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샀다. 자꾸 책을 산다. 적립금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산다. 리뷰가 좋아서 산다. 이번이 아니면 읽지 못할 것 같아서 산다. 아니다. 그냥 좋아서 산다. 책이 좋으니까. 그렇게 해서 도착한 책은 세 권이다. 잠자냥 님의 리뷰가 좋아서(땡스투) 산 책은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이다. 이번에 읽지 못하면 못 읽을 것 같은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레웨이 부인』이며, 살까 말까 고민하다 적립금이 큰 지분을 차지한 책은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이다.




1월부터 4월까지는 제법 조절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5월은 과소비다. 빨리 읽는다면 괜찮을 것이다. 지난번 구매한 소설 가운데 한 권은 읽었으니까. 빨리 읽을 수 없을 경우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다 책장을 본다. 나에겐 읽지 못한, 읽지 않은 책들이 있다. 많지도 않은 책인데 다 읽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읽지 못한 책 가운데 10년 가까이 책장에 있는 책도 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아무튼 책을 샀다.


커피를 산다. 쿠폰과 스탬프를 줘서 산다. 커피를 잘 아는 이가 좋다고 추천해서 산다. 아니다. 그냥 좋아서 산다. 커피가 좋으니까. 이번에 산 커피는 <콜롬비아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나에어로빅>다. 절대 외울 수 없는 이름이다. 다른 커피도 그렇다. 좋았던 커피를 기억하려면 구매 내역을 봐야 한다. 알라딘에서 구매하는데 만족도가 높다. 드립 백이나 핸드드립을 구매한다. 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커피향이 쏟아진다. 정말 좋다. 빨리 커피를 마시고 싶다.






작약을 샀다. 친구에게 선물했다. 코만도였는데 색이 정말 강렬하다. 레드 참과는 다른 강렬함이다. 그리고 며칠 뒤 나에게도 코만도가 도착했다. 이번엔 친구가 보낸 작약이다. 내가 작약을 좋아하니까 보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작약을 선물했다. 코만도는 꽃송이가 무지 크고 너무 빨리 핀다. 그러니까 빨리 질 것이다. 새로운 작약을 통해 작약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간다. 그게 좋다.





엊그제는 여름 같았다. 습해서 진짜 여름인가 싶었다. 선풍기를 꺼낸 친구고 있고 에어컨을 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올여름이 무섭다. 여름이 오는 건 당연한데 그 여름이 무서우니 큰일이다. 여름이 오는 걸 피할 수 없고 나는 그런 능력도 없다. 여름과 잘 지낼 방도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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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리 2025-05-2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책장에도 안 읽은 책이 쌓여가고 있지만 또 한권 늘려가고 있죠

자목련 2025-05-24 10:55   좋아요 0 | URL
안 읽은 책을 향한 마음은 미루고요 ㅎㅎ

blanca 2025-05-23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달 책 쇼핑 대박이에요. 이제 다음 주에 한 권만 주문하고 참을 거예요. 작약을 선물하는 친구 사이 너무 아름답네요.

자목련 2025-05-24 10:55   좋아요 0 | URL
꼭 한 권만 주문하시길 바라요!
고맙고 소중한 친구입니다^^

새파랑 2025-05-2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기대별점 적립금 때문에 책을 계속 사게 됩니다 ㅋ 전 기대별점 적립금 3번 쌓일때마다 사는거 같아요 ㅋ

자목련 2025-05-24 10:5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기대별점!
거기다 룰렛 적립금까지 ㅎㅎ
 


사는 마음은 뭘까. 산 책을 정리하면서 잠깐 생각했다. 단순한 소유욕일까. 그렇다면 책을 소유한다는 건 뭘까. 읽으려고, 읽기 위해서, 읽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따라온다. 내가 산 3권의 책은 우선 내 소유가 되었다. 가지고 있을 뿐, 온전히 그것을 알지 못한다. 읽어야만 조금 알 수 있다. 읽어도 모를 수 있다. 독서란 그런 것이니까. 책을 읽지만 읽고 있어도 읽는 행위에 멈추고 잘 모를 때가 더 많다. 그러니 이 세 권의 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사는 마음은 뭘까. 세 권의 책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사는 것이다. 박준의 세 번째 『마중도 배웅도 없이』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도 바로 구매하지 않았다. 박준의 첫 시집에 대한 마음이 너무 좋아서 그랬다. 두 번째 시집을 구매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다. 그리고 결국 구매로 이어졌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이렇게 주춤할 수도 있다.

김지연의 『새해 연습』은 다른 경우다. 나는 김지연의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사면서 알았다. 이 소설은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인데 나는 이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이 시리즈의 신간 알림에 대해 관심이 없다. 참여하는 작가의 목록을 살피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도 이제야 안 것이다. 더 좋아하려고 구매한 게 맞다. Falstaff 님의 리뷰 덕이 크다. (『겨울 여행』도 마찬가지)


자우메 카브레의 『겨울 여행』은 아직 좋아할지 어떨지 모른다. 다만, 이 단편집의 리뷰가 너무 좋아서 궁금했다. 이 작가의 장편 『나는 고백한다』의 소문을 알지만 읽지 못했고 단편은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이 소설을 읽은 후에야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하거나 더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책을 샀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쌓아둔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덜 좋아진 책을 정리한다. 좋아하는 마음도 변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것도 없으니까. 우선은 이 세 권에 대해서는 좋은 상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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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5-14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컬렉션 멋지네요? 자목련님의 추천 시집이 궁금합니다~!
박준 시인님 신작 전 좋던데 안좋은 평도 많더라구요 ㅜㅜ

자목련 2025-05-16 10:21   좋아요 1 | URL
한때는 시집을 더 많이 사랑했는데, 지금은 사랑이 시들었어요 ㅎ
이번 박준 시집은 호불호가 있는 듯해요^^

yamoo 2025-05-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여행 지금 읽고 있는데 반갑네요! 이제 에피소드 3개 남았어요..단편도 정말 좋네요..^^

자목련 2025-05-16 10:21   좋아요 0 | URL
좋다고 하시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레삭매냐 2025-05-1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여행, 땡기네요.

책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정리는 못하고 계속해서 사
기만 하네요 ㅠ

자목련 2025-05-16 10:22   좋아요 0 | URL
정리는 잠시 잊고 함께 읽어보아요!
 


주문한 작약이 도착했다. 해마다 작약을 주문하는 일은 새해 소망 리스트 같은 것이다. 새해를 기다리며 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하지 않는다. 기대를 품지 않는다. 하지만 작약은 다르다. 3월부터 나는 작약을 검색한다. 적확하게는 작약 생화. 그리고 기다린다.


작약을 기다린다. 나는 작약이 좋아서, 작약을 기다리는 4월이 좋고, 작약을 만나는 4월과 5월이 좋다. 올해의 작약은 작년보다 비쌌다. 구매 기록을 살펴보니 그렇다. 월급을 뺀 나머지가 다 오르니 당연하다. 코랄 작약 주문이라고 다이어리에 메모를 했지만 코랄 작약은 구매할 당시 품절이었고 나는 핑크를 주문했다.





그냥 좋다. 작약은 그냥 좋은 것이다. 그러나 마구 찍는다. 꽃이 피기 전 이런 봉오리는 설렘 그 자체다. 하루 사이에 마구 피어나는 작약. 수요일에 만난 작약은 이틀이 지난 지금은 만개했다. 벌써부터 아쉽다. 풍성한 작약을 보고 있노라면 부자가 된 기분이다.






5월이니 새 책도 주문했다. 박세미의 신간(나, 박세미 좋아하나?)이다. 난다의 시의적절은 매달 구매하지는 않고 끌리는 제목이나 저자를 선택하는데 이번 5월은 박세미의 『11시 14분』였고 나는 냉큼 주문했다.






그리고 이런 시집을 펼친다. 작약이니까. 이승희의 시집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속 이런 시를 읽는다.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모른다고 종일 속삭인다

속삭이면서 발을 내어놓는다

발을 내어놓으며

맨발이라고 했다

참 따뜻한 발을 가졌으니

예쁜 모자가 어울릴 거야

그런 세계를 보게 되면 초대할게

모르는 세계는 그런 거니까

어긋나는 게 생활이야

어긋날 수 있다니

어긋나기 위해 사는 거라니

넌 정말 위대한 건축가가 되고 싶구나

자꾸 죽는 것과 자꾸 사는 것이

서로 좋아해서

물고기떼처럼 흘러가는 세계

그런 세계는 잘 모르지만

몇 번 죽으면 갈 수 있을까

나를 아주 가끔만 안아주는 사람이 있었어

안으면서도 몰랐고

몰랐으면서도 안았고

흩어지는 온도를 기록해보고 싶었는데

모르는 것이 생겨날수록

더 아름다워져야 했어

그냥 우리는 모르는 일에만 열중하자

모르는 것들 사이로

모르는 것들 조금씩 박아넣으며

모르는 것들을 낳을 때까지 (「정원을 파는 상점」, 전문)




5월은 작약과 시와 함께 시작한다. 활짝 핀 작약이 져도 5월은 작약으로 남을 것이다. 시를 다 읽어도 시를 다 읽지 못해도 5월은 이승희의 시로 기억될 것이다. 박세미의 책을 읽는 시간으로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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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5-0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사하고 은은하네요. 왠지 자목련님도 그런 분 같은... ㅎ

자목련 2025-05-07 10:52   좋아요 0 | URL
올해 작약은 더욱 은은한 것 같아요. 저는 그렇지 않지만요 ㅎㅎ

독서괭 2025-05-0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자목련님의 작약이^^ 넘 아름답네요 색도 은은하니 예쁩니다. 시도 좋고요~ 작약과 함께 향기로운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25-05-07 10:52   좋아요 1 | URL
작약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독서괭 님, 신나고 푸르른 5월 보내세요^^

다락방 2025-05-0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작약 검색해봐야겠어요.

자목련 2025-05-07 10:53   좋아요 0 | URL
작약, 강추합니다!!

레삭매냐 2025-05-0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약의 계절이네요.

저희 동네 곳곳에 작약이 올라
오고 있어서 기대 만빵입니다.

라일락 향기도 아주 그윽합니다.

자목련 2025-05-07 10:53   좋아요 0 | URL
작약을 볼 수 있는 동네, 부럽습니다!

서곡 2025-05-0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난 댓글로 선물받았다고 말씀드린 작약도 핑크에요 오늘 쓰레기버릴 때 시든꽃송이도 같이 버리려다가 말았습니다 오월 잘 보내시길요

자목련 2025-05-07 10:55   좋아요 0 | URL
꽃송이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 저도 당분간은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젤소민아 2025-05-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약은 특별히 또 이쁘네요~~~

자목련 2025-05-09 09:39   좋아요 0 | URL
작약은 볼 때마다 반합니다!
 

3월이 되었는데 책 읽기는 미진하다. 그래도 읽으려는 마음은 언제나 충만하니 괜찮다. 읽으려는 마음, 그 마음으로 이런 책을 구매했다. 어제의 뉴스는 무섭고 두렵지만 신나는 마음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튤립 덕분이기도 하다. 작은언니가 선물 받은 것인데 너무 예쁘다. 튤립과 책을 예쁘게 찍어보려 했으나 내가 원하는 구도는 나오지 않았다. 사진이야 그렇지만 꽃도 좋고 책도 좋으니 충분하다.


백수린의 단편집은 『봄밤의 모든 것』은 이 봄에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냥 그런 마음이다. 그리고 크리스티앙 보뱅의 산문 『빈 자리』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그 이름만으로 충만하다. 안윤의 『모린』도 기대된다. 주춤했던 읽으려는 마음을 응원한다. 내가 나를 응원한다.







여러 색의 튤립이다. 고유한 튤립의 색들이 아름답다. 누가 더 예쁜지, 누가 더 고운지 튤립 송이가 저마다 뽐내는 것 같다. 봄의 화려함을 알리는 것 같다. 눈 내리는 봄은 잊으라고 환한 봄을 기대하라고.







신나는 마음이 차오르기를 기다린다. 단번에 차오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차오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나는 마음을 채우는 3월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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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3-0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봄기운이 물씬 풍깁니다. 저는 아직 백수린 작가 책 못 받아서 궁금합니다. 기대만큼 좋을까요? 설레네요.

자목련 2025-03-09 09:18   좋아요 0 | URL
백수린의 단편은 기대보다 좋은 쪽으로~~

페넬로페 2025-03-0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읽고 있는 중이예요^^

자목련 2025-03-09 09:18   좋아요 1 | URL
이 봄에 우리는 같은 책을 곁에 두고 만지고 있군요!

망고 2025-03-0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튤립 정말 예뻐요🌷크고 탐스러운 꽃송이 아 예뻐라

자목련 2025-03-09 09:18   좋아요 0 | URL
망고 님의 마당에서 피어날 튤립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예뻐요!

독서괭 2025-03-0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백수린 작품을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보뱅 <환희의 인간>을 주문했는데.. 봄밤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자목련 2025-03-09 09:19   좋아요 1 | URL
<환희의 인간>정말 좋아요!!!
봄밤도 좋고요^^

호시우행 2025-03-08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키우는 화분에서도 튤립 싹이 제법 믾이 자랐어요. 조만간 꽃을 볼 수도 있을 듯. 튤립과 함께 행복한 봄날을 보내시길~~

자목련 2025-03-09 09:19   좋아요 0 | URL
호시우행 님이 마주할 튤립이 궁금하네요^^

호시우행 2025-03-0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만발입니다.ㅎㅎ

자목련 2025-03-10 10:53   좋아요 0 | URL
활짝 핀 튤립 소식 기다릴게요^^

구단씨 2025-03-0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튤립이 생화인가요?
튤립 색이 저렇게 다양한 걸 처음 알았어요. 세상에나, 너무 예뻐요!!!
저렇게 예쁜 꽃 옆에 두면 책 읽는 맛이 나겠어요. ^^

자목련 2025-03-10 10:54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는 조화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진짜 예쁜 튤립이에요.
노랑, 빨강의 튤립은 정말 예쁘고 보라는 독특하고 신기해요!
 



자신의 몸에 만족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어쩌면 단 한 명도 없을지도 모른다. 나부터도 굵은 팔뚝과 늘어나는 뱃살이 걱정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건 아니지만 신경이 쓰인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옷맵시가 나지 않아 속상하고 스스로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날씬한 몸과 맑은 피부는 누구나 원하는 신체 조건이 된지 오래다. 건강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아름답게 보이고자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조절한다. 심각하게 운동을 한다. 하루라도 계획된 식단대로 식사를 하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진정으로 몸을 사랑하는 일일까?


정신분석가 ‘수지 오바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 몸에 갇혀버린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직접 상담한 사례를 통해 완벽한 몸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워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쉬지 않고 심각한 다이어트를 한다. 거식증과 폭식증에 시달리다 성형 중독에 빠지거나 자신의 신체를 혐오하여 일부를 절단하기까지 이를 정도에 이른다. 날씬해진 몸과 수술로 얻은 쌍꺼풀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기 때문이다. 자해를 하고 먹은 것을 다 토해내야 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닌가.


이 사회가 얼마나 날씬하고 마른 몸을 요구하고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가상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몸을 가꾸고, 각종 사이트를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광고들은 차지하더라도 면접을 위해 미용 성형을 하고, 결혼과 출산 후 변화하는 몸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저자는 우리 몸이 성장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양육하는 태도에 따라 아이의 인격과 감성이 달라지듯 몸에 대한 인식도 그러한 것이다. 몸을 위한 것들, 그러니까 먹고 입고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소홀히 대하면 안 되는 것이다. 유아기를 지나 사춘기에서 접어들고 어른이 되기까지 하나의 몸을 둘러싼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다. 흥미로우면서도 놀라운 이야기다.






몸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측면에서 차차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만들어진다.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떻게 먹었는지, 으깬 음식을 먹었는지, 음식을 먹인 사람이 재미있게 먹였는지 산만하거나 초조한 태도로 먹였는지, 보호자가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는지 우악스럽게 안았는지 전혀 안아주지 않았는지, 자주 기저귀를 갈아주었는지 충분히 갈아주지 않았는지…… 이와 같이 우리 몸이 다뤄지는 방식에 대한 수많은 변수들이 양육의 물리적 환경으로서 우리 몸을 형성한다. 사전에 주어진 몸이란 없다. (117~119쪽)


엄마가 청결을 중요시하면 아이는 저절로 배우듯 다이어트나 몸에 대한 애착과 불만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함부로 날씬한 게 좋다고, 눈(코, 키)가 작아 걱정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음이 힘들면 저절로 몸살이 나거나 아픈 것처럼 우리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더불어 내 몸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다양한 몸들과 몸을 꾸미고 움직이는 다양한 방식들은 우리에게 당연히 즐거움과 고마움을 안겨주는 경험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안정된 몸이 필요하다. 그런 몸은 행복과 모험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몸의 존재를 확신하는 그런 순간, 이윽고 우리는 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72쪽)


몸을 주제로 한 책이라 읽는 동안 인문학자가 쓴 『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 인류학』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진 부분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점점 하나로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유의 문화나 관습이 서양의 마른 모델이나 다양한 광고(성형, 제약회사, 의류)에 지나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 인류학』이 다양성을 말하고 있다면 『몸에 갇힌 사람들』은 몸에 대한 자존감을 말한다. 다른 주장을 펼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두 책에서 말하는 건 몸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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