정수를 수 놓을 것 같은 말이 있다니 몹시 저도 쟁여 놓고 싶네요. 표지가 예뻐서 몇 분 눈이 갔던 책인데 :-)
그리고 친구분은 안타깝고 그 남편은 참 밉네요 ㅜㅜ

페넬로페 2021-06-20 13:08   좋아요 4 | URL
그 말들에 피식 웃고 안타까워 한숨짓곤 했어요. 그나저나 친구의 남편은 지금 아들래미 데리고 살고 있을텐데 잘 있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다락방 2021-06-26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취향이란 것이 있어 저마다 좋고 싫은 책이 갈리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저를 포함해서 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리뷰 잘 읽었어요, 페넬로페 님. 페넬로페 님 글은 엄청 지적이에요. 전부터 그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

페넬로페 2021-06-26 13:52   좋아요 0 | URL
정말 모두다 이 책을 좋아하시는것 같아요. ‘티끌 같은 나‘라는 제목도 좋구요. 오늘 다락방님의 말씀에 너무 기분이 좋아요 ㅎㅎ
매번 글 쓸때 글쓰기 힘의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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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는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고 난 후,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신은 그들에게 복을 내렸고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니 참 좋았다. 창조주는 자신이 만든 것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신다.

 

자연적이고 신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긴 생명의 창조는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육신에서 질병을 추방하고, 그 무엇보다 폭력적인 죽음으로부터 인간을 영원히 해방시키고자 생명 창조의 연구를 시작했고,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야말로 이상적인 목표였다. 내가 최초로 돌파해 어두운 세상에 폭포수처럼 빛이 흘러들게 만들었기에. 새로운 종()이 생겨나 조물주이자 존재의 근원인 나를 축복하리라. 헤아릴 수도 없는 행복하고 탁월한 본성들이 내 대에 탄생하리라. 나만큼 자식의 감사를 받아 마땅한 아버지는 이 세상에 다시없으리라.] -p66

 

무수한 좌절과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었지만, 멈출 줄 모르는 열정으로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가 무한한 수고와 정성을 들여 빚어낸 결과물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괴물이었다.

 

[사지는 비율을 맞추어 제작되었고, 생김생김 역시 아름다운 것으로 선택했다. 아름다움이라니! 하느님, 맙소사! 그 누런 살갗은 그 아래 비치는 근육과 혈관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발은 출렁거렸고 이빨은 진주처럼 희었지만, 이런 화려한 외모는 허여멀건 눈구멍과 별로 색깔 차이가 없는 희번득거리는 두 눈, 쭈글쭈글한 얼굴 살갗, 그리고 일자로 다문 시커먼 입술과 대조되어 오히려 더 끔찍해 보일 뿐이었다.] -p71~72

 

예상과 달리 괴물처럼 생긴 것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은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줄행랑을 친다. 그에게 남은 건 후회와 회한, 괴물에 대한 저주뿐이었다. 창조자로서의 사랑과 책임은 끝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메리 셸리가 19세에 쓴 놀라운 소설, <프랑켄슈타인>3(월턴, 프랑켄슈타인, 괴물)의 화자로 서술되지만,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반목과 복수, 그에 따른 심리적인 변화의 자세한 묘사이다. 또한 프랑켄슈타인과 펠릭스 가족이 보여주는 지극한 가족 간의 사랑과, 그에 반해 철저히 혼자 고립되고 공감 받지 못한 괴물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고하고 추론하는 동물로 창조되어진 괴물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에게 공감 받고 그들과 유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끔찍하게 생겼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인간들과 창조주에게까지 소외되는 그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복수 3부작에서, 오레스테스에게는 복수에 대한 당위성이 있다. 자신의 아버지인 아가멤논을 죽인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처음에 그는 갈등하지만 행한자는 반드시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제우스의 법칙이기에라고 말하며, 복수를 결심하고, 그들을 죽인다. 그 행위가 오레스테스에게는 정당했지만 그는 복수에 대한 복수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딜레마에 빠진다. 정작 나쁜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있을 때, 과연 그 사람의 분노와 고통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만약 그 분노의 표출이 폭력이나 살인으로 이어진다면 그 순간 그도 가해자가 되며, 그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에서의 괴물역시 자신의 분노로 인해 여러 무고한 사람을 죽인다. 탄생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창조주로 인해 그는 진짜 괴물이 된다. 결국 괴물이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그 누구도 괴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끝가지 괴물의 이름이 없다. 그것은 괴물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프랑켄슈타인 역시 괴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비겁하고, 악랄한 괴물의 다른 이름이다.

 

[아담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기존의 어떤 존재와도 무관하게 창조되었다. 그러나 그의 상황은 모든 면에서 나와 달랐다. 신의 손에서 나온 아담은 완벽한 피조물이었다. 조물주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행복하고 번영을 누리는 존재였다. -p173

 

나는 혼자였다. 아담이 조물주에게 했던 청원이 기억났다. 그러나 내 조물주는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나를 저버렸고, 억울한 심정으로 나는 그를 저주했다.] -p176

 

과학소설로도 분류되는 <프랑켄슈타인>이지만 정작 과학적인 부분에서는 내용의 흐름에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 소설이 주는 강력한 메시지만으로도 그 모자란 부분들은 상쇄된다. 18세기, 과학이 빠르게 발달하는 현실에서 그저 지루한 우기의 밤을 흥미롭게 해줄 괴담을 하나씩 창작하기로 한 데서 시작한 이 소설이 먼 훗날, 후대의 사람들의 현실과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사실을 정작 작가, 메리 셸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울분을 토하는 괴물의 말은 울림이 크다

그에게 친절과 연민, 공감만 주었더라면....

 

[그런데 이것이 부당하지 않은가? 전 인류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나만 유일한 범죄자라는 멍에를 써야 하는가?]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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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2 00: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마어마한 소설이죠? 저도 몇 년전에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어떤 분야나 천재는 있나봅니다. 이런 작품을 19 세에 쓰다뇨!! ㅠㅠ

페넬로페 2021-06-12 00:11   좋아요 5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소설 읽으며 얼마나 생각할 것들이 많았는지요^^
리뷰에 거의 다 못 쓴것 같아요^^

청아 2021-06-12 00: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스토리는 다르지만 저에겐 자꾸만 폭풍의 언덕이 떠올랐던^^*

페넬로페 2021-06-12 00:13   좋아요 5 | URL
아! 그래요?
얼른 폭풍의 언덕도 읽어봐야겠어요~~
전혀 상상이 안가는데 너무 흥미롭네요^^

scott 2021-06-12 00:25   좋아요 5 | URL
저도!🖐
에밀 브론테의
천재의 광기
시대를 앞선 필력을 느꼈삼 3333

scott 2021-06-12 00: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저도 이책 재독 할려고
꺼내 놨는뎅 ㅎㅎㅎ

ヽ(๑╹▽╹๑)ノ

페넬로페 2021-06-12 00:55   좋아요 5 | URL
아! 그러셨군요~~
기대되네요^^

bookholic 2021-06-12 07: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메리 셸리가 불우한 삶을 살지 않았다면 더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을 텐데, 안타까워요...

페넬로페 2021-06-12 09:15   좋아요 5 | URL
네, 메리 셸리가 독학으로 공부해 저 정도의 글을 썼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 시대의 여성들은 왜그리 힘들게 살았는지 안타까워요**

새파랑 2021-06-12 07: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랑 댓글보면 안읽을수 없는 책이군요. 장바구니에 있는데 왜 안샀는지 후회가 되네요. 이번 주말에 서점가야 겠어요 ^^ (언제는 안간것처럼 ㅋ)

페넬로페 2021-06-12 09:17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께서는 아마 이 책을 금방 읽으실것 같아요~~서점 가셔서 좋은 책 많이 만나고 주말 잘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6-12 09:2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로 프로메테우스와 니체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죠?!
과학보다는 철학으로 풀어내는 게 맞을 듯요.
현대지성사에서는 이 책 표지그림으로 아놀드 뵈클린의 <죽음의 섬>을 사용하고 있어요.
의미가 무엇일까를 한참 생각했어요...!
생각한 의미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페넬로페 2021-06-12 10:22   좋아요 5 | URL
이 소설의 좋은 점이 아주 많은것으로의 확장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일거예요.과학으로 출발해 철학으로의 사유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들까지 다 아우를 수 있거든요^^이 책을 읽을때 사람마다 각자의 관점에서 자신이 가장 관심있는 부분이 제일 인상 깊을것 같아요^^
그 모든것이 다 철학적인 접근일듯 해요~~

coolcat329 2021-06-12 09: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을 올해는 꼭 읽어아겠습니다. 미래를 예측한 소설

페넬로페 2021-06-12 10:25   좋아요 7 | URL
이 책은 가독성도 좋아요^^
소설의 짜임새는 조금 허술할수 있어도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저는 좋았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6-12 10: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기억이 새록새록. 저는 어찌나 분노해 읽었는지 몰라요. 이 개~~프랑켄슈타인 하면서요^^;; 메리 셸리는 몰랐겠죠. 이 소설이 후대에 얼마나 큰 나비 효과를 부를지를요. 고전 중 고전이고 영원히 남을 소설이라 봅니다. 마지막 말씀. 공감 백퍼. 친절. 연민. 공감.

페넬로페 2021-06-12 12:02   좋아요 5 | URL
정말 그렇죠! 저도 엄청 열받았어요~~한 번이라도 책임을 가지고 자신이 창조한것을 보살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정말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바람돌이 2021-06-12 13: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2부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것에 저는 속이 시원하더라구요. ^^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도 어쩌면 프랑켄슈타인의 변주인 것 같은데 거기엔 다섯째 아이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려주지 않음으로써 잔인한 폭력성을 더 부각 시킨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페넬로페 2021-06-12 14:19   좋아요 5 | URL
네, 저도 그랬습니다. 2권과 함께 마지막 괴물의 말도 인상적이더라고요. 도리스 레싱의 소설은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어요. <다섯째 아이>도 기회되면 읽어 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1-06-12 15: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에게 친절과 연민, 공감만 주었더라면....˝ - 쾅쾅... 제 가슴에 꽂히는 말이네요.

여러 책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음은 알라딘 서재의 장점... 이 장점을 저는 잘 활용하고 있고요. ㅋㅋ



페넬로페 2021-06-12 18:01   좋아요 5 | URL
정말 똑같은 책을 읽어도 그 감상이 다 다르죠.
그래서 저도 이 서재가 너무 좋아요^^

붕붕툐툐 2021-06-13 0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며 괴물이 불쌍해서.. 생긴 것만으로 판단하고 치부해 버리는 이 사회에 커다란 경종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저 조차도 거기서 완전 자유롭지 못하다는게 함정.. 이 책 정말 좋았어요~👍

페넬로페 2021-06-13 09:16   좋아요 4 | URL
툐툐님 말씀처럼 단지 생긴것만으로 그 어떤 것들도 고려하지 않고 괴물로 취급해버리는 것이 참 안타까웠어요. 책에서 항상, 매번 많이 배워요

서니데이 2021-06-18 2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국 작가가 쓴 만들어진 괴물에 대한 이야기에서 고대그리스시대 어느 집안의 비극을 듣는 것도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6-18 23:15   좋아요 4 | URL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비극과 인간들의 슬픔과 고난은 항상 있어온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금욜밤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1-07-07 16: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축!!
프랑켄슈타인이 선물 주쉼 ^ㅅ^

새파랑 2021-07-07 16:38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리뷰 보고 이 책 읽었어요 ^^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7-07 23:2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정말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감사를 보내야겠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1-07-07 16: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페넬로페 2021-07-07 23:28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당♡♡

mini74 2021-07-07 16: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07-07 23:29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해요♡♡

서니데이 2021-07-07 16: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7-07 23:30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항상 제 서재에 오셔서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청아 2021-07-07 18: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선 축하드려요!!^0^*(엄지척,하트뿅뿅)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7-07 23:30   좋아요 3 | URL
미미님, 고맙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7-07 18: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지두 축하드려요. ~~~~ 바쁜일 끝나셨다니 다시 리뷰 올라오겠네요^^

페넬로페 2021-07-07 23:31   좋아요 3 | URL
행복한 책읽기님!
감사해요~~
이제 열심히 책 읽겠습니다^^

초딩 2021-07-07 2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기쁜 날이네요~

페넬로페 2021-07-07 23:32   좋아요 4 | URL
초딩님, 감사해요^^
정말 기쁘네요 ㅎㅎ

bookholic 2021-07-08 04: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소설로 당선되셔서 더욱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7-08 09:34   좋아요 2 | URL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이 명작을 제가 너무 늦게 읽은 것 같아요. ㅎㅎ

독서괭 2021-07-08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7-08 14:29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감사합니당^^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실낙원」

사랑하는 마거릿 누님, 그러니 이제 저도 뭔가 위대한 목적을 성적할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요? 안온과 사치 속에서 인생을 흘려보낼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제 인생길 앞에 부富가 흩어놓은 그 어떤 유혹들보다 
영예에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아, 누군가 격려하는 목소리로 제가 옳다고 대답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용기와 결단은 확고하지만, 희망은 기복이 심하고 사기도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이제는 길고 어려운 여행을 떠나야 해요.
 이 급박한 여행은 제 안에 있는 불굴의 의지를 모두 발휘하도록 요구할 겁니다.  - P20

손님을 향한 제 애정은 날마다 커져만 갑니다. 경이로우리만큼 존경과 연민을 한꺼번에 자아내는 사람이거든요. 저토록 고결한 인물이 불행으로 파괴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찌 통렬한 슬픔을 느끼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그는 참으로 온화하며 또한 현명합니다. 학식으로 연마된 정신을 지니고 있어 말할 때마다 한 단어 한 단어를 탁월한 기교로 선택하되 거침없고 비길 데 없이 유창한 달변을 자랑합니다.
- P35

어서 와라, 빅토르 암살자에 대한 깊은 복수심이 아니라 
평화와 관용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오너라. 
우리 마음의 상처가 곪지 않고치유될 수 있도록 말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비탄의 상가에 들어오너라. 
하지만 원수에 대한 중오가 아니라 널 사랑하는 이들에대한 애정만 품고 와야 한다.
통한에 잠긴, 사랑하는 아버지가.
- P94

우리는 쉰다. 꿈은 잠의 독을 푸는 힘을 지녔다.
우리는 일어난다. 방황하는 생각 하나에 하루가 오염된다.
우리는 느끼고, 사고하고, 추론한다. 웃거나 흐느낀다.
어리석은 괴로움을 껴안거나, 근심을 쫓아버린다.
똑같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내 떠나는 길은 여전히 자유로우니.
인간의 어제는 결코 내일과 같지 않으리니,
변하지 않고 남는 것은 무상뿐!*, - P129

"악마!" 나는 외쳤다. "감히 내게 다가오겠다는 말이냐? 이 팔이 그 흉측한 머리에 가할 맹렬한 복수의 일격이 
두렵지도 않으냐? 어서 꺼져.이 더러운 벌레! 아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내 발길에 짓밟혀 먼지가 되어버려! 
아, 네 비참한 목숨을 끝내버리고 네놈이 그토록 사악하게살해해버린 희생자들의 목숨을 살릴 수만 있다면!
"이런 반응은 예상했다." 악마가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흉물을 저주하지. 그러니 살아 있는 그 어떤 생물보다 비참한 나를 얼마나 증오하겠는가! 
하지만 당신, 내 창조자인 당신이 나를 혐오하고 내치다니. 나는 네 피조물이고,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죽음을 맞지 않는 한 끊을 수 없는 유대로 얽혀 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감히 당신이 이렇게 생명을 갖고 놀았단 말인가?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그러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간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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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6-08 2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망은 기복이 심하다는 문구가 제게 꽂히네요. 희망이 있어서 좋다가도 희망이 있으면 실망이 생기기 때문에 아예 희망을 갖지 않고 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페넬로페 2021-06-09 00:38   좋아요 3 | URL
희망은 기복이 심하다라고 표현한 작가가 대단한것 같아요. 어쩜 이리 멋진 표현을 할 수 있는지요. 희망이 주는 실망감을 많이 체험해 사실 희망을 갖기가 좀 두렵지만 그래도 인간인지라 또 희망을 갖는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1-06-10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엔 공포영화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덜 무섭고 대신 조금 더 심각한 기분이 들어요.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좋은밤되세요.^^

페넬로페 2021-06-10 22:43   좋아요 1 | URL
네 프랑켄슈타인을 읽기 전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읽고 나서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소설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