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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서 글을 쓰다 무심코 밖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지난 가을 어디쯤에서.



내가 그린 적 없는 그림이 캔버스에 들어찼다. 


창문에 달린 벌레 막는 스크린이 오히려 유화 캔버스의 거친 질감을 살렸다.


P. 5


사각형 틀 안에 세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림은 창문과 닮았다. 창문 역시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초대한다. 기꺼이 그리고 자연스레 그 초대를 받아들인 우리의 눈길은 창문 밖에 펼쳐지는 풍경으로 향하지만, 마음 한편에 일렁이는 정체 모를 감정들이 창 안의 나를 감싼다.


  • 경계에 서 있지 않고서는 그것이 경계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경계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삶을 돌이켜 보면, 많은 순간 경계에 서 있거나 심지어 그 경계를 넘나들며 살고 있으면서도 그 순간에는 잘 알지 못한다. (P. 61 )


책과 대화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저자가 책 속에서 말을 건네는 것 같은.


혹은, 마주 앉아 커피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그 날이 딱 그랬다.


내 마음을, 내 일상을, 내 상황을, 내 처지를

다 관통하는 것 같은 사람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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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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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이 ‘상실‘을 알고 쓴다면 디디온은 ‘상실‘을 알고 싶어 쓴다. 손택은 ‘상실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쓰고 디디온은 ‘상실‘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쓴다. 한 사람은 상실을 아파하고, 한 사람은 상실을 관찰한다. 두 개의 ‘상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 상실을 체험하게 마련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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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곡"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는데, 

내용 떄문에 아주 많이 불편해 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분이다.


Laura Kieler – Wikipedia

(설명 및 이미지 출처=wikipedia)


Laura Kieler


In 1873, she married Victor Kieler, a schoolteacher. The events of her marriage served as the inspiration for the character Nora Helmer in Henrik Ibsen's play A Doll's House. Kieler's husband contracted tuberculosis soon after their wedding, and like the character Nora, Laura Kieler borrowed money under false pretenses in order to finance a trip to Italy for a cure. Some years later, in a desperate attempt to repay the loan, Kieler forged a check. When Kieler's husband learned of the fraud, he demanded a divorce and sought to bar his wife from their children. Kieler had a nervous breakdown and entered a mental asylum for a month. They later reconciled, but Kieler never forgave Ibsen for using her life as fodder for his controversial drama.


이거야 원...


<인형의 집>의 주인공 노라와 상황이 똑같다.


입센은 주변 사람, 그것도 동료 작가의 삶을 자기 작품의 모델로 썼다.

그런데 너무 똑같은 게 문제.


Laura Kieler는 뚜껑 열렸다. 그럴 만 했지 싶다.


이후 자신의 작품에 입센이 자기 삶을, 그것도 내보이고 싶지 않았을 부분을 갖다가 쓴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했다.


Her later works occasionally made references to Ibsen, including her 1890 play Mænd af Ære, which first played at the Casino Theater in Copenhagen. The play featured the plight of a woman who, in a fraught relationship, was exploited by her husband for writing material in a manner reminiscent of her own previous struggle. The intro to her book Silhouetter also features a personal account of her conflicted relationship with Ibsen. Later still, she withdrew from more personally-informed novels, and made a living writing historical and religious books.


Maend Af Aere

희곡 같은데, 남편에게 글쓰기 소재로 착취 당하는 한 여성의 곤경을 묘사했단다.
<Silhouetter> 의 서문에는 입센과의 갈등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설명도 실었고...

우리는 김봉곤 소설가의 <그런 생활>에 사용된 실제 인물과의 카톡 내용 이슈를 기억한다. 그때 꽤 뜨거웠다. 책도 리콜되었던가...


남의 삶을 소설이나 다른 장르의 문학에 '그대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숙고할 여지가 많을 것이다. '그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대로'를 아는 이가 이 세상에 본인 밖에 없을 테니 괜찮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본인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를 텐데, 굳이 그게 '나'라고 짚고 들어가서

오히려 다 알게 할 필요가 있나...할 지도 모른다.


여기서 '조금'의 여지를 생각해 본다.


그게 왜 그렇게 '그대로'여야 하는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밖에 모를 일이라 해도, 

이 세상에 어쨌든 한 사람은 알 이야기지 않은가. 


'하나'의 힘을 가볍게 친 거 아닌가 모르겠다.


뭐 꼭 '그대로'여야 하나.

'조금' 바꾸면 안 되나.


소설이나 다른 장르의 문학에서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면,

'창작'의 여지가 소거되는 것일 텐데.


필시 그 단 한 사람도 '창작'의 결과물인 소설(다른 문학 장르 포함)에서

'실제 그대로'를 보니 당황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가만 있긴 힘들지 않았을까.


어차피 허구인 소설 속에서 아무도 모를 실제 '그대로'를 쓴다고 

이 세상 79억 9천 9백만 9천 9백 99명이 모른다 할지라도 

단 한 명이 불편하다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소설도 희곡도 허구다. 

허구면 허구답게 쓰자.

실제를 토대로만 하자.


그대로 쓰지는 말자.


그게 뭐 허구냐고.


아무리 현실이 소설 같더라도 말이다.


소설/희곡은 허구라서 

실제에 없는 의미가 발견되는 것이잖나 말이다.


<인형의 집>을 다시 읽다가 생각나 끼적임.

이 사실이 명작의 아우라를 훼손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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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공간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는 곧바로 무료 세미나, 예술가와 작가를 위한 워크숍, 토론 모임 등을 열기 시작했다.

(11)

내가 딱 만들고 싶은 서점 및 북카페의 시작.


5년 계획으로 다가 들고 있다.

그 첫걸음이 이 책 읽기.


<평생 교육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야간 학교>


이것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창립자, 조지 휘트먼의 오픈 마인드였다.


그럼 나는...흠...


<평생 책읽고 쓰고 떠들다 죽을 사람들을 위한 공간>


이럼 어떨까.


뭘 읽고 쓰는 사람들은, 내 경험 상 떠들길 좋아한다.

이상하게 글은 잘 쓰는데 떠들 때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접 물어보긴 그렇고 건너건너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글은 여러 번 고치니까요."


말 되네.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또한, 일손을 보태는 대가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12)


나도 북스테이할 공간을 지을 건데.

일손 보탠다고 하룻밤 재워주지는 못할 것 같다.

북클럽을 인도하든,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든 하면 재워줄 의향 있다, 뭐.


밥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시골 할머니 김치만 놓을 생각이다.

난 시골에서 오픈할 거니깐.

멀다고 안 오면, 망하는 거지 머.


이곳은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중략)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을 때 일어나는 어떤 진동이 느껴집니다. (중략)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이끌리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에겐 이런 유대감이 필요합니다.(18)


그 어떤 소설보다 감동이다, 내겐. 쿨쩍.

북카페 오픈하면 이걸로 현판이라도 만들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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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6-08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저도 언제고 사 봐야겠습니다. 근데 북카페든 북스테이든 좋긴한데 서점하는 사람들 독서는 포기해야 한다고 하던데 이거하면 글 쓸 시간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젤소민아 2025-06-09 02:13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오랜만이여요~아마 서점에 손님이 별로 없을 거라서요~~ㅋㅋ

조용히 살러 시골/산속으로 들어가고픈데 바쁘면 안되지요~~~.
돈을 벌기보다 진짜 생을 살기 위해 계획하는 일이랍니다.
돈은 글 써서 벌게요. 아참 글 써서 벌긴 더 힘든 거죠...? ㅠㅠ

그리고 이 책은 여건되시면 추천해요.
서점 이야기는 서문에 있고, 본문은 그 서점과 연을 맺은 거장 작가들의 인터뷰랍니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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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 못 끝냈다. 울음이 목까지 차오른다. 차마, 터지지는 않았다. 소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닐스의 죽음은 담보되어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사서 한 걸음만 내딛으면 곧 죽은 존재가 되는 어떤 존재의 회고담. 그의 인생엔 뭐니뭐니해도 ‘사람‘이 있었다. 아,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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