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개봉하는 영화 <발레리나>는 존 윅 유니버스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작품이다. 존 윅 3편과 4편 사이 어디쯤으로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국에서는 6월 6일
개봉했고,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 존 윅의 여성 버전이라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실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영화의 경우 체격에 따른 힘에 차이가 느껴지는 경우도 많고, 스턴트 배우의 대역과 확연한
차이가 나서 실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성 킬러 또는 여성 액션 영화는 꾸준히
제작됐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왔다. 내
마음대로 그 계보를 한 번 더듬어본다.
1. 초기 (1980년대~1990년대 초): 모성애를 지닌 강력한 전사
《에일리언 2》(Aliens,
1986): 제임스 카메론 감독. 리플리(시고니 위버)는 에일리언에 맞선 강력한 전사이자 어머니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성 액션 히어로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 사라 코너는 아들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해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한 '여전사'로 나타난다. 근육질의 몸과 뛰어난 전투 능력은 물론, 미래를 바꾸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며 여성 액션 히어로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고 할만하다.
2. 1990년대: 스타일리쉬한
액션
《니키타》(Nikita,
1990): 뤽 베송 감독. 사형수에서
정부의 비밀 요원으로 훈련받는 니키타(안느 파릴로드)의 이야기. 냉혹하면서도 인간적인 내면을 가진 킬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타일리쉬한
액션과 암울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뤽 베송 감독의 이런 스타일은 《안나》(Anna, 2019)에서도 다시 드러난다. 이 영화는 러시아의
한 소녀가 KGB의 비밀 요원으로 훈련받아 패션모델이라는 신분을 위장하고 킬러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안나(사샤 루스)는
화려한 런웨이를 걷는 톱모델로서의 모습과 동시에, 냉철하고 잔혹한 킬러로서의 이중생활을 펼친다. 모델로서의 우아함과 킬러로서의 민첩하고 강인한 액션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큰 특징이다.
《지.아이.제인》(G.I. Jane, 1997): 데미 무어가 해군 특수부대
훈련에 참여하는 여성 역을 맡아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여성의 신체적 한계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 2000년대: 다채로운
장르의 확장
《킬 빌》(Kill
Bill Vol. 1, 2003 & Vol. 2, 2004):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브라이드(우마 서먼)의
피의 복수극을 그린다. 동서양의 다양한 액션 영화 스타일을 오마주하며 독특하고 폭력적이면서도 미학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총은 물론 긴 칼을 사용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언더월드》(Underworld,
2003): 뱀파이어 전사 셀린(케이트
베킨세일)이 늑대인간 라이칸족과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다크 판타지 액션 영화이다. 고딕적인 분위기와 화려한 총격 액션이 돋보인다. 시리즈로 스핀오프
등을 포함해 총 5편이 제작되었다.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2002):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밀라 요보비치가 주인공 앨리스 역을 맡아 좀비와 싸우는 액션을 선보였다. 게임 원작인 영화 중 성공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여성 액션 히어로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으로 나온 시리즈는 총 6편이다.
4. 2010년대 이후: 진화된
액션, 깊어진 캐릭터
이제 액션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 대한 묘사도 깊어진다. 캐릭터의
내면과 서사에 집중하고,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전면에 나선다.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2017): 냉전 시기 베를린을 배경으로 MI6 요원 로레인 브로턴(샤를리즈 테론)의 스파이 액션을 그린다. 스타일리쉬한 영상미와 격렬하고 현실적인 액션 시퀀스가 호평받았다.
《올드 가드》(The
Old Guard, 2020): 불멸의 전사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인류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샤를리즈 테론이 팀의 리더 안디 역을 맡아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다. 샤를리즈 테론은 여성 액션 스타로 더욱 굳건해진 듯 보인다. 올해 7월 2일 2편이 나온다.
《하트 오브 스톤》(Heart
of Stone, 2023): 갤 가돗이 국제 평화 유지 비밀 조직의 요원 레이첼
스톤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 첩보 액션 스릴러 장르로, 글로벌
스케일의 액션과 첨단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존 윅 유니버스의 《발레리나》는 이러한 여성 킬러/액션
영화의 계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존 윅 시리즈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잘 표현된다면 새로운
액션 스타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안나 디 아르마스의 액션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