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리커버, 영화표지)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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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 놓은 건지 모르지만 옛 친정집 책장에는 김성종의 추리소설 5이 꽂혀있었다. 제목의 의미도 모르면서 무심코 그 책을 읽기 시작했고 너무 재미있어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의 나이가 몇 살쯤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간간이 나오는 야한 장면을 읽기에는 조금 어렸었던 것 같다. 살인청부업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은 건 그 소설이 처음이었는데,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냉혹한 킬러 B에게 그만 홀딱 빠져버렸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B는 언제나 제거해야 할 대상보다 한 발 앞섰고, 항상 주어진 임무를 성공시키는 킬러였다.

 

16세에 일을 시작해 지금 64세가 된 조각은 킬러 B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움직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고 조금만 무리하면 관절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는 물리적 노화가 시작된, ‘신체적 노화가 노력을 추월할 속도가 된 노인의 신세가 된 것이다. 상품화 되지 못해 버려지는 과일인 파과에 더 달고 깊은 맛이 있듯, 이 업계에서 레전드가 된 조각도 그동안 쌓아 온 숙달된 경험으로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다.

 

해충대신 쥐와 벌레 같은 인간 방역을 목표로 하는 에이전시 신성방역의 세계는 보통 사람이면 잘 모르고, 별 관심도 갖지 않은 곳이다. 소설 파과는 여기에 소재를 두어 일단 독자의 관심을 끈다. 거기다 다 늙은 여자 킬러가 주인공이라면 더 흥미롭다. 소설 여러 장면에서 조각의 생각으로 서술되는 노화의 단상이 사실적이라 공감이 간다. ‘조각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거기에 조각의 욕망과 허무가 들어있다. 소설적 서사로서는 썩 괜찮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소설의 진행도 좋다. 다만 소설적 맥락에서 식상했고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살인청부업자는 선과 악, 둘 중 하나의 편에 서서 임무를 완수해야한다. 설사 세상의 정의를 위해 악을 제거한다 해도, 그것은 선의가 될 수 없다. 그들이 사용하는 살인이라는 도구는 그 어떤 이유라도 정당하지 않다. 한 번의 살인으로 깨끗이 정리되는 것은 인간이 사는 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다. 살인은 살인을, 죽음은 죽음을,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벌레 같은 인간들이지만, 그들은 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의 출발은 불행을 기반으로 한다. 태생적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원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열다섯에 식모살이를 시작해 스승 류의 필요에 의해 희생자로 선택되고, 뜻밖의 소질 있음으로 살아남은 조각이 갈 수 있는 길은 방역업 외에는 없었다. 그런 조각의 출발은 동정을 얻을 수 있지만 살인병기로 길러진 조각의 그 이후의 삶은 그녀의 선택일 뿐이다.

 

조각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인청부업자가 된 투우는 조각을 쉽게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조각이 노련미에서는 앞서지만 투우의 실력으로 봐서 조각은 그에게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우는 어릴 때 잠시 동안 조각과의 인연으로 사람의 따스함을 느껴버렸다. 역시 출발이 불행했던 투우는 조각과는 다르게 이 연을 끊어버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조각보다 투우가 훨씬 더 인간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역시나 조각과 투우에게 중간은 위험했고 그들은 그것이 없는 삶을 선택한다.

 

소설 파과의 존재는 알았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민규동 감독의 영화가 상영된다는 소식이 없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를 볼까, 소설만 읽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를 먼저 볼까, 아니면 소설을 먼저 읽을까도 고민이 되었다. 일단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러 갔다. 소설은 끝까지 쉬지 않고 읽힐 정도로 재미있었다. 강 선생의 아버지를 죽이라고 한 의뢰, 강 선생의 딸인 해니를 투우가 납치하는 설정, 마지막 투우와의 결전에서 총으로 다섯 명을 조각이 제거하는 것은 조금 식상했다.

 

민규동 감독은 영화의 영어 제목을 ‘The old woman with the Knife’라고 정했다. ‘칼을 든 노파라는 말이 조각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영화 파과의 여러 포스터 중 조각의 뒷모습만 보인 이 포스터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시작과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그저 조각이 끝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좋았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죽을 수도 있고, 결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조각도 알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겠는가?

 

소설을 읽고 나서 본 영화는 이해가 잘 되어 좋았다. 소설과 영화가 서로 방해가 되지 않고 조화가 잘 되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대화나 행간을 민규동 감독이 잘 살린 것 같았다. 지루하지 않게 박진감도 있었다.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본 사람은 나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커피를 들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내 옆에 모녀가 앉아 있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끝까지 내 옆의 엄마는(나와 연배가 비슷해 보였다.) 시종일관 사람 죽이는 잔인한 장면에서 놀라서 탄식하고 얼굴을 가리면서 안타까워하며 영화 보기를 힘들어 하였다. 계속 악, ! 하며 소리를 내었다. 반면 나는 커피를 마시며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영화를 즐기며 봤다.

 

분명 나도 전에는 잔인하고 무서운 영화를 못 보던 사람이었다. 영화 아저씨추격자를 보면서 거의 반을 눈 감고 있었다. 그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사람 때리고 죽이는 영상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보게 되었다니. 결국 나에게도 중간이 없어지는 것인가?

 

조각 역을 맡은 이혜영배우가 멋졌다. 연극에 출연하신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완전 매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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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25-05-20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일로 영화를 아직 못봤네요. 소설과 영화가 서로 조화가 된다니 꼭 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5-05-20 14:10   좋아요 1 | URL
저는 괜찮더라고요.
생각보다 관객수가 적어 영화 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지루하지 않게 봤어요. 조각과 투우의 감정신도 잘 살린 것 같더라고요^^

레삭매냐 2025-05-20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무척 재밌게 봐서 영화도
승승장구할 줄 알았는데...

요즘 영화시장이 워낙 다운이라
그런진 몰라도 영화 성적은 아
쉬워 보이네요.

페넬로페 2025-05-20 14:36   좋아요 1 | URL
소설과 영화에서 약간 식상한 전개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관객들은 더 재미있고 강렬한 것을 원하는 것 같아요. 저는 투우와 조각의 인간적인 면이 좋았어요.
그만하면 액션신도 괜찮았고요^^

새파랑 2025-05-20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쟁이 페넬로페님은 영화보다는 책 먼저군요~!! 책도 좋고 영화도 좋군요 주말에 영화를 한번 봐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5-05-20 14:47   좋아요 1 | URL
보통 서로 방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좋았습니다.
조각역의 이혜영 배우도 너무 잘 어울렸어요.
새파랑님께도 즐거운 영화관람 되시길요.

책읽는나무 2025-05-20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셨군요?^^
소설 읽은 직후엔 영화 넘나 보고 싶었는데 며칠 지나니 흥이 가라앉았고 영화 보면서 대부분 소설을 못따라가 실망한 적 많아서 영화관 가길 포기했었어요.
근데 소설만큼 영화도 괜찮다고 하시니 또 슬며시 땡기네요.^^
전 전공의 드라마를 보면서 신시아 배우를 처음 보았는데요. 조각 어린 시절의 배역은 신시아 배우가 맡았다고 하던데 러블리한 신시아 배우가 어떻게 연기했을지 좀 궁금하네요. 특히 <파쇄>소설은 신시아 배우 생각하면서 읽게 되더라구요.
이혜영 배우님은 안봐도 연기가 멋졌을 것 같아요.
투우도 참 안됐단 생각이 들던데 결투씬을 어찌 찍었을지… 궁금해 하다가 페넬로페 님 말씀처럼 궁금했던 장면이 나오면 사람 죽이는 장면에선 그냥 눈 부릅뜨고 스크린 볼 것 같아요.ㅋㅋㅋ…소설을 읽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싶습니다. <추격자>는 와…완전 충격적인 영화로 기억에 남아있어요.ㅋㅋ

페넬로페 2025-05-20 22:43   좋아요 2 | URL
이혜영배우가 신동엽의 짠한형에 나와서 ˝영화 보고 싶다고 하면서 막상 영화관에 안 보러 올거죠˝하면서 팩트를 날리더라고요. 그래서 양심상 보러 갔어요. 방구석 1열에서 민규동 감독도 많이 만나 반가웠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신시아 배우가 전공의 보다는 파과에 더 어울리더라고요.
파쇄 읽으면 마음 아플 것 같아요.
김성철 배우도 워낙 연기 잘하잖아요.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노화 현상이 어찌 그리 공감되는지요 ㅋㅋ

서니데이 2025-05-20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파과>영화 보셨군요. 저는 원작 소설은 아마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출간 초기에 앞 부분 읽고는 어딘가 두었던 것 같아요. 얼마전 영화 소개를 보니까 조각 이미지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영화 재미있으면 저도 보러 가고 싶네요.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5-05-20 22:45   좋아요 1 | URL
원작을 재미있게 읽어 영화 보러 갔어요. 원작보다는 조각 이미지가 좀 더 절제된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는데 영화가 글보다는 압축적이라 그런 것 같았어요.
서니데이님도 굿밤 되세요^^

자목련 2025-05-21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지만 내용이 구체적으로 생각이 나지 않아요. ㅎ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는 OTT에 올라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신시아 배우는 <마녀2>에서 보았는데 저도 슬기로운 보다는 <마녀2>나, <파과>에서의 역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5-05-21 14:48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재미있게 주욱 읽게 되는 책은 금방 잊히더라고요
ㅎㅎ
아마 곧 영화가 ott에 올라올 것 같아요. 마녀 내용을 잘 모르는데, 한 번 봐야겠어요^^
 
가벼운 우양산 - 고흐 아몬드 꽃 피는 아몬드 나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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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선물한 알라딘의 우양산! 봄꽃이 지기 시작하고 푸르름이 피기 시작하는 공원 산책길에서 기쁘게 우양산을 펼친 좋은 사람~~햇살을 받은 아몬드 나무 아래에서 한껏 멋을 낸 인상파 화가의 여인보다 더 빛이 난다!! 고흐 그림이라 더할 나위 없지만, 뼈대가 조금만 더 튼튼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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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5-19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아름답네요 역시 반고흐......페넬로페님 월요일 잘 보내시고 한 주 잘 시작하시길요!

페넬로페 2025-05-19 16:34   좋아요 1 | URL
고흐작품이라 더 예쁜 것 같아요.
서곡님께서 한 주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요.
세월이 정말 빠르네요, 어휴^^

독서괭 2025-05-19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예뻐요~~ 몇년전에 산 알라딘우양산 아직도 잘 쓰고 있는데 괜히 탐나네요 ㅋㅋ

페넬로페 2025-05-19 16:36   좋아요 1 | URL
저는 프루스트 우양산 있었는데, 고장이 나서 버렸어요. 이번에 고흐의 밀밭도 있는데 그것도 탐이 나더라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5-05-20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우양산 몇 개를 사봤는데 우산 뼈대랑 손잡이가 덜렁거려 좀 부실한 듯하여 그게 좀 아쉬웠어요.
우양산 그림들은 참 예뻐서 좋긴한데…
고흐의 아몬드 나무 그림도 넘 이쁘네요.
미술관 굿즈샵에서 늘 탐내던 명화 우산 못지 않습니다.

페넬로페 2025-05-20 22:48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좀 더 튼튼하게 만들면 좋겠어요. 우산 경사면 처리도요.
미술관 굿즈는 꽤 비싸 그저 알라딘 굿즈에 만족하려고요 ㅎㅎ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팬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보여주는 능청스러운 진지함때문이다.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와타나베는 연극사 2‘ 강의를 같이 듣는 미도리를 대신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녀의 아버지를 간병한다. 처음 만난 미도리의 아버지에게 와타나베는 부담감과 서먹함을 없애려고 이런저런 말을 건넨다. 날씨 얘기로 시작해 연극사 2‘에서 배우고 있는 에우리피데스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대해 설명해준다.

 

[에우리피데스 아세요?

그 사람 연극의 특징은 이것저것 마구 뒤엉켜 꼼짝도 못 하게 돼 버린다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이런저런 사람이 나오는데 그 모두에게 각각 사정과 이유가 있고, 모두가 나름대로 정의와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 탓에 모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져요.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카오스 상태에 빠지고 말죠.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이게 정말 간단합니다. 신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교통정리를 하는 거죠.배후 조정자 같은 거라고 할까요.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돼요. 이것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합니다.

-p.323,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길지만 이 문장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대해 이렇게 쉬우면서도 간결하게, 머리에 쏙 들어오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이 하루키 소설의 매력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 소설의 어떤 다른 부분보다 에우리피데스에 대한 구절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보통사람 같으면 처음 만난 사람, 그것도 친구의 아버지에게 지금 배우고 있는 고대 그리스 비극에 대해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진지하게 말한다. 그런 와타나베를 멍하니 쳐다보는 미도리의 아버지에게 그는 피스라고 말하며 어색함을 모면한다.

 

둘은 오이도 나눠먹는다. 오이를 먹으며 와타나베는 생명의 향기를 운운하며 엉뚱하게 오이예찬도 한다. 결국 미도리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인정한다. 와타나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에 진지한 의미를 두어 지금 생을 찬란하고도 거룩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것이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미도리의 아버지는 5일 후에 세상을 떠난다. 그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세상은 신의 개입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오이의 아삭거림으로 삶은 가볍고 경쾌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편히 눈을 감았을 것이다. 와타나베 덕분에.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하루키에 의해 진하게 각인된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이제서야 읽었다. 현존하는 그의 작품은 19편이다.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2에서는 이온’, ‘오레스테스의 결말에 전형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사용된다. 여러 가지 갈등이 연속되다가 거의 마지막에 신이 등장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이 장치가 단지 연극적 기법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인간의 삶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인력(人力)으로 할 수 없어, 운명이라 받아들이는 일들도 허다하다. 어쩌면 신이라도 나타나 뭔가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염원이 이 속에 들어있는 건지도 모른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아니더라도 그리스 비극의 상당 부분에 신이 등장한다. 절대자인 신에 복종하고 신탁에 따르는 행위는 그만큼 고대인의 삶과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험난하고 위험했다는 의미이다. 한편으로 인간의 이기심이나 욕망을 실현시킬 도구로 무수히 신의 이름을 도용하기도 한다. 여러 신전의 사제들이 정확하지 않은, 우물거리는 말로 신탁을 전하면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고 적을 지옥으로 몰고 가는 방향으로 그것을 해석했다.

 

에우리피데스는 헬레네를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게 서술한다. 그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으로 파리스는 헬레네를 트로이아를 데려갔고 그리스 연합군은 헬레네를 데려오기 위해 트로이아로 출정한다. 에우리피데스는 트로이아로 간 헬레네는 환영이고 실제 헬레네는 이집트로 갔고, 헬레네의 기지로 남편 메넬라오스와 무사히 그리스로 돌아온다는 다른 버전을 가져온다.

 

그리스 연합군의 수장인 아가멤논 가()의 비극과 복수는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복수 3부작'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에우리피데스 역시 이 소재로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아가멤논 가의 비극은 사실 선조 때부터 시작되었지만, 결정적 원인은 아가멤논의 딸인 이피게네이아가 그리스 연합군의 출정을 위해 아르테미스 신전에 제물로 바쳐져야 한다는 설정이다.

 

아가멤논은 정치적이면서도 개인적인 딜레마에 빠지고 결국 딸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정한다. 이에 앙심을 품은 그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승리하고 캇산드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아가멤논을 죽인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 부부의 아들과 딸인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가 엄마인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죽이는 복수가 되풀이된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등이 아가멤논 가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이 트로이아 전쟁에 관한 것이어서 결국 이 소재와 연결된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이 비극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의 여러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는 것도 많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그런 의도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을 것이다. 이 기법이 현대의 막장 드라마 결론처럼 황당하거나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비극적 고리와 인간의 광기를 끊는 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만약 이러한 장치가 없다면 인간들은 끊임없이 연결된 악연에 의한 폭력에 시달릴 것이다. 과감하게 끊고 매듭지어 새롭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당위성은 지금 현재에도 절실하다.

 

[아폴론이 헬레네와 함께 기계장치를 타고 무대 뒤편의 높은 곳에 나타난다.

 

아폴론; 메넬라오스여, 그대는 날이 선 분노를 무디게 하라.그리고 손에 칼을 빼 들고 여기 이 소녀를 위협하고 있는 오레스테스도 내가 전하러 온 말을 명심해 들어라.

 

오레스테스; 오오, 예언의 신 록시아스이시여,

하지만 결론이 좋으니, 그대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오레스테스’, 1625~1670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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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와 지금 살고 있는 서울 말고 가장 많이 가본 도시가 부산이다. 비교적 고향과 가까워 친척들도 많이 살고, 부산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친한 친구가 있어서였다. 부산의 가장 큰 매력은 대도시에 멋진 바다가 떡하니 있다는 사실이다. 전쟁 때 피난민들이 조성한 문화도 남아 있어 한 도시에서 여러 버전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시리즈는 로컬에서의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담겨 있다. 클릭 하나로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은 이런 책을 잘 읽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에 대한 여러 추억을 기록하고 싶다는 바램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또한 직접 거주한 사람만이 그 도시의 문제점을 정확히 체감할 수 있다.

 

5명의 작가가 광안, 남포, 기장, 서면, 해운대에 대해 서술한 부산은 구경할 곳이 많은 도시이다. 해운대와 광안리로 대표되는 바다는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하다. 부산의 도심은 도로가 넓은 편이 아니라 좁고 복잡하다. 부산에서 택시를 타면 좁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기사들의 운전 실력에 멀미를 할 수도 있다. 성급한 기질로 인해 아무리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해도 무시당하고 만다.

 

 

삼촌(아버지의 동생)이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숙모는 부산에서 남매를 키우며 수예점을 운영하셨다. 혼자서 장사를 하고 아이들을 챙기려면 힘들었을 텐데 숙모는 여름방학 때마다 둘째언니와 나를 부산으로 초대해주셨다. 같이 바다로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커다란 검정 튜브에 모두 매달린 채, 오는 파도를 기다리다 힘껏 지금 타자라고 외치며 파도를 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부모님과는 조용한 여행을 다닌 반면, 성격이 대범한 숙모와는 활기차고 더 재미있게 한여름의 피서를 했던 것 같다. 연로하신 숙모님이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



 

 

 

 

 

 

 

 





이번엔 부산은 여행서로서 굉장히 좋은 책이다. 부산 추천 코스를 비롯해 김해, 양산 통도사, 남해 독일 마을 등 근교 여행까지 소개한다. 중요한 부산 여행 코스는 거의 수록되어 있어 알차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부산을 만들었다!’라는 여는 글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부산은 다채로움을 만날 수 있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바다는 물을 가려 받지 않고, 하늘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산은 아낌없이 내어 준다는데 부산은 이 행복 3종 세트를 모두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가진 것이 많아서일까? 부산에는 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여유와 배포가 있다.

-p.4]

 

 

지난 연휴에 친정 식구들과 오랜만에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에 다녀온 지 10년도 더 된 듯하다. 나와 달리 큰언니와 형부는 정식으로 하는 부산 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해운대를 중심으로, 국제시장과 광안리, 기장까지 부산의 좋은 곳을 다니며 즐겁게 여행했다.





해운대는 낮과 밤의 풍경 둘 다 좋다. 마침 해운대 모래사장에는 해운대 모래 축제에 대비해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쌓아 올리는 과정과 비결이 궁금했다. 모래를 사용하는데도 굉장히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이 신기했다.



 기장의 해동용궁사는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큰 사찰이었다. 바닷가에 면해 있어 경치는 좋았지만 관광지를 활용한 너무 조악한 모습들이 많았다. 외국인 관광객은 대개 만족하는 것 같았다.



전에 바람돌이님께서 미포철길을 다녀오셨다는 글을 읽고 이번에 꼭 그곳에 가고 싶었다. 미포를 출발해 청사포, 구덕포, 송정 해수욕장까지 해안선을 따라 걷는 산책길이 좋은데, 큰언니의 무릎이 좋지 않아 해변열차를 탔다. 해변열차를 타고 바라보는 경치도 멋졌다.




아난티 부산의 서점도 가볼 만 했다. 마음에 들게 잘 꾸며진 서점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 앉아서 조용히 책을 보거나 커피를 마실 분위기가 아니어서 아쉬웠다.



평소 부산의 모모스 커피의 원두를 주문해서 집에서 마시는데, 이번엔 해운대에 있는 모모스 카페를 다녀왔다. 카페 라떼를 마셨는데 커피와 우유의 비율이 적당했다. 특히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보통, 락토프리, 무지방중 하나로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해운대의 센텀 시티와 마린 시티는 보기에도 부가 집중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바닷가에 죽 서 있는 거대 고층 빌딩(아파트)은 그냥 그 자체로 사람을 압도한다. 그런데 만약 그곳에서 불이 나거나, 영화 해운대에서처럼 지진해일이라도 몰려온다면 어떻게 하는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무섭다.

 

[해운대 중심 정치의 자충수는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더베이101’엘시티. 더베이101은 도심 야경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마린시티 프리미엄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술과 음식을 즐기거나 사진 찍는 것이 핵심 콘텐츠인 장소다. 홍콩의 야경을 즐기거나 광안대교의 불빛을 즐기는 것과는 다르게,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가 내뿜는 불빛이 관광요소가 됐다는 건 그리 반가운 그림은 아니다. 부산 지역민들은 우스갯소리로 부잣집 배경이 즐길 거리가 된 도시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p.115, ‘그래서,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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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5-10 2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부산 좋습니다~!! 최근에 부산쪽으로 이사와가지고 자주 다니는데 넘 좋더라구요. 아난티 서점 너무 고급스럽고 좋던데 ㅋ 모모스 커피는 영도? 쪽도 좋습니다~!!
이 책 궁금하네요~!!

페넬로페 2025-05-10 23:55   좋아요 2 | URL
앗, 새파랑님, 이사 하셨군요.
부산이나 주변에 갈 곳이 많아 좋을 것 같아요.
담엔 영도쪽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이기대도 산책하고 싶고요.
이 책은 엄청 작고 내용도 많지 않아요~~
부산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읽어 봐도 좋을 듯 해요^^

잉크냄새 2025-05-11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산에 친한 후배가 살아 일년에 한 번 정도 부산을 갑니다. 제가 산북도로를 접한 산동네를 좋아하는 이유로 일년에 하루 정도는 둘이서 오르막길을 하루 종일 걷곤 합니다. 도시를 싫어하는 저에게도 부산은 매력적인 곳입니다.

페넬로페 2025-05-11 10:25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여행은 항상 일정이 빠듯해 여러 곳을 둘러보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부산에 가면 또 다른 곳으로도 가고 싶어요^^

서곡 2025-05-11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라테가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일요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5-05-11 14:07   좋아요 1 | URL
프랜차이즈 카페의 알바생들이 성의없이 부어주는 우유와는 정말 다르죠?
커피와 우유의 비율도 좋았어요.
서곡님께서도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요^^

희선 2025-05-11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친정 식구들과 부산에 다녀오셨군요 즐거운 시간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어릴 때 부산에 살았지만, 어릴 때 떠나서 잘 모르기도 하네요 지금 제가 사는 곳도 잘 모르는군요 책방 멋지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5-05-11 18:26   좋아요 0 | URL
희선님께서 부산에 사신 적도 있으시군요. 일찍 떠나와도 그곳에 적을 둔 적이 있다면 정이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책방 좋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5-05-13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산 여행 즐거우셨나요?^^
해운대에도 모모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페넬로페 님의 페이퍼에서 발견하다니 신기합니다.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인가 보군요?
영도쪽 모모스 한 번 가봤었는데 테이블이 많지 않고 복잡해서 커피만 사들고 나온 기억이 있어요. 부산 동래쪽 모모스도 들렀었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부산의 인구가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구요.
해동 용궁사는 옛날엔 참 좋았었는데 몇 년 전 한 번 들러보았을 때 예전 느낌이 안 나서 좀 놀랐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암튼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부산 다녀가셨다니 괜히 반갑네요.^^

페넬로페 2025-05-13 05:20   좋아요 1 | URL
네, 여행 좋았어요.
숙소가 한화콘도였는데 모모스 마린시티점이 가까이 있더라고요. 크기가 작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았어요. 조금 알려진 곳은 언제나 웨이팅에 사람이 많더라고요. 국제 시장의 이재모 피자도 한 시간 기다렸고요. 약간 알려져 있는 곳은 sns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그냥 피자맛, 빵맛인데 알려져 있어 기대가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기장 대변항에서 먹은 멸치회 무침과 찌개가 더 맛있더라고요. 이맘때쯤 손수 멸치액젓 담그시던 엄마도 생각났고요.
이름난 관광지라도 별나게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지 않고 수수해도 사람이 많이 갈텐데 왜 그리 만드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해동용궁사가 딱 그랬어요 불당 앞에 서 있는 신녀같은 사람도요 ㅠㅠ

저도 부산에서 책나무님도, 바람돌이님도 생각나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5-05-13 10:16   좋아요 1 | URL
이재모 피자집도 다녀가셨군요?
유명한 곳은 다 다녀가신 듯 합니다.ㅋㅋㅋ
우리 동네는 이재모 피자집 같은 곳이 없어서인지 울집 애들은 한 번씩 이재모 피자 먹고 싶대서 정말 피자 먹으러 아침부터 씻고 준비해서 대도시로 이동해서 갑니다. 처음엔 이게 뭔일인가? 싶었는데 요즘엔 그냥 부산 나들이하러 간다. 생각하고 가긴 하는데 웨이팅이 웨이팅이..ㅜ. 대기자가 앞에 100명 있던 적도 있어서 못 먹고 다른 거 먹은 적도 있었어요.ㅜ
이재모는 옛날부터 북적했었던 거 같아요. 제가 20대부터 있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서면 쪽에도 2호점 생겼대서 거기도 가보곤 했는데 거기도 붐벼요.
맛은 옛날보다 좀 덜하단 생각이 드는데…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니…sns 영향이 크긴 합니다.
기장엔 멸치가 유명한데…제가 비린 걸 많이 못 먹어 동네에 있는 멸치 쌈밥집도 못가봤어요. 지인은 멸치 쌈밥 맛있다고 하던데 기장 멸치가 품질이 좋아 그런가보다. 생각했었어요.
멸치 액젓 담그시던 어머님.
그리움의 음식을 드셨겠어요.
다음에 또 내려오실 일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한 번 뵈어요.^^

페넬로페 2025-05-13 14:12   좋아요 1 | URL
이재모피자는 오픈런 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맛이 좋았습니다. 웨이팅 걸어놓고 국제시장 구경했는데 국제시장 상인께서는 시장안의 떡볶이집을 추천했어요.
그 이재용 회장이 다녀갔다는 그 집요 ㅎㅎ
기장 멸치는 싱싱해서 그런지 별로 비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항구에서 풍기는 냄새가 더 비리더라고요~~

네, 담에 꼭 한 번 뵈어요.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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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민주주의에 뒤통수 세게 맞는 요즘,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정치와 법에 악용되는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많은 사례와 인용으로 알려준다. 무지한 시민으로서 간과했던 것을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주의를 민주화’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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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5-05-04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주주의를 민주화하기 위해 꼭 읽어볼랍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5-05-04 06:22   좋아요 0 | URL
미국의 경우가 주로 서술되어 있고, 많은 예시로 약간 두서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세계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